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말입니다, 어머니 생신 때 꽃 사들고 들어가는 것은 제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주로 케이크. 대신 결혼기념일은 아버지가 꽃을 사십니다.'ㅅ'

이날은 일이 있어 제가 늦었습니다. 아버지가 케이크 사들고 가신다는 문자는 받았지만 일이 있어서 늦을 수 밖에 없었지요. 오후 9시 즈음이라 꽃집이 문을 열었을까 걱정했지만 역시 번화가는 번화가입니다. 열려 있더군요.
어머니께 선물하는 꽃은 국화입니다. 장미는 비싼데다가 꽃이 질 때 그리 보기 좋지 않고, 꽃잎이 떨어지는 것이 청소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국화는 꽃이 오래가기도 하고 시들더라도 모양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스타치스라는 보라색의 작은 꽃이 제일 좋지만 그쪽은 가격이 비쌉니다. 가격과 성능을 생각해서 구입하는 것이 국화입니다. 그것도 소국으로요.
작년에는 연보라색 국화를 사들고 갔습니다. 그게 눈에 제일 잘 들어오는데, 꽃집에 가서 보니 작년에도 연보라였는데 올해는 조금 다른 색으로 사봐야 겠다 싶었습니다. 마침 눈에 들어온 것이 노란 소국. 거기에 비슷한 모양의 주황이 조금 섞인 붉은색의 소국이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같은 종류로 보이는군요. 한 단에 5천원이라 하길래 한 단씩 두 단을 샀습니다. 포장을 크게하면 그것도 쓰레기니, 그냥 비닐로 감싸고 끈으로 묶었습니다. 노랑과 진한 주황의 소국을 손에 들고 가는데 왜이리 두근거리는지요. 두 다발이지만 꽃을 풍성하게 묶었기 때문에 꽃다발은 꽤 큽니다. 그 큰 다발을 들고 가는데 울렁울렁하는 것이 기분이 굉장히 좋습니다. 선물은 여러 번 해보았지만 이 때처럼 두근거리고 울렁거리고 했던 적은 없었나봅니다. 들고 가면서 이래서 남자들이 꽃을 선물하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저는 꽃 선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앞서도 간단히 썼지만 꽃보다는 더 실용적인, 먹을 것이 좋습니다.(...)
20대 초반부터 그런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번화가에서 굉장히 커다란 장미꽃다발을 들고 있는 남자나 여자를 보면 왜 살까 싶기도 했지요. 뭐, 써놓고 보니 제가 장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긴 합니다. 같은 값이면 차라리 다른 꽃이..(거기까지)

어쨌건 꽃을 선물하는 묘미를 알아버렸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줄 사람이 한 분 밖에 없군요. 허허허.



(아버지께 꽃 선물 드리는 건 ...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시도해볼까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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