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를 제작한지도 어언 보름. 신정 지나고 나서 완성했으니까 아마 그 즈음이 완성일겁니다. 제작 자체는 작년 10월부터 시작했는데 완성이 늦어진 것은 바느질신이 내려오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바느질 진도가 안나갔지요. 2008년을 며칠 안 남기고 서둘러 제작하다보니 결국 올해 다이어리는 실패작으로 끝났습니다. 다른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실패작. 하지만 다시 뜯어서 만드느니 제 자신에게 주는 경고의 의미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2) 뜯어서 다시 만들기 귀찮아요.;


제작 과정 중 한 부분입니다.
이번 다이어리는 조각잇기를 기본으로-퀼팅(누비기)은 뺐습니다-도안을 했기 때문에 미리 그림을 그려보고 천을 놓아 배치를 해서 꿰맸습니다. 이렇게 작은 조각으로 바느질을 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다 만들고 보니 9조각 잇기도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다음에도 해볼 생각이 조금은 있지요. 다만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마름질을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가운데 보이는 별 박힌 진한 바탕 천은 가로 세로 3cm입니다. 가장자리에 시접을 두었으니 실제 천 크기는 4cm를 조금 넘을겁니다. 재단할 때 크기를 어떻게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네요.



이게 반제품 쯤의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때 이미 실패작이란 걸 깨달았어야 하는데요. 가운데는 책등이고, 책등을 두고 양쪽에 또 천을 덧대었어야 했는데 적당히 마름질하고 말았더니 헷갈려서 책등 양쪽에다가 바로 꿰맸습니다. 그 때문에 표지 천이 생각보다 훨씬 짧아졌습니다. 게다가 속안에 넣은 솜도 책 크기에 맞춰 자른 것이 아니라 저 천에 맞춰 잘랐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책에 직접 대어보고 표지를 잘못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의욕 상실. 그래도 어쩝니까. 표지를 다시 만든다거나, 이미 꿰맨 곳을 뜯어서 다시 바느질할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 그냥 그대로 갈 수 밖에요. 덕분에 표지는 가능한 일찍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또 하나의 교훈은 제책방식입니다. 작년까지는 교차된 구조로 만들었는데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하겠다고 선제본을 골랐습니다. 그랬더니 작년보다 얇은 종이를 쓴 보람도 없게 책등이 두꺼워졌습니다. 선제본의 책등은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겁니다. 선제본 만든 것이 어언 몇 년 전이니 감이 없어졌던게지요. 내년부터는 교차된 구조나 등열린 제본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년도 표지는 아예 지금부터 구상중이니 조만간 작업 들어가면 아주 빠를 경우 여름 전에 표지가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야, 편집이 번거로워서 2010년도 다이어리는 올해와 같은 편집으로 만들까 하고 있거든요. 폰트만 결정하면 됩니다.

이상 남에게 보여주기도 민망한 올해 다이어리 제작기였습니다. 하하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