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렇게 뒹굴뒹굴 놀면 구체적인 가게 이름을 언급하게 되기 마련인데 좀 미묘미묘한 부분이 있어 거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 글을 보셔도 알테고 사진만 봐도 '아, 이 가게!'라고 하실테니 그부분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갑니다.

엄;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저 그 가게는 데면데면합니다. 맛있다고는 하는데 몇 년 전의 방문에서도 그렇고 블로그에 글 쓴 뒤에 달린 댓글도 그렇고 조금 미묘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대면하고 말했다면 그냥 무난한 이야기였을텐데, 말로 했을 때와 글로 읽을 때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댓글로 피드백을 받았을 때 여린(...) 가슴에 슬쩍 생채기가 났더랬지요. 그 뒤로는 글을 쓸 때도 가능한 감정을 배제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또 미묘~하게 걸렸습니다.

그 가게도 1인 1메뉴입니다. 유명한 가게라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저희가 앉아 있는 동안 자리가 없다며 돌아선 사람들도 꽤 보았습니다. 메뉴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장식을 잘 해서 주기도 하고 이정도면 먹을만 하다 생각하고요. 어쩌면 디저트의 기준 가격이 일본에 맞춰져 있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케이크 한 조각당 5-6천원 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디저트에, 이렇게 장식해서 먹을 수 있다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맛도 괜찮고요.




지유가오카의 파리 세베이유(해당 글 링크)에서도 비슷한 메뉴를 보았는데, 이쪽은 오렌지 크림입니다. 맨 아래는 파이, 그 위에 크림을 넣은 미니슈를 괴어 놓고 다시 크림을 듬뿍 짠 다음 맨 위에 미니슈를 더 올립니다. 아래의 파이시트 사이에도 오렌지 커스터드 크림으로 추정되는 것-확신은 못합니다^^;-을 발랐고 슈는 속을 채운 것은 물론, 위에 캐러멜을 발랐습니다. 쌉쌀한 맛과 딱딱한 질감을 동시에 내며, 부드러운 크림이 있으니 좋더군요. 다만 오렌지향에 대한 호불호는 조금 갈릴지도..? 전 달달한 커스터드 취향이라 오렌지가 들어갔다고 했을 때 살짝 걱정했거든요.
하지만 맛있었습니다.-ㅠ- 전 역시 슈크림파인가봅니다.




이쪽은 크레페 수제트. 망고였던가, 레몬이었던가. 하여간 그쪽 크림이었는데, 얇은 크레페를 펼쳐 스폰지 시트를 올리고 그 위에 크림을 짠 다음 크레페로 감싼 겁니다.(아마도;) 마카롱은 그냥 저냥. 새콤한 레몬맛이지만 약간 질긴(?) 느낌에 달달했다고 기억합니다. 상대적으로 기억에 더 남았어요.;




기대했던 몽블랑. 장식이 멋지죠.
하지만 제게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몽블랑 위에 올라간 것이 초콜릿 젤라토였는데, 초콜릿 맛에 몽블랑이 눌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안쪽 크림에도 뭔가 아쉬운 것이 있었는데, 아쉽다는 기억만 남고 왜 그랬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OTL 상황을 보니 아마 속에 든 크림에다 오렌지나 레몬 등을 섞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 안젤리나의 몽블랑을 제일 좋아하고 그 다음이 몇 년 전 먹은 Passion 5의 몽블랑이니, 대체적으로 크림은 가벼운쪽에 다른 향이 안 나는 쪽이 취향인가봅니다.-ㅁ-;

뭐, 그래도 한참 앉아서 맛있는 걸 나눠먹고 신나게 수다를 떨었으니 만족할 법하나, 살짝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원래 기대치가 낮아서 그랬나, 직원이 제 등 뒤를 왔다갔다 거리는 것이 신경쓰이더군요. 제가 통로쪽에 앉아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등 뒤를 왔다갔다 하며 눈치를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희 왼쪽 테이블은 그 사이에 세 번 정도 바뀌었는데 그 동안 내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랬나요. 보통 그러면 접시를 치워준다거나 하여 눈치를 주거나 재주문을 돌려 요구하는 방법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
너무 예민하게 느낀건가.OTL


맛은 있지만 사람이 많고 정신 없어 느긋하게 즐기는 분위기랑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렇게 가끔 모일 때가 아니면 갈 일이 없긴 하지요. 그냥 그렇게, 제게는 가끔 생각날 때 한 번 가는 그런 가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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