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중, <북유럽 백야 여행>, 즐거운 상상, 2008, 14800원
서태구, <47빛깔의 일본>, 푸른나무, 2008, 15000원
신이현, <에펠탑 없는 파리: 프랑스 파리 뒷골목 이야기>,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13000원
요시다 슈이치 외, <비밀>, 행복한책읽기, 2006, 8000원


신이현의 에펠탑 없는 파리가 가장 재미있었고 나머지는 고만고만합니다.'ㅂ'


<비밀>은 오늘 아침 출근길에 다 읽었습니다. 원제목의 부제부분이 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군요. 나와 상대방에 대한 12가지 이야기. 그러니까 한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두 입장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 책의 "소재"입니다. 아마도 각 소설가에게 이런 이런 내용의 엽편(葉)을 써달라 하고 연재한 다음 그걸로 소설을 낸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의 서로 다른 이야기라기보다는 A라는 상황에서의 주인공과 그에 이어지는 상황에서의 주인공을 따로 둔 이야기가 많군요. 이런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의 상황처럼 한 사건에서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소설들일까 싶었거든요.
2006년에 나온 단편모음집인데 익숙한 이름들이 많아서 혼자 실실댔습니다. 다른 것보다 첫 번째 단편의 작가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인 것이 독특하군요. 훗훗훗.
가격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냥, 지하철에서 오며가며 읽을 책 없을 때 아주 가볍게 읽을 내용으로 집어서 한 번 읽고 말 정도의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아주 가벼우니 그런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취향의 내용이 없었던 이유도 있고요.

<47빛깔의 일본>은 일본의 1도 1도 2부 47현을 모두 여행다녀온 다음 각 지역에 대한 짤막한 소개, 감상, 사진을 모아 낸 책입니다. 일본 지방에 대한 안내서 정도로 생각하고 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일본에 그렇게 많은 지방이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보니 귀에 익은 지명이 많군요. 각각의 이미지를 비교해 읽어도 좋겠지요.

<북유럽 백야여행>도 47~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쪽이 사진이 더 많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일까요? 이 책은 아예 북유럽 여행을 가기 전 가볍게 볼만한 여행참고서적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47~은 여행준비서적쯤 되고요. 소개된 곳이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발트 3국, 러시아입니다. 생각해보니 아이슬란드가 빠져 있군요. 이쪽도 북유럽이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다른 건 다 빼고, <카모메 식당>을 보신 분이라면 핀란드 편은 꼭 보시길 바랍니다. 이런 책에서 카모메 식당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ㅁ^


<에펠탑 없는 파리>는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책이었지요. 파리 여행기 혹은 체류기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파리의 여러 지역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를 곁들여 낸 책인데 사진도 괜찮지만 그보다는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류의 책은 사진이 더 기억에 많이 남는데 이 책은 글의 묵직함이 더 남았습니다. 글도 많고 빽빽하지만 읽고 나면 흐뭇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쉬운 이야기만 담고 있는 책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파리 시민들에 대한(지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듯 보여주는 이야기가 좋습니다. 판형도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요.
G가 지금 조금씩 읽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 작가가 <알자스> 작가라는 걸 몰랐답니다. 나중에 알고서 놀랐다네요. 글 느낌이 확 다르다더군요. 저야 대강 알고 보고도 글 느낌이 다르다 싶었는데 모르고 읽었다면 그 충격(?)도 꽤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알자스에서는 조금 툴툴대면서도 귀엽다고 하면 여기서는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 소설은 입맛에 안 맞는 경우가 훨씬 더 많으니 전작을 찾아보지는 않을겁니다.;

글이 담담해서인지 여행을 부추기는 책은 아닙니다. 그냥 느긋하게 옆에 달큰한 밀크티 한 잔 가져다 놓고 홀짝이며 조금씩 읽어나가면 맛있을 책입니다. 저도 한 번에 죽 읽어나간 것이 조금 아깝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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