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갑자기 혼자서라도 꽃구경을 가자고 마음 먹고 일찍 퇴근해 삼청동쪽으로 나섰습니다. 출근시간은 이르지만 퇴근시간이 빠른게 이런 때는 좋군요.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로 나와 경복궁을 가로질러 나가면 삼청동길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안국역 쪽에서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쪽 길로 가보고 싶어서 설렁설렁 걸어 올라갔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본게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도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의 팥죽 먹으러 갈 때였을겁니다. 2-3년 전의 초봄이었지요.
사진이 많아서 일단 접습니다.
진선 북카페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 죽 올라가면 삼청터널까지 쭉 인도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쪽이 삼청동길이지요. 예전엔 가끔 걸어다니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거의 가보지 않았습니다.
꽤 많이 변했더군요. 하지만 변화가 마음에 드는 쪽이냐 하면 절대 아닙니다. 옷가게가 늘고 특이하지만 뭔가 분위기가 안 맞는 가게들이 늘었고요. 빈티지나 명품같은 걸 판다고 써붙인 가게도 많습니다. 거기에 건물을 다시 올리고 레스토랑을 연 곳도 많습니다. 주로 이탈리안 쪽이군요. 예전의 호젓함은 온데 간데 없고 음식점들만 가득합니다.
그래도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은 있습니다. 맛이 변했는지 그대로인지 궁금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단팥죽이 맛있는 집입니다. 또 가고 싶군요..-ㅠ-)
AROO도 그대로 있습니다. 최근 몇 년 간은 거의 가보지 않았지만 예전에 갔을 때 산딸기 타트를 맛있게 먹었지요.
BAR0101도 언젠가 가보리라 생각했지만 가기가 쉽지 않아요.
(전주식당 왼쪽가게입니다)
그리하여 삼청동길을 다 올라가고 이젠 가회동 길로 가는 샛길로 접어듭니다. 삼청터널로 들어가는 길과 감사원쪽 길 중에서 오른쪽, 감사원길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벚꽃들의 향연이 시작됩니다.
학교 이름은 모르지만 여기에 고등학교가 하나 있다는 정도는 압니다. 그 담장에도 벚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습니다.
학교 담장뿐만 아니라 가로수도 벚나무입니다. 삼청공원 지나서 감사원 올라가는 길에도 이렇게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군요.
날이 살짝 흐려 사진이 어둡지만,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쪽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원. 저처럼 벚꽃을 구경하러 나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삼청동길에는 사람이 좀 있었지만 이쪽은 놀러온 사람이 없군요.
감사원 주변을 감싼 벚나무들. 다 가로수입니다.
감사원 담장을 따라서 이렇게 늘어서있지요.
이쪽은 감사원 삼거리에서 감사원 맞은편에 있는 우체국 앞 나무들입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았지만 이쪽은 겹 벚꽃입니다. 약간 진한 분홍색에 카네이션 비슷하게 꽃잎이 여러 장 겹쳐 피어 있습니다.
다른 벚꽃들은 오늘 내일 내리는 비에 모두 떨어지겠지만 겹벚꽃은 비에 젖어 꽃을 피어올릴 준비를 하겠군요.
이쪽은 감사원 삼거리에서 통일부 방향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이 길로 죽 올라가면 성대 후문이 나옵니다.
통일부 앞 길을 따라 죽 올라가서 보니, 감사원을 둘러싼 산 자락에 벚꽃이 한 가득 피어 있습니다. 이러기도 쉽지 않을텐데 보이는 곳마다 다 벚꽃.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한 것이 정말로 아쉽습니다.....
다음에도 꽃 구경 산책을 하러 간다면 이쪽으로 가야겠습니다. 사람도 별로 없고 산책코스로도 적당하니까요. ... 벚꽃 산책이 끝난 직후에 등산을 해야한다는게 약간의 문제지만 통일부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안국역으로 내려오거나 성대에서 내리면 되니 그리 문제되지 않습니다. 운동이 필요한 분이라면 느긋하게 성대 후문까지 걷는 것도 좋을겁니다. 서울 시내를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대신 지역 특성상 이 위 쪽은 핸드폰이 안됩니다. 벚꽃 산책 마치고 성대후문으로 걸어가는 도중 전화를 걸려고 핸드폰을 꺼냈더니 안테나 제로의 상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