1권이라 나온 것을 보면 뒷권이 나올 모양인데, 2014년 12월에 1권이 나오고는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의 오픈가든을 다루고 있으니 다른 책에서는 영국이나 이탈리아 등지를 다루지 않을까 하는데, 생각해보면 독일 정원(고종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감상 링크)을 다룬 책도 한 권 있고, 영국 정원(윤상준의 영국 정원 이야기-감상 링크)도 있고, 이탈리아 정원(유럽 정원을 거닐다-감상 링크)도 있고 하니 어디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기서 다루고 있는 것은 오픈 가든이라는 것이 조금 다르긴 하네요.


오픈 가든은 개인이 정원을 잘 가꿔 그걸 공중에게 공개하는 정원을 가리킨답니다. 그러니까 고성이나 공원의 정원이 아니라 개인 정원인 셈입니다. 위에 소개된 책들에서도 종종 오픈 가든이 등장하곤 하지만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았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하네요. 하여간 그렇게 아마추어 정원사들이나 원예사업 관련 업체가 공개하는 정원을 방문한 내용을 다룹니다. 사진은 꽤 마음에 들었지만 책 자체를 추천하기는 조금 고민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방문의 목적

여러 오픈 가든을 다니면서 저자는 정원사들에게 '한국의 독자들에게 정원을 소개하고 싶다'고 적습니다. 한데 그렇게 소개된 정원을 보면서 본격적인 소개보다는 여행 중에 다닌 정원을 블로그에 소개하는 걸 모아 놓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컨셉이었지만 훨씬 더 전문적인 느낌을 받았던 윤상준의 영국 정원 이야기나 유럽 정원을 거닐다에 비하면 이건 뭔가 부족합니다. 정원에 대한 평면도를 싣긴 했지만 여기에 실린 사진이나 글만 읽어서는 그 정원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습니다. 전체를 조망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고 딱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보면서 항공권을 당장 결제하고 싶다고 몸부림 쳤던 앞의 두 권과는 사뭇 감상이 다릅니다.



2.오타 및 글투

오타도 가끔 보였지만 글 속에서 말줄임표를 '...'로 표기하는 것이 걸렸습니다. 글씨체가 돋움에 굵은 글씨로 딱 제가 블로그에 쓰는 것보다 행간이나 자간만 조금 넓을 뿐, 비슷한 정도입니다. 그건 읽는데 걸리지 않았지만 돋움일 경우 말줄임표는 '…'로 쓸 수 있습니다. 문장부호를 봐도 블로그에 쓴 글을 옮긴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글투 역시 여행기를 다룬 듯하여 전문적인 정보는 일부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기타 등등

취재 혹은 여행 과정에서 몇몇 정원은 사전 예약이나 약속 없이 무작정 방문했더군요. 특히 알사스에서 방문한 곳은 개인 정원이어서 개방일이 따로 있는데,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며 사전 연락 없이 방문 후 양해를 구했습니다. 허락했지만 그 과정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 외의 감상과 생각난 것을 모아보죠.


76-77쪽.

다른 건 몰라도 서양에서 잔디를 자주 깎는 이유를 처음 알았습니다. 잔디는 크게 난지성과 한지성으로 나뉘는데, 난지성은 추위에 약하지만 고온다습한 환경에 잘 버티고 한지성은 고온다습에 약하지만 추위에는 강하고 빨리 자란답니다. 따라서 한지성 잔디는 빨리 자랄 때는 일주일에 두 번까지 잔디를 깎아야 하지만 대신 잡초들이 씨 맺기 전에 잘려 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잡초 관리가 편하다는군요. 신기해라.


83쪽.

이층 규모의 온실은 이층 주택의 한 면에 붙어 있다.

정원 마니아들이 꼭 같고 싶어 하는 윈터 가든(Winter Garden)이다.

(중략)

겨울철, 온실로 덮여 있는 주택의 2층 베란다에 앉아 있으면 정녕 겨울정원이 된다.

이는 겨울철 주택의 난방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온실이 윈터 가든인지, 아니면 온실 안에 꾸민 정원을 윈터 가든이라 부르는 건지, 이게 왜 겨울철 주택 난방에 효과적인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뭐, 온실 난방과 단열 덕분에 주택 난방에 효과적일 것 같긴 한데, 여름에는 고온다습하지 않을까요. 한국이 아니라 스위스라 괜찮은가.



112쪽.

남부 알삭스(Alsace) 계곡은 남부 알사스 계곡을 잘 못 적은 걸까요. 그 뒤에 나오는 다른 정원은 알사스(Alsace)라고 표기했는데, 철자만 같은 다른 지역인지, 아니면 앞이 오타인지 알 수 없습니다.



148쪽.

시링가Syringa라는 농원을 소개하며 이게 수수꽃다리의 속명이라고 소개합니다. 근데 음.... 수수꽃다리 속이 있긴 하지만 이 경우는 수수꽃다리의 속명이 아니라 라일락의 영문명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라일락 자체가 유럽 남동부 원산이라. 수수꽃다리 속에 속하는 라일락, 개회나무, 수수꽃다리도 다 학명은 속명인 Syringa가 붙습니다. 조금 헷갈리게 적은 터라..=ㅅ=

다음 백과사전에서는 한국산 수수꽃다리는 주로 북한에서 볼 수 있다는데, 토종 수수꽃다리와 개량종인 미스김라일락을 직접적으로 비교해서 본 적이 없어 차이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토종이 향이 더 진하다고 하더군요.



문현주. 『유럽의 주택 정원 1: 독일, 스위스, 프랑스의 오픈 가든』. Atlier Isu, 2014, 19000원.


생각해보면 프랑스라고는 하나 알사스 지역이라 실제적으로는 독일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을 겁니다. 정원 자체는 상당히 취향에 맞았습니다. 베르사유 궁전 같은 계획형이 아니라 개인들이 조금씩 가꾸는 정원이라 더 그랬을거예요.

그러고 보니 헤르만 헤세의 정원을 다룬 건 헤세 본인의 책 외에는 이 책이 처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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