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특별히 가리는 맥주 없이 아무 거나 마셨습니다. 그래도 자주 마시는 거라면 삿포로나 아사히, 기린? 일본맥주 위주로 마셨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일본 불매운동으로 손 안대고 다른 맥주 찾다가, 마침 맥주사러 다니는 편의점에 재미있는 맥주가 들어와 3캔 1만원, 정확히는 9900원인 제주백록담, 경복궁, 광화문 등을 마셨습니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는 이 셋 중에서 제주백록담이 제일 입에 맞습니다. 그래서 11월에 신나게 사다 마셨더랬지요.

원래 맥주는 한 캔, 그러니까 500ml를 단번에 마시면서 알딸딸하게 취하는 느낌을 즐겼습니다. 술에 강하지 않아서 맥주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다 알콜에 조금 강해지면 거기에 소주 타마시고 싶다고 투덜대는 거지요. 물론 소주특유의 쓴맛을 싫어하기 때문에 집에 쟁여 놓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양주를 섞어 마시겠다고 헛소리를 하는 겁니다. 술 사는 건 좋아하지만 술 마실 때의 분위기를 즐길 뿐, 특별히 술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맥주는 자주 마시지만 술이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쌉쌀한 발포성 뒷맛을 좋아하는 겁니다. 그렇게 따지면 또 유사맥주(...)도 마실법 한데, 그건 또 맛이 없다니까요.

 

술맛뿐만 아니라 입맛도 자주 변합니다. 술도 어떤 때는 이 술이 맛있다가, 그 다음에는 저 술에 끌립니다. 그러니 오늘 쓰는 술 이야기는 지금의 제 입맛입니다. 또 모르지요. 이 다음에는, 그 특유의 이탄 향을 소독약향이라 인식하고 있어 거의 손 안대는 증류주를 사모을지도 모르고요.-ㅁ-a 모으기를 좋아하는 까마귀습성이 있어 가능성은 낮지 않습니다.

 

 

어쨌건.

저 네 맥주 중 가장 익숙한 맥주는 클라우드입니다. 아버지가 지난 번에 코스트코에서 한 박스 쟁여 오셨거든요. 덕분에 300ml의 작은 캔을 여러 번 마셔봤는데, 지금까지 마신 대기업계 맥주 중에서는 제일 맛있습니다. 입에 잘 맞아요. 그 생각이 나서 이날도 클라우드를 제일 먼저 집어 들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소머스. 트위터에서 리뷰를 본 적 있는데다 이게 또 사과맛 비슷하다던가요. 궁금한 김에 집어 들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탐라에서 몇 번 보았던, 아니면 마트에서 보아 익숙한 맥주를 골라 들었습니다.

 

클라우드야 원래 아는 맛이라 넘어가고. 1664 블랑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머스 사과는 용서할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첫 맛은 청포도 혹은 사과라 할만한 상큼한 맛이 돕니다. 희한하게도 발포주 계 화이트와인과도 비슷한 맛입니다. 그러니까 무스카토 다스티 같은 그런 맛이요. 문제는 그와 동시에 감도는 묘한 향입니다. 아니 향보다는 냄새에 가깝게 인식되었습니다. 제게는 그 냄새 혹은 맛이 쾨쾨하고 텁텁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맛이더랍니다. 처음 마시고는 이 불쾌한 향은 뭔가 생각하며 잠시 고민하다가 한 모금 더. 그리고 다시 한 모금. 네 번째는 그대로 분리수거 처리했습니다. 음. 지금 생각하니 화분에 줄 걸 그랬네요. 살찌기 충분한 칼로리를 지녔다면 화분에도 좋지 않을까요. 다음에는 화분에게 양보하겠습니다. .. 아니, 커피 화분에 사과향 발포주를 부어도 되나 싶지만.

 

블랑은 매우 무난한 맛입니다. 클라우드보다는 발포가 약간 잘다는 느낌입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게 최고는 제주백록담입니다. 새삼 확인하고는, 싸다는 이유로 한 캔 더 집어들 바에는, 알콜중독 덜되는 길이라고 자찬하며 1만원에 세 캔짜리를 집어 드는 쪽이 낫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잊지말고 맥주 사와야지. .. 맥주 사려면 내일은 차 끌고 출근해야하는군요. 으으으. 걷는 쪽이 좋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왔다갔다 하면 건강에 해롭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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