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은 <그림으로 읽는 책>을 보다보니까 문득 읽고 싶어졌습니다. 김지혁씨의 <그림으로 읽는 책>은 다음 글에 올라갑니다.'ㅂ'

일단 반추의 계기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지난 주, 오랫동안 도서관에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도서관 서가를 거닐었습니다. 대출 여유는 충분히 있었으니 눈에 들어오는 책들마다 속속 꺼내 들어 팔 위에 올렸는데요, 4권을 반납하고는 7권을 빌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책은 많이 빌리는 것이 절대 좋지 않습니다. 그걸 들고 집까지 운반해야하는 체력상의 부담을 생각하자면 7권이나 빌리는 것은 미친짓이었지요. 거기에 책을 뽑다 보니 '아, 이것 지난번에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부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은 것이 도쿄 기담집, 모방범 3, 버터플라이 1-2, 블랙베리 와인, 마술사가 너무 많다입니다.

되새김질. 딱 그런 느낌입니다. 좋아하는 책은 몇 번을 읽어도 재미있고 간격을 두고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습니다. 지난 1년간 읽은 책들 중에서 그런 책만 모아서 목록을 작성하는 것도 좋겠네요.

모방범은 3권의 뒤집어지는 장면이 보고 싶어서 골랐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거든요. 마지막 패를 던져 눈 속임을 함과 동시에 가면을 벗고 날뛰는 모습이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와 온다 리쿠의 차이는 그런 모습 뒤에 어떤 마무리를 하느냐인데요, 온다 리쿠는 읽고 나면 뒷맛이 안 좋은 경우가 많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그래도 희망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미여사를 더 좋아합니다. 독특한 발상이라는 점은 온다 리쿠가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차지하지만 말입니다.

도쿄 기담집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이한 단편 모음집입니다. 기이한 이야기들의 집합체인데 비슷한 부류인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 다릅니다. 아사다 지로도 역시 뒷맛이 나쁜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약간 어둡지만 밝게도 느껴집니다. 같은 어스름이지만 아사다 지로쪽은 음침하다는 느낌입니다. 쓸쓸하고 스산하고 뒤에서 뭐가 쫓아올 것 같은 느낌이지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버터플라이는 한참 전에 읽었다가 다시 찾은 책입니다. 로맨스 소설이지요. 복수를 위해 얼굴 성형을 하고 뼈를 깎는 자기 관리를 한 어느 여자가 결국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내용입니다. 지금 다시 보니 굉장히 허술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래도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스입니다. 아니, 주인공은 로맨스에 성공하지 못했으니 분류를 그렇게 놓기도 애매한데요.

블랙베리 와인은 빌려와서 한 번 다 읽고 지금 또 읽고 있습니다.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느낌이 좋습니다. 내년 목표 중 하나가 식물 기르기인만큼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보는 것도 있지요. 실제본이었으면 당장에 뜯었을텐데 참 아쉽습니다. 보고 있자면 작물재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드니까 자금을 좀 마련하고 볼 필요도 있겠네요.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제가 가진 책이 지금 수중에 없어서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습니다. 역시 다아시경 멋져요! 근데 랜달 개릿으로 e-hon에서 검색했더니 마술사가 너무 많다 한 권만 뜨지 뭡니까. e-hon에서 검색 안되는 책이 꽤 있다는 건 알지만 추리소설들 중 잡히지 않는 것이 꽤 있나봅니다. 일본어로도 재미있게 읽힐 것 같아서 보려 했는데 말이죠...


최근에 읽은 다른 책들은 다음 글에 쓰겠습니다.^ㅁ^
이번에도 몰아서 하다보니 책 권 수가 좀 많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것도 있고 여러 차례 읽어서 서지사항을 적지 않은 것도 있고요. 지금 읽고 있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 겸 수필이고 그 직전에 읽은 것은 신이현의 <알자스>입니다. 크리스마스 때 보면 딱인 책이라니까요. 알자스의 겨울은 역시 크리스마스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덕분에 제과신이 살짝 어깨에 내려오셨습니다. 흑;

김연수, <여행할 권리>, 창비, 2008, 12000원
채다인, <나는 편의점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백희나, <구름빵>, 한솔교육, 2007, 8500원
박상희, <커피홀릭's 노트>, 예담, 2008, 12000원
가이도 다케루,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은행나무, 2008, 11000원
미야베 미유키, <레벨 7 상-하>, 북스피어, 2008, 각 9500원
임윤정, <카페 오사카 교토>, 황소자리, 2008, 12000원

권 수로는 8권이군요. 레벨 7이 상, 하로 나뉘어 있어 그렇습니다.


짧게 쓸 수 있는 것부터 하지요.
카페 오사카 교토는 이전에 카페 도쿄를 쓴 작가가 도쿄에 있을 때 잠시 다녀온 오사카, 교토의 카페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책을 내기 전 조사차 다녀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책 속에도 나오지만 도쿄쪽보다는 오사카나 교토 카페 분위기가 조금 더 독특합니다. 요즘 생기는 홍대 카페 분위기가 이런 주제를 따라가려고 한다는 생각인데, 커피 맛 자체보다는 분위기에 승부한다는 느낌? 하지만 각각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는 점에서는 오사카나 교토의 카페가 나아 보입니다. 홍대 카페들 중에서 자신만의 주제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곳은 몇 군데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런겁니다. 요즘이야 홍대 카페를 들어갈 일이 거의 없으니 확신은 못합니다. 하지만 마포 도서관 근처의 카페 무리는 비슷비슷하게 보이거든요. 너무 몰려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관서를 여행하기 전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지만, 지나치게 몰두하지는 마세요. 자칫하면 여기 나온 카페들을 모두 찍어보겠다라는 만용을 부릴지도 모릅니다. 하핫.

여행할 권리를 읽고 난 감상은 왜 이 책이 그렇게 도서관에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온지는 꽤 되었는데 이상하게 예약자가 많은 책이거든요. 예약 시도를 했다가 포기하고는 다른 경로로 구해 읽었습니다. 하지만 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빠리라든지 토오꾜오 등의 표기가 낯설어서 글에 몰두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소설가가 쓴 여행기다보니 글은 꽤 잘 읽힙니다. 여행도 보통은 주제가 있는 여행으로 다니기 때문에 재미있었고요. 도쿄 여행기는 이상의 생애와 연결해서 글이 흘러가는데 이상의 삶이 이랬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냥 날개의 기둥서방 이미지만 강했거든요.;
다른 것보다 소설가 모임에서 보인 뻔뻔한(...)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부분은 꼭 읽어보세요.

구름빵은 강력 추천작. 우울할 때 보면 좋은 그림책입니다. 내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재미있습니다. 길이도 짧고 하니 서점에서 휘릭 넘겨보셔도 됩니다. 보고 나면 사고 싶어질지도 모르니 그 부분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저도 구입 예정 목록에 넣어 두었습니다.

편의점 탐닉은 무난무난합니다. 편의점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른 곳은 별 문제가 없지만 걸리는 부분이 딱 한 군데 있더군요. 블로그에서라면 그렇게 표현해도 무리가 없지만 책으로 나왔을 때는 한 줄 빼도 괜찮았을건데 말입니다. 작은 탐닉이라는 시리즈 제목에 잘 맞는 책이란 생각입니다. 

커피홀릭의 노트는 처음 읽을 때와 나중에 다시 생각했을 때의 느낌이 확 다른 책이었습니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는 글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불평했는데 뒷부분으로 갈 수록 집중도는 높아집니다. 아마도 제가 커피에 대한 기본 지식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앞부분에는 그다지 집중을 못했고 뒷부분의 특이한 커피용구들을 보고는 홀딱 반해서 그랬을 겁니다.
책의 가독성이 낮은 편인 것은 삽화 때문입니다. 책의 절반 가까이 삽화가 들어가 있는데(삽화 비율이 40% 가량) 문제는 삽화에 들어간 설명이 필기체 영어라는 겁니다. 캘리그라피처럼 장식 글자이기도 해서 도저히 알아볼 수 없습니다. 작가가 영국 유학을 다녀온 것도 필기체 영어를 쓴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데 커피에 지식이 조금 있으니 그나마 몇 개는 알아보았지만 나머지는 철자를 몰라봤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익숙한' 그림체라는 것도 반감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도 가격 대 성능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커피용구들을 다양하게 소개해서 커피 입문서로도 나쁘지 않고요. 살지 말지는 조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걸 사면 커피 지름신이 확 내려올 것 같아 무섭습니다.

레벨 7은 교보에서 처음에 보았던 리뷰를 보고 상상한 내용과 실제 내용에 굉장한 거리감이 느껴져 읽으면서 당황했습니다. 이 때는 또 묘하게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 안 땡겨서 놔두고 있다가 대충 대충 건너 뛰면서 반납하기 직전에 다 읽었습니다. 읽은 뒤의 느낌은 꽤 좋았습니다. 어제 또 온다 리쿠의 책을 빌려서 다시 보고 있는데 온다 리쿠는 읽고 나면 입맛이 씁니다. 미미 여사 쪽은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니 훨씬 취향인 거죠.
실험적인 형식이나 그런 것은 등장하지 않지만 딱 추리 소설 느낌에 맞춰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미미여사 책 답게 사회문제도 섞여 있으니 생각하며 읽어봅시다.(음?)

다음은 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
처음에 가이도 다케루의 책이 또 나왔다고 해서 같은 출판사에서 냈나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은행나무에서 나왔군요. 일본 소설이 한창 쏟아지던 때 은행나무에서도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 읽은 책들 중에는 은행나무에서 나온 책이 없었나 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보고 있자면 한국의 출산 정책이 어디부터 잘못 되었는지 빤히 들여다 보입니다. 일본 이야기지만 일본의 저출산보다 한국의 저출산이 훨씬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의 저출산은 다른 쪽의 문제가 크기도 하지만 그래도 리에가 말하는 출산 대책이 머리 굳어 있는 후생성 공무원들의 정책보다 훨씬 낫다고 봅니다. 하도 출산인구가 줄어서 한국도 산부인과들이 폐업하기 직전이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조산원 문제도 있군요. 한국에서는 조산원도 완전히 없어졌지요? 아기를 받는 것은 경험많은 조산원과 의사의 합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습니다.
냉혈이든 냉철이든 얼음이든 하여간 멋진 의사선생님 밑에서 저도 생물학 수업 받고 싶어요.;ㅂ;



         

미야베 미유키, <괴이>, 북스피어, 2008, 1만원
아사다 지로,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북하우스, 2008, 11000원
오노 후유미, <녹색의 집>, 조은세상, 2005, 7500원


녹색의 집부터. 워낙 옛날 책이고 작가 활동 초창기에 쓴 소설인가봅니다. 이쪽의 일러스트는 하츠 아키코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는데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반납해서 지금 확인할 수는 없고요.
내용이야 그럭저럭 읽을만 하고 이정도 공포는 악령이 깃든 집보다는 훨씬 얌전하니까 괜찮습니다. 그래도 일본 평균 수준(?)은 됩니다. 공포물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읽지 마세요. 게다가 무엇보다 저 표지가 공포입니다. 책 편집은 내용에만 집중해 읽어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구시대 무협소설이나 로맨스, 틴즈문고를 읽는 느낌입니다. 흑흑; 문고판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발행해주었으면 하지만 어떨런지는 모르겠네요.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이나 괴이는 느낌이 닮았습니다. 슬프고~는 이전에 나온 사고루기담과 같은 타입입니다. 기담집으로 거의 연관이 없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 음, 이 이야기를 적으면 소설 읽는 맛이 떨어질테니 살짝 피하겠습니다.
괴이보다는 슬프고~쪽이 가슴에 가라앉습니다. 애잔하다고 해야할까요. 처음에는 제목을 왜 저렇게 지었나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 읽었는데, 읽다보니 제목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납득할 수 있었지요. 등 뒤가 오싹해지는 이야기는 질색이라 생각하신다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뭐랄까, 대놓고 무섭다기보다는 무서운 감정이 스며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아주 무섭지는 않지만 읽고 나면 스산한 기분이 들거든요. 그런 고로 기이한 이야기, 괴담류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괴이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책도 같은 시리즈로 나왔지만 읽으면서도 연장선에 놓인 이야기를 보는 듯했습니다. 아아. 물론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공통된 등장인물이 있고 추리소설인 혼조 후카가와랑 다르게, 괴이는 비슷한 공간적 시간적 배경을 두고 단편으로 끊어지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사환이나 하녀 등의 아랫사람들이 중심이 된 이야기입니다. 고백체의 소설도 있고 1인칭 시점도, 3인칭 시점도 있어 다양하게 골라 맛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단 이것도 제목대로(원제는 あやし. 슬프고~의 원제도 あやし うらめし あなかなし입니다) 괴이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소름돋는 이야기는 질색이라는 분들은 피해가세요. 혼조~는 추리소설이라 괴이한 이야기도 다 정체가 밝혀지지만 이 책에서는 괴이한 이야기 그대로입니다.
샤바케와 비교하며 읽는 것도 꽤 재미있겠네요.
(사고 싶지만 꽂을 곳이 없어서...ㅠ_ㅠ)


저렇게 적고도 아직 더 올릴 책이 남아 있습니다. 나머지는 내일마저 적지요.;



미야베 미유키, <외딴집 상-하>, 북스피어, 2007, 각 권 12000


오늘 시작해서 오늘 다 읽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업무시간 중 독서라는 이야기; )


줄거리를 듣고 생각했던 것과 실제 내용이 달라 꽤 당황했습니다. 이미지는 보통의 죄수와 어벙버리한 꼬마 아이간의 인간적인 교류정도였는데 스케일이 확 크군요. 거기에 주변 분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약간의 내용폭로를 당한 셈이었지만 그것도 제가 생각한 최악의 수는 피했습니다. 하기야 미미여사가 그렇게까지 잔혹하게 갈리는 없지요. ... 모방범에서 누구가 죽고 크게 그런 장치로 쓰일 때는 속으로 분개했지만 말입니다.

초기에 나오는 것이니 이정도는 이야기해도 되겠지요?
초기 교육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태어난 뒤의 가정 교육 말입니다. 아무리 후천적인 교육이 있다 한 들, 초기에 자극이 없으면 나중에 개발되기는 힘든 모양입니다. 하기야 늑대소녀나 늑대소년의 예를 봐도 그렇지만 말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모 소설에서처럼 늑대소년이나 늑대소녀가 연구자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일반인 수준으로 지능이 개발되는 것은 지나친 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아이들이 나포(?)되면 대체적으로 행동학자나 생태학자들에게 붙들려가서 연구소의 연구 대상이 되어 그렇게 길러지지는 않겠지만, 그런 아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는 사례를 듣지는 못했습니다. 혹시 알고 계시다면 가르쳐주세요.;ㅅ;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좀 가혹해서 말입니다. 흑흑;

여론과 음모와 흑막의 삼중주를 들을 수 있지만 생각보다 평화롭습니다. 그리고 미미여사를 믿으세요.+ㅅ+


아, 역자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김소연씨입니다!
교고쿠도 시리즈랑 음양사, 샤바케에 외딴집까지 모두 시대물인셈입니다. 교고쿠도는 근대물에 가깝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시대물이지요. 이번 책도 굉장히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점의 처리에 꽤 고심하신 모양입니다. 아마도 요미가타(한자 위에 읽는 법을 쓴 작은 히라가나) 때문에 그리 하신 듯합니다. 방점에 유의하시면서 그 변화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본편에서는 아마 한자가 다 바뀌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서로 읽을 때는 한자난무에 모르는 단어 난무로 꽤 고생하지 않을까 싶은걸요.


미야베 미유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북스피어, 2008, 9500원

이 책의 리뷰는 한 줄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김소연씨가 번역했습니다.'ㅅ'


제 책 리뷰를 계속 봐오신 분이라면(웃음) 김소연씨가 번역한 책에 대해서는 애정도가 상당히 높다는 걸 아실겁니다. 손안의책에서 나온 대부분의 책들도 그렇지만 다른 곳에서 나온 책도 일단 집어 들고는 김소연씨가 번역했다 싶으면 내용은 가리지 않고 읽습니다. 번역하는 책의 장르가 거의 정해져 있는 편이라 이 분이 번역한 책은 거의 제 입맛에 맞습니다. 입맛에 착 감기지 않더라도 괜찮게 읽을 수 있는 책들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나온 혼조 후카가와도 나중에 역자를 보고는 웃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기시감이 다시 확인된 셈이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은 에도이며, 에도의 혼조 후카가와 주변에 있는 일곱가지 불가사의(도시전설)를 배경으로 한 짧은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주인공은 각 편 다 다르지만 배경이 같고 공통된 등장인물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앞서 말한 기시감은 여기서 연유합니다. 손안의책에서 나온 샤바케. 그 시리즈가 이 이야기와 닮아 있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샤바케와는 시점이 다르지만 같은 에도 배경에,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사건에 대한 해결을 다루고 있는 단편집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당연히 제 취향이었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샤바케와 혼조 후카가와의 가장 큰 차이는 요괴입니다. 샤바케에서는 요괴들이 등장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이 그대로 나오지만 혼조 후카가와는 기이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그런 이야기이고, 각 편에 등장하는 불가사의들도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소재 정도입니다. 물론 중요한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이 요괴의 짓이다-샤바케라면 그랬겠지요-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냥 괴담 정도로만 지나갑니다.

1991년에 나온 책이라는데 역사물이라 그런지 깔끔하게 지나갑니다. 미미여사의 전작 중에서는 쓸쓸한 사냥꾼과 닮아 있군요. 연작 소설, 소소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외딴집은 읽지 않았고 도서관에 있는 것을 보았지만 괜히 손이 안갑니다. 그보다는 지금 예약중인 낙원이나 발매된 가모우 저택 살인사건이 끌리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낙원은 권일영씨 번역입니다. 흑, 낚이겠네요.ㅠ_ㅠ
 

오기와라 히로시, <벽장속의 치요>, 예담, 2007

미야베 미유키, <나는 지갑이다>,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안 좋은 것부터 쓰는 것이 낫겠지요. <벽장 속의 치요>부터.
읽을 때 첫 번째 이야기까지 읽고 꽤 마음에 들었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동 떨어져 있습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이거 단편집이었군요. 전혀 모르고 읽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두 번째 이야기는 이해가 안 가서 다시 읽어야 했지요. 앞 이야기와 연결시켜 보려 했으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당연합니다. 흠흠.
교보에서는 책 소개에 펑키호러 소설이라고 해놨는데 읽고 나면 "이런 것이 딱 일본소설이야"라는 느낌이 확 옵니다. 다른 소설들은 일본소설이 아니냐면 그건 또 다르죠. 뭐랄까, 일본색이 물씬 나고 일본의 정신세계는 이런 것이구나라고 맛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인의 시점에서는 뜨악하다 못해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일 수도 있는 독특한 소설들이 나와 있군요. 처음 몇 편은 그럭저럭 괜찮게 봤는데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특히 혐오감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기분 나빴습니다.
어머니의 러시아 수프는 아마 보르시치를 말하는 것 같은데, 암울하군요. 대강 짐작은 했지만 이런 사태까지 건드릴 줄은 몰랐습니다. 냉혹한 간병인도 그렇고 예기치 못한 방문자도 그렇고. 사람을 기분나쁘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취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고 꼭 집어 말하자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도 난감한 정도의 책입니다.


<나는 지갑이다>는 간만에 행복하게 본 미야베 미유키 소설입니다. <스나크 사냥>은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에 엔딩의 미적지근함이 아쉬웠지요.
이 책의 형식도 꽤 독특합니다. 단편 연작 소설이고 하나하나의 단편들이 다른 이야기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를 가지며 이어집니다. 연재 당시에는 단편으로 나온 모양인데 책으로 읽으니 그냥 구성이 특이한 한 권의 장편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물론 각 단편들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따로 뽑아내어 본다 해도 문제는 없겠지요. 뒷편일수록 사전 지식이 조금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빼면 말입니다.


다음에 구입할 미야베 미유키씨 책은 이쪽으로 해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온다 리쿠 컬렉션 절반도 장기 대출로 치워야 하는데. 앞부분 가지고 계신 분께 옆구리를 또 찔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스나크 사냥>, 북스피어, 2007


엔드 게임 리뷰를 썼나 안 썼나 가물가물해서 찾아보니 있습니다. 쓴 기억이 이제야 돌아오는데 그 때도 상당히 날림으로 썼다고 기억합니다. 최근 기력이 좀 달려서(...) 글발도 떨어지고 있거든요.

스나크 사냥은 지난번에도 한 번 언급했던 것처럼 초판 한정으로 루이스 캐롤의 <스나크 사냥>을 준다길래 덥석 주문했던 책입니다. 그 당시 구입 목록에 있던 다른 책들을 제치고 이 책이 낙점되었던 것은 그런 뒷 사정이 있었지요. 스나크 사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소설 맨 마지막에 간략히 언급되어 있습니다. 루이스 캐롤의 책은 아직 손대지 않았습니다.

온다 리쿠 시리즈는 거의 컬렉션이 완성되어 있지만 미미여사는 북스피어에서 나온 책만 몇 권 있습니다. 아, 화차가 조만간 들어올 예정이긴 합니다. 모방범, 이유, 판타지 계통(이코, 브레이브 스토리)도 안샀고 단편집도 안샀고, 지갑도 안샀거든요. 이걸 다 사면 정말로 서가가 부족할 겁니다. 지금도 온다 리쿠로 포화상태인데 말이죠.

스나크 사냥은 읽을 때까지는 몰랐지만 책 뒤에 붙어 있는 역자의 말을 보니 다른 미미여사의 책과는 달리 속도감이 있다고 되어 있군요. 다른 건 속도감이 없나라고 생각하며 하나하나 꼽아보니 과연 그렇습니다. 워낙 책 읽는 속도가 빨라 책 안에서의 시간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이 없는데, 화차나 이유, 모방범도 이야기 전체가 시작되어 끝나기까지 상당히 상당히 시간이 걸립니다. 화차도 주인공이 조사하고 찾아가는 과정의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이유야 사건이 모두 끝난 시점에서 어느 작가에 의한 르포르타쥬 형식으로 씌어졌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하지만 스나크 사냥은 좀 다릅니다.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의 일을 여러 사람들의 시선에서 돌아가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 간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은 굉장히 짜임새 있게 겹쳐집니다. 자연스럽게 말이죠.

웬만하면 출퇴근 시간에만 읽는 데 이 책도 결국 못참고는 업무중에 펼쳐 들었습니다.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읽고 나서의 뿌듯함은 큽니다. 맨 마지막에 붙은 사족은 없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작가 나름 대로 마무리 짓고 싶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 책이 화차보다 먼저(스나크가 1992년, 화차가 1999년)이다보니 그 뒤에는 아예 과감하게 나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양쪽을 읽어보셨다면 스나크 사냥에 대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아실 겁니다.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쓰지 않고 구조나 다른 소설과의 비교만을 화제로 삼았는데.. 아무래도 온다 리쿠나 미미여사 책은 리뷰 쓸 때 내용을 가급적 건드리지 않게 되더군요. 그러니 이번에도 넘어갑니다.
대신 중요한 것 하나!
이스터 에그는 짚고 넘어갑시다.-ㅁ-; 마술은 속삭인다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스터 에그를 두고 이번에도 고심했다는 출판사 대표의 이야기도 재미있군요. 덕분에 스나크 사냥에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찾아보았습니다.(풋)


맨 마지막으로 역자의 말 하나.

p. 374, 역자의 말에서 발췌
(중략)
올여름 엄청난 출혈에도 불구하고 생존한 독자 분들에게 다시 감사드립니다. 여기 또 하나의 표적이 날아가니 총알을 장전하시기 바랍니다. 방아쇠를 당길 만한 표적이 될 것입니다.


브라보!
지난 달은 DVD로 허리가 휘었고, 그래서 이달은 좀 자제를 하리라 생각했는데 모 법의 발효로 인해 다시 허리가 휘게 생겼습니다. 그나마 극도의 긴축재정으로 인해 약간의 여유자금이 있었다는게 다행일까요. 사고쳐서 이 달 적금 못들어 간 것 생각하면 적자지만, 그 적금 빼고 용돈만 두고 본다면야 아직까지는 흑자입니다. 아직까지는에 밑줄 좍.-_-;

온다 리쿠 신간이 쏟아져 나온다고 투덜대고 있었는데 그 사이 미야베 미유키 초기작 등장입니다. 이런...
일단 온다 리쿠는 전 권 컬렉션을 이미 포기한 상태라(<굽이치는 강가에서> 미구입) 다른 책들도 골라가며 사야겠습니다. 특히 최근에 구입한 두 권은 읽고 나서 입맛 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대강의 내용을 보고 괜찮다 싶은 것 위주로 고르렵니다. 전 시리즈를 다 모으려면 통장만 휘는게 아니라 서가도 휩니다.

그래도 일단 목록은 이렇습니다.

- 온다리쿠의 엔드게임, 유지니아, 불안한 동화, 구형의 계절, 도서실의 바다. 이중 엔드게임과 유지니아는 괜찮지만 불안한 동화와 구형의 계절은 아직 구입 미확정입니다. 도서실의 바다는 단편집으로 추측되는데 아직 상세한 정보가 뜨지 않았습니다. 2주 이내 출고 도서로 아직 출판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고로 보고서 결정해야죠. 어차피 배송비 걱정없겠다, 한 번에 구입하는게 아니라 야밤쿠폰과 퇴근쿠폰을 적절히 써서 편의점 배송을 받을 겁니다.;

-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스나크 사냥. 무거운 느낌의 사회 추리소설입니다. 스나크 사냥은 현재 이벤트 진행중인데다 책 자체 쿠폰이 있기 때문에 어떤 책이든 먼저 구입할 책 한 권만 결정되면 바로 주문 들어갑니다. 루이스 캐롤의 스나크를 덤으로 준답니다. 훗훗.



e-book쪽 검색을 하면 훨씬 싸게 구할 수 있을 건데, 거기에 서가에 대한 보관 부담도 없을텐데 매체가 없는 관계로 패스. 아직은 e-book보다 종이책이 좋습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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