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마음을 정화할 때는 요리책이 최고입니다.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돌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거든요. 단, 뒤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폭식이라든지, 지름이라든지, 베이킹신의 강림이라든지 말입니다.

적은 돈으로 한 그릇 요리, 혹은 간단한 반찬을 만드는 것으로 1천원으로 뭐하기~ 2천원으로 뭐하기~ 등등의 시리즈가 있는데요, 브런치와 관련해서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것이 『카페 브런치 만들기』입니다. 이전에 『유럽 브런치 스타일』도 참 책이 맛있었지만 이것도 괜찮습니다.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긴 한데 몇몇 부분이 거슬리던걸요. 까르보나라 때문에 걸렸나, 아니면 다른 것이었나... G는 앞서 본 『유럽 브런치 스타일』보다 이게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취향은 『유럽 브런치 스타일』이고요.

유럽 브런치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같은 출판사 책을 검색했더니 마음에 드는 책이 몇 권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일단 도서관에 있는 것부터 집어다 보았지요. 『린다 콜리스터의 베이킹 바이블』. 교보에서 검색해보고는 초콜릿에 홀딱 반해서 빌렸다는 말은 사족이지요. 으허허. 아마 초콜릿을 좋아하고, 초콜릿이 들어가는 과자나 케이크를 좋아하신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진 못하실겁니다.
내용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은 과자와 케이크 종류, 뒤는 빵이 나옵니다. 집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은 앞쪽에 한정되어 있으니(집에 오븐이 없어서) 앞만 열심히 들여다 보았는데요, 제가 아는 레시피와는 조금씩 다릅니다. 뭐, 베이킹의 묘미도 그런 것 아닙니까. 가장 유혹적으로 보인 것은 역시 초콜릿 디저트고, 초콜릿 테린이나 브라우니, 블론디는 언젠가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부제에서 말하듯 유럽쪽의 디저트를 다양하게 다루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 점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실은 영국의 쇼트브레드나 스콘이 나왔을까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그 비슷한 것은 없더랍니다. 그게 아쉬워 처음 읽었을 때는 실망했지만 몇 번 들여다볼 때마다 그 군침도는 사진에 홀딱 반해 몇 번이고 다시 보았지요.

만약 그것만으로도 초콜릿 지수가 부족하다 느끼신다면 아예 초콜릿이 제목에 들어간 책을 보시면 됩니다. 『초콜릿 학교』 . 초콜라티에 고영주씨의 책입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잘 모르시는 분도, 홍대를 많이 다니신다면 홍대의 첫 초콜릿 공방-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카카오봄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카카오봄을 여신 분이 이 분이지요.'ㅅ' 이전에 초콜릿 만드는 법에 대한 책이 나온 적 있는데 본격적인 책이라 저는 찾아보진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 제목에 홀리고 내용에 반해 들고 왔지요.
초콜릿과 관련된 여러 부재료, 역사, 행사 등에 대해 길지 않게 풀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간단한 조리법이 실려 있습니다. 초콜릿과 그 친구들(?)을 소재로 한 수필과 조리법이 번갈아 실린 셈입니다. 집에서도 편하게 해볼 수 있는 조리법이 많으니 해볼만 합니다. 저도 몇몇 조리법은 눈독 들이고 있고요. 마시멜로 만드는 법도 있던데, 블루마스님 이글루에서 봤던 것은 이보다 간단하지 않았나 싶지만 .... 이건 만드니 온도계와 믹서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허허허. 이걸로 스모어 만들어 먹으면 맛있을텐데 말입니다.

『이기적 식탁』. 읽는 내내 으흐흐흐흐흐흐 웃고 있었습니다. 이글루의 catail님이 내신 책이지요. 포스팅으로도 많이 읽었으니 그걸 책으로 읽는 느낌이겠다 싶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상당수가 새로운 이야기더군요. 링크 추가해 놓고 보고 있기 때문에 알지만 실리지 않은 것들-브라우니라든지-도 있고 새로 들어온 것도 있습니다. 사진만 올라오고 만드는 법은 올라오지 않았던 것들도 여럿 실렸더군요. 꽤 상세하게 실려 있어서 만드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처음 책 표지를 보았을 때부터 생겼던 앞 뒤 동일한 표지의 의미도 책날개를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그 재미는 직접 찾아보시라고 남겨둡니다.
친절한 요리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초보자에게 처음부터 차근차근 찾아보세요라고 사근사근 말을 걸어온다기보다는 집에서 간단히, 편하게, 친구에게 알려주는 그런 요리들입니다. 뭐, 효자동 레시피도 그랬지요. 그건 아예 레스토랑에서 내놓은 음식들에 대한 레시피이니, 손님을 초대해놓고 대접하는 느낌이고 이쪽은 좀더 격의 없는 친구, 혹은 애인이나 자신을 위해 준비하는 음식입니다. 양쪽의 요리가 겹치는 것이 거의 없으니 각각 보셔도 무방합니다. 한 권씩 사다놓고 필요할 때마다 한 장씩 넘겨보는 재미가 있겠지요. 수박소주도 그렇고 초콜릿 쿠키도 그렇고 초콜릿 케이크도 그렇고. 아, 프렌치 토스트랑 팬케이크는 꼭 만들어 볼 겁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 읽다가 폭소를 터뜨릴뻔한 부분은 푸드 포르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도 음식 다큐멘터리 굉장히 좋아합니다. 최근에는 더 라멘을 열심히 보고 있으니... 일종의 자학같기도 하고 자기 위안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여간 거기서 소개한 큐피트 같은 어리고 통통한 셰프나 여신님 같은 섹시한 아주머니(..)에 대한 묘사를 듣고는 뒤집어졌다니까요. 읽는 순간 누구라는 것을 바로 알았으니 말입니다. 으허허허. 이런데서 같이 공감할 수 있다니 재미가 배가 되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다만 읽다가 어느 부분에선가 오타를 찾았는데 다시 찾으려니 못찾겠습니다.; 기억하기론 딱 한군데 였고요.
그리고 미트볼 만드는 재료 중에 용량 표기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은 곳이 있습니다. 허브는 조금만 넣으라고 만드는 법에는 나와 있지만 재료 소개에는 1 테이블스푼(1큰술)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1 티스푼이 아닐까 살짝 생각을..^^;


적다보니 오늘 소개한 책들은 차근 차근 집에 모아두어야 할만한 책이네요. 집에 두고 있다가 스트레스 받을 때, 휙 날리기 위해 넘기면 딱이겠습니다.+ㅅ+


곽새롬, 『모카향기의 3천원으로 카페 브런치 만들기』, 영진닷컴, 2009, 9800원
고영주, 『초콜릿 학교』, 달, 2009, 13000원
이주희, 『이기적 식탁』,  디자인하우스, 2009, 13800원
린다 콜리스터, 『린다 콜리스터의 베이킹 바이블』, 이끼북스, 2009,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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