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안님 이글루스 2009년 국제도서전, 기대했었지에서 트랙백.

http://www.sibf.or.kr/

홈페이지는 열려있지만 아직 준비중입니다.'ㅂ'


이글루스 밸리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서울국제도서전 관련 글을 봤습니다. 그 글에서 올해 주빈국이 일본이란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주빈국이 일본이 되면서 방한하는 작가들에 대한 기사입니다. 트랙백된 글에 가서 경향신문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온다 리쿠가 내한한답니다.;ㅂ; 으어어어억! 게다가 요시다 슈이치, 에쿠니 가오리도 온대요! 20여명의 일본 작가가 온다니까 나머지는 아직 미정이거나 초청 작업 중이거나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혹시라도 시오노 나나미 할머니가 또 오신다면... (발그레)


이번 국제도서전은 5월 둘째주쯤. 근데 나 뭔가 잊은 것 같다?



...


...



허어어어어어억!
공방 (도서전) 출품작!


lllOTL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공방 전시 출품작과 다른 전시 출품작을 동시에 생각해야하는군요. 어흑...;ㅂ;
책 이야기 하는 김에 조만간 써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이야기도 마저 뽑아봅니다.

요즘 라이트 노벨들은 도통 손 안대고 있습니다. 작년 후반기에 줄창 사다가 읽었다가 갑자기 시들해져서 손을 거의 안대고 있거든요. 진짜 작년 후반기엔 열심히 읽었습니다. 관련 글들을 찾아본다 해도 상당할걸요. <렌즈와 악마>, <늑대와 향신료>, <심령탐정 야쿠모>, <강각의 레기오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Missing>, <문학소녀 시리즈>, <카미스 레이나는 여기에 있다>, <백작과 요정>, <하나님의 메모장>, <XXXX홀릭>. <소년 음양사>는 그 전부터 읽었지만 작년에도 꽤 읽었을겁니다. 상당수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고 나머지의 반은 주변에서 빌려서, 나머지는 사봤습니다.

<렌즈와 악마>, <Missing>, <인류는 쇠퇴했습니다>는 1권만 읽고는 손 뗐습니다. 앞의 두 권은 취향이 아니라서, <인류 쇠퇴~>는 글 자체는 괜찮지만 미묘하게 읽고 싶은 생각이 안들어서 놔두었습니다. 앞의 둘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안 읽은 겁니다.

<늑대와 향신료>는 몇 권 더 봤지만 닭살이 싫어서 던졌습니다.-_-; 원래 이 책을 찾아보게 된 것이 코기 2의 엔딩을 두고 R3는 반역의 어륀지다, 혹은 씨씨와 향신료다 등의 말이 많길래 궁금해져서 찾아보았지요. 확실히 같은 라인이긴 하지만 이것도 미묘하게 취향이 아닙니다....

<강각의 레기오스>는 1권 읽고 나서 느낌이 좋았는데 미완이라는 말에 미뤄두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이런 판타지 소설은 주인공이 열심히 무덤팠다가 빠져나오면서 한 권 한 권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완결 난 뒤에 한 번에 몰아보는 것이 좋지요. 그래서 아직 2권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엊그제 뉴타입 보다가 애니메이션 설정 자료 보고 뒷 권 내용 폭로를 당한 것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한동안 손 안댈 것 같습니다.-_-;

<심령탐정 야쿠모>는 진짜 입맛에 안 맞습니다. 주인공은 그럭저럭 마음에 들지만 주인공의 탄생배경과 그 옆에서 알짱거리는 여자애가 마음에 안듭니다.(흔히들 그런 여자애들을 히로인이라 부르지만...-_-)

<소년 음양사>, <백작과 요정>은 앞 권 열심히 보다가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져 손 뗀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특히 <백작과 요정>은 너무 깁니다. 열심히 따라 모으긴 했지만 둘이서 만나는데 한 권, 구애하는데 여러 권, 승낙하고 여러 권, 결혼 준비하며 또 여러 권이다보니 읽는 새에 질렸습니다. 흑. 일러스트가 취향이라 놔두었지만 이것도 조만간 처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군요. <소년 음양사>도 이야기가 길어지고 강한 적을 없앴더니 약간 강한 적이 나오고, 그 뒤에 조금 더 강한 적이 나온 다음 매우 강한 적이 등장하고 아주 강한 적이 나오니 보스가 언제쯤 등장할까 진이 빠지는 경우입니다. 그러니 이것도 완결날 때까지 봉인. <문학소녀>는 일본에서 완결이 났기 때문에 완결권이 번역되기만을 목빠져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용 전개상 지금 한창 구덩이를 파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완결권 나온 이후에 몰아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홀릭>과 <카미스 레이나>는 단권/ 완결이기 때문에 끝. <하나님의 메모장>은 다음권이 나오면 볼 생각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입맛이 상당히 써요.OTL



그나저나.
하얀 늑대들 양장본 배송이 시작되는군요.'ㅂ' 소식이 없길래 뒤엎을까 싶은 생각도 조금 들었지만, 책 사양 봐서 칼질 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해야겠습니다. 사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뜯겠지요. 어흑; 육영사 책들도 손 댈 예정인데 이건 또 언제 끝나려나.;
이글루스 Grard님의 고단샤 <세계의 메르헨> 보고 나서 이어 쓰기.'ㅂ' (트랙백 날리려 했더니 안되는군요.;ㅁ;)

계몽사에서 나온 <어린이 세계의 명작>은 집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촌동생들에게 분양 나갔지만 지금은 행방이 묘연한 책인데, 이 책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 삽화 때문입니다. <어린이 세계의 명작>과 <세계의 전래동화>, <한국전래동화>인가, 이 세 세트가 시리즈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세계의 명작과 한국전래동화는 집에 있었지만 지금은 없고, 전래동화는 부모님이 사주시지 않았습니다. 세계의 명작과 이미지가 겹치기 때문에 사주시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 돌아보면 참 아쉽습니다. 흑흑흑.
저 시리즈 말고 또 구하고 싶었던 것이 제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판형이 상당히 독특했던 전집입니다. 총 10권인데, 중간에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있었다고 기억하고, 맨 뒤에 <빨간 도깨비>였나? 일본 동화가 있었습니다. 제목을 잊었다는 것이 통한인 셈이죠...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에이스88은 마구 우겨서 고등학교 때 구입했고, 친척동생에게 주었던 웅진의 세계전래동화는 대학교 때 전집을 다시 구입했습니다. 메르헨 시리즈(피글위글 아주머니가 1권인 그 시리즈)는 오토프리트 프로이슬러의 몇 권을 제외하고는 재구입 의사가 좀 ... 무엇보다 공간 부족이 큽니다. 나중에 서재집 만들게 되면 그 땐 다 들일거예요! ;ㅁ;

집에 있는 전집 중 가장 자랑(?)할 만한 책은 역시 계몽사에서 나온 국제판 세계의 문학. <사자왕 리처어드>(원제 부적-_-. 월터 스코트 소설입니다;), <용감한 선장> 등이 들어 있지요. 그리고 육영사의 추리소설 전집. 이건 조만간 환골탈태할 예정이니 그러고 나서 사진 찍어 공개하겠습니다. 후훗.
마츠히사 아츠시, <풀(Pool)>, 양윤옥 옮김, 에이지21, 2005, 9000원
하라 료,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권일영 옮김, 비채, 2008, 12000원
와카타케 나나미, <네 탓이야>, 권영주 옮김, 북폴리오, 2008, 9000원
호시 신이치, <의뢰한 일>, 윤성규 옮김, 지식여행, 2008, 8900원
아카가와 지로, <삼색털 고양이>, 심상곤 옮김, 해문, 2004, 8000원
다나베 세이코, <두근두근 우타코씨>, 권남희 이학선 같이 옮김, 여성신문사, 2007, 9800원
김재현, <루디's 커피의 세계 세계의 커피>, 아르고나인, 2008, 10000원
유동주, <지구 반대편에서 3650일>, 나무와숲, 2008, 12000원
전원경,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 리수, 2008, 15000원


한꺼번에 몰아서 쓰다보니 또 길어지는 책 감상문. 밀리지 않고 써야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요즘 저녁 때도 일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차분히 글을 쓸 시간이 나질 않았거든요. 오늘도 약속이 있어 서둘러 써야하는 글이라 날림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일단 써보도록 하지요.


서가에서 일본 소설을 고를 때는 마구잡이로 고르기 보다는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작가의 책을 우선으로 고릅니다. 그 외에 서가에서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을 경우 책 뒷면의 이야기를 보거나 앞부분의 이야기를 읽어본 다음 책을 뽑습니다. 그렇게 해서 집어 든 것이 마츠히사 아츠시의 <풀>입니다. fool이 아니라 pool. 이야기 전개상 pool이 꽤 중요한 소재라서 제목이 그런가봅니다. 읽을 당시에 시간에 따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회상신이 들어가고 다른 이야기가 함께 나가다보니 여러 시점이 뒤섞여 헷갈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등장하고요. 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어떤 소설이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읽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 중 한 손에 꼽힐 정도의 사람만이 읽었던 r모님의 i모 소설과 구조가 닮아 있습니다. 다만 그 쪽은 사람이 적게 등장하고 이쪽은 사람이 많이 등장하고, <풀>은 시점과 사람들이 꽤 다양하게 얽혀 있지만 그 소설은 주인공들의 관계에 주로 촛점을 맞췄습니다.
그냥 가볍게 읽을 소설이지만 주인공이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렇게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도 없는 벌판에 가서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누워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이때 들었거든요. 배낭여행은 제 취향과 거리가 멀어서 할 가능성은 낮지만 말입니다.

<그라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하드 보일드 소설이라고 뒷면에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부분만 봐서는 하드보일드 분위기가 별로 나지 않아서 괜찮다 싶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거 이상합니다? 결론은 하드 보일드 맞고요, 그것도 반숙이 아니라 완숙입니다. 삶은 달걀을 좋아하지만 소설 장르로서의 삶은 달걀은 퍽퍽해서 잘 먹지 않습니다. 제 취향에서 벗어나니까요.
하지만 삶은 달걀이 퍽퍽하다 한들 이 추리소설은 꽤 구성이 괜찮습니다. 설정상 거슬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글도 괜찮고 이야기 전개도, 등장인물들도 마음에 듭니다. 한 번에 죽 읽어 내리고는 목이 메인다고 투덜댔지만 충분히 맛있는 삶은 달걀이었다니까요.-ㅂ-

<네 탓이야>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옆에 꽂혀 있어서 빼들고 왔습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 이것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만 깔끔한 입맛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미스터리한 일상 맨 마지막에 등장한 고백에서처럼 여운이 남는 이야기가 많고요. 단편 연작이지만 모두가 이어진 이야기이고 맨 마지막에 고리를 묶어 매듭짓는 듯한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읽다보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싶습니다. 살짝 반전이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걸 보는 재미도 있고요. <종신검시관>이나 <동기> 같은 연작 소설집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그러니 아이쭈님은 아마도 재미있게 보실테고..^ㅁ^;)

호시 신이치는 플라시보 시리즈라고 책이 주르륵 꽂혀 있길래 궁금해서 한 권 빌려왔습니다. 꽤 유명한 작가더라고요. 이름은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빼보니 느낌도 독특합니다. 초단편소설집으로 한 편 한 편이 굉장히 짧습니다. 이름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를 짧은 이야기로 쓴 듯한 이야기들이지요. 그 아이디어들이 다들 독특하고 허를 찌르는 것으로 가득차 있으니 SF,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세요. 소설 내용을 소개하다가는 그게 다 줄거리 요약이 될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후훗. 발상 전환이나 기분 전환으로 딱이긴 한데 이것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결말은 아닙니다. 쓴웃음이 절로 나오는 끝맺음이라서요.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는 예전에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얼룩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것이 있어 펼쳐 보았더니 예전에 보았는지 어떤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빌렸습니다. 읽다가 중반쯤 되니 트릭은 기억이 나는데 그 사람이 죽은 이유는 또 기억이 나질 않고 범인이 누구인지 까먹어서 다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기억력 감퇴가 이럴 때는 좋은 걸까요. 다만 주인공의 범행을 이번에 잡힌 연쇄살인범과 비교해서 보면 참 .... (먼산)

<두근두근 우타코씨>는 여기 적은 책 중 가장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은 책입니다. 다나베 세이코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로 알려졌다지만 저는 <아주 사적인 시간>이 훨씬 기억에 남습니다. 처절(?)하게 공감했던 소설이라 그 책을 읽고 나서는 결혼 못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거든요. 이번 책도 그런 부분의 공감대 형성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문제를 넘어서서 일흔 일곱 먹은 할머니가 정말로 귀엽게 보이니 일본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할머니의 일인칭 시점 소설이라 속내가 고스란히 보이니 보는 내내 피식피식 웃으며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보송보송 노래는 압권이라고요!
 
<커피의 세계, 세계의 커피>는 책을 빌려다 놓고는 웹툰이라 손이 안가서 2주 정도 책상 위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짧게 읽어볼까 싶어 집어 들고 보았다 홀딱 반한 책입니다. 커피의 기본 지식에 대해 그림으로 아주 쉽게 설명한데다 너구리 캐릭터가 참 귀엽습니다. 커피입문서라고 할까요. 커피에 대해 가볍게 보고 싶으시다면 읽어보세요. 웹툰이라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습니다. 뭐, 제가 커피 관련 기본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봐서 더 재미있게 읽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전에 보았던 커피 홀릭 노트보다는 내용이 더 쉽습니다. 커피 홀릭쪽은 커피용구 중심으로 소개를 했고 그림에 등장하는 필기체 영어 때문에 읽는데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쪽은 가볍게 볼 수 있으니까요.

<지구 반대편에서 3750일>이나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는 여행서가 꽂힌 서가에 갔다가 집어든 책입니다. 보통 여행서는 한 지역에 관련된 책을 함께 빌리게 됩니다. 파리 여행기(체류기)를 두 권 집어든다든지, 세계기행을 여러 권 집어 든다든지 말입니다. 이 두 권도 함께 빌렸는데 제 입맛에는 <런던~>쪽이 더 잘 맞았습니다. 둘다 런던-영국 유학기를 다루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영국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지구 반대편~>은 개인적인 경험과 생활기를 주로 다루고 있고 <런던~>은 런던 여행기+체류기에 영국인, 런던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읽기에도 후자가 더 편하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부작용도 후자가 더 큽니다. 지금 유럽여행 적금을 하나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으니, 준비하는 걸 봐선 2년 내에 가겠다 싶습니다.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이번 책 감상은 무작위로 적은 거라 맨 뒤쪽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닙니다.-ㅂ-; 일단 나갔다 와서 이후에 오타나 비문 정리를 해야겠네요.
책 읽다가 징하게 공감해서 올려봅니다.
하지만 원래 저작권법상 이렇게 책 내용을 일부 발췌하는 것도 저작권법 위반인데..;ㅂ;


랜달 개릿, <마술사가 너무 많다- 귀족탐정 다아시경 2>, 김상훈 역, 행복한책읽기, 2006, p.268

(중략)
다아시 경이 정말로 되살아난 듯한 기분을 느낀 것은 한 시간 이상 지난 뒤의 일이었다.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해서 테임즈 강의 악취를 씻어내고, 혈관까지 스며든 냉기를 어느 정도 쫓아낼 수 있었다. 그런 다음 파트리크 신부에게 짧은 안수 치료를 받았으므로 감기에 걸릴 위험은 사라졌다. 메리 드 컴버랜드와 신부 두 사람 모두 다아시 경은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그는 실크제 잠옷 차림으로 너댓개의 베개를 베고, 다리에 따뜻한 울 담요를 두 장을 덮은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깨에는 두터운 숄을 두르고, 발치에는 뜨거운 물이 든 탕파를 놓아두고, 뱃속에는 이미 뜨끈하고 영양가가 풍부한 수프 두 그릇이 들어가 있었다.
(중략)




어제부터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졌습니다. 출근하는 길에 손가락이 얼어서 하마터면 동상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출근해서 장갑을 벗는데 손이 곱아 있더라고요. 게다가 날이 추울 때면 으레 그렇듯 추위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도 나타났습니다. 흑; 고등학교 때 나타난 증세인데 추위가 심하거나 하면 갑자기 손이 단단하게 붓습니다. 탱탱하다고 해야하나, 살가죽이 확 당겨지고 만지면 단단합니다. 그러니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도 잠시 불편하고요. 잠시 기다려서 몸이 녹으면 금방 증세는 사라지지만 그런 증세가 나타나면 날이 춥다는 걸 느낍니다. 뭐, 몸이 따뜻하고 아니고는 크게 관계 없더군요. 운동하는 도중에도 갑자기 손이 부으니 말입니다.

하여간 그렇게 추운 날, 다아시 경이 템즈(테임즈보단 이쪽이 맞는 표현일듯;) 강에 퐁당해서 공주님을 구출하고 난 뒤 구출받아 여왕님과 신부님의 간호(?) 아래 잠자리에 드는 장면입니다. 보기만 해도 몸이 따끈해지는 느낌이네요. 물론 그렇게 된 앞 이야기를 떠올리면 온몸이 얼어붙지만 말입니다.

눈이 쏟아져 바깥 풍경이 하얗게 된 것을 보고 있자니 저 장면이 더 생각납니다. 읽고 싶지만 지금 책이 공방에 들어가 있으니 더 기다려야겠지요. 그럼 밀크티 한 잔 마시러 가야겠습니다. 후훗~.

여행 글 마지막이지만 분류는 책으로 넣습니다.
이번 여행의 최대 수확이라고 자타 공인을 받은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같이 여행간 G도 저를 보고 '제일 잘한 일이 일본어 배운 것과 예술장정 배운 거네'라고 할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였지요.

고서라고 하면 옛 책을 말하지만 저는 19세기에 출판된 이 책들도 오래되긴 했으니 고서로 부르겠습니다. 사실 정확하게 고서를 나눈다는 것도 무리라고 보니..'ㅂ';
진보초에서 구입한 책 네 권은 다 공방에 넣어두고 왔기 때문에 사진은 그 다음 공방에 간 날, 햇빛 아래서 찍었습니다.


맨 왼쪽은 파스칼의 팡세, 가운데와 맨 오른 쪽 두 권은 빅토르 위고의 책입니다. 공방에서 다음 과정을 진행하려면 반드시 빅토르 위고의 책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이번에 일부러 진보쵸까지 갔던 겁니다.
한국에서 출판된 빅토르 위고의 책은 많지 않습니다. 애들용 책을 다시 제본하기엔 너무 시간과 노력이 아깝고, 제대로 나온 책 중에서는 제 취향의 책이 없습니다. 사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책을 제본하고 싶었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몽테 크리스토 백작은 본드 제본입니다. 도저히 그걸 실제본으로 만들 생각이 안나더군요. 쳇. 그렇게 다섯 권짜리 시리즈로 낼 거면 기왕이면 실제본으로 해주지.-_-+ 개인적으로 민음사와 한길사 책에 대해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모 출판사 회장님이 아무리 책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그런 배려가 엿보이지 않는걸요? 거기에 다른 쪽은 괜찮은 책을 잘 뽑아 내면서도 다 본드 제본으로 내고 있으니... 차라리 일본 소설은 실제본이 종종 보이니 낫지만 영미 추리소설계는 희망이 안보입니다. 행복한 책읽기 책은 어쩔 수 없다 치지만 다른 큰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아요.

잡담은 이정도로 하고 다음 사진.;;



파스칼의 팡세입니다.


사실 뜯어 만들기가 조금 아깝기도 하지만....



거기에 번역서도 안 읽은 팡세를 프랑스 원서로 보고 있으니 감개 무량이지요. 누군가의 상저여던 모양입니다. 장서인 오른쪽의 한자 알아보기가 쉽지 않네요. 하지만 저렇게 장서인을 직접 만들어 찍을 정도라면 꽤 사랑받았던 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당연히 실제본이고 프랑스어 책입니다. 그런데 오래된 책이라 가장자리의 황변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장자리 여백이 거의 없어서 이걸 어떻게 저리해야하나 싶긴 하군요.=_=

아. 가장 중요한 가격! 200엔입니다. 0하나 빠진 것 아니고, 세 자리 맞습니다. 가격 물어보고 되려 제가 당황했습니다. 오래된 책이고 낡아서 그런 가격이 매겨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서점 밖에 나와 있는 상자에서 찾아 집고 가격을 물었는데 200엔이라 해서 말이죠.



이번의 최대 수확물인 빅토르 위고 책. 사실 무슨 소설(이 아니라 운문이지만;)인지도 모릅니다.; 그도 그런게 책 자체의 내용보다는 실제본 책인가에만 주목을 했으니까요. 작가분께 많이 죄송하지만 전 빅토르 위고의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요.;ㅅ;



속은 이렇습니다. 나중에 공방에서 잠깐 듣고 깨달았지만 이 책들은 예술제본으로 다시 만들어질 것을 어느 정도로 염두에 두고 출판된 책이라 합니다. 표지가 다른 책보다 약한 편이거든요. 그래야 뜯고 다시 가죽 제본을 할 때 편하니까요.


책 등은 많이 상해있습니다. 그래도 책 만드는 데는 문제 없습니다. 근데 보고 있자니 사람의 손이 많이 탄-누군가 많이 읽은 책이란 생각이 드네요. 저 갈라진 선 하나하나가 종이 묶음(대수) 위치니 말입니다.

아, 그리고 이 책에서 빼먹은 사진이 하나 있군요. 이 책은 인쇄본이 아니라 활자본입니다. 책을 펴 보면 종이에 활자를 눌러 찍은 올록볼록한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활자본을 만져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요. 와아....;;;



이쪽은 그렇게 예술제본으로 만든 책입니다. 책등 부분은 가죽이 아니라 천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마블지가 붙은 것을 보면 민소매 제본으로 만든 책입니다. 역시 빅토르 위고지요.


<발라드>라는 제목의 책이고 1845년 책입니다. 이 책은 뜯지 않고 놔두는 것이 낫지 않냐는 공방 분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일단 제 손에 들어온 이상 .... 음훗훗훗훗.............



약간 물에 젖은 듯한 자국이 남아 있지요. 오래된 책이니 폰트(라고 해야하나 활자라고 해야하나;)의 느낌도 다릅니다. 이런 옛 글자들도 좋아요.


옛날 책을 보면 이런 글씨를 다시 복원해서 폰트로 써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아니, 지금 모 책을 재 편집해야하는 상황이라 폰트나 출판 편집에 관심이 많아져서요. 아는 분께 윤명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긴 들었는데 아직 출력해보지 않아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직접 편집해보고 출력해서 봐야겠습니다. 후훗.



자아. 이제 슬슬 천 자르러갑니다. 위키 주머니 만들 천은 골랐으니 잘라야죠.>ㅅ<
요네자와 호노부, <인사이트 밀>, 최고은 역, 학산문화사, 2008, 13000원


지금 서지사항 찾아 적으면서, "이거 학산문화사 책이었어? 어쩐지!"라고 경악하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어딘지 확인할 생각도 안하고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그냥 찾아 꺼내왔거든요. 그러고 보니 이 책, 정말 저자와 역자만 확인하고 출판사는 확인 안했습니다. 으허..; 보통은 일본 소설 꺼내면서 출판사도 확인하거든요. 어쩐지 판형이 다른 소설과는 다른 판형-<하늘속> 같은-이길래 독특하다 했지요. 역자 이름도 만화책 쪽에서 더 많이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ㅂ' (물론 저도 제 기억력을 100% 신뢰하진 않습니다; 으하;)

지금 방금 전 책 다 읽고 나서 반쯤은 흥분해서 책 감상을 올리고 있다니까요. 평소라면 취침해야하는 이 시간에 위키 프로그램 업데이트 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하하;


도서관 서가를 휘휘 둘러보다가 골라온 책이란 건 앞서도 이야기 했었고, 마지막의 몇 장과 후기만 읽어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작가를 믿고 뽑아온 책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시리즈의 작가거든요. <가을철~>도 기대하고 있는데 그 사이 다른 책이 번역되어 나왔나봅니다. 본격 추리라서 조금 망설였지만 최근에는 유혈낭자한 추리소설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생각에 뽑아 들었습니다.
저보다는 G가 먼저 읽었는데 평은 그다지 좋지 않더군요. 요즘 심리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늘 마음 잡고 읽었습니다.


;ㅂ;

미스터리 팬들에게 강력 추천! (이라고 하면 또 나중에 실망하실까봐 기대치를 줄이고 싶지만...;)

시작부분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데 힘 없고 맥 없는 녀석이 주인공이라 기운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게 ... 라고 뒤까지 이어 쓰다보니 내용 폭로가 될 수 있겠군요.

일단 맨 앞의 배치도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어디서 많이 본 방 배치입니다. 십각관도 비슷했고 시계관도 비슷하지 않았나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용와정 살인사건도 그랬지요. 그리고 또 비슷한 느낌의 배치는 많습니다. 보고 있자면 어디서 많이 봤는데 싶은 이야기가 있고요.
그리고 462페이지. 아니, 정확하게는 그 100페이지 앞 쯤에서부터-분위기의 반전은 시작됩니다. 거기서부터 입을 떡 벌리고 처음 느꼈던 이야기에 대한 '간격'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에필로그를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마무리 하게 되지요. 하하. 가능한 많은 정보를 담고 싶지만 추리소설에서는 그렇게 하면 내용 폭로가 지나치게 많겠지요.
간단하게 내용을 이야기 하자면 굉장히 이상한 아르바이트 모집광고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름과 성도 독특한 일련의 사람들은 자신들 나름의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아르바이트 모집에 응시합니다. 처음에는 장난 삼아 실수겠거니 생각했던 상황은 곧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등장인물들이 실험의 대상자가 된다는 점에서는 여러 인문학 실험과도 닮아 있지만 나중에 누군가 지적했던 대로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코드가 있습니다. 방관자이자 주시자인 저에게도 그런 코드가 보였는데 모르는 사람들에게 있어 그건 아무것도 아니겠더라 싶었습니다.'ㅂ'
요약하면 호기심, 장난, 도전 등 다양한 이유로 이상한 아르바이트 모집에 응모하여 선발된 사람들이 사건에 휘말린다는 이야깁니다. 추리소설이니 어떤 사건인지는 대강 짐작 가시죠?


목요조곡에 대한 추가 감상 더.
- 99년 작품이라 그런지 초기 분위기가 많이 감돕니다. 뒷맛이 깨끗한 편인 것도 그래서가 아닌가 합니다.
- 최근 읽은 온다 리쿠 작품 중에서 분위기가 비슷한 것을 꼽으라면 <초콜릿 코스모스>. 특히 함께 식사하는 장면에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 남자는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군요.
- <***>가 시작하는 장면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초콜릿 코스모스>와 연결했는지도 모릅니다. 연결 고리가 있잖아요.
- 저런 집 한 채 있으면 좋겠다...라며 보고 있었습니다.
- 아니, 사실 집만 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저런 집사(!)도 한 명? 기왕이면 알프레도나 엠마나 와타누키나 ... 그러고 보니 최근에 본 소설인지 뭔지에서 최강의 집사 반열에 올리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누군지 기억이 안납니다. 혹시 <마술사가 너무 많다>일까요. 일본소설인 것 같기도 하고. 메이드는 엠마씨가 좋아요.(..)
- 다 보고 나면 그 다음주 목요일에는 왠지 친구들을 불러서 파자마 파티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다들 좋아하는 책 한 권씩 들고서 목요일에 모여 홍차나 커피 한 잔 같이 하며 느긋하게 거실에서 굴러다니며 시간을 즐기고 싶습니다. 목요일은 확실히 주의 중반을 넘긴 시점이고, 그 다음날이 금요일이니 주 5일제가 기본인 일본에서는 느긋하긴 하겠네요. 목요일의 모임이라.
- 위의 이유 때문에 <화요일 클럽의 살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화요일 클럽의 살인>은 어느 출판사 것이 번역이 괜찮은가요? 새로 한 권 더 살까 싶기도 한데. 가지고 있는 것은 해문의 문고판이거든요.

잡담은 이 정도.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이트 밀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팍팍듭니다.)
온다 리쿠, <목요조곡>, 김경인 역, 북스토리, 2008, 11000원
잰 캐런, <미트포드 이야기 1-2>, 김세미 역, 문예출판사, 2008, 각권 11000원
사카키 구니히코, <백만분의 일의 연인>, 김재현 역, 멜론, 2008, 9800원



더 늦게 내버려뒀다가는 언제 쓸 수 있을지 모르는 책 감상기. 그래서 서둘러 올립니다.-ㅂ-;


가장 짧게 쓸 수 있는 것은 온다 리쿠의 목요조곡. 그러니 이것부터 갑니다.
그러니까 온다 리쿠를 좋아하신다면 그냥 보세요. 아무말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보시는 겁니다. 단, 보시기 전에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언제건 차를 끓일 수 있게 세팅을 하고 언제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드립퍼와 서버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가스렌지는 채소수프를 보글보글 끓이면서 식탁 의자에 앉아 이 책을 보는 겁니다. 그리고 책을 잠시 내려놓고 차 한 잔 가져와 식탁에 내려 놓은 다음에는 채소 수프의 상태를 살피고 홀짝홀짝. 그리고 잠시 뒤에는 커피물을 올리고는 물이 끓기를 기다려 커피를 내린 다음 또 홀짝홀짝. 위의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책을 덮어 두어야 하며 다시 손에 들었다가는 소방차와 경찰차가 출동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먹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와서-배경 자체가 그렇습니다;-읽다보면 커피나 차가 꼭 필요하게 되니 미리 준비를 해두시라는 겁니다. 반전은 뭐 ... 음 ... 그냥 그랬지요. 그래도 최근에 읽은 온다 리쿠 책 중에서는 뒷맛이 가장 낫습니다. 일단 구입 목록에 올려 두었습니다.


백만분의 일의 연인은 번역 때문에 책을 말아 먹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책 한 페이지가 채 넘어가기도 전에 번역가를 확인하고는 이를 갈았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문어체에 가까운 말을 쓴다고 해도 어조, 말투 등에 따라 그 분위기는 굉장히 달라집니다. 문어체라고 느끼지 않는 겁니다. 그럴진대, 책에다가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를 갖다 놓으면 ..(먼산) ~~했다, ~~다라고 대화하고 있는 주인공을 보면 속이 터집니다.
내용이 꽤 괜찮았던 만큼 번역이 더 아쉬웠던 책입니다. 헌팅턴 무도병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전에 프라이즈에서 잠시 들었던 이야기라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유전 쪽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저런 책을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는군요. 번역만 아니면 추천할텐데 말입니다. 번역은 신경 안 쓰고 재미있는 책이면 가리지 않고 본다 하시면 추천합니다.


미트포드 이야기는 알라딘 블로그 서평단 맛보기 책으로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책이 나왔을 즈음, 신간 검색을 하다가 내용 소개를 보고 읽을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고이 내려놓은 책이었습니다. 1-2권이 함께 와서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불평부터 해보죠. 일단 책 디자인이 마음에 안듭니다. 책 판형은 조그마한게 들고 다니기 좋지만, 디자인 점수를 매기자면 팍 깎을 겁니다. 한 5-6년 전의 책 표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책 가장자리 여백이 활자나 자간, 행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아서 보는 동안 불편했습니다. 편집도 마음에 안든다는 겁니다. 거기에 저 가격이면 차라리 조금 고급스럽게 분위기를 잡아 양장본으로 내도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즐겁고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내용상 걸리는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주인공이 성공회 목사(신부)라는 점, 그래서 성경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 교회 배경 지식이 조금 있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성경 몇 절이 튀어나올 정도가 아닌지라 보면서도 주석의 도움을 상당히 받았습니다. 단 몇 군데의 주석은 지나치지 않나 싶은 감도 있었고요. 거기에 글이 전체적으로 산만하기 때문에-이게 번역 때문인지 원서가 그런건지는 모르겠습니다-읽다 보면 정신이 없습니다. 내용은 재미있지만 워낙 나오는 등장인물이 많고 이야기도 많고 중구 난방으로 일이 터져서 저 사람이 그 사람인지, 이 사람이 앞의 그 사람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보다는 등장인물이 훨씬 적을텐데도 왜이리 등장인물 이름이 헷갈리는 겁니까. 하기야 여기서는 앞에서 나온 사람이 또 등장하고 다시 등장하고 하지만 말입니다.

거기에 미국의 국민소설이라는 광고문구가 좀 걸립니다. 뭐랄까.................... 미국의 수준이 이렇게 낮았나 싶은 생각이 조금?;

요약하자면 책 표지가 마음에 안들고 편집도 마음에 안들고 내용도 중구 난방이고 산만해서 정신 없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모순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정말 그렇다니까요. 주인공 신부님이 정말 귀엽고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라 책에서 손을 떼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용이야 미트포드라고 하는 미국의 아주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한 이런 저런 이야기인건데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서 정신이 좀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빨간머리 앤의 에이번리 집들을 드문 드문 배치하지 않고 동(한국 행정지역으로) 하나에 몽창 몰아 넣어서 사람들이 계속 부딪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남의 이야기 하길 좋아하고 재잘대는 사람들도 많고 다들 밝고 명랑하니 앤의 분위기와도 닮아 있지만 에이번리는 공간이 넓어서 그렇게 사람들이 자주 마주치는 일은 없잖아요. 이것이 미국과 캐나다의 차이인가(혹은 시대의 차이인가) 싶기도 합니다.

가격이 걸리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서 가볍게 보시면 유쾌하게 웃으실 수 있을 겁니다.-ㅂ-
고인준, <5번가의 주얼리 뮤지엄>, 마리북스, 2008, 13500원
아야츠지 유키토,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시공사, 한희선 역, 2008, 13000원
임진평,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위즈덤피플, 2008, 12000원
이현주, <행복한 정원 & 즐거운 살림>, 다빈치, 2008, 12000원
고야마 군도, <필름: 우연이 가져온 행복한 기적>, 가람북, 박소연 역, 10000원

그 동안 열심히 읽었다고 기억하는데 왜 목록이 이것밖에 안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다 어디에? 라곤 하지만 계산해보면 요즘은 책보다는 마비노기 하는 시간이 길었을걸요.-ㅁ-;;
이번에 올리는 책들은 재미 순이 아니라 그냥 먼저 생각난 순으로 올립니다.


주얼리, 혹은 보석과 관련된 책은 이전에도 몇 번 보았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기초 입문쯤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사진은 꽤 깔끔하고 괜찮지만 내용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해 아쉬웠던 책입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 깊은 이야기를 바랬는데 입문서라서 그런지 아주 얇게 뜨고만 넘어가는군요. 게다가 보석 용어를 처음부터 정의했다면 좋았을텐데 용어는 뒷부분에 따로 모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얼리, 보석, 귀금속 등 헷갈릴 수 있는 용어를 이 책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는 이야기 중간중간에야 나오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도 보고 있자면 보석 브랜드와 명가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2-3년 전에 G가 자기 취향의 반지를 찾긴 찾았는데 지나치게 비싸다면서 반 클리프 앤 아펠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그 이름을 이번에 다시 들었지요. 그리고 궁금해진 김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찾아보았는데 저도 취향 직격입니다. 쇼메, 카르티에, 반 클리프 앤 아펠 중에서는 반 클리프~쪽이 가장 취향에 맞았습니다. 터키석을 세련되게 다룬 솜씨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다른 곳에서는 터키석을 많이 쓰지도 않았을뿐더러 쓰인 것도 다른 보석의 장식 정도로만 쓰고 있습니다.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알함브라 시리즈에서는 나비 모양의 터키석이 나오거든요.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흑..
친구 K는 반 클리프~ 시계에 홀딱 반했는데 나중에 가격 알아보고는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전세금보다도 더 나옵니다. 언젠가 죽기 전에는 손에 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일이죠. 그래서 저는 아예 가격도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랑 정초에 모여 놀 때 주얼리와 예물 관련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해주는 예물말입니다. 기왕 해주시는 것, 거기에 취향 물어보신다면 진짜 며느리가 원하는 것으로 해주시면 안될까요.-_- 고만고만한-그리고 다시 팔아도 돈 안될;-사파이어, 루비, 다이아몬드 세트보다는 마음에 드는 카르티에 예물 한 세트가 낫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렇습니다. 뭐, 받는 상황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기도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왔더랬죠.
(한 번 공방에 가서도 그 이야기를 해볼까요..'ㅂ'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을텐데 말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신작이 시공사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혹시 관시리즈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습니다. 저택이 배경이긴 했지만 이전편에 등장한 사람들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분위기를 봐서는 아마 같은 건축가가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만 하고 있지만 정확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군요.
어쨌건 이번 이야기의 결론은 '미친놈은 답이 없다'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음에 듭니다. 저택 전체의 묘사도 그렇지만 특히 서재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이런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단순히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고 거기 꽂힌 수많은 한정판에 낚였기 때문일겁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츠바사 한정판 하드커버북 같은 것이 꽂힌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서재에는 1900년대 초의 여러 문학가들의 소설과 시집 초판본과 한정 출판본이 꽂혀 있거든요. 한국식으로 말하면 윤동주, 방정환, 이광수나 기타 여러 동인들의 소설집이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 있는 겁니다. 관리가 쉽지 않았을텐데 용케도 했다 싶네요. 그렇지 않아도 엊그제 봉신연의 예전판 꺼내봤다가 책 냄새 때문에 신장판 구입 의욕이 40% 정도 상승했거든요. 좋은 종이를 쓰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엔 종이가 산화되어서 시큼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책이 누렇게 변하고 바스라지고 합니다. 그러니 1900년대 초반의 책이라면 더 오래되었을 것이고 종이의 산화도 상당히 진행되었을거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그 저택의 서재가 정말 가지고 싶었습니다. 일단 그런 서재를 손에 넣으면 바닥공사부터 해서 온돌부터 깔고...(중얼)




같은 제목을 가진 다큐멘터리를 발표한 후,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있었던 이야기와 다큐멘터리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 모아 낸 겁니다. 드라마 <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음악으로 알려진 '두 개의 달'에 관심이 있고 아일랜드라는 나라에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들여다 보시길. 하지만 재미보다는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과거를 보는 눈은 한 개여야 하는가 두 개여야 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과거를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 장님이라던데 설명을 읽고 나니 납득이 가는군요. 두 눈 모두 과거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나아가더라도, 앞을 보지 않으니 장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한 눈은 과거를, 다른 한 눈은 미래를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어디에든 해당된다는 이야기이니 가슴에 새기자고요.
이 책은 다른 여행기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여행충동을 불러일으키므로 읽기 전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쪽은 Kiril님이나 첫비행님 취향이라고 장담합니다. 정원을 예쁘게 가꾸며 표지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티매트와 티포트를 준비하고 정원에 핀 꽃을 감상하며 우아하게 티타임을 즐기는 내용의 책이라 보시면 됩니다.(웃음) 정원가꾸기, 소품만들기로 크게 나눌 수 있고 양쪽의 비율은 비슷합니다. 가볍게 다루는 감이 있지만 안에 등장하는 티매트나 바구니, 천 염색하기, 염색한 천으로 조각보 만들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 있으니 가볍게 다룰 수 밖에 없었겠지요. 길게 하다가는 보는 사람도 지칠겁니다.
조각보도 예쁘지만 티매트나 바구니 덮개 등의 조각잇기 배색이 멋집니다. 이런 부분은 Kiril님의 입맛에 잘 맞을겁니다. 훗훗훗..





이 책은 단편집입니다. 서가를 둘러보다가 제목만 보고 앞뒤 안 가리고 빌려온 책인데 나쁘진 않았습니다. 우연한 만남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 우연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종종 마주치는 우연이기 때문에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우연이 지나치다 싶었더니 필연이었다더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약간 쓸쓸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담담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어서 가볍게 보기에는 딱 좋습니다. 카레 이야기나 그 다음에 실린 바 만들기가 제일 마음에 들었지요.






날림 리뷰는 이것으로 끝!

글 쓰기 싫은 걸, 밀린 글거리가 너무 많아서 붙들고 있었더니 그럭저럭 말은 풀리네요. 하지만 마음에 흡족하지는 않으니.. 이정도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가토 미아키, <클럽 인디고: 밤을 달리는 자들>, 김소영 역, 갤리온, 2008, 10000원
아이작 아시모프,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 작가정신, 1995 (현재 품절)
김지혁, <그림으로 읽는 책>, 이미지박스, 2008, 11000원
사쿠라바 가즈키, <청년을 위한 독서 클럽>, 박수지 역, 노블마인, 2008, 10000원
마츠히사 아츠시, 다나카 와타루, <바나나로 못질할만큼 외로워!>, 권남희 역, 에이지21, 2008, 11000원
요코야마 히데오, <그늘의 계절>, 민경욱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9500원
요코야마 히데오, <제3의 시효>, 김성기 역, 노블마인, 2008, 11000원


이렇게 총 일곱 권. 되새김질하는 책들 여럿을 포함해 최근에 읽은 책들입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다섯 권이었는데 그 사이 두 권을 더 읽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은 도서 밸리에 잠본이님이 발췌를 올린 것을 보고는 빌리겠다고 생각하다가 최근에야 빌려 보았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읽다보면 작가의 자기 자랑에 질려 두 손을 들게 됩니다. 1권은 끝까지 다 읽었는데 2권은 읽는 도중에 도저히 못참겠다 싶어 던졌습니다. 위트가 넘치는 글이기도 하고 작가가 언제 어떤 소설을 썼는지에 대한 기록도 꾸준히 있지만 자기 자랑은 정말 싫습니다. 흑.;

그림으로 읽는 책은 표지그림에 반해 고른 책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미묘하네요. 글이 그림을 못따라간다는 느낌입니다. 읽으면서 조금 걸리는 표현(문법적으로 걸렸다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그림이 은근 취향이라 그림만 보아도 좋을 책입니다. 좋았지요.

바나나로 못질할만큼 외로워는 3류 연애소설이라고 애초에 작가들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주 가볍게, 일본 드라마에서 나오는 상황설정을 보듯이 보면 됩니다. 주인공 두 사람이 엇갈리는 모습이 상당히 귀엽습니다. 그리고 배경이 애니메이션 제작과 관련이 있다보니 성우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뒷부분의 이야기 흘러가는 것이 꽤 재미있습니다. 훗훗.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 클럽 인디고는 강력 추천작입니다. 일본 소설 많이 보는 분들은 챙겨보셔야 할 책 중 하나입니다.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은 언뜻 보면 마리미떼=마리아님이 보고 계셔를 떠올리게 합니다. 배경이 여학교이기 때문에 그럴겁니다. 하지만 성 마리아나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독서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맨 마지막의 이야기 전개는! 읽으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읽고 나면 나카노 브로드웨이를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도 잘 찾아보면 어딘가 이런 곳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 안되면 생협 합작으로 만들어 보아도 되는거죠.
클럽 인디고도 독서클럽과 묘하게 분위기가 닮아 있습니다. 이야기가 단편단편 끊어져 있다는 점, 그리고 사건이 전개되고 해결되는 추리소설과 비슷한 전개로 가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클럽 인디고쪽이 추리소설에 조금 더 가깝긴 하지요. 클럽 인디고 시리즈는 한 권이 더 있나본데 도서관에서 무작위로 집어든 책이라 손에 들어온 것만 먼저 보았습니다. 이쪽이 앞쪽 이야기입니다. 프리라이터인 두 사람이 충동적으로 만든 클럽을 배경으로, 여기의 호스트들이 사건 해결을 해나갑니다. 물론 주인공은 따로 있지만 이 주인공은 사건에 뛰어 들어 가는 쪽이라 해결은 주변에서 많이 해줍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두 작품은 무조건 추천. 하지만 순서대로 그늘의 계절을 먼저, 제3의 시효를 나중에 보셔야 합니다. 그늘의 계절은 뒷맛이 씁쓸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명쾌한 결론을 내리는 제3의 시효를 입가심(G의 표현)으로 보시면 됩니다. 둘다 경찰물이니 경찰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꼭 보시기를. 종신검시관과 닮아 있습니다.'ㅁ'
<도쿄 기담집>은 <그림으로 읽는 책>을 보다보니까 문득 읽고 싶어졌습니다. 김지혁씨의 <그림으로 읽는 책>은 다음 글에 올라갑니다.'ㅂ'

일단 반추의 계기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지난 주, 오랫동안 도서관에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도서관 서가를 거닐었습니다. 대출 여유는 충분히 있었으니 눈에 들어오는 책들마다 속속 꺼내 들어 팔 위에 올렸는데요, 4권을 반납하고는 7권을 빌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책은 많이 빌리는 것이 절대 좋지 않습니다. 그걸 들고 집까지 운반해야하는 체력상의 부담을 생각하자면 7권이나 빌리는 것은 미친짓이었지요. 거기에 책을 뽑다 보니 '아, 이것 지난번에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부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은 것이 도쿄 기담집, 모방범 3, 버터플라이 1-2, 블랙베리 와인, 마술사가 너무 많다입니다.

되새김질. 딱 그런 느낌입니다. 좋아하는 책은 몇 번을 읽어도 재미있고 간격을 두고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습니다. 지난 1년간 읽은 책들 중에서 그런 책만 모아서 목록을 작성하는 것도 좋겠네요.

모방범은 3권의 뒤집어지는 장면이 보고 싶어서 골랐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거든요. 마지막 패를 던져 눈 속임을 함과 동시에 가면을 벗고 날뛰는 모습이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와 온다 리쿠의 차이는 그런 모습 뒤에 어떤 마무리를 하느냐인데요, 온다 리쿠는 읽고 나면 뒷맛이 안 좋은 경우가 많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그래도 희망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미여사를 더 좋아합니다. 독특한 발상이라는 점은 온다 리쿠가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차지하지만 말입니다.

도쿄 기담집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이한 단편 모음집입니다. 기이한 이야기들의 집합체인데 비슷한 부류인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 다릅니다. 아사다 지로도 역시 뒷맛이 나쁜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약간 어둡지만 밝게도 느껴집니다. 같은 어스름이지만 아사다 지로쪽은 음침하다는 느낌입니다. 쓸쓸하고 스산하고 뒤에서 뭐가 쫓아올 것 같은 느낌이지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버터플라이는 한참 전에 읽었다가 다시 찾은 책입니다. 로맨스 소설이지요. 복수를 위해 얼굴 성형을 하고 뼈를 깎는 자기 관리를 한 어느 여자가 결국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내용입니다. 지금 다시 보니 굉장히 허술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래도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스입니다. 아니, 주인공은 로맨스에 성공하지 못했으니 분류를 그렇게 놓기도 애매한데요.

블랙베리 와인은 빌려와서 한 번 다 읽고 지금 또 읽고 있습니다.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느낌이 좋습니다. 내년 목표 중 하나가 식물 기르기인만큼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보는 것도 있지요. 실제본이었으면 당장에 뜯었을텐데 참 아쉽습니다. 보고 있자면 작물재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드니까 자금을 좀 마련하고 볼 필요도 있겠네요.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제가 가진 책이 지금 수중에 없어서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습니다. 역시 다아시경 멋져요! 근데 랜달 개릿으로 e-hon에서 검색했더니 마술사가 너무 많다 한 권만 뜨지 뭡니까. e-hon에서 검색 안되는 책이 꽤 있다는 건 알지만 추리소설들 중 잡히지 않는 것이 꽤 있나봅니다. 일본어로도 재미있게 읽힐 것 같아서 보려 했는데 말이죠...


최근에 읽은 다른 책들은 다음 글에 쓰겠습니다.^ㅁ^
소중한 포스팅 거리를 제공한 G에게 감사를.
그러나 이거 올렸다는것 알면 한 대 (아니 여러대?) 맞는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야단 맞든 몸으로 때우든 어쨌건 듣다가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G: 사내 책 이벤트 2등에 당첨되었는데 말야.
K: 오!
G: 1등은 드래곤 라자 양장본 전권이었는데
K: 헉!!!!!!!!!!!!!!!!!!!!!!!!!!!!!!!!!!!!!!!!!!!!!!!!!!!!
G: 2등부터는 사내 도서관에 있는 책을 가져가는 거라 저건 없을거야
K: ㄱ-
G: 2등부터 7등까지. 웃긴건 2등은 사내 도서관 책 양손에 가득 들 수 있는 만큼
K: .........내가 가야하는데
G: 3등은 한 손에 가져갈 수 있는 만큼, 4등은 머리에 이고갈 수 있는 만큼
K: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G: 5등은 두 권인가 한 권인가
K: 어떻게 해, 웃음이 안 멈춰! ;ㅁ;
G: 6등인가는 지정도서, 7등은 무슨 책 신간 나온 것 하나.

그리하여 저는 도서관에 있으면 챙겨올 책 목록을 G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선착순으로 2시부터 책을 챙기게 되었다는데 G가 무사히 들고 올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정 안되면 제가 출동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쯤에 어차피 G네 회사 근처에 가니까 가서 신나게 들고 오지요. 그나저나 1등 정말 아깝습니다...;ㅂ;

강미영(사진은 천혜정), <혼자놀기>, 비아북, 2008, 12000원


링크가 알라딘으로 걸려 있는 것은 이 책의 출처 때문입니다. 이번엔 책 사진도 따로 찍었는데 미처 옮길 틈이 없었군요.

지난달 말인가에 티스토리에서 메일을 받았습니다. 내용인즉슨 알라딘 서재 블로거 서평단의 상설 블로거 서평단 모집을 앞두고 맛보기로 참여할 생각이 있냐는 것입니다. 맛보기로 하는 것이라 실제 서평단 활동처럼 활동하진 않아도 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홀랑 하겠다고 손 들고는 책을 받았습니다.
마침 받아든 책이 교보쪽 화제의 신간에 올라 있어서 뭔가하고 궁금해하던 참입니다. 관심을 두고 있던 책이 도착했으니 마구 웃으며 읽었는데 나중에 지은이 상세 정보를 보고는 뿜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오프에서만.^^;


혼자놀기라는 단어보다 익숙한 것은 시체놀이입니다. 이건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쯤 나온 단어로 기억하는데 완전히 늘어져 있는 팬더캐릭터(팬시로 나온)의 모습에서 시체놀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기억합니다. 실제 이 캐릭터 자체가 팬더의 시체에서 연상해 나온 캐릭터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을겁니다. 그 당시 저와 제 친구가 좋아하는 놀이가 시체놀이-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서 굴러다니다가 일어나 컴퓨터를 하고, 혹은 책을 읽고-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놀이가 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대개 이 시체놀이는 혼자 집에서 굴러다니며 하기 마련이니 혼자놀기의 발판은 이 때부터 다져져 있었습니다.
대학교 들어간 뒤에도 혼자놀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그야 연애를 한 적이 없으니 당연한 것이지요. 과 사람들이랑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때부터 동대문을 다니면서 만화책을 사모으고, 학교에서 교보까지 걸어간다든지, 교보에서 학교까지 걸어온다든지 하는 일도 자주 했으니 다른 사람들과 다닐 틈이 없었지요. 3-4학년 올라가면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혼자 다녔습니다.
그래서 인지 저는 혼자 노는 것이 익숙합니다. 집에서 혼자 있으면 마비질을 하거나, 앞서의 글에 나오는 것처럼 상을 펴놓고 혼자서 이런 것 저런 것 많이 합니다. 아니면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에 들어가 딴 짓을 한다거나 하고요. 몇 년 전에 시리즈로 올렸던 홍대카페기행도 혼자 나디면서 사진 찍고 쓴 글입니다. 여럿이 다니면 이렇게 다양하게 다니지는 못하지요.

혼자 놀기는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혼자서 탐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도 그런 연장선에서 혼자 놀기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혼자놀기, 일상의 소소함과 재발견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한 번 읽어서는 맛이 안 날 책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 책을 붙잡고 읽으면서는 진도가 나가질 않아 투덜댔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없다라는 것이 감상이었는데, 아무래도 한 번 읽어서는 다 파악이 되지 않는 책이라 그런가봅니다. 한 번 읽고는 자신의 일상을 곰곰이 돌아보고, 또 한 번 읽고는 공감하며, 다시 읽으면서는 혼자 노는 방법들을 하나씩 정복하는 것이 이 책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일겁니다. 세 번이나 읽을 시간이 없다면 한 번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혼자놀기법을 메모했다가 하나씩 따라해보면 됩니다. 그래서 저도 조만간 카페로 다시 놀러나가고 혼자 재봉틀을 돌리고 혼자 밥 먹으러 나가고 말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혼자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습니다. TGIF의 공짜 샌드위치 쿠폰이 생겼는데 안 쓸 수 없다 싶어서 샌드위치 쿠폰에 디저트 하나를 시켜 바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혼자 책을 읽으면서 즐긴적이 있습니다. 술 마시러 혼자 간 적이 없는 것은 제가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고 그보다는 다이어트 중이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술 마신 적은 있지만 나가서 먹은 적은 없습니다.(그러니 집에서는 도전했다는 이야기)

처음 접했을 때는 작은탐닉과 비슷하게 가벼운 글을 보는 느낌이 아닐까 했는데 그것보다는 좀더 진한 맛이 납니다. 곰곰이 일상을 뒤집어 볼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 예전에 올린 적 있는 스즈키 도모코의 <스마일 데이즈>는 일상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 하고 있다면 이쪽은 본인의 일상을 이야기 하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라 해볼까 싶은 생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러니 의도가 있다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군요.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내용은 갈릴 수 있으니, 그냥 가볍게 기분전환 겸 보시는 것이 좋을겁니다.

이글루스 우사미님의 동서미스터리북스 출간 목록 (1~306)에서 트랙백.


보고 있자니 저도 얼마나 읽었나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죽 목록을 읽어보았습니다. 길이가 워낙 기니 한 번 접습니다.


육영사 전집을 집에 두고 있는지 아닌지가 기억나지 않아서 말입니다. 아마 있을 것 같긴 한데 확신을 못합니다. 거기 있는 단편 중 몇 가지는 다른 판에서도 구할 수 없는 희귀한 것이 있어서 놔뒀습니다. 그 제목들만 나중에 따로 적어보지요.(이번 주말에 해볼까..;)

하여간 체크하고 있자니 취향이 확확 드러납니다. 그런데 왜 흑거미 클럽 2권은 안나오는걸까요.=_+
무라카미 하루키, <승리보다 소중한 것>, 문학수첩, 2008, 9800원


도서관 북트럭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책도 있었구나 싶어 잽싸게 집어 들었습니다. 대강 훑어 보니 시드니 올림픽이 주제입니다. ... 응? 시드니 올림픽은 언제적 이야기? 떠올려보니 2000년의 일입니다. 지금이 2008년 마지막이니 한참 전인데 말입니다.
G에게 먼저 보라고 건네주었더니 몇 장 보다가 재미없다고 덮었답니다. 재미 없는 책을 먼저 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 어제 아침에 출근하면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 오늘 아침, 오늘 오후 세 번에 걸쳐 홀랑 다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지루한가 싶었는데 책의 앞머리와 끝부분이 인터뷰와 수기(?)라서 그렇습니다. 그 부분을 넘어가고 나니 그 속 내용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출판사의 제의로 (내키지 않는) 시드니 올림픽 취재단으로 호주에 가면서 올림픽 기간 동안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쓴 수필입니다. 다른 하루키의 수필과 같은 수준이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웃음)
호주에 대한 여행기나 수필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 책을 대신 읽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많습니다. 호주의 역사, 호주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볍지만 또 가볍지 않게 다루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어느 새 호주 이야기가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물론 하루키의 눈으로 본 호주이니 이걸 그대로 받아 들인다면 문제가 있겠지요.'ㅂ';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일본 선수단의 경기지만 그 중에서도 하루키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육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시드니의 성화 봉송의 최종 주자가 원주민 출신 선수라고 들었는데 금메달리스트는 아니었나봅니다. 오래전 일이라 호주 원주민(아보리지니였나요?) 출신이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는데 메달 획득 여부는 기억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성화 봉송 후에 꽤 말이 많았나봅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시드니 올림픽이 어땠는지도 생각이 안납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도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으니 올림픽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간에 하루키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루키도 올림픽 관람 내내 투덜대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좋아하지도 않고 볼 생각도 없었는데 어쩔 수 없이 끌려(?) 와서 이러고 있다고 말입니다. 마음에 없어서인지 이런 저런 사고도 많이 쳤군요.  하하.




엉뚱하게도 다 읽고 나면 카리야 테츠*가 부럽습니다.
 








* 카리야 테츠: 호주로 이민간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
이번에도 몰아서 하다보니 책 권 수가 좀 많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것도 있고 여러 차례 읽어서 서지사항을 적지 않은 것도 있고요. 지금 읽고 있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 겸 수필이고 그 직전에 읽은 것은 신이현의 <알자스>입니다. 크리스마스 때 보면 딱인 책이라니까요. 알자스의 겨울은 역시 크리스마스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덕분에 제과신이 살짝 어깨에 내려오셨습니다. 흑;

김연수, <여행할 권리>, 창비, 2008, 12000원
채다인, <나는 편의점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백희나, <구름빵>, 한솔교육, 2007, 8500원
박상희, <커피홀릭's 노트>, 예담, 2008, 12000원
가이도 다케루,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은행나무, 2008, 11000원
미야베 미유키, <레벨 7 상-하>, 북스피어, 2008, 각 9500원
임윤정, <카페 오사카 교토>, 황소자리, 2008, 12000원

권 수로는 8권이군요. 레벨 7이 상, 하로 나뉘어 있어 그렇습니다.


짧게 쓸 수 있는 것부터 하지요.
카페 오사카 교토는 이전에 카페 도쿄를 쓴 작가가 도쿄에 있을 때 잠시 다녀온 오사카, 교토의 카페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책을 내기 전 조사차 다녀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책 속에도 나오지만 도쿄쪽보다는 오사카나 교토 카페 분위기가 조금 더 독특합니다. 요즘 생기는 홍대 카페 분위기가 이런 주제를 따라가려고 한다는 생각인데, 커피 맛 자체보다는 분위기에 승부한다는 느낌? 하지만 각각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는 점에서는 오사카나 교토의 카페가 나아 보입니다. 홍대 카페들 중에서 자신만의 주제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곳은 몇 군데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런겁니다. 요즘이야 홍대 카페를 들어갈 일이 거의 없으니 확신은 못합니다. 하지만 마포 도서관 근처의 카페 무리는 비슷비슷하게 보이거든요. 너무 몰려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관서를 여행하기 전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지만, 지나치게 몰두하지는 마세요. 자칫하면 여기 나온 카페들을 모두 찍어보겠다라는 만용을 부릴지도 모릅니다. 하핫.

여행할 권리를 읽고 난 감상은 왜 이 책이 그렇게 도서관에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온지는 꽤 되었는데 이상하게 예약자가 많은 책이거든요. 예약 시도를 했다가 포기하고는 다른 경로로 구해 읽었습니다. 하지만 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빠리라든지 토오꾜오 등의 표기가 낯설어서 글에 몰두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소설가가 쓴 여행기다보니 글은 꽤 잘 읽힙니다. 여행도 보통은 주제가 있는 여행으로 다니기 때문에 재미있었고요. 도쿄 여행기는 이상의 생애와 연결해서 글이 흘러가는데 이상의 삶이 이랬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냥 날개의 기둥서방 이미지만 강했거든요.;
다른 것보다 소설가 모임에서 보인 뻔뻔한(...)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부분은 꼭 읽어보세요.

구름빵은 강력 추천작. 우울할 때 보면 좋은 그림책입니다. 내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재미있습니다. 길이도 짧고 하니 서점에서 휘릭 넘겨보셔도 됩니다. 보고 나면 사고 싶어질지도 모르니 그 부분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저도 구입 예정 목록에 넣어 두었습니다.

편의점 탐닉은 무난무난합니다. 편의점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른 곳은 별 문제가 없지만 걸리는 부분이 딱 한 군데 있더군요. 블로그에서라면 그렇게 표현해도 무리가 없지만 책으로 나왔을 때는 한 줄 빼도 괜찮았을건데 말입니다. 작은 탐닉이라는 시리즈 제목에 잘 맞는 책이란 생각입니다. 

커피홀릭의 노트는 처음 읽을 때와 나중에 다시 생각했을 때의 느낌이 확 다른 책이었습니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는 글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불평했는데 뒷부분으로 갈 수록 집중도는 높아집니다. 아마도 제가 커피에 대한 기본 지식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앞부분에는 그다지 집중을 못했고 뒷부분의 특이한 커피용구들을 보고는 홀딱 반해서 그랬을 겁니다.
책의 가독성이 낮은 편인 것은 삽화 때문입니다. 책의 절반 가까이 삽화가 들어가 있는데(삽화 비율이 40% 가량) 문제는 삽화에 들어간 설명이 필기체 영어라는 겁니다. 캘리그라피처럼 장식 글자이기도 해서 도저히 알아볼 수 없습니다. 작가가 영국 유학을 다녀온 것도 필기체 영어를 쓴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데 커피에 지식이 조금 있으니 그나마 몇 개는 알아보았지만 나머지는 철자를 몰라봤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익숙한' 그림체라는 것도 반감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도 가격 대 성능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커피용구들을 다양하게 소개해서 커피 입문서로도 나쁘지 않고요. 살지 말지는 조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걸 사면 커피 지름신이 확 내려올 것 같아 무섭습니다.

레벨 7은 교보에서 처음에 보았던 리뷰를 보고 상상한 내용과 실제 내용에 굉장한 거리감이 느껴져 읽으면서 당황했습니다. 이 때는 또 묘하게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 안 땡겨서 놔두고 있다가 대충 대충 건너 뛰면서 반납하기 직전에 다 읽었습니다. 읽은 뒤의 느낌은 꽤 좋았습니다. 어제 또 온다 리쿠의 책을 빌려서 다시 보고 있는데 온다 리쿠는 읽고 나면 입맛이 씁니다. 미미 여사 쪽은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니 훨씬 취향인 거죠.
실험적인 형식이나 그런 것은 등장하지 않지만 딱 추리 소설 느낌에 맞춰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미미여사 책 답게 사회문제도 섞여 있으니 생각하며 읽어봅시다.(음?)

다음은 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
처음에 가이도 다케루의 책이 또 나왔다고 해서 같은 출판사에서 냈나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은행나무에서 나왔군요. 일본 소설이 한창 쏟아지던 때 은행나무에서도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 읽은 책들 중에는 은행나무에서 나온 책이 없었나 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보고 있자면 한국의 출산 정책이 어디부터 잘못 되었는지 빤히 들여다 보입니다. 일본 이야기지만 일본의 저출산보다 한국의 저출산이 훨씬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의 저출산은 다른 쪽의 문제가 크기도 하지만 그래도 리에가 말하는 출산 대책이 머리 굳어 있는 후생성 공무원들의 정책보다 훨씬 낫다고 봅니다. 하도 출산인구가 줄어서 한국도 산부인과들이 폐업하기 직전이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조산원 문제도 있군요. 한국에서는 조산원도 완전히 없어졌지요? 아기를 받는 것은 경험많은 조산원과 의사의 합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습니다.
냉혈이든 냉철이든 얼음이든 하여간 멋진 의사선생님 밑에서 저도 생물학 수업 받고 싶어요.;ㅂ;



오늘 저녁 홍대 북새통에 갔다가 드래곤 라자 종이박스판이 들어온 걸 보았습니다. 와아. 책 수가 많은데다 두껍기도 하니 보통 책 박스에 그게 몇 질 들어가지도 못하던걸요. 한 박스에 달랑 네 세트 들어있다던가요. 나무 박스는 별도로 들어왔습니다. 위 아래에 마분지를 대서 나무 박스만 따로 들어왔는데, 거기에 종이박스 세트를 넣어 판다는 모양입니다. 저녁 때 들어온 걸 보니 내일 오전에 풀리려나 봅니다.


주문하신 분들도 빠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도착하겠다 싶네요~.





하늑 양장본은 언제쯤 도착하려나~. 예전 판본을 뜯어서 재제본하겠다는 생각도 이번 사태로 홀랑 다 날아가고, 아마 책이 도착하면 고이 책장에 모셔다가 한동안 손도 안 댈 것 같습니다. 하기야 외전을 다시 손대서 본 것이 엊그제의 하늑 리뷰 직전이었으니까요. 양장본=개정판이 나온다 한들 엔딩만 확인하고 그대로 묶어두겠지요.

로드 다아시나 마일즈 시리즈는 (여러 가지 의미로) 손대고 있지만 하늑은 이번에 그럴 마음이 싹 달아났고 드래곤 라자는 애초에 생각이 없었습니다. 만들면 폼 날 책 중에 어스시 시리즈도 있지만 그것도 묘하게 손이 안나가네요. 다음에 만들 책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도 참 골치입니다. 아무래도 r님께 파일을 요청해서 편집부터 시작해야하나 싶습니다. 흑흑흑;

<타샤의 특별한 날>을 읽고 있다가 문득....;

2월의 행사로 소개된 워싱턴의 탄생일에는 연극을 한답니다.

(중략)
저녁엔 아이들이 준비한 연극을 보았지. 무슨 연극이냐고?
미국의 첫 대통령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아끼는 체리나무를 그만 도끼로 베어버렸어.
(이하생략)

응? 체리나무? 난 벚나무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3초 경과 후.





lllOTL




이 책 번역 좀 많이 마음에 안듭니다. 이전의 타샤 튜더 시리즈에서도 꽤 거슬렸는데 이번에는 나무즙이 딱 걸렸습니다. 3월은 나무즙을 받기에 좋은 계절이랍니다. 보통은 나무즙이 아니라 수액이란 단어를 쓰지 않나요? 아이들에게 해주는 이야기라고 해도 이런걸 풀어서 쓸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요.

걸리긴 해도 내용은 마음에 드니 일단 계속 읽겠습니다.
書목록을 보니 12일이 마지막으로 글 올린 날입니다. 그 동안 읽은 책들을 쭉 뽑아보니 대강 이정도로군요.

와카타케 나나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북폴리오, 권영주 옮김, 2007, 9500원
김정은,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 예담, 2007, 11000원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낭만동화집 1>, 이룸, 차경아 외 옮김, 2006, 15000원 
이어령, <우리문화박물지>, 디자인하우스, 2007, 13000원
에릭 메이슬, <보헤미안의 파리>, 북노마드, 노지양 옮김, 2008, 11000원
제환정, <뉴욕 다이어리>, 시공사, 2007, 13000원
아사쿠라 다쿠야, <4일간의 기적>, 한스미디어, 김난주 옮김, 10000원
온다 리쿠, <메이즈>, 노블마인, 박수지 옮김, 2008, 10000원
아사다 지로, <월하의 연인>, 지식여행, 2007, 9900원
노다 마사아키, <전쟁과 인간>, 길, 서혜영 옮김, 2000, 15000원



일단 읽었음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부터 적지요. <뉴욕 다이어리>. 며칠 전에 읽은 책인데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거참 신기합니다. 보다가 엉뚱하게 예전에 읽은 뉴욕 체류기가 떠올라서 도서관에서 다시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을 빌려왔다는 것 외엔 남는 것이 없군요. 유행에 따라 나온 그저 그런 뉴욕 여행기였나봅니다. 강렬한 기억이 없군요. <내가 사랑한~>은 뉴욕 체류기나 일본 체류기 등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도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에도 다시 빌려 보았건만 두 번 보아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체류기라는 것이 무섭습니다. 덕분에 일본 장기 여행 준비를 다시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이전에 부었던 것은 펀드라 지금 원금을 삐~% 깎아 먹은 덕분에 손을 못댑니다. 이번엔 적금으로 넣어야할까요.



그다음으로 기억이 없는 것은 <월하의 연인>. 아사다 지로 특유의 괴이한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보고 나면 뒤끝이 안 좋은데도 빌릴 책이 없으면 빌려오게 된다니까요.=_=



<메이즈>는 솔직히 재미 없었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그래도 여행기, 체류기 비슷해서 H시-보면 어딘지 다 압니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메이즈는 시작부터가 공포물이고 배경도 아프가니스탄 그 안쪽 어딘가로 잡혀 있어서 갈 수 없지요. 아, 아프가니스탄하니까 자동 연상으로 훈자가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훈자도 언젠가 가보고 싶습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배경이 되었다는 파키스탄 지방이지요.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는 무서운 지역이긴 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지 않습니까. 공포물이라거나 위험지대라 그런 것이 아니라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다는 의미입니다. 눌러 앉게 된다는 거죠.
이것도 추리이긴 한데 마음에 들었던 누구의 행방이 묘연해지는 바람에 입맛(?)을 잃었습니다. 거기에 온다 리쿠 특유의 씁쓸한 엔딩이라 더 그랬지요. 저는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먼저 보고 <메이즈>를 나중에 보았는데 G는 순서대로 <메이즈> 먼저, <클레오~>를 나중에 봤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보고 나더니 온다 리쿠 소설 중에서 깔끔하게 끝나는 소설도 있었냐고 하더군요. 그 직전에 읽었던 온다 리쿠 책이 <구형의 계절>이라 열린 결말에 질려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합니다.



<우리문화 박물지>는 그럭저럭. 최근 일본 소설만 읽어서 제게 부족해 있던 한국 문화 영양소를 공급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도 좀 확대해석의 기미가 보입니다.;;
이 책은 다른 것보다 외국인들에게 선물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ㅂ' 번역하기는 힘들겠지만 한국어 공부 겸 한국 문화의 키워드를 보여주는 책으로 말입니다. 책 편집도 깔끔하고 각각의 소재에 대한 글도 짧으니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에게 괜찮지 않을까요.



<낭만동화집 1>은 도서관에서 보고 덥석 집은 책인데 독일 낭만주의 소설 모음입니다. 책이 두껍고 하드커버라는 것을 생각하면 15000원이라는 가격이 싸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몇 군데 번역의 오류가 보인다는 점, 읽다가 졸았다는 점, 그리고 흔히 생각하는 로맨틱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걸립니다. gnome을 그놈이라고 했더라고요. g는 묵음인데 생각을 못했나봅니다.
낭만동화라길래 행복한 결말을 주로 생각했는데 내용의 절반 이상은 불행한 결말입니다. 로맨틱하고 핑크빛이 만발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니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디네를 포함해 그 때쯤의 소설들을 여럿 볼 수 있다는 건 좋았습니다. 2권을 빌릴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단편 연작집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사보 편집자가 한 달에 한 번씩 단편소설을 연재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글로 시작해서는 소설가가 편집자에게 고백하는 편지로 끝이 납니다. 달마다 연재하는 소설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요 각 장의 앞에는 그 달의 사보 목차가 올라와 있습니다. 철저하게 설정을 한 겁니다. 거기에 사보에 연재되는 소설이다보니 계절감도 충실하고요. 일상생활의 미스터리지만 맨 마지막에 뒤통수를 가격 당하면 흐물흐물 늘어지게 됩니다. 평범한 이야기다보니 맨 마지막의 반전도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나올 줄 몰랐습니다. 아마 아이쭈님 취향에 맞을겁니다. 후후후후후~



<4일간의 기적>도 재미있습니다. 어느 전직(?) 피아니스트와 정신지체 소녀가 같이 다니면서 봉사활동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요 피아노 연주를 하러 가는 4일동안에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내용을 다 소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이 작지만 두꺼워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4일간의 이야기가 충실하게 들어오면서 그 사이사이에 과거의 기억, 과거의 사건도 함께 다룹니다. 그리고 희망적인 장면으로 끝이 나기 때문에 읽고 나면 뿌듯합니다. <눈의 야화>, <새틀라이트 크루즈>도 괜찮았다 생각했는데 <4일간의 기적>도 재미있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만한 책들입니다.



<전쟁과 인간>은 이 목록에서 가장 안 어울리지 않나합니다. 종전 후, 일본의 어느 정신과 의사가 전쟁에 나갔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쟁 기억을 모아봅니다. 독일에서 유태인 생존자의 증언을 모으는 것, 그리고 독일의 전후 처리과정을 보고는 마음이 움직여 시작한 겁니다. 왜 일본 사람들은 전쟁 기간 동안 저지른 일에 대해 죄책감이 없는 것인가에 대해 알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작가의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나온지 오래된 책이고 한국이나 동남아시아보다는 중국, 만주 쪽에서 활동한 전범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처음 보는 이야기도 많아서 당황했습니다. 비위가 약한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읽고 나면 분노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으니 옆에 심신정화용으로 다른 만화책이나 책을 가져다 두고 읽으세요. 읽고 나면 일본 물품에 대한 지름신이 잠시간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니 지름신 제어책으로도 유용합니다.;;



<보헤미안의 파리>는 예전에 읽었던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작가입니다. 파리를 중심으로 한 글쓰기 이야기고요. 앞서의 샌프란시스코와 닮아 있습니다. 파리에 대해서 작가를 위해 열린 공간, 일단 질러(?)놓고 보자고 들어와서 꾸준히 하면 기회는 많다고 하는군요. 다른 무엇보다 아침 저녁으로 A4한 장씩 글을 쓴다면 1년 안에 책 한 권을 만들 분량이 나온다는 것은 감명 깊었습니다. 그냥 체류기나 여행기로 보기보다는 작가지망생에게 말하는 글쓰기 준비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괜찮게 읽었습니다.

계속 안 쓰게 되니 잊을까봐 목록만 한 번에 몰아 정리합니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낭만동화집>
<우리문화박물지>
<보헤미안의 파리>
<뉴욕 다이어리>
<4일간의 기적>
<메이즈>
<월하의 연인>
<전쟁과 인간>


자세한 건 나중에 차근 차근 올리겠습니다.;ㅂ;

옛날 옛날에 한 연구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쪽 연구를 했는지는 그 사람의 책을 읽어보지 않아 모르지만, 아마 사회학쪽 연구자였을겁니다. 이 연구자는 남편과 함께 오지(중국 연안)에 들어갔고 남편이 연구를 하는 동안 자신도 원래 계획대로 연구를 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대로 사건은 도서관에서 시작됩니다.

도서관에서 그녀는 영어 원서의 대출카드에 낯선 이의 이름이 적힌걸 봅니다. 그 오지에서 영어 원서를 읽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대출카드를 보고 있자니 궁금했겠지요? 그래서 그녀는 그 사람을 찾습니다.
그 사람의 외모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훤칠한 키에 중국인이라면 일반적으로 상상할 그런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나봅니다. 그 사람의 행적을 보면 상당한 두뇌를 가지고 있고 행동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그는 그 당시 정치적으로 몰려 있었고 죽음을 각오한채 연안에 들어와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였을겁니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행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풀어 놓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본래 하려던 연구를 접은 채 어두운 동굴에서 호롱불 하나 켜놓고 그와 마주하여 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2년 뒤, 그녀는 약속한 대로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발표합니다. 처음에는 반향이 거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이야기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미국에서 발표되었던 책은 57년에 일본에서 출간되며 굉장한 연구적 가치를 지닌 책이란 말을 듣습니다.


-ㅂ-


연구자는 님 웨일즈(본명은 헬렌 포스터 스노우), 남편은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을 그린 <중국의 붉은 별>의 저자 에드가 스노우, 그는 장지락입니다. 님 웨일즈가 쓴 책의 제목은 <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같은 삶>이고요. 원래 이 책을 읽었어야 했는데 손이 안가서 망설이다가 위의 이야기를 듣고는 급속히 마음이 기울어졌습니다.
책에는 김산이라고 등장하지만 가명입니다. 일부러 가명을 쓰고 그의 행적에 대해서도 책 내에서 여기저기 바꿔서 일부러 그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이 발표된 뒤에 그가 누구인가에 대해 구구절절한 말이 많았는데 김일성이 김산은 장지락이다라고 하여 밝혀졌다고 합니다. 장지락은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일본 스파이로 몰려 처형당했다고 하고요.

듣고 있자니 러브레터와 귀를 기울이면은 풋내가 납니다.(...) 중국 공산당을 연구하기 위해 중국을 찾은 남편과 함께 대장정의 종착지인 중국 연안에 온 헬렌은 1937년에 이 기록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가서는 남편과 이혼합니다. 그리고 계속 독신으로 살지요. 장지락은 한국인이었는데 이 사람의 어릴적 행적을 보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상당한 인텔리입니다. 일본 유학도 다녀오고 중국 유학도 했고. 거기에 중국에서는 대학교에 다니면서 의학부 공부도 하고 경제학 공부도 했답니다. 그 당시 대학교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지금의 대학원 수준?-였다니까 굉장한 사람인거죠. 그런 사람과 마주 앉아 조선의 독립운동, 중국 공산당 이야기 등을 세세하게 들었을텐데, 머리만 좋은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도 보여준 사람이 자신의 입에서 생생한 말을 뽑아낸다면 어느 연구자가 넘어가지 않겠습니까.(게다가 잘생겼다는 듯?;)
장지락은 1938년에 처형당합니다. 그의 아내는 이후 자신의 아들에게 아버지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키웠다 하고요. 나중에 헬렌 스노우가 그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당신의 아버지는 절대 스파이가 아니다, 누명이다라고 하여 아들이 재조사 청원인가를 냈답니다. 그리하여 중국 공산당에서 복권했다는군요. <아리랑~>을 읽었어야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 쓸 수 있을텐데 저는 그 당시 이야기는 지나치게 취할까 두려워 읽지를 못합니다. 흑;

하여간 처음에 책이 나왔을 때는 그리 반응이 없었는데, 57년에 일본에서 나온 다음에는 상당히 말이 있었나봅니다. 중국 공산당 내부 자료가 아니라 조금은 바깥에서 본 자료이기도 하고 실제 활동한 사람의 생생한 이야기가 들어 있었으니까 사료적 가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산당"이야기이기 때문에 계속 나오지 못하다가 87년에 어느 출판사에서 책을 냅니다. 출판사 사장님은 책을 낸 다음 안기부에 여러 번 다녀오셨다던데.-ㅁ-;


올 겨울에 날 잡아서 이불 뒤집어 쓰고 종일 읽을겁니다. +ㅅ+
겨울의 할 일 목록도 죽 잡아야겠네요.

책 읽은 것들 정리하기가 정말 싫어서 그냥 한 번에 몰아 쓰렵니다. 요 며칠 지뢰를 계속 밟아서 그런가봅니다.

온다 리쿠, <금지된 낙원>
온다 리쿠, <구형의 계절>
우에다 아키나리, <우게쓰 이야기>
아사다 지로,<월하의 연인>
카리야 테츠,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 1-2>
케이트 케리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데이비드 제롤드,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
여성건축기술자회,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
아사쿠라 다쿠야, <눈의 야화>
모리오카 히로유키, <달과 어둠의 전기>
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제프리 초서, <켄터베리 이야기>


음, 이것말고도 또 있었던 것 같은데 나머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그러니 넘어가고.

달과 어둠의 전기. 읽다가 던져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 끝까지 가보자 싶어서 읽었는데 읽고 난 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뒷 권이나 관련 시리즈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제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더군요. 영감은 있으나 능력은 없는 10대의 방약무인한 소년이 무전취식을 노리면서 사기를 치려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퇴치할 능력도 없으면서 퇴치하겠다고 한 것이 사기 치는 것이지 뭡니까. 하여간 도서관에서 망설이다가 집어 들어 피본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달과 어둠의 전기보다 더 지독했던 것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입니다. 이건 읽다가 던졌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앞에 몇 장 읽어보고는 더 읽다가는 속 터지겠다 싶어 반납했습니다. 뉴욕에서 잘 나가는 어느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충동적으로 결혼하고는 그에 대해 후회를 할까 마음 편히 살까 고민하는 이야기인데 외할머니의 이야기와 번갈아 가며 진행됩니다. 앞 부분만 읽고는 도저히 공감이 안가서 읽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레시피라도 잔뜩 있을까 싶었는데 각 장 앞에 하나씩 소개 되어 있어 5-6개 남짓만 있더군요.
느낌은 할리퀸 로맨스의 뒷 이야기랄까..? 공주님과 왕자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니라 결혼해서 이렇게 마음 고생하고 있습니다.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두 권도 그럭저럭 읽을만 했지만 제 취향은 아닙니다. 앞부분은 해당 도시를 배경으로한 소설, 뒤는 사진 위주입니다. 짤막한 에세이 같은 것도 있는데 전 에세이 쪽이 더 좋더군요. 그러고 보니 김영하는 소설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네요. 예전에 랄랄라 하우스만 빌려 읽었던가요.

아사다 지로는 프리즌 호텔만 좋은가봅니다. 특히 몽환적이고 알 수 없는 단편집들은 정말 책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손 대지만 읽고 나서는 항상 후회합니다. 사고루 기담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아야시~는 뒤끝이 안 좋았고 월하의 연인은 쓰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의 단편이 몇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다 읽는다 해도 평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서해문집에서 나온 것인데 책 판형이나 글씨 크기, 편집, 그림 등은 다 마음에 들었지만 캔터베리 이야기 자체는 재미없었습니다.

아사쿠라 다쿠야의 눈의 야화는 이전에 새틀라이트 크루즈를 괜찮게 봐서 빌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미묘. 책이 두껍지만 안 읽히는 책은 아닌데 몇 군데서 묘하게 늘어집니다. 특정 부분의 묘사, 주인공의 심리적 독백 같은 곳이 지나치게 길어서 소설의 맥을 가늘게 만듭니다. 요약하자면 별 생각 없이 미술을 시작했다가 꽤 잘나가던 주인공이 좌절하고 다시 손대기까지의 이야기인데, 거기에 눈과 관련된 설화가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무난하게 볼만하지만 중간에 그 늘어지는 부분에서 지겨워질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답답한 성격입니다. 무심에 소심을 더하면 이런 성격일거예요.;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은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상황과 다른 부분도 많고요. 한국은 아파트를 선호하는데다 단독주택도 한 집에서 오래 사는 경우가 드문데, 일본은 아파트나 빌라보다도 정원 가꾸기가 가능한 단독주택을 선호하는지 단독주택에 대한 개조 사례가 많습니다. 그것도 오래된 집에 대한 개축이 많더군요. 제목에서 나오는 것처럼 주로 거실과 부엌을 개조하기 때문에 이쪽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세요.
부엌을 배치할 때 햇살이 잘 들거나 전망이 좋은 곳에 둔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게쓰 이야기는 에도 시대에 나온 유명한 설화문학이랍니다. 신간을 둘러보다가 내용 소개에 흥미가 끌려서 도서관에 주문해 빌려다 보았습니다.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군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이야기가 많은데 각 이야기의 뒤에 실려 있는 해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에도 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많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요재지이였나, 하여간 그런 류의 이야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은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인 카리야 테츠가 쓴 책입니다. 맛의 달인을 쓰기 위해 취재하는 동안 일어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 작가 성격이 나쁘다는 것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엊그제 초록불님이 편집자와 작가의 차이는 자뻑기질 차이라고 했는데 이걸 떠올리면 금방 납득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제 멋에 사는 작가예요.
맛의 달인에 등장하는 여러 음식 그림들과 함께 먹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1권은 주로 음식 재료와 관련된 이야기가, 2권은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 등 국가별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가별 요리라고는 해도 프랑스 요리 때는 푸와그라 이야기가 나오는 등 재료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두서 없이 늘어 놓는 음식 이야기이니 그런 걸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맛의 달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두말없이 추천합니다. 읽고 있자면 카이바라(번역판에서는 우미하라. 카이바라라고 읽는 것이 맞답니다)나 지로의 나쁜 성격이 어디서 나왔는지 단번에 아실겁니다.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독신으로 살아오던 어느 작가가 문득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온갖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결심하는데, 이 아이는 자신이 화성인이고 언젠가 화성인들이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화성인에서 지구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주 내용입니다. 이게 순위가 높은 것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작가가 스타트랙 작가라고 해서 홀랑 낚였거든요. 이 책을 읽기 직전에 Happy SF를 봤고, 그래서 여러 SF 소설에 구미가 당기던 차에 별 생각 없이 빌린 책이 SF 작가가 쓴 책인겁니다. 그것만 해도 우연의 일치라 할텐데 번역자는 Happy SF 2호에 실린 단편의 작가였습니다.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같은 분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SF관련 여러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책은 작고 얇지만 여운도 그렇고 느낌도 좋았습니다. 가볍게 읽을 만한 책입니다.

마지막이 온다 리쿠의 금지된 낙원과 구형의 계절인데, 사실 둘다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처음 시작은 도시괴담이더니 어느 순간 판타지 소설로 넘어가더군요. 아이쭈님이 네크로폴리스랑 구형의 계절을 보다가 맨 마지막 부분에서 화냈다 하시던데 이해가 갑니다. 구형의 계절보다는 네크로폴리스가 조금 더 낫긴 합니다. 구형의 계절은 60%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이야기가 왜 이리 전개되는지, 엉뚱하게 마구 흘러버립니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나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처럼 학원물을 기대했는데 뒤통수를 퍽 맞은 느낌일까요. 열린 엔딩이라 더 그렇습니다.
캐릭터들은 마음에 들지만 내용은 마음에 안듭니다.
금지된 낙원도 막판 뒤집기에서 빈대떡을 홀랑 다 태워먹은 느낌입니다. 긴장감을 잘 조성하면서 공포물로 나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오컬트가 됩니다. 두 사람이 막판 뒤집기를 할 거란건 알았지만 그쪽이 막판 뒤집기를 한 것은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흐린다 싶었고, 다른 한 쪽은 최종보스 치고는 너무 약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디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엘프가 매그넘샷 한 발에 글라스기브넨을 날려버린 듯한 느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묵혀둔 책이 몇 권 안 남았는데 이것 다 읽고 나서 뭘 보나 싶습니다.ㅠ_ㅠ

         

온다 리쿠, <네크로폴리스 1-2>, 문학동네, 2008, 12000원
<클레오파트라의 꿈>, 노블마인, 2008, 10000원
<구형의 계절>,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10000원


어쩌다보니 온다 리쿠의 책을 몰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네크로폴리스. 두 권을 몰입해 읽고 나서는 간만에 재미있게 봤다고 흥분하다가 도서관에 클레오파트라의 꿈이 들어온 것을 봤습니다. 이게 시리즈였다는 것은 기억하는데 몇 번째 편인지도 가물가물해서 일단 빌려놓고 보자는 생각에 빌렸습니다. 꽤 재미있게 보고 나서는 이번엔 구형의 계절이 서가에 꽂힌 것을 봅니다. 이쪽은 조금 망설였다가 빌려서 보게되었습니다. 사실 다른 읽을 책이 있었다면 구형의 계절은 손을 대지 않았을건데 묘하게 요즘에는 읽을 책이 없더군요. 재탕을 하느니 도전을 하겠다 싶어 반신반의하는 기분으로 빌렸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초기작품입니다. 느낌은 여섯번째 사요코와 가장 닮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도시전설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붕 뜹니다. 앞과 뒤의 괴리감이랄까요. 기대하던 방향에서 책이 멀어지면서 불만족스럽게 결말을 맞았습니다. 여섯번째 사요코처럼 남녀 고등학생들의 치열한 이야기(?)를 보신다면 좋지만 뒷부분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알아두세요.;
아참. 덧붙이면 번역이 어긋난 부분이 한 곳 있습니다. 밀크빵.................. 나우시카에 대한 주석을 엉뚱하게 달았던 무라카미 류의 수필집 못지 않게 강렬했습니다. 한 동안 잊지 못할겁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간바라 메구미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인 메이즈는 예약 신청했는데 아직 들어오려면 멀었나봅니다.
앞 권을 예약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메구미란 캐릭터가 상당히 독특하군요. 그러니까 조인성 같은 외모를 가진 남자가 여자말투를 쓴다는 설정인가본데 한국은 여자말투와 남자말투가 나뉘어 있지 않으니 그 느낌을 상상할 수 없지만 이걸 여성스러운 말투를 쓴다로 살짝 바꿔보면 닭살이 오도독 돋습니다. 대체적으로 번역은 무난한데 몇 군데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집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렇더군요. 여성스러운 말투로 바꾸다보니 말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요.
이 책은 스토리의 전개보다는 캐릭터로 승부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 정도로 메구미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미지가 강렬합니다.


네크로폴리스는 엔딩부분만 아니면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겁니다. 결말이 취향이 아니긴 한데 전체 흐름이나 설정은 굉장히 취향입니다. 끝맺음이 걸려서 그런 것이지만 설정도 그렇고 두께도 그렇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1-2권으로 나뉘어 있음에도 상당히 두꺼운데다 페이지당 글도 굉장히 많습니다. 가격 대 성능비가 좋다고 할까요. 읽는 맛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구입 예정 목록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계속 밀릴 가능성도 있지만, 읽는 재미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자금 여유가 생기면 바로 구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너스 트랙보다는 한 단계 아래지만..

재미있게 본 순서는 감상 쓴 순서의 반대입니다. -ㅂ-



하여간 책 살 돈 좀 넉넉하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달 유가환급금 나오면 그걸로 좀 질러볼까요.;ㅂ;


조은희, 오사다 사치코, <차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이른아침, 2008, 18000원
박현신, <나는 허브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리뷰 쓰는 것을 더이상 미루면 아예 잊어버릴 것 같아 날림으로라도 쓰렵니다.-_-;

양 책 모두 괜찮았습니다. 차 한 잔~은 예전에 리뷰를 올렸던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 작가와 조은희씨가 함께 쓴 책입니다. 세계 각지의 차 마시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고, 상당수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곳이라 재미있었습니다. 터키나 인도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베트남, 라오스 등의 동남아시아 지역, 그리고 티벳을 비롯한 낯선 곳에서의 차 마사기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깊게 다룰 수 없으니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비판적인 태도로 책을 보게 되긴 합니다. 모르는 지역에 대한 정보니까 100% 신뢰는 하지 않는달까요.
용어의 통일 문제도 조금 걸렸습니다. 한국어 표기법으로는 짜이가 아니라 차이가 맞습니다. 각 지역마다 발음의 강도 차이가 있으니 차이라 실제 부르는 곳과 짜이라 부르는 곳이 다를텐데 말이죠. 뭐, 차를 부르는 이름은 비슷하니 읽을 때마다 조금 헷갈리기도 합니다.

허브 탐닉은 구입목록에 올려두었습니다. 쿠켄에 꽤 오랫동안 허브 기사를 연재했던 박현신씨가 작은 탐닉 시리즈로 책을 낸다는 것을 알고 나선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거든요. 과연 내용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러 허브 이야기와 그걸 재료로 한 다양한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몇몇 사진들은 눈에 익은 걸로 보아 쿠켄에서 썼던 사진을 다시 게재한 듯합니다.
조만간 구입할테니-마일즈와 같이 올렸습니다;-구입하면 생협 번개 때 들고 나가겠습니다.^ㅁ^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더럽혀진 천사>, 학산문화사, 2008, 5800원

이글루스 밸리에서 '문학소녀' 시리즈가 일본에서 완결났다는 것을 보고 굉장히 기뻐했습니다. 그리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4권을 보고 있었는데...

혹시라는 생각이 들어 e-hon을 검색했더니 문학소녀는 전 시리즈가 8권입니다. 최근권이 8번째 책이더라고요. 한국에서는 4권까지만 나와 있고 말입니다. 아직 4권이 더 남았습니다. 5권이 완결일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다음권부터는 구입해서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완결권 나올 때까지 봉인을 할지 말지 고민입니다. 토오코가 1권에서는 2학년, 4권에서는 수험생(그것도 시험이 코앞)입니다. 그렇다면 재수생일 될 것인가 대학생이 될 것인가가 문제?; 4권 분위기 봐서는 재수생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걸요. 등급 E라니 말입니다. 게다가 마지막 모의고사는 후배가 신경쓰여서 땡땡이 쳤답니다. 으허허허;

나나세 같은 타입은 제가 질색하고 있는데다 문학부원 커플을 밀고 있으니 엔딩이 어떻게 날지 궁금합니다. 올해 안에 완결권까지 나오는 것은 무리고, 내년까지 꼬박 모으면 되겠지요. 하여간 꽂아둘 곳을 찾아봐야겠습니다.-ㅂ-;;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마일즈의 전쟁>, <보르 게임>, 행복한책읽기, 2007,각각 14000원, 15000원
<Happy SF 2호>, 행복한책읽기, 2006, 12000원


셋다 마스터님께 빌렸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서 빌려가실 분~하시길래 제가 잽싸게 낚아챘(...)는데, 두꺼운 책으로 세 권이나 있다보니 갖다 놓고도 손이 안가더군요. 한참만에 첫 번째 이야기인 마일즈의 전쟁부터 손을 댔는데 말입니다, 책이 꽤 두꺼운데도 불구하고 그날 끝냈습니다. 그 다음날은 Happy SF 2호를, 그 다음날에는 보르 게임을 마저 읽어서 하루 한 권씩 읽어내는 기염을 토한 겁니다. 출퇴근 시간과 모든 쉬는 시간을 다 이 책들 읽는데 쏟았습니다.
추천 대상(?)은 첫비행님과 티이타님. 만월님도 좋아하실지 모르겠네요.(만월님 책 취향은 아직 파악 못했다능..;ㅂ;)

감상을 두 가지 버전으로 적어보지요.







이쪽은 제대로 된 감상입니다.




그러니까 마일즈 보르코시건의 내용을 하나도 말하지 않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하여간 위에서 말한 것처럼 유머 그 자체입니다. 마일즈의 전쟁을 보는 내내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웃고 싶었지만 지하철 안에서 그러기는 힘들지요. 덕분에, 보르 게임을 볼 때는 하도 웃음을 참아서 윗배 근육이 당겨지는 바람에 위경련 직전까지 갔습니다. 읽기 직전에 소화가 잘 안되는 음식을 먹기도 했지만 1시간 가까이 책을 읽으면서 윗배 근육이 긴장되어 있었더니 그리 되더군요.
마일즈의 캐릭터는 무책임함장 타이라와도 꽤 닮아 있습니다. 저는 애니에서의 일부 성격만 파악하고 있고 소설판은 보지 않았는데요, 사람을 홀리는데 능하다는 것, 사기를 잘 치고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차이가 있다면 능력 차이? 마일즈는 다른 부분에도 꽤 소질이 있거든요. 그리고 태어났을 때부터 은수저를 입에 물고 나왔으니 말입니다. 구부러진 것이라 문제였지만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안되죠. 마일즈가 그런 외모를 타고 나서 그런 핸디캡을 가졌고 그런 성격이 되어서 그런 사고를 쳐야 소설이 전개 되니까요. 어쩔 수 없다, 마일즈. 네가 이해해라.

마일즈의 전쟁에서도 그렇고 보르 게임에서도 그렇고 필터링용 떡밥 장면은 꽤 있습니다. 마일즈의 전쟁에서는 두 보르가, 보르 게임에서는 군신(君臣)이 그랬습니다. 특히 보르 게임에서 15장인가 17장에 등장하는 그 삼각 관계의 3자 대면은 배를 잡고 굴러다니게 만듭니다. 특히 고딕 볼드체에 주목하며 보시다 보면 윗배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옆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E양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구미호라 해도 능구렁이에 너구리를 당해낼 수는 없더군요. 그 장면이 정말 세 편-Happy SF 2호 포함-을 합쳐 가장 백미였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과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또 하나의 떡밥이 던져진겁니다.
마일즈와 G의 관계를 두고 제가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은하영웅전설의 펠릭스와 지그프리드였습니다. 그 두 사람이 자라났다면 이런 이미지일까 싶더군요. 특히 여러 군데 걸쳐 등장하는 만담장면은 소설의 감칠맛을 더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그 3자 대면도 미친듯이 웃을 수 밖에 없었고요.

연대표를 보니 마일즈는 그 한참 뒤에나 결혼합니다. 상대가 누구일지 참 궁금한데 그 이야기까지 나오려면 몇 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시리즈가 생각보다 많아서 차근차근 꾸준히 나온다면 볼 수 있을겁니다. 다만 경기가 이모양이니 걱정되긴 하는데요.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마일즈 시리즈들은 구입해서 해체할 예정입니다. 훗훗훗..


Happy SF 2호는 부정기간의 SF 잡지입니다. 1호는 절판되었고 2호만 남아 있는데 2호에는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특집으로 중편 <슬픔의 산맥>이 실려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마일즈의 전쟁과 보르 게임 사이에 해당됩니다. 중편이라 그렇기도 하고 내용이 무겁기도 해서 유머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마일즈가 어떤 생각으로 장래에 임하기 시작했는가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게 된 이야기라고 할까요. 꼭 필요한 사건이었다고 봅니다. <슬픔의 산맥>은 취향이 아니었지만 그 앞에 실린 한국작가의 단편 중에 굉장히 취향인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구입할 예정이고요. 김보영씨의 <진화신화>가 제 취향이었습니다. 고구려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해야하나요. 배경이 고구려 같은 느낌은 들지만 설정은 현실세계가 아닙니다. 판타지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가도 진화라는 소재를 보면 또 SF가 맞고요. 아니, 이런 이야기 앞에서는 SF건 판타지건 장르는 상관 없는 겁니다. 재미있게 보았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끝부분의 비상은 그 때까지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되짚어 보게 만들더군요. 이야기는 짧지만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2006년에 나온 단편이니 시사성에 대한 이야기는 빼도록 하지요. 역사상 언제건 이런 사람은 있게 마련입니다.


잘만 하면 내년 6월까지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혼잣말)

마스터님께 빌린 Happy SF 2호를 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들을 모아 적습니다.
「국내 출판된 SF에 대한 모든 것!」을 읽다가 생긴 궁금증들인데, 주로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에 대한 것입니다.

1. 진 아울이었나. <석기시대의 아울라>는 목록에 안 보이는군요. 소개된 다른 작품들을 볼 때 이것도 있을 법 한데, 제가 본 부분까지는 없는 것인지 아니면 실리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동서문화사에서 <100만년 **>라는 시리즈로 6권 모두 소개되었습니다. 그 뒤 1992년에 정신세계사에서 <석기 시대의 여자 아일라>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지진으로 부족을 모두 잃은 크로마뇽인 고아소녀가 네안데르탈인에게 받아들여진 뒤의 일을 모은 것인데요, 지금 생각하면 내용인 좀 ... ... 그렇습니다. 양쪽의 생활상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진대, 네안데르탈인 쪽의 생활이나 문화에 대해 편견을 가지도록 만들었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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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있습니다. 330쪽에 나와 있군요.+ㅁ+ 하지만 내용 소개가 마음에 안듭니다.


2. 무슨 문고였는지도 잊었지만 애들용 문고로, 붉은 색 책등에다 앞 표지는 수채화도 유화도 아닌 어정쩡한 그림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지구 최후의 날>이란 제목이었다고 기억하고요. 딥 임팩트와 유사하게 행성 두 개가 지구로 돌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뒤의 일입니다. 사람들은 대 패닉을 일으키고 그 중 일부 사람들은 지구를 탈출하기 위한 로켓을 만듭니다. 행성 중 하나는 지구를 치고 지나가지만 다른 하나는 그 와중에 태양계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의 자리를 대신 차지할테니 거기로 갈아타면(...)된다는 거였지요. 엔딩이 조금 뜨악-건너간 행성에서 토끼 비슷한 것을 잡아, 이걸로 파티하자~는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했던 것 빼고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3. 그것도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전집이었나요? 도서관에서 본 거였는데 20권은 넘었다고 기억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또 다른 전집은 추리소설이었는데 아주 흡족하게 다 빌려다보았습니다. 거기에 한국에는 정식 발매되지 않은 추리소설이 대거 끼어 있었거든요. 낸시 드류였던가, 지경사에서 <서커스 소녀의 비밀>이라는 책 달랑 한 권만 내 준 그 쥬브나일 추리소설이 있었던 겁니다. 그런 류의 추리소설이 대거 들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구할 수도 없을테고 다시 본다 한들 재미없다 할 것 같아서 다시 정식 발매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흑흑.
아, 본론은 그게 아니라..
같은 세트로 나온 것 같은 SF 전집도 있었는데요, 거기에서 기억에 남는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이 목록에도 있을 거라 생각은 하는데 정확하게 어떤 건지 감이 안 잡히는군요. 삶이 무료해서 차를 몰고 가다가 절벽으로 떨어져서 자살을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는 미래입니다. 그리고 이 몸이 내 몸이 아닌겁니다. 자기의 혼이 다른 사람의 몸을 꿰어 차고 들어가 있었고 그게 모종의 실험 결과였다는 겁니다. 결말 부분만 확실하게 기억하는데, 몸을 빼앗긴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돌려주던가 하고 자기는 비서인가 누군가, 하여간 여자랑 함께 하늘나라로 올라갑니다. 아니, 말 그대로 몸을 떠나 죽은거예요.;;

4. 옛날 옛적 완전학습이라는 문제지가 있었습니다. 이달학습과 완전학습 둘다 좋아했는데 편집은 완전학습쪽이 취향이었습니다. 어쨌건, 완전학습에 연재되던 SF 소설이 있었는데 이게 한국작가가 쓴 건지 외국작가의 작품을 번역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기억에 남아 있는 삽화를 떠올리자면 일본쪽에서 들여온게 아닌가 하는데 말입니다. 주인공 여자애가 입고 있는 치마가 무릎 위 20cm... (응?)
내용이 타임패트롤 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간을 종횡무진 움직이면서 얼굴은 20면상처럼 알려지지 않은 어느 괴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주인공의 아버지는 형사였고요. 주인공도 몸캐릭터-가나와 비슷한 타입이었을테니, 따지고보면 QED와 조금 닮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 나이트 폴도 있군요. 이것도 어렸을 적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는데 꽤 인상깊었습니다. 그 때 이걸 빌린 이유가... 추리소설이 읽고 싶은데 도서관에 있는 웬만한 건 다 읽었고, 그래서 그럴듯한 다른 소설을 찾다가 발견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설정 때문에 그랬는지 마비노기를 시작할 당시에 달이 두 개 뜨는 것을 보고는 나이트 폴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6. 핵전쟁 후의 이야기에 다룬 소설도 예전에 한 권 읽은 것이 있습니다. 배경은 독일이었다고 기억하고요. 주인공은 누나와 부모님이 있는 4인 가족. 어느 날 가족 모두가 차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가는 도중 갑자기 이상한 폭풍을 맞습니다. 폭풍으로 인해 차는 완전히 망가지고 주변은 폐허가 됩니다. 할머니 댁이 더 가까워서 그쪽으로 걸어가는 도중 어머니는 여동생을 사산하고 사망, 간신히 할머니 댁에 도착했으나 할머니는 핵폭탄이 떨어진 뮌헨에 일이 있어 가 계셨기 때문에 생사 불명이고, 그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정확한 상황은 나오지 않지만 그저 뮌헨에 핵폭탄이 떨어졌고 그 때문에 독일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는 설정인듯 합니다. 누나도 핵폭풍을 정면으로 맞았기 때문에 백혈병으로 사망합니다. 결국 살아 남은 것은 아버지와 아들뿐이었지요. 폭탄이 떨어진 이후 몇 년간이나 어렵게 살아가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간다, 희망은 있다는 내용입니다. 장면 묘사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원폭보다는 체르노빌 사태를 참고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쨌건 제목이 기억 안납니다...;


7. 응? <세상의 모든 딸들> 3권이 야난의 아들 이야기였나요? 1-2권과는 완전히 다른, 외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말입니다.
지금 교보에서 검색해보니 제 기억이 맞나봅니다. 1-2권은 야난의 이야기, 3권은 야난의 부족(아니 혈족이라고 해야하나..)과 관계가 있고 야난과도 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남자아이가 주인공입니다. 양쪽 이야기 모두 결말이 취향이 아니어서 기억하고 있었지요.


8. <전갈의 아이> 내용 소개가 왜 저래요! 입에서 불을 뿜고 싶은 심정입니다. 흑흑흑.. 저것만 두고 보면 온유한 감정 교류 작품으로 보이지만 실제 읽어보면 처절한 자아성찰 및 성장소설이라고요.


9. 으허허. <스핑크스의 저주>도 소개되었군요. 고등학교 때 추리소설이 읽고 싶은데 하도 읽을 것이 없어서 손 댔다가 좌절했던 작품인데 말입니다. 그 때는 셜록 홈즈 완역판이란 것도 없었습니다.-_-y~


10. 초등학교 다닐 때 말입니다, 방학 때만 되면 위쪽에서 내려온 과학 소설과 과학 관련 무슨 서적들을 팔았습니다. 사이즈가 B5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리 두껍지 않았습니다. 방학 동안 과학에 대한 관심을 키우라는 이유였겠지요. 지금에 비하면 천양지차? 과학을 그렇게 강조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여간 그 때 <앞으로 30년>, <앞으로 50년> 등의 꽤 재미있는 미래 예측 책들도 봤습니다. 기억나는 것 중에는 앞으로 30년 내에 "배양 용기에 담긴 고기 세포를 집에 가져가 배양 해서 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는 것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친듯이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로군요. 앞으로 12년 남았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SF 소설도 있었습니다. 위의 목록에서 본 기억은 없는데 대강 훑어봐서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절대 없을리 없거든요.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홈즈-왓슨처럼 세트입니다. 왓슨에 해당되는 쪽은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로, 키가 조금 작고 땅딸막하며 성격이 조금 나쁩니다. 주인공은 엄친아였다고 기억하는데, 그것도 일반적인 엄친아가 아니라 무려 세계 뭐시기 기구의 최연소 의원인가 뭔가입니다. 주인공이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는 방법이 팔에 힘을 주는 거였습니다. 힘을 주면 근육 안에 어떻게 해서 염색인지 문신인지 한 마크가 떠오른답니다.'ㅂ' 제가 본 것은 로봇 스파이를 찾는 것이었는데 모두 인간으로 밝혀진 다음 누가 스파이인지 최종적으로 찾는 방법이 재미있었습니다. 로봇 3원칙의 함정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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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이정도. 이렇게 되면 Happy SF도 사야하는군요. 목록 체크해보고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시작, 2008, 11000원
카와이 치구사, <에스페란사 7(완결)>, 신서관


에스페란사는 정보 따로 빼오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그냥 글로만 적겠습니다.;;

에스페란사는 1-6까지 잘 모아 놓고, 7권을 못구했습니다. 이게 완결권인데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품절된 뒤에야 알았습니다. 서울문화사의 품절은 대개 절판과 이어지기 때문에 다시 나올거라고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품절된지도 시간이 지났으니 지금에야 구하기가 더욱 어렵지요.
(지난주에 북새통 갔다가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몇몇 책들의 앞 권 재고가 빠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S에게 이야기 했더니 혹시 덤핑목록이 풀리는 것이 아닌가 하더군요. 주목하시길; )

에스페란사와 용기단 외전을 같이 주문했는데, 안면이 있는 그 직원분이 책을 검색해보시고는 고개를 갸웃거리시더군요. 둘다 e-hon에서 탐미쪽으로 카테고리가 잡혀 있더랍니다. 으허허허; 특히 표지가 묘한 경우 검수과정에서 잡힐 수가 있기 때문에 교보에서는 의도적으로 이런 쪽 책들의 주문을 꺼린답니다. 뭐, 듣기로는 최근 검수쪽 담당자가 바뀌어서 묘한 표지가 보이면 주문처인 교보에 전화를 한다나요. 어쨌건 교보에서는 책 주문이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ㅂ- 저야 그렇게 심각한 책은 주문하지 않지만요. 아, 다음에 일본갈 때까지 안 나오면 G-Defend 마지막 두 권도 구해와야죠.; 동수사책은 교보에서 아예 주문이 안되어서..

에스페란사의 결말이 어찌되었는지 물었더니 해피엔딩이라 해서 가슴을 쓸어 내렸는데 이렇게 나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놔.......; 끝부분의 그 장면을 보고는 패닉이 되어서 책장을 넘기지 못했는데 2-3번 정도 죽 읽어나가다보니 전개가 이해되는군요. 허허. 게다가 내부 일러스트도 의도적이었다는게 밝혀지고요. 흑..; 그렇게까지 이야기가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카와이 치구사는 한국에 나온 책이 에스페란사 한 권뿐이라 모르는 분들이 많을텐데, 가장 최근 작업으로 알고 있는 것이 영국요이담의 삽화입니다. 영국요이담도 원래 그 삽화에 낚여서 원서로 1권 주문했다가 크리티컬 히트 맞고는 뻗어서 그 뒤로는 손을 안댔지요. 스페셜은 그래도 이야기가 무난했지만 나머지는 어둡습니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읽은지 오래되었습니다. 리뷰를 적는다, 적는다 하고는 까맣게 잊고 이제 올리는 바람에 내용도 가물가물하네요.
작가를 보면 아시겠지만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입니다. 이 작가 책은 시공사에서만 두 권이 나왔습니다. 시리즈가 조금 특이해서,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학생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로 나뉘는데 시공사에서 나온 것은 둘다 학생 쪽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하얀 토끼~는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고요. 어느 쪽이건간에 아리스가와는 보조역, 실제 트릭을 풀어내는 것은 범죄학자인 히무라 히데오와 대학 동아리 부장 에가미 지로입니다.
하얀 토끼~는 단편집인데 구성이나 전개되는 이야기나 <탐정 갈릴레오>가 떠오릅니다. 갈릴레오는 탐정과 형사가 한 팀이고 하얀 토끼는 범죄학자와 소설가 한 팀이지만 단편의 구성이 그래서인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대신 하얀 토끼는 트릭에 중점을 둡니다. 시점이 자주 바뀌며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독자에게도 같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 같은데, 그런 쪽에 신경 안 쓰는 저는 조금 산만하게 보였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처음으로 나온 작가 아리스 이야기니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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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읽고 있는 것은 Happy SF. 으허허허;ㅂ; 어제 마일즈의 전쟁 읽다가 데굴데굴 굴러버린 고로 지금도 아주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마스터.....;ㅂ; 덕분에 책 질러야할 것 같아요.;ㅂ;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얽매인 바보>, 학산문화사, 2008, 5900원
타니 미즈에, <백작과 요정2-3>, 학산문화사, 2007, 5900원
하타케나카 메구미, <나누시 후계자 마노스케 사건 해결집>, 가야북스, 2008, 11000원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아트북스, 2007, 9800원

요즘 무서운 기세로 책을 읽고 있나봅니다. 뭐, 읽을 때와 안 읽을 때의 편차가 있긴 하지만 책 리뷰 올릴 때면 이 책 리뷰 또 안 올렸어라며 좌절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읽는 책의 절반은 라이트노벨이니까...;
(아. 이번 주말에는 잊지 말고 마스터님께 빌린 책 읽어야지요~. 그것도 벌써 3권.;)


백작과 요정은 전권을 다 살 생각으로 읽고 있습니다. 2-3권도 무난무난한 이야기고요. 사보는 이유를 저도 잘 모르겠지만 책과의 파장이 맞는 거라고 생각하렵니다. 주인공의 색이 맞아서 인지도 모르겠지만..-ㅂ-;


문학소녀 시리즈는 처음엔 가벼운 학원물 느낌이더니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절반쯤 왔다는 3권에 이르면 물먹은 솜 수준으로 확 가라앉습니다. 물론 분위기는 발랄하지만 주인공들의 고민에 대한 무게는 엄청난걸요. 특히 주인공 코노하의 과거는 웬만한 수준을 넘습니다. 이게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 궁금하군요. 게다가 아직 문학소녀의 집안 이야기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이쪽도 굉장히 무거운 이야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4권도 예약했으니까 조만간 볼 수 있겠지요.


하타케나카 메구미는 <샤바케> 작가입니다. 손안의책이 아니라 다른 출판사에서 책이 나온걸 알고는 뒤늦게 도서관에 신청했더니 엊그제 G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아참. 회사 자료실에서 책 빌려왔어. 작가가 샤바케 작가던데?"

................뭡니까. 빌려 와서, 그것도 꽤 본 다음에, 뒤늦게 나한테 이야기를 하다니! 빌렸을 때 했다면 도서관에 책 예약 안했지!

어쨌건 그런 이유로 덥석 제가 가로채서 먼저 내용을 봤습니다. G의 책상에는 다른 책도 잔뜩 쌓여 있으니 제가 먼저 본다고 한들 뭐라 하지는 않을겁니다. 하하하. 그리고 어제 들고 가서 다 보고 바로 돌려놨으니 괜찮아요.
역자도 샤바케와 동일합니다. 스르륵 읽어 내려가는데 이거, 뭔가 묘합니다. 한량처럼 보이는 나누시(마을조정관쯤?) 후계자가 대리 역할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라는 것이 주 내용인데 뒷 배경에, 한량이 된 이유로 깔려 있는 것이 연애담이었군요. 게다가 보면 또 금방 압니다. 다만 주변에서 생각하는 것 같은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 뒷부분에 살짝 나오니 다행입니다.
마노스케의 짝이 그 아가씨가 된 것도 독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같은 문제를 겪은 사람이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맨 마지막 마노스케의 생각을 보고는 한 대 발로 차주고 싶었습니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아니 엉덩짝.
최근 나오는 일본 소설 중에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 많으니 서로 비교해가며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김영하의 여행자는 최근에 나온 도쿄편을 예약해두어서 그 전에 앞 편을 볼까 싶은 생각이 들어 빌려왔습니다. 펼치고 나니 왜 앞 권을 안 읽었는지 떠오르는군요. 한국 소설은 손을 거의 안대는데,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에는 해당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 짧은 소설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보지 않았던 것인데 그 사실을 홀랑 잊고 빌려온 겁니다.
김영하씨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예전에 랄랄라 하우스를 읽긴 했지만 그건 짧은 일기글의 느낌이었지요. 소설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무난했습니다. 살짝 추리소설 느낌이 나기도 하고 나쁘지 않군요.
찍은 사진도 작가 본인이 찍은거랍니다. 콘탁스 G1에 대한 이야기도 뒤에서 다루고 있고요.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이 몇 있다 했더니 책 뒷부분에 나온 G1에 대한 설명을 읽고 납득했습니다.
한국 작가 책은 꽤 오랜만에 보는데 이정도면 무난하게 추천할만합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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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리뷰는 아마 켄터베리 이야기가 될겁니다.;


니시키 가호, <서쪽으로 떠난 여행>, 진명출판사, 2003, 7000원


교보문고에서는 현재 절판입니다.llOTL
작년인가, MOE를 보다가 '서쪽 마녀가 죽다'란 제목의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것을 봤습니다. 왠지 내용이 취향인 것 같아 찍어두고 있다가 그 영화가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G가 정보 제공;) 언젠가 찾아봐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런... 책이 절판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도서관에도 없고요. 그리하여 상호대차를 하여 이웃 도서관에서 빌려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옙.
취향이었습니다.
그래서 당황했습니다. 이미 절판이 되어 구하기 쉽지 않은데 이 책을 어디서 구해?란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책 판형도 괜찮고 지질도 취향이고, 다른 도서관에서 빌려온 것이니 쉽게 볼 수 있는 책도 아니라 골치고 말입니다. 어쨌건 취향이었으니 원서를 구해서 볼까라는 느긋한 생각도 있긴 합니다.
내용은 별 것 없습니다.
마이는 등교거부를 하게 되면서 어머니의 어머니-외할머니에게 잠깐 다니러갑니다. 원래 서로 죽이 잘 맞던 사이였는데 잠시 동안 지내면서 할머니에게 마녀 수련도 같이 받게 됩니다. 일견 복잡하거나 라이트 노벨 같은 이야기로 보이지만 오히려 정신수양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 내용입니다. 게다가 자연에 적응해 타샤 튜더보다는 덜하지만 그 비슷하게 살고 있는 할머니였으니까요. .. 그래서 취향이었던 겁니다.-ㅂ-;

영화에서는 또 어떻게 보일까 궁금하기도 한데요 한국에서의 개봉 가능성은 낮은편입니다. DVD로 구하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 있긴 하군요. 어쨌건 책 구입 여부에 대해 다시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
마노스케 사건 해결집이랑 백작과 요정은 내일 올리겠습니다. 이것도 리뷰 적는 걸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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