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마신 맥주. G가 재미있는 맥주라면서 건네줬습니다. 이름이 재미있고, 저 로고의 드래곤이 있는 병뚜껑도 재미있다면서요. Dragon's Milk라면 龍乳, 그러니까 용의 젖을 의미하지 않던가요. 난생인 드래곤이 모유를 먹인다면 오리너구리 다음으로 학계에 보고될 만한 사항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드래곤을 연구하는 학계가 있다면 말이지요. 아마도 없겠지만.

 

 

결론만 말하면 입에 안 맞았습니다. 지금 확인하니 Roasted, Malty 스타우트라는데, 제 입에는 매우 강한 맛이 돌더랍니다. 그러니까 알콜향이 강하다고 해야하나? 종종 술향이 강하면 그 향을 소독약 향이라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 맥주도 그렇더라고요. 매우 강렬한 맛의 맥주인데, 거기에 술향이 확 올라오니 이건 내 취향이 아니라며 조용히 치웠습니다. 신기한 맥주가 눈에 들어오면 하나 둘 시도해 보지만, 그 중 마음에 드는 맥주는 많지 않습니다. 아. 갑자기 떠오르는 센다이 지역 맥주의 맛. 은하철도의 밤 맥주도 좋았고, 다테 맥주도 좋았습니다. 으흑. 코로나19 때문에 여행도 못가고 묶여 있다보니 어젯밤에는 꿈에서 일본여행을 가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 다음 주 중에 G랑 같이 여행 적금 하나 들어둬야겠습니다. 엔화 환전도 할겸, 통장하나 뚫어서 공동 경비 마련해둬야겠네요.

 

 

어쨌건 이번 맥주는 입에 안 맞았으니, 경험했다는 기록만 남겨둡니다.'ㅂ'

 

원래는 특별히 가리는 맥주 없이 아무 거나 마셨습니다. 그래도 자주 마시는 거라면 삿포로나 아사히, 기린? 일본맥주 위주로 마셨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일본 불매운동으로 손 안대고 다른 맥주 찾다가, 마침 맥주사러 다니는 편의점에 재미있는 맥주가 들어와 3캔 1만원, 정확히는 9900원인 제주백록담, 경복궁, 광화문 등을 마셨습니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는 이 셋 중에서 제주백록담이 제일 입에 맞습니다. 그래서 11월에 신나게 사다 마셨더랬지요.

원래 맥주는 한 캔, 그러니까 500ml를 단번에 마시면서 알딸딸하게 취하는 느낌을 즐겼습니다. 술에 강하지 않아서 맥주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다 알콜에 조금 강해지면 거기에 소주 타마시고 싶다고 투덜대는 거지요. 물론 소주특유의 쓴맛을 싫어하기 때문에 집에 쟁여 놓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양주를 섞어 마시겠다고 헛소리를 하는 겁니다. 술 사는 건 좋아하지만 술 마실 때의 분위기를 즐길 뿐, 특별히 술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맥주는 자주 마시지만 술이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쌉쌀한 발포성 뒷맛을 좋아하는 겁니다. 그렇게 따지면 또 유사맥주(...)도 마실법 한데, 그건 또 맛이 없다니까요.

 

술맛뿐만 아니라 입맛도 자주 변합니다. 술도 어떤 때는 이 술이 맛있다가, 그 다음에는 저 술에 끌립니다. 그러니 오늘 쓰는 술 이야기는 지금의 제 입맛입니다. 또 모르지요. 이 다음에는, 그 특유의 이탄 향을 소독약향이라 인식하고 있어 거의 손 안대는 증류주를 사모을지도 모르고요.-ㅁ-a 모으기를 좋아하는 까마귀습성이 있어 가능성은 낮지 않습니다.

 

 

어쨌건.

저 네 맥주 중 가장 익숙한 맥주는 클라우드입니다. 아버지가 지난 번에 코스트코에서 한 박스 쟁여 오셨거든요. 덕분에 300ml의 작은 캔을 여러 번 마셔봤는데, 지금까지 마신 대기업계 맥주 중에서는 제일 맛있습니다. 입에 잘 맞아요. 그 생각이 나서 이날도 클라우드를 제일 먼저 집어 들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소머스. 트위터에서 리뷰를 본 적 있는데다 이게 또 사과맛 비슷하다던가요. 궁금한 김에 집어 들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탐라에서 몇 번 보았던, 아니면 마트에서 보아 익숙한 맥주를 골라 들었습니다.

 

클라우드야 원래 아는 맛이라 넘어가고. 1664 블랑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머스 사과는 용서할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첫 맛은 청포도 혹은 사과라 할만한 상큼한 맛이 돕니다. 희한하게도 발포주 계 화이트와인과도 비슷한 맛입니다. 그러니까 무스카토 다스티 같은 그런 맛이요. 문제는 그와 동시에 감도는 묘한 향입니다. 아니 향보다는 냄새에 가깝게 인식되었습니다. 제게는 그 냄새 혹은 맛이 쾨쾨하고 텁텁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맛이더랍니다. 처음 마시고는 이 불쾌한 향은 뭔가 생각하며 잠시 고민하다가 한 모금 더. 그리고 다시 한 모금. 네 번째는 그대로 분리수거 처리했습니다. 음. 지금 생각하니 화분에 줄 걸 그랬네요. 살찌기 충분한 칼로리를 지녔다면 화분에도 좋지 않을까요. 다음에는 화분에게 양보하겠습니다. .. 아니, 커피 화분에 사과향 발포주를 부어도 되나 싶지만.

 

블랑은 매우 무난한 맛입니다. 클라우드보다는 발포가 약간 잘다는 느낌입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게 최고는 제주백록담입니다. 새삼 확인하고는, 싸다는 이유로 한 캔 더 집어들 바에는, 알콜중독 덜되는 길이라고 자찬하며 1만원에 세 캔짜리를 집어 드는 쪽이 낫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잊지말고 맥주 사와야지. .. 맥주 사려면 내일은 차 끌고 출근해야하는군요. 으으으. 걷는 쪽이 좋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왔다갔다 하면 건강에 해롭습니다.ㅠ

 

 

G에게 곰표 밀맥주가 맛이 꽤 괜찮다는 트윗이 돈다 했더니, 집 근처에 있던 편의점에서 곰표 밀맥주를 사다가 쟁여뒀습니다. 더불어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구입한 오키나와 드래프트 비어도 함께 말이지요. 일본 맥주는 안사줘도 오키나와 맥주는 사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섬마을의 특성이라 그런 건 아니고, 오키나와가 일본에 강제 병합된 것이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다가 그 뒤에 일어난 대동아전쟁-이라고 주장하는 그 태평양 전쟁 때 엄청나게 고생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아직도 오키나와는 못가봤습니다. 다음 여행을 언제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과연.... 코로나19 뒤에 코로나20이나, 최근 중국에서 뉴스로 나왔다는 돼지독감이 돌지도 모르지요. 여행 다시 못갈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훌쩍) 각오라 하지만, 평소하던대로 미리 체념하고, 가면 좋은 거다라며 주기적으로 으아아아아아악! 사자후를 내갈깁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여행 가고 싶다며 절규합니다. 작년에 비하면 너무 오랫동안 얌전히 있었지요. 지금 체력을 보면 여행 간다 해도 좋은 일이 아닌데. 그러한데....

 

 

그런 스트레스 때문인지 지난 달 음주 지수가 좀 높았습니다. 재난 지원금은 거의가 다 식비로 들어갔고, 그 중 상당 비용이 맥주였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식생활이죠. 자기 전 한 캔씩 비우다보니, 처음에는 조금 취하던 맥주들도 뒤로 가면 갈 수록 안 취하더라고요? 이러면 안되는데?

그러다가 결정적인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지난 주, 갑자기 온몸을 긁기 시작합니다. 팔다리뿐만 아니라 온 몸을 긁어대더니, 심지어는 두피도 가렵더군요. 심각하게 원인을 고찰했지만 평소 식생활에 하도 문제가 있으니 뭐가 문제인지 파악도 안되고. 수면부족이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또 확신은 안서고. 체중증가나 체력부족, 기력부족, 더운 날씨까지 짚이는 부분이 너무 많더랍니다. 그래서 지난 주에 병원 약 처방 받으면서 알콜금지령도 같이 내려왔습니다. 물론 밀가루와 기름진 것도 안되고, 알콜도 안되고. 우유나 달걀도 가능한 피하라 하더군요.

먹을 수 있는 것이 뭐냐 묻고 싶습니다. 크흑.

 

 

그래서 지금은 저 사진의 맥주들이 그림의 떡입니다. 항히스타민제 덕분에 가려움은 가라앉았지만 언제 도로 올라올지 모르지요. 특별한 증상도 없고 그저 벌겋게 손톱자국이 날 때까지 긁고 있으니 무섭습니다. 이런 피부염은 어릴 적에만 앓고 최근에는 없었거든요.

 

 

곰표 밀맥주는 아버지와 나눠 마셨습니다. 안주는 저기 보이는 저 코스트코 닭다리였고요. 새로 나온 밀맥주라 하니 아버지도 호기심에 한 잔 따라 마셨는데, 맛이 없다 하시더군요. 저도 처음 마실 때는 잘 몰랐지만 두 번째 마시니 아버지가 싫다던 그 이유를 알만 하더랍니다. 마시면 끝맛이 살짝 새콤하게 올라오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향이 들어갔습니다. 검색해보니 감귤류는 아니고 열대과일향이라는군요. 어쨌건 그런 향이 끝맛으로 올라옵니다. 맥주의 새콤한 과일향을 즐긴다면 괜찮겠지만, 그런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불호라 할 겁니다. 마찬가지로 감귤계 향이 도는 제주백록담과 비교해서 마셔도 재미있겠네요.

 

취향 차이겠지만, 마셔보니 곰표 밀맥주보다 저 오키나와 맥주가 더 좋았습니다. 제 취향이더군요. 주변 편의점에서 구할 수 없다는 점은 단점이지만, 그래서 더 좋은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구할 수 없어서 못 마시니, 몸 상태 좋아지면 그 때를 기약할 수 있으니까요. 일단 다음 주까지는 확실히 금주를...!

 

오늘 저녁의 상황. 퇴근해서 간단한 간식을 챙기고 술을 준비하는 사이, 정말로 술을 부르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오늘은 배달음식을 시켜먹을까 했지만 주문하려던 가게가 문을 닫았더랍니다. 아쉽지만 집으로 돌아와 씻으려던 참에 그 뉴스를 본 겁니다. 아. 술. 저뿐만 아니라 같은 대화방에 있던 친구들도 술을 부르짖으며 사라졌고....

그리고 저는 술을 꺼내 경건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지난 주에 올렸던 Yuzu Lambic입니다. 유자 람빅. 유자술은 예전에 까날님 번개에서 마셨던 유자술이 먼저 떠오릅니다만, 그건 달달했지요. 이건 어떤 맛일지 상상이 안되더랍니다. 일단은 맥주잖아요. 맥주에 유자를 넣으면 어떤 맛이 날까 매우 궁금했습니다. 원래는 지난주에 마시려던 맥주였지만, 코르크마개따개를 본가로 배송지정해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오늘에야 열었습니다. 어제는 회식이 있었으니까요.

 

 

 

 

맥주색은 조금 탁한 편입니다. 황금빛의 맑은 그런 색은 아닙니다. 황토빛이 도는 듯한 진한 색입니다. 얼핏 보면 주스 같기도 하군요.

특이한 건 저 코르크입니다. 코르크가 매우 단단히 박혀 있었고, 꺼내서 향을 맡아보니, 이거슨 술. 술향이 폴폴 납니다. 그래요, 알콜향. 그게 화아아아악 올라옵니다. 맥주가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조심조심 컵에 따랐습니다. 컵도 맥주와 함께 받았습니다. 그러니 가장 잘어울릴 컵이고요. 두께가 얇아 입에 닿는 느낌이 좋습니다.

 

 

하여간 알콜향이 확 올라온다 생각하며 홀짝였는데....... 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 진짜 유자입니다. 유자. 하지만 제가 착각하고 있었네요. 이건 유자청이나 유자마말레드가 아니라 유자입니다. 그러니까, 유자청을 만들기 위해 손질할 때 맡을 수 있는 그 유자. 유자를 통째로 갈아 넣은 것인가 의심할 정도로, 아니면 유자즙을 착즙해 넣었나 착각할 정도로 진한 유자향과 유자맛이 납니다. 당연히 유자는 당절임만 먹었더랬고, 유자즙은 유자청 만들 때 말고는 먹을 일도 없었지요. 그랬는데 말입니다. 이 맥주는 진짜, 마시면 맥주 맞고 또 유자맛이 납니다. 아니, 유자향이나 맛을 넘어서, 이건 유자예요. 마시기 전까지는 모르지만 한모금 마시고 나면 이거 유자다! 유자맥주다! 라고 외칠 그런 맛입니다. 바꿔 말하면 신맛이 강하니 호불호는 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신맛이 도는 맥주를 좋아하신다거나, 맥주에 레몬짜서 드시는 분은 아마도 마음에 드실 겁니다.

 

 

그리하여 분노로 시작한 술판은 그래도 즐거움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니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ㅂ'

음주 트윗뿐만 아니군요. 기억을 더듬어 보니 분명 이 때는 트윗보다는 블로그 글을 더 썼습니다. 알콜의 기운을 빌려 올렸던 글이 최소 세 개는 있다고 해두지요. 세 개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하루에 두 개 썼다가 한 편 묵혀서 그 다음날에 올린 적도 있거든요.

 

 

맥주는 한 달에 한 번이면 많이 마신다 싶은 정도로 마십니다. 보통은 겨울보다 여름에 더 마시지만 1년에 12캔도 안 마시는 건 맞습니다. 그러니 한 달에 한 번도 많다고 적지요. 그런데, 최근에 어쩌다보니 몰아서 하루에 한 캔씩, 사흘 연속으로 세 캔을 비웠습니다. 그것도 작은 캔이 아니라 500ml였으니 과한 음주입니다.

집안 내력이 있어 음주는 제한적으로 하지만 맛있어 보이는 맥주가 셋이 있어, 스트레스성 지름으로 집어 들었다 그리 되었습니다.-ㅁ-a

 

 

 

맥주 캔 셋. 제주 백록담과 광화문, 그 옆은 경복궁입니다. 편의점에 갔더니 캔당 4200원이지만 세 캔 구입하면 3300원이라는 말에 홀려서 덥석 세 캔을 집었습니다. 4캔에 1만원 하는 수입맥주도 있지만 많이 사봐야 술만 늘지 도움이 안됩니다. 호기심으로 도전하는 것이니 덥석 물어봅니다. 백록담은 화이트 에일, 광화문은 에일, 경복궁은 아마 IPA였을 겁니다. 취향은 커피도 그렇고 산미보다는 진하고 묵직하고 쓴 맛을 좋아하는지라 제일 입에 안 맞을 것 같은 백록담부터 도전했습니다. 물론 다 마시면 엉망진창으로 취할 것이니 하루에 한 캔으로 제한했지요. 그보다 많이 마시면 숙면에 방해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첫날의 광화문. 유리잔은 상대적으로 닦기 쉬운 파랑새빵집 5주년 기념 유리컵입니다. 맥주 전용 유리잔도 있지만 잔이 얇아서 닦기 어렵거든요. 유리는 무조건 깬다는 두려움 때문에 두툼한 유리잔으로 집어 들었습니다.

 

의외로, 신맛이 강하지 않습니다. 많이 시지 않으면서도 과일맛이 확실히 감돕니다. 신기하더군요. 입에 착착 감기면서 술술 넘어가는 것이, 자칫하다가는 술꾼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더랍니다.

 

 

 

 

광화문은 흑맥주-스타우트보다는 덜 진하지만 갈색이 많이 돕니다. 당연히 진하고 풍부한 맛이고요. 커피 섞은 건가 싶은 정도의 묵직한 맛. 그 전날 마신 백록담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경복궁은 사진을 안 찍었는데, 진한 맛으로 따지면 광화문이 제일 위, 그 다음이 경복궁, 그 다음이 백록담이었을 겁니다. 사흘 연속으로 맥주를 마셨더니 마지막 날의 경복궁은 그 전날보다는 덜 취하고 빨리 깨는 느낌이라 아쉽더라고요. 더 마실까 하다가, 이 상태가 지속되면 알콜중독의 길로 빠지겠다는 두려움에 얌전히 접었습니다. 물론 칼로리 계산해도 저녁마다 맥주 한 캔으로 식사를 대신하면 그럭저럭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중독은 사양하고 싶었습니다.

 

 

그래놓고 저 세 캔이 매우 맛있다며 추석 때 상경하면서 가방에 한 캔씩 쟁여두었으니.... 본가 근처 편의점에도 있으면 다음부터는 안 사도 되겠군요.

어제 퇴근길에 미리 쟁이면서 들은 이야기지만 들여놓은 초반에는 맥주가 거의 안나갔답니다. 4캔 1만원인 수입맥주가 있으니, 세 캔 1만원하는 맥주는 아무래도 가격이 높지요. 그랬다가, 일본맥주 불매운동 하면서 한국 맥주도 조금씩 팔린 모양입니다. 부디 꾸준히 살아남았으면 좋겠네요. 그러려면 열심히 마셔야겠지만 그러기엔 좀 무섭고....?



맥주로 시작하는 잡담.

4개 9900원 하는 수입맥주를 보고는 혹해서 이것저것 집어 들었지만 제 입맛이 매우 보수적이라는 결론만 얻고 말았습니다. 흑맥주를 좋아한다고 여러 번 말한 적이 있는데, 가벼운 맛보다는 진한 맛을 선호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싼 맛에 구색 맞춘다며 집어든 세 맥주는 취향이 아니었고. 다음부터는 그냥 코젤만 열심히 마시겠습니다. 이게 제일 좋아요.


사진은 안 찍었지만 지난 주말에는 평창도 마셔봤습니다. 충북에 있는 맥주 브루어리에서 제조했다는데, 살짝 끝맛에서 알싸한 허브향 같은 것이 감도는 것이 괜찮더군요. G는 탄산이 강하다며 투덜댔지만 굵은 탄산이 아니라 아주 가는 탄산입니다. 라거보다는 IPA계통..? 하지만 백화점에서 사온 거였던 터라, 자주 마실 것 같진 않습니다. 입수 난이도가 다른 맥주에 비해 높습니다. 일단 집 앞 마트에서는 본 적이 없으니까요.



잘 짜인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대체적으로 주인공이 고행길을 가는 이야기는 싫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후반부만 보고 내려놓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고생을 알면서도 앞 이야기를 손대는 것과 아닌 것이 있지만 양쪽의 차이를 저도 모르겠습니다. OTL 아마도 작가에 대한 믿음이 양쪽을 가르지 않나 싶군요. 아니면 그 책을 잡을 때의 정신 상태라거나?

『레무리안』은 1권부터 시작해 다 읽었고, 『교활하지 못한 마녀에게』는 2권만 들고 나와서 후반부를 열심히 다 읽었습니다. 『우리의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는 끝부분만 읽었다가 읽을 책이 부족했던 그 며칠 뒤에 앞부터 다 확인했습니다. 정주행의 가장 큰 이유는 『As a soldier, like a monster』의 연재분까지를 다 읽다보니 이게 겹치는 세계관인 것 같아 궁금한 김에 달렸습니다. 연재작이 굉장히 제 취향이었거든요.


아침 8시부터 쓰기 시작한 글이 12시가 다 되도록 완성 안되었군요. 이 글의 목적은 맥주가 아니라 지난 주말에 다 읽어서 이제 리뷰 써야 하는 목록을 뽑으려는 것이었으므로 적어봅니다.

『타르틴 북 No.3』, 『타샤의 식탁』, 『퍼펙트 이디어츠 외전』, 『별의 계승자』, 『그 겨울의 일주일』, 『레무리안』, 『최초의 온기』. 이 책 중 몇이나 오늘 저녁에 리뷰를 쓸 수 있을까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일단 종이책은 리뷰 가능성이 더 높고.=ㅁ=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라 이런 때 저보다 더 적절한 제목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한 모금 마셨을 때 맛있고 다음에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제게는 좋은 맥주입니다.

대체적으로 맥주는 가벼운 것보다는 묵직한 것을 선호합니다. D로 시작하는 맥주들이라든지, 에딩거 같은 것이 취향이고 칭따오나 하이네켄은 썩 즐기지 않습니다. 그래도 딱 잘라서 이건 싫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가끔 입에 맞는 것들이 나오거든요.


G가 몇 주 전부터 '맥주를 샀는데 하나 갖다 줄게'라며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더니 매번 까먹다가 드디어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는 일주일간 냉장고에서 묵었다가 지난 주말에 땄습니다. 저녁 즈음에 맥주가 확 당기더군요. 그리하여 유리 머그와 맥주병을 꺼내 듭니다. 맥주병이 크지  않으니 혼자서 홀랑 마시기에 좋습니다.






은하고원 맥주. 일본어 독음이 영문으로 박혀 있습니다. 사슴인지 순록인지 알 수 없는 그림이 있는데, 진한 남색 바탕에 금색 글시라 더 우아합니다. 색 배합도 좋지만 이름하고도 매우 잘 어울리네요.






라벨은 짙은 파랑으로도 볼 수 있는 남색과 은색의 조합. 이건 실버 보틀이군요. 그럼 실버 말고 골드도 있다는 건가..? 있다면 그쪽도 마셔보고 싶습니다.






...헐. 냉장고에 넣었는데 너 상온보존이었어?

다음에는 상온으로 마셔보겠습니다.



맹한 맛이 감도는 다른 맥주들과는 달리, 이건 특유의 향이 있습니다. 고원맥주라 그런가 허브계통이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고요. 뒷맛이 살짝 이탄향 비슷한 것이 감돕니다. 이전에 감상 쓸 때는 소독약향 비슷하다고 썼지만 그보다는 약하고요. 위스키류의 이탄향보다는 약하고, 포트넘앤메이슨의 랍상소총과 비슷하기도 한 그런 향입니다.'ㅠ' 근데 그렇게 역하지는 않습니다. 풍미를 돋우고 독특한 끝맛을 남길뿐. 그리하여 한 병을 순식간에 다 비웠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음에는 저 맥주 사러 가서 실버 말고 다른 것도 있는지 확인해야겠네요.



맥주는 유리잔이면 어느 것이든 다 좋다 생각하지만 유리머그에 담으니 더 좋네요. 이게 첫 사용이라 더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지난 주말에는 기분이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자괴감이 해일과도 같이 몰려오던 때라 뜬금없이 맥주가 마시고 싶더군요. 집에 있는 술이라고는 코스트코에서 사온 버니니와 삿포로 뿐인데, 마시고 싶은 것은 쾨젤 같은 진한 쪽이지만 사들고 오는 것도 번거로으니 집 냉장고에서 꺼내 마십니다. 그것도 500ml 캔이로군요.


어떤 잔을 쓸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책 정리를 하다가 커피용품 바구니에 들어 있던 저 케멕스chemex 유리머그 상자를 봐서 그렇습니다. 꺼내 써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커피는 아침에 마신 참이고, 우유 들어간 탁한 음료보다는 맑은 쪽이 잘 어울릴 거라 판단했으니까요. 그러니 커피 대신 맥주를 담기로 합니다.






훗. 예쁩니다. 저기에 커피를 담아도 잘 어울거고 흑맥주를 담아도 좋을 겁니다. 하지만 아마도 커피는 안 담겠지요. 저건 컵이 얇은 편이라 커피를 담으면 금방 식을 겁니다. 식도염이 도지더라도 음료는 무조건 아주 뜨거운 것을 주장하는 터라 유리잔에는 커피를 거의 안 담습니다. 담더라도 아이스를 담지요. 그러니 차가운 음료인 맥주도 잘 어울립니다.(흐뭇)


적고 있다보니 본가에 말고 자취방에 두고 쓸까도 생각하지만, 자취방도 이미 살림살이가 포화입니다. 참아야지..

지난 여행 때 양주 한 병을 사들고 왔습니다. 원래 목적은 다른 술이나 커피 등의 음료에 넣어 도수를 높이는 것이라 코냑으로 추천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위스키는 자기 주장이 강하니까 커피에 넣으면 시너지보다는 마이너스 효과가 나는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위스키는 제법 마셔본 적이 있는데 코냑은 기억에 없네요. 워낙 위스키 향이 강렬해서 그런 걸까요.



구입한 것은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레미마틴. 제일 좋은 급은 향이 강하다보니 다른 음료에 섞었을 때 오히려 서로를 해칠 수 있다고 해서 그 아랫급으로 골랐습니다. 이런 저런 할인을 더하다보니 저게 4만원도 안되더군요. 제 평소 술 마시는 수준을 생각하면 가격도 적절합니다. 술은 소설로만 접해서 매번 '아버지 창고에서 훔친 조니워커 블루'라든지 '아버지 장식장에서 꺼내온 파라디' 같은 것만 보았거든요. 조니 워커는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면세점 기준으로 30만원 안되지만 파라디는 한정판이라 그런지 회사원 월급 수준이라 들어서..... (먼산) 그렇습니다. 소설로만 술을 배우면 모든 술이 이런 줄 압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찾아보면 집에 부모님이 쟁여둔 조니워커 블루라든지 그린이라든지, 발렌타인 30년산, 20년산, 17년산이 다 있네요. 로얄 살루트도 한 병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발렌타인 같은 건 발에 채일 정도로 굴러다니...는 건 아니지만 꽤 있어요라고 자부할 정도로 있습니다. 물론 다 부모님 것이니 저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제 컬렉션을 만들면 되는 겁니다. 흠흠흠.


본론으로 돌아오죠. 그렇게 들고 온 레미 마틴을 지난 주에 땄습니다. 그날은 밀크티에 넣어 마셔보기로 결정한 터였지요. 그래서 냄비에는 우유를 담고 은근한 불에 데웠습니다. 꿀도 준비는 했는데 그건 결국 안 썼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병을 씻어 말려 놓았고, 머그에 레미 마틴을 따랐다가 병에 옮기고 나머지는 홀랑 마셨습니다. 오오오오. 이거 좋습니다. 강한 향이 도는 것은 아닌데 입 전체를 싹 감고 지나가는 향이 참 괜찮습니다. 목구멍과 식도, 위까지 한 번에 훑어 내려가는데 도수가 얼마인지 확인하니 40도. ... 남용은 안됩니다. 남용하기에는 너무 강한 당신.


하여간 몇 방울 우유에 섞었는데 생각보다는 향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알콜 효과는 그 다음에 나타나더군요. 이날 9시도 되기 전에 뻗었습니다. 아마도 술기운의 효과가 강했을 거라 보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마시고 나서 살짝 들떠 있었습니다. 양은 얼마 안되었는데 취하더라고요. 하기야 따르는 과정에서 조금 남은 몇 모금을 홀짝거렸으니 평소 알콜 섭취 상황을 생각하면 안취하는게 이상하죠.

그래도 맛있게 마셨으니 그걸로 좋습니다. 거기에 입에도 잘 맞았고 숙취도 없고요. 문제는 남용과 과용이라, 지나치게 마시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겠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높은 코냑도 사와보고, 코냑 전용 잔도 마련할까요.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슬라브 서사시였지만 또 다른 목적에는 삽질 해결(...)과 우산 구입이 있었습니다. 만, 우산은 이번에도 사진을 안 찍었군요. 그건 이번 주말에 상경하면 찍어서 올리겠습니다. Made in Japan의 맞춤 우산이거든요. 지난 후쿠오카 여행 때 구입하자마자 바로 분실하고 이번에 벼르고 있다가 사왔습니다.


그리고 삽질 해결은 해결이 안되고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마존에서 구입한 물건의 배송처를 '하네다 공항'으로만 지정해서 생긴 일. 수령인이 없으니 배달 완료가 안되고, 반품 처리를 하려 해도 배송상자에 반품 라벨을 붙여야 가능하니까요. 에라, 돈 날렸다고 생각하자 하고 지금 잊어버리려 노력 중입니다.(...) 제대로 정리하려면 사실 아마존에 직접 연락을 취하거나 제가 전화를 해야하는데 국제전화는 질색입니다. 애초에 국내에서도 전화 안하는 인간이 국제전화....(현기증)

이러다가 언제 날잡고, 전화걸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하지만 하려면 지난 토요일 전에 해결했어야 깔끔하게 되는 건데. 음.=ㅅ=




여행의 묘미는 편의점. 첫날 저녁 구입한 간식들입니다. 하겐다즈가 셋, 불가리아가 하나. 컵라면은 그대로 들고와 G에게 고이 넘겼습니다. 그리고 맥주 두 캔도 G에게 넘김. G가 드디어 카페인과 알콜 해금이어서 선물로 사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저 하겐다즈 셋을 순서 매기면 콩가루 > 검은깨 > 바닐라 쿠키와 라즈베리. 콩가루가 제일 좋았어요.






이쪽은 무지.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유라쿠쵸 무지 대형 매장에 가봤습니다. 그 근처는 자주 왔다갔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작년 7월 여행에서도 가자면 갈 수 있었군요. 그 때 가도 좋았을 건데 조금 아쉽네요. 하여간 저기 보이는 거의 대부분이 G에게 줄 선물입니다.(...) 제 몫은 왼쪽 하단의 스노우볼 쿠키 두 봉지, 그리고 사진 정가운데의 감귤술과 유자술, 가운데 있는 사과주스. 레토르트 카레와 어포치즈, 유자소다, 센베, 우지말차초콜릿딸기와 파마산치즈파이, 파마산쿠키는 모두 G에게 넘겼습니다. 후후훗.





그리고 처음으로 면세점에서 술을 사봤습니다. .. 정말로 처음입니다. 대한항공 기내면세점 책자를 보면서 궁금하다 생각한 술-리몬첼로라던가, 그라파라던가-은 여럿 있었고, 모 소설 때문에 헤네시에 관심을 가진다든지, 양 때문에 브랜디가 궁금했다든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때문에 위스키를 한 번 사볼까 했다든지 등의 일은 있었지만 결국은 꼬냑. 이건 B님께 부탁드려서 B님 아버지께서 추천해주셨습니다. 이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덕분에 술의 새로운 경지를 열게 되었..(읍읍읍)

주 용도는 커피에 섞기, 맥주에 섞기입니다. 코냑을 넣으면 맛없는 커피도 술기운에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술향이 섞여서 상당히 맛있어 진다니까요. 베키아앤누보의 커피를 마실 때 그랬던 적이 있지요.(...)

예상 외로 술 가격이 저렴해서 놀랐습니다. 저게 3.7만. 물론 작은병이고 등급이 낮아 그렇지만, 섞어 마시는 건 등급이 높으면 오히려 너무 맛이 세다는군요. 커피에 섞는 거면 저정도가 적당하답니다. 레미 마르탱의 VSOP. 레미 마틴보다는 레미 마르탱이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흠흠.






운전을 시작하니 돈 들어갈 곳도 많아집니다. 이것도 그 중 하나. 이번 주말에 알 바꾸러 가야합니다. 해가 더 길어지기 전에 빨리 도수를 넣어야 운전할 때 편하겠지요.

참고로, 이거 찍고서 셀카 찍어 BC님께 보내드렸는데 포스 넘친다는 소리를 들었씁니다. Maybe Force with you...? 헷. 그래도 예전에 아버지가 쓰셨을 때 받았던 그 느낌 그대로라 저는 좋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선글라스가 레이밴(레이방)이라 그 때부터 꿈의 선글라스였지요. 드디어 손에 넣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색조합과는 다른 조합임. 아버지는 금테+녹색알이었고 저는 검정 검정입니다.





왼쪽은 전시회 도록, 오른쪽은 미쓰코시에서 사온 것들입니다. 후쿠사야 카스테라와, 호텔 오쿠라의 비프스튜 오무라이스, 감자그라탕, 안젤리나의 몽블랑. 후쿠사야 카스테라는 고이 모셔와서 다음 주말에 먹을 예정이고, 비프스튜 오무라이스랑 감자 그라탕은 일요일 아침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달걀이 포슬포슬하지 않은 건 아쉽지만 전자렌지에 돌리다보니 어쩔 수 없지요. 제 입에는 감자그라탕이 더 좋았습니다.





사진 찍는 것을 잊어서 나중에 따로 찍었습니다. 이것도 미쓰코시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사왔고요. 돌아다니다가 제대로 된 파운드케이크다 싶어서 한 통 사올까 한 조각 사올까 고민하다가 조각으로 집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들고온 제 자신에게 건배. .. 정말로 건배 맞습니다. 저기 들어 있는 과일들이 전부 술에 절인 것이더군요. 잘못하면 티타임에 취하겠다 싶었습니다. 허허.

다른 두 과자는 G에게 선물로 넘겼습니다.




그리하여 집에 돌아와서 찍은 사진은 이렇습니다.



늘어난 것이라고는 오른쪽 상단의 네코동 선물 정도? 스카이트리모양 화이트초콜릿과 드립커피입니다.

나머지는 한 차례 설명했으니 전체 사진만 올리고 넘어가지요.



그리고 전시회 관련 기록은 내일 차근차근 쓰겠습니다.-ㅁ-;

종종 언급했지만 제 저녁 시간은 이릅니다. 보통 오후 4시~5시 사이에 간단히 음식을 먹고 저녁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으며, 늦게 먹어야 6시입니다. 저녁을 많이 먹으면 잠이 얕거든요. 귀가 얇은 편이라 이전에 친구 K가 '밤에 꿈을 많이 꾸는 것은 위에 음식이 들어가서 위가 쉬지 못해 그런 거래'라고 한 말에 홀려 그 때부터 저녁을 간단히 먹기 시작했지요. 물론 이렇게 하면 체중조절에도 도움이 됩니다. 보통 21시에서 22시 사이에 취침을 하다보니 사실 6시 넘어서 먹는 게 위에 부담되는 것도 맞고요.


문제는 회식.

회식 자리는 퇴근 후에 있으니 늦습니다. 그래서 회식 참여하면 잠이 얕거나 잠이 부족하거나 합니다. 밖에 오래 나가 있어 피곤한 것도 있고요. 회식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고는 하지만 여행 가서도 이건 문제가 됩니다. 특히 이자카야는 늦게 여니까요. 여행지에서는 그런 이유로 술자리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일행이 있으면 조금 달라집니다. 맛있는 가게를 알고, 미리 예약할 정도로 준비된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그리하여 이번 여행에서는 여행 다닌 뒤 처음으로 저녁 때 술 마시러 갔습니다. 어,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는 여행지에서 저녁에 술마시러 간 일이 없습니다. 대개는 캔맥주 사다가 숙소에서 마셨을거예요.





하카타는 테바사키라는 닭날개 구이로 유명하다는데 잘하는 집은 예약이 필수랍니다. 다만 몇몇 가게들은 한국인 관광객의 노쇼 때문에 아예 한국인 예약을 받지 않는답니다. 여기는 받아줘서 다행이었지요. 저는 메뉴를 일임했고 나중에 디저트 메뉴만 하나 추가했습니다. 첫 잔은 생맥주, 그리고 교자.-ㅠ-





맥교는 진리죠. 더 무슨 말이 필요하나요.-ㅠ-






첫 주문은 일단 주력 음식인 테바사키를 시킵니다. 왼쪽은 간장양념, 오른쪽은 소금양념이고요.

후라이드와 양념치킨은 전혀 다르지만 테바사키는 더더욱 다릅니다. 간장양념은 달달하고 진한 맛이라 소스맛에 고기가 묻힌다면, 소금맛은 짭짤하면서도 바삭한 것이 더더욱 좋습니다. 간장양념도 좋지만 맥주에는 소금양념이 훨씬 더 잘 어울리더군요.






정확한 이름은 잊었지만 명란 타다키였을 겁니다. 겉은 살짝 익은 명란, 그리고 속은 명란 그자체. 으으으으으. 절묘하게 익혔던 터라 쌀밥을 부르는 맛입니다. 물론 맥주도 좋지만, 약간 매콤하게 양념한데다 명란의 짠맛이 어울리니 밥이 필요하다 싶더군요. 맛있습니다.






닭고기 쓰쿠네. 츠쿠네라 적을까 하다가 그게 그거지 싶어서요. 달걀 노른자에 찍어 먹으면 됩니다. 닭고기 완자인셈인데 촉까지 촉촉하고 살짝 달콤하니 맛있습니다. 이쯤 되면 뭔들 맛없겠냐 싶긴 하네요.






제 요청으로 시킨 디저트, 빵푸딩. 진짜로 빵푸딩입니다. 빵 자체를 푸딩액에 재웠다가 구워서, 그걸 냉장고에서 차갑게 얼린 것 같은 그런 맛이더군요. 빵푸딩을 흔하게 볼 수 없기도 하지만 맛 자체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제 취향은 이보다 더 촉촉한 푸딩맛이지만 단짠단짠을 위해서는 더욱 좋았습니다.



만.

낮에 먹은 것도 있고 일찍 일어나 설쳤던 탓에 이미 반쯤 졸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생각보다 많이 먹지 못하고 뻗었네요. 아쉽지만 여긴 또 미리 예약을 해야하는 곳이라 다음에도 찾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먹고도 1인당 3천엔 남짓이었다는 것이 좋네요. 저는 맥주 한 잔이고 뒤에 시킨 테바사키는 배불러서 손을 못댔던 터라 적게 냈고, 다른 사람들은 맥주를 더 추가하기도 해서 3천엔보다 더 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무리죠. 물론 치킨으로 대신한다면 좀 다르겠지만..?




아쉽게도 일행을 따라 간 터라 이름이나 위치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다시 못 갈 곳이란 점에서 차라리 다행일까요...?



술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술은 역시 맥주입니다. 간편하게 구할 수 있고 마시는 양도 적당하며 달지 않습니다. 단술을 좋아하지만 체중 관리 때문에 자주 마시진 않고, 단술은 솔직히 술맛으로 먹는게 아니라 단맛으로 먹지요. 술의 쓴 맛은 좋아하지 않지만 맥주의 쓴맛은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한데, 같은 맥주라도 묵직한 맛이 더 좋습니다. 그러니까 흑맥주.=ㅠ= 흰맥주는 맛이 가벼워서 좋아하지 않고, 칭따오나 하이네켄을 즐기지 않는 이유도 그 비슷합니다.


G가 어디서 구했는지 호가든 로제를 주더군요. 맛있게 덥석 받아서 마셔봤습니다.






병도 작으니 컵에 담아도 양은 적은데, 색만 봐도 이거 취향이 아니겠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안 그래도 따서 한 모금 바로 마셨더니 이건 라즈베리잼이나 딸기잼을 섞은 맥주입니다. 아냐, 이건 아냐. 이런 건 내가 원하는 맥주가 아냐! ;ㅠ;



마시긴 다 마셨지만 양이 적어 그런지 이 한 잔으로는 취하지도 않고 맛도 취향이 아니라 슬펐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잊지말고 둥켈 다크 챙겨와야겠네요.;ㅠ;

실제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기로 숲을 만들 정도는 아니지만 평소 식생활에 비유한다면 주지육림이라고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안 찍어 올려서 그렇지 요즘 편의점 음식을 제외하면 식빵과 달걀과 토마토와 우유가 전부라서요. .. 어쩐지, 지난주에 체력이 좀 많이 달리더라니.


그간 마음의 여유가 없어 나가지 못했던 번개를 오랫만에 다녀왔습니다. 이전에 빌려드렸던 책도 한 권 받아야 했고, 토요일마다 작업하는 기획안을또 뒤집은 뒤에 도로 백할 위기에 몰려 해탈하는 기분으로 바람 쐬러 가야했지요. 간단히 말하면 바람쐬고 싶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전 화요일부터 위가 망가져서 역류성 식도염 증세가 심하게 나타났거든요. 이런 건 간만이라 스트레스 풀러 다녀오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번개 참석 신청한 것은 그보다 더 전이지만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해두지요. 거기에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 증상이 나타난 위에 술을 들이 부었지만 스트레스성이니 괜찮은 겁니다.(...)





시작부터 타코야키인가 싶었는데 틀에다가 슈마이를 굽고 계시더군요. 맛은 있는데 슈마이는 그냥 쪄서 먹는 것이 낫더랍니다.





잠시 뒤 나온 어묵. 직접 만드신 걸까요. 생선살 함량이 상당히 높습니다. 말랑말랑하더군요.







안주가 있으니 술이 나옵니다. 홋카이도 한정 국사무쌍. 굉장히 순한게 술술 넘어가는 무서운 술입니다.





가운데 보이는 하얀 것은 이건 갈릭과 차이브를 더한 치즈입니다.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노란 것은 샤넬 No.5 대용량이 아니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No.3입니다.






다른 분이 들고 오셨던 나고야 특산의 우이로. 굉장히 묘한 맛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멥쌀과 팥앙금을 조금 질게 반죽하여 찐 것 같은 그런 맛. 묵도 아니고 떡도 아닌 것 같은 희한한 식감입니다.






사진으로는 뒤늦게 찍었지만 이 쯤에서 술이 세 종인지 네 종인지 증가하여 오뎅도 등장합니다.







검은매실주도 있었지만 전 이쪽이 더 좋았습니다. 호로요이 원액이라는데 얼음 담은 컵에 이걸 붓고 탄산수로 3배 희석하면 굉장히 맛있습니다. 술술 들어가더군요. 다음에 일본 여행 가면 사오고 싶지만 체중증가가 걱정됩니다. 아니, 그보다 알콜 중독이 더 문제로군요.






이쪽이 검은매실주. 이것도 상당히 맛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탄산수로 희석해 마시면 술술 들어갑니다. 호로요이 원액이나 이거나 둘 다 술보다는 음료에 가깝습니다.






오키나와의 땅콩과자. 자라메당(아마도 굵은 설탕), 조당(粗糖)과 흑설탕을 섞은 과자입니다. 맛은 상상하는 그대로인데 재료가 맛있으니 이것도 맛 없을 수 없지요. 땅콩의 고소한 맛에 쌉쌀하면서도 독특한 설탕시럽이 잘 어울립니다. 물엿이나 흰설탕이 아니라 여러 설탕류를 섞은 것이 포인트더라고요. 만들자면 만들 수 있을 건데 비율이 문제입니다.






치즈를 으깬 감자로 둘러싸고 다시 베이컨으로 감은 술안주.







까망베르 버전도 있고 브리 버전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술안주인 건 같더군요. 이건 까망베르 캔인데 플라스틱으로 밀봉한 것보다 유통기한이 훨씬 길답니다. 대략 2년이라던가요. 이거라면 찬장에 넣어 두고 잊고 있다가 술이 생각날 때 안주로 해도 그만이겠습니다.-ㅠ-






두 번째로 만들 때는 으깬 감자 없이 베이컨으로만 감쌌습니다. 감자가 들어간 쪽이 덜 짠데다 감자랑 치즈가 절묘하게 어울려서 좋다는 반응이더군요. 하기야 베이컨과 치즈만 있는 것은 짠맛이 강하니 더 술안주에 가깝습니다.






마지막의 디저트는 롯가테이 세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세트지요. 훗훗훗.



여기 안 찍은 술이 아마도 3-4종 더 있었을 건데, 산토리 위스키랑 준 벅? 하여간 대용량의 술이 더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주도 하나 더 있었는데 제 취향이 아니라 안 찍었.... 그렇군요.



이날 자리를 뜨기 직전에 킹 오브 프리즘, 일명 킹프리를 보았습니다.

애니 감상은 따로 적겠습니다. 보는 내내 "왜! 어째서! 보는 내가 더 부끄러워야 하는 거냐!"라고 절규했고요. 나중에 소장하게 된다면 다른 분들과 간이 상영회를 열고 다 같이 멘붕하고 싶은 멋진 애니였습니다. 보지 않으면 말을 못해요. 하하하하하. 덕분에 마지막까지 참 보람찬 번개였습니다.;ㅂ;

벌꿀이 들어갔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벌꿀향이 올라오는 맥주가 있습니다. 이전에 판교 현대백화점 잇탤리에서 마셔보고는 홀랑 반했는데, 판교는 너무 멀다보니 맥주만 사러 가기는 힘들더군요. 이날은 G 만나러 간 김에 두 병 사서는 한 병은 G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한 병에 7500원, 두 병에 1만 5천원. 나중에 영수증 보고 G가 기겁하더군요.





작은 용량의 맥주 한 병에 7500원이라. 마트에서 3천원 하는 수입맥주도 잘 안 사마시지만 아주 가끔 마시니 이정도 사치는 괜찮다고 우겨봅니다. 여행갈 때를 제외하고는 제가 맥주 사마시는 건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이벤트입니다. ... 무슨 미연시 이벤트도 아니고.OTL






한국어 라벨은 이런데 사진 크기를 줄였더니 잘 안보이는군요.






이쪽도 잘 안 보입니다만.






뚜껑에 찍힌 자국이 보이는 건 병따개를 댔다가 뚜껑 사진 안 찍은 걸 떠올리고 도로 집어 들어 그렇습니다. 찍힌 자국 두 개는 병따개 자국입니다.



뽁~하고 따서 컵에 콸콸콸 따라봅니다.





옆에 찬조출연한 태공 엉덩이. 색은 갈색에 가까운 정도입니다. 밤꿀보다는 맑은 갈색이겠네요. 하여간 보통 맥주하면 떠올리는 금색과도 다르고, 흑맥주 색과도 조금 다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진한호박색? 먹는 호박 말고 보석 호박 말입니다. 아니면 맑은 조청..? 하여간 맑은 갈색이라는 점은 다 같습니다.



이전에 마실 때 도 그랬지만 꿀향이 올라옵니다. 진한 맛에 살짝 신맛이 돌기도 하고요. 안주 없이 홀짝여도 맛있는 맥주입니다. 다만 저게 도수가 낮은 건 아니라, 혼자서 여러 병 가져다 놓고 홀짝이다가는 훌쩍 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하하하....;


요즘 게을러지다보니 사진 찍는 것도 종종 잊는군요. 매그넘도 가게 밖에서 사진 찍는 것을 잊었습니다. 이전에 녹두장군님 이글루(http://hsong.egloos.com/3533314)에서 포스팅을 보고 모임에 이야기를 꺼냈다가 당장 그 다음 모임 장소로 낙점되었습니다.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걸어 갔는데 위치를 잘못 알아서 그 블럭을 한 바퀴 도는 수고를 했지만 굉장히 찾기 쉬운 곳에 있습니다. 신사중학교 정문 바로 맞은편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옆집이 C4일 겁니다. 그 큰 길가에 있으니 찾기 아주 쉬워요.




위치는 지도를 참고하시고...


12시 전에 갔습니다. 낮술.-ㅠ-; 나란히 들어가니 아무리 토요일이라지만 이런 시간에 술마시는 사람은 없나봅니다. 저희만 전세내다시피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홀짝였습니다.



맥주류는 병당 가격으로 받는 듯하지만 이쪽은 마시지 않아 확실하게 모르겠네요. 일단 프라이빗 카드-즉 개인 카드를 하나씩 받고, 와인바를 즐겼습니다. 와인은 냉장고 같은 곳에 들어 있는데, 하단에는 와인이 들어 있고 그 윗부분에는 이런 창이 달려 있습니다.





제가 첫 번째로 고른 와인입니다. 라벨로 알아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창에 산지와 이름, 병당 가격, 그리고 용량별 가격을 적어 놓았습니다. 게다가 주량에 따라 용량도 골라 마실 수 있습니다. 저처럼 술 못마시는 사람은 딱 맛만 볼 정도로 30ml를 골라 마실 수 있습니다. 후후후후. 각 상자(컨테이너?)마다 안내 패널 왼편에 카드를 끼우는 곳이 있어, 카드를 넣고 원하는 와인의 원하는 용량 아래에 잔을 가져다 대고는 버튼을 누르면 와인이 나옵니다. 설명이 복잡하지만 개인별로 지급된 카드에 구입 금액이 누적되는 음료바라고 생각하면 얼추 맞습니다.

맨 위의 사진이 이 아이스바인인데 살짝 황금색인데다 맛도 단맛이 감돌아 꽤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더 맛있었던 것은 두 번째 잔. 사진은 없지만 색은 맑은 자주에 가까운 색이더랍니다. 제브뤼-샹베르 ... ..라고 읽는 건가요. 검색해보니 지브리 샹베르탱이라고 읽나봅니다. 하여간 가격도 상당히 비쌌는데 30ml에 1만원이 넘었을 겁니다. 30ml 두 잔 마셨는데 1만 7천원 넘게 나왔거든요. 근데 이 와인 참... ... 맛있습니다. 진짜 맛있어요. 가격은 비싸지만 홀랑홀랑 넘어가는 것이 굉장히 맛있습니다. 30ml만 마신 것이 다행이었네요. 더 마셨다면 취한 김에 한 병 사왔을지도 모릅니다.






이 그리시니는 서비스안주입니다. 짭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니 보통 참크래커나 아이비 같은 맛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건 거기에 갑각류 맛이 더해졌습니다. 아니, 새우인가. 새우 비스크? 하여간 그런 바다의 맛을 뿜는 그리시니라 그냥 오독오독 먹어도 맛있더라고요. 와인과도 잘 어울립니다.



안 그래도 이모저모 기분이 가라앉아 꿀꿀한데, 술 보고 있으니 홀짝이고 싶네요. ... 이번 주말에 한 병 사들고 갈까요. 안되면 다음주중에 크리스마스 기분 내며 글뤼바인이라도..;ㅠ;

낮술은 좋습니다. 그것도 평소 주량을 넘어선 상태라면야 더더욱.



단호히 말하지만-그리고 언제 단호하게 말하지 않은 적이 있냐고 하면 입닥치겠지만-전 제 주량을 모릅니다.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정도로 오래된 어느 때에 술 마시고 정말로 죽을 뻔한 이후로 술을 취할 때까지 마셔본 적이 없습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취하기는 하나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까지만 마시고 단 한 번도 필름이 끊겨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 지금까지의 직장동료들은 제가 술을 못마신다고 알고 있으며 몇몇은 제 위가 좋지 않아 술을 못 마신다고 알고 있으며, 몇몇만 제가 맥주 조금 마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회식자리에서도 소주 한 잔, 맥주 한 잔을 남기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다 남겼죠.


가장 많이 마신 적은 친구랑 4천cc을 나눠마셨던 때? 2000cc피처로 두 번 주문했는데 친구가 저보다 훨씬 더 많이 마셨습니다. 그 외에는 집에서 가끔 마시는 정도지만 전 330cc 맥주 한 캔으로도 충분히 취합니다. 취한 동안은 말이 많아지고 살짝 들떠 있는 상태이며 발갛게 달아오르지만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제가 취했다고 생각하지 않더군요. 오늘 같이 500cc 두 잔에 다른 술까지 섞어 마시면 평소보다 취기가 오래가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 고로 지금은 약간 취중 포스팅입니다.)


술버릇은 확실히 알고 있는데 졸립니다. 자진 않지만 몸이 무겁게 느껴지니 일찌감치 집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들어가는 사이에 대체적으로 술은 깨지만 여전히 졸리기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잡니다. 오늘도 그럴 것 같네요. 4시 이후로 졸음이 제 눈가에 매달려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ㅁ=


오늘 술자리에서는 특이한 술이 두 병 나왔습니다. 하나는 글렌리벳 12였고, 다른 하나는 이름을 기억 못하는 10년산이었습니다. 글렌리벳이야 술맛. 근데 이 녹색의, 글렌리벳과 닮은 길죽한 병에 담긴 싱글몰트 위스키가 꽤 재미있더군요. 이전에 까날장 모임에서 맛봤던 50도가 넘는 싱글몰트 만큼은 아니지만, 이것도 이탄향이 확 올라오더랍니다. 맡아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빨간약을 주장하더라고요. 술 잘드시는 다른분은 다시 향을 맡아보더니 약쑥향 같다고도 하시고요. 꽤 독특한 향인데 살짝 잔에 따라 맛보니 호오오오오. 생각보다 마실만 합니다. 그 사이 술이 늘었나. 홀짝 홀짝 다 마시고는 남아 있던 맥주를 입에 머금는데..... 데......



원빈을 보고 나니 옆에 앉아 있는 남자친구가 오징어로 보인다고 하지요. 제가 그랬습니다. 위스키를 마시고 다시 맥주로 돌아가니 맥스 생맥주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의 맛으로 변하더군요. 잠시 안주로 입안을 달래고 나서야 제 혀는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아주 신묘한 경험이었습니다.

..

근데 왜, 지금, 그 술이 땡기는 걸까요.-ㅠ-; 설마하니 아직도 술이 안깬건가.



덧붙임. 검색하니 바로 나오네요. 라프로악.'ㅠ'


지난 주 토요일에 홍대 가서 사온 책 세 권. 『로그 호라이즌』 8권은 아마도 길드 내 하위 그룹(?)의 모험기일 것이고, 『아빠는 요리사』 125권은 홋카이도에 근무 중인 카즈오의 연애담이 주 내용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번에는 홋카이도의 식재료가 많이 등장하네요. 성이는 오키나와로 보내고, 카즈오는 홋카이도로 보낸데는 작가의 안배가 다 있는 겁니다. 하하하하하.



제목에 적었듯이 메인은 『와카코와 술』 2권입니다. 2권이 나온 것을 알고 바로 홍대에 다녀왔지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총판이나 교보나 할인율은 동일하지만 아직은 만화책을 홍대에서 구입하는 쪽이 더 익숙합니다. 교보는 배송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총판은 가서 바로 구입할 수 있고, 깨끗한 책으로 골라 꺼내올 수 있으니까요. 교보에서 만화책이나 책 구입할 때는 종종 마음에 안드는 상태의 책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교환할 정도는 아닌데 살짝 오염되었다거나, 책등이 한쪽으로 쏠렸다거나 말입니다.


하여간 이번권은 날개도 주옥 같습니다. 작가의 답변이 있었는데, 술을 마실 때 정말로 푸슈~ 하고 마시냐는 독자의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는군요. 이번에 드라마도 제작되어 채널J에서 방영하는 모양인데, 주인공이 푸슈하는 건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서 만화책의 그 분위기가 안 살더랍니다. 실제 보면 또 다르겠지만 볼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보고 있으면 술이 술술 들어갈 것 같은 무서운 책이라, 안 그래도 일요일에 마트 가서 맥주 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체중조절을 핑계로 물리치긴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적절한 안주가 없었다는 거죠. 만약 치킨이나 감자튀김이 눈 앞에 있었다면 장바구니 결과는 달랐을 겁니다. 사실 주인공은 술이 아니라 술을 부르는 안주인데 왜 보고 나면 술마시고 싶다는 생각만 남는거죠.;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마저도 술을 부르는 무서운 만화책이니, 어쩌면 청소년 관람-아니, 독서불가로 지정해야할지도 모릅니다. 하하하하하;




신큐 치에. 『와카코와 술 2』, 문기업 옮김.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5, 8천원.


책 가격이..ㅠ_ㅠ;

도서정가제도 시행되었는데 조금 안 내리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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