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관내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선호. 「라디오 장례식」

김혜진.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오정연. 「마지막 로그」

이루카. 「독립의 오단계」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대상 수상작이었던 「관내분실」. 도서관에서 장서가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서가부재도서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서가의 원래 자리에 없는 책이란 뜻이지요. 그리고 그 책은 관내, 그러니까 도서관 내부에서 분실되었다고 보는 겁니다. 즉, 배경이 도서관이기는 하나 SF인만큼 특이한 도서관이 배경입니다. 망자를 기억하기 위해 망자와 관련된 여러 데이터를 모아 구성한 것이 '마인드'이고, 마인드를 모아 놓은 곳도 도서관입니다. 마인드는 개인의 기억을 기반으로 죽기 전의 모습을 구성한 것이고, 접속하여 마인드를 만나는 것은 살아 있는 상태의 죽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아마 사람보다는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면 더 실감나게 느낄 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하여간 어머니의 마인드를 만나기 위해 도서관에 간 지민은 마인드가 관내분실되었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가작을 수상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어느 우주정류장을 배경으로 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시작으로 기술의 발전과 비용 문제, 그로 인한 단절을 이야기합니다. 아니, 더 자세히 쓰면 내용 폭로가 되어 쓸 수가 없습니다.


「라디오 장례식」은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로드무비에 가깝습니다. 클리셰적이고 전체 흐름도 다 그렇지만 마치 영화 한 편을 감상한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는 미묘한 감정을 이끌어 내는 이야기입니다. 연명치료와 간병, 그리고 그에 따른 제반 비용까지. 심사평을 보면 이 단편을 두고 심사위원들도 잠시간 토론을 하게 만들었다(배명훈)는 언급이 있습니다.


「마지막 로그」는 죽음을 선택한 뒤의 일주일간을 다룹니다. 안락사까지 남은 기간 동안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흘러가지만 거기에 안락사까지의 편의를 봐주고 죽음을 집행하는 안드로이드의 이야기가 섞입니다.


「독립의 오단계」는 로봇을 어디까지 독립인격체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식도 자신의 소유물로 보는 어머니는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아들의 인격을 로봇, 안드로이드에 연결합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는 자신이 독립된 개체임을 주장하며 주인이자 어머니와 법정에서 만납니다.




워낙 기대가 커서 그랬던 건가 곰곰히 따져보았는데, 아닙니다. 실망이 컸던 것은 그 때문이 아니라 소설들 자체가 저와 맞지 않아서 그랬던 겁니다.

비단 SF-과학소설뿐만 아니라 판타지, 로맨스, 추리까지, 제가 좋아하는 소설은 하나같이 마음 편한 소설입니다. 복잡한 소설도 읽지만 대체적으로 결말이 평온한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소설을 읽는 목적 자체도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SF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기 등장한 소설 중에서 행복한 결말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둘. 애매한 것도 있지만 좋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읽고 나면 허탈하기도 하고, 심장에 안 좋기도 하고요. 한국소설에 손을 안 댄 것도 그런 이유였지만 SF에 손을 덜 대게 된 것도 그래서였던가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러기에는 최근에 읽었던 SF들이 마음에 들어서 단언하기는 어렵고. 『대우주시대』나 『별의 계승자』는 매우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이 책들은 그 해의 책으로 손에 꼽을 정도로 마음에 든 책이기도 하니 직접 비교하면 안되겠지요.


결국 읽고 나서 뒷맛이 씁쓸했기 때문에 감상도 덩달아 쌉쌀합니다. 하하하.;ㅂ; 설마하니 이 다음에 읽을 『사소한 정의』도 씁쓸한 맛일까 걱정 중인데. 우우움. 일단 도전하고 보렵니다.



김초엽, 김선호, 김혜진, 오정연, 이루카.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허블, 2018, 12000원.



그리고 추가.

1. 어떤 작품은 읽다가 왜 그 장면이 들어가야 했나 싶었습니다. 특별히 필요한 장면도 아니고 특별히 필요한 장치도 아닌데 왜? 물론 분노 폭발 장치로 선택할만 하나, 과했다 생각했습니다. 그 부분보며 갑자기 조아라가 떠오른 것은 왜인가..=ㅅ=


2.AI는 인간인가. 몸을 일부를 사이보그로 대체했다면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까지가 사이보그, 인조인간, 로봇인가.

제게는 진부한 질문입니다. 인류 멸망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근원적인 부분은 몸이 아니라 사상, 생각,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정신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뇌를 포함한 모든 것이 기계라 해도 그 사상이 인격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라면 인간입니다. 당연히 AI도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가 인격체라면 사회에서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경계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항상 그래왔잖아요. 인간 사회는 그렇게 진화해왔으니 시간이 지나면 그런 경계 또한 해결되리라 봅니다.

과격한 사상일까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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