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니 나무의 날이지만, 나무에게는 미안하게도 불 좀 뿜겠습니다.

 

1.원래 성격이 급합니다. 급한 편이라 생각하지만 급한게 맞습니다. 편이 아니라 그렇다는 거죠. 그 때문에 모든 종류의 업무는 가능한 사전에 처리(처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압박을 줍니다. 파일을 주고 받는 업무에서는 무조건 상대가 토스해오면 스파이크를 날리는 심정으로 그 날의 마지막 메일은 내가 발송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요약하면, 업무 처리를 빨리빨리 하는 걸 선호합니다.

 

2.오늘 18시 마감인 서류가 있었습니다. 오늘 18시 전까지 그쪽 회사에 들어가야하는 서류입니다.

 

3.관련 공지를 확인한 건 열흘도 더 전이었습니다. 공지가 올라온건 10월 2일, 공지 내용을 확인한건 10월 4일이었을 겁니다. 7일,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다른 동료들에게 확인해 서류를 제출할 것이냐 물었습니다. 외부 교육 문서였고,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며, 교육 신청은 사내에서 딱 한 명만 신청 가능했던 터라 그랬습니다. 그래서 관련있는 업무를 받는 사람에게 가서 확인을 받았고, 그래서 교육 신청을 담당하는 부서에 가서 신청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8일입니다. 8일에 구두로 확인을 했습니다. 9일은 쉬었고, 10일에 관련 서류를 들고 부서장에게 확인을 받았습니다. 부장이, 이게 공지사항으로만 안내가 되었고 전체 메시지로는 안내하지 않았으니 전체 안내를 하고 신청을 받아서 추가 신청자가 없으면 넣자고 말하더랍니다.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2일: 공지 올라옴

-4일 혹은 7일: 공지 확인

-7일: 동료에게 확인

-8일: 담당 부서에게 확인

-10일: 서류 제출하러 갔더니 담당부서장이 전체 공지 후 하자고 함

-11일: 전체메시지로 공지되었고, 마감을 14일 오후로 잡음

 

4.14일 오후에 다른 업무로 해당부서를 방문했다가 확인합니다. 담당부장은 다른 신청자가 없다며 교육 신청서를 제출해도 될 것 같다고 합니다.

 

5.15일에서 16일, 어제는 거의 기억에 없습니다. 다만, 16일 오전에 갔더니 부서원 중 한 명에게 해당 업무를 맡겼다며, 서류 작업은 그 사람이 할 거라고 하더랍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근데 16일 오후가 되도록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없습니다. 서류 추가 작업을 위해서 파일을 받고 검증하고 하는 일이 필요할 건데, 없습니다. 계속 자리비움 상태인 것 같아서 퇴근 전에 확인하러 내려갔습니다. 다른 부원들은 다 있는데 업무 담당자가 자리에 없습니다. 부서장은 제 얼굴을 보자마자 "아차, 일 진행되는거 확인했어야 했는데.."라고 합니다. 마감이 17일, 그 다음날이란건 기억한 모양입니다. 내일 오겠다고 하고 올라와서는 서류를 제가 준비합니다. 그냥, 담당자에게 맡기는 것보다 제가 하는 것이 빠를 것 같습니다.

 

6.오늘의 타임라인은 이랬습니다.

 

08:40~50 담당자가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러 들락날락하며 가봅니다. 다행히 50분쯤, 담당자가 자리에 왔습니다. 붙들고는 어떻게 되었냐 묻더니 답합니다. "그거 며칠 여유 있다고 들었는데요..?" 담당자가 최근에 병가 내고 쉬는 동안 쪽지가 온 것 같다, 그거 마감이 오늘인건 지금 알았다고 합니다. 원래는 담당자에게 부탁할 생각도 있었는데 그걸 보니 안되겠습니다. 제가 하는게 낫겠습니다. 그리하여 부서장과 다른 부원들 있는 앞에서 제가 하겠다고, 그냥 제가 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고 하면서 움직입니다.

 

08:50~09:20 첨부해야하는 서류 중에 다른 분들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위 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도장 네 개를 다 받았습니다. 그리고 해당 서류를 스캔. 스캐너가 제 사무실에는 없어서 다른 실에서 받아서 스캔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다시 작업 확인하고, 첨부하고 하여 전자결재를 올립니다. 결재라인의 분들에게 확인 도장을 받아둔 상태라 구두로는 다 보고한 셈입니다.

 

서류를 챙겨서 나오려는데 갑자기 업무를 원래 받았던 담당자가 저를 붙잡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요. 그리고 핸드폰을 챙겨 비어 있는 옆 회의실에 갑니다.

 

"원래 제 업무인데, K님께 제 업무를 제가 떠넘긴거라고 생각해서 부서장님이 화가 많이 나셨어요."

 

오. 신선한 관점입니다. 달래줘야죠.

 

"아닙니다. 이건 아무래도 업무적 여유가 있는 제가 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요. 움직이기도 괜찮고요."

 

그렇게 말하며 달래서 들여보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이 짧은 이야기를 하는데 왜 핸드폰을 열심히 챙긴거지? 짐작은 되지만 그 이상은 추측입니다.

 

 

11:30 결재라인인 업무담당부서장이 아직 결재를 안했습니다. 자리에 있는지 메신저로 확인하고 부서로 갑니다. 제 얼굴을 보자마자 결재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결재는 다 받았습니다. 어제 오후 제가 생각한 것이 맞습니다. 저 부서에 맡기느니 내가 챙기는 쪽이 빠르겠다는 생각이요. 아침에 출근해서는 그냥 저기 맡길까 생각했던게, 오후 되면서 화르륵 날아갔습니다. 왜냐하면 업무 담당자가 오후에 병원 간다며 반차를 냈더라고요. 하하하하. 뭐,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제게 '업무 떠넘긴' 운운한 걸 생각하면, 그 사람이 맡아서 업무 진행했다 한들 오늘 중으로 교육 신청하는 서류가 날아갔을 것 같진 않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서 될 수 있을지 아닐지 모르지만, 일단 신청 기회가 생긴 것 자체가 이번이 마지막이라 보았거든요. 그래서 넣어봤습니다. 참, 신청 서류 넣기도 쉽지 않군요.(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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