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은 오타루에 놀러가는 일정이 잡혀 있었습니다. 단, 오타루의 가게들이 여는 시간 때문에 오전은 각자 일정을 보내고 점심 먹고 12시 반에 모여 가자고 했지요. 전날 차에 실려 다니느라 체력이 떨어진 저는 아침을 먹고 숙소로 다시 올라와 뒹굴거리다가(자다가) 9시 반쯤 나섰습니다. 목표는 프라이팬 구입. 전날 LOFT에서 달걀말이 1인용 프라이팬을 보고 G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일에 바빠서 답문이 늦었습니다. 사올 걸 그랬지요. 그래서 LOFT에 다시 가서 사야하는데 오픈 시간이 10시일 것 같단 말입니다. 다른 곳에 갈 일도 없고 해서 느긋하게 걸어가서 쇼핑을 하다가 약속장소인 기노쿠니야에서 노닥거리기로 했습니다. 이 기노쿠니야가 딱 제 취향이더란 말이죠. 1층과 2층은 서점, 2층 한 켠에 밖을 내다보면서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카페. 교보문고도 좋긴 하지만 여긴 해가 안 들어요.ㅠ_ㅠ

여튼 숙소를 나와 이리저리 쏘다니며 걸어 올라갑니다.



이날은 날이 좀 흐렸습니다. 우산은 가져가지 않았지만 어차피 하나 사오려고 생각했지요.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에서 사온 물건 중 제 몫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 우산이 있네요. G도 보고서 '가진다?'라고 반농담 섞어 말했던 우산입니다.

여튼 오오도리 공원의 꽃들.




TV탑도 한 번 더 찍었군요. 9시 55분입니다.


오오도리 공원까지 왔더니 이 근처에 시계탑이 있다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나오기 전, 갈까 말까 망설이면서 위치는 지도에서 확인해두었지요. 찾기가 어렵지 않으니 지도는 안들고 나왔습니다.



왜냐면, 제가 서 있던 골목에서 옆으로 한 칸 위로 한 칸 가면 되거든요. 삿포로의 시내는 구획정리가 잘 되어 있고 주소도 길을 기준으로 찾기 쉽게 되어 있어 위치 기억만 하면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TV탑의 좌표가 0. 그리고 거기서 동서남북 각각 거리 하나 넘어갈 때마다 1, 2, 3.. 식으로 숫자가 붙습니다. 예를 들어 숙소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스스키노 거리의 모스버거는 아마 南 3, 西 3이었을 겁니다.




정확히 10시가 되니까 종이 울리더라고요. 하지만 그걸로 끝입니다. 안에 들어가볼까 하다가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그냥 돌아섰습니다.




사진 찍고 길 가는 도중에 보고서 '내가 왜 이 가게를 진작 발견하지 못한거야!'라면서 좌절했던 곳. 14-15일이 쉬는 날이라 못갔습니다.T-T





거기에 한 번도 안 찍었길래 이날 찍었습니다. 삿포로 역입니다. 무엇보다 시계 문자판이 마음에 들어요. 10시 10분. 이동 시간을 알려줍니다.

LOFT에서 목표로 했던 프라이팬을 사들고 이번엔 미츠코시로 갑니다. 첫날 도착해서 다이마루는 갔지만 미츠코시는 아직 못갔습니다. 미츠코시에 포트넘앤메이슨 매장이 있어서 구경할 겸 다시 내려갑니다. 그러니까 이날의 행적을 비유하자면 회현역에서 출발, 조계사 갔다가 롯데백화점에 내려왔다 ... 보다는 짧겠네요. 그리고 다시 조계사 앞으로 갈 예정입니다.(...)




건물 앞 미술품. 돼지코 같기도 하고,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아이템 같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찍었습니다.




하늘색 명찰에 주의. 특대 파르페랍니다. 12600엔이나 하지만 그릇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그릇 용량이 5리터쯤 되어 보입니다.ㄱ-


그 뒤의 사진은 없네요. 걸어서 미츠코시에 갔다가 하마터면 지뢰를 밟을 뻔했습니다. 일단 다이마루보다는 미츠코시쪽이 더 고급으로 느껴졌고요, 무엇보다 해로즈, 포트넘앤메이슨, 애프터눈티샵 + 티룸, 한게츠(半月: 가마쿠라 산 고급형 고프레(링크))도 있고 보석젤리(彩菓の寶石(링크))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생각도 안했던 안젤리나 몽블랑도 있어요! ;ㅠ;
이미 단맛 역치를 넘어간 터라 땡기지 않았지만 지금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여튼 열심히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1920엔인지 했던 포트넘앤메이슨의 장바구니(링크)를 보며 고민하다가, 그냥 나왔습니다. 영국 홈페이지의 가격을 보니 두 배쯤 하는 거로군요. 하하하하하.
그리고는 애프터눈티샵에 들어가 구경하다가 우산 파는 걸 보고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손잡이는 하늘색, 우산 천은 분홍입니다. 할인판매중이라 1천엔에 팔던데 약간 묵직하니 튼튼해 보이더군요. 한국에서 사려면 이거 배도 넘게 줘야 할텐데다 이날 비예보가 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구입했습니다.

원래는 프라이팬을 내려 놓으러 숙소에 가야했는데 갔다가 다시 삿포로 역으로 돌아가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져 미츠코시에서 다시 삿포로 역으로 돌아갑니다. 가는 도중에 만난 고디바랑, 목적지였던 기노쿠니야는 따로 포스팅하고 이 다음 일정은 오타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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