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포시, <마지막 강의>, 살림, 2008, 12000원
다카노 가즈아키, <유령 인명구조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9800
김남희, <유럽의 걷고 싶은 길>, 미래인, 2008, 13800원


커다란 네부타는 가장 뒤에 온다. <내추럴>에서 나온 아오모리의 속담이라던가요. 주역 혹은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속담입니다. 죽음의 미로에서 폐하가 항상 나중에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으하하;

책 리뷰를 쓸 때도 가장 인상이 깊은 것이 뒤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인상이 가벼운 것은 앞으로 나옵니다.
이 세 권 중에서 가장 뒤로 밀리는 것은 <유럽이 걷고 싶은 길>입니다.
김남희씨의 책은 추천은 많이하지만 정작 저는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투덜투덜 불평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봅니다. 이번 책에서도 걷는 동안 생긴 이런 저런 사건들이 불평에 가깝게 등장합니다. 진짜 걸어보고 싶은 마을도 많았지만 읽다보면 그런 불평이 튀어나와 읽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듭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사건이 발생할까, 어떤 일이 생길까라고요. 특히 저랑 상성이 안 맞는 이유는 저자가 길치라는 점입니다. 자주 헤매다보니 읽는 가 속이 답답합니다. 그런 고로 상대적으로 평가가 낮습니다.
그래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자그마한 골목길, 산책길에 대한 글이기도 하고 사진들도 쏠쏠하니 볼만합니다. 대리만족으로는 괜찮겠네요.

<유령 인명구조대>는 추천강도가 꽤 높습니다. 하지만 닥추나 강추는 아닌 것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아 인상이 깊었기 때문입니다. 우울증, 조울증을 가지고 있거나 자살할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자살한 네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지막 멤버가 모였을 때 신이 나타나서 이들에게, 천국에 가고 싶으면 자살자 100명을 살려봐라며 장비를 주고는 도로 내려보냅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들이 입고 있는 것은 구조대들이 입는 주황색 옷. 거기에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몇 가지 장비와 통신 장비들이 있습니다. 그 때부터 50일 동안 이 네 유령들은 자살 결심자인 적신호들을 찾아서 열심히 돕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살 결심자(혹은 예비 자살자?)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입니다. 주변 상황이나, 자살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내몰린 상황, 그리고 그에 대한 처방까지 굉장히 묘사가 잘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죽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유령들의 응원도 인상적입니다. 처음에야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설득하고 움직이지만 하다보면 그렇게만 하진 않습니다. 일본인 답달까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다만 걸리는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일단 전개가 약간 작위적입니다. G는 그렇게까지 감동은 못받았다는데, 지나치게 묘사가 길다는 것-안에서 다루고 있는 케이스가 긴 것, 짧은 것 합하면 거의 100명에 가깝습니다. 유령들의 목표인 100명을 거의 다 보여주는 셈입니다. .. 세지 않아서 확신은 못하지만 실제 100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과 작위적이고 어디서 많이 본(익숙한) 결말부분이 책에 확 몰입하는데 방해를 합니다. 그리고 편집문제로 인해 처음에 책을 보기가 싫다는 점도 걸리고요. 글자가 지나치게 작은데다 빽빽해서 처음 몇 페이지 넘어가는게 힘듭니다. 도서관에서도 책을 여러 번 보았는데 이제야 집어든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한 번에 손이 가는 책은 아닌거죠. 대신 한 번 손에 들어 읽기 시작하면 분량이 꽤 많은데도 속도는 잘 나갑니다.


<마지막 강의>는 기대하지 않고 읽었다가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맞은(날린?) 기분으로 끝낸 책입니다.
책을 읽을 때, 베스트셀러는 감상이나 별점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생각해서-시크릿이 그랬습니다- 책을 읽을 때 기대치를 아주 낮게 잡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제 편견을 한 방에 날렸습니다. 그래서 홈런을 맞았다고 썼지만 맞았음에도 다 읽고 난 느낌은 또 만루홈런을 날린 기분입니다. 기대하지 않고 봐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기대하고 봐도 이 책은 충분히 그런 기대에 부응할만하다고 봅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꿈은★이루어진다'가 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저자 본인의 경험담을 토대로 하고 있다보니 상당히 설득력을 가집니다. 백만장자 누가 어땠다더라가 아니라 내가 이렇게 해서 저렇게 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실화니까요. 그리고 보고 있짜면 충분히 나도 해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꿈은 크게, 그리고 못 이룰 것 같다고 지레짐작으로 자포자기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와 함께 발맞추어 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다 이루어져 있는 겁니다.
본인이 사서 읽기도 좋지만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어도 좋다고 봅니다. G는 '선물로 주는 것은 좋은데 <7막 7장> 같은 효과가 날 수도 있어'라는군요. 괜찮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기적을 이루지는 못했고 이미지를 망칠 일은 없으니까요.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제너럴 루주~>와는 다른 방향에서, "닥추"입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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