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교토의 지리와 역사라고 달았지만, 교토는 오랜 시간 동안 천황이 있는, 즉 일본의 수도였기 때문에 일본의 역사라고 해도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거기사는 될지언정 미시사는 아니겠지만요. 아, 물론 이 책에서는 미시사도 다룹니다. 교토의 일상생활, 즉 교토 거리를 중심으로한 일상 생활을 다루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규슈나 도쿄 등등의 다른 지역은 역사적 사건 때문에 언급될 때 외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장르를 정하는 건 어렵습니다.
역사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특정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역사적 유물들과 유적들의 이야기를 연대기순으로 다루고 있으니 교토에 대한 여행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거나, 일본 이름이 낯설다거나, 교토에 처음 가는 사람이 이 책을 보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일본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얕습니다. 그 어중간함이 어쩌면 이 책의 매력인지도 모르지요.


저는 만족하며 보았습니다.
첫째, 교토 여행을 자주 갔기 때문에 지역명에 익숙합니다. 교토의 지리도 대강 머릿속에 그릴 수 있습니다. 교토 주변 지역도 대강 압니다. 지리가 그려지는 이유의 40% 가량은 교토를 배경으로 한 헤이안 시대물을 많이 접했기 때문입니다. 『음양사』는 둘째치고 『소년 음양사』라든지, 교토를 배경으로 한 다른 소설이라든지. 그 덕분에 대강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습니다. 덧붙여 헤이안 시대의 상황에 대해 조금은 압니다.
둘째,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었습니다. 32권에 이르는 장대한 책을 보고 있노라니 일본 이름에 아주 익숙해집니다. 그래도 아버지와 아들 이름이 종종 헷갈리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습니다. 거기에 오다 노부나가부터 시작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대강은 압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어, 신선조라든지 메이지 유신이라든지, 그 즈음의 이야기도 대강은 압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신선조가 교토 있다가 쫓겨 올라가 하코다테의 고료가쿠에서 결국 최후를 맞이했다든지. .... 아니 왜 기둥은 못 잡고 이상한 덩굴들만 알고 있는 겁니까.OTL


그런 저인지라, 교토를 중심으로 해서 일본의 역사를 차근차근 짚어주는 이 책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G 보라고 가져다 준 책인데, 얘가 사진만 보고 넘겼는지 금방 가져다 주더군요. 그냥 반납할까 하다가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앞부분은 하도 도래인, 한국에서 건너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짜증 나더군요. 왜 다른 이야기는 안나오냐며 화를 냈는데 2장이 시작됩니다. 허허허. 1장은 고대, 즉 아스카 시기이고 2장이 헤이안이더군요. 그렇게 시대별로 구분해서 교토의 주요 유적지를 다루니, 앞부분에는 도래인 이야기가 잔뜩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덕분에 아오이 마쓰리 이야기도 다시 보았습니다. 그것도 『카라쿠사 도서관 방명록』(링크)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합니다. 공주님이 참 귀여웠지요..////


대강 그런 책이니 교토를 중심으로 한 역사를 보고 싶으시다면 추천합니다. 교토 시가지 뿐만 아니라 교토 주변 지역에 대해서도 가볍게 짚고 지나갑니다. 컬러인데다 사진도 괜찮아서 보기 좋고요. 종이가 조금 두껍고 무거워서 책도 무겁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자아. 이제 다음책은 다시 채소로군요.-ㅂ-


조관희. 『교토, 천년의 시간을 걷다』. 컬쳐그라피(안그라픽스), 2012, 14000원.


아무리 생각해도 소설이 비싸군요.ㄱ-; 올 컬러인 이런 책 가격이 1만 4천원이다니.


저자는 원래 중국문학 전공입니다. 아마도 교환교수 등으로 교토에 1년 동안 체류하면서 준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데, 사근사근 이야기 들려주는 것을 듣는 것처럼 읽히는 책입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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