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에 다녀온 일본여행 때 도쿄역에서 한정 도쿄 바나나를 사왔습니다. 도쿄 바나나도 바나나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간 것 외에 이런 저런 한정 버전이 있는데 캐러멜은 이번에 처음 보았거든요. 예전에 본 것은 기린 무늬의 도쿄바나나였습니다. 무슨 맛인지는 잊었네요.'ㅂ';



선물로 하나씩 돌리고 저도 하나 챙겨 놓았는데 도쿄 바나나는 유통기한이 짧은 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유통기한 넘겨서 먹었고요. 하하하; 먹고 나서 별 탈은 없었습니다. 아마 하루 이틀 뒤에 먹었을 거고요.
저 무늬는 아마 호랑이 무니일 겁니다. 캬오~라고 쓰긴 했는데 원래는 ぎゃ라고 해서 고양이가 털을 세우고 하악거리는 모습을 그린 겁니다. 왜 그게 철도역 한정으로 나왔는지는 모릅니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가?;




라바가 떠오르지만 그냥 넘어갑시다.(...)


그리고 한 입 덥석 베어물면 이렇습니다.


겉은 스폰지, 속은 캐러멜향 혹은 맛이 나는 바나나 커스터드 크림입니다. 바나나맛이 나는 커스터드 크림은 맞는데 그 속에 슬쩍 쌉쌀한 캐러멜맛이 감도는 군요. 아니, 향인가?

맛은 나쁘지 않은데 캐러멜이 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캐러멜을 강하게 넣자니 도쿄 바나나의 정체성이 떨어지고. 그 어중간한 경계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귀여우니까 괜찮습니다. 낱개 포장이라 선물로 돌리기도 좋지요.


(게다가 다음에 언제 도쿄에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 또 가산점이 붙어서..'ㅂ';;;)


대보름이기도 하고, 발렌타인데이이기도 하잖아요. 그러니 저도 초콜릿 사진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보기에는 안 초콜릿 같아 보이지만.;
긴자 주변에 메이지 본사가 있습니다. 그 본사 1층에 100%초콜릿카페가 있고요.

마지막으로 도쿄를 다녀온 것이 언제적 일인가 가물가물한데, 그 때는 아키하바라와 진보쵸 주변만 돌고 긴자는 정말 오랜만에 가보아서 이번에야 100%초콜릿카페를 가보았습니다. ... 그러고 보니 저, 아직도 피에르 마르콜리니 안 가봤네요. 여기는 도쿄 여행 다닐 때부터 매번 가봐야지 했는데 사람이 많이 줄 서 있다는 말에 피하다 보니 이리되었습니다. 하하하.

하여간 굉장히 다양하고 신기한 맛의 초콜릿이 가득합니다. 그 중 몇 가지 괴식으로 불릴만한 것을 골라서 사왔습니다.
48. 로열 밀크티.
37. 요모기 = 쑥.
35. 유자.
36. 키나코 = 콩가루
53. 재스민
43. 레몬 소금
33. 와코챠. 이건 和紅茶로 일본에서 나온 홍차를 말한답니다. 일본에서 홍차도 소량생산한다 듣긴 했는데 말이죠.
44. 오렌지.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이 로열 밀크티와 유자, 오렌지 정도인데 나머지는 정말 괴식 같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만 골라 사와 그렇지, 다른 초콜릿은 이정도까진 아닙니다. 원산지별 초콜릿도 종류별로 있더군요. 개당 210엔. 원산지 초콜릿 중에 몇 종은 조금 비싼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메이지 초콜릿도 있어요. 그러니까 메이지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공장 양산형 초콜릿을 되살렸다나 어땠다나.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스카이트리의 100%초콜릿카페로, 여기는 관련 액세서리 등도 파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갈 시간이 없었지요.




같은 시기, 혼슈 북부를 기차타고 헤매시던 M님은 이런 걸 가져오셨습니다. 둘 다 에키벤 케이스랍니다. 왼쪽은 키티달마, 오른쪽은 눈사람 저금통 도시락. 눈사람 표정이 너무 슬퍼보이잖아요.ㅠ_ㅠ 배를 빵빵하게 채워야 할 것 같은 이 기분.T-T


이런 저런 정보를 공유하고(아래 깔린 랜드리올 한정판 같은;) 여행 선물을 돌리면서 스타벅스에서의 시간을 보냅니다.

보신각 근처 스타벅스에도 문에 외부 음식 반입금지가 붙어 있어 걱정했는데 제지는 특별히 하지 않더랍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주변에도 이미 냄새나지않는외부음식에 해당하는 케이크 등을 먹고 있더군요. 외부 음식 반입금지를 보고 찔리던 가슴을 조금 쓸어 내렸습니다. 저만 사고 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도 같이 사고치면 괜한 동지의식과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게, 무단횡단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옆에서 같이 무단횡단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
이러면 안되는데.OTL

하여간 외부음식 반입 금지 카페가 늘어나니 모임 가질 장소 찾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걸 챙겼습니다. 음하하;
이번 스타벅스의 신작 케이크 세 종류를 시켰지요. 왼쪽 상단의 초콜릿 케이크는 비초콜릿케이크일겁니다. Bee. 그러니까 벌꿀이 들어간 초콜릿케이크입니다. 그리고 케이크 윗부분에도 파리가 아니라 아몬드로 만든 벌이 올라앉아 있습니다. 맛은 그냥 그랬고, 두 번 시켜먹을 맛은 아니었습니다.

블루베리 치즈케이크는 예상 그대로의 맛입니다. 무난하네요. 바닥은 초콜릿맛 쿠키크럼블-그러니까 오레오쿠키랑 유사한 맛의 과자가 깔려 있습니다. 과자라고는 하지만 단단하지 않고 부슬부슬한 타입입니다.

저건 초콜릿피칸파이였나. 바닥도 초콜릿이긴 한데 그냥 치즈케이크가 낫습니다. 스벅 커피는 진한 편이라 제 입엔 다른 파이보다는 치즈케이크가 제일 잘 어울립니다. 문제는 치즈케이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니 보통은 머핀이나 호두파이를 주문합니다.



하여간 이날도 즐거운 모임이었습니다.-ㅠ-
몇 가지라고 해봐야 정말 얼마 안됩니다.'ㅂ';



뒤로 보이는 초코소라빵(코로네)은 기무라야 소혼텐 겁니다. 도쿄 여행 가면 지하 식품매장 돌아다닐 때마다 하나씩 챙겨오지요. 초코소라빵을 좋아하는데다 구하기 쉬워서 그런가봅니다. 다른 빵집에서는 잘 안 보이거든요.-ㅠ- 게다가 도쿄에서는 찾기 쉽지만 교토에서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가게가 도쿄 중심으로만 있어서 그런가봐요.

앞쪽에 있는 것은 초코빵입니다. 겉으로만 봐서는 그냥 찐빵이나 호빵 같은데, 속에 초콜릿이 듬뿍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팥앙금이 듬뿍 들어간 저런 빵에서 팥을 초콜릿 크림으로 대신하면 얼추 맞습니다. 묵직하길래 많이 들었나보다 했는데 한입 베어물고는 당황했습니다. 상상했던 것보다 많이 들었더라고요. 게다가 이정도면 크림이 아니라 그냥 가나슈라 불러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초코소라빵처럼 커스터드 크림이나 그 비슷하게 되직한 초콜릿 크림이겠거니 했는데 방심했다 해도 틀리진 않네요. G에게 넘겼더니 맛있다면서 홀라당 다 먹었습니다. 구입처는 다이칸야마. Ched Lois... 였나? 하여간 다이칸야마 우체국 옆에 있는 빵집입니다. 가격은 200엔이었던 걸로 기억하고요.




초코빵과 같은 곳에서 구입한 빵이 두 개 더 있습니다. 하나는 까눌레, 다른 하나는 스위트포테이토. 고구마는 말 그대로 고구마를 익혀 으깬 다음 크림이나 버터 같은 부재료를 넣고 적당히 버부려서 다시 고구마 모양으로 만들어 구운 겁니다. 이 무슨 장난이냐! 싶기도 하지만 한국에도 율란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야, 그러려니 하고 말지요. 왜, 달걀가지고도 그런 장난(?)을 치잖아요?
고구마는 예상한 그대로의 맛입니다. 솔직한 심정은 "고구마 가지고 장난치지마."지만....... 게다가 저는 밤고구마파라서요. 이런 촉촉하고 약간은 느끼한 고구마를 먹느니 그냥 맛있는 밤고구마를 먹고 말겠어요. 물론 커피가 아니라 우유랑 같이 먹었다면 감상이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까눌레는 기대했던 것보다 조금 못미칩니다. 이것도 집에서 만들어보고 싶은 간식 중 하나인데, 특수 틀을 사다 써야한다는 것이 제일 큰 난관이지요. 제과제빵 도구는 이제 그만 들이고 싶습니다. 게다가 까눌레도 오래 구워야 하는 타입이라, 그러느니 차라리 사다먹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기대했던 것보다 조금 더 달고, 조금 더 탄맛이 나더랍니다.'ㅠ';




위쪽의 치즈케이크는 치즈맛이 많이 나서 난감했습니다. 이것도 커피가 아니라 우유랑 같이, 간식이 아니라 주식으로 먹었다면 만족도가 더 높았을 겁니다. 간식으로 먹기에는 진하고 부담스러운 맛이더라고요.

앞의 케이크는 긴자쪽 유명 양과자점인 웨스트 것인데, 아래는 버터케이크위에 부드러운 버터링쿠키를 짜 올리고 잼을 얹어 마무리했다고 하면 얼추 비슷합니다. 대강 그런 맛이 나지요. 잼과자를 좋아하는 터라 이것도 매장이 보일 때마다 덥석 집어 드는데, 이름 때문에 더 끌리는지도 모릅니다. 빅토리아예요. 하하하.;
이번 여행의 목적은 하나 더 있긴 했는데, 10년 전에 본 것이라 지금도 있을지 확신이 안 서더랍니다. 그 사이 도쿄를 가끔 오긴 했지만 다른 곳을 돌았지, 신주쿠의 그 곳에는 가지 않았거든요.


신주쿠에는 대형 서점인 기노쿠니야가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다카시마야와 다리로 연결된, 신주쿠 남쪽의 기노쿠니야. 다른 하나는 신주쿠 동쪽에 있는 기노쿠니야 입니다. 스튜디오 알타에서 더 걸어 가면 나오는 큰 건물입니다. 아마 이쪽이 기노쿠니야 본점이라는 것 같더군요.
기노쿠니야 본점 1층에는 자그마한 소품 가게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 중에는 광물을 파는 곳도 있고요. 이름이 Kinokuniya natural history shop이었나. 하여간 자연사 가게랍니다. 화석도 팔더군요. 제가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은 10년 전 여기서 보았던 아쿠아마린 결정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 10년 전에 있었던 것이니 지금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 때 살 걸 그랬다고 두고두고 후회했지요.

이번에 갔더니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데 제가 보았던 결정은 없었습니다. 아쿠아마린이 굉장히 무른 광물이라 잘 깨져서 그런 멋진 결정은 가끔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들어와 있는 기둥형태의 결정은 아쿠아마린 특유의 하늘색이 없이, 그냥 투명한 결정이더라고요. 물론 하늘색을 띈 아쿠아마린도 있긴 한데, 직경 5mm 남짓한 커팅 아쿠아마린이 5만엔이 넘더군요. 고이 마음을 비웠습니다. 게다가 처리하여 색을 낸 것이라던가요.



그래서 이런 걸 사왔습니다. 왼쪽이 아쿠아마린, 오른쪽이 에메랄드. 달랑 원석 하나만 넣어두기에는 밋밋해서 그런지 투명한 다른 결정 Herkimer-diamond를 같이 넣었다는 군요.




좋은 원석은 아니지만 이걸로 충분합니다. 제가 왜 아쿠아마린을 구입하려 했는지 들으신 모님은 아마 이쯤 되면 방안을 구르며 폭소하시지 않을까 하는데, 뭐, 그런 겁니다. 하하하하; 지극히 개인적이고 차마 블로그에도 올릴 수 없을 정도의 부끄러운 이유라고 해두지요.

(물론 제 탄생석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와는 거리가 백만광년 정도 멉니다. 그런 당당한 이유가 아니라니까요.)




빼먹었다던 전체 사진은 찍어두긴 했네요. 쿠온지 아리스의 넨도로이드랑, 랜드리올 23권 한정판이랑, 손수건이랑, 공의 경계 블루레이 한정판 박스랑, 바흐 칸타타 전집이랑.




천연생활 2월호랑, NHK 취미도락 2-3월호랑, NHK오늘의 요리 72후랑. 아래쪽에 보이는 것은 사온 엽서들과 전시회에서 집어온 전단지들입니다.
『NHK 취미도락』은 이번 주제가 다회길래, 궁금해서 집어 들었습니다. 의외로 굉장히 상세하게 설명을 해두었더군요. 보는 내내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이랑 하쓰 아키코가 떠올라서 안 살 수 없었습니다.^-T 그러니까 다회 자체도 궁금했지만 그런 음흉한(...) 속내가 있었다니까요. 하하하하하.



이걸로 사온 물건에 대한 글은 끝이 납니다. 이야아, 이번에도 길었어요.;ㅂ; 여행기를 올리지도 않는데 사온 물건 올리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죽 빨리는 것 같네요.


미미여사의 에도 방랑기라고 대강 줄여서 부르긴 합니다. 지난 도쿄 여행 목적 중 하나가 이 에도 산책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지금하고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를 겁니다. 그도 그런게 이 책이 나온 것은 90년대 중반입니다. 첫 기획이 94년이고 마지막이 97년입니다. 95년 12월의 황거 편을 보면 미미여사가 서른 다섯이라는데 지금 계산이 안됩니다. 그 당시 저는 뭘 하고 있었지요?; 미미여사가 데뷔하여 열심히 소설 쓰고 있을 그 당시 저는 일본문화를 막 접하기 시작...(거기까지)


하여간 이 기획은 1년에 두 번 나오는 모 잡지의 기획기사였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어떤 프로젝트가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주신구라 이야기가 튀어나오면서 이 특집의 방향은 에도 기행으로 바뀝니다. 첫 번째 발걸음을 어디로 딛느냐에 따라 방향이 휙휙 바뀌는 거죠. 그러니까 만약 이게 "에도 시대의 먹거리를 간접 체험하기"라든지로 갔다면 아마 여러 시장통을 돌아다니며 관광하는..(거기까지)
흠흠. 하여간 첫 테이프를 잘 끊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하여 1년에 두 번, 혹한과 혹서에 맞춰 돌아오는 이 꼭지는 에도 산책이란 주제를 달았습니다. 첫 글이 혹한을 뚫고 주신구라의 충신들이 어떤 길로 칼질(..)을 하러 갔다가 돌아왔는가에 대한 것이었는데, 후세인들은 막판에 다들 체력과 추위와 배고픔(!) 등에 문명의 이기-택시-를 사용한 모양이더군요. 도쿄의 폭서를 뚫고 걷기는 아마 쉽지 않았을 겁니다. 언젠가 8월에 아키하바라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늘어졌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그렇게 고생하고 나니 그 다음에는 조금 편한 걸로 가자 했을 텐데, 이번에는 조리돌리기 코스를 갑니다. 죄인이 사형당하기 전, 일반 시민에게 경고 비슷한 것을 주기 위해 한 바퀴 돌리면서 구경시키는 것이 조리돌리기입니다. 그 코스를 따라 이번에도 걷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폭서가 아니라 혹한입니다. 포근한 겨울이라 안심했는데 걷는 그 당일에는 갑자기 맹 추위가 몰려옵니다. 역시 가는 날이 장날이군요.

이렇게 두 번 도쿄를 걷고 나면 그 다음엔 휴양을 하고 싶어지지요. 그래서 핑계를 대며(!) 간 곳이 하코네. 독부 미유키가 에도를 탈출해 하코네에 갔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그리고 하코네에서 유람을 한.. 것만은 아니군요. 옛 길을 따라 걷는 장면도 나옵니다. 역시 취재를 하다보면 유람만 하게 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네 번째 편이, 이번에 제가 따라서 다녀온 황거 한 바퀴입니다. 저는 굉장히 간략화해서 한 바퀴만 돌고 끝났는데, 실제 들여다보면 주변의 공원이나 정원도 함께 다닌 모양입니다.

그렇게 에도 산책은 죽 이어집니다. 막판에는 현재 리조트로 이용되고 있다는 유배지도 소개되고요. 그러고 보니 제주도도 지금은 관광지에 휴양지지만 예전에는 유배지였지요? 귀양을 간 사람도 여럿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미미여사의 수필집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책은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2권으로 나왔는데, 한국에 소개되기로는 아마 첫 수필일거예요. 거의 소설만 소개되었으니까요. 번역 문체가 그래서인지 읽다보면 소근소근, 조근조근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도쿄 여행을 가기 전에 읽으신다면 아마도 하나 쯤 정복(!)하고 싶으실 겁니다. 그러니 여행 전에 읽다가는 코스가 늘어날 위험이 있어 독서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3, 15000원.


사실 제일 걷고 싶은 것은 후카가와의 7대 불가사의였습니다. 미미여사 에도 시리즈 첫 책이 이것이라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외딴집』은 그보다 뒤에 읽었다고 기억하고 말입니다. 하여간 그 때문에 더 뇌리에 깊게 남았는데, 문제는 후카가와를 그냥 한 두 시간만 돌아보고 나올 수 없었다는 겁니다.ㅠ_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후카가와 7대 불가사의를 돌고, 호쿠사이사보에 가서 잠시 쉬어가고 싶네요.
제목 그대로.:)


제가 찾은 곳은 나리타공항 제2터미널입니다. 출국장이 있는 곳이 3층이었나요. 층 가운데쯤 스타벅스가 있는데, 일본 각 지역의 스타벅스에서만 볼 수 있는 지역 한정 머그가 종류별로 있더랍니다. 자세한 건 일본 스타벅스 홈페이지를 확인하세요.(링크) 아, 물론 텀블러도 같이 있습니다. 요즘은 플라스틱 텀블러를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머그만 눈에 들어와서 그렇지요.


그래서 하나 샀습니다. 홋카이도 머그냐 물으신 분이 있었지만 아닙니다. 제가 구하기 가장 어렵다 생각하는 머그를 골랐습니다. D님이 맞추셨지요. 훗훗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센다이요.
대부분의 다른 도시는 다른 여행에 끼워 갈 수 있는데, 센다이는 참 어렵습니다. 원래 이번 여행이 장기여행이 되어 JR 패스를 사용했다면 한 번 들렀을지도 모르지만, 무리죠. 센다이는 도쿄에서 북쪽으로 올라가야하는지라 JR 패스를 꺼내들지 않는 이상은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JR 패스를 쓰려면 최소 일주일의 여행 일정을 확보해야하지요.




뒤쪽 무늬는 이렇습니다.

후쿠오카 머그도 예쁘고, 백곰이 그러진 홋카이도 머그도 괜찮은데, 가방 무게와 그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인 보관공간의 제한 때문에 하나만 골랐습니다. 그게 센다이.


그러니 B님, 폭소하셔도 됩니다.-ㅁ-/
부제: 캐리어 무게는 내가 담당한닷!


사실 블루레이 박스 셋보다 마틴 가드너의 바흐 칸타타 전집이 더 무겁습니다. 블루레이 박스에는 블루레이 디스크 여덟장이 들어 있었고 바흐 칸타타 전집은 CD 56장이었으니까요. 그러니 훨씬 더 무게가 나갔습니다. 나중에 캐리어 정리할 때, 전집을 제 캐리어에서 G의 캐리어로 옮겼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제 캐리어가 15kg을 훌쩍 넘었을 겁니다. 제 것이 15.4, G 것이 14.8kg이었으니까요.



태공이 깔고 앉은 박스.

사실 클래식 CD를 제 돈 주고 산 것은 아주 오랜만의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CD를 구입한 것이 언제적인지 기억도 나질 않네요. 음악을 듣는 걸 싫어하진 않지만 적극적으로 즐기지는 않습니다. 카페 등에서 듣는 배경 음악은 좋아하는데, 일부러 찾아듣는 수준은 아닌겁니다.; 그랬는데 정원사-der Gaertner님의 리뷰(링크)를 듣고 낚였습니다. 이 때는 이미 도쿄여행 갈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때였지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아마존 일본에서의 가격이 아마존 미국에서의 가격보다 저렴하며, 영국보다도 저렴하다는 것을 보고는 주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데 M님이 친절하게 검색해서 보여주시더군요. HMV가 3천엔인지 4천엔 가량 저렴했습니다. 음하하하; 그리하여 일본 여행 가기 약 1주일 전에 몽창 주문했습니다.

주문한 물건 목록이 뭐뭐 였냐면,
- KinkiKids L 앨범 한정판
- KinkiKids L 앨범 일반판
- 빙과 오프닝 엔딩 싱글 CD 3장(1기 엔딩만 제외)
- 랜드리올 23권 한정판
- 바흐 칸타타 전집
- 넨드로이드 쿠온지 아리스
- 공의 경계 블루레이 박스 한정판


음, 뭔가 이상한 것이 섞인 것 같지만 넘어갑시다. 쿠온지 아리스는 나~중에 개봉샷으로 찍어보겠습니다. 만약 여기에 시키가 있었다면 레이엔 여학원 교복을 입은 시키를..(거기까지)




비닐을 벗기니 바닥에 종이가 한 장 있네요. 케이스는 저렇습니다. 28개의 얼굴이 있는데 이 각각이 CD 표지랍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위의 정원사님 링크를 들여다 보시는게...;




CD가 한 가득. 이게 전세계 3000세트 한정이었단 말이죠. 하하하; 가격이 얼마였는지는 공개하지 않습니다.(먼산)
어차피 검색하시면 나올거예요.;;


바흐 칸타타 전집 오른편에 깔려 있는 박스가 공의 경계 블루레이 박스 한정판입니다. 일반판은 더 저렴하지만 부클릿이 없다더군요. 정가는 훨씬 비싸지만 중고로 구입했습니다.




가방형 배송상자를 엽니다. 이건 배송용 상자이기 때문에 종종 파손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아마존에 올라온 중고물품을 보면 배송상자가 없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완충재를 치우고, 양쪽에 끼워 놓은 고정부분을 빼고, 그 안의 압축스폰지를 빼고 나면 드디어 블루레이 박스가 나옵니다.




비닐 포장되어 있는데, 오른쪽은 뜯겨 있습니다. 개봉 가능한 왼쪽은 아예 뜯지도 않고, 오른쪽을 칼로 잘라서 도려냈습니다. 신기할세.;

표지를 보면 남정네들은 아웃포커싱. 맨 앞에 있는 것은 주인공 격의 세 여인네입니다. 토코-국립국어원 표기대로라면 도코-사장님 참 좋아요. 하악하악하악. 하지만 이쪽 피규어는 지를 생각 못합니다. 그저 쿠온지 아리스까지가 한계일뿐.(이봐;)




열면 이렇습니다. 리본이 달려 있지요. 다른 쪽 리본은 박스 아래에 깔려 있습니다. 묶을 수 있게 만든 모양인데 소장하는 사람들이 묶을리가 없잖아요. 배송상자대로 그대로 보관할 걸요.

하여간 들어봅니다.




실제 색은 앨범색으로도 종종 보이는 진한 남색의 벨벳입니다. 오른쪽은 빨강 벨벳.
왼쪽이 블루레이 수납책이고 오른쪽이 부클릿입니다.




블루레이 여덟장. 음, 흠집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고이 보관했을 뿐. 언젠가는 보겠지요. 아마도?




그리고 이게 부클릿 맨 마지막 장. 아.... 시키....;ㅂ;


공의 경계 시리즈는 나스 키노코 월드 중에서 가장 해피엔딩이라더군요. 그건 그렇습니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연애하는 애들이 있는 곳. 하지만 태어난 애는 정상이 아니겠지.ㄱ-;

이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였습니다. 무사히 짐을 잘 찾아 들고 왔으니 그걸로 다행이네요. 들고오기는 참 험난했지만.; 하하하...


하지만 이것의 대부분은 선물용.'ㅂ'

맨 앞의 삼색 스타벅스 패키지는 제 몫이지만, 오른쪽은 생협 선물용입니다. 오리가미라는 이름으로 나온 드립형 인스턴트 커피입니다. 이게 인스턴트면 물만 부으면 끝나는 과립형 비아는 분말식품. 캔커피는 레토르트가 되는 셈인가요.

그리고 리본단 바나나는 도쿄 바나나 시리즈로, 도쿄역을 비롯한 역에서만 판다는 が-ぉ입니다. 갸오..? 호랑이인가요. 맛이야 캐러멜 도쿄 바나나일겁니다. 아마도.; 태공이 깔고 앉은 가마쿠라 본점의 고프레 과자, 반달(半月, 한게쓰)는 선물용으로 뿌렸고요. 그 오른편의 귤 망 비슷한 것에 쌓인 것은 감씨과자. 이거랑 그 앞의 도쿄 나나나 미니 포장은 G가 구입한 선물용입니다.

잉크병처럼 보이는 것은 딸기-장미잼. 이건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에서 구입했습니다. 장미향을 좋아하실 어느 분들이 떠올라서.-ㅂ-; 그 옆의 비닐봉지는 거의가 다 빵 봉지인데 기무라야의 초코코로네를 포함해 대부분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초코초로네가 깔고 앉은 것은 체다치즈맛 프레젤. 그리고 그 옆의 치즈케이크는 야마자키의 치즈케이크.-ㅠ- 무지에서 사온 다수의 짠 과자에, 웨스트에서 구입한 빅토리아(딸기잼과자)랑 겐지파이.


그리고 숫자가 박힌 것은 100% 초콜릿 카페의 초콜릿입니다. 이건 나중에 다시 소개하지요. 아마도 이번 주말에 사진 찍어 올리지 않을까 싶긔...;



카메라가 손에 익지 않다보니 찍어 올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서 카메라의 빈 자리를 느끼는군요.ㅠ_ㅠ
물론 지어 입힌 건 접니다.'ㅂ'

눈썰미 좋으신 분이라면 앞서 올린 사진에서 태공이 뭔가 입고 있는 걸 눈치채셨을 겁니다.

여행 가기 전에 문득, 겨울인데 태공이 왠지 추워보여 어깨를 덮을 무언가를 만들어 입혀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어깨를 덮는다니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케이프죠. 목도리보다 이게 더 먼저 떠오르더랍니다. 다음에는 목도리나 숄을 G에게 부탁해서..(탕!)

하여간 어깨를 덮는 케이프는 그냥 원형 도안을 만들어 270도 부채꼴로 잘라내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 가운데 부분을 도려내 한쪽 면을 자른 통조림 파인애플 같이 나옵니다. 그리기 어려운 것은 의외로 칼라 부분입니다. 칼라를 만들기가 쉽지 않더군요. 나중에 실제 만드는 과정에서도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만 적당히 얼버무렸습니다.(...)




270도 원뿔과 거기에 맞춘 칼라. 케이프 코트 패턴으로 구글에서 검색하면 마사 스튜어트의 홈페이지에서 나온 축소 패턴이 있습니다. 부채꼴 도안은 필요 없고 필요한 건 칼라뿐. 대강 둘레를 맞춰 대강 제작합니다. 여기서도 적당히 하는 성격이 들어갑니다. 하하;


원래 천은 태공이 깔고 앉은 저 천으로 하려고 했는데 남은 조각이 너무 작아서 할 수 없었습니다.



적당히 찾은 천이 이거. 그라데이션이라 아래쪽은 옅은 색, 위쪽은 진한색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오늘 아침에 찍은 거라, 반짝반짝하진 않네요. 다리고 찍을 걸 그랬나봅니다.
실제 색은 회색이 감도는 청록색에 가깝습니다. 청회색? 이걸 뭐라 부르는지 조금 헷갈리는군요. 목에 걸어 놓은 것은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파리바게트에서 팔았던 쿠키봉지에서 얻은 겁니다. 루돌프 뿔이라고 생각하시면 얼추 맞습니다. 안쪽에 보이는 건 조금 남았다는 위의 천으로 만든 바이어스 테이프입니다. 칼라와 케이프 본체를 이을 때는 바이어스 테이프를 쓰지요.

이 모든 것은 중학교 기술가정 실습시간에 배웠습니다. -ㅁ-;




이런 천입니다. 비슷한 천을 세 종류 구입해왔는데 색이 다 마음에 들어서 한 마씩 밖에 사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다음 번에 가서 다시 구입하겠다고 생각한 게 몇 번인데, 매번 교토에 바로 직행하는 바람에 오사카에 못갔어요.;




이것이 뒤태.


보시면 아시겠지만 셜록 홈즈의 케이프 코트가 떠오르는 형태입니다. 여행가면서 G에게 보여줬더니 딱 한 마디 하더군요.

"파이프가 필요해."

훗.-_-b 만든 보람이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푸와 비교하시는 분이 있을까봐.
『선계전 봉신연의』의 태공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게 옷을 입은 상태의 캐리커쳐입니다. 발목까지 오는 답답한 옷을 입고 있는 상태로 생략이 이뤄진 거라 위니 더 푸처럼 바바리맨 형태는 아닙니다.-ㅂ-;;


(여행 영수증 정리중. 앞의 몇몇 여행은 없지만 그 뒤의 것은 다 모아 놓았습니다. 아마 훑어보면 일본 물가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읍읍읍))


여행 다니는 동안은 꼭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닙니다. 거기에 시간과 행동 내용을 적어두면 나중에 여행기 올리고 일기 쓸 때 매우 유용합니다. 그리고 모든 가게에서 영수증을 받아 보관하고 모았다가 그 때 그 때 업데이트를 합니다. 그러면 가계부도 동시에 작성할 수 있지요.

수첩의 크기는 A7. 180도 펼쳐지는 수제품입니다. 제작은 당근 제가.'ㅂ'(링크) 한참 전에 만들어서 두고두고 잘 쓰고 있네요. 속지 교환도 제가 하면 되니 마음 편합니다. 후후후.

하여간 이번 글은 수첩을 보면서 떠오른 잡다한 여행 기록을 적어봅니다.


1.연휴에 여행을 가면 피곤하다.
공항버스를 성대입구에서 탔습니다. 대여섯명 정도 탔나, 그랬는데 자리가 다 찼습니다. 그래서? 서울대병원 정류장 이후로 6011번 버스는 사람을 태우지 않았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지더군요. 물론 버스를 못타면 비용 더 내고 택시를 타거나, 아니면 공항철도로 서서가면 됩니다. 하지만 여행의 시작부터 이런 일이 다가오면 당황해서 머릿속이 비게 마련이지요.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하지만 공항에도 사람이 많아서 들어가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하하하.


2.녹색창구도 사람이 많다.
미도리노마도구치라고 하지요. JR 패스 등을 살 수 있는 사무실도 사람이 길게 줄을 늘어섰습니다. 그래도 15분 정도 줄서고 끝났는데, 돌아 나오고 보니 제가 줄 선 것보다 훨씬 더 길게 줄을 섰더랍니다.
그러고 보니 일본철도-JR의 예매 시스템은 아직 윈도 3.1 같아보입니다.(...)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치면 윈도 95?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최근의 웹 기반이나 윈도 기반보다는 튼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뭐, 이부분은 철도 예매 시스템을 잘 아시는 분께 설명을 넘깁니다.;


3.N'EX, 나리타 익스프레스에서 파는 커피도 괜찮군요.
이번에는 N'EX-Suica를 끊었습니다. 5500엔을 지불하면 나리타 익스프레스 왕복권에다가 1500엔이 충전된 스이카-교통카드를 주는 겁니다. 예전에는 스이카를 JR 라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시스템 공유가 되어 그런지 사철에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처음에는 편도 1200엔하는 케이세이라이너를 탈까 했는데, 제가 도착하는 시간대에는 도쿄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없어서 중간에 갈아타야 하더랍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닛포리에서 반드시 갈아타야 하고요. 신주쿠로 직행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냥 N'EX를 탔습니다.
(N'EX 차량 보고 G는 펩시 콜라보레이션이라 했지요.)

타고서야 여기서도 이런 저런 음식을 판다는 걸 알았는데, 한정 커피가 있길래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작은 사이즈로 한 잔 시켰습니다. 300엔인데 용량은 180ml남짓? 200은 안 될 것 같군요. 아주 작은 잔이지만 커피가 진해서 마시기는 좋더랍니다. 킬리만자로 맛있어요.-ㅠ-


4.100% 초콜릿 카페, 메이지
긴자에 있는 메이지 본사에는 1층에 100% 초콜릿 카페가 있습니다. 스카이트리점에서는 이런 저런 작은 소품도 파는 모양인데, 여기에서는 초콜릿과 카페 메뉴만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리뷰하지요. 상상을 초월하는 맛의 초콜릿들이 많습니다.


5.아마존이랑 HMV 박스는 과대 포장
사진이 없으니 이것도 말로만. 진짜 과대포장이더랍니다.ㄱ-; 규정 크기의 상자만 있어서 그런 것 같긴 한데 좀 심하더군요.


6.폴 바셋 신주쿠 점
이제 폴 바셋은 노무라 빌딩 지하의 점포만 남은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갔는데 이전하고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나 싶었지요. 안쪽의 햇빛 잘 들어오는 자리에서 잠시간 노닥노닥하면서 초콜릿 팬케이크를 먹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번 여행 때 마신 커피는 다 괜찮았습니다. 심지어는 스타벅스 커피조차.; 가장 먼저 마신 것이 스타벅스 인천공항점의 카페라떼. 그 다음이 폴 바셋 카페라떼. 그리고 스타벅스 아키하바라점에서 마신 오늘의 커피,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의 N'EX 한정 커피 킬리만자로. 다 좋았어요.

그렇게 사루가쿠 다녀오지 못한 마음의 위안을..;ㅂ;


7.七十二候, 일본의 유행
트렌드라고 할까 유행이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유행이라 적었습니다. 식생활 관련 잡지나 무크지를 자주 들여다 보는데, 살펴보니 이번에 72후라는 단어를 내세운 책이 많더군요. 저도 이번에 한 권 사들고 왔습니다. 일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음력 1년을 72로 나누어, 5-6일 단위로 기후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라나요. 그러니까 한 주 단위보다 조금 더 세분한 겁니다. 음력 단위니 어떤 시기는 뻐꾸기가 울고, 어떤 시기는 벼가 패고 등등의 이야기려나. 그 시기에 맞춰 제철 음식을 해먹거나 절기를 지낸다는 등등의 생활 주기인가봅니다. 재미있네요.


8.비싼 것이 항상 맛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 케이크도 그렇고, 백화점 지하매장에서 사왔던 튀김도 그랬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한 건 가장 저렴한 가격이었던 고기감자 크로켓이었지요.
그리고 케이크는, 제 입이 보수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커피 없이 케이크를 먹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도 같이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저는 무스케이크가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전 케이크보다는 간식으로 부를 수 있는 작은 과자 종류가 더 좋아요.-ㅠ-;


9.Via Inn Akihabara
이번 숙소는 아키하바라 남쪽에 있는 비아 인 아키하바라였습니다. 트윈 2박에 23400엔이었나. 저는 할인을 받아서 22700엔에 묵었습니다. Jalan 포인트가 조금 있었거든요. 하여간 아키하바라 워싱턴이나 아키하바라 렘보다 훨씬 저렴해서 여길 골랐는데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근처에 편의점이 없고, 아키하바라 역에서 호텔에 오려면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보행자용 작은 다리(철교)를 건너야 합니다. 그래도 그 다리만 건너면 바로 호텔인데다가 역에서 가까운 것 치고 가격이 상당히 저렴했기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방도 깨끗하고, 욕실이 시스템-아마도 따로 붙여 설치한 타입이란 점을 제외하면 작지만 넓어보이는, 괜찮은 방입니다. 조식도 무료고요. 그리고 택배도 잔뜩 맡아 주었..;...
무엇보다 아키하바라는 역에 대형 무지도 들어와 있고, JR선이랑 히비야선이 둘다 있는데다 교통이 편리한 도쿄나 오차노미즈가 가깝습니다. 진보쵸가 가까운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죠.

(덕스러운 이야기는 빼자고요.'ㅂ')


10.나리타공항 제2터미널의 스타벅스
저는 제2터미널을 이용했습니다. 스타벅스는 출국층에 있었는데 여기에는 일본 각 지역의 지역 한정 텀블러와 지역 한정 머그가 있습니다.(...)
정말로요.
아니, 그럼 지역 한정의 의미가 없지 않나 싶은데, 그래도 좋습니다. 뭘 샀는지는 곧 사진 찍어서 올리지요.-ㅂ-;

(짐작하실 분이 아마도 있겠지. 하하하하하하하하.)


11.제2터미널 85번 게이트 근처의 매점
거기에는 매점이 하나 있습니다. G가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모형을 보고 홀라당 반해서 갔는데, 맥주랑 간단한 스낵(음식)을 파는 곳이더군요. 둘러보다보니 야마자키라는 메이커의 빵이 있는데, 큰 슈크림이랑 치즈케이크빵이 정말 맛있어 보이더랍니다. 일단 둘을 구입하고 메뉴를 보니 아이스크림은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아이스크림을 판다네요. 300엔. 이정도면 공항 가격치고 괜찮습니다. 콘이 와플콘이 아니라 그냥 일반 콘이라서 크게 기대하지 않고 먹었는데.
...
어머.-_-;
이 천상의 맛은 홋카이도에서 먹은 맛?; 설마 재료를 홋카이도에서 공수해왔나? 그렇지 않아도 냉동실에 있는 아이스크림은 홋카이도 제품이었지! 어헉! 홋카이도의 맛이 나는 진한 아이스크림! 어헉;ㅠ;

게다가 슈크림빵은 점심 대신 먹었는데, 이게 또 대단히 맛있더랍니다. 크림이 느끼하지 않고 뻑뻑하지 않고 아주 부드러운, 그야말로 커스터드 크림입니다. 겉은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은게 참 맛있습니다. 이야아.


혹시 이쪽 게이트를 이용하신다면 꼭 가보세요.
제목이 참 길지요. 전시회를 열었던 미술관 이름이 좀 깁니다. 三菱一号館美術館, 미쓰비시이치고칸 미술관. 이걸 들어가기 전까지 구글지도에서 찾을 때마다 매번 미쓰코시로 검색해서 헷갈렸습니다.
하여간 여기는 긴자와 도쿄역, 히비야역 근처 어드메에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니쥬바시마에(二重橋前) 역에서 가는 것이 가장 가깝다고 하네요. 앞에 올렸던 북스피어 이벤트(링크)랑 묶어도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아마 허리가 남아나지 않았을 겁니다.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은 모리미술관과 비슷한 시기를 다룬 The Beautiful전을 합니다. 일본어로는 자 뷰리후루.... 하여간 ザ·ビューティフ 英國 唯美主義 1860-1900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요. 유미주의라고는 하는데 한국에서는 아마 탐미주의라고 번역할 겁니다. 그래서 유미주의가 아니라 탐미주의로 통일해서 적었습니다.

제목: The Beautiful 영국 탐미주의 1860-1900(ザ·ビューティフ 英國 唯美主義 1860-1900)
기간: 2014. 1. 30 - 2014. 5. 6
장소: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

원래는 라파엘전파를 보려고 했던 거라 이쪽은 갈 생각이 없었는데, 전시 발표 하고 나서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였나, 그 사이에 양쪽 티켓을 묶어서 2천엔으로 할인하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라파엘전파만 1500엔이나 하니까, 500엔 더주고 그냥 탐미주의전도 같이 보자고 해서 이쪽을 선택했습니다. 둘 다 보고 나온 지금 생각하면 잘 했지요. 탐미주의전이 더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지금은 당일 관람한 티켓을 들고 가서 보여주면 다른 곳의 요금을 200엔 할인해준다네요. 라파엘전파전을 보고 당일에 탐미주의전에 가서 티켓 구입할 때 보여주면 200엔 할인을 해주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는 겁니다. 대신 다른 종류의 할인과 중복 할인은 안된답니다. 그리고 한 사람에 한해 1회 할인한다고요.
참고로 탐미주의전이 1600엔, 라파엘전파전이 1500엔입니다. 200엔이면 2천원 정도 할인되니까 상당하죠.'ㅂ'


저는 C님께 부탁해서 선행발매 티켓을 구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감사를..;ㅁ;


모리미술관을 나와 A1출구로 들어가면 히비야선으로 연결이 됩니다. 히비야선을 타고 몇 정거장 타서 히비야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에 갈 수 있습니다. 저는 방향을 헷갈려서 조금 헤맸는데 그리 멀지 않아요. 걸어서 4분이라는데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움직이는 것이 편하고, 비용도 덜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어떤 선을 타느냐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



건물 찾기는 아주 쉽습니다. 그 근처까지 와서 어디에 있나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다보니 탐미주의전을 알리는 깃발이 펄럭이는데, 그 와중에 붉은 벽돌로 지은 눈에 확 들어오는 건물이 한 채 있습니다. 주변은 전부 고층 빌딩인데 그 건물 혼자 고고하게 서 있습니다. 그게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입니다.
문제는 길에 면한 쪽이 정문이 아니라는 것. 그쪽은 출구더군요. 건물 옆을 통해 정원으로 들어와야 정문이 있다는데, 정원으로 들어가고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장미도 피어 있는 유럽풍(으로 추정되는;) 정원이 있더군요. 그 정원 안쪽에 ㄱ자 모양 건물의 입구가 있습니다.

입구에 짐을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던데 이번에도 그냥 들어갔습니다. 여기는 3층 건물인데, 들어가면 먼저 3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합니다. 3층으로 올라가 한 층을 다 보고 나면, 그 다음에는 2층으로 내려오고, 1층으로 내려오면 마지막에 관련 상품 판매소를 거쳐 밖으로 나가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그 건물 전체를 천천히 다 둘러보는 셈입니다.

원래 미술관으로 설계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작고 어두운 분위기더군요. 사람이 바글바글하면 못 견디겠다 생각했는데, 이날이 개관 당일이라 그런지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평일 낮인 것도 있을 테고요.


관람자의 대부분이 여자였다는 것도 신기하고.ㄱ-;


쓰다보니, 메모지에 순서를 기록하지 않아서 어느 쪽이 먼저인지 뒤죽박죽입니다. 공작 접시가 먼저 나왔는지, Foregone Conclusion이 먼저인지 헷갈리네요. 기억이 맞다면 접시가 먼저, 그림이 나중이었던 것 같군요. 그러니 공작 접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공작이 그려진 접시도 꽤 인상 깊었습니다.



제목을 적어두지 않아서 못 찾을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그림을 찾는 도중 발견했습니다. VAM에서 따로 전시 기획을 하면서 만들었던 페이지 같은데, Aestheticism을 다룬 페이지가 있습니다.(링크)

William De Morgan. Charger. 1888.

하여간 넓은 것이 거기에 샐러드를 듬뿍 담아도, 아니면 공작 요리(..)를 담아도 재미있겠다 싶습니다.
돌아보니 방 제목이 Art Workman입니다. 탐미주의의 시작은 역시 크래프트 운동 쪽인가보군요.

저도 이쪽 지식은 그리 깊지 않습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공장의 대량생산품에 반기를 들고 수공업craft으로 생산한 물건이 더 좋다고 주장하는 운동이 있었다는 정도만 압니다. 그런 운동의 시작점은 존 러스킨이었고, 러스킨과 관계가 있던 여러 예술가들이 참여했고, 그와 관련이 있는 부호들이 후원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지요. 라파엘전파도 이쪽과 상당히 관련이 깊다고 알고 있습니다. 양쪽에 발을 걸친 예술가들이 여럿 있었으니까요. 에드워드 번 존스랑 윌리엄 모리스가 대표적이겠지만요.


그래서인지 탐미주의전에는 윌리엄 모리스와 관련 있는 물품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게 제가 라파엘전파전보다 탐미주의전을 더 재미있게 본 이유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그림보다는 물건이 많으니 보는 재미가 더 좋습니다.


윌리엄 모리스의 데이지 벽지도 있던데 그림이 큼직큼직한 것이, 한국의 집에는 잘 안 어울리겠다 싶었습니다. 이런 건 그야말로 큰 집의 큰 벽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띠로 두르거나 해서 포인트로 써야겠지요.

로세티는 여기에도 있습니다. 걸려 있었던 것은 보르지아 가(The Borgia Family: 링크)인데 생각보다 굉장히 작습니다.


VAM의 컬렉션 설명은 조금 더 자세하네요. 테이트 미술관의 갤러리도 어차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ㅂ';



Burne-Jones, Edward Coley (Sir), born 1833 - died 1898 (maker). The Garden of the Hesperides. 1882. (링크)

그림이긴 한데 템페라화입니다. 실물을 보면 굉장히 화려합니다.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은 황금사과가 열려 있는 정원이지요. 그리스 신화에서도 몇 번 등장했다고 기억합니다. 그 왜, 세 여신의 싸움-트로이 전쟁의 시작이 되었던 그 황금사과도 이 나무 것이지요. 근데 용이 너무 귀엽게 생겼네요. 하하하.;
그림 크기가 커서, 이런 걸 걸어 놓을 정도의 집이면 얼마나 커야 하나 싶었습니다.


로제티의 그림을 두고 톤 다운이 되었다고 적었는데 어떤 그림인지 모르겠네요.-ㅁ-;


프레데릭 레이턴(Frederic Leigton)은 그림이 굉장히 취향입니다. 아무래도 테이트미술관보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쪽이 작품 검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ㅅ= 구글에서 검색해서 VAM의 주소를 달고 있는 그림을 찾는 쪽이 빠릅니다.;



Frederic Leighton, Pavonia. 1858-1859. (링크)

이 그림이었을 겁니다. 이에 이어진 것이 공작 깃털 습작인데, 이건 조지 프레데릭 와츠(George Frederic Watts)의 그림입니다. 차마 블로그에 올릴 수 없는 야릇한 그림..(읍읍읍)
Valentine Cameron Prinsep의 그림도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메모에는 남녀 구분이 안되는 묘한 그림이라고 적어두었습니다. 확실히 전 번 존스 그림이 취향에 맞습니다. 그 뒤에 나오는 자는 소녀 그림(아마도 스케치, 습작)도 부드러운 그림이라 말이지요.

로세티의 그림 중에는 그림 삽화가 아닐까 싶은 작은 판화도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메온 솔로몬(Simeon Solomon). 이 사람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글 작성하면서 검색해보니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언급된 모양이군요. 그 당시에는 검색해도 이 사람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나봅니다. 전시회에 나온 설명을 보니, 유대계 집안에서 자라 미술학교에 들어가서 두각을 나타내고 굉장히 뜨던 시점에서 동성애자로 고발을 당하고 체포됩니다. 그리고는 화가로서의 모든 지위를 상실하고 결국 구빈원에서 가난하고 쓸쓸하게 죽어갔답니다. 그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는 죄악이었지요.
왜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내냐면, 솔로몬의 그림 중 세 청년(혹은 소년)이 서 있는 그리스풍의 스케치가 있는데 굉장히 에로틱하더랍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 라파엘전파전에서 본 설명이 주르륵 떠오르더군요. 분명 이정도의 나체 그림은 그 시대에도 종종 있었는데 왜? 이렇게 보는 순간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는지.;

(테이트 미술관에서 시메온 솔로몬으로 검색해보니 이사람 확신범이지 않나 싶은게, 그림 중에 다윗과 요나단(링크), 사포(링크) 그림이 있습니다.-ㅅ-;)


줄리아 마가렛 카메론(Julia Magaret Cameron)의 세피아톤 사진(링크)은 순간 사진인지 그림인지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 허허허. 사진 맞습니다. 굉장히 아련하면서도 라파엘전파의 분위기를 잘 살린 것 같은 그런 사진이더군요.


그 다음 방에는 쟈포니즘이 있었지만 패스. 그리 기억에 남는 것은 없습니다. 그림보다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케치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일랜드의 리머릭에 있는 어느 성을 위한 벽장식이라는데, 그 뒤에 다른 인테리어 스케치를 보고서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건축하는 사람들의 그림은 참 무섭습니다. 허허허. 매우 섬세한 장식, 세밀한 그림, 거기에 채색까지. 보고서 손이 근질근질해지더라고요. 저는 이런 그림도 참 좋습니다.


Classic Ideals. 그 공간의 주제였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돌아가자는 그런 분위기?


Sir Lawrence Alma-Tadema. A Foregone Conclusion. 1885. (링크)
그림검색을 했더니 VAM이 아니라 Tate에서 나오네요. 의외로 탐미주의 전시의 그림들이 큼직큼직합니다. 이것도 꽤 큼직하고요. 그리스로마시대의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재미있네요.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아래의 의자.


원본 그림은 너무 커서 링크만 달아 놓습니다. 위의 공작 접시 링크랑 동일합니다.(링크) 그림 크기가 1.5메가나 되어서 작은 걸로 올립니다. 너무 작지만 큰 걸로 올리기는 부담 되니까요. 꼭 큰 사진으로 보세요. 실물을 보면 앉아보고 싶습니다.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아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 때 조금 많이 피곤했지요.



습작이나 대작을 위한 밑그림(study)들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앨버트 무어의 그림이나 다른 그림들도 노먼 록웰의 그림이 떠오르는, 계몽사 삽화같은 그림들이로군요. 세밀하고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고, 사진을 찍은 것처럼 특정 시점의 사진을 찍은 것 같고.



위의 링크에서도 나온 Aestheticism Movement and the Gravenor Gall. 이 주제에서 가장 깊게 남은 그림은 탐미주의 전시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그림으로 한 손에 꼽을 작품입니다.


George Frederic Watts. Love and Death. c.1885-7.(링크)

이 작품이 나올 당시 20대였던 오스카 와일드에게 찬사를 받았다는데 말입니다. 그럴만 합니다. 그림 크기가 2476-1168. 절로 올려다 볼 정도의 크기입니다. 박력이 넘치더군요. 근데 그 옆에 걸린 그림은 같은 작가의 프시케.(링크) 보통 사랑은 그리스 신화의 에로스가 상징하니까 사랑과 죽음의 사랑도 에로스라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옆에 프시케를 놓은 것은 유머로 보입니다. 남편이 저렇게 주눅들어 있다니.-ㅂ-;
프시케는 굉장히 소녀 같은 분위기라 차마 못 올리겠더랍니다. 메모에도 적었군요. 아청아청.(...)


물건 중에는 장신구도 몇 있었는데, 새의 날개를 작은 터키석을 박아 표현한 것도 재미있더군요.




Thomas Armstrong. Hay field. 1869. (링크)

바닥의 풀과 건초 때문인지, 메모에다 크빈트 부흐홀츠가 생각난다고 적었습니다. 이 그림도 상당히 큽니다. 분위기가 아련한 것이 이 그림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저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너 애 있다고 유세떠니?"라고 항의하는 이야기가 저절로 떠오르네요.


Frederic Leighton의 Mother and Child는 마음에 드는 그림파일이 안 보입니다. 테이트나 VAM이나 둘다 그림이 안 보이는데, 구글에서 찾은 그림도 그 생생함을 전하지 못하네요. 그림 보면서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어린 여자아이와 그 엄마가 같이 체리를 나눠 먹는데, 그 체리가 정말로 맛있어 보이더군요. 그림의 떡이 아니라 그림의 체리입니다.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생생함을 전하는 그림파일이 없네요. 게다가 그거 카펫 부분이 정말 보들보들해보였는데! 카펫에다가 얼마나 신경을 쓴건가 생각하면서 보았는데.;ㅁ;




William Blake Richmond. Mrs Luke Ionides. 1882. (링크)

그림인데도 얼굴에 손을 대고 싶었습니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할 것 같은, 손에 착 달라 붙을 것 같은 그런 피부. 그림인데 보고 있는 동안 그런 망상이 들었습니다. 허허허허. 게다가 허리 장식도 사진을 찍은 것처럼 섬세하지요. 지금 그림파일로 보는데도 마치 그림이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 뒤에는 에드워드 고드윈하고 휘슬러(1834-1903)가 있었는데 에드워드 고드윈이 방 구조 그린 것을 보고 홀랑 넋이 나갔습니다.


Edward Godwin. Design. (링크)
이거랑 그 옆에 있는 다른 그림(링크) 둘 다 멋지더군요. 그러고 보니 VAM의 홈페이지에서는 PDF 다운로드가 가능하네요. 하지만 받아 놓아도 다음에 볼 일이 있을까.




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Nocturne: Black and Gold - The Fire Wheel 1875. (링크)

그림을 얼핏 보고는 이게 뭔가 했는데, 보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마치 노이즈 없이 야경을 찍은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의 묘한 그림입니다. 스쳐 지나가든 보고는 모릅니다. 뚫어지게 몇 번이고 바라보아야 톤이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 멀리에는 불빛이 보이고, 어렴풋하게, 아스라히 밤 풍경이 보입니다. 그걸 밝히는 것은 오른편에 있는 밝은 불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참고로 『Papa told me』를 떠올리시면서 설마하시는 분들, 설마가 아니라 맞습니다. 저도 설마설마 하면서 글 쓸 때 확인했는데 거기 등장하는 휘슬러 맞습니다. 치세가 물었던 그림이 연작 몇 번이었는지는 잊었는데, 테이트에서는 일단 심포니 연작 2의 그림이 있습니다.(링크)



시대가 그래서 그런지, 비어즐리의 삽화도 있었습니다. 이쪽은 제 취향이 아니라 패스. 라지만 살로메의 화장(toilet of salome)은 굉장히 선이 섬세하면서 재기넘치는 그림이었습니다. 살로메가 너무 늙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죠.;


제임스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의 에칭-동판화는 섬세합니다. 보고 있으면 이게 영국, 이게 런던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런던 버클리 스퀘어 15번지인가, 그곳의 앞 라인을 그린 그림도 앞의 벽장식과 비슷하게 굉장히 편집증적인...;


My lady's chamber(링크)도 책 삽화 같더군요. 푸른 계통 옷을 입은 부인이 방에 있는데, 그 분위기가 굉장히 취향입니다. 작은 소품들이 방 안에 있는데 목퐌화가 섬세하더군요.


이쪽 방은 Art Maufacturer. 카펫디자인도 있었는데, 모눈을 기준으로 해서 그림 그린 것이 옛날에 G랑 함께 십자수 디자인 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그보다 훨씬 섬세하지요. 엡, 누가 했더라. 이것도 번 존스였던가.


하지만 보고서 폭소한 것은 다른 그림입니다.



Walter Crane의 Swan. 왜 이걸 보고 폭소했냐면,




얼마 전에 이런 쿠션을 선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걸 받고 나서 감탄했는데 그 원본 그림을 직접 보고 왔어요! 이런 우연이! >ㅁ<
그 때문에 그림 앞에서 괜히 피실피실 헤실헤실 웃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나온 것은 이번 전시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엉엉엉엉엉.


에드워드 번 존스의 포모나. 태피스트리 작품입니다. 윌리엄 모리스의 태피스트리도 궁금했지만, 에드워드 번 존스도 좋습니다. 윌리엄 모리스 Co.의 태피스트리를 본 셈이니 정말 꼼짝도 못하고 이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손이 근질근질 한 것이 뭔가 만들어야 할 것 같고 말입니다. 오필리어보다도 이 작품이 훨씬 좋습니다. 취향이 확 튀어나오는 셈이지만 그림보다는 공예품이 좋아서 그런 걸요. 영국에 가기 전에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볼 수 있다니 정말로 속으로 감격의 눈물만 줄줄 흘렸지요.


그 옆에는 윌리엄 모리스의 타일 판넬, 그리고 벽지. 이것도 볼 수 있을 지 몰랐지요.
하여간 이 작품들은 모두 큰 집을 위한 거지, 작은 집에 쓰기에는 무늬가 부담스럽더군요. 하기야 이런 걸 소화할 수 있는 재력을 가질 정도면 그 당시에도 저택을 보유하고 있었을테니까요.


그 다음 방은 오스카 와일드랑, Glorious Sunset- 대영제국의 황혼을 중심으로 다룹니다. 앨버트 무어의 그림은 이 방에 있었는데 역시 큽니다.


탐미주의전시회의 포스터 그림이기도 하지요. 생각보다 굉장히 큽니다. 벽 하나를 통째로 차지할 정도로? 정사각에 가까운 그림인데 이쪽 그림도 굉장히 좋아요.



마지막에 한여름을 걸어 놓은 것은 아마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 일겁니다. 마지막에 강렬한 한 방을 날리듯. 하여간 전 라파엘전파 전시회보다 탐미주의 전시회가 훨씬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취향의 전시물이 많아서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적기도 했고, 전시관인 미쓰비시이치고칸도 마음에 들었고요. 중간 중간 잠시 정원을 보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있었는데, 시간만 넉넉하다면 거기서 멍때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넋을 놓고 늘어지고 싶었다는 거죠. 시간 문제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다만 여기도 도록은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조명이 어두워서 도록과 색감이 다를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그래도 너무 색이 차이나다보니 고이 내려놓게 되더군요. 덕분에 지금 감상기 작성하면서는 고생하고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자초한 것을요.

탐미주의전의 상품은 물건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은 여기서도 복제 원화고, 복제 원화 가격은 기본이 다섯자리(엔)이기 때문에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엽서는 탐미주의전보다 라파엘전파전이 훨씬 많고 다양하게 있더군요. 하지만 색이 다른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형태를 기억하고 싶은 몇가지만 구입해왔습니다. 나중에 엽서책으로 만들까 생각은 하는데, 만든다고 자주 보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하하하;

그래도 6300엔짜리 윌리엄 모리스 Co. 패턴의 우산은 붙잡고 고민했습니다. 그 옆의 천도 그랬지만 단호하게 저버리고 나왔습니다. 뭘 안 산 것은 아니긴 하지만요.



일요일 오후 반나절을 홀랑 다 날려서 간신히 작성했습니다. 월요일 오전에 다시 한 번 검수하고 올리는데 그림파일을 더 많이 넣을 걸 그랬나 후회도 조금 되네요. 하지만 탐미주의전의 작품은 그림파일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테이트는 그래도 작품이 DB로 구축되어 있는데.;ㅁ;



하여간 이걸로 길고 긴 감상을 마칩니다.
전시회 두 개를 묶어 올릴까 하다가, 분량상 각각 나눠 올립니다. 지난 설 연휴 동안의 도쿄 여행의 주 목적이었던 롯폰기 힐즈의 모리미술관, 라파엘전파 전시회의 감상기입니다.'ㅂ'

-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사생활을 싫어하기 때문에 불평이 많습니다. 좋아하시는 분은 주의하세요.


제목: 테이트 미술관의 보물, 라파엘전파전(テート美術館の至宝 ラファエル前派展 英國ビクトリア朝絵画の夢)
장소: 롯폰기힐즈 모리미술관
기간: 2014. 1. 25 - 2014. 4. 6 (휴관일 없음)

일본 여행은 자주 다녔고, 도쿄도 몇 번 갔지만 롯폰기 힐즈와 마루노우치 빌딩은 이번에 처음 갔습니다. 마루노우치 빌딩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하고, 하여간 롯폰기 힐즈도 처음이지만 달랑 모리 미술관만 보고 돌아 나왔습니다. 쇼핑이 목적은 아니었으니까요.
어, 사실 시나본 매장이 있는 걸 보고 조금 땡기긴 했는데 비오는 날씨에 우산 없이 돌아다닌지라 얌전히 지하철 역으로 직행했지요.

이날의 이동 코스는 이랬습니다.

나리타공항 제2터미널 → (나리타 익스프레스 이용)신주쿠 → 도에이선을 타고 롯폰기로 이동

모리미술관은 롯폰기역 A1 출구로 나가는 것이 제일 빠릅니다.
그리고 모리미술관으로 가는 직통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어서 그걸 타고 올라가면 54층인지, 하여간 미술관까지 얼마 안 걸려 가더군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곳으로 들어가니 티켓 판매소가 있어, 미리 C님께 부탁드렸던 "두 전시회 공통 특별 선행전매권(교환권)"을 내고 티켓 교환을 받았습니다. 교환권을 내니 라파엘전파전과 탐미주의전 티켓을 둘다 주더군요.
코인로커가 있었는데 안 넣고 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다가 나중에 조금 후회했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신주쿠 도착한 것이 13시 14분, 롯폰기 도착이 13시 40분, 미술관 들어간 것이 14시 경. 나온 것이 15시 10분 쯤? 그리고 히비야 도착이 15시 36분. 타임라인 체크할 때 참고하세요. 모리미술관에서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을 갈 때는 히비야선을 타고 히비야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것이 제일 편합니다.


간단히 적은 메모에는 보기에 빡셌다고 적었습니다. 그림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는 그림 전시보다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것 같은 박물전시를 주로 보았기 때문에 그림만 주구장창 본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라파엘전파 전시는 그야말로 그림만 주구장창, 내내 보게 되더군요.
처음에는 아이패드를 들고 메모를 했는데, 중간에 제지를 받았습니다. 다른 메모할 것이 없다 했더니 직원분이 잠시 난처한 얼굴을 하더니 종이와 연필을 빌려주셔서 그걸로 열심히 적었습니다. 그분 참 귀여웠어요. 작고 또랑또랑한데다 안경이 잘 어울리시더군요.(...)


전반적으로 제가 라파엘전파전이 취향에 안 맞았다 하는 건 개인적인 감정 때문입니다. 윌리엄 모리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제인 바든을 매우 싫어하고,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는 아주 많이 싫어합니다. 그런데 로세티는 라파엘전파의 중심 인물입니다. 그림이 빠질 수가 없고, 작품도 굉장히 많이 남겼지요. 보는 내내 로세티 싫어, 로세티 그림도 취향이 아냐, 그러고 있었으니 전시회가 그냥 그렇게 보였던 겁니다.ㄱ-


거기에 라파엘전파의 그림은 대체적으로 계몽사에서 나온 『세계의 명작』(이었나;;;) 시리즈 삽화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비단과 같은 반짝이는 천을 강조하고 천의 질감을 표현하며 중심이 되는 장면을 중점적으로 묘사한 것이 많아요. 아닌 것도 있지만 정말 몇몇 그림은 어렸을 때 보았던 그 전집의 그 삽화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래의 그림들은 검색하다보니 테이트 미술관에서 전부 제공하는 군요. 용량이 증가하겠지만^-T 일단 테이트 미술관에서 그림을 빌려오겠습니다. 관련 설명도 들어가서 보시면 되어요. 저는 감상만 적으면 되겠군요.)



Ford Madox Brown. Chaucer at the Court of Edward III 1856-68. (링크)
에드워드 3세 궁정에서 흑태자가 45세 생일을 맞아 시를 낭송한다였다나, 제목을 보니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나 다른 이야기 중 한 대목이 아닌가 합니다. 링크 들어가서 설명 보시면 아실 테고, 그림 자체가 하나의 소설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Arthur Hughes의 성 아그네스 전야(링크)는 세 그림으로 구성되었는데 카라바조였나, 그 야경꾼이라는 그림이랑 비슷하게 빛 쓰임이 재미있더군요. 중요한 부분에만 환하게 빛을 비추는 그런 그림이더랍니다.



Sir John Everett Millais, Bt. Mariana 1851. (링크)
이 그림도 라파엘전파 그림 중 꽤 유명하지요. 존 에버렛 밀레이의 마리아나입니다. 저 여자 이름이 마리아나이고, 약혼자에게 파혼을 선언 당하고 자수를 놓던 도중 슬퍼하는 내용이랍니다. 그림이 굉장히 섬세하더군요. 사진으로는 안보이지만 입고 있는 벨벳 질감의 옷이, 옷이! ;ㅁ; 게다가 옆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그러고 보면 오필리아도 밀레이의 작품이더군요.



Sir John Everett Millais, Bt. Ophelia 1851-2. (링크)
두말할 나위 없이 유명한 그림입니다.
실제보면 굉장히 화사하고 어두운 그림입니다. 물에 잠겨가는 오필리아 손에는 색색의 꽃이 들려 있고 그 옆의 흰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흰색 꽃이 그리 보이니 추모하는 것 같은것이. 근데 식물의 그림은 역시 계몽사 전집 삽화 같아요.(...)




William Morris, La Belle Iseult 1858. (링크)
윌리엄 모리스가 남긴 단 하나의 이젤화입니다. 당연히 모델은 마누라. 굉장히 얼굴이 남성적으로 그려졌는데, 뒤에 나올 로세티의 페르세포네와 비교하면 같은 사람인 걸 알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ㅂ' 솔직히 그림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선이 굵고 진한 그림이라. 하지만 배경의 세밀함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가 이쪽 장인 아니랄까봐 이리 섬세하게 그려놓다니.;;


여기까지가 첫 번째 방이었는데 주제가 뭐였는지는 적어 놓지 않았고, 두 번째 방의 주제는 종교입니다.



Sir John Everett Millais, Bt. Christ in the House of His Parents ('The Carpenter's Shop') 1849-1850. (링크)

보고서 속으로 폭소한 그림. 어떤 의미에서는 이 전시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으로 한 손 안에 듭니다. 붉은 머리의 미소년 예수님께 홀딱 반했다고 해두지요. 그날 적어둔 메모를 보면 ㅋㅋㅋㅋㅋ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습작으로 그려둔 스케치(링크)도 있는데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오른쪽의 소년이 세례자 요한이라더군요.
(『성스런 형님들』을 아시는 분은 그 만화의 예수와 여기의 예수를 비교하세요. 크흑. 눈물이 절로 나옵니다.)



그 다음에는 포드 매독스 브라운에 대한 메모가 있는데, 크리스마스 엽서 같은, 유화인데 부드러운 그림이라 적었네요. 뭘 보고 그랬지?;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의 그림인가?;
..라고 쓰고 테이트 미술관 갤러리를 확인하니까 리어왕과 코델리어(링크)를 보고 그리 적었더랍니다.




Ford Madox Brown. Jesus Washing Peter's Feet 1852-6. (링크)
예수님이 베드로의 발을 씻어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유다는 뒤쪽 맨 왼쪽에 있는 남자라네요. 이 그림에 대한 메모도, 수염 깎으면 미청년이 될 예수.
자네....; 그림 감상을 그렇게 하면....;
하지만 그런 감상을 적을 수 밖에 없는게 뒤에서 부러운 듯 바라보는 청년은 예수를 열렬히 따르는 청년 요한이라 설명에 나와 있었거든요. 하하하;




Dante Gabriel Rossetti. Ecce Ancilla Domini! (The Annunciation) 1849-50. (링크)
수태고지라는 제목으로 많이 알려진 그림입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임신할 것임을 알리는 것이 수태고지의 내용인데, 설명을 읽어보니 이 그림은 굉장히 많은 비난을 받았답니다. 움츠러든 마리아의 모습 때문이라던가요. 한데 생각해보면 저 당시 마리아는 굉장히 어립니다. 이미 혼약자가 있고 그 때는 나이상 성인 대접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메모를 저 파란천 보고 있으면 병원 같다고 적었네요. 수술실의 칸막이 같은 분위기라 그랬나봅니다.


성 카트린(링크)은 작지만 섬세한 그림, 혹은 작아서 뭉개진 것 같은 분위기의 그림이고..
수도원의 사색은 펜 그림인데 집에 걸어 놓아도 예쁠 것이라 적었습니다. 이쪽은 그림을 못 찾았습니다.





William Bell Scott. The Eve of the Deluge 1865. (링크)
대홍수 전날. 실제 보면 굉장히 야한 느낌의, 관능적인 그림입니다. 이것도 삽화 같은 분위기더군요. 그것도 인도풍.;



3번째 방은 풍경화인데 풍경은 그닥 취향이 아니라 거의 건너 뛰었습니다. 다만...




William Holman Hunt. The Haunted Manor 1849. (링크)
황폐한 장원이라. 저 어드메에서 케르베로스가 뛰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아 보입니다.ㄱ-; 저런 그림을 집에 걸어 놓으면... 으으으으음.;


풍경 그림 주에는 지나치게 사진 같은 것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그림이 사실적이라 어떻게 보면 밥 로스 아저씨의 "참 쉽죠?"나 퍼즐로 자주 나오는 풍경 그림 같은 것이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이발소에 걸어 놓을 것 같은 그런 그림.;




George Price Boyce. A Girl by a Beech Tree in a Landscape 1857. (링크)
빨강머리 앤이 떠올라서 그런지 애들 방에 걸어 놓으면 상상력이 자극되겠다 싶습니다. ... 공포소설 중에도 종종 등장하죠. 저런 그림에 빨려 들어가... (거기까지)




William Davis. A Day's Sport at Bidston Hill c.1865. (링크)
그러니까 황야 같은 분위기인데, 잘 찾아보면 약간 섬뜩한...; 그러니까 낮동안의 스포츠=사냥을 그린 그림입니다.



네번째 공간은 근대 생활.
밀레이가 그린 Wyatt Jr. 부인과 그 딸(링크)은 얼굴이 조금 이상해 보입니다. 그나저나 부인이 검은 옷을 입어서, 그림 그리기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도 조금...;

포드 매독스 브라운의 그림 중에는 미완성 작 같은 것도 하나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왠지 클림트나 뮈샤 같던데.(링크) 제목이 "당신의 아들이에요!"라니. 상당히 독특하더군요.

이 공간에 있는 그림은 대체적으로 미국 그림 같더랍니다. 미국의 근대 일상 생활을 그렸던 유명한 화가가 있었는데 누구더라.;ㅁ; 식사하는 장면도 자주 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화가라기보다는 일러스트레이터 이미지에 가까웠는데. ... 아.-_- 노만 록웰.; 그런 이미지의 그림이 많았습니다.



다섯번째 공간은 시적풍경.
자아. 슬슬 지쳐갑니다. 여기는 로세티의 그림이 많습니다. 이름부터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잖아요. 단테를 그렇게 좋아했다는군요. 베아트리체도 많이 보이고 단테 자체의 이미지도 많습니다. 라헬과 레아(링크) 같은 그림도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그림이 작고, 약간 번진 듯한 느낌에 어두운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취향에 안 맞았어요.
로세티의 모델 중에는 시달이라는 여자도 있습니다. 로세티의 부인이라는데, 분위기가 왠지 닮았습니다. 시달이 있는데 제인은 웬말이냐 싶겠지만, 시달도 로세티의 모델을 섰다가 결혼했는데, 딸을 사산한 다음해에 아편 과용으로 사망했답니다. 시기를 보니 제인과 사귄 것은 그 이후의 일 같더군요. 혹은 그 막판에 겹쳤을 수도 있고. 나중에 확인해보면 되겠지만 일부러 찾아볼 생각이 안듭니다.


여기서 드디어 에드워드 번 존스의 그림이 나옵니다. 라파엘전파 그림 중에서는 번 존스의 그림이 가장 취향이고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메모에도 희희낙락한 기록이 남아 있네요. 가장 먼저 나온 Clerk Sounders(링크)는 뭔지 잘 모르겠고. 찾아보니 월터 스콧이 쓴 시인가봅니다. 그쪽을 좋아해서 번 존스가 많은 작품을 남겼다네요.
클라라 폰 보크(링크)의 치마자락은 아주 생생했습니다. 천 패티시라는 메모까지 적었네요.

로세티의 그림 중 장미 이야기(링크)나 성배 이야기의 장면(링크)도 생각보다 그림이 작습니다.



여기서 잠시 쉬어가는 방. 5번방 다음에 나온 곳에는 각 화가들의 일생에 대한 간략한 기록과, 모델들의 이력(!)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화가들은 흑백사진으로 소개했는데, 확실히 로세티와 모리스는 생긴 타입도 다르더군요. 성격도 굉장히 달라 보입니다. 로세티는 남부계 혈통일 것 같은-딱 바이런 같이 생긴 얼굴이고, 모리스는 그보다는 좀더 중후하게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애인형과 남편형으로 나누어 부를 수도 있겠네요.(...)

메모에 유페미아 그레이가 대단해라고 썼길래 누군가 했더니, 존 러스킨의 부인이었던 Euphemia(Effie) Gray입니다. 유페미 그레이라는 것 같군요. 러스킨과 결혼해서 잘 살다가 러스킨이 후원한 화가 밀레이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는 이혼 후 밀레이와 결혼하여 40년 동안 해로하고, 그 사이에 4남 4녀를 두었답니다. 대단한 여인네로군요.-ㅁ-/




메모에는 조지아나 맥도널드도 취향의 여인네라고 적었는데, 나와 있던 초상화, 위의 그림은 조지아나의 제부인 에드워드 포인터가 그린 거랍니다 남편인 번 존스가 바람을 피워서 문제가 되었으니, 번 존스도 이제 제게 찍혔군요. 하하하하하. 그렇게 소심하게 행동할 거면 왜 바람을 피워! -_-;
이건 테이트 미술관에 없는 거라 슬쩍 위키피디아의 사진을 빌렸습니다.



6번째 공간에 들어갑니다. 체력이 확 떨어지네요. 그림이 많으니 참 힘듭니다.;




Dante Gabriel Rossetti. Sancta Lilias. 1874 (링크)
로세티의 작품 중 성스러운 백합이란게 있는데, 보니까 꽃창포 같습니다. 릴리는 아닌 것 같은데..? 이것도 릴리였나? 금판에 목을 붙인 것 같은 느낌도 드는 묘한 그림이네요. 로세티의 미인은 대체적으로 드세 보이는데다가 붉은 머리인게 특징입니다. .... Anne..?



7번째 공간은 상징주의.
번 존스가 그린 사랑의 신전(링크)은 미완성 작 같아보입니다. 옷자락이랑 인체 뒷모습은 상세한데 대강 그려 놓고 만 부분이 많네요.

나머지 부분은 다 건너뛰고, 이 전시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으로 꼽는 것이 맨 마지막에 걸린 에드워드 번 존스의 사랑과 순례자입니다.



Sir Edward Coley Burne-Jones, Bt. Love and the Pilgrim 1896-7. (링크)

1896년부터 1897년에 걸쳐 그렸다고 나오지만 설명에는 20년 가까이 구상했다고 나오네요. 그래서인지 테이트 미술관에도 이 그림과 관련한 study, 즉 밑그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림의 내용 자체는 제프리 초서의 장미 이야기에서 연유했고, 번 존스가 옥스퍼드 다닐 때 읽었다는군요. 그리고 죽기 직전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대작이라는군요. 실제 보면 그림도 굉장히 큽니다. 링크의 그림 설명을 보면 1575-3048이라는군요. 하하하; 3미터짜리...;
인상에 아주 깊게 남았습니다.'ㅂ'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코스. 상품이 있지요. 하지만 여기서도 실망했습니다.
도록은 그림만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라파엘전파의 성립과 전개, 그리고 각 화가의 일생을 아주 세밀하게 다룬 것 같더랍니다. 문제는 글이 주라 그런지 그림은 상대적으로 작게 실렸고, 도록에 실린 그림의 크기와 실제 그림의 크기는 전혀 비율이 다릅니다. 어떤 건 작은 그림임에도 크게 실려서 그림이 뭉개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제가 마음에 든 그림 중에는 작게 실린 것도 있는데다가, 색감도 상당히 차이납니다.

그러고 보니 모리 미술관은 전시공간이 상당히 밝더군요. 그걸 보고는 이게 복제화가 아닌가 잠시 의심을..(응?) 대개 그림 전시를 할 때는 조도를 낮추니까요. 아마 그림의 특성상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만, 수채화 종이 같은 경우엔 장시간 높은 조도의 빛에 노출되면 종이가 열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여기는 상당히 밝았거든요.

아, 링크의 테이트 미술관 갤러리에 보면 이번 전시회로 출장 나온 그림은 아래 On loan to Mori Arts Centre (Tokyo,..)라고 회색 줄이 한 줄 들어 있습니다. 테이트 미술관에 전시중인 그림은 노란 줄이 들어갔네요.


도록도 그랬고, 다른 상품도 손이 가는 것이 없었습니다. 잔은 많이 기대했는데, 라파엘전파 분위기의 잔은 아니었고 이보다는 차라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있었던 V&A 전시회 때의 웨지우드 잔이 더 취향이더랍니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잔이었지만 취향이 아니었지요.
그리하여 엽서만 11장(장당 150엔) 구입하고 나왔습니다.

이걸로 전시회 감상은 끝!






(글 작성하는데 4시간 가까이 걸리고, 검토하는데도 한참 걸렸다는 슬픈 이야기가..ㅠ_ㅠ)


(G의 카메라를 빌려 찍은 사진. S630에 맞춰 액션설정한 걸 돌렸더니, 여기서는 폰트가 지나치게 작게 보이네요. 왼쪽 하단에 무진장 작게. 지금 현재의 모습입니다.)


이번 여행은 참 우여 곡절이 많았습니다. 이번이 20번째인데(-ㅁ-) 쓰면서도 참 민망하네요.
이 중 가장 긴 여행이 아마 일주일 정도였나. 두 번째 여행이 그랬을 겁니다. 그 다음은 부모님이랑 같이 갔던 가족여행이 아마도 6일. 그 외에는 길어야 5일, 대개는 4일 내외의 짧은 여행이 많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여러 번 여행을 다녀보니 5일쯤 되면 아슬아슬하게 향수병이 옵니다. 하하하하.


원래대로라면 이번 여행은 12월 말, 크리스마스 즈음에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6월에 계획 단계에서 엎어지고, 1월 말로 다시 일정을 조정해 항공권이랑 숙소 예약을 했더니 11월 말에 뜬금없이 일이 생기는 바람에 다시 엎어집니다.

문제는 1월 말 여행의 목적 중 하나가 굉장히 중요했다는 겁니다. 뭐냐면, The Beautiful(탐미주의)이랑 Pre-Raphael(라파엘전파) 전시회를 보려고 했거든요.(링크) 10월에 이 소식을 접하고 나서는 바로 도쿄 일정을 추가했으니 말입니다. 둘다 영국이 아니면 보기 힘든 작품이고, 한국에는 들어올 가능성이 한 없이 낮고. 제 영국 여행은 아마 은퇴 후-30년 뒤에나 가능할 일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봐두자고 했습니다.

그랬는데 1월 말 일정이 날아가면서 전시 관람도 함께 날아갑니다. 전시회 시작은 1월 25일(라파엘전파), 1월 30일(탐미주의). 가려면 주말 밖에 없고, 평일은 시간을 거의 못냅니다. 연휴 기간에는 항공권이 비싸고 3월이 넘어가면 제가 또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라파엘전파는 4월 6일에 전시가 끝납니다.
이 모든 조건을 조합하니 2월 둘째 주쯤 금요일껴서 2박 3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11월 말에 1월 말 여행 엎어지고 바로 확인했더니 설 연휴 항공권은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랬는데 12월 말, 여행박사에 별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설 연휴 항공권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하루 쯤 고민하고 바로 예매 들어갑니다. 인천-나리타 왕복이었지요.

그리고 1월 둘째 주쯤인가. 업무 스트레스를 받던 G가 같이 가겠다고 선언합니다. 같은 항공권을 더 비싸게(...) 주고 구입해서 같이 다녀왔지요.
하지만 이번 여행도 따로 또 같이 여행이었습니다. G는 도쿄역에서 내리고 저는 신주쿠에서 내려 첫날 전시회 관람을 끝냈습니다. 둘째 날은 북스피어의 에도 걷기 이벤트를 먼저 해결하고 그 다음에는 자유 일정이었지만....(먼산)


이번에는 체력의 한계까지 걷는다는 것을 시험했습니다. 여행 가기 직전, 그리고 항공기 안에서도 쑤시던 다리는 엄청난 운동량을 견디지 못해 결국 통증 자체가 사라지는 현상을 보이더랍니다. 이야아아. 멋져요.-_-;
그리고 전시회를 하루 두 개 본다는 무지막지한 일정도 소화했습니다. 저는 진득하게 보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에 보통 전시회 하나는 1시간 내외로 봅니다. 조금 길면 1시간 20분 남짓. 어떤 의미에서는 영화 관람보다 전시회 관람이 더 피곤합니다.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태공이 깔고 앉은 것이 관람 메모입니다. 시험보는 것도 아닌데 감상 메모는 항상 빽빽이를 하게 되더군요.


하여간 이번 여행의 목적은 크게 네 가지였는데, 하나는 달성하지 못하고 나머지 셋은 다 이루었습니다.

1.탐미주의와 라파엘전파 전시회 관람
2.북스피어 에도 이벤트를 위해 황거 한 바퀴 걷기
3.아마존에서의 물품 수령
4.다이칸야마의 커피점 방문


4번만 빼고 다 했습니다. 4번은 커피점이 문을 안 열었더라고요.


자아. 사진이 없으니 어떤 의미로는 편하네요. 가장 먼저 올리는 것은 여행 정리, 그리고 그 다음에는 전시회 관람기를 올리겠습니다. 전시회 관람기는 그림도 같이 올려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모리미술관의 라파엘전파 전시(테이트 미술관)보다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의 탐미주의 전시(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쪽이 훨씬 더 취향이었습니다. 훨씬의 규모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해두지요. 탐미주의 전시는 한 번 더 보러 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무리죠.....; (정말로?)
설도 지났으니 액땜이라면 액땜인데.....

카메라를 분실했습니다. 추정하는 분실 위치는 아마도 돌아오는 항공기 안. 과연 찾을 수 있을지? -ㅂ-/


의외인 것은 담담하다는 겁니다. 조금 불편하다는 것 외에는 별로. 감흥이 없군요. 사진을 남기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만약 어제 황거 여행기를 올리기 전이었다면 조금 많이 열 받았겠지요. 하하하;
이 이야기는 출판사 북스피어 블로그인 위풍당당 북스피어의 의기양양 편집부에서 시작됩니다. 미미여사로 통칭되는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웬만해서는 전부 구입해서 보는데, 마침 미미여사의 에도 여행기가 나온다지 뭡니까. 당장에 구입하리 생각하고 있는데 출판사에서 이런 이벤트를 하더군요.

마감을 어긴 대역죄인, 5대 출판사를 조리돌려 죗값을 치르게하라.(링크)

오오오오오, 재미있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덕 순례여행(...)도 하는 판인데 아예 코스까지 자세하게 일러준 이런 여행기를 안 따라갈 수 없지요. 일단 책을 보고 그 중에서 적당한 것을 골라 쫓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일단 책을 구입합니다. 한 장씩 야금야금 읽어가면서 어떤 것을 하나 고민했지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여행 기간이 짧았거든요. 원래 딱 하나의 목적으로 2박 2일에 가까운 2박 3일 여행을 가는지라 시간 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도쿄 내에서 돌 수 있는 것 중 시간이 덜 걸릴 것 같은 걸 고르니 후카가와 주변의 7대 불가사의도 괜찮은데, 여길 가면 무사히 하루 혹은 반나절 만에 일정을 끝내고 나올 자신이 없더랍니다. 이전에 그 근방의 호쿠사이사보라는 찻집에 갔던 걸 떠올려보면, 은근 취향인 장소가 많아서 홀라당 넘어갈 것 같았거든요.; 게다가 근처에 스카이트리도 있을 테고.
고민하다가 암전히 포기하고 황거 한 바퀴 돌기를 선택했습니다. 그 장에서는 하룻동안 천천히 돌지만 저는 이미 정보를 듣고 알고 있었습니다. 황거 한 바퀴가 딱 5km라고요. 이번 여행의 빌미(...)를 제공한 모님께 들은 이야기였습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여기를 조깅하는 사람도 많다나요.

5km면 길지 않습니다. 물론 체육관의 런닝머신 속도이긴 해도, 최대 속도로 놓으면 6.2km는 훨씬 넘습니다. 그 정도 속도라면 사진을 찍으면서 걸어도 두 시간은 안 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리고 이런 얄팍한 생각으로 여행 둘째날은 황거 한 바퀴를 돌기로 합니다.

다만 평일이라 사람들이 많을 것 같으니 기왕이면 새벽에 돌자고 생각합니다. 숙소에서 6시 반에 나와 도쿄역으로 이동해 보니 어디거 어딘지 헷갈리는군요. 아이패드로 구글맵을 찍어 위치를 고민하며 움직입니다. 여행 가기 전에 미리 표를 만들어 필수적으로 확인해야하는 장소를 적어온 보람이 있습니다. 출발지가 교통회관이었네요. 근데 여기는 도쿄역에서 움직여서 찾기는 어렵습니다. 하하하.



行幸길이라는 곳을 따라 황거앞 공원을 찾아 나오니 이런 해자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마음의 눈으로 보시면 오른쪽 어드메에 백조 두 마리가 있을 겁니다. 이 백조가 설마하니 『에도여행기』에 나오는 그 백조는 아닐 테고요. 손자의 손자의 손자쯤으로 해둡니다. 그게 이미 20년 가까이 전의 글이잖아요.(헉!)

그러고 보니 황거 한 바퀴를 선택한 이야기가 여러가지 있었지요. 거리가 얼마쯤 되는지 대강 알고 있었다는 것. 시작과 끝이 확실하다는 것, 길을 찾기 쉽다는 것. 그리고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간인데다가 황거는 단 한 번도 가본적이 없다는 것. 일본 여행은 여러 번 다녔지만 황거는 단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아니; 생각해보니 성은 들어간 적이 전혀 없군요. 이야아. 여행 취향이 이런 곳에서 들통납니다.


하여간 고개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던 것은 저 분위기 때문입니다. 역광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왼쪽은 높은 빌딩, 해자 건너편은 숲. 그런 극과 극의 모습이 참 신기하더군요.




해자 건너편의 높은 건물들.




그 길 건너편.




그 사이의 길. 저 길을 따라 가면 도쿄역입니다.


음, 사진만 봐서는 방향이 조금 헷갈리지요? 하여간 해자를 따라서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갑니다. 시작점은 교통회관, 그리고 그 앞의 바바사키몬입니다. 찾으러 가야지요.
해자를 오른쪽에 두고 내려가니 얼마 안있어 바바사키몬이 보입니다. 구글맵으로 몇 번 확인하니 이 건물이 교통회관이로군요.




...
아마 맞을 겁니다...?;

시간이 이르기도 하고 어차피 들어갈 생각은 아니었으니 출발점을 찾아봅니다.(사진 찍은 시각이 오전 7시 9분.)




오오. 이런 주변 지도가 있군요. 이런 거리 지도가 군데 군데 있어 좋았습니다. 초반에 길이 헷갈릴 때도 이걸 보고 방향을 잡았지요.




지도를 찍고 보니 바로 오른편에 이런 기둥이 있습니다. 바바사키몬. 으흑. 한자를 읽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나중에 보고 알았지만 각 문마다 이렇게 푯말이 있습니다. 근데 『에도여행기』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지요. 보니까 그 이후에 나중에 치요다구에서 조성한 모양입니다. 그건 나중에 다시 설명하지요.




화살표를 보면 니쥬바시는 왼쪽이랍니다. 제가 나온 역이 니쥬바시마에역이었던가요. 음, 헷갈립니다.
하여간 이 안쪽에 니쥬바시가 있고 그 부근이 공원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개를 데리고 아침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것도 개 종류가 다 달라요. B님은 아마 굉장히 좋아하실 겁니다. 후후후훗.




여기서는 잘 안 보이는군요. 이거 아침 노을입니다. 저녁 노을이 아니예요.ㅠ_ㅠ
앞쪽에 보이는 흰색 다리와 뒤에 보이는 회색 다리가 겹쳐 보여서 이중다리라고 『에도여행기』에 나옵니다. 근데 이렇게 봐서는 잘 모르겠지요. 나중에 다시 나옵니다.




초반에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 찍어댑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뭔지 알게 뭔가요. 건물 이름이 꼭대기에 크게 박힌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눈 앞의 건물은 확실히 이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팔래스 호텔. 통조림(!)으로 유명한 호텔입니다.
...
진짜로 그렇게 믿으시면 안됩니다.
작가를 객실에 가둬 원고를 토해내게 만드는 무서운 호텔이라는군요. ... 진짜 믿으시는 건 아니지요?



메모한 것을 보면 그 전에 사카시타몬과 이시오토시를 보았어야 했는데 못챙겼네요. 하하하.;; 시작점에서 조금 많이 헤매서 그렇습니다.(먼산)




책에도 나옵니다. 이 부근의 해자는 높이 차이가 2미터 남짓이라고요. 확실히 가깝게 보입니다. 그럼 깊은 곳은 얼마나 깊기에 그런 말이 나오나 했는데, 깊은 곳은 마치 어디 산골짝 계곡 같은 느낌입니다. 나중에 다시 나옵니다.




오테몬.
기쿄보리해자도 빼먹은 셈인데, 해자이름은 안나왔더군요. 각 문의 이름만 적어 놓았나봅니다. 걷는데 바빠서 사진 찍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보면 오른쪽에 문을 잡고 있는 여자분이 보이지요. 들어가시더랍니다. 그 뒤에도 중년과 청년의 남자분 둘이 들어갔고요. 아마도 내부에서 근무하지 않나 싶습니다. 황거를 둘러보는 일도 있을테고. 그러고 보니 일본 왕실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도 내부에 있지 않을까요? 바깥에서 근무하려나?




이렇게 지도를 보면 제가 얼마나 왔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커브를 도는데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아주 익숙한 냄새. 이건 시골 냄새로 흔히 불리는 외양간 냄새입니다. 그렇습니다. 여기는 도쿄 한 복판, 게다가 황거 옆인데 왜 화장실 악취도 아니고, 약간은 구수한 듯한, 약간은 사람의 비위를 상하게 만드는 묘한 냄새가 나는 걸까요.




보니 이 동상 주변에서 냄새가 나는데 화단 조성중이더랍니다. 그 화단에다가 비료를 부었더군요. 짙은 초콜릿색의 고운 무언가가 화단에 있더랍니다. 겨울이니까 봄을 대비해 화단도 준비하나봅니다.
그나저나 이 분은 누구신지. 책에 언급이 있던가요..? ;ㅁ;




중국분인가요?;




해자를 오른편에 두고 계속 걸어올라갑니다. 저 앞에 다리가 보이는 걸 보니 또 새로운 문이로군요. 완만한 커브를 따라 도는데, 그렇다면 이 근처에 마루베니 빌딩이 있어야 하지만 알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무작정 걷습니다. 벌써 이다바시가 멀지 않군요.




이게 히라카와몬인가봅니다. 읽는 법은 없지만 때려맞추는 거죠.;





지도에서는 이미 출발점이 안 보입니다. 꽤 걸었나봅니다. 이 때가 7시 47분.
헤맨 시간을 생각하면 한 30분 정도 걸었나봅니다.




이미 여기 올라오기까지도 살짝 오르막입니다. 사진 오른편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찍혔는데 황거 주변 도로가 조깅으로 유명한가봅니다. 정확히는 조깅이 아니라 마라톤 혹은 장거리 달리기 연습용 코스인가봅니다. 공식 코스가 아니라 입소문으로 알려진, 그런 코스 말입니다. 아침 시간에는 달리는 사람이 굉장히 많더군요. 제가 걷는 동안 만난 사람을 헤아리면 세자릿수는 될 것 같습니다.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마라토너도 있어 보이고, 단순히 조깅하는 사람도 있고, 주변 학교의 운동부로 추정되는 어린 학생들도 보입니다. 운동부라 생각한 건 남녀가 섞여서 같이 뛰었기 때문이지요.-ㅂ-;

그러고 보니 사진을 안찍었나요. 이 다리가 다케바시입니다. 다른 다리와는 달리 꽤 크더군요.



이쪽이 아마 구단시타 지나서인 걸로 기억하는데, 황거 북쪽편일겁니다. 오르막을 따라 돌다보니 오른편에 도쿄근대미술관이 있네요. 이 주변은 온 기억이 전혀 없어서; 이런 건물이 황거 주변에 흩어진 것도 이번에 돌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자아. 앞에 시작할 때 해자의 높이 차이가 2미터 정도라는 언급이 있었지요. 이쪽은 이미 황거쪽이 훨씬 높습니다. 앞보다 두 배 이상이 되었지요. 토대를 쌓은 돌의 크기는 동일하니 그 높이가 대강 짐작이 가실 겁니다.




이쯤되면 굉장히 위압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라, 이보다 더 위압감이 느껴지는 곳이 있습니다. 그건 뒤에 나오지요.





여기가 기타..? 죄송합니다. 못 읽습니다.;
하여간 이쪽 문이 동쪽 정원으로 들어가는 길이라는데, 월요일과 금요일이 쉬는 날이라 닫혀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모든 문에는 최소한 한 명씩 경비담당자가 있더군요.




이쪽은 관청가와 이어지는 문으로 추정되는데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 하여간 이 바로 앞에 기둥이 있던데,




 이건 무슨 문일까요. 겐몬?;
그리고 여기부터는 갑자기 해자가 없어집니다. 해자 대신 도랑 같은 것이 있고, 높은 돌담 벽이 있습니다. 그러니 황거가 그나마 가깝게 있는 구간에 해당되네요.




이것도 무슨 대사관 같긴 한데 말입니다. 설명이 있을 법한데 길 건너편에 있어서 확인을 못했습니다. 그나저나 이 풍경만 놓고보면 도쿄 한 복판이라 생각하기 어렵군요.;





오르막을 따라 걷다보니 이런 문구도 나옵니다. 달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주의. 보도는 달리는 사람들만 쓰는 것이 아니니 보행자들에게도 신경써달라는 내용입니다. 하기야 뛰는 사람들이 있으니 걷다가도 조심하게 되고 조금 위축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마치 걷는 사람들이 장애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받는거죠. 물론 제 개인적인 경험이니 모든 사람이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하여간 여기를 보면 바로 옆에 담이 보이지요? 저게 황거 담입니다.




왼쪽이 담이 끝나고 해자가 다시 시작되는 부분. 저 해자를 보면 해자가 강처럼 보일겁니다. 오른편이 황거 옆 길이고요. 맨 왼쪽이 돌담, 그리고 울타리. 그리고 해자. 이걸 보면 해자가 아니라 운하 같아보입니다. 그정도로 규모가 크지요. 앞서 2미터 높이의 돌담 해자, 그 뒤의 높은 돌담과 해자, 그리고 언덕배기와 해자. 여기가 앞서 높은 돌담과 해자보다 더 박력있게 느껴집니다. 이 사진만으로는 감이 안오지요.




그리고 오르막의 정점을 찍은 이 부근에 영국 대사관이 있습니다. 저게 영국대사관이더군요. 이것도 앞서의 건물과 마찬가지로 도쿄 안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낯선 풍경입니다. 놀란 것은 저게 영국대사관이고 부지가 엄청나다는 것. 이야아아....; 그냥 영국 내 저택이라고 해도 그냥 믿을 것 같아요.




이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영국대사관 길 건너편에 있는 것이 지도리가후치공원입니다. 한창 이것저것 조성중이던데. 고양이가 많다고 하더니만 제가 갔을 때는 한 마리도 안 보였습니다. 아침이라 그랬을까요. 길고 좁은 공원이지만 나무도 많고 벤치도 많습니다. 운동하다가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나옵니다. 역사와 문화의 산책로. 이런 걸 조성하면서 아까 앞서 보았던 기둥을 세운 모양이더군요. 쇼와시대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곳들에 이렇게 표식을 남긴 모양입니다. 옆에 설명이 나와 있지만 패스.; 걷는 것이 바빴으니 사진만 찍고 넘어갑니다. 이 때가 8시 10분.





옆에는 지도리가후치 공원의 유래가 있습니다.




지도리가후치 공원을 지나면 슬슬 도착점이 가까워짐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저기 멀리에 출발점에서 보았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거든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디 계곡을 보는 것 같은 풍경입니다. 해자가 아주 깊고, 그 사이의 언덕은 넘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정말 이건 단순한 해자가 아니라 운하 혹은 강처럼 보입니다. 건너려면 배가 필수예요.




앞서 보았던 문을 떠올리며 이 공간의 규모를 떠올리시면 대강 감이 오실 겁니다. 갑자기 해자가 넓고 깊고 무섭게 보입니다. 출발지의 해자는 빠져도 그럭저럭 살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는....;
(실은 저, 물을 굉장히 무서워합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걸어가다보니 여기는 요츠야. 호오. 앞에 보이는 것이 국립극장이로군요. 서울의 국립극장이 어디에 있던가 잠시 생각하다보니 남산 아래에 있었네요. 여기는 황거 옆, 요츠야. 하기야 황거가 워낙 크다보니 황거옆이라고 해도 범위가 넓군요.




도쿄가 아닌 어딘가라고 해도 믿을 많큼 분위기가 다릅니다.



여기에 우물이 있었고 그게 이름난 물,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약수 같은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하기야 한국의 약수와 일본의 명수는 조금 의미가 다른 것 같은데. 하여간 그런 우물이 있었다는 것도 지요다구 교육휘원회에서 안내문을 달아 놓았습니다. 음.; 교육위원회에서 이런 일도 하는군요.




아, 저 멀리 고지가 보입니다! (오전 8시 25분.)


자아.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글 사이사이에는 더 많은 사진이 들어가야 합니다. 2km 시점에서부터 바닥에 꽃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사진을 찍었거든요.



이런 판 말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사진 찍으면서 보니 이 옆에, 시작점에서 몇 km인지 나옵니다. 그러니까 5km라던 이야기는 근거가 있는 말이었던 거지요. 아주 친절하게 거리를 새겨 놓았으니 말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꽃 왼쪽 상단에는 꽃 이름이, 오른쪽 하단에는 현 이름이 있습니다. 이 꽃은 산나리꽃인가,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가사키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각 현을 상징하는 꽃을 넣은 모양이군요. 오사카나 후쿠오카도 있었으니 도도부현에 해당하는 모든 지방의 상징꽃을 바닥에 깔아 놓았나봅니다. 눈치 채는 것이 늦어서 중간부터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렇다고 다시 출발점부터 확인하며 찍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힘들었거든요.




만세! 드디어 사쿠라다몬이 이정표에 등장했어요!


바로 눈 앞에 문이 보이는데 근처에 팻말이 안 보여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가, 저 안내판 바로 뒤쪽에 있는 걸 뒤늦게 보았습니다.


외사쿠라다몬. 바깥문이라는 이야기겠지요.




반환점이 코앞입니다. 정말로요.(오전 8시 29분)
그런데 지도 제목이 조금 이상하지요? 카스미가세키 관청가 안내도랍니다. 관청가?




뒤를 돌아보니 길 건너편은 여러 건물이 가득. 그리고 이 건물 하나하나가 다 관청입니다. 서울로 치자면 광화문 앞쯤 될까요? 하기야 거기도 그렇게 많은 기관이 모인 것은 아니지요.

사실 여기가 그렇게 엘리트 코스라는데, 한국으로 치자면 행정고시에 붙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들 아닙니까. 그러니 관료주의나 공무원주의(...)의 상징적인 이름이 카스미가세키이기도 하지요. 경찰이나 경시청이 등장하는 일본 추리소설을 보면 여기가 그리 좋은 소리 듣는 곳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하하하..)


등을 돌려 사쿠라다몬으로 들어갑니다. 근데 지금 보니 사쿠라다몬 외문을 안찍었네요. 그 문을 들어가고 나면 똑같이 생긴 문이 하나 더 나옵니다. 그쪽이 내문인 것 같더군요.



목적지니까 두근두근두근......
인데 저거, 분명 나무문인데 나무문이 나무문이 아닙니다. 철판을 덧대 이어서 아주 튼튼하게 만들었더군요. 저정도면 부수기도 힘들겠습니다. 침입자들이 고생가겠는데요.




안쪽에도 이런 석비가 있습니다. 석비 있는 것은 사쿠라다몬만 그런가봅니다.




사쿠라다몬을 나오니 바로 니주바시가 보입니다. 출발하면서 니주바시 찍을 때는 이쪽으로 넘어올 수 없어서, 길 건너편에서 줌을 당겨 찍었기 때문에 제대로 안 보였는데, 이렇게 돌아서 오는 거였군요. 이게 종착지인셈입니다. 물에 비친 다리는 타원을 이루고, 그 뒤에는 또 다른 다리가 있어서 두 겹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네요.




앞쪽의 가로등 말고 뒤쪽에도 멀리 작은 가로등이 보이지요? 그게 뒤쪽 다리의 가로등입니다.


니주바시의 사진까지 찍고 나니 오전 8시 35분. 사진 찍느라 속도 못 낸 것치고는 훌륭합니다. 1시간 반이 안 걸렸네요. 후후훗. 황거는 이번에 처음 돌았는데 운동코스로 딱 좋습니다. 속도만 제대로 낸다면 한 시간 코스인데다가 볼 거리도 많고, 굴곡진 곳이라서 도는 재미가 있습니다. 평지만 돌면 딴생각하기 쉬운데 오르막이 있다보니 마라톤 연습을 위해 도는 이유도 알만하네요.




돌아나오면서, 마지막 사진은 여행을 항상 함께 다니는 태공과 함께.



이것으로 황거 조깅 코스 견학기를 마칩니다.(응?)



덧붙임.
사진 찍은 날짜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늘 아침에 찍어 밤에 올리는 따끈따끈한 기행입니다. 하하하. 현 위치 아키하바라 숙소.... 내일 아침에 무사히 8시 N'EX를 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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