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여사의 에도 방랑기라고 대강 줄여서 부르긴 합니다. 지난 도쿄 여행 목적 중 하나가 이 에도 산책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지금하고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를 겁니다. 그도 그런게 이 책이 나온 것은 90년대 중반입니다. 첫 기획이 94년이고 마지막이 97년입니다. 95년 12월의 황거 편을 보면 미미여사가 서른 다섯이라는데 지금 계산이 안됩니다. 그 당시 저는 뭘 하고 있었지요?; 미미여사가 데뷔하여 열심히 소설 쓰고 있을 그 당시 저는 일본문화를 막 접하기 시작...(거기까지)


하여간 이 기획은 1년에 두 번 나오는 모 잡지의 기획기사였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어떤 프로젝트가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주신구라 이야기가 튀어나오면서 이 특집의 방향은 에도 기행으로 바뀝니다. 첫 번째 발걸음을 어디로 딛느냐에 따라 방향이 휙휙 바뀌는 거죠. 그러니까 만약 이게 "에도 시대의 먹거리를 간접 체험하기"라든지로 갔다면 아마 여러 시장통을 돌아다니며 관광하는..(거기까지)
흠흠. 하여간 첫 테이프를 잘 끊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하여 1년에 두 번, 혹한과 혹서에 맞춰 돌아오는 이 꼭지는 에도 산책이란 주제를 달았습니다. 첫 글이 혹한을 뚫고 주신구라의 충신들이 어떤 길로 칼질(..)을 하러 갔다가 돌아왔는가에 대한 것이었는데, 후세인들은 막판에 다들 체력과 추위와 배고픔(!) 등에 문명의 이기-택시-를 사용한 모양이더군요. 도쿄의 폭서를 뚫고 걷기는 아마 쉽지 않았을 겁니다. 언젠가 8월에 아키하바라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늘어졌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그렇게 고생하고 나니 그 다음에는 조금 편한 걸로 가자 했을 텐데, 이번에는 조리돌리기 코스를 갑니다. 죄인이 사형당하기 전, 일반 시민에게 경고 비슷한 것을 주기 위해 한 바퀴 돌리면서 구경시키는 것이 조리돌리기입니다. 그 코스를 따라 이번에도 걷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폭서가 아니라 혹한입니다. 포근한 겨울이라 안심했는데 걷는 그 당일에는 갑자기 맹 추위가 몰려옵니다. 역시 가는 날이 장날이군요.

이렇게 두 번 도쿄를 걷고 나면 그 다음엔 휴양을 하고 싶어지지요. 그래서 핑계를 대며(!) 간 곳이 하코네. 독부 미유키가 에도를 탈출해 하코네에 갔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그리고 하코네에서 유람을 한.. 것만은 아니군요. 옛 길을 따라 걷는 장면도 나옵니다. 역시 취재를 하다보면 유람만 하게 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네 번째 편이, 이번에 제가 따라서 다녀온 황거 한 바퀴입니다. 저는 굉장히 간략화해서 한 바퀴만 돌고 끝났는데, 실제 들여다보면 주변의 공원이나 정원도 함께 다닌 모양입니다.

그렇게 에도 산책은 죽 이어집니다. 막판에는 현재 리조트로 이용되고 있다는 유배지도 소개되고요. 그러고 보니 제주도도 지금은 관광지에 휴양지지만 예전에는 유배지였지요? 귀양을 간 사람도 여럿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미미여사의 수필집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책은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2권으로 나왔는데, 한국에 소개되기로는 아마 첫 수필일거예요. 거의 소설만 소개되었으니까요. 번역 문체가 그래서인지 읽다보면 소근소근, 조근조근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도쿄 여행을 가기 전에 읽으신다면 아마도 하나 쯤 정복(!)하고 싶으실 겁니다. 그러니 여행 전에 읽다가는 코스가 늘어날 위험이 있어 독서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3, 15000원.


사실 제일 걷고 싶은 것은 후카가와의 7대 불가사의였습니다. 미미여사 에도 시리즈 첫 책이 이것이라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외딴집』은 그보다 뒤에 읽었다고 기억하고 말입니다. 하여간 그 때문에 더 뇌리에 깊게 남았는데, 문제는 후카가와를 그냥 한 두 시간만 돌아보고 나올 수 없었다는 겁니다.ㅠ_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후카가와 7대 불가사의를 돌고, 호쿠사이사보에 가서 잠시 쉬어가고 싶네요.

이기적 고양이는 아직 안 읽었습니다. 가장 아껴가며 읽겠다고 뒤로 미뤄두고 있지요.


교토 데쿠데쿠 산뽀. 이건 일본 제목을 그대로 읽은 겁니다. 데쿠데쿠가 한국어로는 터벅터벅이라는데, 그 말을 그대로 살려 번역 제목을 써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네요. 도쿄 데쿠데쿠산보는 제가 봤던 원서하고는 내용이 달라서 미묘했습니다. 영풍에서 같은 작가의 책을 봤을 때는 분명 니혼바시가 있었는데 말입니다. 다른 책하고 헷갈리는 건가요. 하여간 도쿄 여행은 한동안 예정이 없어서 그냥 건성으로 넘겼습니다. 하지만 듀시스님은 여행가기 전에 보시면 좋겠네요.+ㅅ+
교토 데쿠데쿠는 여행 코스 짜기에 괜찮겠더랍니다. 때때로 교토는 지역별로 갈만한 곳을 골라두었는데 여기는 그냥 설렁설렁 여행할 때 갈만한 코스 위주로 소개했습니다. 몇 군데 물건 사러 갈만한 곳도 소개했고요. 다른 것보다 팥 디저트...-ㅠ- 엊그제 꽃보다도 꽃처럼 8권보고서도 홀렸지만 일본 전통 디저트는, 특히 말차 들어간 것은 꼭 챙겨먹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콩떡은, 제가 교토 이세탄 지하에서 먹었을 땐 상당히 달다 싶었는데 본점에서 바로 사다 먹으면 또 다를까 궁금하네요. 이것도 일단 궁금점으로 남겨두고..-_-;


츠바사.
훗.
후후후훗. 대강의 결말은 얻어 들었지만 앞의 열 권 정도는 몽창 떼어놓고 바로 28권을 보았더니 무슨 이야기인가 싶더군요. 이 무한루프가 해결되는 것은 XXX홀릭에서일텐데, 설마 籠까지 포함해서 30권 되기 전에 완결은 나겠지요? -_-;
28권의 의의는 오로지 사쿠라의 동창으로 레이어스의 세 아가씨들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그 외엔 영.; 앞 이야기가 궁금하긴 한데 사다 보았다가는 분노하면서 몽창 팔아치울 것이 눈에 선해 차마 손을 못대고 있습니다. 그냥 북오프에서 한 두 권 모아 볼까 싶다가도, 한 번에 읽는 것이 마음 편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책값이 또 만만치 않아요.-_-;

페이왕은 결국 임포텐스였습니다. 고자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룰 수 없는 것을 바라다가 비뚤어졌다는 의미의 임포텐스. 내가 이걸 하면 저 놈보다 잘났다는 것이 증명돼!라니. 이보다 치졸하고 치기어린 마음은 찾기 어렵습니다. 중2병 환자도 아니고 이 뭐람. 무능하고 부지런한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하더니, 이쪽은 능력은 있지만 엉뚱한데다 쓴다는 의미로 무능한 사람이라 세계를 완전 뒤 흔들었지 않습니까. ... 쓰다보니 앞 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찾아봐야겠네요. 앞에 유코의 정체가 나와 있을라나.'ㅅ'


최근에 읽은 책들은 도쿄로 또 놀러가라고 옆구리를 퍽퍽 찌르는 책들이었습니다.

그래도 가장 옆구리를 덜 찔린 책부터 소개하지요.

「카페오레볼에 맛있는 수프」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カフェオレボウルでごちそうス-プ」는 현재 교보에서는 대략 21000원 정도 합니다. 엔화 가격이 얼마였는지는 잊었네요. 아마존에서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홀려서 주문한 책인데 엔화 가격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럭저럭이지만 현재 환율로 생각해서 가격 대비로 보면 조금 아깝습니다.

책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카페오레볼이 뭔지부터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부가적인 이야기니 접습니다.

원래는 커피나 차를 마실 때 쓰지만 이 책에서는 수프를 담아 마십니다. 용량이 적지 않으니 수프도 담아마시는 것일텐데 이 책에서 소개한 레시피는 크림수프류보다는 이런 저런 다양한 재료를 써서 만든 채소수프 쪽입니다. 보고 있자면 한 번 시도는 해보고 싶은데 레시피가 지나치게 간단하다보니 따라해도 정말 맛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몇 가지는 올 겨울 내에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에쎈에서 다양한 콩을 소개할 때 병아리콩이 등장했는데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병아리콩 재배 시도가 없나요? 말린 콩을 수입하긴 하는 것 같은데 이걸 심어서 싹 틔웠다는 건 못봐서 말입니다. 통조림은 조리된 것이니 심어서 싹이 날리도 없고요. 렌틸콩도 그렇고 누에콩도 그렇고..-ㅠ- 가능하다면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병충해만 아니면 말입니다.

책 뒤에는 이런 카페오레사발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소개했습니다. 그러니 이 책도 지름을 부르는 것 맞고요.; 가게들이 도쿄 중심이다보니 도쿄에 가면 카페오레 그릇 사러 한 번쯤 들러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군요. 가격이 얼마인진 잠시 잊어버리고 말입니다.



이 책보다 강렬하게 도쿄여행을 부르짖는 건 이진주의 「도쿄, 행복한 한 그릇」입니다. 도쿄에서 맛볼 수 있는 여러 음식들을 소개하면서 맛집도 함께 안내합니다. 초밥부터 시작해 라멘, 소바, 우동, 튀김, 냄비요리 등 다양한 일본요리와 가게를 소개합니다. 제목대로 도쿄 맛집이긴 한데 몇몇 가게들은 간사이나 나고야 등에서 흥(興)하고 도쿄로 진출한 경우라 타 지역 정보도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도쿄에 가면 여기 등장한 맛난 음식들을 한 번에 다 만날 수 있습니다.
식이조절하고 있을 때 보다가 배가 고프다 못해 머리가 아파서 책을 덮은 적도 여러 번 있었으니 배고플 때 보시는 건 피하세요. 하지만 배부를 때 보신다면 갑자기 속이 허전해서 지갑을 들고 뛰어나가게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고요. 도쿄 여행 가기 전에 이 책을 보고 이리저리 코스를 짜다보면 애초에 계획했던 코스는 모두 무너질 수 있으니 가능하면 여행 계획 수립 초창기에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본식이 워낙 강렬해 맨 뒤에 짤막하게 실린 디저트는 약하다고 할 수 있지만, 디저트만 따로 소개한 도쿄 맛집 책은 오히려 많습니다. 그러니 그건 그쪽을 참고하시고요. 이건 본식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고, 비싼 집부터 저렴한 집까지 망라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도쿄여행 지름신이라 할만합니다.

오타와 오기도 몇 군데 보였지만..-ㅁ-; (찾은 곳이 아마 네 군데였던가요.)

음식 이름을 한국어, 일본어, 원어로 표기한 것이 있어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는 곳이 여러 곳 있습니다. 이건 많은 정보를 전하느냐, 아니면 싹둑 잘라내더라도 간결명료하게, 상대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전하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뭐, 상대가 필요한 정보가 어디까지인지 선을 그어야 하기도 하겠지만... 거기에 모든 음식에 대해 세 가지 방식으로 다 적은 것은 아닙니다. 다 그렇게 적어두려면 페이지 수가 넘치겠지요. 처음 읽을 때는 정보가 많아 어지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가격이 15000원이라 조금 높은 편이지만 막상 책을 받아들고 집어 읽어보면 그렇게 만만한 분량은 아닙니다. 정보가 풍부하니 이정도 가격이면 괜찮다고 보고요. 다음 도쿄 여행 때는 이 책을 들고 코스를 짤겁니다.-ㅠ-



이이지마 나미의 라이프 2.
이 책도 오타를 피해갈 수 없었으니, 부이용을 부용이라 적은 곳이 있었습니다. 꽃을 넣어 만드는 음식을 아닐텐데 말입니다.-ㅠ-
1권과는 또 다른 메뉴가 등장하는데 난이도는 조금 높다고 생각합니다. 원서는 이보다 가격이 훨씬 높으니 13000원이면 괜찮다며 구입했는데 재미있게 보았지요. 다만 들어 있는 수필의 수준(?)은 1권이 낫다고 봅니다. 이번 권은 수필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지고 글도 그리 매끄럽지 않더군요. 그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번 편의 부제는 심야식당인데, 심야식당은 만화로만 보고 드라마는 아직 못봤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심야식당 드라마를 보고 다시 책을 찾아보고 싶네요. 아. 뜨끈뜨끈한 국물 땡겨라.-ㅠ- 전골도 맛있어 보였고 우동도 맛있어 보이는데 혼자 먹기엔 뭔가 아쉬워요.


다 읽고 나니 다시 아침밥 이야기가 땡겨서 원서를 집어 들었습니다. 이이지마 나미의 책은 가끔 보면 무한 루프 같아서 무섭습니다.


荻山和也 , 「カフェオレボウルでごちそうス-プ」. 東京地圖出版, 2009.
이진주, 「도쿄 행복한 한 그릇」. 21세기북스, 2010, 15000원.
이이지마 나미, 「LIFE(라이프) 2」. 시드페이퍼, 2010, 13000원.

이 책보다 더 읽었지만 그에 대한 리뷰는 따로 쓰겠습니다. 그쪽은 요리책이랑 여행가이드북이거든요.'ㅂ'


「지도는 지구보다 크다」는 책상머리 앞에서 할 수 있는 세계여행=지도에 낙서하기에서 태어난 책입니다. 중간중간 글쓴이들의 실제 체험담이 섞여 있지만 상식과 여행담과 후기와 상상이 뒤섞이니 재미있는 글이 나오는군요. 요즘 제가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책상 머리 앞에서 도쿄여행 짜기'이다보니 더 공감이 되었나봅니다. 지도 한 장 가져다 놓고 여기는 이래서 유명해, 저기는 저래서 유명해라며 여행 이야기를 풀어 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말솜씨에 상대방이 넘어간다면 성공! 그래서 저도 이 책에 같이 낚였습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여행가고 싶다기 보다는 여행기에 등장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그건 이 여행짜기의 중심이 책의 작가나 주인공이나 영화 속 주연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인디아나 존스, 쥘 베른,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소룡 등. 구구절절 설명해도 사실 맛을 잘 못 느낄터이니 아예 가장 깊게 인상에 남은 챕터를 들어보지요.

'빅토리아 시대 괴물들의 서식지'.
오프닝은 바이런입니다. 빅토리아 시대 괴물들의 서식지라는 이야기에 바이런이 등장한다는 것은 그 짝꿍 셸리와 함께 메리 고드윈(메리 셸리*)이 나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엄마'지요. 사실 메리 고드윈에게 얽힌 비화에 대해서는 작년인가 재작년쯤에 나온 만화 「메리 고드윈」을 참고하시길. 아니면 살림지식총서의 프랑켄슈타인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하여간 스위스의 별장에서 놀고 있던 바이런이 같이 놀고 있던 친구들(퍼시 셸리, 셸리의 애인인 고드윈 포함)에게 무서운 괴물 이야기를 써보자고 했더랍니다. 유명한 시인이 둘이나 있음에도 거기에서 탄생한 걸작 '괴물'은 주변인에 의해 만들어졌지요. 메리 고드윈이 쓴 프랑켄슈타인, 바이런의 주치의인 존 폴리도리가 쓴 뱀파이어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뱀파이어가 여기서 등장했다는 건 처음 알았답니다.-ㅁ-; 그러고 보니 책세상에서 나온 「뱀파이어 걸작선」에 이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루드벤 경 이야기가 그건가요?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하여간 보고 있자니 괴물들이 등장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째로 다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일 먼저 찾아보고 싶은 것은 「판타스마고리아나」. 모 소설에 등장하는 이 단어가 원래 있는 단어인 줄은 몰랐습니다. 독일 전승 모음집이라는데 한국에 출간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역시 찾아봐야죠.


다른 한 편은 '오리엔트 특급으로 유럽을 꿰뚫다'.
이건 애거서 크리스티 헌정편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어흑. 간만에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거기에 오마쥬인 「나폴리 특급 살인」도 말입니다. 「오리엔트~」는 집에 없지만 「나폴리~」는 집에 있으니 간만에 꺼내봐야겠네요.

사실 손이 안가서 미뤄두고 있던 책인데 말입니다, 두고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 이 두 사람이 같이 쓴 책인  「여행자의 로망백서」때문에 여행의 로망을 키워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책과 영화와 여행에 대한 로망을 쌓고 있습니다. 여행가고 싶은 분들보다는 책 사고 싶은, 책 보고 싶은 분들에게 쥐약이니 조심하세요.



나전미궁.
구입하기는 한참 전에 해놓고, 들어 있는 봉투를 침대 머리맡의 쇼핑백에 던져 넣고 까맣게 잊고 있던 덕에 뒤늦게야 꺼내보았습니다. 하하하. 그리고는 좀더 두고 읽을까 하다가 마스터님의 리뷰에 옆구리를 퍽퍽 찔려 내키지 않는 마음 가짐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흠. 명불허전.
처음에는 억지로 읽어 넣는 느낌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문어씨가 있어서 말입니다. 저는 문어씨같은 타입의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문어에게 '자네 고생이 많았네'라고 어깨를 두들겨 주고 싶군요. 뽑기 옆에서 지낼려면 어쩔 수 없이 저래야겠다 싶더군요. 허허허.
다른 작품에 비해 여자가 많이 등장하나 싶었는데 의외로 마음에 드는 등장인물이 없었습니다. 할머니 3인조 정도가 마음에 들었달까. 젊은 여자들은 상대하기 버겁습니다. 특히 문어라든지, 꽃밭이라든지. 거기에 추위까지 휘몰아치면 와아아아.; 여성진을 두고 보면 차라리 나이팅게일과 루주가 나아요.


좀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은 내용 정리가 되지 않아 그런 것이고, 바티스타 후 1년 반에 나이팅게일이 떨어졌다고 하니 아마 장군님은 북쪽에 계실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서 누구씨랑 조우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싶고요. 근데 그 장면 상상만 해도 무서운걸요. 거기서 둘이 맞붙으면 그야말로 용호상박. 하지만 호랑이한테는 하야부사(송골매)가 달려 있잖아요? 거기에 백년묵은 너구리에 화식조가 합세한다면, 그리고 드디어 제대로 학교 다니겠다고 설파한-어떻게 보면 은 사자의 정신적 아들래미가 되는 뽑기가 합류하면 쉽지 않겠지요. 게다가 누구씨는 반동인물인 관계로 절대 이 스토리에서 승리할 수 없습니다. 음하하하.;;;;;;

자세한 줄거리는 쓰지 않는 쪽이 낫다고 봅니다. 보면서 파악하시는게 좋지만 앞부분이 안 읽힌다고 도중에 던지지는 마세요. 이 책은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르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힘들게 힘들게 올라가지만 어느 순간 페달이 쉽게 밟히고 그 다음에는 어어어어 하는 사이에 엄청난 속도로 언덕을 내려옵니다. 이런. 언덕을 다 내려와서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누가 뒤통수를 때리고 달아납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말입니다.


뒷권이 훨씬 더 기대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제너럴 루주의 전설은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손에 넣어야겠네요. 교보에 들어와 있을지, 아니면 주문 가능할지 확인해야겠습니다. 후후후.



박사, 이명석,「지도는 지구보다 크다」, 궁리, 2009
가이도 다케루, 「나전미궁」, 권일영, 예담, 2010


* 책에서는 메리 셸리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당시는 처녀적 성인 메리 고드윈이 맞습니다. 아직 결혼전이었거든요. 이에 대해서는 「메리 고드윈」이라는 한국만화를 보시면 아실겁니다. 퍼시 셸리는 그 당시 유부남으로 아내와 이혼하려 했지만 아내가 거부했지요. 그래서 둘이서 스위스로 갔다고 알고 있습니다.-ㅁ-;
메리 고드윈의 삶은 참 ....(먼산)



---
2010. 3. 24.
덧붙임.
「바티스타」의 오프닝은 2월 4일. 「제너럴」의 오프닝은 12월 14일입니다. 「나이팅게일」과 「제너럴」은 병행구조이므로 같이 간다고 봐도 되고, 「나이팅게일」은 크리스마스 공연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됩니다. 이것 역시 같다고 보면 되지요. 그러므로 「바티스타」후 1년 반에 이어지는 「나전미궁」은, 위의 사건들이 일어난 이듬해 6월이 배경입니다. '제너럴'과 '매'는 둘이 손잡고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자시고 계실듯...-ㅁ-;

해가 끝나고 해가 시작된지도 어언 열흘. 그간 읽은 책들의 목록은 엄청났지만 블로그에 글을 올릴 심적 여유가 없었더랍니다. 모종의 이유 때문인데 ... 그런 것인데... (생략)

어쨌건 더이상 미뤄두었다가는 도저히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분량이 늘어나겠다 싶어서 날잡고 신나게 써봅니다. 다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위주로 쓰는 것이라 전부는 아니겠지요. 다른 곳에서 빌린 책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하니 말입니다.


라고 까지 쓰고 이전에 읽은 책들을 모아 쓴 것이 언제적 일인지 살펴보니 12월 5일. 웃음도 안나옵니다. 도대체 몇 권에 대한 리뷰를 몰아 써야 하는 겁니까! ;ㅁ;


근데 생각해보니 그 때가 한창 바빴을 때고, 그 즈음으로 열흘 가량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으니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네요. 하여간 정리해봅니다. 언제나처럼 책 목록은 맨 아래에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만 정리하는데도 왜 이리 많은지 말입니다. 이러다가 서계는 일기가 아니라 월지가 되겠습니다. 그래도 써야지 덜 잊을 것이고, 재미없는 책에 대한 기록도 남길 수 있으니 꾸준히 써야지요.

목록중에는 안 보고 넘긴 책도 몇 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별 문제 없어보이는 「드라마 인 도쿄」. G에게 먼저 보라고 넘겼는데, 보다 말고 재미없다고 제게 넘기더군요. 그래서 저도 안 봤습니다. 간단히 내용을 들으니 글 쓴 사람이 프로젝트를 짜서 출판사를 섭외해 비용협찬을 받아 쓴 책인가봅니다. 하기야 황소자리에서는 「카페 도쿄」 등 지역별 간단한 여행안내서를 쓰고 있으니 그 일환이라고 봐도 되지만, 그런 식으로 쓴 책 치고 마음에 드는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유럽 치즈 기행은 제가 구입한 여행 관련 책 중 최악으로 꼽히며-이쪽은 무작정 가서 쓴 기록이고 출판사 지원은 없다고 기억합니다-UGUF의 도쿄생활도 출판사 믿고 책 샀다가 분노했던 책 중 하나입니다. 「도쿄 만담」은 그보다는 조금 낫지만 저는 재미 없어서 도중에 손을 놨습니다. 꽃보다 남자 드라마판과 관련해 에비스 시계탑을 찾았다든지, 홍차왕자의 분위기에 맞춰 지유가오카의 이야기를 쓴다든지 하는데, 저는 별 재미가 없더라고요. 하도 여행 관련 책을 많이 봐서 식상해진건지도 모릅니다. 다녀온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지만 확신은 안 섭니다. 그러니 일본여행을 자주 다녀오셨다면 위의 두 책은 가볍게 보고 넘기거나 아니면 손대지 않는 쪽을 추천합니다.

반대로 제목만 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분위기의 책도 있습니다. 「일본의 작은 마을」. 책을 대강 넘겼을 때는 그저 그런 책이 아닌가 싶었지만 내용을 직접보면 확 다릅니다. 이전에 올린 적 있는 「47빛깔의 일본」과 닮은 책입니다. 도쿄나 규슈 등은 이미 가보아서 다른 지역을 가보고 싶다거나, 조금 독특한 작은 마을을 가보고 싶다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냥 넘겨보아도 꽤 좋고요. 사실 대강 훑어봤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가마쿠라에 대한 소개가 있어 집어 들었던 겁니다. 하지만 가마쿠라보다 다른 지역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일본 각지의 작은 마을에 다녀온 이야기가 있고, 마을의 특징적인 부분이라든지 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간략히 나와 있습니다. 이런 책은 오히려 여행 초심자보다는 자주 다닌 사람들에게 괜찮겠지요. 가보고 싶은 마을이 여럿 생겨서 곤란할 수 있으니, 스트레스로 인해 여행 지름신이 강림한 상태에서는 가능한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떻게든 항공권 끊어서 달려갈지도 모르니까요.

「핀란드 디자인 산책」은 꽤 오래 기다린 책입니다. 예약이 꽉 차 있어서 한참을 기다려 받아본 책인데 그렇게 기다려서 받아본 보람이 있습니다. 핀란드 교육이 뜨기 시작할 때쯤 나왔던가요. 하여간 핀란드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많고 디자인 교육, 건축 디자인, 소품 및 인테리어 디자인등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핀란드 문화, 사회생활, 사회구조 등에 대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역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핀란드의 여러 그릇제품이 눈에 들어와 지름신이 강림할 가능성이 높으며, 핀란드를 포함한 북구 유럽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항공권을 결제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역시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살짝 덧붙이자면, 이딸라 타이카에 대한 지름신이 살짝 가신 시점에서 저 책을 보았더니 이딸라 컵에 대한 지름신이 다시 오셔서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이딸라 타이카는 한국에서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요.T-T 구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라, 환율이 수직상승한 뒤에는 아예 가격을 보지도 못했습니다. 부엉이 데미타스잔 세트.;ㅂ;

하지만 무엇보다 여행 관련해서 무서운 책이 한 권 있으니, 김영모씨의 「스위트 로드」입니다. 정말 무섭습니다. 40일간 오키나와를 제외하고 규슈부터 훗카이도까지 올라가며 빵집을 순례한 기록인데, 일본 현지 사람들도 하기 어려운 것을 이렇게도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각 지역 제과협회장을 만나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입니다. 이모저모 살펴보니 아마 일본어는 하시지 않나 싶네요. 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기념식 등에 참석했다거나, 다른 제과장들과 대화할 때도 언어적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 걸 보면 일본어가 능숙하거나 통역이 뛰어났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하여간 유명하거나 특이한 빵집이나 과자집에 대해 모아 놓은 여행 안내서로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 책을 여행가기 전에 보면 한 곳이라도 방문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니 문제죠. 도쿄 주변지역보다는 다른 지역의 빵집이 더 근사해보이거든요. 다른 곳은 몰라도 훗카이도의 빵집은 꼭 가고 싶더랍니다.
빵집 안내서라 앞으로 어떻게 변동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구입을 조금 망설이고 있지만 구입해도 돈이 아깝지 않을거란 생각입니다. 거기에 각 빵집을 안내하면서 홈페이지를 같이 넣은 것도 좋았고요. 정보 접근하기가 좋더라고요.

「런던 미각」은 런던을 주변으로 한 지역에 대한 맛집 순례기 정도로 보면 됩니다. 호수지방도 다루고 있으니 그냥 가볍게, 런던 여행 가기 전에 보면 좋겠다 싶습니다. 현재 가장 로망도(?)가 높은 여행 지역이 런던이라, 가볍게 읽었습니다. 글 전체적인 분위기나 사진 분위기나 나쁘지 않더군요.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확실하진 않은데, 클로티드 크림에 대해서 제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이야기가 있어 고개를 갸웃했더랍니다.-ㅂ-;


그럼 이번엔 먹는 쪽 이야기.
이동진의 「아이러브 커피 앤 카페」는 가볍게 볼만한 책이지만 걸리는 부분이 여럿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커피지식과 맞지 않는 곳이 있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더군요. 한 권으로 읽는 카페 운영서를 표방하고 있지만 카페 운영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텐데요. 그냥 커피 + 카페 입문서로 가볍게 보고 다른 책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것이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커피나 홍차나, 제과도 그렇고 제빵도 그렇고 가능한 많은 책을 보고 비교하는 쪽이 좋더군요. 한 권에서 얻은 지식으로는 정확한 앎을 얻기가 어렵더랍니다. 그러는 저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라고 확신은 못합니다.; 봐도 봐도 모르겠더라고요,

「더치오븐 퍼펙트북」은 지름신 소환책입니다. 보실 때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마도 아이쭈님이나 첫비행님이 보시면 십중팔구 지름신이 오실테니 꼭 카드와 지갑과 통장잔고에 대한 단속을 하고 보세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더치오븐을 써서 여러 음식을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더치오븐은 간단히 말하면 실외용 무쇠솥입니다. 실외 캠핑할 때 쉽게 쓸 수 있는 뚜껑달린 무쇠 냄비지요. 이걸 더치오븐이라 부르는 것은 뚜껑도 굉장히 무거운데다 불 속에 넣을 수 있어서 오븐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랍니다. 실외에서 쓰는 것에는 냄비 아랫부분에 작은 다리가 달려 있고, 실내에서는 그런 것 없이 냄비처럼 맨들한 것도 있습니다. 슬로우쿠킹이라 부르는 푹 끓이기 + 굽기가 가능해서 쓰기 좋지만, 무쇠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방심하면 녹슬거든요.
더치오븐 외에 스킬렛(무쇠로 된 작은 프라이팬) 등도 안내하고 있고, 관리법이나 기타 등등에 대해서도 잘 나와 있습니다. 스테인리스 팬으로는 만족하지 못해서 르크루제 같은 법랑 무쇠냄비를 쓰다가 이것도 성에 안차면 그 다음이 그냥 무쇠팬이라던데. 그러니 아이쭈님과 첫비행님은 꼭 주의하면서 보세요. 보고 지르시면 글로 써주시길 부탁드립...(퍽!)

「유럽 그린푸드 스타일」은 채식을 중심으로 한 음식과 채소가 듬뿍 들어간 음식을 안내합니다. 그런고로 첫비행님이 좋아하실만한 책이라고 봅니다.  「Easy Breakfast & brunch」의 번역서인 「유럽 브런치 스타일」을 보고 나서, 이 책을 낸 출판사에서 어떤 책을 냈나 검색하다가 걸린 책입니다. 수프를 포함해서 굉장히 다양한 채식 식단이 나오더군요. 저야 콩이 들어간 수프가 가장 눈에 들어왔습니다. 미네스트로네라든지는 완전 채식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지요. 책 편집은 앞서 소개한 「유럽 브런치 스타일」과 유사합니다.
「Easy Breakfast & brunch」는 「유럽 브런치 스타일」의 원서입니다. 원서는 어떨까 싶어서 빌렸는데 번역서를 본지 오래되어 홀랑 잊었습니다. 다시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생각보다 쉽게 읽히네요. 후후후~.


그럼 이제 소설만 남았네요. 「인형, 탐정이 되다」는 인형사 사콘을 떠올리게 하는 얼개입니다. '나'는 유치원 교사이고 우연한 기회에 어느 인형사를 알게됩니다. 그리고 같이 사건에 얽혀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거죠. 가볍게 보는 일본추리소설입니다. 4편의 연작 단편이 있는데 주인공인 인형사 본인에게도 조금 문제가 있어서 그거도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됩니다. 그러니까 사콘처럼 둘이 어떻게 만났는가, 어떻게 그런 관계가 형성되었는가는 이번 권에는 아직 없습니다. 뒷권이 나왔으니 조금씩 이야기가 진행되겠지요.

당근케이크는 두말하면 잔소리죠. 지난번에 원서 읽으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을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음훗훗. 하지만 당근케이크보다는 그 다음에 나올 크림퍼프가 더 기대가 되네요. 이게 크림퍼프로 나올지, 슈크림으로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플럼푸딩은 최신간입니다. 역시 검색하다가 잡히길래 잽싸게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았습니다. 지금 검색해도 이보다 최신간은 없네요. 이번 배경은 크리스마스인데, 사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폭탄을 장치하고 맨 마지막에 불이 붙는 것을 보았다는 느낌이예요.OTL 그러니까 다른 권들과는 달리, 뒤에 여운을 남겨두었더랍니다. 이런 이야기는 질색인데! 그 폭탄이 어떻게 폭발할지 걱정되는걸요. 이에 따라 N과 M과 ...(이하 생략)
적다보니 이전에 만났던 로드인가 하는 녀석은 이니셜이 설마 L?
플럼푸딩은 원래 영국푸딩이고, 플럼이 들어가지도 않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푸딩과도 거리가 멀지만 한나가 만든 플럼푸딩은 이름만 같은 전혀 다른 푸딩입니다. 하지만 제 취향은 아닐 것 같네요. 푸딩은 뭐니뭐니해도 캐러멜 소스의 커스터드 푸딩이 제일 좋습니다.-ㅠ- 거기에 플럼푸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유키 카오리의 영향이 큽니다. 


대강 적긴 했는데 책의 공주는 노래한다나 제가 개인적으로 구입한 책에 대한 리뷰, 만화책 리뷰는 다 빠져 있습니다. 집에 가서 다시 검토하고는 맞춰 써야겠지요.
그래도 간신히 다 쓰긴 했습니다.;

조앤 플루크, 「당근케이크 살인사건」.해문출판사, 2009, 11000원
「Plum Pudding Murder」. 2009
아비코 타케마루, 「인형, 탐정이 되다」.최고은, 북홀릭, 2009, 10000원
조수현, 「드라마 인 도쿄」. 황소자리, 2009, 14000원
정숙영, 「도쿄만담」. 중앙북스, 2009, 13000원
서순정, 「일본의 작은 마을」. 살림, 2009, 12000원
장미성, 「런던 미각」.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13800원
안애경, 「핀란드 디자인 산책」. 나무수, 2009, 15000원
김영모, 「스위트 로드」. 기린출판사, 2009, 17000원
이동진, 「I love coffee & cafe 아이러브커피 앤 카페」. 동아일보사, 2008, 12000원
헤르만 헤르츠버거, 「건축수업」. 효형출판, 2009, 18000원
나카야마 지카코, 「더치오븐 퍼펙트북」. 진선북스, 2009, 15000원
테사 브렘리, 「유럽 그린푸드 스타일」. 이끼북스, 2008, 16000원
Blake, Susannah, 「Easy Breakfast & brunch」. 2007
독서기록이 빈약한 이유는 신간을 거의 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읽은 책들도 거의 요리책이고요. 아니면 레이크 에덴.(...) 아놔. 저도 지겹습니다. 이제 그만 읽고 싶지만 과자에 대한 금단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레이크 에덴은 제게 구세주와 같이 내려와 초콜릿을 지르라고 옆구리를 찌릅니다. 하지만 구입하기엔 방산시장이 너무 멀(...) 따름이고, 근처에서 맛있는 쿠키를 사먹기엔 지역이 허허벌판일 따름입니다. 애초에 레이크 에덴 레시피는 지나치게 달지만 그만큼 다양한 쿠키를 싸게 파는 곳도 없다구요. 게다가 제 입맛에는 대부분의 쿠키가 떫습니다. 베이킹 소다에 대한 반응인지 뭔지, 쿠키 혹은 스콘을 먹고 나면 입안이 텁텁해지거든요. 공장 출하 쿠키는 그렇지 않다는게 또 이상하지만 말입니다.

이야기는 그정도로 하고, 그나마 최근에 읽은 책들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추려봅니다.

런던 하늘 맑음은 환경건축을 주제로 하여 런던을 중심으로 여러 친환경 건축, 친환경 도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내용도 그렇지만 글쓴이들이 독특합니다. 교보에서는 조양희가 주 저자로 나오는데 조양희보다는 박진호 쪽이 주로 글을 썼습니다. 조양희는 박진호의 어머니. 그리고 이전에 <도시락 편지>의 저자였던 인형작가였습니다. 오오.+ㅅ+ 그 책을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기대했는데, 기대에는 못 미쳤습니다. 글이 전체적으로 거칠다고 해야할까요. 그런 느낌에 사진이 적기도 하고. 하지만 혹시 런던에 친환경 건축물을 보러 가신다면 꽤 도움이 될겁니다. 

당근 케이크 살인사건은 번역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도서관에 주문해서 받아다 보았는데 그 사이에 번역본이 나온 경우였습니다. 다시 읽으면 더 자세히 이해가 되겠지만 이미 범인이 누구고 왜, 어떻게 죽였는지도 다 알아버린 뒤라 말입니다. 크림 퍼프 살인사건(Cream Puff Murder)이 이보다 뒤에 나왔는데 거기에 나온 몇몇 상황에 대해서도 당근 케이크 살인사건에 자세한 이야기가 있더군요. 당근 케이크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게 잘 보았습니다. 하지만 전 역시 크림 퍼프 쪽이 좋습니다.-ㅠ- 따, 딱히 M이 물먹어서 그런 것은 아니예요!
(실은 그렇습니다.)

유럽 브런치 스타일은 뒤에 예약자만 없었다면 집에 두고두고 볼텐데 굉장히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가격 대 성능비도 뛰어나고요. 아침에 해먹을 만한 간단한 음식들이 많고 팬케이크라든지 머핀 같은 것도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사진도 좋고요. 원서로도 보고 싶은데 도서관에 신청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민하는 이유는 원서를 살까 번역서를 살까 망설이고 있거든요.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네 번째 장소는 프로방스입니다. 역시나 프로방스. 피터 메일의 이야기도 곁들였지만 이번 여행의 메인 이야기는 그림, 화가입니다. 프로방스에서 살았던 여러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머무른 장소, 그리고 미술관 방문 등에 대한 이야기가 한가득 들어 있습니다. 추천은 하지만 언제나 제가 이야기 하듯이 주의하셔야 합니다. 잘못하면 프랑스 행 항공 티켓을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가장 가보고 싶었던 것은 어느 노 화가가 지인의 부탁을 받고 디자인을 해주었다는 어느 성당입니다. 마티스.. 였던가요. 리뷰를 바로바로 쓰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흑흑흑. 하여간 세잔이나 고흐, 마티스, 샤갈 등 아주 귀에 익숙한 화가들이 총출동하다보니 루브르 박물관 같은 건(!) 제쳐두고 여기부터 달려가고 싶어집니다. 특히 샤갈은 이전에도 K에게 잠깐 이야기 들었는데 실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뭐, 아버지가 지난 서유럽 여행 때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진 찍어오신 걸 보고 프랑스 여행에 옆구리가 찔린 것만은 아니예요. 이 책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으니 말입니다.

프로방스를 읽다보니 여행 막바지, 니스에 머무르면서 조깅하는 이야기를 쓰면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언급이 나왔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던 건 바로 옆에 이 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예약자가 가득차서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도서관 서가를 거닐다가 문득 발견해서 집어 왔으니 말입니다. 우연히 집에 들어온 책이었는데 또 우연히 다른 책에서 그 책을 언급했으니 우연이라도 재미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보다 수필이 훨씬 입에 잘 맞는데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특히 슬슬 자신의 한계를 체득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최근의 제 모습도 같이 겹쳐져 보입니다. 만사 의욕상실. 축 늘어져 있고 몸은 불어만 가고, 더불어 자기 혐오도 증식합니다. 잠시라도 좋으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쉬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쉬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휴가가 끝나는 날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먼산) 그저 하루 빨리 이 상황이 종료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발랄한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마당의 순례자>에서도 앞서 말한 것처럼 '아는 사람'을 책 속에서 만났습니다. 정확히는 제가 읽은 다른 책의 작가지요. 박사라고,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여행책인 <여행자의 로망백서>의 공동 저자입니다. 으허허허허. 이 책 속에서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다면서 웃었더랍니다.
마당의 순례자는 마당일이 주제입니다. 흔히 말하는 가드닝, 원예지요. 마당을 어떻게 가꾸고 어떻게 식물을 키우고 살리고 죽였는가에 대한 짤막한 기록입니다. 효자동에 대한 예찬도 함께 있고 집에서 보이는 근사한 풍경도 마음껏 뽐내고 있습니다. 정원에 대한 책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신문기자와 동화작가라는 직업을 가졌다 하는데 그래서인지 글맛이 다릅니다. 술술 잘 읽히지만 가끔은 이렇게까지 속내를 드러내도 되는가, 너무 가시돋히지 않았는가 싶을 정도의 말도 튀어 나옵니다. 하지만 그게 또 맛이지요.

효자동 레시피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그 작가가 이런 책도 썼나 했는데 동명 이인입니다. 이 쪽은 잠시 방학에 들어간 전업 요리사고요.
효자동 어드메에 레서피(recipe)라는 이름의 작은 음식점이 있었더랍니다. 2008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잠시 방학에 들어갔다네요. 책을 읽고 나니 진작에 가볼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사근사근한 말로 시작되는 이 책은 레서피의 여러 레시피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만들기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이고 하나하나 다 도전해 보고 싶은 그런 요리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을 집어 들어 대강 훑어 보고 나서는 catail님의 <이기적 식탁>과 같이 비교하며 읽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서는 너무 닮은 것이 아닌가, 또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단순한 재료로 간단히 만들어 맛있게 먹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양쪽이 닮아 있지요. 그리고 토마토나 가지 같은 채소가 많이 보인다는 점, 차려내는 모습도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catail님의 음식은 블로그 설명만 들어도 군침이 돌고 맛있게 느껴졌으니 이쪽도 그렇다는 이야기지요. 그러니 진작 가볼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게으름뱅이인 제가 알았다 한들 찾아갔을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브라우니 레시피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초콜릿 케이크는 꼭! 거기에 금귤정과도 꼭! 그리고 딸기 티라미수도 꼭! 내년에는 게으름 피우지 말고 만들어 보렵니다.
그 전에 유자부터 먼저 챙겨야겠네요. 이번에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할텐데?

대망의 마무리는 <지어도 돼?>입니다.
인터넷 서점에 소개된 내용을 보고는 홀랑 반해서 도서관에 신청해 보았는데 보는 내내 절절히 공감이 되었더랍니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마당의 순례자>를 봤더니만 집에 대한 지름신이 덜컥 붙어서 대지만이라도 빚 얻어 사놓을까란 헛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혜화동이나 효자동이나 부암동이나 그 어드메, 적당한 곳을 찾아 사두었다가 나중에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집을 지어달라하면...(친척중에 건축설계사가 있습니다;..)
그런 망상이 들 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끼친 책입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마리는 올해 서른 다섯의 직장인입니다. 독립해서 작은 빌라에 혼자 살고 있는데 어느 날 2층계단에서 굴러 왼쪽 팔에 금이 갑니다. 이런 생활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져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회사 사장님인 사촌여동생에게 남자를 소개시켜 달라 부탁합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어느 건축 설계사. 거기에 이모가 준 맨션과 부모님이 몇 십 년 째 놀리고 있는 땅이 결합하여 혼자 살 집을 짓겠다고 결심합니다. 그 때까지의 이야기가 책 절반이고, 어떻게 집을 지을지 고민하고 짓기 시작하는 것이 나머지 반입니다. 집의 완성까지는 나와 있지 않지만 짧으면서도 재미있고 또 마음에 절절히 와닿는 이야기 였습니다. 저 역시 집에 대한 욕심-정착에 대한 갈망이 굉장히 강해서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채널 J에서 Before and After라는 리모델링 관련 프로그램을 해주는데, 그걸 보다보니 마리가 짓기로 한 집이 어떤 형태인지도 대략적으로 머리에 그려지더군요. 건축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고로 이 책은 티이타님께 추천합니다. (물론 아이쭈님이나 첫비행님도 재미있게 보실겁니다.)
뒤에 실린 단편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 강력한 반전이란.....;;;;;

짧게 쓰려 했는데 쓰다보니 또 길어졌군요. 오늘 퇴근하면서는 <이기적 식탁>을 읽을 겁니다. 효자동 레시피와 비교해보면서 올 연말에 해먹을 음식들을 꼽아보아야겠네요.>ㅅ<


Fluke, Joanne, <Carrot Cake Murder>, Kenshington, 2008
루이즈 픽포드, 윌리엄 링우드, <유럽 브런치 스타일>, 이끼북스, 2009, 16000원
김영주, <프로방스>, 안그라픽스, 2009, 12000원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임홍빈, 문학사상, 2009, 12000원
조양희, <런던 하늘 맑음>, 시공사, 2009, 9800원
나카지마 타이코, <지어도 돼?>, 신유희, 소담출판사, 2009, 1000원
서화숙, <마당의 순례자>, 웅진지식하우스, 2009, 13000원
신경숙, <효자동 레시피>, SOMO, 2009, 13000원
세노 갓파, <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 김이경 옮김, 서해문집, 2008, 12900원
고솜이, <수요일의 커피 하우스>, 돌풍, 2008, 9000원
시마다 소지,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09, 12000원
올리버 색스, <엉클 텅스텐>, 바다출판사, 2004, 11800원, <화성의 인류학자>, 2005,  바다출판사, 13800원
차유진, <청춘남미>, For Book, 2009, 13000원
김훈태,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북노마드, 2008, 13000원
비키 아처, <마이 프렌치 라이프>, 북노마드, 2007, 13800원
비키 마이런, <듀이>, 갤리온, 2009, 11000원
조앤 플루크, <퍼지 컵케이크 살인사건>, <블루베리 머핀 살인사건>, <설탕 쿠키 살인사건>, <레몬머랭 파이 살인사건>, <복숭아 파이 살인사건>, 해문, 2006-2008, 10000-11000원


이번에도 많이 밀렸습니다. 책이 많은 이유는 조앤 플루크의 코지 미스터리(30대 미혼 여성이 주인공인 가벼운 추리소설이랍니다; 칙릿과 같은 종류의 장르 구분인가요..)를 대량으로 빌려 읽어 그렇습니다. 뭐, 그 사이에 읽은 책이 더 있긴 하지만 어떤 책이었는지 잊은 관계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까 합니다.-ㅁ-;;


조앤 플루크의 추리소설 시리즈는 갓 나왔을 때 첫 번째 책인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을 보고는 완전히 손을 놓았습니다. 첫 번째 책이 2006년에 나왔는데 그 사이 꾸준히 나온 모양이군요. 주변에 제 책 취향과 꽤 많이 겹치는 분이 가장 최근 시리즈 두 권을 찾아 보시기에 저도 궁금해서 다시 빌렸습니다. 재미 없으면 책 속에 있는 레시피 찾아보는 셈치고 그냥 빌린 거죠. 그런데 이 책이 은근히 중독이더랍니다. 처음에 제목이 마음에 드는-정확히는 제목에 나오는 디저트가 마음에 드는-두 권을 골라 빌려보았는데 그 다음에 도서관에 가서 나머지 시리즈를 네 권 더 빌려왔습니다. 첫 책은 기억이 나지도 않지만 다시 보고 싶은 생각도 없고, 딱히 보지 않아도 이야기는 연결되니까 그냥 중간 권만 보고 있는 셈입니다.
기본 패턴은 살인 사건 발생, 주인공의 자체 조사, 사건 해결로 넘어갑니다. 이 작은 마을에 왜이리 사건이 많이 터지나 싶긴하지만 그냥 넘어갑니다. 세인트 미드도 바람 잘 날 없는 마을이었지만 이런 강력사건이 많이 발생하진 않았습니다. 미스 마플의 일생 동안 발생한 건 수와 몇 년 사이에 레이크 에덴에 발생한 사건을 비교하면 엄청난걸요.
이 책이 중독적이라고 한 것은 쿠키에 대해서도 해당됩니다. 다이어트 할 때는 절대 봐선 안되는 책으로, 보고 있는 동안 코 끝에서 버터와 설탕냄새가 떠나질 않습니다. 요요현상에 지대한 공을 세우는 책이므로 보실 땐 주의가 필요합니다. 덧붙이자면 보고 나면 꼭 제과점에 가게 됩니다. 하하하..

<마이 프렌치 라이프>는 최근에 나온 칼라 컬슨의 책을 검색하다가 나와서 빌려보게된 책입니다. 이전에 칼라 컬슨의 <이탈리안 조이>를 보고 꽤 마음에 들어서 그 뒤에 나온 책 두 권도 빌려 보았는데, 재미 없습니다. 사진은 많지만 마음을 잡아끄는 사진은 아니고 글도 미지근합니다. 그냥 모 유명 잡지들을 넘겨보는 느낌이더라고요.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는 한 달간 휴가를 내고 교토에서 정주자로 살다 온 이야기입니다. 스타벅스에 갔다가 비치된 책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도서관에서 찾아보았는데 역시 미적지근합니다. 사진이나 책 편집, 디자인 등은 굉장히 멋지지만 글이나 내용이 못따라갑니다. 사실 책을 보고는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 수준의 글을 기대했거든요. 밀고 당기는 글 맛이 있는 글이 떠올랐던 겁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실망감이 한층 더 했습니다.
보고 있자면 괜히 짐을 싸들고 여행을 가고 싶어지니 주의가 필요한 책입니다. 글에 실망해서 그런 생각이 미처 들지 않았다는게 이런 때는 다행이네요.

<듀이>는 도서관 고양이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에게도 추천하지만 그보다는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의 필독서로 꼽아도 될 정도입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려면 이정도의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사서가 되는 방법이 어떠한지를 살짝 보여주고 있고 미국의 도서관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기에 유학이나 타국의 공공도서관 현황을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러고 보니 앞서 소개한 조앤 플루크의 추리소설에서도 도서관은 단순한 책 창고가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체입니다. 한국하고는 방향이 상당히 다르지만 그렇게 된 것은 국가(혹은 국민) 색의 차이가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의 지역 공동체 구심점은 왠지 노인정이나 반상회란 느낌이라...

<수요일의 커피 하우스>는 한국 소설입니다. 제목에 홀려 빌린 책인데 그만큼 재미있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홍대를 자주 놀러가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볼만한 이야기지만 뭔가 남는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보고나면 훌훌 내용이 날아가는 그런 책이네요. 주인공과 친구의 관계는 꽤 인상 깊었지만 저는 중심 이야기를 카페 운영쪽에 두고 보았던데다 주인공의 대학생활이 제 생활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어서 공감이 안 갔던겁니다. 제게 자체휴강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이렇게 대학 생활하면 학점이 어떨까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엊그제 본 백귀야행도 미묘. 어... 일본의 대학생활은 이렇게 무섭습니까?;)

<청춘남미>는 차유진씨가 이전에 낸 요리책을 굉장히 좋아해서 그 다음에 또 나온다길래 빌려본 겁니다만 미묘합니다. 요리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걸 기대했는데 기대한 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게 볼만한 남미 여행기이고 먹는 이야기도 다른 책에 비해 많은 편입니다. 엉뚱하지만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기억하는 것은 책 후반부에 나오는 국제협력단 봉사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던 터라 실제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부럽기도 하고 해보고 싶기도 하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복잡미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남미여행기는 거의 찾아보지 않아서 비교 대상이 없지만 제가 읽은 보통의 여행기와 비교하면 잘 쓴 책에 속합니다.  블로그 여행기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왔던 때보다는 훨씬 나은거죠.

올리버 색스의 책은 먼저 <엉클 텅스텐>을 추천받고는 도서관에 다른 책이 더 있나 찾아보다가 <화성의 인류학자>도 같이 빌린 경우입니다. 엉클 텅스텐은 올리버 색스의 어린시절 실험일기로 자서전에 가까운 이야기 일지도 모릅니다. 자서전이라기엔 어린 시절에서 이야기가 끝나는데다, 실험일기와 함께 등장하는 것이 19세기의 과학발전사라서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사고뭉치 올리버의 실험일기와 이를 통해 바라보는 19세기 과학발전사라고 해야할까요. 과학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 아저씨 글이 은근 취향이라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화성의 인류학자>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비슷하게 임상 보고서 식으로 쓴 책입니다. 그런 고로 <아내를~>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단, 예전에 나온 책이라 판형이나 편집은 최근에 나온 책만큼 좋진 않습니다. 두께도 있고 해서 손대기 조금 겁나는 책이지요. 저야 받아 들고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세노 갓파의 여행기는 <청춘남미>와 바로 이어 쓸까 하다가 떼어냈습니다. 책 감상을 쓸 때는 가장 괜찮았던 책을 뒤로 미루었으니 이번에도 그래야지요. 이번에 본 여행기 중 가장 멋집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멋집니다. 하하하;
사진은 단 한 장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사진 따위는 필요 없다! 내게는 펜이 있을 뿐! 이란 포~~~스를 팍팍 풍기는 책입니다. 이전에 나온 책도 마음에 들어서 집 책장에 잘 모셔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고 있는데 이 책도 참 멋집니다. 역자 후기를 보면 이전에 서해문집에서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을 내면서 이 책도 같이 준비했는데 출판 계약의 문제로 출간이 아주 늦어진 모양입니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여기저기를 스케치하고, 저자가 겪은 인도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내용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책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글보다 그림이 맛입니다. 그림을 보고 있자면 입이 떡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요. 그림 때문에라도 추천합니다. 하하하...
게다가 최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다보니 <펜 끝으로~>에서 등장한 소품들이 이 책에 등장합니다. 그럼 그 책보다 먼저 나왔나보다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후기를 보니 1984년에 나온 책이랍니다. 20년도 전에 나온 책인데도 시간의 간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무섭습니다. 이만큼 충실한 인도 여행기는 찾아보기도 힘들지도.. 최신 정보가 아님에도 인도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 보이니까요. 아니, 최근에 들리는 인도정보가 여기서 그리 크게 변하지 않은 것도 있고 말입니다? 인도에 아주 많은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자주 정보를 찾아보진 않았지만 말입니다.
1984년의 한국과 2009년의 한국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테지만 1984년의 인도 생활 그림과 2009년의 인도 생활 그림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크게 변했을 것 같지 않아서 그렇지요. 무엇보다 여기서 보여주는 것은 관광지 주변, 유적, 시장 생활이라 그런걸까요. 최근에 인도에 다녀온 분이 있다면 꼭 읽어보고 비교 감상을 올려주세요. 친구 K가 인도에 다녀온 것도 한참 되었지만 음... 책을 읽고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은 시마다 소지가 장식(?)합니다.
<기울어진 저택의 살인>. 이건 읽은지 몇 주 된 책입니다. 아까워서 아껴보다가 보는 것이 늦었고, 거기에 리뷰 쓰기까지도 시간이 걸렸으니 그렇습니다. 살인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트릭이 참으로 기기묘묘합니다. 어허허; 시마다 소지의 다른 책들도 비슷하지만 살인 방식이나 처리 방식은 참으로 독창적입니다. 근데 그게 역으로 단점이 될 수 있고요. 너무 독특해서 현실감이 떨어지니까요. <용와정 살인사건>하고 느낌이 꽤 닮아 있지만 역시 다릅니다. 이전 책과 달리 여기서는 미타라이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참여하는 파일로 반스나 엘러리보다 비중이 훨씬 적습니다.
함정이 여러 군데 있지만 결말-그 후 이야기에서는 약간 맥이 빠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아이쭈님이랑 티이타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ㅅ+
고인준, <5번가의 주얼리 뮤지엄>, 마리북스, 2008, 13500원
아야츠지 유키토,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시공사, 한희선 역, 2008, 13000원
임진평,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위즈덤피플, 2008, 12000원
이현주, <행복한 정원 & 즐거운 살림>, 다빈치, 2008, 12000원
고야마 군도, <필름: 우연이 가져온 행복한 기적>, 가람북, 박소연 역, 10000원

그 동안 열심히 읽었다고 기억하는데 왜 목록이 이것밖에 안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다 어디에? 라곤 하지만 계산해보면 요즘은 책보다는 마비노기 하는 시간이 길었을걸요.-ㅁ-;;
이번에 올리는 책들은 재미 순이 아니라 그냥 먼저 생각난 순으로 올립니다.


주얼리, 혹은 보석과 관련된 책은 이전에도 몇 번 보았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기초 입문쯤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사진은 꽤 깔끔하고 괜찮지만 내용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해 아쉬웠던 책입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 깊은 이야기를 바랬는데 입문서라서 그런지 아주 얇게 뜨고만 넘어가는군요. 게다가 보석 용어를 처음부터 정의했다면 좋았을텐데 용어는 뒷부분에 따로 모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얼리, 보석, 귀금속 등 헷갈릴 수 있는 용어를 이 책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는 이야기 중간중간에야 나오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도 보고 있자면 보석 브랜드와 명가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2-3년 전에 G가 자기 취향의 반지를 찾긴 찾았는데 지나치게 비싸다면서 반 클리프 앤 아펠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그 이름을 이번에 다시 들었지요. 그리고 궁금해진 김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찾아보았는데 저도 취향 직격입니다. 쇼메, 카르티에, 반 클리프 앤 아펠 중에서는 반 클리프~쪽이 가장 취향에 맞았습니다. 터키석을 세련되게 다룬 솜씨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다른 곳에서는 터키석을 많이 쓰지도 않았을뿐더러 쓰인 것도 다른 보석의 장식 정도로만 쓰고 있습니다.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알함브라 시리즈에서는 나비 모양의 터키석이 나오거든요.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흑..
친구 K는 반 클리프~ 시계에 홀딱 반했는데 나중에 가격 알아보고는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전세금보다도 더 나옵니다. 언젠가 죽기 전에는 손에 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일이죠. 그래서 저는 아예 가격도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랑 정초에 모여 놀 때 주얼리와 예물 관련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해주는 예물말입니다. 기왕 해주시는 것, 거기에 취향 물어보신다면 진짜 며느리가 원하는 것으로 해주시면 안될까요.-_- 고만고만한-그리고 다시 팔아도 돈 안될;-사파이어, 루비, 다이아몬드 세트보다는 마음에 드는 카르티에 예물 한 세트가 낫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렇습니다. 뭐, 받는 상황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기도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왔더랬죠.
(한 번 공방에 가서도 그 이야기를 해볼까요..'ㅂ'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을텐데 말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신작이 시공사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혹시 관시리즈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습니다. 저택이 배경이긴 했지만 이전편에 등장한 사람들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분위기를 봐서는 아마 같은 건축가가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만 하고 있지만 정확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군요.
어쨌건 이번 이야기의 결론은 '미친놈은 답이 없다'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음에 듭니다. 저택 전체의 묘사도 그렇지만 특히 서재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이런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단순히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고 거기 꽂힌 수많은 한정판에 낚였기 때문일겁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츠바사 한정판 하드커버북 같은 것이 꽂힌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서재에는 1900년대 초의 여러 문학가들의 소설과 시집 초판본과 한정 출판본이 꽂혀 있거든요. 한국식으로 말하면 윤동주, 방정환, 이광수나 기타 여러 동인들의 소설집이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 있는 겁니다. 관리가 쉽지 않았을텐데 용케도 했다 싶네요. 그렇지 않아도 엊그제 봉신연의 예전판 꺼내봤다가 책 냄새 때문에 신장판 구입 의욕이 40% 정도 상승했거든요. 좋은 종이를 쓰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엔 종이가 산화되어서 시큼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책이 누렇게 변하고 바스라지고 합니다. 그러니 1900년대 초반의 책이라면 더 오래되었을 것이고 종이의 산화도 상당히 진행되었을거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그 저택의 서재가 정말 가지고 싶었습니다. 일단 그런 서재를 손에 넣으면 바닥공사부터 해서 온돌부터 깔고...(중얼)




같은 제목을 가진 다큐멘터리를 발표한 후,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있었던 이야기와 다큐멘터리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 모아 낸 겁니다. 드라마 <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음악으로 알려진 '두 개의 달'에 관심이 있고 아일랜드라는 나라에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들여다 보시길. 하지만 재미보다는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과거를 보는 눈은 한 개여야 하는가 두 개여야 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과거를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 장님이라던데 설명을 읽고 나니 납득이 가는군요. 두 눈 모두 과거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나아가더라도, 앞을 보지 않으니 장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한 눈은 과거를, 다른 한 눈은 미래를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어디에든 해당된다는 이야기이니 가슴에 새기자고요.
이 책은 다른 여행기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여행충동을 불러일으키므로 읽기 전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쪽은 Kiril님이나 첫비행님 취향이라고 장담합니다. 정원을 예쁘게 가꾸며 표지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티매트와 티포트를 준비하고 정원에 핀 꽃을 감상하며 우아하게 티타임을 즐기는 내용의 책이라 보시면 됩니다.(웃음) 정원가꾸기, 소품만들기로 크게 나눌 수 있고 양쪽의 비율은 비슷합니다. 가볍게 다루는 감이 있지만 안에 등장하는 티매트나 바구니, 천 염색하기, 염색한 천으로 조각보 만들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 있으니 가볍게 다룰 수 밖에 없었겠지요. 길게 하다가는 보는 사람도 지칠겁니다.
조각보도 예쁘지만 티매트나 바구니 덮개 등의 조각잇기 배색이 멋집니다. 이런 부분은 Kiril님의 입맛에 잘 맞을겁니다. 훗훗훗..





이 책은 단편집입니다. 서가를 둘러보다가 제목만 보고 앞뒤 안 가리고 빌려온 책인데 나쁘진 않았습니다. 우연한 만남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 우연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종종 마주치는 우연이기 때문에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우연이 지나치다 싶었더니 필연이었다더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약간 쓸쓸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담담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어서 가볍게 보기에는 딱 좋습니다. 카레 이야기나 그 다음에 실린 바 만들기가 제일 마음에 들었지요.






날림 리뷰는 이것으로 끝!

글 쓰기 싫은 걸, 밀린 글거리가 너무 많아서 붙들고 있었더니 그럭저럭 말은 풀리네요. 하지만 마음에 흡족하지는 않으니.. 이정도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이번에도 몰아서 하다보니 책 권 수가 좀 많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것도 있고 여러 차례 읽어서 서지사항을 적지 않은 것도 있고요. 지금 읽고 있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 겸 수필이고 그 직전에 읽은 것은 신이현의 <알자스>입니다. 크리스마스 때 보면 딱인 책이라니까요. 알자스의 겨울은 역시 크리스마스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덕분에 제과신이 살짝 어깨에 내려오셨습니다. 흑;

김연수, <여행할 권리>, 창비, 2008, 12000원
채다인, <나는 편의점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백희나, <구름빵>, 한솔교육, 2007, 8500원
박상희, <커피홀릭's 노트>, 예담, 2008, 12000원
가이도 다케루,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은행나무, 2008, 11000원
미야베 미유키, <레벨 7 상-하>, 북스피어, 2008, 각 9500원
임윤정, <카페 오사카 교토>, 황소자리, 2008, 12000원

권 수로는 8권이군요. 레벨 7이 상, 하로 나뉘어 있어 그렇습니다.


짧게 쓸 수 있는 것부터 하지요.
카페 오사카 교토는 이전에 카페 도쿄를 쓴 작가가 도쿄에 있을 때 잠시 다녀온 오사카, 교토의 카페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책을 내기 전 조사차 다녀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책 속에도 나오지만 도쿄쪽보다는 오사카나 교토 카페 분위기가 조금 더 독특합니다. 요즘 생기는 홍대 카페 분위기가 이런 주제를 따라가려고 한다는 생각인데, 커피 맛 자체보다는 분위기에 승부한다는 느낌? 하지만 각각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는 점에서는 오사카나 교토의 카페가 나아 보입니다. 홍대 카페들 중에서 자신만의 주제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곳은 몇 군데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런겁니다. 요즘이야 홍대 카페를 들어갈 일이 거의 없으니 확신은 못합니다. 하지만 마포 도서관 근처의 카페 무리는 비슷비슷하게 보이거든요. 너무 몰려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관서를 여행하기 전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지만, 지나치게 몰두하지는 마세요. 자칫하면 여기 나온 카페들을 모두 찍어보겠다라는 만용을 부릴지도 모릅니다. 하핫.

여행할 권리를 읽고 난 감상은 왜 이 책이 그렇게 도서관에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온지는 꽤 되었는데 이상하게 예약자가 많은 책이거든요. 예약 시도를 했다가 포기하고는 다른 경로로 구해 읽었습니다. 하지만 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빠리라든지 토오꾜오 등의 표기가 낯설어서 글에 몰두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소설가가 쓴 여행기다보니 글은 꽤 잘 읽힙니다. 여행도 보통은 주제가 있는 여행으로 다니기 때문에 재미있었고요. 도쿄 여행기는 이상의 생애와 연결해서 글이 흘러가는데 이상의 삶이 이랬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냥 날개의 기둥서방 이미지만 강했거든요.;
다른 것보다 소설가 모임에서 보인 뻔뻔한(...)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부분은 꼭 읽어보세요.

구름빵은 강력 추천작. 우울할 때 보면 좋은 그림책입니다. 내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재미있습니다. 길이도 짧고 하니 서점에서 휘릭 넘겨보셔도 됩니다. 보고 나면 사고 싶어질지도 모르니 그 부분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저도 구입 예정 목록에 넣어 두었습니다.

편의점 탐닉은 무난무난합니다. 편의점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른 곳은 별 문제가 없지만 걸리는 부분이 딱 한 군데 있더군요. 블로그에서라면 그렇게 표현해도 무리가 없지만 책으로 나왔을 때는 한 줄 빼도 괜찮았을건데 말입니다. 작은 탐닉이라는 시리즈 제목에 잘 맞는 책이란 생각입니다. 

커피홀릭의 노트는 처음 읽을 때와 나중에 다시 생각했을 때의 느낌이 확 다른 책이었습니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는 글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불평했는데 뒷부분으로 갈 수록 집중도는 높아집니다. 아마도 제가 커피에 대한 기본 지식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앞부분에는 그다지 집중을 못했고 뒷부분의 특이한 커피용구들을 보고는 홀딱 반해서 그랬을 겁니다.
책의 가독성이 낮은 편인 것은 삽화 때문입니다. 책의 절반 가까이 삽화가 들어가 있는데(삽화 비율이 40% 가량) 문제는 삽화에 들어간 설명이 필기체 영어라는 겁니다. 캘리그라피처럼 장식 글자이기도 해서 도저히 알아볼 수 없습니다. 작가가 영국 유학을 다녀온 것도 필기체 영어를 쓴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데 커피에 지식이 조금 있으니 그나마 몇 개는 알아보았지만 나머지는 철자를 몰라봤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익숙한' 그림체라는 것도 반감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도 가격 대 성능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커피용구들을 다양하게 소개해서 커피 입문서로도 나쁘지 않고요. 살지 말지는 조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걸 사면 커피 지름신이 확 내려올 것 같아 무섭습니다.

레벨 7은 교보에서 처음에 보았던 리뷰를 보고 상상한 내용과 실제 내용에 굉장한 거리감이 느껴져 읽으면서 당황했습니다. 이 때는 또 묘하게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 안 땡겨서 놔두고 있다가 대충 대충 건너 뛰면서 반납하기 직전에 다 읽었습니다. 읽은 뒤의 느낌은 꽤 좋았습니다. 어제 또 온다 리쿠의 책을 빌려서 다시 보고 있는데 온다 리쿠는 읽고 나면 입맛이 씁니다. 미미 여사 쪽은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니 훨씬 취향인 거죠.
실험적인 형식이나 그런 것은 등장하지 않지만 딱 추리 소설 느낌에 맞춰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미미여사 책 답게 사회문제도 섞여 있으니 생각하며 읽어봅시다.(음?)

다음은 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
처음에 가이도 다케루의 책이 또 나왔다고 해서 같은 출판사에서 냈나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은행나무에서 나왔군요. 일본 소설이 한창 쏟아지던 때 은행나무에서도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 읽은 책들 중에는 은행나무에서 나온 책이 없었나 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보고 있자면 한국의 출산 정책이 어디부터 잘못 되었는지 빤히 들여다 보입니다. 일본 이야기지만 일본의 저출산보다 한국의 저출산이 훨씬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의 저출산은 다른 쪽의 문제가 크기도 하지만 그래도 리에가 말하는 출산 대책이 머리 굳어 있는 후생성 공무원들의 정책보다 훨씬 낫다고 봅니다. 하도 출산인구가 줄어서 한국도 산부인과들이 폐업하기 직전이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조산원 문제도 있군요. 한국에서는 조산원도 완전히 없어졌지요? 아기를 받는 것은 경험많은 조산원과 의사의 합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습니다.
냉혈이든 냉철이든 얼음이든 하여간 멋진 의사선생님 밑에서 저도 생물학 수업 받고 싶어요.;ㅂ;



書목록을 보니 12일이 마지막으로 글 올린 날입니다. 그 동안 읽은 책들을 쭉 뽑아보니 대강 이정도로군요.

와카타케 나나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북폴리오, 권영주 옮김, 2007, 9500원
김정은,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 예담, 2007, 11000원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낭만동화집 1>, 이룸, 차경아 외 옮김, 2006, 15000원 
이어령, <우리문화박물지>, 디자인하우스, 2007, 13000원
에릭 메이슬, <보헤미안의 파리>, 북노마드, 노지양 옮김, 2008, 11000원
제환정, <뉴욕 다이어리>, 시공사, 2007, 13000원
아사쿠라 다쿠야, <4일간의 기적>, 한스미디어, 김난주 옮김, 10000원
온다 리쿠, <메이즈>, 노블마인, 박수지 옮김, 2008, 10000원
아사다 지로, <월하의 연인>, 지식여행, 2007, 9900원
노다 마사아키, <전쟁과 인간>, 길, 서혜영 옮김, 2000, 15000원



일단 읽었음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부터 적지요. <뉴욕 다이어리>. 며칠 전에 읽은 책인데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거참 신기합니다. 보다가 엉뚱하게 예전에 읽은 뉴욕 체류기가 떠올라서 도서관에서 다시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을 빌려왔다는 것 외엔 남는 것이 없군요. 유행에 따라 나온 그저 그런 뉴욕 여행기였나봅니다. 강렬한 기억이 없군요. <내가 사랑한~>은 뉴욕 체류기나 일본 체류기 등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도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에도 다시 빌려 보았건만 두 번 보아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체류기라는 것이 무섭습니다. 덕분에 일본 장기 여행 준비를 다시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이전에 부었던 것은 펀드라 지금 원금을 삐~% 깎아 먹은 덕분에 손을 못댑니다. 이번엔 적금으로 넣어야할까요.



그다음으로 기억이 없는 것은 <월하의 연인>. 아사다 지로 특유의 괴이한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보고 나면 뒤끝이 안 좋은데도 빌릴 책이 없으면 빌려오게 된다니까요.=_=



<메이즈>는 솔직히 재미 없었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그래도 여행기, 체류기 비슷해서 H시-보면 어딘지 다 압니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메이즈는 시작부터가 공포물이고 배경도 아프가니스탄 그 안쪽 어딘가로 잡혀 있어서 갈 수 없지요. 아, 아프가니스탄하니까 자동 연상으로 훈자가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훈자도 언젠가 가보고 싶습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배경이 되었다는 파키스탄 지방이지요.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는 무서운 지역이긴 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지 않습니까. 공포물이라거나 위험지대라 그런 것이 아니라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다는 의미입니다. 눌러 앉게 된다는 거죠.
이것도 추리이긴 한데 마음에 들었던 누구의 행방이 묘연해지는 바람에 입맛(?)을 잃었습니다. 거기에 온다 리쿠 특유의 씁쓸한 엔딩이라 더 그랬지요. 저는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먼저 보고 <메이즈>를 나중에 보았는데 G는 순서대로 <메이즈> 먼저, <클레오~>를 나중에 봤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보고 나더니 온다 리쿠 소설 중에서 깔끔하게 끝나는 소설도 있었냐고 하더군요. 그 직전에 읽었던 온다 리쿠 책이 <구형의 계절>이라 열린 결말에 질려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합니다.



<우리문화 박물지>는 그럭저럭. 최근 일본 소설만 읽어서 제게 부족해 있던 한국 문화 영양소를 공급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도 좀 확대해석의 기미가 보입니다.;;
이 책은 다른 것보다 외국인들에게 선물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ㅂ' 번역하기는 힘들겠지만 한국어 공부 겸 한국 문화의 키워드를 보여주는 책으로 말입니다. 책 편집도 깔끔하고 각각의 소재에 대한 글도 짧으니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에게 괜찮지 않을까요.



<낭만동화집 1>은 도서관에서 보고 덥석 집은 책인데 독일 낭만주의 소설 모음입니다. 책이 두껍고 하드커버라는 것을 생각하면 15000원이라는 가격이 싸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몇 군데 번역의 오류가 보인다는 점, 읽다가 졸았다는 점, 그리고 흔히 생각하는 로맨틱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걸립니다. gnome을 그놈이라고 했더라고요. g는 묵음인데 생각을 못했나봅니다.
낭만동화라길래 행복한 결말을 주로 생각했는데 내용의 절반 이상은 불행한 결말입니다. 로맨틱하고 핑크빛이 만발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니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디네를 포함해 그 때쯤의 소설들을 여럿 볼 수 있다는 건 좋았습니다. 2권을 빌릴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단편 연작집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사보 편집자가 한 달에 한 번씩 단편소설을 연재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글로 시작해서는 소설가가 편집자에게 고백하는 편지로 끝이 납니다. 달마다 연재하는 소설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요 각 장의 앞에는 그 달의 사보 목차가 올라와 있습니다. 철저하게 설정을 한 겁니다. 거기에 사보에 연재되는 소설이다보니 계절감도 충실하고요. 일상생활의 미스터리지만 맨 마지막에 뒤통수를 가격 당하면 흐물흐물 늘어지게 됩니다. 평범한 이야기다보니 맨 마지막의 반전도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나올 줄 몰랐습니다. 아마 아이쭈님 취향에 맞을겁니다. 후후후후후~



<4일간의 기적>도 재미있습니다. 어느 전직(?) 피아니스트와 정신지체 소녀가 같이 다니면서 봉사활동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요 피아노 연주를 하러 가는 4일동안에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내용을 다 소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이 작지만 두꺼워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4일간의 이야기가 충실하게 들어오면서 그 사이사이에 과거의 기억, 과거의 사건도 함께 다룹니다. 그리고 희망적인 장면으로 끝이 나기 때문에 읽고 나면 뿌듯합니다. <눈의 야화>, <새틀라이트 크루즈>도 괜찮았다 생각했는데 <4일간의 기적>도 재미있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만한 책들입니다.



<전쟁과 인간>은 이 목록에서 가장 안 어울리지 않나합니다. 종전 후, 일본의 어느 정신과 의사가 전쟁에 나갔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쟁 기억을 모아봅니다. 독일에서 유태인 생존자의 증언을 모으는 것, 그리고 독일의 전후 처리과정을 보고는 마음이 움직여 시작한 겁니다. 왜 일본 사람들은 전쟁 기간 동안 저지른 일에 대해 죄책감이 없는 것인가에 대해 알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작가의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나온지 오래된 책이고 한국이나 동남아시아보다는 중국, 만주 쪽에서 활동한 전범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처음 보는 이야기도 많아서 당황했습니다. 비위가 약한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읽고 나면 분노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으니 옆에 심신정화용으로 다른 만화책이나 책을 가져다 두고 읽으세요. 읽고 나면 일본 물품에 대한 지름신이 잠시간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니 지름신 제어책으로도 유용합니다.;;



<보헤미안의 파리>는 예전에 읽었던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작가입니다. 파리를 중심으로 한 글쓰기 이야기고요. 앞서의 샌프란시스코와 닮아 있습니다. 파리에 대해서 작가를 위해 열린 공간, 일단 질러(?)놓고 보자고 들어와서 꾸준히 하면 기회는 많다고 하는군요. 다른 무엇보다 아침 저녁으로 A4한 장씩 글을 쓴다면 1년 안에 책 한 권을 만들 분량이 나온다는 것은 감명 깊었습니다. 그냥 체류기나 여행기로 보기보다는 작가지망생에게 말하는 글쓰기 준비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괜찮게 읽었습니다.

책 읽은 것들 정리하기가 정말 싫어서 그냥 한 번에 몰아 쓰렵니다. 요 며칠 지뢰를 계속 밟아서 그런가봅니다.

온다 리쿠, <금지된 낙원>
온다 리쿠, <구형의 계절>
우에다 아키나리, <우게쓰 이야기>
아사다 지로,<월하의 연인>
카리야 테츠,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 1-2>
케이트 케리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데이비드 제롤드,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
여성건축기술자회,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
아사쿠라 다쿠야, <눈의 야화>
모리오카 히로유키, <달과 어둠의 전기>
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제프리 초서, <켄터베리 이야기>


음, 이것말고도 또 있었던 것 같은데 나머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그러니 넘어가고.

달과 어둠의 전기. 읽다가 던져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 끝까지 가보자 싶어서 읽었는데 읽고 난 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뒷 권이나 관련 시리즈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제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더군요. 영감은 있으나 능력은 없는 10대의 방약무인한 소년이 무전취식을 노리면서 사기를 치려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퇴치할 능력도 없으면서 퇴치하겠다고 한 것이 사기 치는 것이지 뭡니까. 하여간 도서관에서 망설이다가 집어 들어 피본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달과 어둠의 전기보다 더 지독했던 것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입니다. 이건 읽다가 던졌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앞에 몇 장 읽어보고는 더 읽다가는 속 터지겠다 싶어 반납했습니다. 뉴욕에서 잘 나가는 어느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충동적으로 결혼하고는 그에 대해 후회를 할까 마음 편히 살까 고민하는 이야기인데 외할머니의 이야기와 번갈아 가며 진행됩니다. 앞 부분만 읽고는 도저히 공감이 안가서 읽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레시피라도 잔뜩 있을까 싶었는데 각 장 앞에 하나씩 소개 되어 있어 5-6개 남짓만 있더군요.
느낌은 할리퀸 로맨스의 뒷 이야기랄까..? 공주님과 왕자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니라 결혼해서 이렇게 마음 고생하고 있습니다.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두 권도 그럭저럭 읽을만 했지만 제 취향은 아닙니다. 앞부분은 해당 도시를 배경으로한 소설, 뒤는 사진 위주입니다. 짤막한 에세이 같은 것도 있는데 전 에세이 쪽이 더 좋더군요. 그러고 보니 김영하는 소설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네요. 예전에 랄랄라 하우스만 빌려 읽었던가요.

아사다 지로는 프리즌 호텔만 좋은가봅니다. 특히 몽환적이고 알 수 없는 단편집들은 정말 책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손 대지만 읽고 나서는 항상 후회합니다. 사고루 기담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아야시~는 뒤끝이 안 좋았고 월하의 연인은 쓰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의 단편이 몇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다 읽는다 해도 평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서해문집에서 나온 것인데 책 판형이나 글씨 크기, 편집, 그림 등은 다 마음에 들었지만 캔터베리 이야기 자체는 재미없었습니다.

아사쿠라 다쿠야의 눈의 야화는 이전에 새틀라이트 크루즈를 괜찮게 봐서 빌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미묘. 책이 두껍지만 안 읽히는 책은 아닌데 몇 군데서 묘하게 늘어집니다. 특정 부분의 묘사, 주인공의 심리적 독백 같은 곳이 지나치게 길어서 소설의 맥을 가늘게 만듭니다. 요약하자면 별 생각 없이 미술을 시작했다가 꽤 잘나가던 주인공이 좌절하고 다시 손대기까지의 이야기인데, 거기에 눈과 관련된 설화가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무난하게 볼만하지만 중간에 그 늘어지는 부분에서 지겨워질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답답한 성격입니다. 무심에 소심을 더하면 이런 성격일거예요.;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은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상황과 다른 부분도 많고요. 한국은 아파트를 선호하는데다 단독주택도 한 집에서 오래 사는 경우가 드문데, 일본은 아파트나 빌라보다도 정원 가꾸기가 가능한 단독주택을 선호하는지 단독주택에 대한 개조 사례가 많습니다. 그것도 오래된 집에 대한 개축이 많더군요. 제목에서 나오는 것처럼 주로 거실과 부엌을 개조하기 때문에 이쪽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세요.
부엌을 배치할 때 햇살이 잘 들거나 전망이 좋은 곳에 둔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게쓰 이야기는 에도 시대에 나온 유명한 설화문학이랍니다. 신간을 둘러보다가 내용 소개에 흥미가 끌려서 도서관에 주문해 빌려다 보았습니다.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군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이야기가 많은데 각 이야기의 뒤에 실려 있는 해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에도 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많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요재지이였나, 하여간 그런 류의 이야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은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인 카리야 테츠가 쓴 책입니다. 맛의 달인을 쓰기 위해 취재하는 동안 일어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 작가 성격이 나쁘다는 것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엊그제 초록불님이 편집자와 작가의 차이는 자뻑기질 차이라고 했는데 이걸 떠올리면 금방 납득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제 멋에 사는 작가예요.
맛의 달인에 등장하는 여러 음식 그림들과 함께 먹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1권은 주로 음식 재료와 관련된 이야기가, 2권은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 등 국가별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가별 요리라고는 해도 프랑스 요리 때는 푸와그라 이야기가 나오는 등 재료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두서 없이 늘어 놓는 음식 이야기이니 그런 걸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맛의 달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두말없이 추천합니다. 읽고 있자면 카이바라(번역판에서는 우미하라. 카이바라라고 읽는 것이 맞답니다)나 지로의 나쁜 성격이 어디서 나왔는지 단번에 아실겁니다.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독신으로 살아오던 어느 작가가 문득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온갖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결심하는데, 이 아이는 자신이 화성인이고 언젠가 화성인들이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화성인에서 지구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주 내용입니다. 이게 순위가 높은 것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작가가 스타트랙 작가라고 해서 홀랑 낚였거든요. 이 책을 읽기 직전에 Happy SF를 봤고, 그래서 여러 SF 소설에 구미가 당기던 차에 별 생각 없이 빌린 책이 SF 작가가 쓴 책인겁니다. 그것만 해도 우연의 일치라 할텐데 번역자는 Happy SF 2호에 실린 단편의 작가였습니다.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같은 분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SF관련 여러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책은 작고 얇지만 여운도 그렇고 느낌도 좋았습니다. 가볍게 읽을 만한 책입니다.

마지막이 온다 리쿠의 금지된 낙원과 구형의 계절인데, 사실 둘다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처음 시작은 도시괴담이더니 어느 순간 판타지 소설로 넘어가더군요. 아이쭈님이 네크로폴리스랑 구형의 계절을 보다가 맨 마지막 부분에서 화냈다 하시던데 이해가 갑니다. 구형의 계절보다는 네크로폴리스가 조금 더 낫긴 합니다. 구형의 계절은 60%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이야기가 왜 이리 전개되는지, 엉뚱하게 마구 흘러버립니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나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처럼 학원물을 기대했는데 뒤통수를 퍽 맞은 느낌일까요. 열린 엔딩이라 더 그렇습니다.
캐릭터들은 마음에 들지만 내용은 마음에 안듭니다.
금지된 낙원도 막판 뒤집기에서 빈대떡을 홀랑 다 태워먹은 느낌입니다. 긴장감을 잘 조성하면서 공포물로 나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오컬트가 됩니다. 두 사람이 막판 뒤집기를 할 거란건 알았지만 그쪽이 막판 뒤집기를 한 것은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흐린다 싶었고, 다른 한 쪽은 최종보스 치고는 너무 약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디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엘프가 매그넘샷 한 발에 글라스기브넨을 날려버린 듯한 느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묵혀둔 책이 몇 권 안 남았는데 이것 다 읽고 나서 뭘 보나 싶습니다.ㅠ_ㅠ


고종희, <바로크 정원 이야기: 유럽 정원에 담겨 있는 공간의 비밀>, 나무도시, 2008, 14000원
문무경, 김성곤, <유럽 디자인 여행>, 안그라픽스, 2008, 20000원
김효선, <김효선의 나홀로 기차여행: 북미대륙 편>, 바람구두, 2008, 14800원
데이비드 맥컬레이, <이슬람 사원>, 소년한길, 2005, 15000원
 
꼬박꼬박 쓴다고 썼는데 이렇게 많이 밀려 있었을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책 읽고 나서 바로바로 리뷰를 쓰는 것이 아니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군요.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약간의 시간이 지나야 거리를 두고 책을 볼 수 있는 만큼 하루 이틀 뒤로 미루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렇게 미루다가 리뷰 쓰는 것을 잊으면 안되지만 말입니다.


시간차가 꽤 있습니다.
특히 유럽 디자인 여행은 읽은지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추석 전에 읽지 않았나 싶은데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워낙 책을 많이 바꿔가며 읽다보니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군요. 게다가 한 번에 쓰려고 하니까 기운 빠집니다.; 가장 간단히 쓸 수 있는 책부터 소개를 하지요.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이슬람 사원은 이전에 마스터가 한 번 언급했지요. 성당 세우는 것을 펜화로 그린 책이라고 말입니다. 소년한길에서 2005년에 출간한 데이비드 맥컬레이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 중에서 이슬람 사원이 가장 나중에 나온 건지, 도서관에 신청할 때는 이 책이 없었는데, 엊그제 도서관에서 보고는 뒤늦게 읽었습니다.
데이비드 맥컬레이는 기계(기구?)의 해부도 그림을 자주 그린 작가입니다. 기계의 구조나 지역(예를 들면 지하철역 같은)의 단면도 같은 것을 세밀하게 잘 그리더군요. 그런 고로 기계나 공구의 작동 원리 관련 애들 책을 찾다보면 데이비드 맥컬레이 책이 많이 걸립니다.
이슬람 사원과 같은 시리즈로는 고딕 성당, 도시(로마의 도시), 성(중세 성벽), 피라미드 등이 있습니다. 마스터가 보신건 이 중 고딕 성당이 아닐까 합니다. 성당 짓는 모습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꽤 상세합니다. 어느 구조에서는 목재를 어떤 식으로 잘라 어떻게 끼워맞추고 그리하여 하중이 어떻게 분산된다는 식으로 설명이 되었는데 애들책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성인들이 읽어야할 책이지요. 건축학도들에게는 유용한 책일겁니다.
이슬람 사원에서는 어느 파샤가 자신의 재산을 기부해 이슬람 사원을 짓는 이야기가 나와 있습니다. 이걸 고딕성당과도 비교하며 읽으면 꽤 재미있을텐데요, 만드는 방식이 상당히 다릅니다. 건축 양식이나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자금 모금의 문제입니다. 성당은 기부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100년 가까이 걸리지만, 책 속에서는 자금 모금에 걸리는 시간을 없애고(..)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일반인들의 모금으로 건립되는군요. 하지만 이슬람 사원은 다릅니다. 파샤가 혼자서 재산을 기부해 건물을 세우고, 그 담당 건축가는 배당된 예산 안에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사전에 계획을 세웁니다. 물론 건축물들은 대부분 예산을 초과하긴 하지만 일단 성당과는 꽤 다른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사원은 그 주변에 교육기관과 자선단체 기능도 하는 식당이 함께 세워집니다. 서비스 차원이랄까요. 이쪽이 오히려 로마시대 부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나홀로 기차여행은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기차여행기입니다. 아이들도 다 키웠고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머니들은 자리에 주저앉기 쉽지요. 하지만 지은이는 다릅니다. 혼자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는군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내버려 두고 혼자서 북미 대륙 기차 여행을 합니다. 치환한 느낌은 JR 패스를 끊어서 신나게 일본 열도 일주를 하는 것 정도? 철도에 아주 관심이 많은 분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일반인들보다는 좀더 자세히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철덕(...)부분은 배제했는지도 모릅니다.
기차여행을 혼자 하면서 기차 안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꽤 깊이 남습니다.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이 생각보다 쓸쓸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군요. 혼자 다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캐나다와 미국의 여행기이니 철도 여행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읽어보세요.


유럽 디자인 여행은 책 내용을 부제가 가장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In search of design DNA - 디자인 학교 + 디자인 뮤지엄 + 디자인 일상.
문무경과 김성곤 두 사람이 각자 혹은 함께 혹은 다른 사람들과 유럽의 디자인을 보며 쓴 책입니다. 여행서라고는 하지만 안내서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기차여행~에서처럼 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부제에서 말하는 것처럼 디자인 학교와 디자인 박물관, 그리고 디자인에 강세를 보이는 여러 유럽 기업과 상점 등의 일상 생활 속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개는 각각의 건물이랄까, **학교, **박물관, 상점 등을 나눠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안내서라고 한 겁니다. 디자인을 주제로 한 유럽 여행을 가는 사람이라면 가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내용입니다. 거기에 유럽으로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읽어야겠지요.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그냥 사진을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ㅂ'
부제에서 말하는 것처럼 진짜 유럽에는 design DNA가 따로 있나봅니다.


바로크 정원은 앞서 올린 독일 정원의 다음 이야기입니다. 시대별로 정원의 종류에 따라 책을 한 권씩 써나갈 모양입니다. 2008년 6월에 나온 책인데 다음에 낼 책이 궁금합니다.
정원 양식에 따라 나온 첫 번째 책이 바로크 정원인 것은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독일의 정원은 바로크 정원보다는 풍경정원이 많았다고 기억하는데, 시대상 풍경정원은 바로크 정원보다 후대의 것이랍니다. 그래서 앞서 시대의 바로크 정원을 택한 것 같은데, 이탈리아 쪽의 르네상스 정원은 바로크 정원보다도 앞의 것이겠지요. 순서대로 쓰지 않은 것은 작가가 내키는 대로 쓰기 때문일까요. 하하하;
정원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소개된 정원들이 궁에 딸린 정원이기 때문에 읽다보면 유럽 왕실 뒷 이야기도 은근히 많습니다. 루이 14세의 탄생 비화라든지 영국 왕실 계보와 하노버 왕조 이야기도 있고요. 하지만 이름의 표기가 통일되지 않은 것은 불만입니다. 찰스 1세는 사형, 그 아들인 찰스 2세는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주지만 동생인 제임스 2세는 딸과 사위에게 쫓겨나지요. 그 딸인 오라녜(오렌지. 아니 어륀지?)공 빌렘에게 시집간 메리를 마리아라고 적어서 헷갈리기도 했고, 빌렘을 그대로 적은 것도 그렇고요. 아무래도 이런 경우에는 영국식 표기에 맞춰 메리 2세, 윌리엄 3세라고 적어주지 말입니다. 그런 이름 표기가 읽는 도중에 좀 걸렸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바로크 정원 양식의 대표적인 정원이랍니다. 읽고 있자면 궁전 내부 따위는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정원이다! 정원에 텐트를 치든 침낭을 가져가든 상관없이 몇 박 며칠을 머무르면서라도 정원은 반드시 구경해야한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베르사유보다 더 힘이 들어갔다는(?) 보 르 비콩트도 꼭 가보고 싶고요. 앞서 책을 보면 유럽 디자인 여행을 가고 싶지만 이 책을 보면 유럽 정원 여행을 가고 싶어집니다. 그러니 여행 충동질에 약하신 분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저자의 주 활동지역이 독일이다보니 독일의 바로크 정원 두 군데도 등장을 했는데요, 하나가 소피 왕비의 헤렌하우젠, 다른 하나가 프리드리히 3세의 상수시랍니다. 헤렌하우젠은 읽으면서도 홀딱 반해서 다음에 꼭 갈 생각이고.. 프리드리히 3세의 경우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무서웠습니다. 프로이센의 성립 과정도 재미있게 소개되었지만 그 탈주극이 워낙 뇌리에 깊게 박혔다니까요. 상수시는 다른 건 다 무시했다고 하지만 일단 포도밭이 궁금해서라도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랜디 포시, <마지막 강의>, 살림, 2008, 12000원
다카노 가즈아키, <유령 인명구조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9800
김남희, <유럽의 걷고 싶은 길>, 미래인, 2008, 13800원


커다란 네부타는 가장 뒤에 온다. <내추럴>에서 나온 아오모리의 속담이라던가요. 주역 혹은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속담입니다. 죽음의 미로에서 폐하가 항상 나중에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으하하;

책 리뷰를 쓸 때도 가장 인상이 깊은 것이 뒤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인상이 가벼운 것은 앞으로 나옵니다.
이 세 권 중에서 가장 뒤로 밀리는 것은 <유럽이 걷고 싶은 길>입니다.
김남희씨의 책은 추천은 많이하지만 정작 저는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투덜투덜 불평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봅니다. 이번 책에서도 걷는 동안 생긴 이런 저런 사건들이 불평에 가깝게 등장합니다. 진짜 걸어보고 싶은 마을도 많았지만 읽다보면 그런 불평이 튀어나와 읽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듭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사건이 발생할까, 어떤 일이 생길까라고요. 특히 저랑 상성이 안 맞는 이유는 저자가 길치라는 점입니다. 자주 헤매다보니 읽는 가 속이 답답합니다. 그런 고로 상대적으로 평가가 낮습니다.
그래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자그마한 골목길, 산책길에 대한 글이기도 하고 사진들도 쏠쏠하니 볼만합니다. 대리만족으로는 괜찮겠네요.

<유령 인명구조대>는 추천강도가 꽤 높습니다. 하지만 닥추나 강추는 아닌 것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아 인상이 깊었기 때문입니다. 우울증, 조울증을 가지고 있거나 자살할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자살한 네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지막 멤버가 모였을 때 신이 나타나서 이들에게, 천국에 가고 싶으면 자살자 100명을 살려봐라며 장비를 주고는 도로 내려보냅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들이 입고 있는 것은 구조대들이 입는 주황색 옷. 거기에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몇 가지 장비와 통신 장비들이 있습니다. 그 때부터 50일 동안 이 네 유령들은 자살 결심자인 적신호들을 찾아서 열심히 돕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살 결심자(혹은 예비 자살자?)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입니다. 주변 상황이나, 자살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내몰린 상황, 그리고 그에 대한 처방까지 굉장히 묘사가 잘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죽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유령들의 응원도 인상적입니다. 처음에야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설득하고 움직이지만 하다보면 그렇게만 하진 않습니다. 일본인 답달까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다만 걸리는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일단 전개가 약간 작위적입니다. G는 그렇게까지 감동은 못받았다는데, 지나치게 묘사가 길다는 것-안에서 다루고 있는 케이스가 긴 것, 짧은 것 합하면 거의 100명에 가깝습니다. 유령들의 목표인 100명을 거의 다 보여주는 셈입니다. .. 세지 않아서 확신은 못하지만 실제 100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과 작위적이고 어디서 많이 본(익숙한) 결말부분이 책에 확 몰입하는데 방해를 합니다. 그리고 편집문제로 인해 처음에 책을 보기가 싫다는 점도 걸리고요. 글자가 지나치게 작은데다 빽빽해서 처음 몇 페이지 넘어가는게 힘듭니다. 도서관에서도 책을 여러 번 보았는데 이제야 집어든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한 번에 손이 가는 책은 아닌거죠. 대신 한 번 손에 들어 읽기 시작하면 분량이 꽤 많은데도 속도는 잘 나갑니다.


<마지막 강의>는 기대하지 않고 읽었다가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맞은(날린?) 기분으로 끝낸 책입니다.
책을 읽을 때, 베스트셀러는 감상이나 별점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생각해서-시크릿이 그랬습니다- 책을 읽을 때 기대치를 아주 낮게 잡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제 편견을 한 방에 날렸습니다. 그래서 홈런을 맞았다고 썼지만 맞았음에도 다 읽고 난 느낌은 또 만루홈런을 날린 기분입니다. 기대하지 않고 봐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기대하고 봐도 이 책은 충분히 그런 기대에 부응할만하다고 봅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꿈은★이루어진다'가 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저자 본인의 경험담을 토대로 하고 있다보니 상당히 설득력을 가집니다. 백만장자 누가 어땠다더라가 아니라 내가 이렇게 해서 저렇게 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실화니까요. 그리고 보고 있짜면 충분히 나도 해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꿈은 크게, 그리고 못 이룰 것 같다고 지레짐작으로 자포자기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와 함께 발맞추어 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다 이루어져 있는 겁니다.
본인이 사서 읽기도 좋지만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어도 좋다고 봅니다. G는 '선물로 주는 것은 좋은데 <7막 7장> 같은 효과가 날 수도 있어'라는군요. 괜찮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기적을 이루지는 못했고 이미지를 망칠 일은 없으니까요.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제너럴 루주~>와는 다른 방향에서, "닥추"입니다.-ㅁ-
        


이기중, <북유럽 백야 여행>, 즐거운 상상, 2008, 14800원
서태구, <47빛깔의 일본>, 푸른나무, 2008, 15000원
신이현, <에펠탑 없는 파리: 프랑스 파리 뒷골목 이야기>,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13000원
요시다 슈이치 외, <비밀>, 행복한책읽기, 2006, 8000원


신이현의 에펠탑 없는 파리가 가장 재미있었고 나머지는 고만고만합니다.'ㅂ'


<비밀>은 오늘 아침 출근길에 다 읽었습니다. 원제목의 부제부분이 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군요. 나와 상대방에 대한 12가지 이야기. 그러니까 한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두 입장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 책의 "소재"입니다. 아마도 각 소설가에게 이런 이런 내용의 엽편(葉)을 써달라 하고 연재한 다음 그걸로 소설을 낸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의 서로 다른 이야기라기보다는 A라는 상황에서의 주인공과 그에 이어지는 상황에서의 주인공을 따로 둔 이야기가 많군요. 이런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의 상황처럼 한 사건에서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소설들일까 싶었거든요.
2006년에 나온 단편모음집인데 익숙한 이름들이 많아서 혼자 실실댔습니다. 다른 것보다 첫 번째 단편의 작가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인 것이 독특하군요. 훗훗훗.
가격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냥, 지하철에서 오며가며 읽을 책 없을 때 아주 가볍게 읽을 내용으로 집어서 한 번 읽고 말 정도의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아주 가벼우니 그런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취향의 내용이 없었던 이유도 있고요.

<47빛깔의 일본>은 일본의 1도 1도 2부 47현을 모두 여행다녀온 다음 각 지역에 대한 짤막한 소개, 감상, 사진을 모아 낸 책입니다. 일본 지방에 대한 안내서 정도로 생각하고 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일본에 그렇게 많은 지방이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보니 귀에 익은 지명이 많군요. 각각의 이미지를 비교해 읽어도 좋겠지요.

<북유럽 백야여행>도 47~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쪽이 사진이 더 많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일까요? 이 책은 아예 북유럽 여행을 가기 전 가볍게 볼만한 여행참고서적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47~은 여행준비서적쯤 되고요. 소개된 곳이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발트 3국, 러시아입니다. 생각해보니 아이슬란드가 빠져 있군요. 이쪽도 북유럽이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다른 건 다 빼고, <카모메 식당>을 보신 분이라면 핀란드 편은 꼭 보시길 바랍니다. 이런 책에서 카모메 식당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ㅁ^


<에펠탑 없는 파리>는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책이었지요. 파리 여행기 혹은 체류기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파리의 여러 지역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를 곁들여 낸 책인데 사진도 괜찮지만 그보다는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류의 책은 사진이 더 기억에 많이 남는데 이 책은 글의 묵직함이 더 남았습니다. 글도 많고 빽빽하지만 읽고 나면 흐뭇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쉬운 이야기만 담고 있는 책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파리 시민들에 대한(지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듯 보여주는 이야기가 좋습니다. 판형도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요.
G가 지금 조금씩 읽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 작가가 <알자스> 작가라는 걸 몰랐답니다. 나중에 알고서 놀랐다네요. 글 느낌이 확 다르다더군요. 저야 대강 알고 보고도 글 느낌이 다르다 싶었는데 모르고 읽었다면 그 충격(?)도 꽤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알자스에서는 조금 툴툴대면서도 귀엽다고 하면 여기서는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 소설은 입맛에 안 맞는 경우가 훨씬 더 많으니 전작을 찾아보지는 않을겁니다.;

글이 담담해서인지 여행을 부추기는 책은 아닙니다. 그냥 느긋하게 옆에 달큰한 밀크티 한 잔 가져다 놓고 홀짝이며 조금씩 읽어나가면 맛있을 책입니다. 저도 한 번에 죽 읽어나간 것이 조금 아깝더라고요.


조인숙, <90일간의 LONDON STAY>, 중앙M&B, 2008, 12000원
김영주, <뉴욕(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03)>, 안그라픽스, 2008, 12000원


같은 12000원이면 단연 제 취향은 뉴욕. 이쯤되면 뉴욕의 가격이 외려 더 싸게 느껴집니다.'ㅂ' 역시 만족도의 차이지요.

조인숙의 런던스테이는 엄마랑 단둘이서 런던에서 살아보기란 부제가 붙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제 편견에다 그 당시 보았던 이런 저런 책-주로 공지영씨;-때문에 처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싱글맘과 딸래미의 여행기인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딸과의 여행로망을 가진 엄마가 남편의 허락을 얻어서 남편을 3개월간 혼자 놔둔채 딸래미랑 단 둘이서 런던으로 여행을 간거지요. 런던만 가진 않았고 파리도, 프라하도 도중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애 있는 엄마라면 한 번쯤 꿈꾸지 않았을까 싶은 생활이더군요. 애한테도 새로운 환경을 접할 수 있게 한다는 점, 그리고 엄마도 원래 일러스트레이터인만큼 상당한 자극을 받았을것이고, 딸과 함께 보내면서도 또 다른 자극을 받았을 겁니다. 자금을 생각하더라도 엄마와 딸 모두의 윈윈게임, 일석이조인셈입니다. 들여다보면 새가 두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쯤 되어 보이긴 하더군요. 하하;
하지만 뉴욕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이 약한 것은 그냥 "딸래미와 재미있게 놀기"정도의 책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타입의 책은 아니었지요. 장기간의 체류기라는 것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것에 비해서 이야기는 많지 않습니다. 사진도 꽤 많지만 딸과의 사진이 더 많고요. 그런 점이 아쉽습니다. 뭐, 책 두께를 보고 좀 당황하기도 했으니까요. 달랑 211쪽입니다.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세 번째는 뉴욕입니다. 기억이 맞다면 이 뉴욕편이 출간된 것을 알고는 앞의 캘리포니아와 토스카나를 찾아보았을건데요(어쩌면 토스카나 출간 때 맞춰 찾아보았을지도 모릅니다;), 세 권 중에서는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세 번째쯤 되자 이제는 여행기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아는 곳에 대해 쓰는 책"이었기 때문일겁니다. 20년 전에 뉴욕에서 생활했던 적도 있고 해서 지은이에게 뉴욕은 익숙합니다. 그 사이 몇 번 왔다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뉴욕에서는 차 없이 지하철과 두 다리만으로 움직입니다. 차를 끌고 어떻게 가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조바심내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앞서의 두 책에서 차를 운전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좌충우돌 하더니 이제는 마음 편하게, 정말 머물면서 뉴욕에서의 생활을 즐깁니다. 한 지역에서 70일간 있으면서 느긋하면서도 즐거운 생활을 보내는 것이 눈에 선합니다.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스노우캣의 뉴욕과는 또다른 느낌이고-스노우캣 인 뉴욕은 사실 카페 가이드;-덕분에 저도 체류여행에 대한 로망이 다시 싹텄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지금 생각한 것으로는 아마, 사회생활 10년차 때쯤 배째라~그러고 가지 않을까 합니다-저도 이런 체류 여행을 꼭 할겁니다.

그러니 어서 여행 적금을...(먼산)
    

김영주, <캘리포니아>, 안그라픽스, 2006, 12000원
<토스카나>, 안그라픽스, 2007, 13800원


김영주의 머무는 기행은 캘리포니아, 토스카나 다음권인 뉴욕편이 있는 것을 보고 앞권을 검색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취향차랄까요. 이걸 읽고 있는데 아는 분이, "이 책 별로 재미없던데?"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나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 돈 주고 보라면 안봐라는 심정이지만요.

1권에 해당하는 캘리포니아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회사 일에 스트레스를 받다 못한 지은이는 뒷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표를 던지고 나온 뒤,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납니다. 열흘 남짓의 짧은 여행이 아니라 3주간의 꽤 긴 여행이지요. 주변에서 캘리포니아를 좋아하는 사람들 옆구리를 찔러 정보를 얻고는 무작정 여행을 간 겁니다. 부제가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으로 되어 있는 것도 그 어중간한 여행 기간 때문입니다. 체류기라기에는 짧고 단순한 관광이라기엔 길고 말이죠.

이 책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지은이 본인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말이 여행기지 들여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삽질기거든요. 여기서 실수, 저기서 실수, 거기에 운전은 잘 못하기 때문에 한 번 할 때마다 진땀 빼고. 여기서 사건이 발생하고 그 다음 사건이 또 일어나고. 보고 있자면 쓴웃음이 입가에 절로 맺히고, 이런 여행기를 읽어야 하나 싶습니다. 거기에 토스카나 편은, 아예 여행기 작가로 전업하고자 하여 마음 먹고 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한 곳에 진득하게 머문다기 보다는 토스카나 지역 전체를 둘러보는 여행이었습니다. 여기저기 맛보기로 보여주는 것은 좋은데 눌러 앉는 맛은 없지요. 일반적인 관광보다는 조금 더 길게 시간을 잡고 가는 여행이랄까요. 그런 여행기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거란 생각입니다.
다음권에 대한 호기심은 있지만 이 책을 살거냐고 물으신다면 당연히 아닙니다. 가격 대 성능비로 미묘한 책이니 구입할 생각도 없고요. 출판사 관련한 개인적인 문제도 조금 영향을 미쳤으니 말입니다.'ㅂ';;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여행기들은 깔끔하고 매끈하게 잘 뽑았지만 도서관에서 구입신청을 해서 받아 볼지언정 살 생각은 안 드니 참 희한하지요.


뉴욕편도 다음달쯤이면 볼 수 있겠지요. 뉴욕은 워낙 강력한 책이 한 권 버티고 있어서 평점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지만...;



사카구치 안고, <불연속 살인사건>, 동서문화사, 2003
롤프 포츠, <여행자의 영혼을 깨우는 여행의 기술>, 넥서스BOOKS, 2008
다이라 아즈코, <먹고 자는 곳 사는 곳>, 웅진지식하우스, 2007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집은 책 한 권, 신간 소개를 보고 집은 책 한 권, 훑어보다가 책이 뭔가 귀여워 집은 책 한 권.
셋다 그리 길게 리뷰를 쓸만한 책은 아닙니다.

불연속 살인사건은 그냥 추리소설입니다. 엉뚱하게 모인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가운데 하나 둘 씩 이유 없이 살해당하고 숨겨진 까닭을 찾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예전에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일단 집어 들었는데 읽고 난 뒤에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 읽었는지 아닌지 가물가물하네요. 예전에 보았던 엘러리 퀸 시리즈의 한 권과 조금 닮아 있습니다. 살인 사건의 배경 부분이 말입니다. 이 이상 이야기 하면 내용폭로가 될테니 함구!

먹고 자는 곳 사는 곳은 공사판 이야기입니다. 직장내 상사와 불륜관계를 유지하며 일에 치이던 한 아가씨가 비계공에게 도움을 받은뒤 그 사람에게 홀딱 반해서 갑자기 건축계로 전직합니다. 그리고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건축과 관련된 묘사가 굉장히 상세합니다. 이쪽 업계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웃으며 보실 수 있을겁니다.(아마도;) 내용이 길지 않고 짤막한데다 밝은 분위기의 소설이라 좋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소재로도 소설이 나오는구나 싶더군요.

여행의 기술은 알랭 드 보통의 동명 책과 헷갈리면 안됩니다. 원제와 번역제목 사이의 거리가 태평양만큼 넓습니다. 원제는 배가본딩. 이노우에의 만화책 제목의 그 배가본드에 ing를 붙인겁니다. 패키지와는 정 반대이며 그렇다고 배낭여행도 아니고, 하여간 딱 잘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소박하고 작은(어쩌면 큰?) 여행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배가본딩이 어떤 종류의 여행인지는 직접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쉽게 말하면 한비야씨나 김남희씨의 여행을 배가본딩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말로 정확히 설명은 못하지만 감은 잡으셨을걸요.
어딘가에 얽매여 나중에, 언젠가, 돈 생기면, 시간 생기면 간다는 사람들에게 일갈을 하고 지금 즉시 짐싸서 여행을 떠날 것을 종용합니다. 그러니 지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뛰쳐나가고 싶다(그러나 그러면 안된다)라고 생각하는 분은 이 책을 읽기 전 화를 가라앉히고 보세요. 해도 된다면 상관없지만 안된다면 이 책이 기폭제가 되어 진짜 사표 던지고 뛰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뭐, 이 책이 권장하는 것은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력입니다만, 저는 그럴 용기도 생각도 없습니다. 유유자적, 뒹굴뒹굴, 마음 편하고, 백 그라운드가 확실한 여행을 선호하니까요. 말하자면 산호초 밖의 망망대해에서 스노쿨링하는 것보다는 리조트 앞의 야트막한 자연 산호초 수영장에서 스노쿨링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겁니다. 안정지향적이라...;

Jamie와 나이젤라 요리책은 몇 주째 방치중입니다. 사진이라도 훑어 보아야 리뷰를 쓸 건데 손이 안가는군요. 역시 책이 너무 두꺼워 그런겁니다.;
       


베른트 하인리히, <동물들의 겨울나기>, 에코리브르, 2003
무라카미 하루키, <우천염천>, 명상, 2003


적고보니 둘다 2003년도 책이군요.

우천염천은 예전에 읽었지만 도서관 서가에서 보이길래 집어들었고, 동물들의 겨울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동물들의 겨울나기의 도입부분은 좀 지루합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보다가 좀 졸았거든요. 하지만 그 초반부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동물들이 겨울세계(winter world: 원제)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고 있노라면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처음이 재미없다고 덮기에는 아까운 책이예요.
라고까지 적고, 이전에 비슷한 내용의 책을 봤는데?라고 생각하며 뒤지니 이거 참...; <숲에 사는 즐거움>(리뷰 링크)이 비슷한 내용입니다. 동면을 비롯한 동물들의 겨울 생활만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 이 책이고, 숲에 사는 즐거움은 곤충을 포함해 다양한 숲 생물의 생태학을 재미있게 풀어쓴 것이고요.

같은 작가입니다.lllOTL

리뷰를 뒤져보니 확실하게 나오네요. 어쩐지 읽는 내내 익숙하더라니...;
<숲에 사는 즐거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동물들의 겨울나기>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동면에 들어가는 동물들의 자세가 굉장히 신기합니다. 영하 몇 십도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동면에 들어가려면 가지고 있는 에너지 비축분(지방)을 효율적으로 써야하는데, 체온을 올려두면 에너지 소모가 많고, 체온을 내려두면 얼어죽을 가능성이 높고. 그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아직 냉동인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연구의 여지가 아주 넓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세상에 너무도 많아요.


우천염천은 하루키다운 기행기입니다. 최근 <먼 북소리>를 다시 읽었고 우천염천은 먼 북소리 도중의 그리스-터키 여행기이기 때문에 연결해가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에게-영원회귀의 바다>와 연결해서 봐도 재미있겠군요. 사진은 전혀 없고 글만 있는 여행기이지만 제가 갈 수 없는 곳-아토스 반도는 여성 출입 금지랍니다-에 대한 갈망을 한층 키웠습니다. 아, 하지만 저렇게 지낼 자신은 없어요. 저는 잠자리가 편해야 여행이 편하기 때문에 배낭여행은 못갑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편하게 다니는 것이 좋아요.


다 읽고 나면 터키식 커피나 터키의 차이를 한 잔 마시고 싶어집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