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amazon.co.jp/dp/4768309062


책 속 내용 정보는 위의 아마존 링크에 들어가면 더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내용인즉 광물모양의 과자를 만드는 겁니다. 젤리라든지, 사탕이라든지, 지층모양의 슈라든지. 발상 자체가 재미있는데 맛있어 보이냐고 하면 그닥? 그야 청산구리의 색은 참 예쁘지만 먹으면 안된다는 건 이미 한참 전에 습득했으니까요. 게다가 수정과 같은 입방체 결정을 보면 '저거 사탕이 두꺼워 달겠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투명감을 보면 젤리 아니면 사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 다 즐기지 않으니 그냥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거죠.


하지만 알라딘에도 올라오면 얌전히 주문 넣을 겁니다..=ㅁ= 호기심은 지갑을 죽이잖아요.=ㅁ=




그 외에 주문 예정인 책은 JANE 밖에 없고. 아니, 장바구니에 다른 책들도 많긴 하지만 당장 급한 것은 그 한 권입니다. 나머지는 통장 잔고 봐서 조금씩 구입해야지요. 무엇보다 아르바이트비가 언제 들어오냐가 관건. 그것만 잘 되면 그럭저럭 명절 통장구멍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약속 있어서 나가기 직전에 후다닥 올려봅니다. 그렇게 길게 작성할 감상들도 아닌 터라..'ㅂ'


『나 홀로 첫 생활』을 보다가 문득 떠올린 건데, 이런 종류의 독립생활 책은 작가 성별이 여성인 경우가 훨씬 많다고 느낍니다. 물론 제가 접한 책만을 다룬 것이니 한정적인 정보인데 남자가 혼자 생활하면서 생활의 팁이나 살림의 팁을 소개하는 건 드물게 보았거든요. 그런 종류의 책은 주거생활팁이라기 보다는 에세이나 외국생활서에 가깝습니다. 에세이가 주고 살림정보는 부라는 겁니다.

책을 확인하고는 상당히 당황했던게 문고판인가 싶은 정도로 책이 작고 얇습니다. 일본 문고판보다는 확실히 크지만 일반 도서보다는 많이 작고 얇습니다. 그럼에도 내용 자체는 쏠쏠합니다. 독립해서 혼자 거주지 관리를 해야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독립생활을 한 사람이 이건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느낌이라서요. 집 정리, 정리용품, 청소, 생활 관리, 식생활, 재정관리 등을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가니 한 번쯤 읽어볼만 합니다.

제게도 그럭저럭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 많기도 하고, 아침형 인간인데다 집에 들어오면 절대 밖을 나가지 않는 성격이라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드물고 그나마도 회식이 전부입니다. 원룸에다 집이 작기 때문에 살림은 최소화 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요. 아. 그러고 보니 이사하기 전에 안 쓰는 그릇도 버려야 하는데.OTL 하여간 자기 생활 습관에 맞춰서 받아 들이되 여기 있는 상황을 한 번쯤 점검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캐빈 폰은 원제 자체가 Cabin Porn입니다. 포르노의 그 폰 맞습니다. 요즘에는 음식포르노와 같이 특정 욕망이나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영상이나 책을 포르노라고 통칭하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꼭 색사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도 말이지요. 이 책은 캐빈, 그러니까 오두막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듬뿍 담아(...) 만든 책입니다 .처음보는 출판사임에도 책이 상당히 크고 두꺼운데다 만듦새가 좋아서 희한하다 했더니 민음사 임프린트입니다. 민음사에서 이런 책이 나오는 것도 신기하군요.

굳이 나누자면 이 책은 사진집에 가깝습니다. 일부 도면이 있기는 하지만 손으로 그린 도면이고 실측 도면이나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집들 자체가 설계도를 두지 않고 뚝딱뚝딱 만든 것이 많습니다. 실용적인 목적을 두고 만든 집도 있고, 그냥 그 자체가 로망이어서 만든 집들도 많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숲속에 오두막 하나 짓고 야생생활을 꿈꾸니까요. 딱히 소로가 아니어도 말입니다. .. 그러고 보니 이 책 보고 나서 어젯밤 베갯머리 책으로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도 보았는데...=ㅁ= 그쪽은 본격적으로 설계도 놓고 만든 집이고 이쪽은 집에 살려는 사람들이 자재를 끌어다가 뚝딱뚝딱 지은 것이 많습니다.


오두막의 주인과, 그 주인이 어떻게 이 집을 짓거나 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수리했는지, 내부는 어떻게 꾸몄는지를 간략하게 보여줍니다. 사진 자체도 멋진데다 글도 슥슥 읽힙니다. 표지 자체도 가문비나무 같은 짙은 녹색의 작은 오두막이고 책 전반이 그런 분위기입니다. 사막 위의 집도 있지만 어디건 간에 그 장소에 오두막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그런 고로 오두막을 좋아하신다면 보실만 합니다. 야생생활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야나기사와 고노미. 『나 홀로 첫 생활: 내 삶을 즐기는 생활 아이디어 79』, 정미애 옮김. 안그라픽스, 2017, 12000원.

자크 클라인, 스티븐 렉카르트, 노아 칼리나. 『캐빈 폰』, 김선형 옮김. 판미동(민음사), 2017, 28000원.




위타드와 트와이닝은 사지도 않으면서 메일링은 꼬박꼬박 받아 봅니다. 물론 3개 사면 하나 덤이라든지, 하나 사면 하나 안겨준다든지 하는 세일 내용은 그냥 흘립니다. 요즘은 주식이 커피라 차는 거의 안 마시거든요. 차를 안 마시는 가장 큰 이유는 설거지의 번거로움입니다. 사무실에서 화장실까지가 너무 멀어요. 탕비실이든 휴게실이든 제 사무실에서는 한참 멉니다. 게다가 찻잎은 음식물쓰레기로 버리거나, 따로 챙겨서 밭에 단져 놓거나 해야하니까 상대적으로 간편하게 설거지가 가능한 커피를 주로 마십니다. 찻잎 쇼핑이 적은 것도 그 때문이고요.

..

사실 생활비 생각하면 차 마시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마셔도 커피보다 쌀 겁니다.

라고 적고 보니 계산을 해봐야 알 것 같아 단순 작업.


직접 구매 사이트 등을 이용하면 100g에 1.7만 정도로 찻잎 구매가 가능합니다. 트와이닝은 그보다 더 저렴하게도 가능할걸요. 주 소비 홍차는 포트넘앤메이슨 로열블렌드, 트와이닝 얼그레이고 찻잎이 아닌 것은 로네펠트의 자몽차정도.

단순 계산을 위해 차 한 포트 당 5g으로 계산하면 하루 두 포트를 마셨을 때 10g 소모입니다. 1일 1700원 꼴이네요. 커피는 1kg당 2.5만짜리를 마시는데 1일 소비량이 대략 30g 남짓. 그럼 750원 ... .. ...


핫핫핫. 앞으로도 커피를 주로 소비하겠습니다.(먼산)


물론 저건 저렴한 커피 기준인거고, 집에서 마시는 커피는 300g 당 2만짜리 커피입니다. 이 경우는 10g당 670원이니까 30g이라면 2010원. 그래도 홍차와는 별 차이 안나죠. 그런 고로 제 경우는 홍차가 사치재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제도 트와이닝 메일링을 보고 있다가 엉뚱하게 차가 아닌 찻잔에 꽂혔습니다. 위의 사진 가운데에 있는 저 찻잔 말입니다.



찾아보니 이런 찻잔이네요. Burleigh Black Regal Peacock Teacup and Saucer. 24파운드입니다. 머그도 있는 걸 보니 아예 시리즈로 나온 모양이고요. 홍차 자체보다는 사진에서 보였던 것처럼 진한 차이를 담아 마시면 잘 어울릴 겁니다. 찻잔 바닥에 앵무새 설탕 한 조각 올리면 ... (하략)





그리고 같은 날. 위타드 메일링의 메인은 Mad Hatter Teaparty입니다. (모님을 쳐다보며) 하트여왕의 독무를 이 찻잔과 함께 즐긴다면 더더욱 뜻깊을.....



이 모든 것은 서랍장 정리로 뭐든 버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인간의 대리만족 겸 윈도쇼핑에서 시작되었습니다.(먼산)

 비쉬트 가는 오래된 공작가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우성알파로만 대를 이은 집안으로 또한 유명하다. 비쉬트가 우성알파로만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여성 우성알파의 특질 때문이기도 하다. 알파와 오메가의 특질은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성별과는 관계없이 존재하나, 단 하나 예외가 있다. 마녀는 모두가 우성알파이며, 마녀가 딸을 낳으면 반드시 우성알파이다. 그리고 이 우성알파는 반드시 마녀다. 여성 우성알파의 자식은 알파건 오메가건 관계없이 우성이 나올 확률이 남성 우성알파보다 높은 편이나, 우성알파의 존재가 통계적 연구가 가능할 정도로 많지 않은데다 우성알파들은 자식의 수도 많지 않다.


 마녀들은 우성알파 중에서도 특이 케이스로 볼 수 있으며 특히 딸은 반드시 마녀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대부분의 마녀 연구는 자체적으로 이루어지는 바, 공개된 것은 비쉬트 가의 혈족 연구뿐이다. 비쉬트 가의 사례연구는 아예 연구자들이 대를 이어서 진행하는 가계 프로젝트로 이루어지며, 처음에는 비쉬트 가 자체적으로 진행했지만 현재는 국가 주도의 연구재단에서 지원을 받는다. 처음에는 우성알파의 존재를 추적하여 더 많은 우성 형질을 낳기 이한 용도로 국가에서 주도하였지만 형질에 따른 관리가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많아지자 가계 연구나 단순 추적 연구의 형태로 바뀌어다. 비쉬트 가에 대한 연구는 유전적 연구 외에도 마녀라는 집단과 존재의 계보 연구도 함께 하여 역사학과 유전학의 통합 연구로도 유명하다.


 “그냥 눈이 가더라.”


 그는 건넨 찻잔을 받아 들며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무릎 위에 찻잔받침을 얹고는 한 모금 홀짝이고 있노라니 혼잣말 같은 독백이 연이어 튀어 나왔다.


 “애초에 난 아기 낳을 생각이 없고, 그러니 오메가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베타를 좋아할 줄은.”


 고개를 숙였다가,


 “처음에 만났을 때부터 눈이 간다 생각했는데 그 다음에는 계속 눈으로 쫓고만 있단 말야.”


 다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아으!”


 마지막의 절규를 끝으로 감정폭발이 소강상태가 될 것으로 보여, 그는 다 마신 찻잔을 내밀었다. 역시 알아서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진한 수색이라 우유를 한 큰술 섞었다. 녹차에 우유를 넣는다니 희한한 입맛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유 섞는 것도 나름 즐길만 했다.


 “그냥 데이트 신청하고, 정말로 괜찮다 싶으면…….”


 얼굴로 날아오는 시선이 느껴져 그는 그대로 고개를 들고는 방어했다.


 “나보고 낳아오라는 말은 하지마. 난 할 생각 없어.”
 “알아, 아니까….”


 다시 신음소리가 이어졌다. 광분하다가 다시 좌절하다가. 애초에 데이트 신청도 교제 신청도 하지 않았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일인극과 함께 구구절절 풀어 놓고 있는 걸 보면 흥분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이해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모두 다 받아줄 필요는 없다. 그저 다 털어내고 자신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자신이 맡은 역은 방관자이고 관객이다. 영명한 이 분은 이 극을 멋지게 해결할 능력이 있다.
 예상했던 대로 10분쯤 뒤에는 진정된 모양인지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르는 것이 보였고 식은 차를 맛없다면서 한 입에 털어 넣은 뒤에는 한숨과 함께 다음 단계를 내놓았다.


 “일단 데이트부터 신청할래.”
 “그래라. 다음에 만날 때면 결과 나오겠지?”
 “아마도.”


 해탈한 목소리였다. 20분 동안 쏟아 냈다고 하지만 그나마도 자신의 앞이 아니면 이런 모습은 보일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도 고개를 끄덕여 이해한다는 몸짓을 보였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한다는 생각은 했다. 페넬로페는 공작이고 후계자를 낳아야 한다. 비체스는 대대로 마녀가 공작이었으며 자신도 마녀다. 비체스가 공작이 되고, 공작가가 되고, 공작의 영지를 받은 것은 수많은 전쟁 속에서도 살아남은 마녀들을 대변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차별들은 많이 가라앉았지만 그 상징성은 남아 있다. 따라서 다음 후계자도 마녀를 두어야 하며 그럴려면 집안을 뒤져 마녀를 찾거나 마녀인 양자를 찾아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대대로 공작들이 그러했듯 임신하고 아기를 낳는 것이나 페넬로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자신은 일이 더 소중했고 아기보다 우선했다. 자신이 아기를 낳지 않아도 배우자가 낳는다면 문제는 없다. 따라서 오메가를 배우자로 맞이하고 상호합의하에 최근 확대되고 있는 인공수정시술을 한다. 이것이 올리비에를 만나기 전의 생각이었다. 이 모든 계획이 무너진 건 그야말로 눈이 갔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올리비에가 혼자 있는 것은 확인했다. 보좌관인 레이몬다 밀런은 집사와 협의할 것이 있어 잠시 자리를 비웠고 올리비에는 올해의 장부 결산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정리도 거의 끝낸 모양이라 잠시 기다렸다. 이윽고 올리비에가 한숨을 내쉬며 등을 펴자 페넬로페는 기다리지 않은 척, 열린 문 사이를 슬쩍 들어가 문을 두드렸다.


 “어, 공작님.”


 잠시 긴장이 풀려 있던 몸은 다시 뻣뻣해졌다. 아직은 어려운 모양이라 생각하며 페넬로페는 책상 옆으로 다가갔다.


 “장부 결산 중이었나보지?”
 “예, 마무리 작업까지 끝내서 이제 제출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군.”


 말을 고르며 머뭇거렸던 그는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말했다.


 “혹시 차 좋아하나?”


 좋아하는 것은 이미 조사해서 알고 있다. 홍차를 좋아하며, 새로 열린 찻집은 나중에라도 한 번씩 다 방문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마침 이번에 찻집 하나가 내부 공사 후 개장한다고 하여 예약을 잡아 놓은 터였다. 예상했던 대로 올리비에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홍차를 제일 즐기지만 차라면 관계없이 대부분 다 좋아합니다.”


 입을 여는 순간, 어디서 홍차향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코끝을 은은하게 스치는 향. 무의식중에 주변을 훑었지만 홍차는 없었다. 장부가 있어서 혹시 젖을까 그랬는지 책상 위에는 빈 컵마저도 없었다.


 “음? 뭐 찾으십니까?”
 “아, 아니, 갑자기 홍차향이 나는 것 같아서. 착각인가.”


 페넬로페의 말에 올리비에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제 페로몬일 겁니다. 가끔 흥분하면 조절을 못해서요.”
 “페로몬?”


 ‘페로몬? 페로몬이라고?’


 대답을 듣는 순간 페넬로페의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어, 그러니까 내가 온 것은, 그러니까, 이번에 동백아가씨가 재개장을 한다 해서, 같이, 음. 가자고.”


 말을 계속할수록 홍차향이 점점 짙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올리비에의 표정은 점점 알 수 없는 것으로 변했다. 그러더니 페넬로페의 말이 끝나고 적막이 몇 초간 흐른 뒤에 입을 열었다.


 “…데이트 신청이라고 이해하면….”
 “아니, 데이트 신청은 아니고, 아냐, 맞아. 원래는 데이트 신청하고 좀 더 알아갔으면 했는데….”


 말이 꼬이면서 점점 더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트 신청이 아니고 그 다음 단계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한 번 더 상황은 꼬였다.


 “했는데라고 말씀하시는 건….”


 올리비에 역시 적당한 단어를 찾기 어려운 모양인지 말꼬리를 흐렸다.


 “아냐, 중요한 건 데이트가 아니니까. 결혼이지.”


 사고쳤다. 말이 튀어나온 순간 페넬로페는 등 뒤에 식은땀이 솟는 것을 느끼며 자학했다. 평소에는 이런 성격이 아닌데, 정확하게 말을 전달하고 확실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상관이지만 데이트 신청하는데 이렇게 진땀을 빼는 건 이상했다. 아니, 이 모든 것의 원흉은 페로몬이었다. 베타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터라 페로몬을 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물어볼 걸 그랬다. 아니, 그 자체가 실례되는 행동이고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 생각 못했던 것이지만.


 “그거, 결혼을 전제로 한 데이트 신청이라고 받아들이면 됩니까.”


 안 좋은 쪽으로 마구 뻗어 나가던 생각은 올리비에의 말에 순간 멈췄다. 가지를 뻗어 나가던 자괴감이 도로 착착 접혀 상자 속에 쏙 들어가 밀봉되었다.


 “……응.”


 정리하면 그렇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는 차츰 알아 나가면서 하면 된다. 일단은 데이트부터. 그것도 결혼을 전제로 한 데이트.


 첫 번째 데이트 약속은 정신을 차린 페넬로페가 앞서 말한 동백아가씨의 재개장에 맞춘 예약일로 잡았다. 둘 다 급한 일은 해치워 놓고 편한 마음으로 가자고 약속했던 터라, 그 사실을 몰랐던 보좌관 레이몬다가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며 좋아한 건 덤이었다. 첫 데이트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야기하지 말자고 해서 페넬로페는 외부 일정 후 약속 장소에 가기로, 올리비에는 그날 휴가를 마치고 나가기로 했다. 다만 부담가질 필요 없다고 페넬로페가 먼저 선을 그은 터라 복장은 찻집에 어울리는 간편한 복장으로 말을 맞췄다. 정장이 아니라 그보다 가벼운 차림, 갈색의 긴 바지에 차이나 칼라의 흰셔츠였다. 페넬로페도 그와 비슷하게 발목 가까이 오는 긴 치마와 셔츠를 챙겨입고 있었다. 서로 마주할 일이 많지 않은 두 사람이었지만 주문할 음료와 디저트에 대해 말문을 트면서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라지만 그런 문제에 신경을 안 쓰는 페넬로페와, 그런 페넬로페를 알고 있는 올리비에는 찻집에 놀러온 일행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일단 개인적인 일을 묻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어느 것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어떤 것이 궁금하신가요?”


 직원이 우려 내온 포트를 기울여 차를 따르며 올리비에가 대답했다. 말을 고르던 페넬로페는 포트를 내려 놓는 걸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페로몬, 홍차향인가요?”
 “아, 네.”


 더 무서운 질문인 줄 알고 긴장했던 모양인지 올리비에는 빙긋 웃으며 긍정했다.


 “그렇다면 오메가……?”
 “모르고 계셨습니까? 아, 하기야, 원서에 그 내용은 적는 곳이 없었지요.”


 올리비에는 취직 전에 적어 냈던 서류들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확실히 공작가에서 제출을 요구한 서류에는 형질을 묻는 내용이 없었으며, 공작가 의료실을 담당하는 직원 주치의는 알고 있었겠지만 그런 개인 정보는 엄중히 관리되고 있으니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보고가 들어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공작가는 그런 개인정보의 관리 문제는 엄격했다.


 “열성오메가라 향이 짙지는 않지만 홍차향입니다. 아마도 실론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다즐링은 아닐거예요.”


 ‘열성오메가.’


 페넬로페는 올리비에의 설명을 듣고 그제야 왜 자신이 베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열성오메가라면 히트사이클의 주기도 몇 달 간격으로 길다보니 휴가를 내더라도 눈치챌 가능성이 낮았다. 게다가 향도 약하고, 페로몬 갈무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베타로 착각할 정도였다. 우성오메가는 페로몬 우성알파와 비슷하게 사람의 눈길을 끄는 부분이 훨씬 더 강하고 히트사이클의 주기가 훨씬 짧기 때문에 눈치채기도 쉬웠다. 애초에 우성 인자를 가지고 있으면 자연스레 알아차리기 쉬웠다.


 “솔직히 이야기 꺼내기가 쉽지 않아서 그 때 횡설수설한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건 당황해서 였습니다.”
 “네?”
 “베타라고 생각했거든요.”


 올리비에는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페로몬 갈무리를 잘한다는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칭찬보다는 원망에 가깝죠.”
 “네?”


 페넬로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묻으며 투덜댔다.


 “오메가인줄 알았으면 고백 진즉에 했을 겁니다. 베타인줄 알아서 한참을 망설였고요.”


 궁금증이 어린 올리비에의 얼굴을 보고 페넬로페는 찻잔을 가볍게 흔들었다. 올리비에의 페로몬 향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새콤한 향이 코 끝에 다가왔다.


 “전 임신할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후계자는 얻어야 하니까 인공수정에 동의하는 오메가를 배우자로 맞을 생각을 했지요.”


 페넬로페가 우성알파이고 마녀다보니 페넬로페가 낳는 여아는 무조건 우성알파다. 지금까지 앞선 공작들이 다 그랬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연히 페넬로페가 알파나 베타의 배우자를 맞아 당연히 아기를 낳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우성알파라 해도 여성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오메가를 임신시킬 수 없었다.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개 보조적 기구 등을 이용하여 임신에 성공한 결과이고, 그 수도 사례 보고가 될 정도로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학이 발달하면서 실험실에서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하여 이를 오메가의 태에 착상시키는 일도 많았다. 이 덕분에 남성 알파간의 결합을 제외하고, 태를 갖고 있는 쌍인 남성과 여성, 오메가와 알파간의 다른 모든 조합은 아기를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여성 알파라면 오메가가 아니라 남성과 배우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러실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습니다.”


 아연한 얼굴로 대답하던 올리비에는 말을 되짚어 보고 퍼뜩 시선을 맞췄다. 이 말인 즉, 그 이전부터 자신을 배우자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본인의 뜻을 꺾고 스스로 임신할 생각을 했을 정도로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페넬로페의 간접 고백에 올리비에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걸 가릴 셈인지 올리비에가 찻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더 직접적으로 고백할까요. 지난번에 이미 이야기하긴 했지만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싶습니다.”


 올리비에의 얼굴은 찻잔으로 가리지 못할 정도로 붉게 물들었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그 반응이 보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 못할 페넬로페는 아니었다. 하지만 직접 말로 듣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정. 그럼에도 페넬로페가 올리비에에게서 직접 답을 들은 것은 그보다 훨씬 뒤에, 얇은 반지를 통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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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해도 우성알파인 페넬로페는 미인이다. 올리비에에게는 경애의 대상이었을 것. 나이차이는 많이 나지 않지만 일찌감치 공작가를 이끌어온 인물이며 관리자적 측면이나 본인의 업무적 능력, 개인적 능력 모두 뛰어난 인물. 자신은 그렇기 때문에 호감은 있어도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상황.

바라만 보던 인물이 프로포즈를 해왔을 때, 상대의 손을 잡아도 될 것인지 고민하는 부분은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대부분의 로맨스소설이 그러하듯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거야.-ㅁ-/ 무엇보다 먼저 반한 쪽은 페넬로페고, 프로포즈도 페넬로페가 먼저 했고, 그만큼 가장 아껴줄 것이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할리킹. 아니, 확실한 할리킹.



올리비에의 이름은 한창 제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라온 섬의 궤적 등장인물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 실은 그보다 훨씬 앞서 『황금박차의 영웅전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서 따옴. 같은 올리비에지만 이쪽은 더 평범하고 평온한 삶을 보낼 것임.




『고고심령학자』는 사다놓고 아직 못 읽었습니다. 고민하던 C님을 위해 첨언하자면 제가 못 읽는 것은 B님과 같은 맥락입니다. 아니, 결말만 확인했거든요. 앞부분 읽고, 결말을 보고 있노라니 이걸 읽으면 내 위장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저와 B님은 읽지 못할 책...ㅠ_ㅠ;;; 말은 그래놓고 다시 시작할지 모릅니다. 만. 저 컵받침은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드디어 서랍 정리 하나 끝. 물론 물건을 꺼내 다 바닥에 늘어 놓아서 서랍을 비운 것이라, 꺼낸 물건은 도로 어딘가에 넣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지만요. 넣을 곳이 없는 건 아닙니다. 꺼낸 것이 엽서집이라 책장에 올려두면 되긴 하거든요. 엽서들은 버려도 되는데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 단점.. 이유는 이번 연휴 중에 사진 찍어 올리면서 설명하겠습니다.=ㅅ=


일단 레이디핑거 분리수거 하고, 말린 과일들의 양이 많은 고로, 올 연말에는 기필코 파운드케이크든 과일케이크든 만들 요량입니다. 럼주 대신 꼬냑쓰면 향이 좀 많이 강하려나요..? 발굴한 물건 중에 미니 양주도 있고 크렘 드 카시스도 있으니 써먹어도 되는데.'ㅠ' 생각난 김에 백포도주 확보하고 키르 만들어 볼까 합니다. 쓰읍..



지금부터 할 일.

1.바닥에 널린 것 마저 정리하고

2.엽서 사진 찍어보고

3.『범죄 캘린더』 마저 읽고

4.『어느 마법세계의 평범한 이력서』 처음부터 다시 읽고

5.그간 읽은 소설 리뷰 하는 걸 목표로 하죠.'ㅅ'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제 트위터 계정은 이글루스 반, 조아라 반입니다. 둘 다 지금은 멀리하고 트위터로만 구독하는 셈이지요. 조아라 작가 계정의 수가 더 많기 때문에 팔로우 계정의 성비는 여성이 우세하지만 실제 타임라인의 비중은 반반입니다. 조아라 쪽 계정은 거의 공식 알림 계정이라 그럴 겁니다.

타임라인을 그렇게 짜두다보니 제가 미처 팔로우 하지 않았던 계정의 정보도 자주 넘어옵니다. 그렇게 넘어오는 트윗 중 덕녘이라는 1인출판사를 운영하는 당수님의 이벤트가 있었고, 이벤트 신청을 넙죽 받아서 카드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덕녘이 1인출판사라는 것도, 반혼체 시리즈를 내는 것도 대강만 알고 있었고 구체적으로는 몰랐습니다. 이전에 알라딘 로맨스 MD 계정에서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이 100원이라는 가격으로 올라왔다는 걸 알았고, 궁금해서 검색하다가 무료로 풀린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덕녘 가이드북』이 있는 걸 봤습니다.



그리고 알라딘 담요를 얻기 위한 세 번의 주문 중 두 번째 때 위의 두 책을 끼워 넣었습니다.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은 시리즈의 미리니름이 있을 것이니 빼고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덕녘 가이드북』을 먼저 읽습니다. 그리고는 세 번째 주문 때 가이드북 읽으면서 장바구니에 담았던 시리즈의 두 책을 구입합니다. 『E의 펫숍』과 그 스핀오프라는 『쓰다듬어 주세요』였지요.


연휴 내 위의 책들을 섞어서 읽습니다.

추석을 맞아 용돈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 이르렀기에 이 달에는 종이책을 포기하고 전부 전자책으로 맞춥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전자책이 19만원 어치에 이르렀던 데다, 마침 '키르난 추천 마법사'에 올라온 책 중에서 구입하려던 책이 몇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그 책들을 분산 구입하면서 플란넬 담요 세 장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격한 적립금 덕에 실제 결제 금액은 더 적었...;ㅂ; 다행이었지요.



반혼체 세계관은 그 자체가 오픈 세계관입니다. 시리즈 저자인 당수가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에서 해당 세계관의 창작자를 밝히기만 하면 새로운 창작은 문제 없다 하시는군요. 오오오. 당장 써보고 싶은 커플이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섞어 쓰면 『쓰다듬어 주세요』의 이야기와 매우 유사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ㅁ= 하여간 시리즈 첫 번째로 읽은 『E의 펫숍』부터 이야기 들어갑니다.


『E의 펫숍』은 내용을 팍팍 압축해서 이야기하면 어느 휴학생의 험난한 아르바이트기입니다.

군대 다녀와서 잠시 쉬는 동안 누나가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응급실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에게 아르바이트 제의를 받은 희건이 겪는 이야기지요. 그쪽도 교통사고였고 그 때문에 장기간 펫샵을 비워야할 처지라 희건을 붙잡고 급하게 부탁합니다.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을 보니 당신은 반혼체고, 그러니 같은 반혼체를 돌봐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당연히 웬 판타지소설 설정을 읊냐 했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납득은 되는데다 시급 1만원이라는 높은 아르바이트비에 홀려서 승낙합니다. 그리고 펫샵의 동물들을 돌보며, 다른 반혼체들을 만나며, 자신이 반혼체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펫샵을 대리 관리하는 동안 다른 반혼체들과 만난 이야기들이 주 내용입니다. 그렇다보니 BL이라지만 수위는 매우 낮고요. 동물을 좋아하신다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이 소설은 평범하게 살아온 희건을 주인공으로 삼아 반혼체 세계관을 설명하고 그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른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는 스핀오프작인 『쓰다듬어 주세요』가 더 자세히 보여주고요.

『E의 펫숍』 초반에 등장하는 멍멍이 로디와 그의 반혼체가 주인공인 『쓰다듬어 주세요』는 몇몇 부분에서 약간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그간 겪은 일로 자존감이 매우 낮은 반혼체 인간인 이현은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모든 물건을 치우면서 애인이 사준 선물이었던 멍멍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합니다. 일단 뒤로 미루자고 생각했지만 그 다음날 아침에, 자신이 그 멍멍이라고 주장하는 잘생긴 청년이 자신을 덮치(...)고 있는 상황에서 후회합니다. 펫샵에 AS(?) 받으러 가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난 뒤에도, 그리고 자신을 대하는 회사 동료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태도를 보고서도, 그리고 자신에게 헌신적이지만 또 집착적인 로디의 모습은 여러 모로 질척질척한 전 애인과 대비되지요.

『쓰다듬어 주세요』는 반혼체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배제되다시피 한 이현이 자신의 짝을 찾고 다시 세상의 사랑을 받으며 자존감을 조금씩 찾아나가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읽다보면 울컥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니네요. 특히 전남친은 발목에 올가미를 걸어서 숭례문에 연휴 기간 동안 내내 대롱대롱 매달아도 속이 풀리지 않을 그런 존재입니다. 하등 인생에 도움이 안되니까요. 오히려 폐만 끼치는 인간형. 그렇기 때문에 집착적이기는 하나 자신의 짝을 감싸고 어화둥둥하는데 온 신경이 쏠린 로디가 참 귀엽습니다. 훗훗훗..


두 권을 읽고 나서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을 펴듭니다. 제가 구입하지 않은 책이 한 권 있어 미리 내용을 알았지만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다른 한 권은 뱀이 등장해서 슬쩍 피했는데 같이 구입할 걸 그랬나요.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가이드북을 보면 『E의 펫숍』 뒷 이야기도 살짝 나옵니다. 희건의 짝과 그 후일담이라든지, 반혼체들이 온전한 혼을 가진 이들에게 배척당하지만 사실 외모가 굉장히 뛰어나서 여러 모로 손해(...)라든지. 그리고 『E의 펫숍』에 나오는 지친 모습의 아저씨가 어떻게 고양이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는지 등등. 그러니 읽으시려면 가능한 전체 이야기를 다 보고 읽는 쪽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마저 사는 건 용돈 채운 뒤에...(눈물)



동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설정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라 그렇기도 하고요. 실제 허락받고 설정 도입해볼까 싶은 생각도...? 일 벌이기 전에 쓰고 있던 소설 두 편은 일단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거나 하고 생각하겠습니다. 흑흑흑. 하여간 연휴의 맛있는 책들이었습니다./ㅅ/



당수.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덕녘 가이드북』. 덕녘, 2016, 0원.

당수.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 덕녘, 2017, 100원.

당수. 『E의 펫숍』. 덕녘, 2015, 2000원.

당수. 『쓰다듬어 주세요』. 덕녘, 2016, 2000원.


핫핫핫. 새벽에 위산 과다로 잠 설쳤는데 아침에 일어나서도 상태가 안 좋더군요. 내내 그럽니다.. 심지어는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아 아침 커피를 못마셨습니다. 아침 커피 안 마신게 지금 .. 몇 달 만이지?


위장장애-체한 것이나 위산과다가 원인인지, 아니면 몸살이 오면서 위장장애가 온건지는 모릅니다. 어느쪽이건 몸 사려야죠.


수면 부족이 사태 원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엊그제 침대를 바꾼뒤 숙면을 한 번도 못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와 표지 디자이너, 작가 병기에 대한 이야기도 길게 써보고 싶었는데.. 언제 회복될지 보고 결정해야지요.


여튼 오늘은 부다 숙면...ㅠㅠ




만사 귀찮다고 던져 놓고 놉니다. 지금 해야하는 건 서랍장 맨 아랫단 정리인데 그거 .. 그거... (먼산)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파악했습니다. 언제 구입했는지 기억도 안나는 레이디핑거와 건과일류. 건과일은 올 연말에 괴식만들 때 쓴다고 해도 레이디핑거는 처치하지 않으면 다시 몇 년을 묵을 것이라 얌전히 처리하는 것이 낫습니다. 서랍장에 십덕말차도 있으니 그걸로 말차 티라미수 해먹으면 된다-는 건 거짓말. 분명 해먹고 싶을 때는 체중조절 때문에 티라미수를 멀리해야하는 때일 것이며, 어차피 레이디핑거나 말차나 둘 다 상미기한을 한참 넘겼으니 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는 겁니다. .. 그러니 얌전히 버리는 것이 최고. 그럼에도 망설이고 있는 것이 지금 상황입니다.....


그 안에 다른 물건은 삐~년 묵은 엽서 정도입니다. 아. 잊고 있었네요. 넨도로이드 두 개도 그 안에 있더군요. 하나는 첫 넨도로이드인 하쓰네 미쿠, 다른 하나는 쿠온지 아리사입니다. 이것도 얌전히 꺼내 두어야 하는데. 사무실에 피규어 놓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좀 해볼까요. 하지만 해가 너무 들어서 피규어가 상할 겁니다. 그게 걱정이고.

짐을 버리지 않고 새로 서랍장을 늘리면 정리하기는 용이하지만 버리지 않는 짐만 늡니다. 그러니 버리고 정리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 쓰는 유리컵들은 좀 정리를.=ㅅ=



책은 안 버리냐고 물으실지 모르지만 차근차근 해나갈 예정입니다. 아차. 잊지말고 재봉틀도 차에 실어둬야죠. 1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하는거, 얌전히 사무실에서 다른 업무 협조용으로 내놓을 생각이고요. 그래야 방의 책 무더기를 어떻게든 치울 수 있어..! ;ㅁ;


그나저나 S에게서 받을 책이 한 상자 쯤 되는데 그건 또 어디에 넣지요.



관련글: 토요일의 잡담 http://esendial.tistory.com/7389



지난 토요일의 글에서 언급한 내용을 어제 클리어했습니다. 토요일에 정리한 업무흐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건 1. A방의 침대와 매트리스를 버린다.
조건 2. B방의 침대와 매트리스를 A방으로 옮긴다
조건 3. 거실의 책장 3개를 방 B로 옮긴다.
조건 4. 안방의 작은 책장을 G가 들고 간다.

수정안 3+4. 안방의 작은 책장과 거실의 책장 2개를 A방으로 옮기고 거실의 책장을 G가 들고 간다.

조건 3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① 책을 꺼낸다 ② 책장을 옮긴다 ③ 책을 꽂는다


토요일 저녁부터 작업을 시작하려 했는데 이모저모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거기에 일요일에도, G가 친구와 약속을 잡아 놓는 바람에 살짝 꼬였다가 친구 약속을 미루고 이사를 먼저 했습니다. 이것도 의사소통 부재의 문제. 부모님은 당연히 일요일에 한다고 생각했고 G는 그 내용을 못 들었다고 했으니까요. 어쨌건 이사 작업은 비에도 불구하고 끝냈습니다.



업무 과정의 복잡함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머리에 그리는 업무 과정이 조금씩 차이 났던 데도 원인이 있습니다. A방의 침대와 매트리스를 버리고는 바로 B방의 침대와 매트리스를 옮기려다가, 책장이 들어와야 매트리스가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는 작업 대상을 다시 바꿉니다. 일단 책장을 방으로 옮기려면 책을 다 꺼내야 합니다. 책장은 원래 소파 뒤에 있었으니 소파를 끌어 내고 안쪽에 들어가 작업을 하는데, G가 들고 갈 책과 버릴 책을 나누는 과정이 복잡하더군요. 책 주인이 넷인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일단 G에게 거실 책장 큰 것 세 개에서 가져갈 책과 버릴 책을 뽑으라고 하고 같이 정리합니다. 거실 책장에서 G의 몫이 다 빠진 뒤에는 이동하기 가장 쉬운 맨 왼쪽 책장의 책을 옆 서가와 바닥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버릴 책을 빼고, 버릴 책이 모이면 현관 밖으로 이동하여 G가 가져갈 책과 섞이지 않도록 합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책장 하나를 다 비웠을 때 아버지를 소환해 책장을 이동합니다.

(아버지는 그 사이 G가 꺼내 놓은 물건들을 차를 이용해 G네 집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계셨.....)


그랬는데.

책장 하나를 옮기고 나니, 책장 셋을 넣어야 하고 서로 연결하는 것이 안정적이므로 책장 셋을 다 A방으로 옮긴 뒤에 책을 꽂기도 합니다. 하하하. 그리하여 가운데 있던 책장의 책들도 다 소파 뒤, 거실 바닥에 내려 놓는 작업을 반복하고 책장 있던 자리의 삐~년치 먼지를 닦아내며 작업합니다. 그 와중에 G는 안방에 있던 작은 책장의 물건을 꺼내 확인하면서 버릴 것과 아닐 것을 챙깁니다.


종종 한 집에 쌓인 물건 정리를 할 때 일어나는 순환오류는 여기서도 반복합니다. 한 사람이 물건을 버리면 다른 사람들이 버리기 아깝다며 도로 쟁여 놓는 사태. G가 버린 책을 제가 긁어 모으며 발생했지요. 그래서 어쩔거냐하면 조만간 있을 회사 바자회에 내놓을 요량입니다. 제 차에 쟁여야 하는 거죠. 일단 이런 것들은 제 방 베란다에 다 밀어 넣고 작업을 지속합니다. G의 선별작업이 늦어져 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시고는 어머니랑 번갈아 릴리를 보고 있을 때쯤 바닥에 두 번째 큰 책장 비우는 작업도 종료. 그리고 다시 책장을 A방으로 옮기고 안방에 가보니 G의 정리작업도 거의 끝났습니다. 상자가 부족해서 작업 진도가 안 나간다길래 일단 책들을 다 안방 바닥에 내려 놓고, 작은 책장을 A방으로 옮깁니다. 아버지가 세 책장을 조립하는 사이 G가 상자에 책 담는 걸 돕고 남는 책들도 일단 현관 앞으로 이동합니다.



책장을 꺼낸 자리는 대강 먼지를 치워두고, 아버지가 책장 조립을 완료한 뒤에는 맨 왼쪽 책장을 아버지 책장으로 명명하며 거실에서 책을 날라 넘겼습니다. 제 책은 제가 정리하면 되는데, 아버지 자료는 제가 판단할 수 없으니까요. 처음에는 설렁설렁 하시려다가 자료의 양이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하고는 아예 하나 하나 확인하시던데.. 덕분에 책장 두 개를 차지한 제가 더 빨랐습니다. 아버지가 책장 하나를 정리하고 꽂는 사이 저는 거실의 책을 A방으로 옮기고 책장 두 개에 나눠 정리하며, 책장 맨 위에 올려 놓았던 여러 잡동사니들도 이동하고 닦고하는 작업을 했으니까요.


그 사이 어머니는 릴리를 돌보며,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것들을 챙기며.... (하략)


A방의 책장 정리가 끝난 뒤에는 A방의 옷을 B방의 행거로 옮기고 청소를 마저 하고 A방의 행거를 분해합니다. 그리고 A방의 서랍장 위치를 옮기며, B방의 프레임과 매트리스를 들고 옵니다.

B방 청소를 마친 뒤에는 A방에서 꺼내온 행거를 다른 위치에 조립하고 옷을 이동하고 B방의 행거도 그 옆으로 나란히 조립.. (하략)


거실에 있는 남은 책장 하나는 G집으로 갈 것이니 일단 비웁니다. 거실의 책들이 모두 A방으로 이동하고, 방에 들어가지 않을 것들은 현관 밖으로 나가고, 소파 뒤의 먼지를 다 쓸고 닦고, 소파를 이동하고, 거실 청소를 다시 하고. 그리고는 G가 꺼내어 상자에 담은 짐들을 G집으로 옮깁니다. 상자와 기타 등등을 포함해서 총 8 무더기. 비가 잠시 잦아 들어서 잽싸게 옮겨 놓고는 오니 본가 상태도 조금 낫네요.


그나마 절차상 가장 일이 먼저 끝난 곳이 A방이고 그래서 옮긴 후에 사진을 찍었던 겁니다. 저 뒤에도 장식장 하나와 책장 하나를 G집으로 보내는 등의 일이 있었고 그 사이에 뒷 정리 마감하기 등등은..-_-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그럭저럭 정리를 마쳤습니다. 이제 남은 건 제가 서랍장을 터는 일이네요. 서랍장에 밀어 넣고 잊었던 여러 물건들을 꺼내야 하는데, 최소 하나의 서랍장은 비워야 하니 베란다에 넣어둔 섧장 맨 아랫단의 엽서와 사진을 풀어야 하나봅니다. 하하하. 아. 이거 어떻게 처리하지.(눈물)

그 서랍장이 마굴인게, 맨 윗단에는 인형 관련 용품이 몇, 그리고 웨지우드의 오베론 찻잔이 있습니다. 둘째 칸에는 클램프의 기적 피규어를 비롯한 여러 이벤트 사은품이, 셋째 서랍에는 그릇류가, 맨 아랫단에는 엽서와 사진이 있습니다. 무슨 사진이냐 물으신다면... 나중에 확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초기 덕질의 결과물이 거기에. 묻혀 있습니다.



이번에도 뼈저리게 느꼈지만 작은 집,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저 책. 책을 버리지 않으면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옛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몸 하나 뉠 정도의 작은 공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책탑-이라는 상황이라면 책을 버리지 않고도 작은 공간에서 살 수 있지요. 다만 책을 쌓기만 할 것이냐, 상자에 담아서 쌓을 것이냐, 어떤 상자를 쓸 것이냐, 그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 것이냐는 그 다음 문제. 한국은 그나마 콘크리트 구조 건물이라 책을 많이 쌓아도 일본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처럼 바닥/천장이 무너지는 일은 드물 겁니다. 물론 책장을 가벼운 것으로 쓴다는 전제하에.


이번 짐 정리의 결론은 버리고 살자와 가능한 빨리 집을 사야겠다로 마무리 됩니다. 가능한 빨리 부동산을 마련해야 내 책들을 마음 편히 보관할 수 있 ... 지만 지금 유동성으로는 아무리 해도 전세 낀 집을 사는 것 이상은 무리..ㅠ_ㅠ 언제쯤 내집을 가질 수 있을까요.


거실에 있던 120센티 짜리 책장 셋 중 둘과 안방의 90센티 책장이 방에 들어온 모습.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정신 차리고 쓰겠습니다. 아침에 회의록 마무리 하길 잘했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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