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승리보다 소중한 것>, 문학수첩, 2008, 9800원


도서관 북트럭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책도 있었구나 싶어 잽싸게 집어 들었습니다. 대강 훑어 보니 시드니 올림픽이 주제입니다. ... 응? 시드니 올림픽은 언제적 이야기? 떠올려보니 2000년의 일입니다. 지금이 2008년 마지막이니 한참 전인데 말입니다.
G에게 먼저 보라고 건네주었더니 몇 장 보다가 재미없다고 덮었답니다. 재미 없는 책을 먼저 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 어제 아침에 출근하면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 오늘 아침, 오늘 오후 세 번에 걸쳐 홀랑 다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지루한가 싶었는데 책의 앞머리와 끝부분이 인터뷰와 수기(?)라서 그렇습니다. 그 부분을 넘어가고 나니 그 속 내용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출판사의 제의로 (내키지 않는) 시드니 올림픽 취재단으로 호주에 가면서 올림픽 기간 동안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쓴 수필입니다. 다른 하루키의 수필과 같은 수준이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웃음)
호주에 대한 여행기나 수필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 책을 대신 읽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많습니다. 호주의 역사, 호주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볍지만 또 가볍지 않게 다루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어느 새 호주 이야기가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물론 하루키의 눈으로 본 호주이니 이걸 그대로 받아 들인다면 문제가 있겠지요.'ㅂ';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일본 선수단의 경기지만 그 중에서도 하루키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육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시드니의 성화 봉송의 최종 주자가 원주민 출신 선수라고 들었는데 금메달리스트는 아니었나봅니다. 오래전 일이라 호주 원주민(아보리지니였나요?) 출신이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는데 메달 획득 여부는 기억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성화 봉송 후에 꽤 말이 많았나봅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시드니 올림픽이 어땠는지도 생각이 안납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도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으니 올림픽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간에 하루키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루키도 올림픽 관람 내내 투덜대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좋아하지도 않고 볼 생각도 없었는데 어쩔 수 없이 끌려(?) 와서 이러고 있다고 말입니다. 마음에 없어서인지 이런 저런 사고도 많이 쳤군요.  하하.




엉뚱하게도 다 읽고 나면 카리야 테츠*가 부럽습니다.
 








* 카리야 테츠: 호주로 이민간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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