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언젠가에 만월님과 마음을 합쳐 종이를 구입했더랍니다. 크래프트지의 느낌이 좋아 구입을 했는데 첫 작품으로 나온 것은 조각잇기 다이어리였고 그 다음에 만들기 시작한 것이 이 수첩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현재 다른 노트 제작중이고 다음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완성은 올 여름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사진 찍은 걸 찾으면 어딘가에 제작 초기의 사진도 있을법 한데 못찾았습니다. 사진 백업 폴더에 파일이 너무 많아서 정보 불러오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상당히 걸리기에 찾기 어렵더군요. 그런 고로 최근에 찍은 사진들만 모아 제작 중반 이후의 사진만 거의 올라갑니다.


표지 제작이 완료되었을 때의 모습입니다. 절반쯤 왔다고 해야하나요. 두 권을 한 번에 제작했고, 이 때는 또 아주 작은 수첩도 같이 준비하고 있어서 표지가 좀 많습니다. 어, 하지만 그 중 제일 작은 수첩은 답보상태랍니다. 크기와 제작 방식이 동일한 두 권이 먼저 완성되었지요. 한 권은 작년 다이어리와 같은 제책 방식이고 완성되면 추가로 사진 올리겠습니다. 이것도 가능하면 여름 안에 완성해야지요. 필요한 것은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뿐입니다.
사진에서 얇게 바느질한 것들은 책등에 들어가는 띠입니다.
그리고 표지. 사진도 살짝 도톰하게 보일겁니다. 퀼팅솜을 크기에 맞춰 잘라 천으로 싼 다음 윗부분을 살짝 솜과 떠가면서 홈질했습니다. 퀼팅솜을 넣으면 표지가 흐물거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두꺼운 종이로 만들었을 때보다 무게가 훨씬 가벼우니 들고 다니기에도 이쪽이 좋습니다.



여기에 좀더 자세한 사진이 있군요. 왼쪽 두 개의 수첩은 크기가 아마 A7이었나요? A5를 반으로 잘라 그걸 다시 반으로 접어 적당히 다듬은 것이니 맞을겁니다. 오른쪽은 왼쪽 수첩의 딱 절반 크기입니다.
그리고 하단에 있는 것이 표지들. 하단 오른쪽에 있는 것은 리본(띠 혹은 밴드)입니다. 띠의 용도는 완성된 책을 보시면 바로 아실겁니다. 아래 사진과 이 사진 사이에는 저 띠를 다 꿰매고 뒤집는 과정이 빠져 있습니다. 젓가락으로 뒤집었는데, 이전에 K가 한복 만드는 법을 배울 때, 여러 띠들을 꿰매고 뒤집는 것을 자유자재로 하신다는 선생님 이야기를 해서 도전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몇 번 해보다보니 익숙해지더군요. 만든 띠는 큰 책용 띠가 한 권당 4개, 작은 책을 위한 띠가 3개-추가로 4개가 더 필요하지만 그것은 70%의 공정단계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도합 11개입니다.

종이를 받은 것이 작년 말, 다이어리 제작은 그럭저럭 쓸 때까지 완성했지만 이 책은 종이를 자른 것이 지난 겨울이었고 표지를 완성한 것이 아마 올 2월쯤. 3월에서 4월 사이에 띠를 완성했으며, 그 후에 꿰맸습니다. 거기서 또 한참을 멈춰있다가 지난 주말에야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전시회 지킴이를 하면서 들고 갔는데 오랜만에 바느질신이 오셨습니다. 뒷표지만 연결했던 붉은 수첩, 그리고 아예 표지 연결이 안되어 있던 파란 수첩 모두 일요일에 완성했지요.
책만 꿰매고 표지가 분리된 사진을 따로 찍었다면 좋았을텐데, 그 사진이 있나 없나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책등은 노출되어 있습니다. 본을 그린 다음 리본의 배치를 적당히 생각하고는 꿰맸습니다. 이런 구조는 등열린 제본이라 부릅니다. 이름 그대로 책등 종이가 노출되어 있으니까요. 보통은 그냥 일자로 띠를 넣는데 그러면 심심하다 싶어서 사선으로 배치했습니다.



사선으로 넣었으니 반대쪽 표지는 이렇게 띠가 교차합니다. 긴 띠는 장식용, 짧은 띠는 고정용으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긴 띠도 장식이긴 하지만 책등을 고정하는 역할도 하고 있지만요.



리본의 고정은 보면 아시겠지만 홈질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표지 윗부분 천만 살짝 떠서 홈질했는데 띠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띠의 두께 때문에 홈질하기가 만만치 않아 그냥 아래까지 한 번에 박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표지 뒷면의 바느질 자국이 비뚤배뚤하네요. 신경써서 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러면 속도가 느려져 바느질하다가 질릴 것 같아 그냥 감을 믿었습니다. 감을 믿은 결과가 저렇군요. 하하하.



이쪽도 비뚤배뚤. 그래도 겉만 보면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제목에서 말하듯 이 수첩의 용도는 여행 준비 및 여행 기록입니다. 작년 여행 때도 교차된 구조로 작은 수첩을 하나 만들어 기록을 남겼는데 다음 여행 준비를 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는 의미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수첩이 완성될 때까지는 여행 준비는 일시 정지시킨다라는 생각이었지요. 이제 수첩이 완성되었으니 여행과 관련된 뇌내망상도 폭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은행잔고가 실행을 막을터이니 괜찮습니다. 준비만 하며 신나게 노는거죠.-ㅁ-

등열린 제본의 특징은 책을 확 펼쳐도 책등이 망가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360도로 펼쳐지는 제본 방식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다른 것 중엔 선제본-올해 다이어리-와 교차된 구조-작년 다이어리, 재작년 다이어리-가 있고요.




그런 고로 B, 책등이 확 펼쳐져도 무리 없는 제본을 고른다면 이 세 가지를 추천하겠네. 원하시는대로 고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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