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고 썼지만 실제로는 노트(공책)입니다. 선물용으로 제작한 것이고 레시피북으로 쓰겠다 하여 사용하기 편한 제본으로 해서 제작했습니다.
공책 혹은 수첩을 제작할 때는 쓰기 편해야 한다는 것을 우선 순위로 둡니다. 책자를 만들 때와는 다르죠. 책으로 만들 때는 튼튼해야한다는 것이 우선이지만 공책이나 수첩은 책보다는 사용 기간이 짧은 편이고, 나중에 다 쓴 다음에 튼튼한 제본으로 다시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무게를 줄이는 것도 생각해야합니다. 표지에 두꺼운 판지를 대면 튼튼하지만 대신 판지 만큼의 무게가 생깁니다. 그러니 해마다 제가 만든 다이어리도 위의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제작했습니다.
제본 방식 세 종류 중에서 어떤 것으로 제작할 것인지 B에게 묻고, 이후 종이와 표지천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아래는 그 제작기입니다. 워낙 길이가 기니 살짝 접어 둡니다.
퀼트 할 때도 그렇지만 책을 만들 때도 가장 번거롭게 생각하는 것이 마름질입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마름질이 상당히 간단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중간에 바보짓을 하는 바람에 마름질을 두 번 해야했다는 것이 조금 걸리는군요. 아래 있는 빨간 덩굴 꽃 무늬 천은 표지, 그리고 파일로 밴스의 정이 위에 올려진 것은 띠입니다. 띠의 용도는 제작 사진을 보시다 보면 알겁니다.
띠를 만들면는 예전에 작은 수첩을 만들었을 때처럼 뒤집으려 했는데 천이 조금 두꺼워지고 띠가 굉장히 길다보니 절대 만만한 작업이 아니더군요. 쉽게 만들겠다고 재봉틀로 박은 다음 뒤집었는데, 뒤집는 과정에서 올이 풀리는 일도 발생합니다. 하하하.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다시 띠를 만들었습니다.
그 전에 마름질한 것보다 천을 조금 넉넉하게 자른다음, 천의 겉면이 나오게끔 접어서 시침핀을 꽂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부분은 감침질을 했습니다. 꿰맨 다음 뒤집는 것이 아니라 모양을 잡고 감침질을 한거죠. 정확히 재진 않았지만 띠의 길이는 30cm 가까이 될겁니다.
사진이 굉장히 어둡군요.-ㅁ-; 감침질을 다 한 띠입니다. 총 7개. 아래는 밝은 빨강, 위는 어두운 빨강입니다.
예전에 수첩만들 때 쓴 표지 천들이 이번에는 띠로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보면 띠의 색도 확연하지요. 종종 티타임의 배경 천으로 등장한 별무늬 천이 진한 빨강입니다.
종이는 을지로에서 사왔습니다. 걸리버지 128g, 미색입니다. 128g이 맞는지 저도 헷갈리는군요. 120g은 조금 넘었습니다.
공책 크기는 18 × 25cm로 부탁받았기에 B4종이로 잘라다가 반으로 접고 사방을 적당히 잘라 만들었습니다.'ㅂ'
빳빳한 종이로 자를 만들어 정확한 위치에 구멍을 뚫습니다. 띠를 어떻게 배치할까 하다가 위 아래에 각각 두 개씩, 가운데 세 개를 넣었습니다. 띠는 밝은 빨강과 진한 빨강을 번갈아 놓았습니다.
넣고 꿰매면 이런 모습입니다. 띠는 지지 기둥이 되는데 처음부터 앞 표지, 뒷 표지에 넘어갈 부분을 생각해서 남깁니다. 띠를 넣고 꿰맨 상태에서 양쪽을 잡아당겨 길이를 조정하는 것은 힘듭니다.-ㅁ-
꿰맬 때 사용한 실은 튼튼한 면실입니다. 제본용으로 많이 씁니다.
꿰맨 책은 만들어 놓은 표지와 연결하면 됩니다. 이 경우 책등을 지지하는 띠를 표지와 꿰매면 되는겁니다. 원래는 책등을 지지하는 띠도 가죽을 쓰기 때문에 꿰매는 것이 아니라 표지와 붙이게 되는데 이 경우는 풀을 써서 붙일 수가 없지요.
표지는 책 크기와 동일하게 자른 퀼트솜을 저 천으로 감쌌습니다. 사진상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시접부분을 접어서 책등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부분을 홈질합니다. 자세한 모양은 이전에 올린 수첩의 표지를 참고하세요.;
한창 연결중입니다. 띠에 보이는 홈질 모양이 연결 흔적입니다. 한 면당 일곱 개, 거기에 앞 뒷면 해서 총 14개를 꿰매는데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바느질 하는 것을 좋아하니 무념 무상으로 바늘만 놀리고 있었지요. 그렇게 바느질만 하면 완성!
완성작은 이렇습니다. 표지를 보면 약간 올록볼록한 느낌이 나는데 띠를 꿰매면서 당겨 바느질해서 그렇습니다. 페이지가 많아서인지 생각보다 무거웠습니다.
띠의 길이가 제멋대로인건 왜그러냐 물으시면 웃지요. 꿰매다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아하하.
표지를 앞으로 당겨 펼쳐 보았습니다. 180도로 펼쳐도 공책에는 무리가 없습니다.그러니 표지를 이렇게 펼치는 것도 가능하지요.
다른 방향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띠를 중심으로 앞 뒤 표지가 붙어 있는 느낌입니다. 계단 같기도 하군요.
비뚤배뚤한 바느질. 그래도 멀리서 보면 별 문제 없어보입니다. 후후후.
등 열린 제본으로 만든 수첩은 역시 가죽+판지보다는 천으로 만드는 쪽이 재미있습니다. 내년 다이어리도 이렇게 만들어볼까요. 괜히 패치워크 한다고 헤매지말고 말입니다.-ㅁ-
하여간 B, 잘 쓰시게나. AS도 가능하고 추가 제작도 가능하다네. 나중에 혹시 튼튼한 책자형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것도 가능하고. 그러니 페이지 아끼지 말고 열심히 쓰고 말야.+ㅅ+
다이어리를 제작한지도 어언 보름. 신정 지나고 나서 완성했으니까 아마 그 즈음이 완성일겁니다. 제작 자체는 작년 10월부터 시작했는데 완성이 늦어진 것은 바느질신이 내려오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바느질 진도가 안나갔지요. 2008년을 며칠 안 남기고 서둘러 제작하다보니 결국 올해 다이어리는 실패작으로 끝났습니다. 다른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실패작. 하지만 다시 뜯어서 만드느니 제 자신에게 주는 경고의 의미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2) 뜯어서 다시 만들기 귀찮아요.;
제작 과정 중 한 부분입니다.
이번 다이어리는 조각잇기를 기본으로-퀼팅(누비기)은 뺐습니다-도안을 했기 때문에 미리 그림을 그려보고 천을 놓아 배치를 해서 꿰맸습니다. 이렇게 작은 조각으로 바느질을 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다 만들고 보니 9조각 잇기도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다음에도 해볼 생각이 조금은 있지요. 다만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마름질을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가운데 보이는 별 박힌 진한 바탕 천은 가로 세로 3cm입니다. 가장자리에 시접을 두었으니 실제 천 크기는 4cm를 조금 넘을겁니다. 재단할 때 크기를 어떻게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네요.
이게 반제품 쯤의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때 이미 실패작이란 걸 깨달았어야 하는데요. 가운데는 책등이고, 책등을 두고 양쪽에 또 천을 덧대었어야 했는데 적당히 마름질하고 말았더니 헷갈려서 책등 양쪽에다가 바로 꿰맸습니다. 그 때문에 표지 천이 생각보다 훨씬 짧아졌습니다. 게다가 속안에 넣은 솜도 책 크기에 맞춰 자른 것이 아니라 저 천에 맞춰 잘랐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책에 직접 대어보고 표지를 잘못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의욕 상실. 그래도 어쩝니까. 표지를 다시 만든다거나, 이미 꿰맨 곳을 뜯어서 다시 바느질할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 그냥 그대로 갈 수 밖에요. 덕분에 표지는 가능한 일찍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또 하나의 교훈은 제책방식입니다. 작년까지는 교차된 구조로 만들었는데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하겠다고 선제본을 골랐습니다. 그랬더니 작년보다 얇은 종이를 쓴 보람도 없게 책등이 두꺼워졌습니다. 선제본의 책등은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겁니다. 선제본 만든 것이 어언 몇 년 전이니 감이 없어졌던게지요. 내년부터는 교차된 구조나 등열린 제본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년도 표지는 아예 지금부터 구상중이니 조만간 작업 들어가면 아주 빠를 경우 여름 전에 표지가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야, 편집이 번거로워서 2010년도 다이어리는 올해와 같은 편집으로 만들까 하고 있거든요. 폰트만 결정하면 됩니다.
1. 오늘도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일부러 일찍 일어났습니다. 라고 하지만 사실은 어제 낮잠을 좀 많이 잤습니다. 일요일 새벽 1시에 들어와서 씻고 하다보니 1시 반에야 잤고, 다시 6시 반쯤 기상했기 때문에 피곤했나봅니다. 거기에 오늘 출근부담이 없었으니 평소보다 늘어진 감도 있고요. 지금도 뒹굴뒹굴하다보니 어제가 토요일이고 오늘이 일요일 같은 느낌도 듭니다. 대신 내일부터는 이런 저런 계획이 꽤 많습니다. 내일 손님 초대, 모레 공방, 그 다음날 행사 준비, 그 다음날 여행준비, 그리고 3박 4일 여행. 바쁘군요.
2. 어제 마봉춘의 연기대상 시상식 관련 기사를 보고 열받아서 각 방송사의 무슨 시상식들은 오늘 다 넘어가고 대신 홍백가합전을 보기로 했습니다. 유선외로 잡히는 채널 중에 NHK가 하나 나오는데 거기서 홍백가합전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기다려보는 거죠. ... 뭐, 배모씨를 너무 싫어하는데다, 참석 여부 두고 장난질을 친다는 것에 더 울컥했던 겁니다.-_-
3. 치통이 좀 많이 심합니다. 이 치통의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만에 하나 마법 때문이라면 차라리 다행인 것이고 다른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2일 오전에 전화해서 여행 가기 전에 예약 잡아두고 한 번 검진 받아보려 합니다. 찬 것만 먹어도 찌릿하는 통에 아이스크림도 입에 못댑니다. 허허.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4. 황금가지, 해문......-_-+ 오늘 제본용 책을 찾기 위해 교보문고를 찾았습니다. 오픈 시간 즈음해서 들어가니 사람이 없더군요. 느긋하게 여기 저기 둘러보며 책을 찾았습니다. 보통 제본용 책은 실제본을 고릅니다. 떡제본이라 불리는 본드제본 책들은 낱장을 일일이 뜯어서 연결해 대수를 만들어 다시 접어 제본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이 과정 때문에 너무 두꺼운 책은 제본이 안됩니다. 요즘 만들려고 하는 제본 방식은 반드시 실로 제본된 책이어야 하는데, 이걸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취향이 독특하다보니 고르기가 더 어렵습니다. 첫째, 실제본 이어야 하고, 둘째, 시리즈 물이어야 하고, 셋째,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이어야 하며, 네째, 제가 좋아하는 책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조건을 다 맞춘 책이 없습니다. 취향의 책은 주로 황금가지나 해문에서 나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나 반 다인 시리즈는 한 번 전집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겉 모양은 하드커버지만 벌려 보면 실제본이 아니라 떡(칠한 본드) 제본입니다. 실제본 책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시리즈는 열린책들입니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책은 실제본이 상당수 있지만 취향의 책은 없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제본 작업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움베르트 에코도 제본할 정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가서 이런 저런 책들 다 뒤져보고 한숨만 푹푹 내 쉬었다는 거죠. 어스시는 100% 취향은 아니지만 제본하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뜯어봤더니 이것도 떡제본. 시간과공간사든 황금가지든 셜록 홈즈 전집은 다 떡제본. 해문이나 황금가지나 모두다 하드커버를 가장한 떡제본. 으아, 이쯤 되면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나마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과 파울로 코엘료 책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악마와 미스 프랭>은 실제본입니다. 이 정도만 확인하고 후퇴했지요. 다음에는 영풍문고에 가서 책들을 다시 다 뒤져볼 생각입니다. 그래봤자 판타지나 추리소설이나 80% 가량은 일반제본, 16% 가량은 실제본을 가장한 떡제본, 4%만이 진짜 실제본입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캐드펠 시리즈라, 이게 만약 실제본이었다면 두말 없이 달려들었을 겁니다. .. 오죽하면 슬램덩크를 해볼까 싶을 정도로 밀렸겠습니까.ㅠ_ㅠ
5. 춥다고는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럭저럭 괜찮은 날씨였습니다. 하지만 바람만 불었다 하면 체온이 순식간에 내려가더군요. 거기에 추위로 인한 알레르기 비염으로 콧물이 계속 나오는 바람에 한 손에는 휴지를 꼭 쥐고 걸어다녔지요. 다행히 감기는 심해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진행되면 곤란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