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빌리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같은 작가의 『엠브리오 기담』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옆에 꽂힌 책을 보고는 호기심에 집었던 겁니다. 퇴근 길 버스 안에서 꺼내 들었는데 단편집이고 연작도 아니라서 읽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곱 번째 이야기까지 읽고 나서는 책을 도로 집어 넣었습니다. 생각 가아서는 던지고 싶었는데 제 책은 아니니까요. 굉장히 뒤끝이 안 좋은 소설입니다.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다른 것보다 재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하거나 가라앉았거나 뒷맛이 안 좋은 소설은 잘 안 봅니다. 한국 근대소설을 안 보는 이유도 동일합니다. 아리랑도 3권까지인가 보았지만 그 뒤로는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대강 손에 잡히다보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더군요. 골치 아픈 것은 인문 사회 과학 서적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 소설은 뒤끝이 안 좋은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 이야기. 야마노테선을 타고 돌면서 다른 사람들이 가방을 놓고 내리기를 기다려서는 기회를 보아 놓친 가방을 들고 내립니다. 현금만 꺼내고 가방은 폐기. 다시 말해 도둑인겁니다. 이 여자가 그렇게 된 계기는 첫 직장에서 실패하고 차츰 내리막길을 걷다 그런 것인데, 결국에는 우는 걸로 끝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동거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 이것도 뒷맛 안 좋아요.

세 번째 이야기는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결혼하기 직전 남자친구가 식장에 있는 걸 발견합니다. 결혼하기 직전까지 저울질 하다가 도쿄대 나온 남자를 고른 터라 다른 친구에게 옷 갈아 입는 사이 하소연을 했는데, 그걸 신랑이 듣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엄마에게 돈을 도둑맞은 딸 이야기. 하지만 결국에 딸이 엄마에게 공감하고 아버지랑 이혼하고 가출하자고 도로 부추깁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남편에게 살해당하기 직전의 여자 이야기. 순정 만화가랍니다.(먼산)

여섯 번째 이야기는 누나가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걸 알고 나서는 소심한 복수를 계획한 남동생이 고양이를 납치하는데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죽으면서 아이는 외려 자신이 그런 거라고 자수하고는 입을 다뭅니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이 경찰서에서 싸우는 가운데, 남동생이 고양이를 유괴할 때부터 상황을 보고 있던 친구가 쟤는 아무 잘못 없다고 나서는 군요. 하지만 소년은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내가 정말로 죄가 없나, 하고.

일곱 번째 이야기는 7년간 불륜 관계였던 남자가, 승진을 위해 불륜녀를 버리고 미국 유학을 선택합니다. 게다가 헤어질 때 아내가 둘째를 원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여자는 소심한 복수로 볼거리에 걸린 걸 알고는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안아달라고 합니다. 둘다 볼거리 백신을 안 맞았다던가요. 남자는 결국 불임.-_-;



읽고 나면 기분이 굉장히 안 좋습니다. 가라 앉아요. 왜 이런 소설을 썼는지를 넘어서 내가 왜 이런 소설을 읽으면서 기분이 나빠야 해?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것이 현대 소설인가 싶기도 하고..? ㄱ-


야마모토 후미오. 『블랙 티』, 김미영 옮김. 창해, 2009, 9500원.

4월에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BL쪽 조아라 선작이  늘었습니다. 그래도 올라오는 것만 꾸준히 올라온다는 변명을 해봅니다.-_- 변명 해봤자 딴짓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건 확실하군요. 하하하.


1.고기먹는카나리아. 『너의 소리를 들려줘』. (44, 완)
BL, 현대물.
소개글을 보면 대강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데, 제가 본 것은 항상 뒷부분만 입니다.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라고 생각해서 그 앞은 아예 안 보았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OTL 하여간 뒤는 꽤 달달합니다. 특히 수가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참...;....
공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설정이긴 한데, 수가 여장을 하거든요. 좋아하지만 주인공은 노말이고, 그래서 여장을 해서 접근합니다. 결국에는 들키고 다 포기하게 되지만 상상할 수 있는 행복한 결말이 됩니다. 외전보다가 달아서 눈물날 뻔했어요. 으어억;
완결은 2012년에 났고, 이전에도 읽었지만 최근 투데이베스트에 올라온 덕에 다시 보았습니다.'ㅅ'


2.몽몽마녀. 『그대라는 바다』. (76, 완)
이것도 BL, 현대물입니다.
이쪽은 제가 아주 즐기는 타입은 아닌데 나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마찬가지로 뚝 잘라 결말부터 뒷 이야기만 보았네요. 하하하. 하지만 제가 좋아하지 않는 클리셰가 상당히 있어서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BL 소설의 여자 등장인물은 악역이거나 동인녀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서는 악역 파트가 많이 등장하더군요.(먼산)
무난하게 볼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런 클리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난감..;


3.bibliopjile. 『비단 두르기』. (62, 완)
BL, 역키잡.
이전에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짧은 단편을 보아서 동양풍의 완결난 이야기란 말에 보았습니다. 사신과 창조주, 거기에 인간이 등장하는데 주인수의 정체가 꽤 재미있더군요. 창조주에 얽힌 외전도 볼만했습니다. 다만 이것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네요.


4.플럼머핀. 『눈의 무게』. (35, 완)
BL.
꽤 현실적인 느낌의 현대 배경 BL입니다. 유학갔다가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회에 갔다가, 얼결에 술취해 신세진 사이에 들러붙었던 모양입니다. 그걸 지적 당하고 보니 약점을 잡힌 셈이 되었고요. 하지만 딱히 그걸로 뭔가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어어하는 사이에 자주 만나게 되고, 그 사이에 ... 이하 생략.
원래 다 그런 거죠.; 다만 그 과정에서 첫사랑을 정리하고, 게이라는 소문이 퍼져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가 그게 또 풀리고. 하여간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일들이 꽤 생깁니다. 결국에는 집에 아웃팅 당하고 동거로 가게 되고요.
결론은 달달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35편이라 그리 길진 않지만 편당 이야기가 길고 빽빽해서 읽는데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현대 BL은 잘 안 보는데 이건 그 중에서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후반부는 몇 번 돌려보았고요.


5.jinyer. 『사랑매듭』.(29, 완)
BL. 판타지?
현대 배경의 판타지입니다. 죽고 나서 보니 어쩌다가 저승사자 견습이 되었는데, 견습이 되고 나서 해야 하는 일이 생전의 친구 혼을 거두러 가는 겁니다. 근데 또 이게 옆에서 사령신이 인연을 엉뚱한 사람과 맺어준 바람에 이걸 해결하러 좌충우돌 합니다. 그리 길지 않지만 딱 일이 시작되고 꼬이고 그게 풀리기까지의 이야기를 맞췄더라고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6.가막가막새. 『우리들의 시간』.(155, 완)
BL. 판타지.
전자책 나왔다는 공지가 올라왔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아하하.;ㅂ; 근데 지금 확인해보니 19금이 아닙니다. 신을 잘라 내셨나?;


7.조기대가리. 『마법같은 이야기』. (39)
BL, 판타지, 학교.
이런 게 제 취향인가 봅니다.(먼산)
모종의 사건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된 에렌은 어머니의 재혼으로 멀리 제국에 가게 된 친구의 제안으로 제국을 거쳐 마법 자치구의 로엘마법학교에 편입합니다. 거기서 우등생이지만 학비가 없어 학비장학금을 위해 노력하는 동급생 셰인을 만납니다. 뭐, BL이니까 예상하던 방향으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그리고 모두가 다 행복하게~.(...)
학교 배경이고, 어떻게 보면 판에 박힌 듯한 타입의 등장인물이지만 분위기가 나쁘진 않습니다. 외전 연재중이지만 지금을 완결로 봐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8.十一月. 『하프스틸』. (79, 완)
BL, 마계..?
이건 수미쌍관..이 아니라, 앞편만 예전에 보았다가 탈력감이 들어 완결만 보았던 소설입니다. 그래서 수미쌍관.; 원래 다른 뜻이지만 대강 몸통은 놔두고 앞 뒤만 보았다는 의미로 썼습니다. 정말 주인공이 엄청나게 고생을 해서 말입니다. 게다가 배경이 마계, 정확히는 지옥입니다. 결말은 열린 결말이지만 외전 두 편이 있지요. 그 외전이 또 절절해서..OTL 이런 쪽도 잘 보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9.맥리르. 『프린세스 인 로맨스: 얼음성의 주인』. (51, 완)
로맨스.
굳이 따지자면 오해형 로맨스입니다.(...) 서로 엇갈리는 주인공들의 감정 묘사가 꽤 괜찮더라고요.
왕녀이긴 하지만 다른 자매들처럼 능력이 특출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고 또 그리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나 이 사람이 내 약혼자인가 했던 사람이 약혼자가 아니라, 다른 무뚝뚝한 사람이 약혼자랍니다. 먼저 보았던 사람은 이미 첫사랑이 되었고, 약혼자에게는 호감이 안 생깁니다. 게다가 무뚝뚝하고 말 없고 굉장히 불친절한 그런 인물이라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집안에도 이런 저런 문제가 있고요.
여주인공은 왜 이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 채,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는 그래도 약혼자와 친해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서로가 헛손질만 합니다. 쌍방 삽질.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을 찾기가 쉽지 않네요. 풀어 쓰자면 서로 가까워지려고 노력은 하고, 마음도 점차 가까워지나, 주변 상황과 서로의 행동에 대한 오해, 거기에 남녀 각각 한 사람이 끼어드니 상황은 점점 안 좋게 흘러갑니다.
그래도 해피엔딩이니 안심하고(?) 보세요.


10.아스티르. 『Deep Gold x Hot Milk』. (198)
Bl, 현대, 할리킹.
이제 200편이 머지 않았습니다. 이야아아. 근데 이쪽이 BB보다 먼저 완결날 것 같군요. 벌써 연극은 끝났고 이제 마지막 향수 촬영 전 해묵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여행 중입니다. 그리고 다른 작품인 플베와


11.둥근보름달. 『차아제국열애사』. (29, 완)
동양풍 로맨스.
29편이지만 다른 소설로 치자면 아마 100편쯤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것도 책 두 권 분량은 나오지 않을까요. 『헤스키츠』의 종이책과 더불어 이것도 완결. 올 여름쯤 전자책으로 나올 예정이랍니다. 예상했던 결말이었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도 꽤 재미있었어요. 작가님께는 죄송하지만, 민주려 같은 메이드가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겁니다. 물론 주인도 마구 부리고 지시하는 무서운 메이드가 되겠지만 이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일도 척척, 가계 관리도 척척, 거기에 스케줄 관리도 척척척 해줄 것 아닙니까. 그야말로 만능 일꾼이지요. 으하하하.;ㅂ; 요 며칠 집안일에 시달려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겁니다.


12.세뉴트. 『희망, 초승달과 일식』.(24)
BL, 판타지, 회귀.
해피엔딩이라는 것만 믿고 보는데 주인공 커플이 최근 편에서 심하게 고생을 해서 말입니다.
그림자로 살았다가 처참하게 죽습니다. 죽고 싶은데 죽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신에게 빌었지요. 자신을 따뜻하게 대한 유일한 인물. 그 사람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입니다. 깨어나보니 어렸을 때로 돌아와 있고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림자로 살 것인가, 죽은 듯 숨어 살 것인가. 이전 생과는 달리 죽은 듯 숨어 살기로 결정하자 전체 이야기가 다 바뀝니다.
현재 연재분까지 봐서는 디위시(수)가 꽤 중요한 인물이 될 것 같습니다. 예전하고는 완전히 판이 바뀔 것 같은데, 무엇보다 주인공의 부군 정체가 뭐냐에 따라 갈릴 것 같습니다. 연재가 조금 느린 게 아쉽군요.


13.키아르네. 『뮈엘라의 수사관』. (142)
로맨스, 판타지, 수사..?
남자주인공은 수사관, 여자주인공(케이트)은 피해자에서 하녀로 전직합니다. 그리고 곧 하녀에서 다른 클래스로 전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머니도 하녀였고 여자주인공도 하녀입니다. 대를 이어 일하고 있는 저택에서 일이 생기는 바람에 결국 같이 엮인 남자를 쫓아 올라옵니다. 무엇보다 고아인줄 알았던 부모님에게도 친척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알았던 것이 크지요. 가서는 다른 저택에서 일하다가 그 집 도련님에게 찍혀서(결론적으로는;;) 뒷바라지를 하게 됩니다. 도련님은 케이트를 좋다고 하긴 하는데, 하는 짓을 보면 정말로 좋아하는 건가 싶습니다. 좋아하는게 아니라 괴롭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 치고 다른 미친 놈(...)보다는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조금 더 진행되면 연애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 같긴한데, 과연 완결 전에 연애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
현재 5부 연재중입니다. 저는 4부까지 읽고 잠시 멈췄습니다. 5부 완결나면 다시 볼거예요. 근데 작가님 휴가중..OTL 7일에 돌아오신답니다. 으흑.;ㅂ;



14.이졸렛. 『유리파편 모자이크』. (27)
그 구역의 미친놈은 옆나라 왕이었군요.-_- 하기야 트집 잡아 전쟁 일으키고 진 놈이니 두말할 나위 있나요. 어떤 면에서는 마리아 테레지아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걸 떠올리면 작가님이 선언한 대로 둘이 달달하고 행복하게 잘 살거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둘다 구르고 있다는 느낌이지만.. 음.. 차츰 나아지겠지요.




물론 이것만 읽었다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87번 관서 시리즈는 다른 책에서 몇 번 언급된 걸 보았습니다. 명탐정 코난(만화) 책날개 부분에 실린 탐정소개에서도 있을 법하지만 기억에는 없네요. 요즘에는 코난 시리즈를 안봐서 그럴 겁니다.
이걸 읽으려고 생각한 가장 가까운 이유는 앞서 리뷰를 올린 『유럽 문화사』2권입니다. 독자들이 소설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바람에, 카렐라가 결혼 한 뒤 바람피지 못하게 작가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내용이 등장하거든요. 뭐, 그러고 보면 에드 맥베인도 이 소설을 쓸 당시에는 첫 아내와 있었다고 하던데...(먼산) 결혼을 세 번 한 모양입니다. 요즘 북스피어 페북에 올라오는 레이몬드 챈들러와는 사뭇 비교되지요. 뭐, 사람마다 성향은 다 다르니까요.

87번 관서는 베이커 가처럼 소설 속에서 존재하는 가공의 공간입니다. 뉴욕의 가장자리와 조금 비슷한 분위기지만 정말 거기가 모델인 것은 아니고, 실제 장소를 취재하려다가 골치가 아파서 새로 만들었다는 후기가 있더군요. 그거야 저자가 하기 나름이지요.

이게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점점 이야기가 확장되는데, 다른 소개를 보면 이 시리즈는 딱히 주인공이 없답니다. 카렐라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다른 소설에서도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시리즈의 다른 소설에서도 이렇게 비중이 큰 건 아닌가봅니다. 번갈아 가면서 주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하니까요. 그렇게 보면 정말로 CSI 같은 경찰 혹은 경찰 관련 수사물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네요. 팀 전체가 주인공이며 각각의 인물이 주인공 일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는, 그런 소설이나 드라마 말입니다.


원제는 COP HATER. 경찰 혐오, 혹은 경찰 혐오자로 번역되는군요. 경찰 혐오로 번역된 책도 있습니다. 제가 읽은 건 황금가지판인데 여기서는 혐오자로 나옵니다.


비슷하게 경찰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 중 뇌리에 깊게 남은 것이 웃는 경관이었나, 북구계 소설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그것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쪽이 훨씬 진지하고, 이쪽은 조금 더 가볍다는 것이 다르겠지요. 아무래도 이 소설이 폭염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또 다르게 느껴졌나봅니다.

소설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어느 날 순찰하던 경관이 총에 맞아 사망합니다. 누가 죽였는지를 찾기 위해 동료 경찰들은 용의자를 심문하고 다양하게 찾아 돌아다니지만 실마리는 찾기 어렵습니다. 각 경찰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순찰을 계속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경찰이 숨지고, 또 다른 경찰이 숨집니다. 이쯤되면 위에서의 압박도 상당하지요. 그 와중에 카렐라는 연애를...-_-;;;


에드 맥베인. 『경찰 혐오자』, 김재윤 옮김. 황금가지, 2004, 9천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카렐라인가본데, 카렐라는 이 때는 아직 연애중입니다. 그러다가 아내가 임신을 하고, 임신한 아내가 아이를 낳고, 아이가 고등학생까지 된다-는데, 작가 본인이 등장인물들이 나이 먹는 걸 못 그린다고 했다던가요. 그래서 애들은 나이를 먹지만 부모들은 여전히 나이가 오리무중이랍니다.; 작가 머릿 속에서는 나이를 먹지 않겠지요. 그 심정 저도 이해가 됩니다.(먼산)


언제 심었는지도 가물가물한데, 아마 지난주 수요일이나 화요일쯤? 28일에 찍은 사진. 싹이 하나 올라왔다. 그리고 요 앞에도 하나 올라와 있는데..




오늘 아침, 5월 1일에 찍은 사진을 보면 더 확실하다. 싹이 세 개다!



작년에는 바질을 심었지만 싹이 하나도 안났다. 작년에 남겨 두었던 바질 씨앗을 그대로 들어다가 다시 심었다. 이 바질 씨앗은 재작년에 혜화동 마르셰에서 구입한 것. 유기농이라던가. 작년에는 바질이 잘 안되는 모양인지, 다른 분도 바질 싹이 안 났다 하더라. 꽃집 하시는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해준 터라 안심했다.(...)
로그 호라이즈는 애니메이션만 아니면 더 좋아했을 텐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쿠로에(...)의 성우가 문제입니다. 예전에 하트 커넥트 사건으로 단단히 찍힌 인물이라 내키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소설은 상당히 좋아합니다. 라이트노벨 중에서 출간된 걸 알면 그 즉시 홍대 가서 사오는 작품이 셋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로그 호라이즌』입니다.


7권은 외전이나 바깥 이야기를 다루는 것처럼 느껴진 6권과 짝을 이룹니다. 6권을 보면 설명이 덜 되었다 싶은 부분이 몇 있지요. 아카쓰키랑 시로에가 만나는 장면입니다. 기억에는 둘 나이가 그렇게 차이나지 않을 것 같은데 아카쓰키가 워낙 동안-로리-이다 보니 5-6세 이상 차이가 날 것 같다는 망상도 듭니다. 아닐 거예요.-ㅂ-; 저야 아카쓰키랑 시로에 커플을 미는 입장이라 다른 아가씨보다 이쪽이 더 마음에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6권에서는 대대적인 떡밥이 하나 나왔지요. 이거 어떻게 풀어 나갈 건가 싶은 정도의 무거운 떡밥. 7권도 만만치 않습니다. 7권의 떡밥은 쿠니에 일족입니다. 6권에서도 이 일족에 대해 잠시 언급이 있었지요. 마법진을 풀기 위해 쿠니에 일족의 힘을 빌리던데 그 일족의 가장 큰 비밀을 어쩌다보니 알게 되었다는 것이 시로에의 상황입니다. 거기에 5권인가에서 잠시 스치듯 지나간 인물 둘도 굉장히 큰 비중으로 다가옵니다. 근데 이것 참. 그 때 보았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 보이네요.


거기에 이번 권이 상당히 마음에 든 건 1권에서 있었던 사건을 다시 다루기 때문입니다. 아니, 1권의 사건과 2권의 사건, 거기에 5권의 사건들까지 아울러 다루어 엮어 내니 그게 또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성격 더럽게 안 좋은 것 같아 보인 누구씨가 현실 세계에서는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게임 폐인 고딩이라는 게..ㄱ-; 그런 고딩이 죽을 힘을 다해, 사력을 다해 외치는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크흑. 열혈 용사를 보는 것 같은데, 그게 또 절절하게 마음을 울리더군요.

다만 시로에 못지 않게 팬티용사(-_-)도 할렘 구축을 하는 거냐 싶어서 말입니다. 아니, 뭐, 마리에랑 거의 공인 커플이 아닌가 싶긴 한데 이번 권에서 졸졸 쫓아다니는 여자가 나옵니다. 물론 이 여자의 이미지는 좋아서 쫓아다닌다기 보다는 팬티용사의 뒤를 이을 훌륭한 신사™고요. 그리고 시로에는 현재 최소한 셋의 호감을 받고 있잖아요? 서풍의 기사단 길드 마스터인 소지로보다야 덜 하지만 그래도 본인이 은근히 뿌리고 다니니까 문제입니다. 작가가 그리 설정한 걸 어쩌겠느냐만...; 아, 그래도 전 꼬리 몇 개 달린 여우도 싫고요, 쿨하지만 작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비서님도 뒤로 밀렸고요, 귀여운 여중생도 아닙니다. 아카쓰키를 지지합니다.///


이번 권은 던전 공략이 중심이기 때문에 그걸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보고 있노라니 손이 근질근질한게 다시 마비노기를 하고 싶던걸요. 그러기 위해서는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해야할 텐데, 지난번에 깔았다가 속도 안나오는 것을 보니 손이 안갑니다. 하하; 뭐, 아예 윈도 8로 업그레이드 할 겸 해볼까요..?



토노 마마레. 『로그 호라이즌 7: 쿠니에의 황금』, 김정규 옮김. 대원씨아이, 2014, 7천원.


국립국어원의 표기에 따르면 아카츠키가 아니라 아카쓰키고, 토노 마마레가 아니라 도노 마마레입니다. 하지만 쓸 때마다 위화감이 상당하네요.
내용 한 줄 요약: 처절하게 망가져라! 나루타마!


할렘 구축은 용서하지 못해! 그러니 넌 망신을 당해야 해!

라고 작가가 일부러 함정을 파놓는 것인지, 본편 내내 주인공 나루타 마이치로는 구릅니다. 앞부터 예상은 했지만 나루타마의 소꿉친구로 매번 골탕 먹이는 회장이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리 없지요. 게다가 4권에서 나루타마가 사고를 조금 쳤습니다. 바로 납작 엎드리긴 했지만 그 타격이 상당했던 지라, 회장은 내내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축제를 맞아 학생회가 메이드 + 집사 카페를 맡아 열면서는 나루타마에게 회심의 일격을 가합니다. 그리고 그 일격을 맞은 채로 얌전히 숨어 있어야 했던 나루타마는 모종의 사건 때문에 그 모습 그대로 전교를 질주합니다. 하하.

이쯤 되면 대강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되실지도요?


이렇게 내용을 적다보면 보통의 학교를 배경으로 한 보통의 라이트 노벨과 다를바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표지도 그런 라이트노벨과 유사하고요. 이번 편 표지는 흑발을 휘날리는 E컵 미소녀라 말입니다. 한데 이 소설의 주 내용은 추리입니다. 이것도 회장이 문제인데, 회장이 심심풀이로 학생회 임원들을 참여시켜 문제를 해결해 주는 어린 양의 모임이 시작이었거든요. 그 어린 양의 모임에서 나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루타마가 억지로 끌어 들인 모 빈유 안경 투덜이가 탐정인 셈이고, 나루타마나 사사하라는 그에 따라가는 보조역이지요. 물론 보조역에 해당하는 주변 인물이 많고, 해결하는 것 중 꽤 재미있는 미스터리도 있으니까요. 저 할렘 구축만 아니면 가볍게 읽을 만 합니다.'ㅂ'


그러니 이 소설을 안 버리고 고이 집에 모셔두고 있는 것이지요. 뭐, 조만간 폐기할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그건 조금 더 두고 볼 생각입니다. 그 전에 「문학소녀」부터 해결을..OTL


간구도. 『어린 양은 길을 잃지 않아 5: 소란을 떠는 양 다섯 마리』, 김소연 옮김. 대원씨아이, 2014, 7천원.


부제에 양 다섯 마리라고 쓴 것은 5권이기 때문입니다. 4권은 네 마리더라고요.


참고로 제 주변에서는 이 소설 저만 읽습니다.(먼산) G도 안 봐요.; 나쁘진 않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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