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관내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선호. 「라디오 장례식」

김혜진.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오정연. 「마지막 로그」

이루카. 「독립의 오단계」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대상 수상작이었던 「관내분실」. 도서관에서 장서가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서가부재도서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서가의 원래 자리에 없는 책이란 뜻이지요. 그리고 그 책은 관내, 그러니까 도서관 내부에서 분실되었다고 보는 겁니다. 즉, 배경이 도서관이기는 하나 SF인만큼 특이한 도서관이 배경입니다. 망자를 기억하기 위해 망자와 관련된 여러 데이터를 모아 구성한 것이 '마인드'이고, 마인드를 모아 놓은 곳도 도서관입니다. 마인드는 개인의 기억을 기반으로 죽기 전의 모습을 구성한 것이고, 접속하여 마인드를 만나는 것은 살아 있는 상태의 죽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아마 사람보다는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면 더 실감나게 느낄 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하여간 어머니의 마인드를 만나기 위해 도서관에 간 지민은 마인드가 관내분실되었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가작을 수상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어느 우주정류장을 배경으로 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시작으로 기술의 발전과 비용 문제, 그로 인한 단절을 이야기합니다. 아니, 더 자세히 쓰면 내용 폭로가 되어 쓸 수가 없습니다.


「라디오 장례식」은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로드무비에 가깝습니다. 클리셰적이고 전체 흐름도 다 그렇지만 마치 영화 한 편을 감상한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는 미묘한 감정을 이끌어 내는 이야기입니다. 연명치료와 간병, 그리고 그에 따른 제반 비용까지. 심사평을 보면 이 단편을 두고 심사위원들도 잠시간 토론을 하게 만들었다(배명훈)는 언급이 있습니다.


「마지막 로그」는 죽음을 선택한 뒤의 일주일간을 다룹니다. 안락사까지 남은 기간 동안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흘러가지만 거기에 안락사까지의 편의를 봐주고 죽음을 집행하는 안드로이드의 이야기가 섞입니다.


「독립의 오단계」는 로봇을 어디까지 독립인격체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식도 자신의 소유물로 보는 어머니는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아들의 인격을 로봇, 안드로이드에 연결합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는 자신이 독립된 개체임을 주장하며 주인이자 어머니와 법정에서 만납니다.




워낙 기대가 커서 그랬던 건가 곰곰히 따져보았는데, 아닙니다. 실망이 컸던 것은 그 때문이 아니라 소설들 자체가 저와 맞지 않아서 그랬던 겁니다.

비단 SF-과학소설뿐만 아니라 판타지, 로맨스, 추리까지, 제가 좋아하는 소설은 하나같이 마음 편한 소설입니다. 복잡한 소설도 읽지만 대체적으로 결말이 평온한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소설을 읽는 목적 자체도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SF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기 등장한 소설 중에서 행복한 결말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둘. 애매한 것도 있지만 좋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읽고 나면 허탈하기도 하고, 심장에 안 좋기도 하고요. 한국소설에 손을 안 댄 것도 그런 이유였지만 SF에 손을 덜 대게 된 것도 그래서였던가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러기에는 최근에 읽었던 SF들이 마음에 들어서 단언하기는 어렵고. 『대우주시대』나 『별의 계승자』는 매우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이 책들은 그 해의 책으로 손에 꼽을 정도로 마음에 든 책이기도 하니 직접 비교하면 안되겠지요.


결국 읽고 나서 뒷맛이 씁쓸했기 때문에 감상도 덩달아 쌉쌀합니다. 하하하.;ㅂ; 설마하니 이 다음에 읽을 『사소한 정의』도 씁쓸한 맛일까 걱정 중인데. 우우움. 일단 도전하고 보렵니다.



김초엽, 김선호, 김혜진, 오정연, 이루카.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허블, 2018, 12000원.



그리고 추가.

1. 어떤 작품은 읽다가 왜 그 장면이 들어가야 했나 싶었습니다. 특별히 필요한 장면도 아니고 특별히 필요한 장치도 아닌데 왜? 물론 분노 폭발 장치로 선택할만 하나, 과했다 생각했습니다. 그 부분보며 갑자기 조아라가 떠오른 것은 왜인가..=ㅅ=


2.AI는 인간인가. 몸을 일부를 사이보그로 대체했다면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까지가 사이보그, 인조인간, 로봇인가.

제게는 진부한 질문입니다. 인류 멸망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근원적인 부분은 몸이 아니라 사상, 생각,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정신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뇌를 포함한 모든 것이 기계라 해도 그 사상이 인격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라면 인간입니다. 당연히 AI도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가 인격체라면 사회에서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경계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항상 그래왔잖아요. 인간 사회는 그렇게 진화해왔으니 시간이 지나면 그런 경계 또한 해결되리라 봅니다.

과격한 사상일까요.'ㅂ'

앞서 『별의 계승자』는 타임라인에서 하도 베스트 SF로 꼽는 바람에 흥미가 덜해 뒤늦게 보았다고 언급했습니다.(링크) 모종의 이유로 1권을 빌려와서는 한참 미적대다가 보고, 30쪽 넘기기까지 애를 먹다가 그 뒹는 단 숨에 씹어 삼키고는 다음 권을 외쳤는데, 마침 3권이 나온 시점이었습니다. 1권은 2016년, 2권은 2017년, 3권은 2018년 1월에 막 나온 상태니까 정말로 운이 좋았습니다. 1권 마지막을 보고 절규한 뒤 뒤이어 2권과 3권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시리즈를 볼 때는 아예 전체가 다 나오기를 기다려 보는 것도 좋긴 합니다만 기다리는 것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지요. 저는 주로 참는 쪽입니다. 연재소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완결나기를 기다렸다 보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아닌 것들은 주로 좋아하는 작가들입니다. 그러니까 아는 작품은 함께 달리지만 모르는 작품은 완결난 뒤 전체를 보고 파악하는 겁니다. 연재소설로 보았을 때와 완결소설로 보았을 때가 사뭇 다른 작품도 여럿 있지요. 그리고 연재처를 옮겨서 뒤를 못본 소설은 높은 확률로 폭탄이 됩니다. 하하하.



취향으로 따지면 1권 > 2권 > 3권의 순입니다. 1권과 2권은 상대적으로 학회SF에 가까우나 3권은 갑자기 이야기가 스페이스오페라계통으로 흘러갑니다. 희한하지요. 뒷 권에 계속이라 되어 있으니 이야기는 더 나올 것이고, 그 때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가 참 궁금합니다만, 3권은 보는 도중에 『은하영웅전설』이 떠올랐다는 걸 부인 못합니다. 정말로요. 덕분에 설명하다보니 B님을 본의아니게 낚았습니다. 하하하. 아마 C님이 B님에게 대출처리 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전 아직 2권 배송중이고 3권은 주문을 기다립니다.


2권에서 대립하던 두 사람은 상관의 간계(?)로 2권에서 우정을 쌓습니다. 학회SF는 대립형에서 협동형으로 바뀌며, 순식간에 이야기가 쑥쑥 나갑니다. 그리고 2권의 마지막은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로 말입니다. 2권의 수수께끼는 거인들은 누구인가이며 3권의 수수께끼는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입니다. 이 수수께끼를 푸는 것은 당사자들이기도 하고, 외부인이기도 합니다. 3권보다는 2권이 더 지식추구형 이야기에 가깝고요.


2-3권도 1권 읽은 직후에 도서관이 신청해 빌려다 보았습니다. 신청한 뒤 여행 직전에 빌렸는데, 모처의 모임에서 이야기하다가 3권을 읽은지 얼마 안되었다는 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마지막의 한 방이 대단하다 하시더군요. 저 역시 기대했지만 제게는 조금 못미쳤습니다. 음, 읽고 나서 동시에 떠오른 작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한국 게임계에 길이 남을 모 게임이며, 다른 하나는 ㅂ모 출판사에서 나온 판타지소설입니다. 양쪽 모두 동일 트릭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것과 같은 건가 싶어 김이 빠졌더란..-ㅁ-a 솔직히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가깝군요.


뭐라 해도 굉장히 재미있는 SF입니다. 여러 등장인물이 있긴 하지만 메인 주인공이 헌터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헌터와 그 친구들의 스페이스 오페라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4권을 기다리며 조용히 통장 잔고를 채웁니다.



제임스 P. 호건. 『별의 계승자 2: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 최세진 옮김. 아작, 2017, 14800원.

제임스 P. 호건. 『별의 계승자 3: 거인의 별』, 최세진 옮김. 아작, 2018, 14800원.


아예 제목에다 땅땅땅 박았습니다. 하드 SF. 제목에 낚이고 첫 작품에 낚여 이게 뭔가 했는데 이거 하드, 아니, 정통 SF에 가까운 단편집입니다.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제목을 보고 홀려서 집어 들었습니다. 일단 이 책 NT 노벨로 대원씨아이에서 나왔고요, 제목에 슈뢰딩거와 초콜릿 파르페가 들어갑니다. 제 취향이다 싶어서 덥석 집었는데 SF라네요. 『M.G.H.』 같은 소설을 기대하고 집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지요. 이 책 속표지가 검은색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라인이 라이트노벨계가 아니라 『유키카제』와 같은 라인인 겁니다. 하하하하하.;ㅂ; 하지만 그 사실을 떠올린 것은 첫 번째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였습니다. 그걸 다 보고서야 이 책이 단편소설집인걸 알았고, 맨 앞 이야기가 표제작인 걸 알았습니다. 그 전까지는 한 권짜리 소설인 줄 알았거든요.

표제작인 「슈뢰딩거의 초콜릿 파르페」는 배경이 물리학입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저도 들어서 알고 있는 데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잖아요. 이게 초콜릿 파르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보시면 아십니다. 다만 첫 번째 이야기에 대한 감상은 접어 둡니다. 한줄로 요약하면 커플천국 솔로지옥입니다. 솔로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됩니다.
(그래, 기억하는 한도 내의 모든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솔로였어.ㄱ-)


배경이 되는 물리학 이론이 꽤 흥미로운데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생물학까지는 그럭저럭 가겠는데 최신 물리학이랑 화학은 이해하기 어려워요.;ㅁ;


「어금니의 스위치를 켜라」. 이건 내용을 말하는 것 자체가..-ㅂ-; 6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떠오르더랍니다. 아이언맨은 아닙니다. 분위기는 600만 달러의 사나이 계통이네요. 하지만 결론은..(눈물 좀 닦고)
순간 가속에 대한 이야기는 모 소설에서도 등장하지 않던가요? 하여간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바이오십 헌터」는 상상 초월할만한 그런 이야기라. 음, 저는 이 이야기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최근에 읽었던 SF,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가 떠올랐습니다. 표제작 말고 그 단편집 자체 말입니다. 로저 젤라즈니가 절로 떠오르는 단편이더군요. 덕분에 또 읽고 싶어지더랍니다. 아무래도 이거 전자책으로 사야겠어요..-ㅁ-;
(라고 썼지만 안나왔습니다.ㄱ-)


「메두사의 주문」은 특히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가 생각납니다. 소재의 문제일겁니다. 하여간 읽고 나면. 하하하하하. 이것도 굉장히 아이디어가 독특합니다. 이런 이야기일 줄은 몰랐어요.ㄱ-;


「언젠가 찾아올 겨울의 슬픔도」는 제목이 상당히 긴데,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안생겨요.(먼산) 평행세계랑 타임패러독스를 이야기하는데 결말이 슬프더군요. 제목 그대로.


「7퍼센트의 천무」는 대체적으로 무난합니다. 한 단어로 요약하면 커플천국.


「어둠 속의 충동」은 오마쥬입니다. 아마도? 전 러브크래크래프트를 안 읽어서 확신은 못하지만 그쪽 계통의 이야기를 섞은 것 같습니다. 보고 나면 하수구 위는 못 지나갈 거고, 우주괴물 따위는 ..ㅠ_ㅠ 게다가 결론은 커플천국.


넵.
읽고 나면 솔로는 참 옆구리가 허전합니다. 내용 정리하다보니 더 옆구리가 허전하네요. 하지만 솔로지옥을 부르짖는 것은 작가가 커플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처럼 오타쿠 커플인 것 같더군요. 제 평소 독서범위하고는 다른 방향이라 저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습니다. 하여간 애초에 기대했던 가벼운 소설이 아니라 무거운 소설이기는 했는데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 C님이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을까 싶기도...; 로저 젤라즈니나 러브크래프트 등의 오마쥬를 좋아하신다면 보실만 하실 겁니다. 조금 묵직한 SF지만 그 요소를 빼놓고 보면 판타지로 읽히기도 합니다. 묘하지요.-ㅁ-


야마모토 히로시. 『슈뢰딩거의 초콜릿 파르페』, 박용국 옮김. 대원씨아이, 2010, 9800원.


지금 보니 NT Library라고 표지에 있는데, 『유키카제』도 같은 라인인가 싶고..? 나중에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지금 보니(2) 교보에서는 절판으로 뜨는군요. 젠장.ㄱ-;
다나카 요시키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딱 잘라서 말하건데 싫어하는 쪽입니다. 하지만 제게 『은하영웅전설』이 어떤 영향을 끼쳤냐고 묻는다면 대답도 못할 겁니다. 측정 불가 수준이거든요. 그 즈음 이런 저런 책들을 상당히 많이 보았지만 『은영전』의 영향력은 아주 높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친구들도 같은 대답을 할 테고요.
그런데 왜 다나카 요시키를 싫어하느냐.
...
『창룡전』 완결 내주세요. 『아루스란 전기』 2부는 나오긴 하는건가요? 도대체 『은영전』말고 다른 작품은 완결을 왜 안 내주는 겁니까? 현기증 난단 말예요! ;ㅁ; 죽기 전에 『창룡전』완결 보고 싶어요. 엉엉엉엉엉.

그런 이유로 다나카 요시키는 좋아하지 않는 쪽입니다. 아마 제 친구들은 완결나지 않은 작품 때문이 아니라 어린애 라인하르트라든지 키르히아이스에 대한 처분이라든지, 로이엔탈에 대한 연민이라든지, 양웬리에 대한 애정 등등으로 화가 나 있을 겁니다. 좋게 말해 화가 난 것이지 강하게 말하면 빡친 거죠.ㄱ-;
(물론 『창룡전』의 내용도 이미 산으로 가고 있어 수습이 불가능한 수준이란 건 압니다만.;)

그럴진대 『일곱 도시 이야기』를 읽고서는 눈물을 흘리며 이에 대한 면책 특권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창룡전』 완결은 천천히 보아도 되어요. 『은영전』에 대한 자기 캐릭터 패러디, 오마쥬를 써낸 시점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네 번이나 다시 읽었으니 말입니다. 역자 후기에도살짝 언급되지만, 정말로 『일곱 도시 이야기』는 『은영전』팬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물론 100% 그런 이유에서 쓴 것은 아닐 겁니다. 초반부에 『은영전』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기 위한 설정이 등장하니까요. 그걸 보면 외려 『은영전』에 대한 비판을 보고 그걸 만회하기 위한 자기 만족 소설을 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라 확실하진 않지만 『은영전』은 원래 3권 완결 예정이었답니다. 그러던 것이 편집부의 압박으로 이야기가 길어졌다던가요. 일본에서는 흔히 있는 이야기인 모양이지만 3권으로 완결된 『은영전』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대강 궁금증은 풀립니다. 연작 소설에 가깝게, 총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보고 있노라면 더 있으면 좋고, 더 없어도 만족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 좋습니다. 뒷 이야기가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완결성을 가집니다.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만족감이 드는 겁니다.
...
꼭 과식을 피하기 위한 소식 습관 들이기 같군요.


앞의 설명이 길었는데 요약하면 그런 겁니다.
『은영전』 팬이라면 볼만 합니다. 『은영전』 팬이 아니더라도 볼만 합니다. 솔직히 도시의 관계성보다는 인물의 캐릭터성이 더 중요한 소설입니다.



대전도라고 하나요. 지구의 자기장 축이 원인 모르게 뒤틀리면서 지구는 물바다가 되고 대륙이 이동합니다. 그 와중에 인구는 200만명까지 줄어듭니다. 지구의 인구는 그랬지만 달에 살고 있었던 고위층들은 살아 남아 지구의 사람들을 압박합니다. 그에 저항해보았지만 무적의 항공방위시스템이 작동해서 소용 없습니다. 어떻게든 하늘을 나는 탈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셔틀을 만드는 족족 다 방위시스템에 의해 파괴가 됩니다. 지상 500미터 이상으로 날아오르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 지구상에 남은 일곱 도시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각각의 특성을 살려 살아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독재자가 등장할 뻔한 어느 도시의 상황에서 시작이 됩니다.

각 도시는 서로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군대를 가지고 있지만 그걸로 다른 곳을 침략하려는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자칫하다가는 다른 도시들이 이쪽의 뒤통수를 칠 수 있으니까요. 그런 균형을 깨트리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또 마침 몇몇 도시에서는 비슷한 나이 대의 특출난 군사적 재능을 가진 비뚤어진 인간들이 있지 뭡니까. 결국 역자 후기에서 말하는 대로 ***와 ****과 ***가 ******의 중재를 통해 ***의 지략으로 협동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물론 역자 후기에서는 셋만 언급했지만 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하하.-ㅂ-;


결국에는 도서관에서 빌려 네 번 읽고는 못참아서 새로 한 권 샀습니다. 크흑.;ㅂ; 2011년에 나온 책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하기야 나온 건 알았지만 다나카 요시키의 책이라서 손대지 않았지. 그런 거지요. 왜냐하면 도서관에서 빌려 오고서도 보름 넘게 손을 대지 않았거든요. 그랬던 걸 후회하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리하여 2014년 결산 때 올해의 소설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ㅂ-;



다나카 요시키. 『일곱 도시 이야기』, 손진성 옮김. 비채, 2011, 11000원.

참조.
아래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실 분은 제 블로그 방문객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 밖에 없습니다. 음, G는 긴가민가하고, Ki님은 아실 것이며, M님도 아실 겁니다. C님은 아실려나? 하지만 다른 분들은 아마 이해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이 모든 것은 시신덴 때문입니다.(먼산)

그리고 아래에서는 격하게 스타트렉 다크니스 속의 짐 커크를 비난하고 있으니 .... 커크를 좋아하시는 분은 고이 뒤로를 눌러주시어요.



옛날 옛적에 시신덴(紫宸殿)이라는 동인이 있었습니다. 한쪽(다치바나 미즈키橘水樹)이 스토리를 짜고 한쪽(사쿠라 린코櫻林子)이 그림을 그립니다. 그 옛적 동인 시절에는 가장 유명했던 것이 마동왕 그란조토의 패러디입니다. C님 언급에 의하면, 마동왕 그란조토 본편에서 다루지 못한 미싱링크들을 동인지로 모두 채워 넣은 대단한 동인이라더군요.
하지만 저는 마동왕 그란조토보다 JANE을 먼저 알았습니다.
『JANE』.
정확히는 항우함, 스타플라이트 JANET 5th를 의미하는 겁니다. 최첨단 기기를 갖춰 놓은 상어 모양의 항우함. 아, 참, 예뻐요....////

.. 근데 검색하다보니 저만 이 작가들을 떠올린 것은 아니로군요.(웃음)

90년대 후반에 해적판으로 『JANE』이라는 만화가 나왔습니다. 해적판으로 구입하고 있다가, 나중에 다른 출판사(서울기획)에서 라이센스가 나왔습니다. 해적판은 치우고 라이센스 전 권을 다 구입했지요.

자아. 스타트랙을 먼저 알았는가, 『JANE』을 먼저 알았는가 그러면 당연히 스타트랙입니다. 이건 TV 시리즈로 나온 것을 몇 번 보았으니까요. 하지만 그 때의 기억은 어렴풋합니다. 대신 집에 두었는 줄 알았는데 처분한 것 같은 스타트렉 물리학 관련 책 한 권(링크)은 그 이후에 보았지만, JANE하고 본 시기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별 감정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말입니다.
오늘 아침 코엑스에서 조조로 스타트랙을 보았습니다. 보는 내내 그리고 위화감과 깊은 빡침을 느꼈습니다. 아, 나도 관료제에 물들었구나 싶었지요. 아무리 감이 좋고 아무리 실력이 좋다 해도, JANE의 어느 높으신 분이 말한 것처럼 "언제나 시말서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짐 커크. 스타트랙 본편을 홀랑 잊어버린 입장에서는 히로인 엔터프라이즈호의 젊은 함장으로 능력을 그렇게 인정 받았다고 할지라도 지독한 애송이입니다. 그게 매력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지독히도 싫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내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저거 조금만 잘못하면 시말서, 아니면 승무원들을 통째로 무덤에 끌고 들어가는 짓일 수 있습니다. 중간에 지적받지요. 엔터프라이즈호는 탐험이 목적입니다. 이름 그대로 개척이나 탐험이 목적인 함을, 명령이고 자신이 하고 싶었다 하더라도 분쟁지역에 끌고 들어가서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이상합니다. 그렇게 명령 싫어하고 지시받는 것 질색하는 놈이 왜..? 그렇게 중요한 과학 주임(이었나;)을 해고하면서까지 말입니다?

왠지 커크의 행동이 앞 뒤 안 맞는 것 같군요.

아니 실은.-_-
커크가 제게 미움 받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앞에서 JANE 이야기를 꺼냈지요. 거기 주인공들은 당연히 초 미형입니다. 스팍은 미형이니 뭐니를 논할 시점을 벗어나서 관계가 없습니다. 한데, 아무리 봐도 커크는 미형이 아니예요. 그렇다고 매력이 있는 인물도 아니고 사고뭉치, 천둥 벌거숭이입니다. 왜 그렇게 승무원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모르겠다니까요. 모든 위험을 무릎쓰고 방사능실에 들어가 승무원들을 살리는 인물이라? 애초에 그런 사고 안 쳤으면 그런 일도 없었어, 임마! -_-+


아니 뭐, JANE의 함장인 마히루 란에 비하자면 턱도 없는 외모잖아요. 만약 크리스토퍼 파이크 함장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비교는 안 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파이크 함장은 JANE의 데이빗 제독하고 오버랩 됩니다. 란의 외숙이자 대단한 인물인 데이빗 제독. 란도 어떤 면에서는 데이빗 제독의 후광(그늘) 아래 있지요. 그걸 질색하는 것이 또 귀엽지만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이크 함장이 사망한 시점에서 이미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고, 결말은 손에 잡힐 듯 뻔히 알지만 그러면서 손발에 땀을 쥐게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고. 그래도 그게 어떤 면에서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미드"로 밖에 안 보이더라고요,=ㅅ=;

게다가 영상 보는 내내, 쟤는 JANE에선 누구, 쟤는 JANE의 누구 등등으로 끼워맞추기를 하고 있어서 몰입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건 일단 접어 놓지요. 아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이렇게 짝 짓기를 하고 있다보니,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기억에 남는 인물은 파이크 함장, 칸, 스팍, 우훌라, 술루.
...
어, 커크는 어디갔지?



덧붙임.
덕분에 어제 JANE을 정주행하고 있었습니다. 허허허허; 오랜만에 보니 참 좋은데, 이거 원서로 안 샀더군요. 다음 여행 때 북오프를 뒤져 원서를 찾아야겠습니다. 왜 안 샀지..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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