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요시키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딱 잘라서 말하건데 싫어하는 쪽입니다. 하지만 제게 『은하영웅전설』이 어떤 영향을 끼쳤냐고 묻는다면 대답도 못할 겁니다. 측정 불가 수준이거든요. 그 즈음 이런 저런 책들을 상당히 많이 보았지만 『은영전』의 영향력은 아주 높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친구들도 같은 대답을 할 테고요.
그런데 왜 다나카 요시키를 싫어하느냐.
...
『창룡전』 완결 내주세요. 『아루스란 전기』 2부는 나오긴 하는건가요? 도대체 『은영전』말고 다른 작품은 완결을 왜 안 내주는 겁니까? 현기증 난단 말예요! ;ㅁ; 죽기 전에 『창룡전』완결 보고 싶어요. 엉엉엉엉엉.

그런 이유로 다나카 요시키는 좋아하지 않는 쪽입니다. 아마 제 친구들은 완결나지 않은 작품 때문이 아니라 어린애 라인하르트라든지 키르히아이스에 대한 처분이라든지, 로이엔탈에 대한 연민이라든지, 양웬리에 대한 애정 등등으로 화가 나 있을 겁니다. 좋게 말해 화가 난 것이지 강하게 말하면 빡친 거죠.ㄱ-;
(물론 『창룡전』의 내용도 이미 산으로 가고 있어 수습이 불가능한 수준이란 건 압니다만.;)

그럴진대 『일곱 도시 이야기』를 읽고서는 눈물을 흘리며 이에 대한 면책 특권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창룡전』 완결은 천천히 보아도 되어요. 『은영전』에 대한 자기 캐릭터 패러디, 오마쥬를 써낸 시점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네 번이나 다시 읽었으니 말입니다. 역자 후기에도살짝 언급되지만, 정말로 『일곱 도시 이야기』는 『은영전』팬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물론 100% 그런 이유에서 쓴 것은 아닐 겁니다. 초반부에 『은영전』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기 위한 설정이 등장하니까요. 그걸 보면 외려 『은영전』에 대한 비판을 보고 그걸 만회하기 위한 자기 만족 소설을 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라 확실하진 않지만 『은영전』은 원래 3권 완결 예정이었답니다. 그러던 것이 편집부의 압박으로 이야기가 길어졌다던가요. 일본에서는 흔히 있는 이야기인 모양이지만 3권으로 완결된 『은영전』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대강 궁금증은 풀립니다. 연작 소설에 가깝게, 총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보고 있노라면 더 있으면 좋고, 더 없어도 만족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 좋습니다. 뒷 이야기가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완결성을 가집니다.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만족감이 드는 겁니다.
...
꼭 과식을 피하기 위한 소식 습관 들이기 같군요.


앞의 설명이 길었는데 요약하면 그런 겁니다.
『은영전』 팬이라면 볼만 합니다. 『은영전』 팬이 아니더라도 볼만 합니다. 솔직히 도시의 관계성보다는 인물의 캐릭터성이 더 중요한 소설입니다.



대전도라고 하나요. 지구의 자기장 축이 원인 모르게 뒤틀리면서 지구는 물바다가 되고 대륙이 이동합니다. 그 와중에 인구는 200만명까지 줄어듭니다. 지구의 인구는 그랬지만 달에 살고 있었던 고위층들은 살아 남아 지구의 사람들을 압박합니다. 그에 저항해보았지만 무적의 항공방위시스템이 작동해서 소용 없습니다. 어떻게든 하늘을 나는 탈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셔틀을 만드는 족족 다 방위시스템에 의해 파괴가 됩니다. 지상 500미터 이상으로 날아오르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 지구상에 남은 일곱 도시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각각의 특성을 살려 살아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독재자가 등장할 뻔한 어느 도시의 상황에서 시작이 됩니다.

각 도시는 서로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군대를 가지고 있지만 그걸로 다른 곳을 침략하려는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자칫하다가는 다른 도시들이 이쪽의 뒤통수를 칠 수 있으니까요. 그런 균형을 깨트리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또 마침 몇몇 도시에서는 비슷한 나이 대의 특출난 군사적 재능을 가진 비뚤어진 인간들이 있지 뭡니까. 결국 역자 후기에서 말하는 대로 ***와 ****과 ***가 ******의 중재를 통해 ***의 지략으로 협동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물론 역자 후기에서는 셋만 언급했지만 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하하.-ㅂ-;


결국에는 도서관에서 빌려 네 번 읽고는 못참아서 새로 한 권 샀습니다. 크흑.;ㅂ; 2011년에 나온 책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하기야 나온 건 알았지만 다나카 요시키의 책이라서 손대지 않았지. 그런 거지요. 왜냐하면 도서관에서 빌려 오고서도 보름 넘게 손을 대지 않았거든요. 그랬던 걸 후회하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리하여 2014년 결산 때 올해의 소설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ㅂ-;



다나카 요시키. 『일곱 도시 이야기』, 손진성 옮김. 비채, 2011,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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