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의 상황. 퇴근해서 간단한 간식을 챙기고 술을 준비하는 사이, 정말로 술을 부르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오늘은 배달음식을 시켜먹을까 했지만 주문하려던 가게가 문을 닫았더랍니다. 아쉽지만 집으로 돌아와 씻으려던 참에 그 뉴스를 본 겁니다. 아. 술. 저뿐만 아니라 같은 대화방에 있던 친구들도 술을 부르짖으며 사라졌고....

그리고 저는 술을 꺼내 경건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지난 주에 올렸던 Yuzu Lambic입니다. 유자 람빅. 유자술은 예전에 까날님 번개에서 마셨던 유자술이 먼저 떠오릅니다만, 그건 달달했지요. 이건 어떤 맛일지 상상이 안되더랍니다. 일단은 맥주잖아요. 맥주에 유자를 넣으면 어떤 맛이 날까 매우 궁금했습니다. 원래는 지난주에 마시려던 맥주였지만, 코르크마개따개를 본가로 배송지정해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오늘에야 열었습니다. 어제는 회식이 있었으니까요.

 

 

 

 

맥주색은 조금 탁한 편입니다. 황금빛의 맑은 그런 색은 아닙니다. 황토빛이 도는 듯한 진한 색입니다. 얼핏 보면 주스 같기도 하군요.

특이한 건 저 코르크입니다. 코르크가 매우 단단히 박혀 있었고, 꺼내서 향을 맡아보니, 이거슨 술. 술향이 폴폴 납니다. 그래요, 알콜향. 그게 화아아아악 올라옵니다. 맥주가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조심조심 컵에 따랐습니다. 컵도 맥주와 함께 받았습니다. 그러니 가장 잘어울릴 컵이고요. 두께가 얇아 입에 닿는 느낌이 좋습니다.

 

 

하여간 알콜향이 확 올라온다 생각하며 홀짝였는데....... 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 진짜 유자입니다. 유자. 하지만 제가 착각하고 있었네요. 이건 유자청이나 유자마말레드가 아니라 유자입니다. 그러니까, 유자청을 만들기 위해 손질할 때 맡을 수 있는 그 유자. 유자를 통째로 갈아 넣은 것인가 의심할 정도로, 아니면 유자즙을 착즙해 넣었나 착각할 정도로 진한 유자향과 유자맛이 납니다. 당연히 유자는 당절임만 먹었더랬고, 유자즙은 유자청 만들 때 말고는 먹을 일도 없었지요. 그랬는데 말입니다. 이 맥주는 진짜, 마시면 맥주 맞고 또 유자맛이 납니다. 아니, 유자향이나 맛을 넘어서, 이건 유자예요. 마시기 전까지는 모르지만 한모금 마시고 나면 이거 유자다! 유자맥주다! 라고 외칠 그런 맛입니다. 바꿔 말하면 신맛이 강하니 호불호는 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신맛이 도는 맥주를 좋아하신다거나, 맥주에 레몬짜서 드시는 분은 아마도 마음에 드실 겁니다.

 

 

그리하여 분노로 시작한 술판은 그래도 즐거움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니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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