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리쿠 책 4권을 지난 주에 구입해 어제 다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온다 리쿠는 책 샀던 것도 다 처분했으면서 다시 하나 둘 모으게 되는군요. 이번에 구입한 것은 <나비>, <1001초 살인사건>, <어제의 세계>, <한낮의 달을 쫓다>입니다. 이번 책은 그럭저럭 수비범위 안입니다. 다만 나비는 퇴출 가능성이 높군요. 나비와 1001초는 단편집인데 1001초는 첫 작품이 리세 시리즈의 뒷 이야기인데다 주인공이 제가 꽤나 좋아하는 누구라서 처분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나비나 1001초나 맥은 같습니다. 도서실의 바다와는 느낌이 전혀 다른 단편들입니다. 특히 나비는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를 바로 떠올렸습니다. 그런 느낌의 괴기한 SF 판타지 소설들입니다. 제 취향하고는 안 맞지요. 1001초의 다른 단편들은 그냥 무난한 수준입니다. 1001초보다는 조금 입맛에 맞았고요.

한낮의 달을 쫓다는 시작부분에서 편견 비슷한 것이 생기는 바람에 100% 몰입은 하지 못했습니다. 재미있게 보았지만 그 편견이 워낙 강력해서 말입니다. 편견이라기보다는 잔상이라고 해도 될지 모릅니다. 온다 리쿠는 여행하기라든지 어딘가를 둘러보는 소설을 좋아해서인지, 클레오파트라의 꿈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특정 지역을 무대로 해서 아예 여행을 소재로 잡아 소설을 썼습니다. 예. 보고 있으면 짐 싸들고 여행가고 싶어집니다. 아마 키릴님이 보시면 상당히 타격이 클거란 생각이 드는 그 지역입니다. 그 공간적 배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잔상이 생겼지요. 바로 얼마 전에 G가 사슴남자를 보고 있었단 말입니다. 그 때문에 타마키 히로시에 대한 이상한 이미지에, 그 지역에 대한 묘한 이미지가 남은 터라 이 소설을 보면서도 머릿 속에서는 근엄한 사슴님이 둥둥 떠다녔습니다.
엔딩은 온다 리쿠라기 보다는 미미여사의 화차와 닮았습니다. 아마 이것도 내용폭로에 해당될지 모르지만 어쨌건 엎고 또 엎고 또 엎어서 사람 머리를 마구 두들기는 수법은 여전합니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습니다. 첫비행님이나 아이쭈님, 티이타님은 좋아하실 책이라 생각합니다.'ㅂ'
(맞춤형 도서 정보 제공 서비스~)

어제의 세계는 어땠는가. 어, 구형의 계절과 닮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깔끔하게 잘 떨어집니다. 책 네 권 중에서는 이게 가장 입맛에 맞았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온다 리쿠 특유의 분위기는 덜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여행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데요, 가장 독특한 것은 서술 방식입니다. 2인칭으로 소설을 서술하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소설 구조도 꽤 독특하고요. 하기야 온다씨는 가끔 보면 온갖 소설 형식을 실험하는가 싶기도 하잖아요.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도 그랬고요. 맨 마지막 부분은 사람에 따라서는 사족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납득했습니다. 아마 이 소설을 마음에 들어한 것은 그 설정과 비밀의 풀이 때문일 겁니다. 살인 사건 해결 말고 마을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1001초의 첫 번째 단편에서도 뭔가를 발견했더랬지요. 습지에 있는 그 사립학교에 대한 묘사에서 선주민들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어디서 많이 본 표현인데라고 생각했더니 네크로폴리스였군요. 그러고 보니 그것도 산다 산다 생각만 하고 아직 못샀습니다. 서가가 빌 때까지, 아니면 새로 서가를 들일 때까지는 참아야죠.


그리고 어제, 홍대에 간 김에 총판에 들러 책을 봤습니다. 3월의 라이온이 나왔더군요. 허니클로 작가인 우미노 치카의 신작입니다. 원작 표지를 보고는 어두침침하게 생긴 애다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굉장히 어두침침합니다. G가 먼저 보고는 내용이 무겁다고 했는데, 내용 자체보다는 주인공의 성장 배경이 굉장히 무겁게 이야기를 짓누릅니다.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성장만화에 가까울 것 같은데, 만약 이게 연애로 흘러버리면(삼각 이상으로-_-) 굉장히 열 받을 겁니다. 지금의 분위기를 잘 이어줬으면 합니다.

보고 기겁했던 책 중에는 사이토 치호의 신작도 있었습니다. 신작이 나왔다는데 깜짝 놀라고 그 주제가 피겨라는데 또 놀랐습니다. 으허허. 하지만 왠지 손이 안가는걸요.; 그냥 머스킷티어 루주나 한 권 더 사올걸 그랬나 싶습니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이것도 읽을 거리가 마땅치 않아 2권을 집어 들었는데-1권은 예전에 샀음;-이게 의외로 골때리네요. 1권에서는 가볍게 나가던 분위기가 2권에서는 굉장히 복잡한 설정으로 전개됩니다. 이야기가 무거워졌다거나 암울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용된 소재가 어렵습니다. 읽으면서 머리가 팽글팽글 돌지만 그게 또 매력이라는게 웃기죠. 아하하. 그래서 3권을 또 사들고 왔다는 이야깁니다.



날림 작성한 책글은 이걸로 끝! 낮에 보고서 얼추 끝냈다고 신났습니다. 그 기세를 몰아 마비질을 조금 하고 다시 보고서 손 봐야지요.+ㅅ+

시간이 있다면 당장에도 보고서를 달려야 하건만, 어째 <얼음나무 숲>을 달렸습니다?
그리고는 넋이라도 있고 없고 한 편을 찍었지요. 어, 읽는 동안에 넋이 나가 있었으니 하는 말입니다. 책을 손에서 놓기 쉽지 않아요. 실제본이었다면 당장에 뜯었을 것을, 실제본도 아닌데다가 지질도 마음에 안들고.(투덜투덜) 구입 예정이 있는가는 참 미묘합니다.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고요한테 너무 감정이 이입되었거든요. 흑...
더이상 미루면 안됩니다. 나중에 다시 쓰더라도 짧은 멘트를 남기죠.

지난 주말에는 판타지 소설만 탐독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 일곱권인가를 한 번에 빌리면서도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왜이리 판타지 소설이 끌린다냐라고 말입니다. 거의 대부분은 다 보았고 아직 <은빛나무 숲>이 남아 있습니다. 이건 아껴 보는 중이고요.

<얼터너티브 드림>: 김보영씨 단편이 궁금해서 빌린 책. 호불호가 상당히 갈렸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영도씨 단편. 어, 이영도씨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저는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제쳐두었는데 어째 그 단편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요. 할머니의 입담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김보영씨 단편은 다른 책에서 본 것과도 닮아 있습니다. 究極. 극을 연구하는 .. 아니 求일지도 모릅니다. 극을 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요. <멀리 걷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장 연장자로 추정되는 모씨는 애초에 편견을 가지고 읽기도 했지만 내용 자체가 SF적인 분위기와는 아주 멀어서 갖다 집어 던지고 싶었습니다. 제가 매긴 평점이 깎인 대부분의 이유가 그거였지요. 그리고 표제작도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취향에 안 맞다 못해 상당히 싫었으니, 나머지 이유는 거기 있었지요.

<문학소녀와 달과 꽃을 품은 물의 요정>: 문학소녀 6권. 완결이 어떻게 날지 보여주고 7-8권을 시작하는구나 싶습니다. 근데 7-8을 보고 나면 책 안 살 것 같아요. 나중에 화보집이랑 6권만 살지도? 전 츤데레 아가씨가 싫거든요.-ㅂ-; 갈래머리 아가씨가 제일 좋더랍니다.

<마법의 크리스탈><은색의 강> <하플링의 보석>: 아이스 윈드 테일 트릴로지. 종족간 혼혈은 노새라고 주장하는 바, 이것은 사도요! (...) 룰북에서는 유사인간종족간의 생식이 가능하여 2세가 만들어진다고 할지 몰라도, 제가 기억하는 한 드워프와 엘프의 커플링은 없었습니다. 오직 인간만 유사인간종족과의 생식이 가능한가 봅니다. 왠지 그런 관점에서 보고 있자니 참. 드리즈트의 회상록을 보면 짝은 없는 것 같은데 여기서는 슬며시 분위기가 돕니다. 다음 편이 더 있는 것 같은데 나오려면 멀었지요.ㅠ_ㅠ

<겨울성의 열쇠>: 갑자기 민소영씨 책이 보고 싶어져서 검색하다가 겨울성의 열쇠가 도서관에 있는 것을 보고 맨 마지막 권만 한 권 달랑 빌렸습니다. 그래도 내용 파악하고 이해하는데는 문제 없습니다. 마음에 들어서 이 책만 주문해서 구입했습니다.(어?)

<검은 숲의 은자>: 사실 검은 숲의 은자 마지막 부분이 보고 싶어서 빌리러 갔다가 겨울성의 열쇠도 찾은 거랍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과 엔딩이 조금 달랐습니다. 연재본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는데 책으로 내면서는 기억을 지웠군요. 풉. 그 말싸움도 은근 재미있었는데 말입니다?

<홍염의 성좌>: 겨울성의 열쇠를 사면서 얼결에(?) 마지막권만 구입했습니다. 근데 이쪽이 더 헷갈리네요. 전체 다 읽어보았는데도 또 헷갈리는 이유는?;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2>: 엔딩만 보고 싶었습니다. 달큰한 판타지가 땡겼어요.-ㅂ-

<동기>: 이건 보다가 도중에 덮었습니다. 요코야마 히데오 책인데 단편들이 상당히 찝찝합니다. 입맛이 써서 보다가 말았습니다.

<신데렐라 티쓰>: 끊어지지 않는 실의 작가 책이라 덥석 물었습니다. 이것도 생활속의 추리입니다. 재미있었지요.

<루피너스 탐정단의 당혹>: 왠지 분위기가 <청년들을 위한 독서클럽>을 닮았네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 작가의 최근작이 이글루스 밸리에 자주 올라오기에 궁금해서 빌려보았습니다.
집에 왔더니 책상 위에 택배가 있습니다. 이름을 아무리 봐도 아는 이름이 아니고, 최근에 지른 것은 커피뿐인데 그건 이미 도착해서 잘 마시고 있고. 들어보니 묵직한 것이 책 같은데 책은 주문한 일이 없고. 이거 이상한 곳에서 체험상품이라도 떨어진건가 싶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박스 오픈. 그리고 확인한 직후 장소를 옮겨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ㅁ-


주소야 안 지워도 될 것 같..... (설마 보이진 않겠지요?)
박스를 뜯은 다음에 사진을 찍은 거라 옆구리(원래는 윗부분)은 열려 있습니다.



보고는 바로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요일의 도서전 모임에서 '월요일쯤에 도착한다고 하는걸요'라는 키릴님의 이야기를 들었더랬지요. 하얀 늑대들 완결권까지가 한꺼번에 도착한 겁니다.



박스를 개봉하고 나서야 이걸 봤습니다. 상자 바닥 부분을 개봉한 셈이라 마크도 거꾸로 찍혔지요. 요즘 제 책상 위가 조금 지저분해서 박스를 제대로 돌려볼 자리가 마땅치 않았거든요. 아무래도 이번 주말에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토요일의 위기가 무사히 지나간다면 제대로 할 마음이 들겠지요. 하.하.하.



꺼내 보았더니 안에는 카드도 있습니다. 호오. 로일. ... 근데 이 청년이 누구더라. 아, 천재 검사. 커플이라 이미 논외였는데 기왕이면 제이메르가 낫...(거기까지) .. 그러고 보니 하얀 늑대들 중에서 솔로는 쉐이든 하나인가요? 나머지는 다 커플이었지. 으흐흐. 외전에서의 장면들까지 더블로 떠오르니 염장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이중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는 생각보다 적지 않던가요. 커플척살단도 아니고 이것 참 미묘합니다.



맨 왼쪽은 노트랍니다. 그냥 통째로 노트. 보고 있자니 손이 근질근질한 것이 하나하나 다 분해를 해보고 싶지만 참습니다. 솔직히 전 이전 버전이 더 취향일 것 같아서 놔두고 있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엔딩 부분만 확인했는데 가슴이 저려서 차마 못 읽겠습니다.



뒤집어 보면 패스포트가 있습니다. 유효기간이 1년인가본데 그럼 유효기간 연장을 위한 무엇인가가 그 뒤에 있을라나요. 그 다음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여지가 있으니 기다려봅시다. 이전판과 개정판의 최대 차이는 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속작의 여지말입니다.

저 패스포트의 역할에 대해서는 트랙백한 글에 관련 이야기가 있으니 잘 생각하고 주의깊게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자아. 저는 다시 고민에 들어갑니다. 책 12권을 몽창 붙여서 다시 만드느냐? 그것이 문제로군요.'ㅂ'
세노 갓파, <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 김이경 옮김, 서해문집, 2008, 12900원
고솜이, <수요일의 커피 하우스>, 돌풍, 2008, 9000원
시마다 소지,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09, 12000원
올리버 색스, <엉클 텅스텐>, 바다출판사, 2004, 11800원, <화성의 인류학자>, 2005,  바다출판사, 13800원
차유진, <청춘남미>, For Book, 2009, 13000원
김훈태,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북노마드, 2008, 13000원
비키 아처, <마이 프렌치 라이프>, 북노마드, 2007, 13800원
비키 마이런, <듀이>, 갤리온, 2009, 11000원
조앤 플루크, <퍼지 컵케이크 살인사건>, <블루베리 머핀 살인사건>, <설탕 쿠키 살인사건>, <레몬머랭 파이 살인사건>, <복숭아 파이 살인사건>, 해문, 2006-2008, 10000-11000원


이번에도 많이 밀렸습니다. 책이 많은 이유는 조앤 플루크의 코지 미스터리(30대 미혼 여성이 주인공인 가벼운 추리소설이랍니다; 칙릿과 같은 종류의 장르 구분인가요..)를 대량으로 빌려 읽어 그렇습니다. 뭐, 그 사이에 읽은 책이 더 있긴 하지만 어떤 책이었는지 잊은 관계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까 합니다.-ㅁ-;;


조앤 플루크의 추리소설 시리즈는 갓 나왔을 때 첫 번째 책인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을 보고는 완전히 손을 놓았습니다. 첫 번째 책이 2006년에 나왔는데 그 사이 꾸준히 나온 모양이군요. 주변에 제 책 취향과 꽤 많이 겹치는 분이 가장 최근 시리즈 두 권을 찾아 보시기에 저도 궁금해서 다시 빌렸습니다. 재미 없으면 책 속에 있는 레시피 찾아보는 셈치고 그냥 빌린 거죠. 그런데 이 책이 은근히 중독이더랍니다. 처음에 제목이 마음에 드는-정확히는 제목에 나오는 디저트가 마음에 드는-두 권을 골라 빌려보았는데 그 다음에 도서관에 가서 나머지 시리즈를 네 권 더 빌려왔습니다. 첫 책은 기억이 나지도 않지만 다시 보고 싶은 생각도 없고, 딱히 보지 않아도 이야기는 연결되니까 그냥 중간 권만 보고 있는 셈입니다.
기본 패턴은 살인 사건 발생, 주인공의 자체 조사, 사건 해결로 넘어갑니다. 이 작은 마을에 왜이리 사건이 많이 터지나 싶긴하지만 그냥 넘어갑니다. 세인트 미드도 바람 잘 날 없는 마을이었지만 이런 강력사건이 많이 발생하진 않았습니다. 미스 마플의 일생 동안 발생한 건 수와 몇 년 사이에 레이크 에덴에 발생한 사건을 비교하면 엄청난걸요.
이 책이 중독적이라고 한 것은 쿠키에 대해서도 해당됩니다. 다이어트 할 때는 절대 봐선 안되는 책으로, 보고 있는 동안 코 끝에서 버터와 설탕냄새가 떠나질 않습니다. 요요현상에 지대한 공을 세우는 책이므로 보실 땐 주의가 필요합니다. 덧붙이자면 보고 나면 꼭 제과점에 가게 됩니다. 하하하..

<마이 프렌치 라이프>는 최근에 나온 칼라 컬슨의 책을 검색하다가 나와서 빌려보게된 책입니다. 이전에 칼라 컬슨의 <이탈리안 조이>를 보고 꽤 마음에 들어서 그 뒤에 나온 책 두 권도 빌려 보았는데, 재미 없습니다. 사진은 많지만 마음을 잡아끄는 사진은 아니고 글도 미지근합니다. 그냥 모 유명 잡지들을 넘겨보는 느낌이더라고요.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는 한 달간 휴가를 내고 교토에서 정주자로 살다 온 이야기입니다. 스타벅스에 갔다가 비치된 책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도서관에서 찾아보았는데 역시 미적지근합니다. 사진이나 책 편집, 디자인 등은 굉장히 멋지지만 글이나 내용이 못따라갑니다. 사실 책을 보고는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 수준의 글을 기대했거든요. 밀고 당기는 글 맛이 있는 글이 떠올랐던 겁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실망감이 한층 더 했습니다.
보고 있자면 괜히 짐을 싸들고 여행을 가고 싶어지니 주의가 필요한 책입니다. 글에 실망해서 그런 생각이 미처 들지 않았다는게 이런 때는 다행이네요.

<듀이>는 도서관 고양이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에게도 추천하지만 그보다는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의 필독서로 꼽아도 될 정도입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려면 이정도의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사서가 되는 방법이 어떠한지를 살짝 보여주고 있고 미국의 도서관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기에 유학이나 타국의 공공도서관 현황을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러고 보니 앞서 소개한 조앤 플루크의 추리소설에서도 도서관은 단순한 책 창고가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체입니다. 한국하고는 방향이 상당히 다르지만 그렇게 된 것은 국가(혹은 국민) 색의 차이가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의 지역 공동체 구심점은 왠지 노인정이나 반상회란 느낌이라...

<수요일의 커피 하우스>는 한국 소설입니다. 제목에 홀려 빌린 책인데 그만큼 재미있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홍대를 자주 놀러가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볼만한 이야기지만 뭔가 남는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보고나면 훌훌 내용이 날아가는 그런 책이네요. 주인공과 친구의 관계는 꽤 인상 깊었지만 저는 중심 이야기를 카페 운영쪽에 두고 보았던데다 주인공의 대학생활이 제 생활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어서 공감이 안 갔던겁니다. 제게 자체휴강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이렇게 대학 생활하면 학점이 어떨까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엊그제 본 백귀야행도 미묘. 어... 일본의 대학생활은 이렇게 무섭습니까?;)

<청춘남미>는 차유진씨가 이전에 낸 요리책을 굉장히 좋아해서 그 다음에 또 나온다길래 빌려본 겁니다만 미묘합니다. 요리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걸 기대했는데 기대한 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게 볼만한 남미 여행기이고 먹는 이야기도 다른 책에 비해 많은 편입니다. 엉뚱하지만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기억하는 것은 책 후반부에 나오는 국제협력단 봉사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던 터라 실제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부럽기도 하고 해보고 싶기도 하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복잡미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남미여행기는 거의 찾아보지 않아서 비교 대상이 없지만 제가 읽은 보통의 여행기와 비교하면 잘 쓴 책에 속합니다.  블로그 여행기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왔던 때보다는 훨씬 나은거죠.

올리버 색스의 책은 먼저 <엉클 텅스텐>을 추천받고는 도서관에 다른 책이 더 있나 찾아보다가 <화성의 인류학자>도 같이 빌린 경우입니다. 엉클 텅스텐은 올리버 색스의 어린시절 실험일기로 자서전에 가까운 이야기 일지도 모릅니다. 자서전이라기엔 어린 시절에서 이야기가 끝나는데다, 실험일기와 함께 등장하는 것이 19세기의 과학발전사라서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사고뭉치 올리버의 실험일기와 이를 통해 바라보는 19세기 과학발전사라고 해야할까요. 과학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 아저씨 글이 은근 취향이라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화성의 인류학자>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비슷하게 임상 보고서 식으로 쓴 책입니다. 그런 고로 <아내를~>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단, 예전에 나온 책이라 판형이나 편집은 최근에 나온 책만큼 좋진 않습니다. 두께도 있고 해서 손대기 조금 겁나는 책이지요. 저야 받아 들고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세노 갓파의 여행기는 <청춘남미>와 바로 이어 쓸까 하다가 떼어냈습니다. 책 감상을 쓸 때는 가장 괜찮았던 책을 뒤로 미루었으니 이번에도 그래야지요. 이번에 본 여행기 중 가장 멋집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멋집니다. 하하하;
사진은 단 한 장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사진 따위는 필요 없다! 내게는 펜이 있을 뿐! 이란 포~~~스를 팍팍 풍기는 책입니다. 이전에 나온 책도 마음에 들어서 집 책장에 잘 모셔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고 있는데 이 책도 참 멋집니다. 역자 후기를 보면 이전에 서해문집에서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을 내면서 이 책도 같이 준비했는데 출판 계약의 문제로 출간이 아주 늦어진 모양입니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여기저기를 스케치하고, 저자가 겪은 인도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내용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책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글보다 그림이 맛입니다. 그림을 보고 있자면 입이 떡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요. 그림 때문에라도 추천합니다. 하하하...
게다가 최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다보니 <펜 끝으로~>에서 등장한 소품들이 이 책에 등장합니다. 그럼 그 책보다 먼저 나왔나보다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후기를 보니 1984년에 나온 책이랍니다. 20년도 전에 나온 책인데도 시간의 간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무섭습니다. 이만큼 충실한 인도 여행기는 찾아보기도 힘들지도.. 최신 정보가 아님에도 인도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 보이니까요. 아니, 최근에 들리는 인도정보가 여기서 그리 크게 변하지 않은 것도 있고 말입니다? 인도에 아주 많은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자주 정보를 찾아보진 않았지만 말입니다.
1984년의 한국과 2009년의 한국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테지만 1984년의 인도 생활 그림과 2009년의 인도 생활 그림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크게 변했을 것 같지 않아서 그렇지요. 무엇보다 여기서 보여주는 것은 관광지 주변, 유적, 시장 생활이라 그런걸까요. 최근에 인도에 다녀온 분이 있다면 꼭 읽어보고 비교 감상을 올려주세요. 친구 K가 인도에 다녀온 것도 한참 되었지만 음... 책을 읽고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은 시마다 소지가 장식(?)합니다.
<기울어진 저택의 살인>. 이건 읽은지 몇 주 된 책입니다. 아까워서 아껴보다가 보는 것이 늦었고, 거기에 리뷰 쓰기까지도 시간이 걸렸으니 그렇습니다. 살인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트릭이 참으로 기기묘묘합니다. 어허허; 시마다 소지의 다른 책들도 비슷하지만 살인 방식이나 처리 방식은 참으로 독창적입니다. 근데 그게 역으로 단점이 될 수 있고요. 너무 독특해서 현실감이 떨어지니까요. <용와정 살인사건>하고 느낌이 꽤 닮아 있지만 역시 다릅니다. 이전 책과 달리 여기서는 미타라이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참여하는 파일로 반스나 엘러리보다 비중이 훨씬 적습니다.
함정이 여러 군데 있지만 결말-그 후 이야기에서는 약간 맥이 빠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아이쭈님이랑 티이타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ㅅ+
R.A. 살바토레, <다크 엘프 트릴로지 1-3>, 유지연 옮김, 서울문화사, 2008, 9000원
앤 맥카프리, <퍼언 연대기 1-3>,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07, 각 권 12800원, 13800원, 14800원


서지사항을 적다보니 퍼언 연대기 책값이 권 당 1천원씩 올랐군요. 하지만 책 두께를 생각하면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1권이 542쪽, 2권이 670쪽, 3권이 782쪽. 종이가 가벼워서 그렇지, 이게 <우울과 몽상>같은 종이로 나왔으면 충분히 무기가 될만한 두께입니다. 거기에 세 권 도합 2천쪽 가까이 되니 모방범보다도 두껍군요. 종이 차이가 있고 편집 차이가 있어서 분량 비교하기는 적당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퍼언 연대기가 읽기 편했던 것을 생각하면 편집도 나무랄데 없습니다.

퍼언 연대기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와우북페스티벌에서였습니다. 북스피어 부스에서 3권 세트를 싸게 팔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제목이 부담스럽고 책 두께가 부담스러워 집어들지는 않았습니다. 뭐, 이날 집어든 책이 단 한 권도 없긴 했지만 말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내놓은 제 취향의 책들은 이미 다 구입한 뒤였거든요. 하하;
그 다음에 만난 것은 알라딘의 50% 할인 목록에 올라 있다는 것이었고 그와 관련해 북스피어 블로그에 글이 올라왔다는 것을 이글루스 밸리에서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 구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이 날 퍼언 연대기 3권에 다크엘프 트릴로지 3권까지 총 6권을 빌려 왔습니다. 오늘 반납하려고 들고 왔는데 무게가 만만치 않네요. 하.하.하.

퍼언 연대기에 대해 북스피어 편집부는 '자신만만하게 내놓았지만 생각한 만큼 팔리지 않은 책'이라 했습니다. 1권을 읽어 나가면서 왜 이런 책이 전혀 팔리지 않았을까라고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1권을 다 읽은 뒤에는 나름 그럴만하다 생각했습니다. 참 이상한 책입니다. 읽으면서 왜 팔리지 않았을까 궁금하게 여기는 생각과, 왜 안 팔렸는지 이해할만하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으니 말입니다. 책 자체는 흥미진진하고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뭐, 번역자의 말 대로 SF ***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개되는 이야기는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모험이 있고 활극이 있으니까요.(어?) 하지만 테메레르가 떠오르기도 하고 석기시대의 아일라(이거 번역 제목이 따로 있는데 뭐더라...;)가 떠오르기도 하고 참 미묘합니다. 읽으면 재미있긴 한데 다 읽고 나서는 왠지 손이 안가요. 손이 안가서 다음 권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하다가도 어느 새 정신을 차려보면 다음권을 붙잡고 읽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다고 절규하다가 간신히 책을 내려놓고 그날의 할 일을 합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이...........lllOTL


일단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중에서 이 책이 취향에 맞을 것 같다는 분을 찍어보면 티이타님과 첫비행님입니다. 근데 두 분께 추천하는 포인트가 전혀 다릅니다.; 티이타님께는 이 책이 SF ***이기 때문에 추천하고 첫비행님께는 테메레르와 유사한 분위기에 비행을 중심으로 하고 해서 추천합니다. Kiril님은 보고 계신다니 따로 또 추천할 필요는 없겠지요.

테메레르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한 번쯤 추천할만 하지만 테메레르의 재미와 퍼언 연대기의 재미는 방향이 꽤 다릅니다. 테메레르가 잘다는 느낌이면 퍼언은 조금 굵직하다는 느낌. 배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릅니다. 테메레르는 근대에 가까운 사회지만 퍼언은 중세입니다. 종교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봉건사회에 가까우니까요. 그런 사회가 근대를 뛰어넘어 현대로 가려는 분위기라는 점도 재미있긴 하지요.

내용부분에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면, 퍼언 연대기는 각 권의 주인공이 다릅니다.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가지고 있고 1권부터 3권까지의 이야기가 연속하고 이전 권의 등장인물들도 자주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있긴 하지만 중요도는 각 권 주인공들 모두가 비슷하다고 할까요. 아, 그리고 등장인물말고 등장龍물도 은근 중요합니다. 그러고 보면 전체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인간이 아니라 용이군요. 어,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은 없긴 하지만 청동 드래곤  모씨가 가장 취향입니다. 청동 드래곤 중에서는 가장 자주 등장할거예요. 인간 중에서는 느톤 정도..?



다크 엘프 트릴로지는 아주 무난한 영미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런데 다 읽고 났더니 부작용이 하나 나타납니다. 마비노기에서 키우고 있던 엘프를 은색 머리칼에 검은 피부, 그리고 보라색 눈을 가진 다크 엘프로 환생시키고 싶어지는군요. 주캐릭터가 인간이기 때문에 엘프는 장작 패기 겸 낚시용으로만 쓰고 있긴 한데 말입니다. 괜히 전사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들면서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은 알지만 도전해보고 싶어지더군요.

최근에는 한국 판타지 소설을 안 읽어서 다크 엘프가 주인공인 소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본 판타지 소설 중에는 거의 유일하게 다크 엘프가 주인공인 판타지입니다. 게다가 영미 판타지다보니 분위기가 꽤 많이 다릅니다.
미즈노 료의 로도스도 시리즈 중에 다크 엘프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크리스타니아의 외전쪽으로 나왔던가. 그쪽은 다크 엘프 아가씨로 전형적인 글래머 아가씨인데 이쪽은 남자 다크 엘프입니다. .. 음, 파티 내 구성원으로 남자 엘프가 주요 인물이었던 판타지 소설이 있었나 뒤지고 있는데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도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드래곤 라자도 엘프 여성, 로도스도는 말할 것도 없고. 남자 엘프가 인간 여성과 맺어지는 이야기가 있나요. 내 마누라는 엘프도 엘프 아내, LMK도 사모님(스승님의 배우자)이 엘프, 어, 비상하는 매에서는 주인공이 예전에 어떤 엘프 남성과 연인(인지 단순 파트너인지)으로 지냈다가 그 딸래미한테 눈총을 받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중심 파티에 참가한 쪽은 엘프 여성입니다.

이야기가 조금 엇나갔지만 다크 엘프 트릴로지는 꽤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책도 한 번 손을 대면 떼기가 쉽지 않습니다. 판형이나 두께, 표지 등이 양산 판타지나 무협지와 비슷한 느낌으로 나왔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다릅니다.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많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도 재미있고요. 그래서 시리즈 다음 편인 아이스윈드테일도 도서관에 신청했습니다.
룰북에 충실한 이야기라 고정이미지-편견이 강하게 만들어진다는 것이 마음에 안들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거죠. 백과 흑, 빛과 어둠으로 정확히 선악이 갈려 있는 세계니까요. 그러니 다크 엘프 트릴로지 같은 이야기도 나올 수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색으로 편이 갈리는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말입니다.'ㅂ'

정통 판타지 느낌이니 마스터님, 듀시스님, 키릴님께 잘 맞을겁니다. 다른 분들도 관심 있으시다면 읽어보세요.

간단히 내용을 요약하면 정통 惡을 표방하는 다크 엘프 종족에 돌연변이가 하나 태어나서 가문 여럿 말아먹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근데 이 녀석 속을 들여다보면 초콜릿으로 코팅한 하이엘프 수준이라, 겉의 코팅만 보고 덤벼들거나 배척하는 존재들 때문에 꽤 고생을 합니다. 게다가 주인공 보정이 있으니 물론 고생은 하지만 죽지는 않지만 스토커도 따라붙습니다. 피부색과 기존 편견을 뿌리치고 그가 영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전체 시리즈고 다크 엘프는 그 첫 번째 이야기 라는데 뒷 이야기들도 계속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근데 출판사를 보면 나오더라도 오래 기다려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마지막은 따로 글쓰기엔 내용이 부족한 사진 하나. 따끈한 스콘에 딸기잼 듬뿍 발라 먹고 싶어요.;ㅠ;
커피사러 + 사진 찍으러 나가기 전에 후다닥 글 올립니다.'ㅂ';

몇 주 전 일요일의 사진입니다. 제과제빵신이 오셨다는 이야기는 얼마 전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요. 그 결과물이 비스코티입니다. 재료가 제일 간단하고 만들기 쉬워서 제과신만 오셨다 하면 비스코티를 만듭니다. 버터가 들어가지 않는 비스코티를 만드니 나머지 재료는 집에 항상 있거든요. 밀가루, 달걀, 설탕, 가끔은 견과류. 만들기 전날 코스트코 가서 아몬드 한 봉지를 사올까 말까 계속 고민하다가 말았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비스코티 구우면서 또 후회했습니다. 또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일주일 전에도 코스트코 가서 아몬드를 사올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내려놓고는 다음날 비스코티 구우면서 다음에는 아몬드를 꼭 사오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만에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 겁니다. 하하. 하지만 막상 가서 가격을 보고 부피틀 보면 눈물을 머금고 돌아나올 수 밖에 없지요. 환율 상승으로 아몬드나 견과류 가격이 확 뛰는 바람에 손이 안간단 말입니다. 비스코티에는 뭐니 뭐니 해도 아몬드가 들어가야 제 맛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비스코티가 아몬드 비스코티지요.


이날은 가장 간단한 비스코티를 만들었습니다. 밀가루 무게 5%를 빼고 그만큼 무가당 코코아 가루를 넣어 만든 코코아 비스코티입니다.


안에 구멍이 큰 것은 반죽하고 나서 성형할 때 공기가 다 안 빠져서 그렇습니다. 모양을 잡아주면서 반죽을 탕탕 내리치면 조금 낫긴 한데 반죽이 끈적하다보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뒤로 보이는 것은 생협 번개 때 빌려온 책들입니다.


책뿐만 아니라 커피도 있습니다. 맨 왼쪽이 Peet's 애니버서리 블랜드, 그 옆이 스타벅스 과테말라. 그리고 오른쪽에 쌓인 것이 이날 빌려온 책과 제 책들. 아빠는 요리사 102권만 제가 구입한 것이고 나머지는 다 빌려온 책입니다. 아직 못 읽은 책도 있어서 그건 다음에. 이번 모임에는 만화책부터 반납해야겠군요.



오늘 아침에는 열심히 커피를 들이 붓고 있습니다. 기다리던 택배가 어제 도착해서 사진도 열심히 찍었으니, 다음주 중으로 글 올리겠습니다. 자, 슬슬 커피 사러 나가볼까요~.

제목에 올라간 책 순서는 무작위입니다. 점과 선을 넣었다 뺀 것은 할 말이 상대적으로 덜해서였다고 해두지요. 추천할 만한 책으로 올라간 것은 다카페 일기 정도? 나머지 두 권은 제가 특별히 추천하지 않아도 다들 찾아서 보실테니 말입니다.(아마도..)


마쓰모토 세이초, <점과 선>, 강영길 옮김, 동서문화사, 2003, 9800원
쉐리 콘웨이 어필, <엄마가 딸에게 멋진 삶을 위한 지혜와 충고>, 권진욱 옮김, 오늘의책, 2000, 5500원
조선희,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노블마인, 2008, 13800원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녹색은 위험>, 이진 옮김, 시작, 2009, 11000원
모리 유지, <다카페 일기>, 권남희 옮김, 북스코프, 2009, 15000원


<점과 선>은 미미여사가 책임 편집을 맡았다는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선집의 구입 여부를 확정짓기 전에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서 골라 읽어본겁니다. 동서 미스테리 북스로 꽤 여러 권이 나와 있는데 뒷면을 보고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덜 암울할 것 같은 책으로 골랐습니다. 모래그릇이나 다른 한 권(제목을 잊었습니다)은 분위기가 상당히 어두워 보여서 말입니다. 읽고 나서 알았지만 <점과 선>은 장편이 아닌 중편입니다. 두 개의 소설이 실려 있더군요.
북스피어의 블로그에서 미미여사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라 불린다는 글을 보고는 어떤 타입같다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생각한 그대로입니다. 사회적 배경을 뒤에 깔고 있는 심각한 이야기들이 주 내용입니다. 딱히 탐정이라 할 만한 사람이 등장하지도 않고 경찰이나 사건 관계자가 진상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입니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 요코야마 히데오도 떠오르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작은 사건에 대해 조금씩 범위를 좁혀가며 보는 사건 조사형 소설이라고 하면 마쓰모토 세이초는 사건이 아니라 그 사회적 배경이나 관련 이야기들이 함께 움직입니다. 미미여사의 책 중에서는 <화차>, <이름없는 독>, <누군가> 등이 그런 타입이곘지요. <스텝파더스텝>이나 <쓸쓸한 사냥꾼>은 요코야마 히데오씨의 분위기와 더 닮아 있다고 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미미여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보실겁니다. 범인 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실마리를 따라 쫓아가는 그 전개가 좋습니다. 단번에 읽어내릴 수 있는 소설입니다.


<멋진 삶을 위한 지혜와 충고>는 같은 출판사인지 아닌지 기억은 안나지만 동일 작가(편집자)가 요리책 버전도 냈기 때문에 서가에서 보고는 흥미가 끌려 집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훑어 보고 말 책이란 느낌이네요. 삽화도 있고 짧은 이야기(훈수;) 모음집이니 읽는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두 번 볼 책은 아닙니다. 레시피는 꽤 재미있었는데 말이죠.'ㅂ'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는 최근 2권이 나오면서 도서밸리에 감상글이 여럿 올라오기에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책이 상당히 두껍지만 종이가 요즘 많이 쓰는 약간 도톰하고 가벼운 것이라 들고 다니며 읽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긴 하지만 읽고 나면 입맛이 껄끄럽습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지만 어디서 너무 많이 보았던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기본 플롯은 하울이며 거기에 츤데레 남자 캐릭터와 출생의 비밀을 가진 둔한 여주인공과 다양한 조연이 섞입니다. 양념으로는 여왕의 기사(김강원), 난쟁이 코, 황새가 된 임금님(둘다 빌헬름 하우프)가 들어갑니다. 작가 서문에 이런 저런 동화의 이야기가 들어간다고 했으니 그냥 저냥 넘어갔지만 참 미묘합니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를 모른다면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여왕의 기사야 제가 집어낸 것이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눈의 여왕이 소재였을지도 모르겠네요.
.. 그러고 보니 G가 소녀마법사파르페를 하고 싶다고 선언한 시점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같은데 원인이 이 책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A를 채집해서 B를 만들어 C하는데 사용하는데 왠지 파르페 분위기도 나거든요.
2권도 도서관에 주문했으니 조만간 리뷰가 올라갈 겁니다. 부디 2권은 조금 더 낫기를.


녹색은 위험. 이 책을 왜 도서관에 신청했는지는 잊었습니다. 아마 어떤 추리소설과 연관해서 이 책을 소개해서 그렇지 않았나 싶은데 어제 아침부터 붙잡고 있다가 저녁 때 다 읽었습니다. 엔딩 부분은 애거서 크리스티와 비슷하지만-활동시기도 비슷한가요-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 이에 대해 이야기를 더 쓰다보면 내용폭로가 될 것 같아 넘어갑니다.
탐정역을 경감이 맡다보니 모스 경감 시리즈와도 닮아 있는데요(사실 모스 경감 시리즈는 딱 한 권만 봤습니다;) 커크릴 경감은 업무 중엔 상당히 무섭습니다. 특히 해결해 나가는 부분에서 굉장히 현실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봤더니 은근히 무섭습니다. 이런 경감님께 걸리면 벼랑끝에 내몰린 기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던데요.
집에 가서 다시 읽어보고는 몇 마디 더 덧붙이겠습니다. 그 사이에 아마 올리버 색스 책 한 두 권은 더 읽을테니 리뷰 올릴 때 같이 쓰지요.


다카페 일기는 사진집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사진 에세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을 모아 출간한 책(저자 직업이 사진작가)이고 사진마다 아주 짧은 설명이 붙어 있으니 사진 에세이라 부르는 것이 맞겠지요. 지금까지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모아 출간한 책을 여럿 보았지만 그 상당수는 글맛이 부족해서 한 번 보고는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았던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상당히 다릅니다. 사진의 느낌이 좋습니다. 사진을 찍고 설명을 단 것이 블로그 운영자인 모리 유지고 피사체는 딸과 아들, 아내, 또 다른 식구입니다. 즉, 가족입니다. 일상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찍어 사진으로 담은 건데 보고 있자면 배시시 웃게 됩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고 보게 되는 책. 게다가 사진에 달린 설명이 촌철살인에 정확히 핵심을 찌르고 있어서 더 재미있습니다. 뒷부분에는 아내가 쓴 짧은 이야기도 있고요. 기분이 울적하다거나, 사진을 찍고 싶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없다고 투덜대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처음엔 카페라길래 정말 카페 이야긴 줄 알고 봤다가 개인 일기라고 해서 일상 생활의 간단한 이야기인가 했더니 인물 사진이 대부분이라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잡고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마음정화용으로 갖다 놓아도 좋을겁니다.
단, 아이들 이름을 바다, 하늘이라고 번역한 것은 상당히 걸렸습니다. 나중에는 익숙해지기도 하고 원래 어떤 이름이었을지 짐작이 가니까(바다=우미, 하늘=소라) 그냥 봤지만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고 싶더군요. 그냥 우미, 소라로 두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애 이름이 유키였다면 눈이라고 했으려나...

 


오늘도 신나게 도서관 서가를 뒤져 책을 찾아오렵니다. 올리버 색스가 지은 책 중 안 읽은 책이 몇 권 있어서 빌려오려고요.

박훈규, <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한길아트, 2007, 18000원
고솜이, <런치 브레이크 스토리>, 강모림 그림, 돌풍, 2006, 11000원
마이크 게이츠 길, <땡큐! 스타벅스>, 세종서적,2009,  12000원
스티븐 베일리, 테렌스 콘란, <콘란과 베일리의 디자인 & 디자인>, 디자인하우스, 2009, 63000원
제럴드 더럴, <나의 특별한 동물친구들>, 김석희 옮김, 웅진닷컴, 2004, 11000원
다이라 아스코, <오늘의 레시피>, 문학동네, 2008, 9800원
제임스 헤리엇, <수의사 헤리엇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개 이야기>, <수의사 헤리엇의 행복을 전하는 개 이야기>, 김석희 옮김, 웅진닷컴, 2003, 9000원

이게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아래 다시 쓰겠습니다. 한 번에 몰아 쓰려니 힘들군요.

<콘란과 베일리의 디자인 & 디자인>은 사실 여기 쓰면 안됩니다. 책 첫 장을 펼치고는 고이 덮어 그대로 반납했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주 빽빽하게 있는데, 가격을 보면 아시겠지만 일반 판형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일반 백과사전보다 가로가 조금 더 긴, 정사각에 가까운 모양인데다 두께도 무게도 내용도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나중에 마음이 평안해지면 그 때 읽겠다 싶어서 그냥 두었습니다. 디자인 전공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셔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땡큐! 스타벅스>도 사실 여기에 쓰면 안됩니다. 앞에 1장인가 2장까지 읽다가-스타벅스 취직되는 부분-던졌습니다.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때도 낚였지만 이번에도 처절하게 낚였습니다. 하도 낚이다 못해, 도서관 책을 들고 스타벅스에 가서 공짜 라떼라도 받아 먹으면 기분이 풀릴까 생각했지만 예의가 아니다 싶어 그대로 반납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신청해 보길 잘했지요. 은근히 뜬 책이라 보려는 사람은 많을거라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딱딱한 문체도 그렇지만 대강의 정보만 알고 보기 시작했다가 뜨악해서 덮은 경우였습니다. 그러니까 광고회사의 잘나가던 아저씨가 구조조정으로 잘리고, 무일푼에서 어쩌다가 스타벅스에 고용되어 일하게 되어 제 2의 인생을 살았다라는 것이 배경지식이었고, 그 아저씨가 기본 재산도 있을텐데 왜 무일푼일까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습니다. 앞부분을 읽고 알았지요. 내용 폭로가 될 수도 있어서 일단 흰색 글씨로 씁니다. 잘린 다음 혼외정사로 막내가 태어납니다-_- 덕분에 이혼당하면서 전 재산을 다 두고 나옵니다. 하.하.하. 그래서 읽기를 멈췄습니다.

고솜이의 런치 브레이크 스토리는 도서관에서 몇 번 보았다가 볼 생각이 들진 않아서 내버려 두었는데 갑자기 확 땡겨서 빌려왔습니다. 그림이 없었다면 매력이 40%는 감소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군요. 음식에 대한 이런 저런 잡다한 이야기인데 잘못하면 여기 있는 이야기가 진짜인줄로 아는 사람이 생길까 걱정됩니다. 그래서인지 책 중간중간에 가상의 이야기다라고 언급했지만 그다지 도움은 안될거라 봅니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읽고 싶을 때 아주 가볍게 볼만한 책입니다. 뒤에 나온 <싱가포르에서 아침을>이 더 낫습니다. 보시려면 이쪽을. 대신 더 낫기 때문에 배고픈 상태에서 본다면 뒷 상황을 책임질 수 없습니다.

다이라 아스코의 책은 간단하게. 이 작가 책은 역시 제 입맛에 안 맞습니다.; 음식을 소재로 해서 다양한 상황에서의 연애담을 담은 단편집인데 입맛에 딱 맞진 않습니다. 지금 기억에 남는 두 가지는 양파와 도마뱀 이야기. 도마뱀은 혐오에 가까운지라 기억하고 있고 양파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기억합니다. 아주 뜨악한 단편도 하나 있었으니, 필터링하지 않아도 OK. 아놔. 이런 상황은 만화에서만 봤지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는데 뭡니까.OTL

박훈규의 오버그라운드 여행기는 <콘란~>과 같이 읽어도 재미있을겁니다. 영국디자인여행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될만큼 디자인, 설계, 조각 등 미술적 관점에서 영국의 각지를 돌아다니며 여행한 기록입니다. 나왔을 당시부터 책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데 휘릭 넘기다가 윌리엄 모리스 관련 글을 봐서 앞 뒤 가리지 않고 덥석 빌렸습니다. 감격! 캠스콧 매너에 가는 방법, 레드하우스에 가는 방법이 간단하게 나마 나와 있습니다. 언젠가 꼭 찾아가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만큼 먼저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가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티이타님이나 첫비행님이 보시면 좋아할 책이라 생각하는데요 공공기관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들어 있습니다. 보고 있자면 한국의 지자체는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야구 구장 관련된 이야기도 참..(먼산) 영국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디자인에 관심 있고 영국 디자인과 건축, 박물관을 주시하고 있던 분이라면 꼭 챙겨보셔야 합니다.'ㅂ'


나머지 세 권은 몰아서 쓰지요. 검색하면서 알았지만 세 권 보두 역자가 김석희씨입니다. 호오. 그리고 내용도 굉장히 닮아 있고요. <나의 특별한 동물친구들>은 이전에 몇 번 올렸던 생물학자/동물학자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의 정체인데요, 형은 영국의 유명한 작가-하지만 전 몰라요;-이고 형의 권유를 받아 쓰게 된 책이 히트를 쳐서 그걸로 동물보호에 나섰다는 특이한 사람입니다. 전 포유류는 상당히 좋아하지만 절지류나 곤충류는 질색이기 때문에 몇몇 이야기에서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런 걸 두고서라도 읽기 편하고 재미있습니다.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어서 검색했는데 번역된 것은 달랑 이 책 한 권이더군요. 흑;
제임스 헤리엇이야 <아름다운 이야기>나 그 다음 책(제목을 잊었습니다;)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개와 관련된 이야기만 모아 놓은 이 책들은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원래 한 권짜리인 책을 두 권으로 나눠 출간한 것이라는데 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필독입니다. 유쾌하고 발랄한 개들의 이야기가 모여 있습니다. 우울할 때 읽으면 기분전환으로 딱 좋은 책이고요. 에피소드 별로 끊어져 있기 때문에 나눠 읽기도 좋습니다.
그러니 이 세 권은 추천.-ㅁ- 아마도 첫비행님은 읽는 도중에 낚이셨을 것 같으니..?


자아. 길지만 한 번에 다 나갑니다. 이번엔 추리소설 모음입니다.

클레오 코일, <커피하우스 살인사건>, <카푸치노 살인사건>, 김지숙 옮김, 해문출판사, 2007-2008, 9800원-1만원
아서 코난 도일 외,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정영목 옮김, 도솔, 2002, 17000원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통곡의 순례자(시리즈 5)>, 최고은 옮김, 학산문화사, 2009, 5900원
미야베 미유키, <흔들리는 바위>,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08, 12000원
아베 요이치 외, <청색의 수수께끼>,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12000원
도바 료 외, <백색의 수수께끼>,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12000원
나가사카 슈헤이, <적색의 수수께끼>,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12000원


커피하우스 살인사건은 아마 이글루스 밸리에서 보고 낚여서 빌려 봤을겁니다. 커피하우스가 먼저, 카푸치노가 그 다음입니다. 뉴욕 중심가에 있는 굉장히 오래된 커피하우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주 내용입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던 것은 살인사건도 그렇지만 커피 이야기도 많고, 소설 밑바탕이 재미있게 볼만한 로맨스 타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살인사건 해결은 둘째치고 일단 연애담을 보는 느낌이 강합니다. 다른 것보다 주인공의 일터와 집은 정말로 부럽더라고요.
하지만 추천도는 낮습니다. 다른 부분은 괜찮은데 커피용어만 등장하면 엉뚱한 단어가 튀어나와 집중이 안됩니다. 마끼아또를 뭐라 썼는지 잊었지만 영어 발음식으로 읽었더랍니다. 스팀우유도 그냥 스팀우유라고 하면 되는데 김낸우유라고 썼던가요? 하도 낯선 용어라 머릿속에서 지웠습니다. 아마 티이타님 취향에는 잘 맞을겁니다.'ㅂ'

흔들리는 바위야 미미여사 책이니 두말할 나위 없고, 앞 시리즈인 <괴이>나 <혼조 후카가와~>와는 달리 단편집이 아닙니다. 한 권이 통째로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앞 책보다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한 것은 독특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이란 것도 그렇지만 괴이의 확장판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이런 거라면 트릭 자체가 안 먹히잖아라는 겁니다. 샤바케에서는 이계 이야기가 섞이지만 기본적으로 사건은 사람들에 의한 것이지만 여긴 평범한 이야기 같았는데 흔들리는 바위는 그 반대입니다. 평범한 이야기 같았는데 엉뚱하게 흘러간다 싶었고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미미여사.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테리 걸작선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특히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은 단편들이 많았고-엘러리 퀸이랄지, 도로시 세이어즈랄지-대체적인 흐름이 요즘의 뒷맛 씁쓸한 이야기와는 달라서 더 좋았습니다. 추리소설은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선호하거든요. 이야기가 다 풀리고 깨끗하게 정리되는 해피엔딩이 좋다는 겁니다. 뭐, 다른 소설도 행복한 결말인 쪽이 훨씬 좋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했고 그래서 구입 여부에 대해 조금 고민중입니다. 꽂을 곳이 없다는 것이 책 구입할 때의 최대 난제라.;

<*색의 수수께끼> 시리즈는 집에 세 권만 있어서 들고 보게 되었습니다. 앞에도 썼지만 모종의 사건 때 G가 집에 들고온 책 중 셋입니다. 흑색의 수수께끼는 없고 적색, 백색, 청색의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보고 있자니 <BLUE>, <RED>, <WHITE>가 떠올라서 말이죠. 으하하~ (여기에 덧붙여 떠오른 어느 망상에 대해서는 함구;)
이 책은 교보문고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에도가와 란포 수상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이렇게 늦게 보게 된 것은 책이 워낙 두꺼운데다 이런 류의 단편집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잘못하면 취향에 맞지 않는 소설을 봐서 입맛을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왠걸.; 시리즈가 거의 다 제 취향이었습니다. 위의 세 권은 단편이 5편씩 실려 있는데-단편이라기 보다는 중편에 가까울 정도로 내용이 많습니다-60% 이상의 확률로 괜찮았습니다. 묘하지만 처음의 세 편 정도는 괜찮아서 기분이 고조되면 뒤의 두 편은 또 제 입맛에 살짝 맞지 않아서 이맛살을 찌푸리게 되더군요. 그래도 평균점은 80점 이상입니다.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는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문학소녀로군요. 앞으로 3권이 남아 있고 그 중 한 권은 3월에 출간된 모양입니다. 외전이라고 하는데 이 책부터라도 먼저 사볼까 하고 있고요.'ㅅ' 엔딩을 봐야 마음놓고 살텐데 말입니다.
일단 1-4권까지 나왔던 복선 하나는 해결되었습니다. 깔끔하게 해결되었는데 문제는 5권인 이번 이야기의 맨 마지막에서 던져진 소재입니다.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다 궁금하게 여겼을텐데 6권은 넘어가고 7-8권에서 해결될 모양입니다. 원서를 먼저 보신 분들은 엔딩이 깔끔하다 평하고 있으니 언해피는 아닐 것 같고, 제게는 과연 주인공이 누구랑 커플이 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합니다.(먼산) 밀고 있는 커플이 있는데 5권에서도 상당수 복선을 깔았습니다. 거참. 이 녀석도 여자는 많은데-그러고 보니 5권에도 그 이야기가;;-그게 묘하게 거슬리지 않는단 말입니다? 7-8권이 가능한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4권 이후, 5-6권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하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네요.

이런 제목이 붙는 글은 적당한 글감이 없어서, 혹은 글감은 있지만 손대고 싶지 않아서 쓰는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오늘도 동천홍 리뷰나 책 목록은 뒤로 제쳐두고 엉뚱한 이야기부터 쓰는거죠.


요즘 글이 부실한 이유는 영어 때문입니다.  끝.


그 이상의 언급은 무의미하니 넘어가고..
스트레스성이라고 판단되는데 묘하게 간식을 '지르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먹고 싶은이 아니라 지르고 싶은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하여 아침마다 몇 가지 간식을 꼬박꼬박 사오고 있는데 그 금액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그러면서도 워터크래커와 브라우니를 박스채 사다가 쌓아 놓고 흐뭇하게 바라보며, 그 옆에는 파리바게트에서 파는 딸기잼 쿠키랑 비스코티를 가져다 놓고, 스타벅스 머핀에 데코아 발림의 에스프레소 초콜릿을 한 잔 곁들여 보고 싶은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걸 다 먹고 싶은 것은 아니고요, 있으면 먹긴 하겠지만 서랍 같은 곳에 넣어두고 눈에 안 보이면 또 생각나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사다 놓고 서랍에 넣어둔 그 다음날이면 다시 코스트코 머핀을 한 박스 사올걸 그랬나라며 진지하게 고민을 할 것이고요.-ㅁ-;
그냥 주말에 호두 비스코티를 만들까 싶기도 하고..(먼산)


책은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황금가지에서 나온 밀리언셀러 시리즈 중 모종의 경로로 입수하게 된 *색의 수수께끼 시리즈 3권도 다 읽었고요.(그러고보니 이거 <BLUE>, <RED>, <WHITE> 잖아?) 문학소녀 5권도 읽었고-아차, 6권은 사서 볼 생각입니다;-엊그제 빌린 제임스 헤리엇의 개 이야기 두 권도 다 보았고요. 아아.; 이거 나중에 책 리뷰 몰아 쓸 때가 두려워집니다.;;


그리고 요 며칠 얼어죽은 것처럼 보이는 화분 세 개를 싹 비웠고 오늘 흙 가격 알아보러 다녀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연 근처 꽃집에서는 얼마에 팔까요? -ㅁ-


나츠메 우인장 7권이랑, 같은 시기에 나온다는 단편집도 챙길거고. 붉게 피는 소리는 집에 있으니 넘어갑니다. S에게 중고로 구입한 것이 있거든요. 분위기를 꽤 좋아해서 그 뒤로 미도리카와씨의 책은 다 구입했습니다.(아마도)


중구 난방이긴 한데 제목 이야기로 돌아가서, 토요일은 나가지만 일요일은 집에 붙어 있을 예정이라 뭔가 붙잡고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음식 만들기죠. 채소수프는 한 차례 끓여야 할 것 같고 문제는 간식인데, 비스코티와 와플(아직도 S에게서 장기임대하고 있으나 이게 거의 SHIFT 수준이라;;)과 팬케이크 중에서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는 거죠. 집에 생크림이 있긴 한데 이거 유통기한은 23일까지였고, 이걸로 클램차우더..가 아니라 크림수프를 만들자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고요. 클램차우더를 만들기에는 베이컨과 조개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러면 크림수프가 되는거죠. 어쨌건 당근과 감자는 듬뿍. 베이컨 대신 돼지고기를 넣을 생각을 하고 있고. 생크림을 넣으면 칼로리가 확 늘어난다고 고민을 하고 있지만 크림수프 말고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것은 버터 정도? 음, 버터를 만들어서 달달한 토스트를 만드는 것도 좋겠군요. 사실 궁극적인 목표가 티라미수이긴 한데 이번엔 치즈와 커피가 부족합니다. 아, 생각난 김에 토요일에 커피사러 다녀올까 싶기도 하군요. 제 취향은 진한 커피라 에스프레소용으로 볶은 것이 좋으니 티라미수 만드는 것에는 문제가 없고. 단, 티라미수의 최대 문제점은 누가 먹느냐는 건데 일요일에 만들면 먹기가 애매하잖아요. 그렇다고 출근하면서 들고오는 것도 그렇고. 입맛을 많이 타니까요.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고 있는데 지금 제 머릿 속 상황이 이렇답니다. 이 모든 것은 영어 때문. 훗. 그래도 조금만 더 영어랑 씨름하면 됩니다. 영어는 오늘 내로 마무리 짓고 위의 상황을 어떻게든 정리하는 것이 이번 주 과제입니다.


흑,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데.;ㅁ; 현실은 절대 도와주지 않고.;ㅁ;

정동주, <한국 다완의 문양 그 향기로운 상징세계>, 상상의숲, 2008, 22000원
박재은, <밥시: 글도 맛있는 요리사 박재은의 행복 조리법>, 지안, 2008, 11000원
아카가와 지로, <세자매 탐정단: 유치하고 무서운 연애 살인사건>, 이선희 옮김, 이레, 2005, 8천원
안도 미키에, <해질녘의 매그놀리아>, 현정수 옮김, 문학동네, 2008, 8500원
클레오 코일, <커피하우스 살인사건>, 김지숙 옮김, 해문, 9800원
츠지무라 미즈키, <얼음고래>, 이윤정 옮김, 손안의책, 2008, 12800원
나시키 가호, <늪지가 있는 숲을 지나>, 김현정 옮김, 손안의책, 2008, 12800원



이 책들 말고도 더 있을텐데 도서관 홈페이지 접속이 안되는군요. -ㅁ-; 빌린 책 목록을 봐야 나머지는 기억날 듯합니다.


주말에는 굴러다니느라 글이 없기도 했지만, 간만에 저녁 때 굴러다니며 책을 붙들고 있었던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글에 시달렸더니 글쓰기가 싫더라고요? 요즘은 일기도 잘 안씁니다. 잠시 손이 쉬는 거죠.

<얼음고래>와 <늪지가 있는 숲을 지나>는 앞서 짧게 감상을 썼으니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얼음고래>의 최종 감상은 겐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시지 않겠지만 다 읽고 나면 과연이라고 생각할겁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책은 손안의책에서 나온 것으로 다 읽었는데-그 외엔 없습니다;-읽고 난 다음의 독서 행보는 거의 비슷합니다. 끝부분만 다시 살펴보지 앞부분은 볼 생각을 전혀 못합니다. 묘하죠. <얼음고래>도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한 번 다 읽고 나서는 뒷부분만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끝부분이 마음에 드는 작가라고 해야겠지요? 엔딩이 마음에 든 것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소재가 취향이라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울 생각입니다. 그리고 집안에서 모종의 움직임도 있고 해서요.
<늪지~>는 끝까지 한 번 다 읽었지만 두 번 손대지는 않을겁니다. 재미는 있었는데 저와는 잘 안 맞습니다. 나시키 가호의 책도 <집지기~>로 맨 처음 만나고 나서 <서쪽 마녀~>로 작가 이름을 인식하고는 출판된 것은 찾아 읽고 있는데요 <집지기~>는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고 나서도 몇 번이고 다시 넘겨 보았지만 <서쪽 마녀~>는 아닙니다. <엔젤>은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가 G의 평이 안 좋아서 그대로 반납했고, <늪지~>도 한 번 보고 나자 다시 손댈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내용 구성은 <집지기~>와 닮아 있지만 구성만 닮았고 결말부가 취향이 아닙니다. 읽어보시면 아마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ㅂ';
둘다 일본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하지만 가벼운 일본 소설과는 거리가 있으니 그 점은 감안하시고, <얼음고래>는 청소년 소설의 느낌도 나니 감안하고 읽으세요.

<해질녘의 매그놀리아>는 그야말로 청소년 소설입니다. 그래서 제 입맛에는 그닥 맞지 않았습니다. ... 끝.
이렇게만 넘어가면 또 안 보실 분들이 있겠지요.; 볼만 했지만 취향은 아닙니다.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것은 그거고요. 10대 초반의 어린이들 특유의 파워게임이 그대로 녹아난 소설이라 읽으면서 불편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도 맨 마지막 이야기만은 마음에 들었지요. 그 분위기 때문에 그럴겁니다.

<세자매 탐정단>은 옛날 일본 추리소설 그대로의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취향에 맞지 않았고...; 또 유치하다는 느낌일까요. 최근 얼룩고양이 홈즈의 책도 빌려다 보고 있는데 아카가와 지로의 추리소설은 저랑은 잘 안 맞습니다. 주인공들이 흐느적거리는 면이 그렇군요.-ㅁ-;

<한국 다완의 문양 그 향기로운 상징세계>는 문양 때문에 빌렸는데 엉뚱하게 찻잔에 불타오르게 만든 무서운 책입니다. 하지만 글의 방향성이 또 맞지 않았습니다. 방향성이라고 하니 거창한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랬다는 겁니다. 다완의 문양을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찻그릇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동다완이란 용어도 새로 만들고 했거든요. 그러다보니 그런 주장에는 알레르기가 나는 제겐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사진만큼은 멋지니 다기 사진으로 눈호강하는 겸해서 넘겨보시면 좋습니다. 사서 보기에는 가격이 상당히 걸리지만 책의 전체적인 편집이나 디자인 등이 그럴만한 가격이다 싶네요. .. 그래도 몇 년전에는 이 정도 책이면 15000원 선이었을텐데 물가 상승을 체감하는 순간입니다.

<밥시>는 G의 지적을 듣고서야 알았습니다. 책 지은이가 자기 동생이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던데 이름이 굉장히 낯선겁니다. 글 분위기를 봐서는 굉장히 유명한 것 같은데 이름이 낯설어서 이상하다, 언더 계통인가 했더니 G가 처음 몇 장 읽고는 바로 그럽니다. "싸이 누나네?" lllOTL 그랬구나.; 싸이 본명이 이랬구나 싶더군요.
글 분량을 봐서는 신문 등에 연재하던 칼럼을 묶은 것 같은데 그래서 맛있겠다 싶으면 글이 뚝 잘리는 느낌입니다. 비슷한 책인 <행복한 밥상>에서는 꽤 걸죽한 입담을 풀어 놓았는데 거기에 비한다면 이 책은 글맛이 약합니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드는걸요. 종류가 다르고 대상이 다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먹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은 하나 더 있습니다. 음... 지나친 여성성의 강조? 그러니까 글쓴이 본인이 저랑 파장이 잘 안 맞는겁니다.-ㅁ-; 읽다보시면 자연스레 호불호가 갈릴 책이 아닐까 합니다.

<커피하우스 살인사건>은 책 검색을 하다 찾은 것 같지요, 아마. 배경이 뉴욕의 커피전문점이다보니 커피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커피 레시피도 나오고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고요. 그래서 상당히 취향이었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번역이 문제입니다. 읽다가 몇몇 부분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책을 부여잡고 있었거든요. 스팀우유라고 하면 (저는;) 잘 알아들을텐데 묘한 단어로 썼습니다. 그리고 대박은 카페 모치아토. 으허허. 마끼아또를 철자 그대로 읽은 모양입니다.;ㅁ;
그런 커피 용어들의 몇몇 번역 오류를 뺀다면 꽤 재미있는 책입니다. 두 번째 책인 <카푸치노 살인사건>도 꽤 재미있겠다 싶은걸요. 그쪽 내용 소개를 조금 읽었기 때문에 내용 폭로가 될 수도 있는 몇몇 이야기는 뺍니다. 대신 읽고 있다보면 부드러운 우유거품을 올린 에스프레소 바리에이션이 땡긴다는 것-카푸치노든 마끼아또든 카페라떼든-만 이야기하지요. 그래도 전 그냥 넘어갔지만..
맨 뒤에 나오는 호두 치즈케이크는 나중에라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 들어가는 설탕과 버터의 양이 무지막지하다는 것만 빼면 먹음직해보입니다.


어제부터 손에 잡고 있는 책은 상당히 두꺼워서 시간이 걸릴거라 생각했는데 몇몇 단편은 읽어본 적이 있던 거라 쉽게 넘어가는군요. <매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이것도 열심히 읽고 리뷰 올리겠습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얼음 고래>를 방금 막 다 읽었습니다.



훗.



후후후후후후훗.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훗.



묘하다니까요. 점심시간에 틈이 날 때 잠깐 읽겠다고 들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손에서 끝났습니다. 그 동안의 업무는 날아갔...던 것은 아니고 그래도 해야하는 업무는 챙겨서 하긴 했군요. 완전히 넋이 나간 것은 아니라는 반증입니다. 어쩌다보니 나시키 가호의 <늪지가 있는 숲을 지나>를 바로 이 앞에 읽었는데 말이죠. 두 책 모두 손안의책입니다. 나시키 가호는 <집지기가 들려주는~>이 첫 책이었고, <늪지~>는 그 다음입니다. 환상문학 계통의 일본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할만한데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묘해집니다. 처음 시작부분은 백귀야행과 비슷한 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던 것이 이야기가 점차 산으로 가는 듯한 느낌에 엔딩은 .......(먼산)
<얼음 고래는> 엔딩 직전부터 정신이 휙 날아가더니 츠지무라 미즈키의 책 답게 반전을 아주 잘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어허허허. 그리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어요. 물론 복선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런 복선인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뒤통수에 도끼를 맞은 느낌을 진하게 받고는 헛웃음만 들이키고 있는 겁니다. <밤과 노는 아이들>이나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는 피가 난무하지만 이쪽은 상당히 얌전합니다. 그래도 교보문고의 책 내용 소개는 절대 믿지 마세요. 그런 얌전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가능하면 내용 폭로를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이렇게 얼버무리고는 있지만.... 그리고 글이 마구 중구난방이 되고 있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구입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요. <늪지~>는 구입 목록에서 빠져 있지만 <얼음 고래>는 구입 예정이랍니다. 특히 소재가 제 취향과도 맞아 떨어져서요.

집에 잠자고 있는 ***를 깨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슬 포근해져가니 다시 나가서 잡아 보렵니다. <얼음 고래> 덕분에 의욕이 솟구치는군요.


(주말 일정을 생각하면 또 의욕이 확 꺾이지만...;)

다이라 아스코, <오늘의 레시피>, 문학동네, 박미옥 역, 2008, 9800원
기타무라 가오루, <이야기꾼 여자들>, 북하우스, 정유리 역, 2006, 9800원
일본무라카미월드연구회 엮음, <무라카미 하루키 옐로 사전>, 새물결사, 김선영 역, 2000, 8800원
시바타 요시키, <참을 수 없는 월요일>, 바우하우스, 박수현, 2008, 9800원
가토 미아키, <클럽 인디고: 제1회 호스트 선수권 대회>,  갤리온, 김소영 역, 10000원


요즘 책 리뷰를 쓰면서는 일본소설과 추리소설 태그는 빠지지 않고 들어갑니다. 그만큼 책의 편식이 심하다는 이야기겠네요. 사회과학 등의 책은 거의 손도 안대고 있는데 이제 슬슬 도서관에 신청 들어가야겠습니다. 신간 검색 열심히 해서 읽고 싶은 책을 찾아봐야지요.


이야기꾼 여자들은 그 전주에 빌려 보았던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을 읽고 났더니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책이 기억나서 빌려온 겁니다. 새로 읽은 책이 아니라 되새김질이지요. 그러니까 부잣집의 약간 방탕한 아들래미가 한 명 있어서 집안 사업은 동생에게 맡기고 자기는 그저 크게 사고치지 않고 놀기만 하면 되었단 말입니다. 책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가지가지 이야기들을 모아 보았는데 시력이 떨어지면서 책을 읽는 것이 여의치 않자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들을 찾습니다. 자기가 가진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면 그에 대해 사례하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나온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입니다. 분위기는 꽤 독특한데, <코끼리와 귀울음>은 이런 느낌의 확장판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까 이런 기이한 이야기의 발목을 잡아 풀어 쓰면 온다 리쿠의 추리소설이 되고, 그냥 놔두면 이런 환상 소설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 기담집>도 비슷한 느낌일겁니다.
들려주는 이야기다보니 길지 않고 짧게 읽을 수 있다는 점, 공포라고는 할 수 없지만 묘하게 잔상이 남습니다. 신비소설이라고 해도 괜찮겠네요.


오늘의 레시피는 제목과 표지그림에 낚였습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취향에 합치하진 않습니다. 표지가 강모림씨라 맛있게 보인데다 제목도 그래서 재미있겠다 생각했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뒷맛이 쓴 연애소설입니다. 일본소설 다운 연애소설이다라는 것이 제가 받은 감상입니다. 그래도 읽고 있다보면 음식을 만들고 싶어진다는 것이 장점일까요. 아니, 음식조절 중이라면 단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옐로사전은 새로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찾다가 발견해서 빌려 왔습니다. 
전화번호부를 영어로 옐로페이지라고 하는데, 그 비슷하게 어느 학문에 대한 다양한 관련 링크들을 모아둔 홈페이지를 또 옐로페이지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하도 링크가 방대하게 늘어서 그런 것을 제대로 모은다는 것이 쉽진 않겠지요. 관련 대학이나 학과, 연구소, 사전 등의 정보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상당할 겁니다. 예를 들어 한문학과의 옐로 페이지에는 한국학 중앙연구소 등의 전문 연구소와 여러 대학의 한문학과 홈페이지, 교수 홈페이지, 자전, 옥편, 한문학사전 등의 홈페이지가 모여 있을 겁니다.(아마도.; 이리 말하는 것은 한문학과에 대한 옐로페이지가 실제 존재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 관련 전공도 예전에는 옐로페이지가 있었으나 지금도 있는지는 모릅니다. 졸업 후에는 찾아볼 일이 많지 않아서..) 그러니 무라카미 하루키 옐로 사전이라고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모여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요. 수필은 좋아하기 때문에 번역된 것은 거의 다 찾아 읽었지만 소설은 최근에 나온 몇 권만 읽고 거의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해변의 카프카, 도쿄 기담집 정도만 읽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러다보니 소설에 대한 정보도 궁금해서 한 번 빌려 보았습니다.
교보문고에서 검색했더니  현재는 품절이라는데 차라리 개정판을 내는 것이 낫겠다 싶습니다. 번역이 아주 엉망입니다. 이 책이 나온 2000년이면 그 때까지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은 거의가 다 출판되었을텐데 그런 인용부분도 그렇고, 주인공에 대한 호칭을 비롯해 글 전체가 다 번역체입니다. 읽다보면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일본어 원서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간만에 '내가 해석해도 이것보단 낫겠다' 싶은 책을 만났습니다. 그야말로 직역체. 이에 비하면 델피 외전은 번역을 수준급으로 해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허허. 일본어 번역체의 모든 문제점을 그대로 다 안고 있는 책입니다. 차라리 원서로 보세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요약하기 난감한 것은 알고 있지만 종잡을 수 없는 줄거리를 읽고 있자면 책 읽을 생각도 싹 사라집니다;)


클럽 인디고는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훗훗훗. 이번에도 귀여운 호스트들과 사장님들의 좌충우돌 사고기가 이어집니다. 압권은 역시 마담. 아아. 마담은 멋집니다. 그 당당한 포즈, 그 당당한 포스, 그 당당한 엎어치기! 하지만 마담의 애견은 좋아할 수 없습니다.; 제가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 애지중지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음.............; 뒷권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작년에 읽은 여러 일본 소설 중에서 후속편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도쿄 밴드 왜건>,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입니다. 거기에 <클럽 인디고>도 추가. 아, <나선미궁>도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요. 언제쯤 나올까요. 엔화가 너무 올라 일본 소설 출간도 쉽지 않겠다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5월 도서전에 맞춰 일본소설 신간들이 한꺼번에 쏟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자금을 충분히 마련해야겠습니다. 허허.


자.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가장 재미있는 책을 가장 나중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번주의 대박이라 생각하는 것이 바로 <참을 수 없는 월요일>. 내용만 보면 그렇게 끌리지 않는데 주인공의 취미를 보고는 박장대소를 한턱에 쓸 말이 많았습니다. 주인공은 20대의 OL(오피스 레이디)입니다. 공채가 아니라 낙하산으로 입사를 해왔기 때문에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아니, 자격지심인지 아니면 실제 다른 사원들도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ㅂ-
소설의 구조는 <클럽 인디고>와 비슷합니다. 한 편의 이야기에 사건이 터지고 해결되고 하는 것이 다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클럽 인디고>보다는 일상생활밀착형의 사건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감정 이입이 쉽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주인공의 취미 때문입니다. 모형제작. 주택모형이라고 해야하나요. 디오라마에 많이 쓰이는 그런 작은 소품을 제작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는 코미케에 BL 소설을 내는 것이 취미입니다. 친구는 주인공에게 오타쿠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쪽이 더 오타쿠 같단 말입니다. 하하;
처음에는 낙하산으로 들어온 회사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붕 떠있는 것 같던 주인공이 이런 저런 사건을 통해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부럽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한 이중적인 감정이 교차합니다. 요즘 제 마음이 붕붕 떠서 날아다니고 있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모형제작은 저도 한 때 손 대볼까 고민하기도 했고요. 정확히는 주인공처럼 일반 모형제작이 아니라 FSS의 미라쥬 나이트였지만... (먼산)

주인공과 친구의 이름을 일부러 적지 않은 것은 독특한 이름 때문입니다. 그 독특한 이름 때문에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외모가 그 상황을 해결하니... 어쨌건 읽는 내내 입가가 풀어져 있었습니다. 시리즈로 더 나왔으면 좋겠지만 끝맺음이 확실해서 뒷 권이 더 나올 것 같지는 않군요.

그러고 보니 그 디오라마. <마신유희>가 살짝 떠올랐습니다. 디오라마라는 단어가 뇌리에 콱 박힌 것은 그 책 때였으니까요.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7>, 학산문화사, 2008, 35000원(박스판가격)
아마노 코즈에, <AQUA 1-2>,<ARIA 1-12>, 북박스, ~2008, 각권 4천원
미도리카와 유키, <나츠메 우인장 1-6>, 학산문화사, ~2009, 3800~4200원

<ARIA>나 <나츠메 우인장>이나 둘다 책 별로 나온 시기가 다르다보니 출판연도 표시는 적당히 했습니다. 나츠메 우인장은 각 권 가격도 조금씩 차이가 나지요. 최근에 책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다보니 저리 되었습니다. 한 권에 3천원이던 만화책값이 언제 저렇게 올랐는지 싶군요.

지지난주 주말에는 아마노 코즈에의 책 두 종-14권을 한 번에 몰아 읽었고 이번 주말에는 마스터님께 빌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그리고 주말에 충동구매한 나츠메 우인장을 몰아 읽었습니다. AQUA나 ARIA는 되새김질이지만 다른 두 책은 새로 읽는 책입니다. 뭐, 되새김질한 책에 대해 부연설명하는 것은 재미없고, 저 두 책은 치유계 만화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이야기니까 따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치유계라고 하면 읽고 나서 왠지 (체력이 아닌;) 정신적인 힐링을 받은 느낌으로 온몸이 따스해지면서 마음도 포근해짐을 느낄 수 있는 종류의 책을 말합니다. 사람마다 치유계라고 꼽는 책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잔잔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만화가 치유계로 많이 꼽힙니다. 제 책 중에선 <오늘의 행복 레시피>나 <키친> 같은 음식 이야기 책들이 치유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목록은 <카페 알파(원제를 직역하면 요코하마 장보기여행;;)>, <파파 톨드 미>, <ARIA(AQUA 포함)> 등이 있습니다. (아마도;) 비슷한 느낌의 책들이지요. 저는 여기에 하츠 아키코씨의 책들도 넣곤 합니다. 역시 취향 문제죠.^^;
보고 있으면 정말 계절 따라 절기 따라 도시락 싸들고 놀러 나가고 싶어집니다. 제겐 여기에 디카 들고 사진찍으러 나가기도 포함되지만요.


나츠메 우인장은 이전에 1-2권 정도만 읽었다가 마음먹고 6권까지 다 구입했습니다. 요괴를 보는 소년이 그 때문에 쫓긴다라는 기본 틀은 다른 이야기에서도 많이 나왔지만 여기서는 퇴치 자체보다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소년과 외로움을 많이 타는 요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시면 됩니다. 항상 해피엔딩이라 보기 힘든데다 슬슬 요괴보다 더 무서운 인간들이 나타날 상황이라 조마조마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도리카와 유키 작품 중에서는 가장 길군요. <붉게 피는 소리>는 3권, <진홍빛 의자>도 3권으로 끝났으니 말입니다. 지금 6권이지만 쉽게 끝날 이야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애니메이션 시즌 2도 나온다고 하고요. 애니가 많이 나오면 야옹선생의 캐릭터 상품도 늘어날테니 지갑을 조심해야겠습니다. 후후후후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극장판 이야기가 2권 중반부까지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공포(?)에 떨며 보았는데 다행히 지름신은 강림하지 않으셨습니다. 취향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할까요. 멋진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겐 집에 모셔두고 두고두고 보게될 책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주변 사람들이 볼 기회가 있다면 옆구리를 퍽퍽 찌르면서 '이거 대작이야. 안 보면 절대 후회할거야.'라고 할렵니다. 아니,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대단합니다. 마스터님도 그러셨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TV판이 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그것도 52화짜리, 풀코스로 말입니다. 13화로는 절대 풀어낼 수 없는 긴 이야기입니다. 책의 분위기나 내용을 보아하건데 아마 첫비행님이라면 상당히 취향에 맞으실겁니다.(물끄럼)
극장판 이야기만으로는 다 다루지 못했던 나우시카와 그 주변국의 이야기가 더 자세히 다루어집니다. 특히 조연으로 머물지 않을거라 생각한 크샤나, 그 누님이 아주 멋진 활약을 보여주십니다. 아마 보신 분들 중에는 백합향을 맡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기엔 둘다 무골호인(!)이라 말입니다. 나우시카의 포옹을 받았던 그 누군가도 역시나 나우시카에게 밀려 다른 아가씨에게 간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극의 흐름상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기도 했지만 나우시카나 크샤나나 둘다 홀로 서 있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마음, 자신의 위치를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수 없는 존재라고 느꼈습니다. 뒷 이야기가 더 있어도 좋았겠지만 그렇게하면 FSS 못지 않은 대작이 나오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고요. FSS처럼 되어도 좋고, 어차피 원작도 있으니 손자대까지 물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주십사란 망상도 해봅니다. 아니, 꼭 좀 그래주셨으면 합니다.;ㅅ;

보고 났더니 앞으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래는 과연 누가 짊어지게 될까 걱정됩니다. 그 아드님은 참으로 부족한 곳이 많으니 걱정이 태산이네요. 흑; 이제 나우시카 같은 작품은 못보는 겁니까...
이치카와 다쿠지, <그 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9800원
기타무라 가오루,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황매, 2004, 8500원
미야모토 테루, <우리가 좋아했던 것>, 작가정신, 2007, 8500원
김지희 외, <nowhere: 어디에도 없는 그곳>, 예담, 2008, 13000원
와카타케 나나미,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시작, 2009, 10000원
쇼지 유키야, <도쿄밴드왜건>, <She loves you(쉬 러브스 유)>, 2007, 2008, 9800원
금난새,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 생각의나무, 2008, 15000원


아하하하. 한꺼번에 밀린 독서 일기를 쓰다보니 책이 이렇게 많군요. 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서평단으로 읽은 책 외에도 되새김질한 책이 몇 권 더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만화책 13권을 읽었지만 그 전 주말에도 만만치 않게 봤지요. <AQUA>와 <ARIA>를 둘다 꺼내 다시 읽었거든요. 만화책을 대규모로 꺼내보는 것은 주말에만 하기 때문에 주중에는 출퇴근시간을 이용한 독서가 계속 이어집니다. 요즘에 반추하고 있는 책은 먼 북소리고요.



가장 재미없게 본 것은 <우리가 좋아했던 것>. 이건 딱 일본 드라마의 전형적인 느낌을 닮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이야기에 복잡하게 꼬인 돈 문제, 그리고 엇갈리는 마음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결말은 나름대로 깨끗하게 냈기 때문에 그나마 리뷰를 쓸 생각이 든 겁니다. 운이 좋아서 아파트 입주권-한국으로 치면 국민임대주택쯤-을 따내게 되고 친구 하나가 들어와 살게 되었는데, 또 어쩌다보니 생판 모르던 여자 둘이 아파트에 같이 들어와 살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문제를 보듬어 앉다가 다들 암흑의 구렁텅이로 떨어진다는 이야기고요. 앞으로는 어떻게든 될거야, 그러니 일단 가보자라는 식의 생각이 난무하다보니 머리를 부여잡고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설정을 떼어놓고 보면 20대의 청춘남녀들에게 있을 법한 일들이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볼 지는 판단에 맡겨두지요.


<노웨어>는 앞부분 60% 가량만 읽고는 반납한 책입니다. 도서 대출 연장을 해서 뒷부분을 마저 보아도 좋았겠지만 읽는 도중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이 책은 남들이 잘 찾아가지 않는 곳들을 골라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곳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여행기를 모아놓았습니다. 글쓴이의 상당수가 여행작가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가 본 곳보다는 세계의 끝을 찾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는 짧지만 그런 곳을 찾아가고 싶게 만드는데는 충분합니다. 특히 파란 바다나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산-틀에 박힌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없습니다-을 보고 있자면 통장잔고를 확인하고 항공편을 검색해 여행 계획을 짜고 싶은 충동이 입니다. 60%쯤 나갔을 때부터 그러길래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그 쯤에서 책을 덮고 반납했습니다. 오지 여행을 즐기지 않는 저조차 그런 충동에 빠졌는데, 그런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통장파산선고와 다를바 없을겁니다. 그러니 책을 보실 때는 주의하세요.
하지만 충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기를요. 마다가스카, 라파누이, 부탄 등. 하여간 nowhere이지만 now here를 말하는 장소들이 가득합니다. 곁들여 보시기엔 Azafran님의 이글루가 참 좋습니다. 후훗.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은 참 묘한 책입니다. 도서관에 기타무라 가오루의 책이 여러 권 꽂혀 있길래 볼까 말까 하다가 가장 얇은 책을 손에 들었는데, 나중에 펼쳐보니 이 책은 또 삽화가 그려진 동화책인겁니다. 그냥 동화책이라고만 말할 수도 없지만 왠지 포근하고 상냥한 느낌 속에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파스텔과 색연필 같은 부드러운 톤의 그림도 내용과 잘 어울리고요. 싱글맘과 딸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흐뭇합니다. 만화책과 비교하자면 이건 딱 치유계. 카페 알파나 아리아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치유계 이야기입니다. 책도 얇으니 가볍게 읽기에 좋습니다.
아, 지금 찾아보고는 이 작가가 익숙했던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이야기꾼 여자들의 작가였군요. 그쪽도 전래동화풍의 차분한 이야기였는데 느낌이 닮았습니다.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은 서평단 도서로 들어왔습니다. 이 책과 위기의 경제가 함께 들어왔는데 읽기 싫어 미적대다가 일부러 더 두꺼운 책먼저 손에 들었습니다.
간접적으로 금난새씨와 관련된 일을 겪은지라-Link 3(L3)정도의 관계도; 그러니까 G가 아는 사람이 이 사람과 블라블라블라~-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자면 그런 일이든 뭐든 신경쓰지 않고 재미있게 교향곡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 때 모 공공도서관 서가를 마구 뒤져 음악, 미술 서적을 섭렵했던지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워낙 오래전 일이니 다시 보는 것도 재미있군요. 작곡가와 그의 대표 교향곡을 소개하면서 작곡가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함께 풀어 놓는데 그 글맛이 괜찮습니다. 웃으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지요. 단,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인명표기인데요, 차이코프스키를 차이콥스키, 무소르크스키를 무소륵스키라고 쓴 것은 읽는 내내 눈에 거슬렸습니다. 이런 유명 음악가들은 한국명 표기가 정해져 있을것이니 그쪽에 맞춰 통일시켰다면 더 좋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이야기에서는 일부러 말을 돌리는 (음...;) 부분도 있더군요.-ㅂ-; 책의 제본이나 지질, 컬러판도 마음에 들어서 가격 대 성능비가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히려 이 가격에 이런 장정의 책을 팔아서 장사가 될까 싶기도 합니다. 도서관에 신청해둘만한 책이군요.
이 책도 단점은 있습니다. 읽고 있으면 책에 등장하는 교향곡을 찾아서 한 번씩 다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클래식 입문서로도 나름 훌륭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겠지요. 그러니 지갑 단속을 잘하지 않으면 때마침 나온 어느 오케스트라의 전곡 녹음 실황 같은 것을 구입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주의하세요.


<그 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는 읽은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아마 3주 전쯤. 구정 전에 읽은 책 같은데 리뷰를 이제야 하고 있군요. 허허허.(아니, 설마 리뷰를 했는데 또 하는걸까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작가가 쓴 또 다른 사랑 이야기입니다. 이쪽도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고요. 주인공이 자신의 어렸을적 이야기를 맞선상대자에게 들려주면서, 현재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됩니다. 공간적 배경도 마음에 들고-전개도 재미있게 흘러가는데다 로맨틱한 엔딩(-_-)까지 한 편의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엄마친구아들같은 멋진 남자가 주인공인 것도 아니고, 돈 많은 남자가 주인공인 것도 아니고, 평범하게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니 로맨스 소설의 공식과는 동 떨어져 있습니다. 평범하다기엔 어폐가 있지만 그냥 평범한 것으로 해두지요. 사실 그런 가게가 아니라 건담샵이라 해도 어느 정도 이야기는 통할 것 같긴 한데...(응?)
솜사탕 같은 느낌의 알콩달콩한 로맨스 소설이 보고 싶으시다면 추천합니다.


자아.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에 드디어 도달했습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이 새로 나왔다는 것을 알고는 잽싸게 도서관에 신청을 해서 챙겨보았습니다. 빌린 바로 그날, 읽기 시작해서 한 번에 다 읽어내린 추리소설입니다. 앞에 읽었던 <네 탓이야>와 느낌이 굉장히 닮아 있으니 <네 탓이야>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화자가 바뀌었던 앞 책처럼 이 책도 두 종류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옵니다. 하나는 '사건 수첩'이고 하나는 '현재 사건'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내용폭로가 될 수 있어서 가능한 입을 다물겠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점입가경이라는 단어에 맞게 점점 심오해집니다. 이 복선이 여기서 펼쳐지고 저 이야기가 저기서 다시 등장하고 하는 식이지요. 특히 사건 수첩과 현재 사건이 한 세트가  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고 읽다보면 헛웃음을 키게 만드는 전개가 기다립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G가 아주 많이 기대를 했는지 엔딩이 맹하다고 투덜대더군요. 저는 엔딩까지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을 덮고 나면 반드시 반추를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요. 그래야 복선들을 하나 하나 되짚어 가며 볼 수 있으니까요. 경찰, 형사계 추리물, 하드보일드 계통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도쿄 밴드 왜건>. 가장 아끼면서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설정 자체는 일일드라마 수준이지만 벌어지는 사건과 수습하는 모습은 일일드라마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도쿄 어드메에-대강의 추측은 가능합니다-독특한 이름을 가진 헌책방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도쿄 밴드 왜건. 이 책방을 운영하는 할아버지는 3대째 인물이고 그 아래의 계승자도 탄탄합니다. 작은 집에 4대가 모여 살다보니 식구들이 바글바글하여 바람잘날이 없습니다. 계절별로 진행되는 이야기라지만 아마 그 사이사이에도 책 몇 권은 나올 정도로 사건이 많을 겁니다. 형식만 놓고 본다면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과도 닮았지만 거긴 이 책만큼 복작복작하진 않지요. 여러 등장인물이 있는만큼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러가기 쉽지만 묘하게 한 곳으로 모입니다. 아마 아침 저녁은 항상 같이 먹게 되고 생활 기반이 헌책방과 그 옆의 카페다보니 그 안에서 정보가 다 공유되기 때문에 그런가봅니다. 외국인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하츠 아키코의 <정원의 이방인>도 떠오르네요. 도서관에서 본 지는 한참 되었지만 책 제목에서 연상되는 이미지 때문에 보지 않았다는 것이 아까울따름입니다. <도쿄 밴드 왜건>이 나온 뒤 팬들의 요청이 있어 나온 것이 <쉬 러브스 유>랍니다. 바로 이어 읽으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연결되지요. 지금 원서를 검색해보니 그 다음권도 나온 모양인데 이 책은 언제쯤 번역이 될지 궁금합니다. 하루 빨리 나와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는데 과연 어떨지. 일상 생활의 소소하고 유쾌한 수수께끼가 모여 있으니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챙겨 보세요.>ㅅ<





덧붙임. 만세.;ㅅ; 다 썼다아!
마츠히사 아츠시, <풀(Pool)>, 양윤옥 옮김, 에이지21, 2005, 9000원
하라 료,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권일영 옮김, 비채, 2008, 12000원
와카타케 나나미, <네 탓이야>, 권영주 옮김, 북폴리오, 2008, 9000원
호시 신이치, <의뢰한 일>, 윤성규 옮김, 지식여행, 2008, 8900원
아카가와 지로, <삼색털 고양이>, 심상곤 옮김, 해문, 2004, 8000원
다나베 세이코, <두근두근 우타코씨>, 권남희 이학선 같이 옮김, 여성신문사, 2007, 9800원
김재현, <루디's 커피의 세계 세계의 커피>, 아르고나인, 2008, 10000원
유동주, <지구 반대편에서 3650일>, 나무와숲, 2008, 12000원
전원경,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 리수, 2008, 15000원


한꺼번에 몰아서 쓰다보니 또 길어지는 책 감상문. 밀리지 않고 써야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요즘 저녁 때도 일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차분히 글을 쓸 시간이 나질 않았거든요. 오늘도 약속이 있어 서둘러 써야하는 글이라 날림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일단 써보도록 하지요.


서가에서 일본 소설을 고를 때는 마구잡이로 고르기 보다는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작가의 책을 우선으로 고릅니다. 그 외에 서가에서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을 경우 책 뒷면의 이야기를 보거나 앞부분의 이야기를 읽어본 다음 책을 뽑습니다. 그렇게 해서 집어 든 것이 마츠히사 아츠시의 <풀>입니다. fool이 아니라 pool. 이야기 전개상 pool이 꽤 중요한 소재라서 제목이 그런가봅니다. 읽을 당시에 시간에 따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회상신이 들어가고 다른 이야기가 함께 나가다보니 여러 시점이 뒤섞여 헷갈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등장하고요. 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어떤 소설이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읽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 중 한 손에 꼽힐 정도의 사람만이 읽었던 r모님의 i모 소설과 구조가 닮아 있습니다. 다만 그 쪽은 사람이 적게 등장하고 이쪽은 사람이 많이 등장하고, <풀>은 시점과 사람들이 꽤 다양하게 얽혀 있지만 그 소설은 주인공들의 관계에 주로 촛점을 맞췄습니다.
그냥 가볍게 읽을 소설이지만 주인공이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렇게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도 없는 벌판에 가서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누워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이때 들었거든요. 배낭여행은 제 취향과 거리가 멀어서 할 가능성은 낮지만 말입니다.

<그라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하드 보일드 소설이라고 뒷면에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부분만 봐서는 하드보일드 분위기가 별로 나지 않아서 괜찮다 싶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거 이상합니다? 결론은 하드 보일드 맞고요, 그것도 반숙이 아니라 완숙입니다. 삶은 달걀을 좋아하지만 소설 장르로서의 삶은 달걀은 퍽퍽해서 잘 먹지 않습니다. 제 취향에서 벗어나니까요.
하지만 삶은 달걀이 퍽퍽하다 한들 이 추리소설은 꽤 구성이 괜찮습니다. 설정상 거슬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글도 괜찮고 이야기 전개도, 등장인물들도 마음에 듭니다. 한 번에 죽 읽어 내리고는 목이 메인다고 투덜댔지만 충분히 맛있는 삶은 달걀이었다니까요.-ㅂ-

<네 탓이야>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옆에 꽂혀 있어서 빼들고 왔습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 이것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만 깔끔한 입맛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미스터리한 일상 맨 마지막에 등장한 고백에서처럼 여운이 남는 이야기가 많고요. 단편 연작이지만 모두가 이어진 이야기이고 맨 마지막에 고리를 묶어 매듭짓는 듯한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읽다보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싶습니다. 살짝 반전이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걸 보는 재미도 있고요. <종신검시관>이나 <동기> 같은 연작 소설집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그러니 아이쭈님은 아마도 재미있게 보실테고..^ㅁ^;)

호시 신이치는 플라시보 시리즈라고 책이 주르륵 꽂혀 있길래 궁금해서 한 권 빌려왔습니다. 꽤 유명한 작가더라고요. 이름은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빼보니 느낌도 독특합니다. 초단편소설집으로 한 편 한 편이 굉장히 짧습니다. 이름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를 짧은 이야기로 쓴 듯한 이야기들이지요. 그 아이디어들이 다들 독특하고 허를 찌르는 것으로 가득차 있으니 SF,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세요. 소설 내용을 소개하다가는 그게 다 줄거리 요약이 될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후훗. 발상 전환이나 기분 전환으로 딱이긴 한데 이것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결말은 아닙니다. 쓴웃음이 절로 나오는 끝맺음이라서요.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는 예전에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얼룩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것이 있어 펼쳐 보았더니 예전에 보았는지 어떤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빌렸습니다. 읽다가 중반쯤 되니 트릭은 기억이 나는데 그 사람이 죽은 이유는 또 기억이 나질 않고 범인이 누구인지 까먹어서 다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기억력 감퇴가 이럴 때는 좋은 걸까요. 다만 주인공의 범행을 이번에 잡힌 연쇄살인범과 비교해서 보면 참 .... (먼산)

<두근두근 우타코씨>는 여기 적은 책 중 가장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은 책입니다. 다나베 세이코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로 알려졌다지만 저는 <아주 사적인 시간>이 훨씬 기억에 남습니다. 처절(?)하게 공감했던 소설이라 그 책을 읽고 나서는 결혼 못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거든요. 이번 책도 그런 부분의 공감대 형성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문제를 넘어서서 일흔 일곱 먹은 할머니가 정말로 귀엽게 보이니 일본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할머니의 일인칭 시점 소설이라 속내가 고스란히 보이니 보는 내내 피식피식 웃으며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보송보송 노래는 압권이라고요!
 
<커피의 세계, 세계의 커피>는 책을 빌려다 놓고는 웹툰이라 손이 안가서 2주 정도 책상 위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짧게 읽어볼까 싶어 집어 들고 보았다 홀딱 반한 책입니다. 커피의 기본 지식에 대해 그림으로 아주 쉽게 설명한데다 너구리 캐릭터가 참 귀엽습니다. 커피입문서라고 할까요. 커피에 대해 가볍게 보고 싶으시다면 읽어보세요. 웹툰이라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습니다. 뭐, 제가 커피 관련 기본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봐서 더 재미있게 읽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전에 보았던 커피 홀릭 노트보다는 내용이 더 쉽습니다. 커피 홀릭쪽은 커피용구 중심으로 소개를 했고 그림에 등장하는 필기체 영어 때문에 읽는데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쪽은 가볍게 볼 수 있으니까요.

<지구 반대편에서 3750일>이나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는 여행서가 꽂힌 서가에 갔다가 집어든 책입니다. 보통 여행서는 한 지역에 관련된 책을 함께 빌리게 됩니다. 파리 여행기(체류기)를 두 권 집어든다든지, 세계기행을 여러 권 집어 든다든지 말입니다. 이 두 권도 함께 빌렸는데 제 입맛에는 <런던~>쪽이 더 잘 맞았습니다. 둘다 런던-영국 유학기를 다루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영국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지구 반대편~>은 개인적인 경험과 생활기를 주로 다루고 있고 <런던~>은 런던 여행기+체류기에 영국인, 런던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읽기에도 후자가 더 편하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부작용도 후자가 더 큽니다. 지금 유럽여행 적금을 하나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으니, 준비하는 걸 봐선 2년 내에 가겠다 싶습니다.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이번 책 감상은 무작위로 적은 거라 맨 뒤쪽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닙니다.-ㅂ-; 일단 나갔다 와서 이후에 오타나 비문 정리를 해야겠네요.
요네자와 호노부, <인사이트 밀>, 최고은 역, 학산문화사, 2008, 13000원


지금 서지사항 찾아 적으면서, "이거 학산문화사 책이었어? 어쩐지!"라고 경악하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어딘지 확인할 생각도 안하고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그냥 찾아 꺼내왔거든요. 그러고 보니 이 책, 정말 저자와 역자만 확인하고 출판사는 확인 안했습니다. 으허..; 보통은 일본 소설 꺼내면서 출판사도 확인하거든요. 어쩐지 판형이 다른 소설과는 다른 판형-<하늘속> 같은-이길래 독특하다 했지요. 역자 이름도 만화책 쪽에서 더 많이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ㅂ' (물론 저도 제 기억력을 100% 신뢰하진 않습니다; 으하;)

지금 방금 전 책 다 읽고 나서 반쯤은 흥분해서 책 감상을 올리고 있다니까요. 평소라면 취침해야하는 이 시간에 위키 프로그램 업데이트 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하하;


도서관 서가를 휘휘 둘러보다가 골라온 책이란 건 앞서도 이야기 했었고, 마지막의 몇 장과 후기만 읽어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작가를 믿고 뽑아온 책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시리즈의 작가거든요. <가을철~>도 기대하고 있는데 그 사이 다른 책이 번역되어 나왔나봅니다. 본격 추리라서 조금 망설였지만 최근에는 유혈낭자한 추리소설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생각에 뽑아 들었습니다.
저보다는 G가 먼저 읽었는데 평은 그다지 좋지 않더군요. 요즘 심리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늘 마음 잡고 읽었습니다.


;ㅂ;

미스터리 팬들에게 강력 추천! (이라고 하면 또 나중에 실망하실까봐 기대치를 줄이고 싶지만...;)

시작부분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데 힘 없고 맥 없는 녀석이 주인공이라 기운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게 ... 라고 뒤까지 이어 쓰다보니 내용 폭로가 될 수 있겠군요.

일단 맨 앞의 배치도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어디서 많이 본 방 배치입니다. 십각관도 비슷했고 시계관도 비슷하지 않았나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용와정 살인사건도 그랬지요. 그리고 또 비슷한 느낌의 배치는 많습니다. 보고 있자면 어디서 많이 봤는데 싶은 이야기가 있고요.
그리고 462페이지. 아니, 정확하게는 그 100페이지 앞 쯤에서부터-분위기의 반전은 시작됩니다. 거기서부터 입을 떡 벌리고 처음 느꼈던 이야기에 대한 '간격'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에필로그를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마무리 하게 되지요. 하하. 가능한 많은 정보를 담고 싶지만 추리소설에서는 그렇게 하면 내용 폭로가 지나치게 많겠지요.
간단하게 내용을 이야기 하자면 굉장히 이상한 아르바이트 모집광고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름과 성도 독특한 일련의 사람들은 자신들 나름의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아르바이트 모집에 응시합니다. 처음에는 장난 삼아 실수겠거니 생각했던 상황은 곧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등장인물들이 실험의 대상자가 된다는 점에서는 여러 인문학 실험과도 닮아 있지만 나중에 누군가 지적했던 대로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코드가 있습니다. 방관자이자 주시자인 저에게도 그런 코드가 보였는데 모르는 사람들에게 있어 그건 아무것도 아니겠더라 싶었습니다.'ㅂ'
요약하면 호기심, 장난, 도전 등 다양한 이유로 이상한 아르바이트 모집에 응모하여 선발된 사람들이 사건에 휘말린다는 이야깁니다. 추리소설이니 어떤 사건인지는 대강 짐작 가시죠?


목요조곡에 대한 추가 감상 더.
- 99년 작품이라 그런지 초기 분위기가 많이 감돕니다. 뒷맛이 깨끗한 편인 것도 그래서가 아닌가 합니다.
- 최근 읽은 온다 리쿠 작품 중에서 분위기가 비슷한 것을 꼽으라면 <초콜릿 코스모스>. 특히 함께 식사하는 장면에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 남자는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군요.
- <***>가 시작하는 장면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초콜릿 코스모스>와 연결했는지도 모릅니다. 연결 고리가 있잖아요.
- 저런 집 한 채 있으면 좋겠다...라며 보고 있었습니다.
- 아니, 사실 집만 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저런 집사(!)도 한 명? 기왕이면 알프레도나 엠마나 와타누키나 ... 그러고 보니 최근에 본 소설인지 뭔지에서 최강의 집사 반열에 올리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누군지 기억이 안납니다. 혹시 <마술사가 너무 많다>일까요. 일본소설인 것 같기도 하고. 메이드는 엠마씨가 좋아요.(..)
- 다 보고 나면 그 다음주 목요일에는 왠지 친구들을 불러서 파자마 파티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다들 좋아하는 책 한 권씩 들고서 목요일에 모여 홍차나 커피 한 잔 같이 하며 느긋하게 거실에서 굴러다니며 시간을 즐기고 싶습니다. 목요일은 확실히 주의 중반을 넘긴 시점이고, 그 다음날이 금요일이니 주 5일제가 기본인 일본에서는 느긋하긴 하겠네요. 목요일의 모임이라.
- 위의 이유 때문에 <화요일 클럽의 살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화요일 클럽의 살인>은 어느 출판사 것이 번역이 괜찮은가요? 새로 한 권 더 살까 싶기도 한데. 가지고 있는 것은 해문의 문고판이거든요.

잡담은 이 정도.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이트 밀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팍팍듭니다.)
온다 리쿠, <목요조곡>, 김경인 역, 북스토리, 2008, 11000원
잰 캐런, <미트포드 이야기 1-2>, 김세미 역, 문예출판사, 2008, 각권 11000원
사카키 구니히코, <백만분의 일의 연인>, 김재현 역, 멜론, 2008, 9800원



더 늦게 내버려뒀다가는 언제 쓸 수 있을지 모르는 책 감상기. 그래서 서둘러 올립니다.-ㅂ-;


가장 짧게 쓸 수 있는 것은 온다 리쿠의 목요조곡. 그러니 이것부터 갑니다.
그러니까 온다 리쿠를 좋아하신다면 그냥 보세요. 아무말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보시는 겁니다. 단, 보시기 전에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언제건 차를 끓일 수 있게 세팅을 하고 언제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드립퍼와 서버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가스렌지는 채소수프를 보글보글 끓이면서 식탁 의자에 앉아 이 책을 보는 겁니다. 그리고 책을 잠시 내려놓고 차 한 잔 가져와 식탁에 내려 놓은 다음에는 채소 수프의 상태를 살피고 홀짝홀짝. 그리고 잠시 뒤에는 커피물을 올리고는 물이 끓기를 기다려 커피를 내린 다음 또 홀짝홀짝. 위의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책을 덮어 두어야 하며 다시 손에 들었다가는 소방차와 경찰차가 출동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먹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와서-배경 자체가 그렇습니다;-읽다보면 커피나 차가 꼭 필요하게 되니 미리 준비를 해두시라는 겁니다. 반전은 뭐 ... 음 ... 그냥 그랬지요. 그래도 최근에 읽은 온다 리쿠 책 중에서는 뒷맛이 가장 낫습니다. 일단 구입 목록에 올려 두었습니다.


백만분의 일의 연인은 번역 때문에 책을 말아 먹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책 한 페이지가 채 넘어가기도 전에 번역가를 확인하고는 이를 갈았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문어체에 가까운 말을 쓴다고 해도 어조, 말투 등에 따라 그 분위기는 굉장히 달라집니다. 문어체라고 느끼지 않는 겁니다. 그럴진대, 책에다가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를 갖다 놓으면 ..(먼산) ~~했다, ~~다라고 대화하고 있는 주인공을 보면 속이 터집니다.
내용이 꽤 괜찮았던 만큼 번역이 더 아쉬웠던 책입니다. 헌팅턴 무도병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전에 프라이즈에서 잠시 들었던 이야기라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유전 쪽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저런 책을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는군요. 번역만 아니면 추천할텐데 말입니다. 번역은 신경 안 쓰고 재미있는 책이면 가리지 않고 본다 하시면 추천합니다.


미트포드 이야기는 알라딘 블로그 서평단 맛보기 책으로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책이 나왔을 즈음, 신간 검색을 하다가 내용 소개를 보고 읽을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고이 내려놓은 책이었습니다. 1-2권이 함께 와서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불평부터 해보죠. 일단 책 디자인이 마음에 안듭니다. 책 판형은 조그마한게 들고 다니기 좋지만, 디자인 점수를 매기자면 팍 깎을 겁니다. 한 5-6년 전의 책 표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책 가장자리 여백이 활자나 자간, 행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아서 보는 동안 불편했습니다. 편집도 마음에 안든다는 겁니다. 거기에 저 가격이면 차라리 조금 고급스럽게 분위기를 잡아 양장본으로 내도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즐겁고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내용상 걸리는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주인공이 성공회 목사(신부)라는 점, 그래서 성경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 교회 배경 지식이 조금 있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성경 몇 절이 튀어나올 정도가 아닌지라 보면서도 주석의 도움을 상당히 받았습니다. 단 몇 군데의 주석은 지나치지 않나 싶은 감도 있었고요. 거기에 글이 전체적으로 산만하기 때문에-이게 번역 때문인지 원서가 그런건지는 모르겠습니다-읽다 보면 정신이 없습니다. 내용은 재미있지만 워낙 나오는 등장인물이 많고 이야기도 많고 중구 난방으로 일이 터져서 저 사람이 그 사람인지, 이 사람이 앞의 그 사람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보다는 등장인물이 훨씬 적을텐데도 왜이리 등장인물 이름이 헷갈리는 겁니까. 하기야 여기서는 앞에서 나온 사람이 또 등장하고 다시 등장하고 하지만 말입니다.

거기에 미국의 국민소설이라는 광고문구가 좀 걸립니다. 뭐랄까.................... 미국의 수준이 이렇게 낮았나 싶은 생각이 조금?;

요약하자면 책 표지가 마음에 안들고 편집도 마음에 안들고 내용도 중구 난방이고 산만해서 정신 없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모순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정말 그렇다니까요. 주인공 신부님이 정말 귀엽고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라 책에서 손을 떼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용이야 미트포드라고 하는 미국의 아주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한 이런 저런 이야기인건데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서 정신이 좀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빨간머리 앤의 에이번리 집들을 드문 드문 배치하지 않고 동(한국 행정지역으로) 하나에 몽창 몰아 넣어서 사람들이 계속 부딪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남의 이야기 하길 좋아하고 재잘대는 사람들도 많고 다들 밝고 명랑하니 앤의 분위기와도 닮아 있지만 에이번리는 공간이 넓어서 그렇게 사람들이 자주 마주치는 일은 없잖아요. 이것이 미국과 캐나다의 차이인가(혹은 시대의 차이인가) 싶기도 합니다.

가격이 걸리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서 가볍게 보시면 유쾌하게 웃으실 수 있을 겁니다.-ㅂ-
고인준, <5번가의 주얼리 뮤지엄>, 마리북스, 2008, 13500원
아야츠지 유키토,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시공사, 한희선 역, 2008, 13000원
임진평,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위즈덤피플, 2008, 12000원
이현주, <행복한 정원 & 즐거운 살림>, 다빈치, 2008, 12000원
고야마 군도, <필름: 우연이 가져온 행복한 기적>, 가람북, 박소연 역, 10000원

그 동안 열심히 읽었다고 기억하는데 왜 목록이 이것밖에 안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다 어디에? 라곤 하지만 계산해보면 요즘은 책보다는 마비노기 하는 시간이 길었을걸요.-ㅁ-;;
이번에 올리는 책들은 재미 순이 아니라 그냥 먼저 생각난 순으로 올립니다.


주얼리, 혹은 보석과 관련된 책은 이전에도 몇 번 보았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기초 입문쯤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사진은 꽤 깔끔하고 괜찮지만 내용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해 아쉬웠던 책입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 깊은 이야기를 바랬는데 입문서라서 그런지 아주 얇게 뜨고만 넘어가는군요. 게다가 보석 용어를 처음부터 정의했다면 좋았을텐데 용어는 뒷부분에 따로 모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얼리, 보석, 귀금속 등 헷갈릴 수 있는 용어를 이 책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는 이야기 중간중간에야 나오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도 보고 있자면 보석 브랜드와 명가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2-3년 전에 G가 자기 취향의 반지를 찾긴 찾았는데 지나치게 비싸다면서 반 클리프 앤 아펠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그 이름을 이번에 다시 들었지요. 그리고 궁금해진 김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찾아보았는데 저도 취향 직격입니다. 쇼메, 카르티에, 반 클리프 앤 아펠 중에서는 반 클리프~쪽이 가장 취향에 맞았습니다. 터키석을 세련되게 다룬 솜씨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다른 곳에서는 터키석을 많이 쓰지도 않았을뿐더러 쓰인 것도 다른 보석의 장식 정도로만 쓰고 있습니다.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알함브라 시리즈에서는 나비 모양의 터키석이 나오거든요.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흑..
친구 K는 반 클리프~ 시계에 홀딱 반했는데 나중에 가격 알아보고는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전세금보다도 더 나옵니다. 언젠가 죽기 전에는 손에 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일이죠. 그래서 저는 아예 가격도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랑 정초에 모여 놀 때 주얼리와 예물 관련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해주는 예물말입니다. 기왕 해주시는 것, 거기에 취향 물어보신다면 진짜 며느리가 원하는 것으로 해주시면 안될까요.-_- 고만고만한-그리고 다시 팔아도 돈 안될;-사파이어, 루비, 다이아몬드 세트보다는 마음에 드는 카르티에 예물 한 세트가 낫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렇습니다. 뭐, 받는 상황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기도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왔더랬죠.
(한 번 공방에 가서도 그 이야기를 해볼까요..'ㅂ'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을텐데 말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신작이 시공사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혹시 관시리즈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습니다. 저택이 배경이긴 했지만 이전편에 등장한 사람들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분위기를 봐서는 아마 같은 건축가가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만 하고 있지만 정확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군요.
어쨌건 이번 이야기의 결론은 '미친놈은 답이 없다'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음에 듭니다. 저택 전체의 묘사도 그렇지만 특히 서재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이런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단순히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고 거기 꽂힌 수많은 한정판에 낚였기 때문일겁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츠바사 한정판 하드커버북 같은 것이 꽂힌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서재에는 1900년대 초의 여러 문학가들의 소설과 시집 초판본과 한정 출판본이 꽂혀 있거든요. 한국식으로 말하면 윤동주, 방정환, 이광수나 기타 여러 동인들의 소설집이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 있는 겁니다. 관리가 쉽지 않았을텐데 용케도 했다 싶네요. 그렇지 않아도 엊그제 봉신연의 예전판 꺼내봤다가 책 냄새 때문에 신장판 구입 의욕이 40% 정도 상승했거든요. 좋은 종이를 쓰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엔 종이가 산화되어서 시큼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책이 누렇게 변하고 바스라지고 합니다. 그러니 1900년대 초반의 책이라면 더 오래되었을 것이고 종이의 산화도 상당히 진행되었을거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그 저택의 서재가 정말 가지고 싶었습니다. 일단 그런 서재를 손에 넣으면 바닥공사부터 해서 온돌부터 깔고...(중얼)




같은 제목을 가진 다큐멘터리를 발표한 후,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있었던 이야기와 다큐멘터리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 모아 낸 겁니다. 드라마 <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음악으로 알려진 '두 개의 달'에 관심이 있고 아일랜드라는 나라에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들여다 보시길. 하지만 재미보다는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과거를 보는 눈은 한 개여야 하는가 두 개여야 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과거를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 장님이라던데 설명을 읽고 나니 납득이 가는군요. 두 눈 모두 과거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나아가더라도, 앞을 보지 않으니 장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한 눈은 과거를, 다른 한 눈은 미래를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어디에든 해당된다는 이야기이니 가슴에 새기자고요.
이 책은 다른 여행기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여행충동을 불러일으키므로 읽기 전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쪽은 Kiril님이나 첫비행님 취향이라고 장담합니다. 정원을 예쁘게 가꾸며 표지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티매트와 티포트를 준비하고 정원에 핀 꽃을 감상하며 우아하게 티타임을 즐기는 내용의 책이라 보시면 됩니다.(웃음) 정원가꾸기, 소품만들기로 크게 나눌 수 있고 양쪽의 비율은 비슷합니다. 가볍게 다루는 감이 있지만 안에 등장하는 티매트나 바구니, 천 염색하기, 염색한 천으로 조각보 만들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 있으니 가볍게 다룰 수 밖에 없었겠지요. 길게 하다가는 보는 사람도 지칠겁니다.
조각보도 예쁘지만 티매트나 바구니 덮개 등의 조각잇기 배색이 멋집니다. 이런 부분은 Kiril님의 입맛에 잘 맞을겁니다. 훗훗훗..





이 책은 단편집입니다. 서가를 둘러보다가 제목만 보고 앞뒤 안 가리고 빌려온 책인데 나쁘진 않았습니다. 우연한 만남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 우연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종종 마주치는 우연이기 때문에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우연이 지나치다 싶었더니 필연이었다더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약간 쓸쓸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담담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어서 가볍게 보기에는 딱 좋습니다. 카레 이야기나 그 다음에 실린 바 만들기가 제일 마음에 들었지요.






날림 리뷰는 이것으로 끝!

글 쓰기 싫은 걸, 밀린 글거리가 너무 많아서 붙들고 있었더니 그럭저럭 말은 풀리네요. 하지만 마음에 흡족하지는 않으니.. 이정도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가토 미아키, <클럽 인디고: 밤을 달리는 자들>, 김소영 역, 갤리온, 2008, 10000원
아이작 아시모프,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 작가정신, 1995 (현재 품절)
김지혁, <그림으로 읽는 책>, 이미지박스, 2008, 11000원
사쿠라바 가즈키, <청년을 위한 독서 클럽>, 박수지 역, 노블마인, 2008, 10000원
마츠히사 아츠시, 다나카 와타루, <바나나로 못질할만큼 외로워!>, 권남희 역, 에이지21, 2008, 11000원
요코야마 히데오, <그늘의 계절>, 민경욱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9500원
요코야마 히데오, <제3의 시효>, 김성기 역, 노블마인, 2008, 11000원


이렇게 총 일곱 권. 되새김질하는 책들 여럿을 포함해 최근에 읽은 책들입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다섯 권이었는데 그 사이 두 권을 더 읽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은 도서 밸리에 잠본이님이 발췌를 올린 것을 보고는 빌리겠다고 생각하다가 최근에야 빌려 보았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읽다보면 작가의 자기 자랑에 질려 두 손을 들게 됩니다. 1권은 끝까지 다 읽었는데 2권은 읽는 도중에 도저히 못참겠다 싶어 던졌습니다. 위트가 넘치는 글이기도 하고 작가가 언제 어떤 소설을 썼는지에 대한 기록도 꾸준히 있지만 자기 자랑은 정말 싫습니다. 흑.;

그림으로 읽는 책은 표지그림에 반해 고른 책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미묘하네요. 글이 그림을 못따라간다는 느낌입니다. 읽으면서 조금 걸리는 표현(문법적으로 걸렸다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그림이 은근 취향이라 그림만 보아도 좋을 책입니다. 좋았지요.

바나나로 못질할만큼 외로워는 3류 연애소설이라고 애초에 작가들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주 가볍게, 일본 드라마에서 나오는 상황설정을 보듯이 보면 됩니다. 주인공 두 사람이 엇갈리는 모습이 상당히 귀엽습니다. 그리고 배경이 애니메이션 제작과 관련이 있다보니 성우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뒷부분의 이야기 흘러가는 것이 꽤 재미있습니다. 훗훗.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 클럽 인디고는 강력 추천작입니다. 일본 소설 많이 보는 분들은 챙겨보셔야 할 책 중 하나입니다.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은 언뜻 보면 마리미떼=마리아님이 보고 계셔를 떠올리게 합니다. 배경이 여학교이기 때문에 그럴겁니다. 하지만 성 마리아나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독서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맨 마지막의 이야기 전개는! 읽으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읽고 나면 나카노 브로드웨이를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도 잘 찾아보면 어딘가 이런 곳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 안되면 생협 합작으로 만들어 보아도 되는거죠.
클럽 인디고도 독서클럽과 묘하게 분위기가 닮아 있습니다. 이야기가 단편단편 끊어져 있다는 점, 그리고 사건이 전개되고 해결되는 추리소설과 비슷한 전개로 가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클럽 인디고쪽이 추리소설에 조금 더 가깝긴 하지요. 클럽 인디고 시리즈는 한 권이 더 있나본데 도서관에서 무작위로 집어든 책이라 손에 들어온 것만 먼저 보았습니다. 이쪽이 앞쪽 이야기입니다. 프리라이터인 두 사람이 충동적으로 만든 클럽을 배경으로, 여기의 호스트들이 사건 해결을 해나갑니다. 물론 주인공은 따로 있지만 이 주인공은 사건에 뛰어 들어 가는 쪽이라 해결은 주변에서 많이 해줍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두 작품은 무조건 추천. 하지만 순서대로 그늘의 계절을 먼저, 제3의 시효를 나중에 보셔야 합니다. 그늘의 계절은 뒷맛이 씁쓸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명쾌한 결론을 내리는 제3의 시효를 입가심(G의 표현)으로 보시면 됩니다. 둘다 경찰물이니 경찰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꼭 보시기를. 종신검시관과 닮아 있습니다.'ㅁ'
<도쿄 기담집>은 <그림으로 읽는 책>을 보다보니까 문득 읽고 싶어졌습니다. 김지혁씨의 <그림으로 읽는 책>은 다음 글에 올라갑니다.'ㅂ'

일단 반추의 계기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지난 주, 오랫동안 도서관에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도서관 서가를 거닐었습니다. 대출 여유는 충분히 있었으니 눈에 들어오는 책들마다 속속 꺼내 들어 팔 위에 올렸는데요, 4권을 반납하고는 7권을 빌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책은 많이 빌리는 것이 절대 좋지 않습니다. 그걸 들고 집까지 운반해야하는 체력상의 부담을 생각하자면 7권이나 빌리는 것은 미친짓이었지요. 거기에 책을 뽑다 보니 '아, 이것 지난번에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부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은 것이 도쿄 기담집, 모방범 3, 버터플라이 1-2, 블랙베리 와인, 마술사가 너무 많다입니다.

되새김질. 딱 그런 느낌입니다. 좋아하는 책은 몇 번을 읽어도 재미있고 간격을 두고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습니다. 지난 1년간 읽은 책들 중에서 그런 책만 모아서 목록을 작성하는 것도 좋겠네요.

모방범은 3권의 뒤집어지는 장면이 보고 싶어서 골랐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거든요. 마지막 패를 던져 눈 속임을 함과 동시에 가면을 벗고 날뛰는 모습이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와 온다 리쿠의 차이는 그런 모습 뒤에 어떤 마무리를 하느냐인데요, 온다 리쿠는 읽고 나면 뒷맛이 안 좋은 경우가 많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그래도 희망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미여사를 더 좋아합니다. 독특한 발상이라는 점은 온다 리쿠가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차지하지만 말입니다.

도쿄 기담집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이한 단편 모음집입니다. 기이한 이야기들의 집합체인데 비슷한 부류인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 다릅니다. 아사다 지로도 역시 뒷맛이 나쁜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약간 어둡지만 밝게도 느껴집니다. 같은 어스름이지만 아사다 지로쪽은 음침하다는 느낌입니다. 쓸쓸하고 스산하고 뒤에서 뭐가 쫓아올 것 같은 느낌이지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버터플라이는 한참 전에 읽었다가 다시 찾은 책입니다. 로맨스 소설이지요. 복수를 위해 얼굴 성형을 하고 뼈를 깎는 자기 관리를 한 어느 여자가 결국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내용입니다. 지금 다시 보니 굉장히 허술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래도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스입니다. 아니, 주인공은 로맨스에 성공하지 못했으니 분류를 그렇게 놓기도 애매한데요.

블랙베리 와인은 빌려와서 한 번 다 읽고 지금 또 읽고 있습니다.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느낌이 좋습니다. 내년 목표 중 하나가 식물 기르기인만큼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보는 것도 있지요. 실제본이었으면 당장에 뜯었을텐데 참 아쉽습니다. 보고 있자면 작물재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드니까 자금을 좀 마련하고 볼 필요도 있겠네요.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제가 가진 책이 지금 수중에 없어서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습니다. 역시 다아시경 멋져요! 근데 랜달 개릿으로 e-hon에서 검색했더니 마술사가 너무 많다 한 권만 뜨지 뭡니까. e-hon에서 검색 안되는 책이 꽤 있다는 건 알지만 추리소설들 중 잡히지 않는 것이 꽤 있나봅니다. 일본어로도 재미있게 읽힐 것 같아서 보려 했는데 말이죠...


최근에 읽은 다른 책들은 다음 글에 쓰겠습니다.^ㅁ^

강미영(사진은 천혜정), <혼자놀기>, 비아북, 2008, 12000원


링크가 알라딘으로 걸려 있는 것은 이 책의 출처 때문입니다. 이번엔 책 사진도 따로 찍었는데 미처 옮길 틈이 없었군요.

지난달 말인가에 티스토리에서 메일을 받았습니다. 내용인즉슨 알라딘 서재 블로거 서평단의 상설 블로거 서평단 모집을 앞두고 맛보기로 참여할 생각이 있냐는 것입니다. 맛보기로 하는 것이라 실제 서평단 활동처럼 활동하진 않아도 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홀랑 하겠다고 손 들고는 책을 받았습니다.
마침 받아든 책이 교보쪽 화제의 신간에 올라 있어서 뭔가하고 궁금해하던 참입니다. 관심을 두고 있던 책이 도착했으니 마구 웃으며 읽었는데 나중에 지은이 상세 정보를 보고는 뿜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오프에서만.^^;


혼자놀기라는 단어보다 익숙한 것은 시체놀이입니다. 이건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쯤 나온 단어로 기억하는데 완전히 늘어져 있는 팬더캐릭터(팬시로 나온)의 모습에서 시체놀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기억합니다. 실제 이 캐릭터 자체가 팬더의 시체에서 연상해 나온 캐릭터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을겁니다. 그 당시 저와 제 친구가 좋아하는 놀이가 시체놀이-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서 굴러다니다가 일어나 컴퓨터를 하고, 혹은 책을 읽고-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놀이가 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대개 이 시체놀이는 혼자 집에서 굴러다니며 하기 마련이니 혼자놀기의 발판은 이 때부터 다져져 있었습니다.
대학교 들어간 뒤에도 혼자놀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그야 연애를 한 적이 없으니 당연한 것이지요. 과 사람들이랑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때부터 동대문을 다니면서 만화책을 사모으고, 학교에서 교보까지 걸어간다든지, 교보에서 학교까지 걸어온다든지 하는 일도 자주 했으니 다른 사람들과 다닐 틈이 없었지요. 3-4학년 올라가면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혼자 다녔습니다.
그래서 인지 저는 혼자 노는 것이 익숙합니다. 집에서 혼자 있으면 마비질을 하거나, 앞서의 글에 나오는 것처럼 상을 펴놓고 혼자서 이런 것 저런 것 많이 합니다. 아니면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에 들어가 딴 짓을 한다거나 하고요. 몇 년 전에 시리즈로 올렸던 홍대카페기행도 혼자 나디면서 사진 찍고 쓴 글입니다. 여럿이 다니면 이렇게 다양하게 다니지는 못하지요.

혼자 놀기는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혼자서 탐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도 그런 연장선에서 혼자 놀기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혼자놀기, 일상의 소소함과 재발견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한 번 읽어서는 맛이 안 날 책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 책을 붙잡고 읽으면서는 진도가 나가질 않아 투덜댔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없다라는 것이 감상이었는데, 아무래도 한 번 읽어서는 다 파악이 되지 않는 책이라 그런가봅니다. 한 번 읽고는 자신의 일상을 곰곰이 돌아보고, 또 한 번 읽고는 공감하며, 다시 읽으면서는 혼자 노는 방법들을 하나씩 정복하는 것이 이 책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일겁니다. 세 번이나 읽을 시간이 없다면 한 번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혼자놀기법을 메모했다가 하나씩 따라해보면 됩니다. 그래서 저도 조만간 카페로 다시 놀러나가고 혼자 재봉틀을 돌리고 혼자 밥 먹으러 나가고 말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혼자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습니다. TGIF의 공짜 샌드위치 쿠폰이 생겼는데 안 쓸 수 없다 싶어서 샌드위치 쿠폰에 디저트 하나를 시켜 바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혼자 책을 읽으면서 즐긴적이 있습니다. 술 마시러 혼자 간 적이 없는 것은 제가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고 그보다는 다이어트 중이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술 마신 적은 있지만 나가서 먹은 적은 없습니다.(그러니 집에서는 도전했다는 이야기)

처음 접했을 때는 작은탐닉과 비슷하게 가벼운 글을 보는 느낌이 아닐까 했는데 그것보다는 좀더 진한 맛이 납니다. 곰곰이 일상을 뒤집어 볼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 예전에 올린 적 있는 스즈키 도모코의 <스마일 데이즈>는 일상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 하고 있다면 이쪽은 본인의 일상을 이야기 하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라 해볼까 싶은 생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러니 의도가 있다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군요.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내용은 갈릴 수 있으니, 그냥 가볍게 기분전환 겸 보시는 것이 좋을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승리보다 소중한 것>, 문학수첩, 2008, 9800원


도서관 북트럭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책도 있었구나 싶어 잽싸게 집어 들었습니다. 대강 훑어 보니 시드니 올림픽이 주제입니다. ... 응? 시드니 올림픽은 언제적 이야기? 떠올려보니 2000년의 일입니다. 지금이 2008년 마지막이니 한참 전인데 말입니다.
G에게 먼저 보라고 건네주었더니 몇 장 보다가 재미없다고 덮었답니다. 재미 없는 책을 먼저 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 어제 아침에 출근하면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 오늘 아침, 오늘 오후 세 번에 걸쳐 홀랑 다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지루한가 싶었는데 책의 앞머리와 끝부분이 인터뷰와 수기(?)라서 그렇습니다. 그 부분을 넘어가고 나니 그 속 내용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출판사의 제의로 (내키지 않는) 시드니 올림픽 취재단으로 호주에 가면서 올림픽 기간 동안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쓴 수필입니다. 다른 하루키의 수필과 같은 수준이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웃음)
호주에 대한 여행기나 수필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 책을 대신 읽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많습니다. 호주의 역사, 호주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볍지만 또 가볍지 않게 다루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어느 새 호주 이야기가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물론 하루키의 눈으로 본 호주이니 이걸 그대로 받아 들인다면 문제가 있겠지요.'ㅂ';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일본 선수단의 경기지만 그 중에서도 하루키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육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시드니의 성화 봉송의 최종 주자가 원주민 출신 선수라고 들었는데 금메달리스트는 아니었나봅니다. 오래전 일이라 호주 원주민(아보리지니였나요?) 출신이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는데 메달 획득 여부는 기억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성화 봉송 후에 꽤 말이 많았나봅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시드니 올림픽이 어땠는지도 생각이 안납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도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으니 올림픽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간에 하루키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루키도 올림픽 관람 내내 투덜대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좋아하지도 않고 볼 생각도 없었는데 어쩔 수 없이 끌려(?) 와서 이러고 있다고 말입니다. 마음에 없어서인지 이런 저런 사고도 많이 쳤군요.  하하.




엉뚱하게도 다 읽고 나면 카리야 테츠*가 부럽습니다.
 








* 카리야 테츠: 호주로 이민간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
이번에도 몰아서 하다보니 책 권 수가 좀 많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것도 있고 여러 차례 읽어서 서지사항을 적지 않은 것도 있고요. 지금 읽고 있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 겸 수필이고 그 직전에 읽은 것은 신이현의 <알자스>입니다. 크리스마스 때 보면 딱인 책이라니까요. 알자스의 겨울은 역시 크리스마스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덕분에 제과신이 살짝 어깨에 내려오셨습니다. 흑;

김연수, <여행할 권리>, 창비, 2008, 12000원
채다인, <나는 편의점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백희나, <구름빵>, 한솔교육, 2007, 8500원
박상희, <커피홀릭's 노트>, 예담, 2008, 12000원
가이도 다케루,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은행나무, 2008, 11000원
미야베 미유키, <레벨 7 상-하>, 북스피어, 2008, 각 9500원
임윤정, <카페 오사카 교토>, 황소자리, 2008, 12000원

권 수로는 8권이군요. 레벨 7이 상, 하로 나뉘어 있어 그렇습니다.


짧게 쓸 수 있는 것부터 하지요.
카페 오사카 교토는 이전에 카페 도쿄를 쓴 작가가 도쿄에 있을 때 잠시 다녀온 오사카, 교토의 카페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책을 내기 전 조사차 다녀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책 속에도 나오지만 도쿄쪽보다는 오사카나 교토 카페 분위기가 조금 더 독특합니다. 요즘 생기는 홍대 카페 분위기가 이런 주제를 따라가려고 한다는 생각인데, 커피 맛 자체보다는 분위기에 승부한다는 느낌? 하지만 각각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는 점에서는 오사카나 교토의 카페가 나아 보입니다. 홍대 카페들 중에서 자신만의 주제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곳은 몇 군데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런겁니다. 요즘이야 홍대 카페를 들어갈 일이 거의 없으니 확신은 못합니다. 하지만 마포 도서관 근처의 카페 무리는 비슷비슷하게 보이거든요. 너무 몰려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관서를 여행하기 전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지만, 지나치게 몰두하지는 마세요. 자칫하면 여기 나온 카페들을 모두 찍어보겠다라는 만용을 부릴지도 모릅니다. 하핫.

여행할 권리를 읽고 난 감상은 왜 이 책이 그렇게 도서관에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온지는 꽤 되었는데 이상하게 예약자가 많은 책이거든요. 예약 시도를 했다가 포기하고는 다른 경로로 구해 읽었습니다. 하지만 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빠리라든지 토오꾜오 등의 표기가 낯설어서 글에 몰두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소설가가 쓴 여행기다보니 글은 꽤 잘 읽힙니다. 여행도 보통은 주제가 있는 여행으로 다니기 때문에 재미있었고요. 도쿄 여행기는 이상의 생애와 연결해서 글이 흘러가는데 이상의 삶이 이랬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냥 날개의 기둥서방 이미지만 강했거든요.;
다른 것보다 소설가 모임에서 보인 뻔뻔한(...)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부분은 꼭 읽어보세요.

구름빵은 강력 추천작. 우울할 때 보면 좋은 그림책입니다. 내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재미있습니다. 길이도 짧고 하니 서점에서 휘릭 넘겨보셔도 됩니다. 보고 나면 사고 싶어질지도 모르니 그 부분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저도 구입 예정 목록에 넣어 두었습니다.

편의점 탐닉은 무난무난합니다. 편의점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른 곳은 별 문제가 없지만 걸리는 부분이 딱 한 군데 있더군요. 블로그에서라면 그렇게 표현해도 무리가 없지만 책으로 나왔을 때는 한 줄 빼도 괜찮았을건데 말입니다. 작은 탐닉이라는 시리즈 제목에 잘 맞는 책이란 생각입니다. 

커피홀릭의 노트는 처음 읽을 때와 나중에 다시 생각했을 때의 느낌이 확 다른 책이었습니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는 글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불평했는데 뒷부분으로 갈 수록 집중도는 높아집니다. 아마도 제가 커피에 대한 기본 지식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앞부분에는 그다지 집중을 못했고 뒷부분의 특이한 커피용구들을 보고는 홀딱 반해서 그랬을 겁니다.
책의 가독성이 낮은 편인 것은 삽화 때문입니다. 책의 절반 가까이 삽화가 들어가 있는데(삽화 비율이 40% 가량) 문제는 삽화에 들어간 설명이 필기체 영어라는 겁니다. 캘리그라피처럼 장식 글자이기도 해서 도저히 알아볼 수 없습니다. 작가가 영국 유학을 다녀온 것도 필기체 영어를 쓴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데 커피에 지식이 조금 있으니 그나마 몇 개는 알아보았지만 나머지는 철자를 몰라봤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익숙한' 그림체라는 것도 반감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도 가격 대 성능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커피용구들을 다양하게 소개해서 커피 입문서로도 나쁘지 않고요. 살지 말지는 조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걸 사면 커피 지름신이 확 내려올 것 같아 무섭습니다.

레벨 7은 교보에서 처음에 보았던 리뷰를 보고 상상한 내용과 실제 내용에 굉장한 거리감이 느껴져 읽으면서 당황했습니다. 이 때는 또 묘하게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 안 땡겨서 놔두고 있다가 대충 대충 건너 뛰면서 반납하기 직전에 다 읽었습니다. 읽은 뒤의 느낌은 꽤 좋았습니다. 어제 또 온다 리쿠의 책을 빌려서 다시 보고 있는데 온다 리쿠는 읽고 나면 입맛이 씁니다. 미미 여사 쪽은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니 훨씬 취향인 거죠.
실험적인 형식이나 그런 것은 등장하지 않지만 딱 추리 소설 느낌에 맞춰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미미여사 책 답게 사회문제도 섞여 있으니 생각하며 읽어봅시다.(음?)

다음은 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
처음에 가이도 다케루의 책이 또 나왔다고 해서 같은 출판사에서 냈나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은행나무에서 나왔군요. 일본 소설이 한창 쏟아지던 때 은행나무에서도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 읽은 책들 중에는 은행나무에서 나온 책이 없었나 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보고 있자면 한국의 출산 정책이 어디부터 잘못 되었는지 빤히 들여다 보입니다. 일본 이야기지만 일본의 저출산보다 한국의 저출산이 훨씬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의 저출산은 다른 쪽의 문제가 크기도 하지만 그래도 리에가 말하는 출산 대책이 머리 굳어 있는 후생성 공무원들의 정책보다 훨씬 낫다고 봅니다. 하도 출산인구가 줄어서 한국도 산부인과들이 폐업하기 직전이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조산원 문제도 있군요. 한국에서는 조산원도 완전히 없어졌지요? 아기를 받는 것은 경험많은 조산원과 의사의 합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습니다.
냉혈이든 냉철이든 얼음이든 하여간 멋진 의사선생님 밑에서 저도 생물학 수업 받고 싶어요.;ㅂ;



書목록을 보니 12일이 마지막으로 글 올린 날입니다. 그 동안 읽은 책들을 쭉 뽑아보니 대강 이정도로군요.

와카타케 나나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북폴리오, 권영주 옮김, 2007, 9500원
김정은,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 예담, 2007, 11000원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낭만동화집 1>, 이룸, 차경아 외 옮김, 2006, 15000원 
이어령, <우리문화박물지>, 디자인하우스, 2007, 13000원
에릭 메이슬, <보헤미안의 파리>, 북노마드, 노지양 옮김, 2008, 11000원
제환정, <뉴욕 다이어리>, 시공사, 2007, 13000원
아사쿠라 다쿠야, <4일간의 기적>, 한스미디어, 김난주 옮김, 10000원
온다 리쿠, <메이즈>, 노블마인, 박수지 옮김, 2008, 10000원
아사다 지로, <월하의 연인>, 지식여행, 2007, 9900원
노다 마사아키, <전쟁과 인간>, 길, 서혜영 옮김, 2000, 15000원



일단 읽었음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부터 적지요. <뉴욕 다이어리>. 며칠 전에 읽은 책인데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거참 신기합니다. 보다가 엉뚱하게 예전에 읽은 뉴욕 체류기가 떠올라서 도서관에서 다시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을 빌려왔다는 것 외엔 남는 것이 없군요. 유행에 따라 나온 그저 그런 뉴욕 여행기였나봅니다. 강렬한 기억이 없군요. <내가 사랑한~>은 뉴욕 체류기나 일본 체류기 등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도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에도 다시 빌려 보았건만 두 번 보아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체류기라는 것이 무섭습니다. 덕분에 일본 장기 여행 준비를 다시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이전에 부었던 것은 펀드라 지금 원금을 삐~% 깎아 먹은 덕분에 손을 못댑니다. 이번엔 적금으로 넣어야할까요.



그다음으로 기억이 없는 것은 <월하의 연인>. 아사다 지로 특유의 괴이한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보고 나면 뒤끝이 안 좋은데도 빌릴 책이 없으면 빌려오게 된다니까요.=_=



<메이즈>는 솔직히 재미 없었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그래도 여행기, 체류기 비슷해서 H시-보면 어딘지 다 압니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메이즈는 시작부터가 공포물이고 배경도 아프가니스탄 그 안쪽 어딘가로 잡혀 있어서 갈 수 없지요. 아, 아프가니스탄하니까 자동 연상으로 훈자가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훈자도 언젠가 가보고 싶습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배경이 되었다는 파키스탄 지방이지요.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는 무서운 지역이긴 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지 않습니까. 공포물이라거나 위험지대라 그런 것이 아니라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다는 의미입니다. 눌러 앉게 된다는 거죠.
이것도 추리이긴 한데 마음에 들었던 누구의 행방이 묘연해지는 바람에 입맛(?)을 잃었습니다. 거기에 온다 리쿠 특유의 씁쓸한 엔딩이라 더 그랬지요. 저는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먼저 보고 <메이즈>를 나중에 보았는데 G는 순서대로 <메이즈> 먼저, <클레오~>를 나중에 봤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보고 나더니 온다 리쿠 소설 중에서 깔끔하게 끝나는 소설도 있었냐고 하더군요. 그 직전에 읽었던 온다 리쿠 책이 <구형의 계절>이라 열린 결말에 질려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합니다.



<우리문화 박물지>는 그럭저럭. 최근 일본 소설만 읽어서 제게 부족해 있던 한국 문화 영양소를 공급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도 좀 확대해석의 기미가 보입니다.;;
이 책은 다른 것보다 외국인들에게 선물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ㅂ' 번역하기는 힘들겠지만 한국어 공부 겸 한국 문화의 키워드를 보여주는 책으로 말입니다. 책 편집도 깔끔하고 각각의 소재에 대한 글도 짧으니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에게 괜찮지 않을까요.



<낭만동화집 1>은 도서관에서 보고 덥석 집은 책인데 독일 낭만주의 소설 모음입니다. 책이 두껍고 하드커버라는 것을 생각하면 15000원이라는 가격이 싸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몇 군데 번역의 오류가 보인다는 점, 읽다가 졸았다는 점, 그리고 흔히 생각하는 로맨틱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걸립니다. gnome을 그놈이라고 했더라고요. g는 묵음인데 생각을 못했나봅니다.
낭만동화라길래 행복한 결말을 주로 생각했는데 내용의 절반 이상은 불행한 결말입니다. 로맨틱하고 핑크빛이 만발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니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디네를 포함해 그 때쯤의 소설들을 여럿 볼 수 있다는 건 좋았습니다. 2권을 빌릴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단편 연작집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사보 편집자가 한 달에 한 번씩 단편소설을 연재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글로 시작해서는 소설가가 편집자에게 고백하는 편지로 끝이 납니다. 달마다 연재하는 소설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요 각 장의 앞에는 그 달의 사보 목차가 올라와 있습니다. 철저하게 설정을 한 겁니다. 거기에 사보에 연재되는 소설이다보니 계절감도 충실하고요. 일상생활의 미스터리지만 맨 마지막에 뒤통수를 가격 당하면 흐물흐물 늘어지게 됩니다. 평범한 이야기다보니 맨 마지막의 반전도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나올 줄 몰랐습니다. 아마 아이쭈님 취향에 맞을겁니다. 후후후후후~



<4일간의 기적>도 재미있습니다. 어느 전직(?) 피아니스트와 정신지체 소녀가 같이 다니면서 봉사활동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요 피아노 연주를 하러 가는 4일동안에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내용을 다 소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이 작지만 두꺼워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4일간의 이야기가 충실하게 들어오면서 그 사이사이에 과거의 기억, 과거의 사건도 함께 다룹니다. 그리고 희망적인 장면으로 끝이 나기 때문에 읽고 나면 뿌듯합니다. <눈의 야화>, <새틀라이트 크루즈>도 괜찮았다 생각했는데 <4일간의 기적>도 재미있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만한 책들입니다.



<전쟁과 인간>은 이 목록에서 가장 안 어울리지 않나합니다. 종전 후, 일본의 어느 정신과 의사가 전쟁에 나갔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쟁 기억을 모아봅니다. 독일에서 유태인 생존자의 증언을 모으는 것, 그리고 독일의 전후 처리과정을 보고는 마음이 움직여 시작한 겁니다. 왜 일본 사람들은 전쟁 기간 동안 저지른 일에 대해 죄책감이 없는 것인가에 대해 알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작가의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나온지 오래된 책이고 한국이나 동남아시아보다는 중국, 만주 쪽에서 활동한 전범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처음 보는 이야기도 많아서 당황했습니다. 비위가 약한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읽고 나면 분노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으니 옆에 심신정화용으로 다른 만화책이나 책을 가져다 두고 읽으세요. 읽고 나면 일본 물품에 대한 지름신이 잠시간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니 지름신 제어책으로도 유용합니다.;;



<보헤미안의 파리>는 예전에 읽었던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작가입니다. 파리를 중심으로 한 글쓰기 이야기고요. 앞서의 샌프란시스코와 닮아 있습니다. 파리에 대해서 작가를 위해 열린 공간, 일단 질러(?)놓고 보자고 들어와서 꾸준히 하면 기회는 많다고 하는군요. 다른 무엇보다 아침 저녁으로 A4한 장씩 글을 쓴다면 1년 안에 책 한 권을 만들 분량이 나온다는 것은 감명 깊었습니다. 그냥 체류기나 여행기로 보기보다는 작가지망생에게 말하는 글쓰기 준비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괜찮게 읽었습니다.

책 읽은 것들 정리하기가 정말 싫어서 그냥 한 번에 몰아 쓰렵니다. 요 며칠 지뢰를 계속 밟아서 그런가봅니다.

온다 리쿠, <금지된 낙원>
온다 리쿠, <구형의 계절>
우에다 아키나리, <우게쓰 이야기>
아사다 지로,<월하의 연인>
카리야 테츠,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 1-2>
케이트 케리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데이비드 제롤드,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
여성건축기술자회,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
아사쿠라 다쿠야, <눈의 야화>
모리오카 히로유키, <달과 어둠의 전기>
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제프리 초서, <켄터베리 이야기>


음, 이것말고도 또 있었던 것 같은데 나머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그러니 넘어가고.

달과 어둠의 전기. 읽다가 던져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 끝까지 가보자 싶어서 읽었는데 읽고 난 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뒷 권이나 관련 시리즈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제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더군요. 영감은 있으나 능력은 없는 10대의 방약무인한 소년이 무전취식을 노리면서 사기를 치려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퇴치할 능력도 없으면서 퇴치하겠다고 한 것이 사기 치는 것이지 뭡니까. 하여간 도서관에서 망설이다가 집어 들어 피본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달과 어둠의 전기보다 더 지독했던 것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입니다. 이건 읽다가 던졌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앞에 몇 장 읽어보고는 더 읽다가는 속 터지겠다 싶어 반납했습니다. 뉴욕에서 잘 나가는 어느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충동적으로 결혼하고는 그에 대해 후회를 할까 마음 편히 살까 고민하는 이야기인데 외할머니의 이야기와 번갈아 가며 진행됩니다. 앞 부분만 읽고는 도저히 공감이 안가서 읽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레시피라도 잔뜩 있을까 싶었는데 각 장 앞에 하나씩 소개 되어 있어 5-6개 남짓만 있더군요.
느낌은 할리퀸 로맨스의 뒷 이야기랄까..? 공주님과 왕자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니라 결혼해서 이렇게 마음 고생하고 있습니다.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두 권도 그럭저럭 읽을만 했지만 제 취향은 아닙니다. 앞부분은 해당 도시를 배경으로한 소설, 뒤는 사진 위주입니다. 짤막한 에세이 같은 것도 있는데 전 에세이 쪽이 더 좋더군요. 그러고 보니 김영하는 소설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네요. 예전에 랄랄라 하우스만 빌려 읽었던가요.

아사다 지로는 프리즌 호텔만 좋은가봅니다. 특히 몽환적이고 알 수 없는 단편집들은 정말 책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손 대지만 읽고 나서는 항상 후회합니다. 사고루 기담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아야시~는 뒤끝이 안 좋았고 월하의 연인은 쓰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의 단편이 몇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다 읽는다 해도 평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서해문집에서 나온 것인데 책 판형이나 글씨 크기, 편집, 그림 등은 다 마음에 들었지만 캔터베리 이야기 자체는 재미없었습니다.

아사쿠라 다쿠야의 눈의 야화는 이전에 새틀라이트 크루즈를 괜찮게 봐서 빌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미묘. 책이 두껍지만 안 읽히는 책은 아닌데 몇 군데서 묘하게 늘어집니다. 특정 부분의 묘사, 주인공의 심리적 독백 같은 곳이 지나치게 길어서 소설의 맥을 가늘게 만듭니다. 요약하자면 별 생각 없이 미술을 시작했다가 꽤 잘나가던 주인공이 좌절하고 다시 손대기까지의 이야기인데, 거기에 눈과 관련된 설화가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무난하게 볼만하지만 중간에 그 늘어지는 부분에서 지겨워질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답답한 성격입니다. 무심에 소심을 더하면 이런 성격일거예요.;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은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상황과 다른 부분도 많고요. 한국은 아파트를 선호하는데다 단독주택도 한 집에서 오래 사는 경우가 드문데, 일본은 아파트나 빌라보다도 정원 가꾸기가 가능한 단독주택을 선호하는지 단독주택에 대한 개조 사례가 많습니다. 그것도 오래된 집에 대한 개축이 많더군요. 제목에서 나오는 것처럼 주로 거실과 부엌을 개조하기 때문에 이쪽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세요.
부엌을 배치할 때 햇살이 잘 들거나 전망이 좋은 곳에 둔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게쓰 이야기는 에도 시대에 나온 유명한 설화문학이랍니다. 신간을 둘러보다가 내용 소개에 흥미가 끌려서 도서관에 주문해 빌려다 보았습니다.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군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이야기가 많은데 각 이야기의 뒤에 실려 있는 해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에도 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많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요재지이였나, 하여간 그런 류의 이야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은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인 카리야 테츠가 쓴 책입니다. 맛의 달인을 쓰기 위해 취재하는 동안 일어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 작가 성격이 나쁘다는 것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엊그제 초록불님이 편집자와 작가의 차이는 자뻑기질 차이라고 했는데 이걸 떠올리면 금방 납득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제 멋에 사는 작가예요.
맛의 달인에 등장하는 여러 음식 그림들과 함께 먹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1권은 주로 음식 재료와 관련된 이야기가, 2권은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 등 국가별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가별 요리라고는 해도 프랑스 요리 때는 푸와그라 이야기가 나오는 등 재료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두서 없이 늘어 놓는 음식 이야기이니 그런 걸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맛의 달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두말없이 추천합니다. 읽고 있자면 카이바라(번역판에서는 우미하라. 카이바라라고 읽는 것이 맞답니다)나 지로의 나쁜 성격이 어디서 나왔는지 단번에 아실겁니다.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독신으로 살아오던 어느 작가가 문득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온갖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결심하는데, 이 아이는 자신이 화성인이고 언젠가 화성인들이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화성인에서 지구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주 내용입니다. 이게 순위가 높은 것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작가가 스타트랙 작가라고 해서 홀랑 낚였거든요. 이 책을 읽기 직전에 Happy SF를 봤고, 그래서 여러 SF 소설에 구미가 당기던 차에 별 생각 없이 빌린 책이 SF 작가가 쓴 책인겁니다. 그것만 해도 우연의 일치라 할텐데 번역자는 Happy SF 2호에 실린 단편의 작가였습니다.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같은 분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SF관련 여러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책은 작고 얇지만 여운도 그렇고 느낌도 좋았습니다. 가볍게 읽을 만한 책입니다.

마지막이 온다 리쿠의 금지된 낙원과 구형의 계절인데, 사실 둘다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처음 시작은 도시괴담이더니 어느 순간 판타지 소설로 넘어가더군요. 아이쭈님이 네크로폴리스랑 구형의 계절을 보다가 맨 마지막 부분에서 화냈다 하시던데 이해가 갑니다. 구형의 계절보다는 네크로폴리스가 조금 더 낫긴 합니다. 구형의 계절은 60%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이야기가 왜 이리 전개되는지, 엉뚱하게 마구 흘러버립니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나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처럼 학원물을 기대했는데 뒤통수를 퍽 맞은 느낌일까요. 열린 엔딩이라 더 그렇습니다.
캐릭터들은 마음에 들지만 내용은 마음에 안듭니다.
금지된 낙원도 막판 뒤집기에서 빈대떡을 홀랑 다 태워먹은 느낌입니다. 긴장감을 잘 조성하면서 공포물로 나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오컬트가 됩니다. 두 사람이 막판 뒤집기를 할 거란건 알았지만 그쪽이 막판 뒤집기를 한 것은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흐린다 싶었고, 다른 한 쪽은 최종보스 치고는 너무 약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디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엘프가 매그넘샷 한 발에 글라스기브넨을 날려버린 듯한 느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묵혀둔 책이 몇 권 안 남았는데 이것 다 읽고 나서 뭘 보나 싶습니다.ㅠ_ㅠ

         

온다 리쿠, <네크로폴리스 1-2>, 문학동네, 2008, 12000원
<클레오파트라의 꿈>, 노블마인, 2008, 10000원
<구형의 계절>,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10000원


어쩌다보니 온다 리쿠의 책을 몰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네크로폴리스. 두 권을 몰입해 읽고 나서는 간만에 재미있게 봤다고 흥분하다가 도서관에 클레오파트라의 꿈이 들어온 것을 봤습니다. 이게 시리즈였다는 것은 기억하는데 몇 번째 편인지도 가물가물해서 일단 빌려놓고 보자는 생각에 빌렸습니다. 꽤 재미있게 보고 나서는 이번엔 구형의 계절이 서가에 꽂힌 것을 봅니다. 이쪽은 조금 망설였다가 빌려서 보게되었습니다. 사실 다른 읽을 책이 있었다면 구형의 계절은 손을 대지 않았을건데 묘하게 요즘에는 읽을 책이 없더군요. 재탕을 하느니 도전을 하겠다 싶어 반신반의하는 기분으로 빌렸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초기작품입니다. 느낌은 여섯번째 사요코와 가장 닮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도시전설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붕 뜹니다. 앞과 뒤의 괴리감이랄까요. 기대하던 방향에서 책이 멀어지면서 불만족스럽게 결말을 맞았습니다. 여섯번째 사요코처럼 남녀 고등학생들의 치열한 이야기(?)를 보신다면 좋지만 뒷부분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알아두세요.;
아참. 덧붙이면 번역이 어긋난 부분이 한 곳 있습니다. 밀크빵.................. 나우시카에 대한 주석을 엉뚱하게 달았던 무라카미 류의 수필집 못지 않게 강렬했습니다. 한 동안 잊지 못할겁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간바라 메구미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인 메이즈는 예약 신청했는데 아직 들어오려면 멀었나봅니다.
앞 권을 예약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메구미란 캐릭터가 상당히 독특하군요. 그러니까 조인성 같은 외모를 가진 남자가 여자말투를 쓴다는 설정인가본데 한국은 여자말투와 남자말투가 나뉘어 있지 않으니 그 느낌을 상상할 수 없지만 이걸 여성스러운 말투를 쓴다로 살짝 바꿔보면 닭살이 오도독 돋습니다. 대체적으로 번역은 무난한데 몇 군데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집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렇더군요. 여성스러운 말투로 바꾸다보니 말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요.
이 책은 스토리의 전개보다는 캐릭터로 승부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 정도로 메구미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미지가 강렬합니다.


네크로폴리스는 엔딩부분만 아니면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겁니다. 결말이 취향이 아니긴 한데 전체 흐름이나 설정은 굉장히 취향입니다. 끝맺음이 걸려서 그런 것이지만 설정도 그렇고 두께도 그렇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1-2권으로 나뉘어 있음에도 상당히 두꺼운데다 페이지당 글도 굉장히 많습니다. 가격 대 성능비가 좋다고 할까요. 읽는 맛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구입 예정 목록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계속 밀릴 가능성도 있지만, 읽는 재미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자금 여유가 생기면 바로 구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너스 트랙보다는 한 단계 아래지만..

재미있게 본 순서는 감상 쓴 순서의 반대입니다. -ㅂ-



하여간 책 살 돈 좀 넉넉하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달 유가환급금 나오면 그걸로 좀 질러볼까요.;ㅂ;


조은희, 오사다 사치코, <차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이른아침, 2008, 18000원
박현신, <나는 허브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리뷰 쓰는 것을 더이상 미루면 아예 잊어버릴 것 같아 날림으로라도 쓰렵니다.-_-;

양 책 모두 괜찮았습니다. 차 한 잔~은 예전에 리뷰를 올렸던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 작가와 조은희씨가 함께 쓴 책입니다. 세계 각지의 차 마시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고, 상당수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곳이라 재미있었습니다. 터키나 인도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베트남, 라오스 등의 동남아시아 지역, 그리고 티벳을 비롯한 낯선 곳에서의 차 마사기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깊게 다룰 수 없으니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비판적인 태도로 책을 보게 되긴 합니다. 모르는 지역에 대한 정보니까 100% 신뢰는 하지 않는달까요.
용어의 통일 문제도 조금 걸렸습니다. 한국어 표기법으로는 짜이가 아니라 차이가 맞습니다. 각 지역마다 발음의 강도 차이가 있으니 차이라 실제 부르는 곳과 짜이라 부르는 곳이 다를텐데 말이죠. 뭐, 차를 부르는 이름은 비슷하니 읽을 때마다 조금 헷갈리기도 합니다.

허브 탐닉은 구입목록에 올려두었습니다. 쿠켄에 꽤 오랫동안 허브 기사를 연재했던 박현신씨가 작은 탐닉 시리즈로 책을 낸다는 것을 알고 나선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거든요. 과연 내용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러 허브 이야기와 그걸 재료로 한 다양한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몇몇 사진들은 눈에 익은 걸로 보아 쿠켄에서 썼던 사진을 다시 게재한 듯합니다.
조만간 구입할테니-마일즈와 같이 올렸습니다;-구입하면 생협 번개 때 들고 나가겠습니다.^ㅁ^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더럽혀진 천사>, 학산문화사, 2008, 5800원

이글루스 밸리에서 '문학소녀' 시리즈가 일본에서 완결났다는 것을 보고 굉장히 기뻐했습니다. 그리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4권을 보고 있었는데...

혹시라는 생각이 들어 e-hon을 검색했더니 문학소녀는 전 시리즈가 8권입니다. 최근권이 8번째 책이더라고요. 한국에서는 4권까지만 나와 있고 말입니다. 아직 4권이 더 남았습니다. 5권이 완결일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다음권부터는 구입해서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완결권 나올 때까지 봉인을 할지 말지 고민입니다. 토오코가 1권에서는 2학년, 4권에서는 수험생(그것도 시험이 코앞)입니다. 그렇다면 재수생일 될 것인가 대학생이 될 것인가가 문제?; 4권 분위기 봐서는 재수생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걸요. 등급 E라니 말입니다. 게다가 마지막 모의고사는 후배가 신경쓰여서 땡땡이 쳤답니다. 으허허허;

나나세 같은 타입은 제가 질색하고 있는데다 문학부원 커플을 밀고 있으니 엔딩이 어떻게 날지 궁금합니다. 올해 안에 완결권까지 나오는 것은 무리고, 내년까지 꼬박 모으면 되겠지요. 하여간 꽂아둘 곳을 찾아봐야겠습니다.-ㅂ-;;

마스터님께 빌린 Happy SF 2호를 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들을 모아 적습니다.
「국내 출판된 SF에 대한 모든 것!」을 읽다가 생긴 궁금증들인데, 주로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에 대한 것입니다.

1. 진 아울이었나. <석기시대의 아울라>는 목록에 안 보이는군요. 소개된 다른 작품들을 볼 때 이것도 있을 법 한데, 제가 본 부분까지는 없는 것인지 아니면 실리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동서문화사에서 <100만년 **>라는 시리즈로 6권 모두 소개되었습니다. 그 뒤 1992년에 정신세계사에서 <석기 시대의 여자 아일라>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지진으로 부족을 모두 잃은 크로마뇽인 고아소녀가 네안데르탈인에게 받아들여진 뒤의 일을 모은 것인데요, 지금 생각하면 내용인 좀 ... ... 그렇습니다. 양쪽의 생활상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진대, 네안데르탈인 쪽의 생활이나 문화에 대해 편견을 가지도록 만들었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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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있습니다. 330쪽에 나와 있군요.+ㅁ+ 하지만 내용 소개가 마음에 안듭니다.


2. 무슨 문고였는지도 잊었지만 애들용 문고로, 붉은 색 책등에다 앞 표지는 수채화도 유화도 아닌 어정쩡한 그림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지구 최후의 날>이란 제목이었다고 기억하고요. 딥 임팩트와 유사하게 행성 두 개가 지구로 돌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뒤의 일입니다. 사람들은 대 패닉을 일으키고 그 중 일부 사람들은 지구를 탈출하기 위한 로켓을 만듭니다. 행성 중 하나는 지구를 치고 지나가지만 다른 하나는 그 와중에 태양계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의 자리를 대신 차지할테니 거기로 갈아타면(...)된다는 거였지요. 엔딩이 조금 뜨악-건너간 행성에서 토끼 비슷한 것을 잡아, 이걸로 파티하자~는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했던 것 빼고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3. 그것도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전집이었나요? 도서관에서 본 거였는데 20권은 넘었다고 기억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또 다른 전집은 추리소설이었는데 아주 흡족하게 다 빌려다보았습니다. 거기에 한국에는 정식 발매되지 않은 추리소설이 대거 끼어 있었거든요. 낸시 드류였던가, 지경사에서 <서커스 소녀의 비밀>이라는 책 달랑 한 권만 내 준 그 쥬브나일 추리소설이 있었던 겁니다. 그런 류의 추리소설이 대거 들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구할 수도 없을테고 다시 본다 한들 재미없다 할 것 같아서 다시 정식 발매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흑흑.
아, 본론은 그게 아니라..
같은 세트로 나온 것 같은 SF 전집도 있었는데요, 거기에서 기억에 남는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이 목록에도 있을 거라 생각은 하는데 정확하게 어떤 건지 감이 안 잡히는군요. 삶이 무료해서 차를 몰고 가다가 절벽으로 떨어져서 자살을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는 미래입니다. 그리고 이 몸이 내 몸이 아닌겁니다. 자기의 혼이 다른 사람의 몸을 꿰어 차고 들어가 있었고 그게 모종의 실험 결과였다는 겁니다. 결말 부분만 확실하게 기억하는데, 몸을 빼앗긴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돌려주던가 하고 자기는 비서인가 누군가, 하여간 여자랑 함께 하늘나라로 올라갑니다. 아니, 말 그대로 몸을 떠나 죽은거예요.;;

4. 옛날 옛적 완전학습이라는 문제지가 있었습니다. 이달학습과 완전학습 둘다 좋아했는데 편집은 완전학습쪽이 취향이었습니다. 어쨌건, 완전학습에 연재되던 SF 소설이 있었는데 이게 한국작가가 쓴 건지 외국작가의 작품을 번역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기억에 남아 있는 삽화를 떠올리자면 일본쪽에서 들여온게 아닌가 하는데 말입니다. 주인공 여자애가 입고 있는 치마가 무릎 위 20cm... (응?)
내용이 타임패트롤 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간을 종횡무진 움직이면서 얼굴은 20면상처럼 알려지지 않은 어느 괴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주인공의 아버지는 형사였고요. 주인공도 몸캐릭터-가나와 비슷한 타입이었을테니, 따지고보면 QED와 조금 닮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 나이트 폴도 있군요. 이것도 어렸을 적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는데 꽤 인상깊었습니다. 그 때 이걸 빌린 이유가... 추리소설이 읽고 싶은데 도서관에 있는 웬만한 건 다 읽었고, 그래서 그럴듯한 다른 소설을 찾다가 발견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설정 때문에 그랬는지 마비노기를 시작할 당시에 달이 두 개 뜨는 것을 보고는 나이트 폴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6. 핵전쟁 후의 이야기에 다룬 소설도 예전에 한 권 읽은 것이 있습니다. 배경은 독일이었다고 기억하고요. 주인공은 누나와 부모님이 있는 4인 가족. 어느 날 가족 모두가 차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가는 도중 갑자기 이상한 폭풍을 맞습니다. 폭풍으로 인해 차는 완전히 망가지고 주변은 폐허가 됩니다. 할머니 댁이 더 가까워서 그쪽으로 걸어가는 도중 어머니는 여동생을 사산하고 사망, 간신히 할머니 댁에 도착했으나 할머니는 핵폭탄이 떨어진 뮌헨에 일이 있어 가 계셨기 때문에 생사 불명이고, 그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정확한 상황은 나오지 않지만 그저 뮌헨에 핵폭탄이 떨어졌고 그 때문에 독일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는 설정인듯 합니다. 누나도 핵폭풍을 정면으로 맞았기 때문에 백혈병으로 사망합니다. 결국 살아 남은 것은 아버지와 아들뿐이었지요. 폭탄이 떨어진 이후 몇 년간이나 어렵게 살아가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간다, 희망은 있다는 내용입니다. 장면 묘사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원폭보다는 체르노빌 사태를 참고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쨌건 제목이 기억 안납니다...;


7. 응? <세상의 모든 딸들> 3권이 야난의 아들 이야기였나요? 1-2권과는 완전히 다른, 외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말입니다.
지금 교보에서 검색해보니 제 기억이 맞나봅니다. 1-2권은 야난의 이야기, 3권은 야난의 부족(아니 혈족이라고 해야하나..)과 관계가 있고 야난과도 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남자아이가 주인공입니다. 양쪽 이야기 모두 결말이 취향이 아니어서 기억하고 있었지요.


8. <전갈의 아이> 내용 소개가 왜 저래요! 입에서 불을 뿜고 싶은 심정입니다. 흑흑흑.. 저것만 두고 보면 온유한 감정 교류 작품으로 보이지만 실제 읽어보면 처절한 자아성찰 및 성장소설이라고요.


9. 으허허. <스핑크스의 저주>도 소개되었군요. 고등학교 때 추리소설이 읽고 싶은데 하도 읽을 것이 없어서 손 댔다가 좌절했던 작품인데 말입니다. 그 때는 셜록 홈즈 완역판이란 것도 없었습니다.-_-y~


10. 초등학교 다닐 때 말입니다, 방학 때만 되면 위쪽에서 내려온 과학 소설과 과학 관련 무슨 서적들을 팔았습니다. 사이즈가 B5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리 두껍지 않았습니다. 방학 동안 과학에 대한 관심을 키우라는 이유였겠지요. 지금에 비하면 천양지차? 과학을 그렇게 강조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여간 그 때 <앞으로 30년>, <앞으로 50년> 등의 꽤 재미있는 미래 예측 책들도 봤습니다. 기억나는 것 중에는 앞으로 30년 내에 "배양 용기에 담긴 고기 세포를 집에 가져가 배양 해서 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는 것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친듯이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로군요. 앞으로 12년 남았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SF 소설도 있었습니다. 위의 목록에서 본 기억은 없는데 대강 훑어봐서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절대 없을리 없거든요.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홈즈-왓슨처럼 세트입니다. 왓슨에 해당되는 쪽은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로, 키가 조금 작고 땅딸막하며 성격이 조금 나쁩니다. 주인공은 엄친아였다고 기억하는데, 그것도 일반적인 엄친아가 아니라 무려 세계 뭐시기 기구의 최연소 의원인가 뭔가입니다. 주인공이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는 방법이 팔에 힘을 주는 거였습니다. 힘을 주면 근육 안에 어떻게 해서 염색인지 문신인지 한 마크가 떠오른답니다.'ㅂ' 제가 본 것은 로봇 스파이를 찾는 것이었는데 모두 인간으로 밝혀진 다음 누가 스파이인지 최종적으로 찾는 방법이 재미있었습니다. 로봇 3원칙의 함정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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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이정도. 이렇게 되면 Happy SF도 사야하는군요. 목록 체크해보고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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