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글: 역대 최애?

 

 

앞서 이 비슷한 이야기를 적었던데 싶어서 찾아보니 역대 최애를 다룬 글이 아예 있었군요. 대부분이 클램프고, 클램프가 아닌 쪽은 소수입니다만, 클램프 만화가 상당히 제 덕질에 영향을 주었던 터라 링크 걸어봅니다.

 

 

 

덕질을 넘어, 제 인생에 영향을 가장 크게 끼친 만화를 꼽으라면 ... 아니, 그런 만화가 한 둘인 것이 아닙니다만. 그리고 그 중 몇은 밝히는 순간 나이가 들통나기 때문에 슬쩍 접습니다. 한국만화에 중요한 두 작품이 있으니 그 둘을 빼고 이야기하면 다 일본만화로군요. 김진과 신일숙의 만화가 제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줬고, 일본 작가 중에서는 유키 카오리와 클램프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나리타 미나코나 하츠 아키코도 손에 꼽지만, 가장 큰 영향이라는 점에서는 저들이 더 중요합니다.

 

 

출판 만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라면 그보다 훨씬 더 깊게 내려가긴 합니다만, 올해 40주년이라는 기동전사 건담(퍼스트건담), 올해 30주년이라는 마동왕 그랑죠(그란조토), 20년을 넘긴 소녀혁명 우테나와 10년을 넘긴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이 있습니다. 에바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약합니다. 이쪽은 밈으로만 접하다가 본편을 제대로 챙겨본 것이 극장판 쪽이고 그 전에도 DVD는 있었지만 본 적은 없습니다.(...) 다른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도 여럿 있기는 하나, 영향으로 따지면 매우 미미합니다. 제 사상의 토양을 깔아준 것이 저들이란 건 부인할 수 없고요. 아니, 부인이 아니라 적극적 긍정을 해야할 참입니다. 물론 실시간으로 본 건 아닙니다. 그럴리가요.

 

 

 

 

 

라스칼과 왜 콜라보를 하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콜라보. 올해가 30주년이라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랑죠도 그렇고 레이어스도 그렇고 주 색이 빨강, 녹색, 파랑입니다. 순서가 빨강, 파랑, 녹색으로 가더군요. 애니메이션과 만화에서도 각각의 기체를 발견한 순서가 그렇습니다. 성장 순서도 그러한데, 녹색이 바람이고 치유의 힘을 가졌다는 건 어떤 설정을 따른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러고 보면 방향은 전혀 다르지만 연방...이 아니라 하여간 하얀 악마가 등장한다는 점은 같은 나노하에서도 녹색이 치유의 힘을 가졌다는 설정이 등장하기도 하지요. 나노하의 몇 번째 이야기더라, 하여간 마도서가 등장하는 편에서 그랬습니다.

빨강은 다혈질에 리더이고 파랑은 예쁘고 좋은 혈통(...)이지만 푼수라는 점도 닮았고요. 뭐, 성격은 양쪽이 사뭇 다르지만 꽤 어쩌면 오마쥬일지도 모르겠다고 슬쩍 생각해봅니다. 생각해보니 메카닉 최종형도 그렇잖아요? ... 응? 진짜 오마쥬인가?

 

 

 

 

 

 

우테나는 20주년 기념으로 블루레이판이 다시 나오기도 했지요. 불운의 매체라고 할 수 있는게, 우테나의 LD는 매우 유명했지만 그 직후 DVD라는 신매체가 등장했고, DVD 판이 나오고 나자 그 직후 블루레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또 등장했습니다. LD판은 손에 넣었지만 나머지는 아직 고민중입니다. 여행갔을 때 받으면 되니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조금 더 고민을 해볼까요.

 

 

 

시작은 클램프였다가 엉뚱한 곳으로 빠졌지요. 하여간 클램프가 제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입니다. 반전의 이야기를 매우 잘 뽑아내다보니 그렇기도 하고요. X는 결말을 안냈지만, 『도쿄바빌론』, 『성전-리그베다』, 『마법기사 레이어스』에 이어지는 동안 결말의 반전에 맞은 뒤통수가 아직도 얼얼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직도...... 생각해보면 이 작품들만 제 서가에 남아 있네요. 『카드캡터 사쿠라』도 있기는 하나 소유주가 G입니다. 『X』도 원서 소유주가 G로군요.

가장 애정을 갖고 수집한 것은 『마법기사 레이어스』였습니다. 애니메이션보다는 원작 만화를 훨씬 더 좋아했고, 게임 컨트롤 능력이 매우 낮아서 엔딩 볼 가능성은 없지만 그럼에도 게임이 있기 때문에 세가 새턴을 구매해야하나 고민할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지금이야 어차피 손 안대지만 뭐... 어쨌건 애니메이션보다는 만화를 중심으로 많이 수집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싫어한 건 굉장히 늘어지는 이야기에, 가장 좋아하는 인물의 결말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레이어스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뜬 것은 슈퍼로봇대전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슈로대에 레이어스가 들어간 모양이더군요. 하기야, 레이어스도 메카닉은 메카닉입니다. 어떤 재질로 어떤 공학적 과정에 의해 만들어졌냐 물으신다면 그저 모코나에게 물으라며 웃겠지만.

이전 권도 그랬지만, 이번 권도 편집 후기에 『미시마야 변조괴담』이 나온 계기가 소개되었습니다. 요약하면, 원래는 『흑백』 한 권으로 끝내려던 미시마야 변조괴담은 『안주』가 나오고 『피리술사』로 이어졌고, 이렇다보니 작가는 '아예 백가지이야기-百物語로 방향을 잡고 계속 쓰겠다'고 선언했답니다. 진짜로 백 가지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생의 작품으로 잡았다니 기대해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권, 『금빛 눈의 고양이』는 미시마야 변조괴담이 더 길게 나아가기 위한 터닝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미시마야 변조 괴담은 원래 이렇게 시작합니다.

 

역참여관의 딸인 오치카는 소꿉친구와 약혼자 사이의 사건에 휘말려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에도에 있는 숙부집에 옵니다. 차남이었던 숙부 이헤에는 에도에서 멋들어진 주머니를 파는 행상일을 하다가 점점 키워, 미시마야라는 가게를 내고 운영하던 참입니다. 오치카를 에도로 보낸 건 사건의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라는 주변 사람들의 배려였지만, 워낙 큰 상처라 치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이헤에는 자신의 바둑실을 흑백의 방이란 이름을 붙여 다시 꾸미고, 거기에서 오치카가 여러 사람들의 기이한 이야기를 듣도록 합니다.

 

괴담이기는 하나, 변종이라 미시마야 변종 괴담이랍니다. 주머니 가게인 미시마야의 여어쁜 조카가 괴이한 이야기를 듣고 수집한다고 하고, 그 이야기는 흑백의 방 밖을 나가지 않는다고 하자 여러 사람들이 괴담을 들고 오치카를 찾아옵니다. 그렇게 모인 이야기들은 또 다른 인연이 되기도 했지요. 오치카는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은 이라 주변에서는 오치카를 보듬고, 마음이 오간 여러 사람들을 지나 지난 권에서 새로운 인연이 생깁니다. 이번 권은 그 인연이 이어지는 이야기이니, 아마 상황은 짐작하실 겁니다. 지난 권에서 판이 깔렸지요. 편집 후기에서도 언급했지만 오치카는 여러 인연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으며,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오치카의 괴담지기(?) 자리를 맡습니다. 누구인지는 지난 권을 보았다면 다들 짐작할 그 인물입니다.

 

『금빛 눈의 고양이』가 표제로 올라온 것도 같은 이유라고 봅니다. 사실 원제는 그 앞의 이야기인 「기이한 이야기책」이지만 번역 문제 때문에 아마도 고양이를 표제로 올린 모양입니다. 원제는 『あやかし草紙』로, 유코씨가 말하는 대로 고시엔 사전에는 이렇게 소개됩니다.

 

そうし [冊子,草紙,草子,双紙]

(일설에 「サクシ」의 音便おんびん으로 「冊子」를 정자(正字)로 한다) 책자.

1.(「巻子本かんすぼん」에 대비한 말) 철한 서책.

2.仮名かな로 쓰인 책. 이야기(物語;ものがたり) ‧일기(日記) ‧가서(歌書)와 같은 류.

3.중세‧근세의 읽을거리로, 그림을 주로 삼은 소설. 대부분은 단편. お伽草子(とぎぞうし) ‧草双紙(くさぞうし)와 같은 류.

4.써서 아직 정돈되지 않은 초고. 초안(草案;そうあん). 또한 연습하는 글자나 그림을 쓰는 공책 류.

 

이 중에서는 1번에 가까울 겁니다. 뉴에이스 사전에서는 대중문학을 지칭한다고 나와 있으니 그 또한 해당될 수 있고요.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내용폭로가 되어 그건 빼고 적자면, 1과 3의 중간쯤이 될지 모릅니다.

 

 

총 다섯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1편과 2편은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1편을 읽고 나서 등골이 오싹했는데, 2편에서 그게 조금 풀렸거든요. 아마도 그 때문에 두 이야기의 끝부분을 살짝 대구로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가장 튀는데, 공포는 공포이나 지나치게 기이한 내용이라 튑니다. 이상하다 싶을 때 네 번째 이야기가 뒤통수를 세 번쯤 때리며, 다섯 번째에서 아픈 뒤통수를 문지르며 마무리 합니다. 아니, 미미여사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생으로 읽는 것이 제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능한 내용을 적지 않았고요.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런 이들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금빛눈의 고양이는 보고서 떠올린 것이 엉뚱하게 하츠 아키코였으나, 그쪽과는 다른 이야기더군요. 근데 읽다보면 절로 그 고양이가 떠오릅니다.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에 나온 그 고양이를 기억하신다면 떠올리실 수 있겠네요. 다만 나무 종류가 완전히 다르긴 합니다.-ㅁ-

 

 

미야베 미유키. 『금빛 눈의 고양이』,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9, 16800원.

잊고 있었던 북스피어 책 한 권은 장바구니 담았으니 조만간 결제할 것이고, 고양이에 대한 책 한 권도 조만간 리뷰 올리겠습니다. 이번 주는 읽을 책이 한 권 있어 좀....(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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