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는 생협 모임에서 한 번 가보면 좋겠다 생각한 다방입니다. 말은 다방이지만 식사가 가능한 찻집의 느낌이라, 옛날 다방처럼 달걀 하나가 들어간 모닝커피가 나오거나 하진 않습니다.^^;

위치는 삼청동. 어, 하지만 왠지 이런 곳은 다른 분들에게 알려주기가 망설여집니다. 나만 고이 알고 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그럴거면 공개인 블로그에 올리면 안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장소 공개.-ㅁ-; 하지만 이 지역은 지도가 정확히 나와 있진 않기 때문에 대강 이쯤에 있다고 생각하고 가시면 됩니다.



삼청동 가장 위쪽. 삼청공원과 터널로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아주 가깝습니다. 명함에 나온 위치로는 바0101을 표지로 해두었던데, 그냥 삼청동 끝쪽의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간뒤, 왼쪽 첫 번째 골목 안쪽을 보시면 됩니다.
이름이 써진 간판은 없고 볼펜으로 마구 낙서한 것 같은 모양의 붉은 색 꽃이 그려진 간판이 달려 있습니다. 반지하이기 때문에 그걸 감안하시면 좋고요.

삼청동 아래쪽부터 걸어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옛날에 삼청동을 다니신 분이라면 애들 말로 '짜게 식'을 것이라서요. 굉장히 실망하실겁니다. 작년인가 던킨도너츠가 한창 공사하고 있을 때쯤 해서 삼청동에 다녀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보다 훨씬 상태가 심각합니다. 그부분은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것이 낫습니다. 이번에 다녀오고는 그 쪽 골목은 발 들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쪽 골목으로 들어오지 않고 사루비아 다방에 갈 수 있는 길은 별로 없지만 말입니다. 빙글 돌아서 가야할테니까요.

원래는 약속장소가 안국동이었습니다. 종로경찰서 맞은편 투썸플레이스에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걸어가기엔 멀고, 다른 차편도 적당히 없어서 그냥 택시를 잡아 탔습니다. 토요일이었음에도 밀리지 않아서 생각보다 빨리 갈 수 있었지요. 2400원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넷이서 같이 났으니 이거면 버스비보다 쌌네요.-ㅁ-

메뉴 종류가 상당히 많습니다. 식사류가 10가지 정도, 차도 다양하게 있고 커피는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한 메뉴들입니다. 그리고 디저트는 티라미수, 소르베, 아이스크림, 팥빙수, 녹차빙수 등이 있군요. 와인도 다양하게 갖췄습니다. 안쪽에 있는 공간에 모여 자리를 잡았는데 아늑하니 괜찮더랍니다. 이날 모인 사람이 총 7명. 먼저 넷이 오고 셋은 차례로 왔습니다. 그렇다보니 음식도 시간차로 주문하게 되었지요.
식사메뉴에는 오늘의 차가 함께 나오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아이스로 나왔습니다. 가격은 7천원부터 시작해 1만원 중반까지 있습니다. 단, 10%가 가산되니 그건 감안하셔야 하고요. 저는 차슈덮밥을 먹었는데 이게 9천원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10% 가산하면 9900원이군요.



B가 시킨 카레. 메뉴판에는 들어간 재료들도 나와 있던데 위에 올려진 순이 뭔지는 잊었습니다. 무순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확실하진 않네요. 거기에 당근과 감자, 새우가 듬뿍 들어간 동남아시아쪽 카레입니다. 보기엔 그리 매울 것 같지 않은데 먹어보면 목구멍이 칼칼해지는게 은근히 맵습니다. 당연히 고춧가루의 매운맛과는 다르죠.
그린카레..였다고 기억합니다.



S가 시킨 것. 이쪽은 밥상이 휑해보이지만,



생선구이 정식이라 구운 생선이 따로 나와 그렇습니다. 옆의 샐러드 드레싱은 새콤달콤하니 과일이 들어간 것 같군요. 요거트도 들어갔으려나. 생선은 하얀 생선인데 삼치가 아닐까 합니다.



K는 낫토와 버섯 덮밥을 시켰는데 잘못 선택했다고 후회했지요. 끈적하고 미끈미끈한 낫토에 역시 미끈미끈한 버섯을 같이 먹다보니 밥알이 제대로 안 씹히고 미끈거린다고 하던가요. 그래도 낫토가 들어간 메뉴이니 G는 좋아하지 않을까 합니다. 멀리서 찍다보니 보이는 것은 채소뿐이군요.



제가 시킨 차슈덮밥. 뒤에 보이는 것이 아이스 녹차입니다. 일반 녹차보다는 맛이 진하다 생각했는데 일본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같이 나오는 국은 작게 깍둑썰기한 두부와 미역이 아래 가라앉아 있습니다. 미소시루 맛이네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위에 올린 잎채소는 뭔지 모르겠지만 그 아래는 파채가 가득 올려져 있습니다. 썰어서 찬물에 담근 것 같더군요.



그리고 절인 채소입니다. 당근과 무와 고추. 고추는 할라피뇨 같습니다. 아삭하고 매콤하긴 한데 확 맵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입맛이니 매울 수도 있습니다. 저야 파스타집에서 잘 나오는 고추피클도 잘 먹으니까요.-ㅠ- 덮밥을 먹다보니 음식 자체의 간도 꽤 있지만, 소스가 달달한 편이라 중간중간 채소절임을 먹었답니다. 아마 이날 나트륨 섭취는 평소의 몇 배 수준이었을겁니다.;

식사가 끝나면 다음은 디저트. 번갈아 가며 차례로 시켰습니다.



얼그레이 소르베. 아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소르베 답게 깔끔한 맛에 얼그레이 향도 확 납니다. 사루비아 다방에서 취급하는 차는 자체 브랜드인 것 같은데 향이 꽤 강하더군요.



아이스크림과 소르베를 동시에 시켰기에 어느 쪽이 아이스크림이고 어느 쪽이 소르베냐고 헷갈렸는데 먹어보니 바로 알겠더군요. 단맛은 소르베쪽이 더 강하게 느껴졌지만 유지방이 없으니 입이 깔끔합니다.



이쪽이 아이스크림. 녹차 아이스크림인데 맛이 진합니다. 오오오~. 이정도로 녹차맛이 강하게 나려면 도대체 말차가루를 얼마나 섞은거냐 싶더군요. 이쪽도 아래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깔려 있습니다.



팥빙수와 녹차빙수(둘다 13000원)가 있길래 저는 팥빙수를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아이스크림이 올라온 빙수가 나오는군요. 지금보니 그릇들도 모두 세트입니다.+ㅅ+



팥은 달지 않은게 역시 만들어 쓰는 것 같고, 저기의 저 녹색으로 보이는 것은 떡입니다. 말랑말랑하길래 신기해하면서 뭔가 싶어 입에 넣었더니 그냥 찹쌀떡이 아니라 속에 팥앙금이 들어간 떡이네요. 신기합니다.

근데 팥빙수의 얼음이 취향이 아니었더랍니다. 팥도 좋긴 한데, 전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것보다는 팥 듬뿍 떡 듬뿍 쪽이 좋아요. 게다가 얼음이 조금 굵게 갈렸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역시 아직까지 팥빙수의 최고봉은 3년전인가 먹었던 아름다운 차박물관의 녹차빙수입니다. 가격이 올라서 최근에는 안 가고 있지만 시간 나면 생각해봐야겠네요.


녹차빙수도 나중에 시켜먹었는데 그쪽은 말차를 팥빙수에 부은 형태입니다. 그래서 잘 섞어먹는 거죠.-ㅠ- 그쪽도 팥과 녹차가 잘 어울려 괜찮았습니다.


디저트보다는 메뉴가 더 생각나는 카페입니다. 차도 괜찮았으니 다음엔 차도 시켜봐야겠네요.
蘭娘을 난낭이 아닌 난랑으로 읽는 통에 한자 찾는 데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娘이 랑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낭으로 읽어야 찾을 수 있습니다.'ㅂ';

이것도 두 주 전의 사진입니다. G와 함께 갔던 양재역 근처의 중국집입니다. 점심시간에 조금만 늦게 가도 한참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더니, 저희가 들어간 시간은 점심시간 되기 조금 전이라 괜찮았나봅니다. 자리가 넉넉했거든요. 그러더니만 음식이 나오고 맛있게 먹기 시작할 즈음엔 전체 테이블이 다 차고 대기를 해야할 정도였습니다. 늦었더라면 자리 잡는 것도 그렇지만 음식도 굉장히 늦을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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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세팅입니다. 젓가락은 플라스틱인지 굉장히 가볍더군요. 차를 달라하면 자스민차를 포트에 담아 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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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차 한 잔.


탕수육 작은 것으로 하나, 짬뽕 하나를 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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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다 나온 모습은 이렇습니다. 군만두는 서비스로 나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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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지 그리 오래지 않아 나온 탕수육(작은 것이 15000원). 역시 니콘의 힘입니다.ㅠ_ㅠ 사진이 붉그죽죽하게 나왔꾼요. 하기야 조명이 붉은 편이긴 했습니다.

소스가 찐덕찐덕합니다. 묽은 소스보다는 걸죽한 타입인데 새콤한 맛이 강하군요. 식초맛이 강렬하게 났습니다. G는 별 문제 없이 먹었던 걸로 보면 제 입맛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름 내내 음식 조절을 하느라 입맛이 변해 있었을테니까요.
고기는 바삭한게, 소스를 묻혀 한 입 베어물면 쫀득하면서도 바삭한 것이 맛있습니다. 목란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잘하는 중국집입니다. 집 앞에 있는 중국집들보다야 훨씬 낫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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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은 한 그릇 시켰는데도 둘이 먹는 거라 그런지 작은 그릇에 반으로 나눠 나왔습니다. 여기서 서비스 점수가 확 올라갑니다.+ㅁ+
색은 진하지만 맛은 굉장히 순합니다. 4천원이 넘었다고 기억하는데 하여간 맵지않고 순한 맛입니다. 바꿔 말하면 자극적인 맛이 없다는 이야기고, 매콤하고 칼칼한 국물을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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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만두. 이날 시켰던 음식 중 가장 놀랐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인스턴트 만두가 아니라 빚어만든 만두였습니다. 기름이 질펀하게 흐르는 것도 아니고, 피도 상대적으로 얇으면서 속도 충실하고요. 오오오~ 중국집에서 서비스로 나오는 군만두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세 음식 중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목란에서 군만두를 먹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하여간 지금까지 먹어본 중국집 군만두 중에서는 가장 좋았습니다.>ㅠ<


이렇게 잔뜩 먹고 나서도 또 커피를 마시러 갑니다. 역시 양재역 근처에 있는 A-la-folie. 양재역 버스정류장(강남역쪽에 가까운 정류장인데, 정거장 이름은 양재역이 아닐겁니다;) 근처에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2차선로 정도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골목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으로 보입니다. 원래는 꽃집인데, 커피집을 같이 하고 있는 겁니다. 커피는 일리를 쓴다고 하는군요. 가격이 저렴합니다. 카페라떼 한 잔에 3500원이예요. 그 골목이 어디에 있냐면, 양재역 사거리에서 강남역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커피빈 지나서 왼쪽으로 있습니다. 버거킹 가기 전 골목일겁니다, 아마.;; 강북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이 골목을 나와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올라간 기억이 어렴풋한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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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만 시킨 것이 아니라 팥빙수도 같이 시켰습니다. 도자기 접시에 나온 쿠키는 서비스입니다. 맛은 흔히 서비스로 나오는 커피과자-로터스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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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보다는 팥빙수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국산팥을 직접 삶아서 만들었다는 단팥과 얼음과 우유가 전부인 단촐한 팥빙수인데, 심심할 수 있는 그 맛을 살려주는 것이 위에 얹힌 고명입니다. 말린 대추더군요. 대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긴가민가하는 심정으로 씹었는데 달콤하면서도 바삭한 것이 굉장히 맛있습니다! 아이디어도 멋지고, 건강에도 좋고, 팥빙수의 느낌을 확 끌어올려주더군요. 얼음이 굵게 갈려서 금방 녹는 것이 아쉬웠지만 적당히 달고 맛있는 팥빙수였습니다. 지금은 날이 추워져서 먹기 그렇겠군요. 오늘도 비가 오는데-이날도 비가 왔습니다-오늘 먹으라고 하면 추워서 못 먹을겁니다.

커피도 나쁘지 않았고 팥빙수도 맛있었지만 저는 두 번은 못 갈겁니다.
가고 싶지만, 원래 꽃집이라 꽃향기가 굉장히 진하거든요. 향기에 약한터라 머리가 어질어질한 것이 저는 힘들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오히려 기분좋게 즐길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ㅁ-;
티플러스는 대학로에 생겼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오픈시간이 12시라는 점이 제 활동반경과는 맞지 않아서 계속 안가고 있었습니다. 대학로에서 놀지 않는다는 것도 가지 않게 된 이유중 하나였지요. 그러다가 만월님과 접선할 일이 있어 약속 장소로 티플러스를 잡았습니다.

2층에서 4층까지 있는데 2층에서 뒹굴거렸습니다. 전면 유리라 좋긴 하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부담으로 작용하더군요. 어쨌든 음식 메뉴는 꽤 다양하고 디저트도 여러 종류 있으며 음료도 이것저것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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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를 한 종류, 거기에 하드롤에 담아주는 클램차우더를 시켰습니다. 파스타에 딸려 나오는 빵 한 조각과 발사믹 비네거에 올리브유 섞은 것을 주는군요. 하지만 발사믹 비네거가 약해서인지 신맛이나 톡 쏘는 맛은 거의 없고 기름맛만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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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는 아리따운 클램차우더. 가격이 6천원을 넘었던가요? 그정도였을 겁니다.
빵은 중간 정도인데, 수프가 좀 아니었습니다. 직접 만든 것 같기는 한데 묘하게 비린내가 난달까요. 딱 끌리는 맛은 아니었습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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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잊었지만 해산물 크림소스 파스타 쪽입니다. 해물도 꽤 많고 크림소스도 뻑뻑한 것이 맛있었습니다. 가격은 1만원 안쪽이었다고 기억합니다. 파스타가 9천원에서 1만원 사이일겁니다. 역시 기억이 가물가물... 이런 리뷰는 다녀온 다음에 바로 적어야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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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 X형 횡단보도가 내려다보이는 쪽으로 테이블을 옮겼지요. 거기서 티라미수 케이크 하나, 망고빙수 하나를 시켰습니다. 케이크도 10종 가까이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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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미수는 그냥 저냥 나쁘지 않은 수준. 망고빙수도 괜찮았습니다. 간 얼음 위에 망고 아이스크림(샤베트)을 얹고 그 위에 망고 소스를 듬뿍 뿌린 뒤 과자를 올립니다. 저 과자는 플로랑탱으로 추측하는데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습니다. 바삭하게 부서지면서도 단단한, 그런 전병 느낌에 가까운 과자를 생각했는데 약간 눅눅하면서 끈적한 과자더군요. 모양은 좋지만 맛은 중간 정도입니다. 그래도 가격 대 성능비는 이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ㅂ'

앞서 말한 문제가 뭐였냐면, 새로 옮겨 앉은 방향이 서향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햇살이 찬란하게 들어와 다리가 달궈지더군요. 윗부분은 블라인드를 쳐서 그래도 괜찮았는데 말입니다. 유리에 선팅을 하거나 했으면 이정도는 아닐텐데 싶더군요. 내장 비용이 많이 들었겠지만 말입니다. 정 안되겠으면 선팅지라도 바른다면 덜했을텐데요. 의자나 좌석이나, 음악 선곡 등등은 다 나쁘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가격 대 성능비가 괜찮은 것치고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학로가 아니라 바깥으로 빠져나와 있어 그럴지도 모릅니다.(그런 것치고는 길 건너 던킨은 사람이 많은데.;)
여름 최고의 간식은 과일, 그 중에서도 수박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팥빙수. 수박은 여름이 아니면 마음 편히 먹을 수 없지만 팥빙수는 여름이 아니라 해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까요. 나가서 팥빙수 먹기는 굉장히 어렵다지만 밀탑은 사시사철 팥빙수가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 고로 수박이 팥빙수보다 순위가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부모님이 집을 비우신 어느 주말, G도 놀러 나가고 없길래 집에서 혼자 뒹굴거라다가 생각난 김에 만들자고 팥을 꺼냈습니다. 어머니가 계실 때 팥삶겠다 하면 당장에 좋은 팥으로 꺼내주시지만, 혼자서 냉동실을 뒤져보니 있는 것은 그리 좋지 않은 팥뿐입니다. 그러니까 1차로 골라내고 나서 그래도 먹을 수 있겠다 싶어 팥국물(팥죽용)을 만들기 위해 남긴 벌레먹고 가벼운 팥들 말입니다. 어차피 모양으로 먹는 것도 아니고 푹 삶을 것이니 상관없다 싶어 삶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냄비가 아니라 압력밥솥을 썼는데 이게 속도는 훨씬 빠르군요. 1시간 남짓한 시간만에 완성했습니다.
상하지 않게 냉장고에 고이 보관하고 우유를 얼립니다. 밀폐용기에 우유를 붓고 처음에는 한 시간, 그 뒤에는 30분마다 꺼내 포크로 긁어줍니다. 그래놓고는 까맣게 잊어서 다음날 다시 긁어야했지만 먹는데는 전혀 문제 없습니다. 그리하여 완성된 팥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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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유 얼린 것만 놓는 것보다는 그 위에 차가운 우유를 조금 부어주는 쪽이 적당히 녹아서 맛있습니다. 그냥 먹으면 팥과 얼음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듭니다. 소스 겸 해서 초코 우유나 딸기 우유를 부어도 괜찮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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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을 좋아하니까 팥은 듬뿍. 이걸로도 부족해서 나중에 먹다가 더 집어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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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얼린 것은 여러번 긁을 수록 입자가 곱습니다. 덩어리 얼음이 없도록 열심히 포크로 찍었지요. 훗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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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일주일 뒤의 아침입니다. 얼음색이 미묘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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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이것부터 소개합니다. B가 만들어준 견과가 듬뿍 들어간 시리얼바입니다. 시리얼바 만드는 방법은 이것저것 있지만 B가 쓴 것은 꿀과 물엿이었을겁니다.(아마도;) 초콜릿이나 마시멜로로도 많이 만드는데 그 쪽은 칼로리가 확 올라가니까요. 그리고 꿀도 가능한 분량을 줄인듯합니다. 생각보다 달지 않았거든요. 말린 과일도 들어가고 견과도 듬뿍 들어가서 씹는 맛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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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잘 먹었습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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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팥을 듬뿍 올린 빙수입니다.
하지만 얼음 색이 누렇지요? 이유가 있습니다. 우유를 얼린 것이 아니라 차이를 얼렸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얼그레이 차이. 우유를 끓여 브렉퍼스트를 넣고 일단 맛을 낸 다음, 불을 끄고는 얼그레이를 넣어 뚜껑을 닫고 5분 가량 놔둡니다. 그리고 걸러서, 찬 우유와 섞습니다. 그러니까 평소 만드는 차이보다는 우유 양을 적게 해서 진하게 만들고 거기에 찬 우유를 섞는 겁니다. 이렇게 해야 차이의 온도가 떨어져서 바로 냉동실에 넣을 수 있습니다. 그냥 차이를 냉동실에 넣으면 다른 음식들의 냉동 보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니면 아예 우유를 조금 얼렸다가 차이를 넣고 섞는 것도 좋겠지요.

얼음 만드는 방식은 동일합니다. 부지런히 긁어주면 되고요.
한 입 입에 물었더니 순간 얼음에서 얼그레이 향이 확 나는데, 얼그레이를 싫어하거나 얼그레이를 맛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절대 못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에서 아버지가 "뭐 만드냐?"면서 입맛을 다시고 계실 때도 절대 안돼라는 심정이었으니까요. 뭐, 제가 만드는 음식들이 거의 가 다 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긴 합니다만..;
아버지몫은 나중에 따로 만들어야겠습니다. 흠흠.;



덧붙여서.
우유 얼릴 때 설탕이나 꿀 등을 넣어 단맛을 넣어주는데요, 넣으시려면 팍팍 아낌없이, 다이어트는 생각하지 않고 넣으세요. 얼리면 단맛이 거의 안납니다. 우유 200ml 한 팩을 얼렸다 치면 설탕 한 큰술, 꿀 2큰술 이상은 들어가야겠다 싶습니다. 팥에도 단 맛을 넣긴 하지만 얼음에도 단맛이 들어가는 쪽이 좀더 맛있긴 하지요.
지난 일요일 밀탑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첫 팥빙수이자 올해 첫 방문이로군요. 밀탑으로 첫 팥빙수의 테이프를 끊게 되다니 영광스럽습니다. 게다가 마침 주말이 하지였지요. 해가 가장 긴 날의 팥빙수라.


물론 농담입니다.


평소의 밀탑은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기다리는 줄도 엄청나게 길고 시끄러워서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먹어야하며 먹고 나서도 느긋하게 못 있고 바로 일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이날은 좀 다릅니다. 일요일 아침에, 원래는 11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어쩌다보니 백화점 개점과 동시에 들어갔습니다. 일찍 만났던 겁니다.'ㅂ' 지하 1층의 식품매장을 한 바퀴 휙 돌아주고 밀탑에 올라가니 11시가 조금 안됩니다. 들어와 있는 손님도 얼마 없고 해서 느긋하게 시키고 느긋하게 맛 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 이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비오는데 팥빙수 먹으면 춥겠다 했는데 날도 쨍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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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빙수와 팥빙수. 녹차빙수 위에는 팥을 올릴지 말지 선택할 수 있나봅니다. 주문할 때 팥을 올려드릴까요?라고 물어보더군요. 올라가지 않으면 작은 그릇에 따로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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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은 붉은 색에 민감합니다. 혹시 이것도 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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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페라는 메뉴가 있어(6천원) 홀랑 낚여 주문을 했는데 아이스크림 세 덩이와 휘핑크림(생크림이 아니라)이 함께 나옵니다. 팥빙수를 안 먹는 사람을 위한 메뉴로 일부러 시켜먹을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실수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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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 두 종이 먼저 나오고 파르페는 그 다음에 나왔습니다. 그런 고로 앞의 빙수는 벌써 파먹기 시작한 흔적이 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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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단팥죽입니다. 11시 넘어서 가능하다 했지만 주문한 시각은 10시 55분 경이었던가요? 그래서 이것만 조금 늦게 나왔습니다. 삼청동의 둘째집과는 달리, 통팥이 그대로 있습니다. 둘째집은 팥을 갈아서 걸쭉하게 만들어 내오지요.


일주일간의 조절 식단 후의 팥빙수. 굉장히, 매우, 아주 달았습니다. 팥죽보다 팥빙수의 팥이 더 달더군요. 아니면 온도 차 때문에 더 달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그 단맛에 혀가 오그라드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혀가 순화되었다고 말하기는 또 그런 게, 아이스크림은 달긴 했지만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그 전날인 토요일에는 배스킨라빈스 쿼터 아이스크림 반 통을 G와 함께 먹었습니다. 물론 이 때도 단 맛이 강하다고 속으로 투덜대고 있었긴 했지요.

하여간 간만에 먹은 밀탑 팥빙수는 무진장 달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집에서 팥빙수를 제 입맛에 맞춰 만들어 먹는 일만 남았군요. 다른 것보다 얼음제조가 문제입니다. 밀탑의 얼음은 우유와 물을 섞어 만든 것이니 집에서도 한 번 따라해봐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름다운 차 박물관의 빙수도 참 희한하군요. 거기는 우유 비율이 더 높은데도 잘 안 녹으니 말입니다.'ㅅ' 작년에는 아예 안갔고 올해도 갈 예정이 없으니, 올해는 그저 맛있는 팥빙수 자가 제조법 개발에 몰두하렵니다.
지난 토요일에 만든다 해놓고는 깜빡 잊어서 일요일 아침에 만들게 된 것이 있었으니, 팥입니다. 그냥 팥이 아니라 팥빙수나 에스프레소 젠자이 등에 넣어 먹는 팥 말이죠. 통조림 팥은 지나치게 달아서-라기보다는 비용문제상;-집에서 만드는 쪽이 좋더군요.

그러나 일요일 아침의 팥은 실패였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전혀 문제가 없었으나, 맨 마지막에 설탕을 너무 많이 넣었거든요. 팥 60g(240ml컵으로 반 컵 하고 조금 더)에 설탕 3큰술을 넣었더니 시판하는 팥과 거의 같은 달기가 나왔습니다. 두 큰술만 넣을걸 그랬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지요. 달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요일 동안 다 먹었으니 그참.;;

지나치게 달게 만들어졌다고 투덜거리며 컵에 팥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위에 얹은 것이 말차 우유 얼린 것입니다. 말차 한 작은술에 우유 250ml 가량을 넣었는데 우유가 너무 많았습니다. 아니...; 이정도라면 아름다운 차박물관에서 쓴 말차는 도대체 얼마나 투여한겁니까? 그 정도 크기의 빙수라면 빙수 하나당 말차 한 큰술로도 부족할겁니다! 우유 때문에 색이 희석된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의 색을 내려면 엄청나다고요! ;ㅂ;

엷은 녹색의 우유. 500ml 용량의 페트병에 넣고 냉동고에 넣어서 처음엔 1시간 가까이 넣어둔 다음 흔들고 다음에는 30분 간격으로 꺼내 흔들어줍니다. 그러면 거품이 섞인 상당히 부드러운 얼음이 되어 나옵니다. 긁는 번거로움도 없이 그냥 흔들기만 하면 됩니다.

날이 덥다 보니 금방 녹더군요. 휘젓는 사이에 꽤 녹기도 했지만 컵도 냉동고에 넣어둘걸 그랬다고 살짝 후회했습니다. 다음에 만들어 먹을 때는 컵도 차갑게 만드는 걸 잊지 말아아죠.

말차가 적게 들어가서인지 맛도 쓴맛이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섞어먹다 보니 팥이 덜 달았으면 맛이 없었겠다는 결론에 도달하더군요.OTL 우유에 단맛을 가미하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팥은 덜 달게, 우유에는 꿀을 적당히 섞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모양은 괴식...?;


이 파스타도 괴식.
집에 있던 페투치니를 삶고, 전날 저녁으로 먹은 들깨 수제비를 소스(...)로 해서 만들었습니다. 수제비가 간간하지 않았다면 치즈도 갈아넣었을 건데요, 추가로 면을 넣어도 그리 싱겁지는 않을 것 같아서 패스.
역시 제 입맛에는 푹 삶은 면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



광화문의 맛있는 파스타가 떠오르는군요.;ㅂ;
지난 토요일, 첫비행님과의 데이트 마지막 코스는 현대백화점의 밀탑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밀탑은 간다간다 하고는 몇 년 간 가지 못했던 지라 사주신다고 했을 때 굉장히 기뻤습니다.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분과 같이 먹는 것은 참 행복하지 않습니까.-///-

푸드코트에 올라갔더니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바로 밀탑이 있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가장 기본적인 맛인 우유빙수와 단팥죽을 시켰습니다. 비온 뒤라 날이 좀 쌀쌀했던 것도 있고 빙수만 먹으면 추울테니 같이 먹으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말입니다. 훗훗.

기본 세팅은 저렇습니다. 팥죽 하나, 우유빙수 하나, 거기에 우유빙수의 팥 리필.

얼음을 부드럽게 갈고 그 위에 우유를 뿌린 다음 달게 조린 팥과 떡을 얹은 우유빙수입니다. 6천원.
왜 밀탑의 빙수가 그리 맛있다는지 먹어보고는 바로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팥빙수라면 아름다운 차 박물관의 녹차빙수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단번에 갈렸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밀탑 빙수가 최고입니다.
말랑말랑 쫄깃쫄깃한 떡과, 달달하고 부드럽게 삶아진 팥. 팥의 농도도 딱입니다. 너무 알갱이가 살아있다던지 너무 뻑뻑하다든지 하지 않고 팥빙수에 섞어먹기 제격의 농도로 만들었더군요. 떡은 지금까지 제가 먹어봤던 팥빙수 떡 중에서 가장 맛있습니다. 굳지 않고 말랑말랑하면서도 쫀득한 씹는 맛이 빙수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단팥죽도 좋았습니다.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과 비슷하지만 이쪽은 팥 알갱이가 있더군요. 거기에 쫀득한 떡도 들어가 있고 말이죠. 한 술 두 술 뜨다보니 어느 새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빙수에 팥을 더 얹어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별도로 담긴 팥과 떡은 아예 처음부터 같이 넣어 먹었습니다.
아아, 지금 생각해도 정말 행복해요!




그리하여 올 여름의 목표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집에서 밀탑의 빙수를 재현해 보는 것. 집 어딘가에 아직 얼음이 살아 있나 모르지만, 안되면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도전해보겠습니다.+_+ 팥과 떡을 재현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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