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피에르 에르메보다 장 폴 에반이 더 가깝게(익숙하게?) 느껴집니다. 그것은 장 폴 에반이 가운데 이름만 바꿔 모 만화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장 폴 에반을 더 '높게' 보았던 것은 피에르 에르메가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에서 갈 수 있는데 반해 장 폴 에반은 아오야마까지 나가야 했거든요. 접근점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맛있을 거다라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ㅁ-;
(참고로 긴자의 유명한 초콜릿 가게는 피에르 마르콜리니 긴자. 윽. 이름이 마구 헷갈리는군요.)
어쨌건 피에르 에르메는 다음에 가서 먹어보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번 페어도 관심을 안두고 있었는데 몽블랑이 그렇게 맛있다지 뭡니까.-ㅠ- 그리하여 생협 모임 때 몽블랑 값은 제가 내기로 하고 듀시스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이날 신라호텔까지 다녀오신 듀시스님께 진짜 진짜 감사드립니다. >ㅁ<~♡
피에르 에르메는 장미쪽 디저트로 유명하더군요. 특히 이스파한. 왜 장미랑 이스파한이랑 이름이 붙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이스파한의 장미'라는 문구를 처음 본 것은 「베니스의 개성상인」입니다. 2권에서 영국과 베네치아가 맞대결을 벌일 때 이스파한의 장미가 등장하지요. 검색을 넣어보았더니 이스파한의 장미라는 이름의 시(혹은 노래?)가 있는 모양이고 그림도 있나봅니다. 하여간 이 둘은 연결되는 이미지인가봐요.'ㅂ'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ㅁ- 피에르 에르메의 디저트를 펼쳐 놓은 곳은 카페 소스였습니다.
카페 소스의 차이. 생각보다는 괜찮게 나왔지만 한 잔만이라는 것이 아쉽습니다. 하기야 가격은 미카야보다 조금 싸지요. 5천원인가 5500원 정도? 붉은 조명이라 진하게 찍힌 것도 있지만 원체 색이 진했습니다. 설탕이 들어가 있지 않으니 테이블에 준비된 앵무새 설탕 중 마음에 드는 크기를 넣어 적당히 저어주면 됩니다. 다만 앵무새 설탕은 녹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다 녹기를 기다리다보면 차가 식지요. 그러니 녹이면서 마시면 나중에는 달달달달해집니다. 이것도 나름 재미지요.
그러고 나서 2차로 시킨 것이 이 팥 셰이크. 집에서 만들어 마셔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데 말차 셰이크를 만들 때 가장 맞추기 어려운 것이 단맛입니다. 말차에 따라 쓴 맛 정도가 조금씩 차이나기도 하고, 단맛이 지나치면 많이 못 마시니 그 중간지점을 찾는게 어렵지요. 하지만 이건 팥을 듬뿍 넣으면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이봐..;)
팥빙수를 먹을 수 없어서 아쉬운 계절에는 이렇게 대신할만한 무언가를 먹는 것도 좋지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도 가능하지만 팥 삶는 것이 번거롭습니다.
이건 키릴님이 시키신 티라미수.
가격이 5-6천원 사이쯤이었다 기억하는데 데코레이션은 예쁘지만 양이 지나치게 적습니다. 게다가 티라미수가 서울우유 삼각 커피우유를 떠올리는 그 맛이라 다들 웃었습니다. 차라리 쌩스 네이처 카페의 브라우니가 가격 대 만족도가 훨씬 높겠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디저트는 못 시켰다는 뒷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신 파르페는 시켜봤지요.
그리고 이것이 메인.
케이크 개당 가격이 세금 포함해 1만원 가량입니다.
종류별로 하나씩 사오셨는데 가운데에 자리잡은 유선형의 묘한 그릇에 담긴 것이 그 유명한 이스파한입니다. 조명이 붉어서 저렇게 나왔지만 실제 색은 상당히 예쁩니다. 그리고 몽블랑에 초콜릿 무스에 기타 등등. 나머지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으하하하.;
<SYSTEM> 키르난은 피에르 에르메의 케이크를 경험했습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저, 이거 맛있는지 모르겠어요.OTL
제가 좋아하는 몽블랑은 밤크림 듬뿍에, 다른 재료보다 밤 맛이 두드러지는 것입니다. 이 몽블랑은 속에 다른 재료가 들어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짜 넣은 밤크림은 약간 퍽퍽한 느낌이 듭니다. 기대하던 맛은 아니었어요. 역시 뭐라 해도 제 입맛에는 안젤리나의 몽블랑이 최고입니다.ㅠ_ㅠb
다른 케이크 중에서는 초콜릿 무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무스인데 부서진다고 해야하나요. 부드럽다기보다는 뻑뻑한 쪽에 가까운 초콜릿 무스였다고 기억하는데 아래쪽의 타르트와 함께 먹으면 맛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케이크들과 마찬가지로 보통의 포크로 우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금속제 나이프와 포크를 가지고 덤벼들어야 제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이스파한은 ..... (먼산)
그게 말이죠, 최근 깨달았지만 저는 향에 약합니다. 화장품도 가능한 향이 적게 나는 것이 좋아요. 최근에 어머니 화장품을 잠시 빌려 썼는데 향이 상당히 강해서 애를 먹었습니다. 장미향은 은은하게 나는 것이 좋고 먹는 것은 좀..; 그렇다 보니 이스파한이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유를 알겠더랍니다.-ㅁ-
밀피유쪽은 설탕을 구워 캐러맬 결정처럼 만든-그러니까 파티셰 오노의 설명처럼 견과류처럼 알알이 맺혀 바삭하면서도 달달하면서도 쌉쌀하게 씹히는 그런 질감과 맛이 느껴져 재미있었습니다.
만. 역시 달아요.ㅠ_ㅠ
에클레어도 굉장히 맛있다고, 바닐라빈이 송송 박혀 있는 단면을 찍은 사진이 많이 보이는데 역시 달았을 겁니다. 요즘 단맛의 역치가 어찌 된 것인지 오락가락 하고 있어요. 끄응...;
마지막 날에 가까운 때 먹었는데, 이 주말의 마카롱 상태는 영 아니었다고 합니다.; 페어 시작할 때는 크림도 듬뿍 들어가고 잘 만들었다는데 말이죠. 역시 화이트 데이 때문인가요.
다음에 기회되면 정말 라뒤레와 피에르 에르페, 장 폴 에반까지 갖춰놓고 마카롱 비교 시식회를 해보고 싶군요. 그러기엔 쇼핑코스가 난감하지만 말입니다. 장 폴 에반이 너무 멀어요.ㄱ- 아오야마나 미드 타운이나 롯폰기 힐즈나 다 행동 반경이 아니란 말입니다.
어쨌건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올 가을에 나올 P5의 허니 몽블랑을 손꼽아 기다립니다.-ㅠ-
홍대 카페 기행을 시작한 뒤부터의 습관이라고 해야할지, 블로거로서의 포스팅정신 때문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지만 보통 카페 한 곳을 가면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 이상 두 번 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비스윗온은 다른 약속이 생겨서 방문기를 적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가게 되었습니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이 방문기도 적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적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에도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하하...;
비스윗온은 오후 2시에 엽니다. 그 이전에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시간에 딱 맞춰 오신 듀시스님이랑 같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창가쪽이 아니라 주방에 가까운 3인용 테이블이었습니다. 뒤에 오기로 한 일행이 더 있었거든요.
아이스 밀크티는 지난번에 맛보았으니 이번에는 아이스 코코아를 마셔보겠다 싶어 시켰습니다. 그리고 듀시스님은 AOC-프랑스 최고 등급을 받은 버터를 써서 만들었다는 타르트 타탕을 시킵니다. 일단 둘이서 먹고 뒤에 레이가 오면 더 시키길려고 일부러 간소하게(..) 시킨 겁니다. 듀시스님이 주문한 음료는 아마 카페라떼였을거고요.
아이스 코코아. 컵은 아이스 밀크티와 마찬가지로 보덤입니다. 위의 크림층을 찍어 맛보고는 조금 당황한게 우유 거품일거라 생각한 것이 생크림이었거든요. 우유거품을 굉장히 부드럽게 잘 냈다 싶었는데 우유가 아니라 크림. 어허허. 그래서인지 별 생각 없이 다 섞고 나니 코코아가 느끼합니다. 코코아랍시고 다른 곳에서 내놓는 짠 맛 코코아나 프림맛 코코아보다는 훨씬 낫지만 갈증해소에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하하.
(이러다 생크림이 아니라 우유거품이었다는 반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제 입엔 조금 기름졌습니다)
듀시스님의 카페라떼. 맛이 어땠는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음료가 나오고 조금 지나서 드디어 타르트 타탕이 나옵니다.
오오오. 이글루스 밸리에서 잠깐 보긴 했지만 이것은 웨지우드?
그 때 그 때 접시가 다른 모양인데 하여간 멋진 세트입니다. 그만큼 먹기도 힘듭니다. 원래 타르트 타탕이든 밀피유든 먹기 힘든건 마찬가지지요. 조각조각 분해해서 잘라 먹는 것이 제격입니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포크 옆에는 나이프가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껏 분해해서 먹으면 됩니다.
약간 짭짤하면서도 사각사각 사르르 부서지는 파이결이 재미있습니다. 먹고 있자니 그 바로 위의 가또에 마미 타르트 타탕과도 비교하면 재미있겠다 싶습니다.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니 말이지요. 파이를 잘라서 커스터드 크림(크렘 앙글레즈?)을 바르고 구운 사과를 잘라 함께 먹으면 맛있지만 솔직히 말해 저는 구운 사과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 게다가 커스터드 크림이 제 입맛에는 달았습니다. 파이가 짭짤하다보니 커스터드 크림과 먹어서 그리 묻히는 맛은 아니지만 혼자서 하나를 다 먹는 건 무리겠다 싶더군요. 하기야 보통 그렇게 먹진 않지요.
얼마 뒤, 근처를 헤매고 있던 레이를 챙겨옵니다. 그 더운 날 홍대 골목을 돌아다녔으니 힘들었을테고, 그리하여 지난번에는 단품으로만 시켰던 티라미수와 아포가토 세트를 시킵니다.
이쪽 접시는 귀엽군요. 숫자 아래에는 시간이 아니라 각 달이 프랑스어로 적혀 있습니다. 시계처럼 보이지만 1년이라는 것이지요.
에스프레소의 크레마가 없어지기 전에 잽싸게 부어야 한다 싶어서 사진만 찍고 홀랑 아이스크림 위에 부었습니다. 아이스크림도 직접 만들었겠지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세트를 보자니 지난번에 단품으로 티라미수 시켰을 때가 더 예쁘지 않았나 생각도 합니다. 여백의 미. .. 그런거죠.;
검게 점점이 박힌 것은 바닐라빈으로 추정됩니다. 에스프레소 때문에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 가련해보이지만 먹을 것 앞에서 그런 생각은 하면 안되죠.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도리입니다. 하지만 역시 아이스크림도 단맛이 강합니다. 음, 에스프레소도 나름 쓴 맛이 강했고 아이스크림도 나쁘진 않았는데 무난한 맛이랄까요. 뇌리에 콱 박히는 맛은 아닙니다.
티라미수는 이전에 갔을 때와 맛이 조금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시트가 조금 덜 달아졌고-시럽이 줄었나..-커피맛도 조금 진하게 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또 크림층이 느끼하단 생각에..-ㅁ-; 지난주 목요일에 다녀왔는데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으니 역시 제 입맛에 100%는 아니었겠지요.
역시 비스윗온은 제게 있어 100%는 아닙니다. 하기야 100% 만족하며 감탄하고 먹은 가게가 많았냐고 물으면 고개를 젓겠지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가격과 성능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데 하도 다른 블로거들이 칭찬을 많이 해서 그럴까요. 여기가 진리의 티라미수를 팔고 음료가 맛있다고 해서 그럴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저는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맛의 방향이 제가 추구하는 것과 달라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니까 아이스 밀크티는 조금 묽었고, 아이스 코코아는 진한데다 기름졌고, 티라미수는 커피맛이 덜나고 시트부분이 취향보다 적었으며 타르트 타탕은 크림이 달았습니다. 조금씩 제게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거지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다른 분들이 가면 어떨까 싶기도 하지만 그 판단은 다른 분들께 맡기고 싶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B나 G를 데리고 가서 평가를 듣고 싶어요.-ㅁ- 제멋대로인 제 입맛보다는 훨씬 믿을 수 있는 입맛이라 생각하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B는 갈 시간이 있으려나..;
덧붙임.
이 글의 분위기가 평소 제가 쓰는 글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분 ... 맞습니다. 아주 고심고심해서 말 골라가며 끙끙대며 썼습니다. -_-a
지난 토요일입니다. 그 며칠 전부터-정확히는 몇 주 전부터 G가 P5의 초코롤이 먹고 싶다고 했지요. 퇴근하면서 들렀다가 '죄송합니다, 품절입니다' 소리를 두 번 듣고 나더니 마음을 단단히 먹더군요. 그리하여 토요일 아침에 방산시장을 들렀다가 초코롤이 나오는 10시에 맞춰 P5에 갔습니다. 정확하게 맞춰 간 것은 아니고 10시 넘어서 도착했을 겁니다.
날이 날이다보니 초코롤은 가지런히 열을 맞춰 올려져 있었고, G는 그 외에 다른 먹거리를 찾아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렸습니다. G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저도 그랬지요. 위의 사진을 보시면 그 결과를 조금은 아시겠지만요.
빵을 고르고 카페에 들어가 음료를 시키고 잠시 기다리니 커트러리 세트와 함께 빵 접시가 도착합니다. 클로크 무슈가 있어서 데우는 데 시간이 약간 걸리더라고요.
초코롤을 계산하면서 함께 계산한 빵들입니다. 맨 위가 치즈 크라상, 왼쪽 아래가 클로크 무슈, 오른쪽이 뭔지는 이름을 잊었습니다. 그저 빵에 견과류와 달달한 무언가가 가득 들어 있는 듯하야, 견과류가 먹고 싶었던 제가 골랐지요.
클로크무슈는 기본 빵이 원통형 브리오슈입니다. 그걸 잘라서 저렇게 만들었더니 굉장히 예쁜 단품 치즈 토스트가 나오는군요. 거기에 아래 들어 있는 햄도, 치즈도, 채소도 맛있습니다.
달달한 빵에 견과류와 건포도가 듬뿍. 하지만 먹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이거, 작은 빵집에서 못난이 등으로 불리는 재활용빵과 닮았습니다. 물론 재료나 모양은 상당히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느낌이 닮았군요. 제 입맛에는 딱입니다. 겉은 약간 달달하고 속에는 견과류와 건포도가 들어 있으니 행복하게 먹었지만 G는 손도 안 댔습니다. 견과류와 말린 과일 둘다 싫어하거든요.
음료는 저렇게 빵이 해체되기 전에 나왔습니다. 맨 윗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음료나 빵이나 비슷비슷하게 나왔을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빵은 이미 칼자국이 나 있었을테니까요.
저는 물에 가까운 음료가 마시고 싶었고 커피는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센차를, G는 당연히 한정 음료를 시킬거라면서 딸기라떼를 시킵니다.
역시 니콘. 사진이 붉습니다. 흑흑흑;ㅅ; 하지만 갈린 딸기 층과 아래의 우유층이 분리된 건 보이실겁니다.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하긴 한데 우유를 거품내서 아래에 넣고 그 위에 딸기를 갈아 올리지 않았나 합니다. 그리되면 무거운 딸기가 아래로 가라앉을 것 같은데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집에서 실험해보면 바로 알겠지요.
이렇게 확연히 층이 분리되어 있는데 말입니다.-ㅁ-
한 모금 마신 G는 환상적이라며 홀랑홀랑 다 마셨는데 제 입맛에는 그렇게까지 환상적인가 싶었습니다. 집에서도 종종 만들어 마시는 딸기 주스와 다른게 뭘까 싶었거든요. 게다가 저 위의 갈린 딸기는 확실히 설탕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딸기의 단 맛만 난 것은 아니었다니까요. 그래서 시큰둥했던 것도 있지요. 노지 딸기가 나와서 딸기가 더 달아지면 그 때는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집에 거품기도 있겠다 만들기는 어렵지 않지요. 저렇게 층을 예쁘게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인겁니다.(가격은 9천원)
센차는 저렇게 티백으로 나옵니다. 컵도 보덤, 필터도 아마 보덤일겁니다. 모래시계가 다 내려가기를 기다렸다가 필터를 빼면 끝. 그냥 녹차 맛입니다. 달달한 빵을 옆에 놓고 먹었더니 오히려 담백한 이런 차가 낫습니다.
저렇게 빵을 먹고 있는데도 뭔가 부족합니다. 아까 미처 집어오지 못한 다른 빵들이 떠오르는군요. 그리하여 먹는 도중에 다시 나가서 빵을 받아옵니다. 이번에는 데워야할 빵이 없었으니 접시에 담아 바로 넘겨주는군요.
오른족에 작게 보이는 것은 올리브빵, 그 옆은 고르곤졸라 치즈빵(아마도), 앞쪽에 있는 것이 이름도 찬란한 초콜릿치즈빵입니다. 올리브빵이야 속안에 녹색 올리브가 통채로 들어가 있는데 부메랑 같은 모양이 귀엽기도 하고 짭짤한 맛이 좋아서 집어들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한 입 잘라 물었던 G는 입에 넣고 씹고 나서야 인상을 찡그리며 '아참, 나 올리브 싫어했는데'라고 해서 저를 웃겼습니다. 풉. 그러나 먹고 있던 저도 올리브를 아주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빵에 낚였다 싶은 심정이긴 했지요. 이상하게 아주 좋아하진 않으면서도 볼 때마다 손이 간단 말입니다.
치즈빵은 치즈빵맛.
그리고 초콜릿치즈빵도 초콜릿치즈빵 맛이었습니다. 초콜릿과 치즈의 조합이라니 괴식 수준이 아닐까 했는데 실제 G의 평도 그랬습니다. 치즈맛이 나는데 초콜릿맛이 나. 이게 G의 감상이었지요. 저도 먹어보았는데 처음에는 치즈의 짭짤한 맛이 돌다가 몇 번 씹다보면 달달한 초콜릿이 씹히면서 초콜릿맛이 확 올라옵니다. 문제는 이 초콜릿의 종류. 겉 표면에 초콜릿 색이 거의 비치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했더니 속에 들어 있는 초콜릿이 화이트초콜릿입니다. 저는 화이트 초콜릿을 가짜 초콜릿이라고 주장하는 바... 게다가 화이트 초콜릿은 달잖아요. 다크라면 쓴 맛 때문에 초콜릿과 안 어울릴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짠 맛의 치즈와 단 맛의 화이트 초콜릿의 조합은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맛입니다. 저는 그럭저럭이지만 그냥 치즈빵이나 그냥 초콜릿빵이 더 좋습니다. ... 그러고 보니 희한하네요. 보통 빵에 초콜릿을 넣어 구우면 초콜릿이 녹아서 스며들기 마련인데 저 빵은 초콜릿이 씹혔습니다. 물방울 모양의 작은 초콜릿 칩이 아닐까 하는데 뜯어서 확인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서 끝났냐면 당연히 아닙니다. 아까 초코롤을 살 때 눈에 밟혔던 것이 하나 있거든요. G가 푸딩도 먹을래라고 물었지만 제겐 푸딩보다 크렘브륄레입니다. 그런 고로 크렘브륄레를 주문하러 나가면서 G에게 더 먹고 싶은 케이크는 없냐고 물었더니 카페에 있는 케이크를 하나 가리킵니다. 몽블랑이었나요. 아니, 몽블랑은 아니로 마론 뭐시기였는지 어떤지 하여간 밤이 들어간 케이크입니다.
카페에서 시키면 이렇게 나오지요. 바닐라 젤라토와 함께 말입니다.
층이 져 있는데 맨 아래에는 알 수 없는 층이 있고 그 위에 팥알이 몇 개 올려져 있으며 다시 생크림으로 덮고 위에 밤소보로를 뿌린 겁니다. 밤 소보로라고 했는데 몽블랑에 올리는 밤크림보다는 훨씬 수분이 없는 느낌으로 만든 겁니다. 소보로빵처럼 밀가루나 버터가 들어간 것은 아니고 밤과 설탕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생크림이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맨 위에는 달게 조린 밤이 있습니다. 단밤같더군요.
당연히 생크림만 덜렁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고 시트가 생크림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 겁니다. 먹을 때는 스푼으로 맨 아래층까지 단번에 퍼서, 맨 아래층과 스폰지 시트, 생크림, 밤을 한 입에 넣는 겁니다. 그러나 그 사진은 없습니다. 왜냐면 보기엔 멀쩡하고 맛있어 보이는 이 디저트는 괴식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맨 아래층. 그걸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찹쌀풀같은 겁니다. 투명하고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바닥에 깔려 있어요. 단 맛이나 기타 맛을 더하지 않은 무미 그 자체입니다. 먹다가 이 비주얼이 무엇을 닮았는가에 대해 G와 몇 차례 의견을 교환했지만 그야말로 식탁을 마주하고 앉아서, 서로 그 음식을 먹는 상황에서 교환할 만한 것은 아니었지요. 진해거담제가 생각나더라라는 정도로만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리고 크렘브륄레. 예전에는 위에 설탕 작업을 해서 쇼 케이스에 넣어두더니 지금은 그냥 커스터드만 구워두고 설탕에 토치작업-설탕에 불을 직접 대서 녹여 층을 만드는 것-은 주문하면 바로 해줍니다.
니콘의 접사실력은 제대로군요.(흐뭇)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크렘브륄레와 함께 나온 숟가락이 푸딩용 플라스틱 숟가락이란 점입니다. 카페에서 나온 티스푼이 있어 그걸 쓰긴 했지만 플라스틱 숟가락이 나왔을 때 당황했습니다. 당연히 보통의 티스푼이 나올거라 생각했거든요.
다 먹고 일어서려는데 카페에서 작은 그릇을 내밀며 시식하고 가라고 권유합니다. 오오.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에게도 '잠깐 앉아 드시고 가세요~'라니. 그렇다면 먹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지요.
카페 메뉴로도 나와 있던 토마토 젤리입니다. 그리고 위에 올려진 것은 토마토 젤라토. 그런데 이게 대박이었단 말입니다.; 토마토 젤리는 갈아만든 토마토 주스 그대로입니다. 새콤하면서도 약간 달콤한 그 맛이 맛있는 토마토 주스를 마시는 기분입니다. 게다가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젤리의 식감도 굉장히 좋습니다. 다만 토마토 젤라토와 같이 먹으면 맛이 반감됩니다. 상승효과가 아니라 반감된다는 것이 저도 희한했는데, 토마토 젤리의 토마토 맛이 워낙 강렬하다보니 젤라토의 맛이 약하게 느껴져 아무런 맛도 안나더군요. 그러다보니 둘을 같이 먹으면 맛이 옅어집니다.
이날 쓴 돈이 얼마인지 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은 G가 사주었지만 그래도 생각하면 엄청난 가격들.; 1년에 한 두 번 있는 일이니 그러려지 생각하렵니다. 하하;
덧붙임. 두 번째로 빵을 사올 때 깨달은 건데 접시도 이딸라인가 싶군요. 로망의 갈색 접시에 빵을 담아 받아오자니 오오오~ 최근 환율도 올라서 정말 꿈의 접시가 되었는데! 엔화 환율 좀 내리면 일본에서 사올까 싶습니다.ㄱ-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지만요.
홍콩은 쇼핑 아니면 음식이라더니 실제 가서도 그랬습니다. 거기에 부모님들의 멋진 바디랭귀지 덕분에 저나 G만 갔다면 절대 못 먹었을 음식들도 먹었다는 것은 좋았지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종류별로 음식 사진을 모아 나갑니다. 문제는 사진이 좀 많다는 것. 세어보니 서른 다섯장이군요. 조금씩 나눠 접어가며 소개하겠습니다.
1. 대한항공의 기내식 - 그러나 비빔밥은 먹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까지 총 10번의 비행기회가 있었지만 전부 외국항공사로 한 번은 UA, 한 번은 원동항공, 이번이 대한항공, 나머지는 JAL과 스카이라인이었습니다. 대한항공 기내식으로는 비빔밥이 제일 낫다고 듣긴 했지만 먹을 기회가 없었지요. 하지만 이번에도 못 먹었습니다. 홍콩 가는 비행기는 대형이라 비빔밥 메뉴가 있었지만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다른 메뉴를 선택했고 돌아오는 비행기는 작은 거라 비빔밥이 없었습니다.(이런...;) 뭐, 다 그런거죠.=_=;
기내식 전의 음료 서비스는 커피로 받았습니다. 같이 나온 소금 견과류입니다. G는 견과류를 질색해서 G의 몫은 제가 다 따로 챙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일본은 비행시간이 워낙 짧아 음료 서비스가 없나봅니다. 기내식 나오고 정리하면 끝입니다. 아니면 대한항공이라 달랐던 걸까요. 대한항공은 꽤 비싸던데.
G는 음료서비스를 스프라이트로 받았습니다. 얼음이 담긴 컵을 같이 주더군요.
그리고 본격적인 메뉴. 모닝빵, 중국집에 가면 잘 나오는 짭짤한 채소절임, 요거트, 그리고 닭고기 볶음밥입니다. 저는 괜찮게 먹었는데 G는 닭고기 비린내가 났다 하더군요.
이런 볶음밥은 채소가 더 좋습니다.-ㅠ-
이쪽은 돌아오던 때의 기내식입니다. 이번에는 닭고기를 안 먹고 소고기를 먹으려 했는데 제가 있는 자리가 딱 중간이라 소고기가 앞에서 다 떨어졌답니다. 선택의 여지 없이 닭고기를 먹었는데 이쪽은 바베큐 소스 덕인지 조리가 잘 되어서인지 짜긴 했지만 맛은 괜찮았습니다. 저 빙글빙글 말린 것은 빵인데 맛은 별로. 그 옆은 연두부인데 맛있었습니다. 앞에서 다들 고추장 튜브를 달라 하던데 저는 그다지 고추장이 먹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음식은 나쁘지 않았다는 이야기일까요.
2. 스타벅스에서 홍콩의 자체 브랜드인 퍼시픽 커피 컴퍼니가 낫다고 들었지만 갈 기회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스타벅스만 갔지요. 그 가장 큰 이유는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커피집이 스타벅스였고 호텔 주변에는 퍼시픽 커피가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하버시티를 돌아다니면서도 퍼시픽 커피는 못봤고 스타벅스만 눈에 들어오더군요. 스타벅스는 징하게 많습니다.
첫날 하버시티를 돌아다니다 쉴 때도 스타벅스를 들렀습니다. 부모님은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니 오렌지 주스를 갖다 드리고 저는 시그니처 핫 초코, G는 타조차이티라떼를 시킵니다. 거기에 제 커피컵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크랜베리 밀 스콘과 다른 빵과 시금치가 들어간 샌드위치 하나. 빵 맛은 한국보다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스콘은 스콘이라기보다는 비스킷이나 빵에 가까웠지만 한국 스타벅스에서 스콘 먹으면 꼭 혀 끝에 남는 꺼끌함은 없습니다. 아메리카노도 진하긴 하지만 그래도 심각한 탄맛은 아닙니다.
홍콩에서는 시즌 음료로 블랙티라떼와 루이보스티라떼를 밀고 있었습니다. 루이보스티라떼는 절대 취향이 아닐 것이니 넘어갔지만 블랙티라떼는 궁금하더군요. 3일째 쇼핑하던 날, 막스앤스펜서에서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에 들어가 시켜 먹어봤습니다. 음, ... 음, ... 음. 딱 일본 로열밀크티 맛입니다. 그래서 두 모금 마시고는 그대로 폐기했습니다.
이름은 잊었는데 정육면체모양의 기묘한 디저트가 있길래 마지막 날 공항의 스타벅스에서 시켰습니다.
개당 5홍콩달러. 1달러가 120원 가량이니 600원이라 생각하면 맞습니다. 크기는 한 변이 4cm 가량인 정육면체를 생각하시면 됩니다.(아니, 5cm인가; )
레몬이라길래 뭐가 레몬인가 궁금해했더니 전체적으로 레몬향이 나며 맛도 새콤한 레몬케이크를 먹는 느낌입니다. 시트도 촉촉하고 해서 커피와 간단히 곁들이는 간식으로 좋습니다. 게다가 겉의 코코넛롱이 씹는 맛을 더해줍니다.
초콜릿을 잘라보니 어떻게 만든 건지 대강 알겠습니다. 겉을 코팅하고 그 위에 코코넛롱을 붙인겁니다. 이쪽도 꽤 진한 초콜릿 맛이랑 촉촉한 시트가 어우러져 맛있었습니다. 가격 대 성능비가 괜찮더군요. 뭐, 대체적으로 스타벅스는 한국보다 낫지 않나 싶지만 가격은 미묘합니다. 물가가 비슷하다더니 홍콩의 스타벅스는 한국보다 조금 싼 정도이고 거의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3. 홍콩에서의 빵 - 델리프랑스도 포함 홍콩에서도 빵집이 꽤 여기저기에 보입니다. 일본에서 돌아다닐 때도 이렇게 많이보지는 못했지요. 체인식 빵집이 상당히 많고 오픈 시간도 이릅니다. 공주 뭐시기였나, 하여간 그런 이름의 빵집은 오픈 시간이 6시 반입니다. 대체적으로 7시 쯤에는 빵집들도 다 여나봅니다. 아침시간에 출근하면서 끼니거리를 사들고 가는 회사원들이 많아 그런듯합니다.
첫날 시티슈퍼에서 구입한 초코 코로네입니다. 일본에서 만든 빵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쪽은 파리바게트의 파이타입 소라빵과 비슷하게 앞부분이 초코 코팅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파리바게트는 초코 코팅을 한 뒤 생크림을 넣었지만 이쪽은 안에 크림을 넣은 다음 초콜릿 코팅을 해서 구멍 앞부분을 막았습니다. 안은 초콜릿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가 있습니다. 인스턴트 느낌. 크림맛은 파리바게트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초코소라빵이 더 취향입니다. 그쪽이 좀더 진하다고 할까요? 초콜릿 향료를 넣어서 그런건가..
이쪽은 같이 구입한 호두빵입니다. 호두꿀이었나, 하여간 다른 부재료가 하나 더 섞여 있습니다. 호두 메이플? 약간 달달한 향이 그랬다는 기억입니다. 호두도 맛있고 가격도 꽤 싼 편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빵이 더 맛있었지요.
이것은 빅토리아 피크 정상에서 먹은 초코 도넛입니다. 타임스퀘어 지하의 시티슈퍼에서 구입했습니다. 약간 질긴 느낌의(쫄깃한 것이 아니라) 도넛 겉부분에는 무가당 코코아가루가 묻어 있습니다. 사두고는 까맣게 잊고 있다 꺼내 먹었는데 그 사이 코코아 가루가 젖었더군요.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것은 코코아가루의 숙명...; 안에는 초콜릿 크림이 들어 있습니다. 도넛 반죽이 좀더 쫄깃했다면 좋았을 건데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델리프랑스. 조식을 먹을 만한 여러 곳들 중에서 호텔에서 가장 가까웠던 곳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는데 호텔에서 큰 길로 걸어나와 맞은편의 홍콩과학관 방면으로 건너가면 거기에 아침을 먹을 만한 곳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주로 하버시티 방면만 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쪽도 먹을만한 곳이 많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델리프랑스의 커피. 카페라떼인데 괜찮았습니다.
어머니는 다른 것 필요없이 크로와상과 위에 깨를 뿌린 모닝롤을 드셨고 아버지는 와플과 오믈렛, 토마토와 옥수수가 있는 세트를,
저는 햄과 치즈가 올려진 두꺼운 토스트에 조리된 콩과 오믈렛, 토마토를,
G는 햄과 소스가 올려진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메뉴마다 각각의 번호가 있어서 외국인도 주문하기가 편합니다. 번호를 불러주면 알아듣습니다. 게다가 대체적으로 영어를 저나 G보다 훨씬 잘하기 때문에..... -_-a 빵이 맛있어서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커피도 맛있고 주스도 맛있고, 빵이 제일 맛있고 말입니다. 바게트 1/4조각을 시켜봤는데 조직이 치밀하고 촉촉하고 쫄깃한 것이 맛있더군요. 흑흑, 이런 바게트를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한국에서 먹는 것은 뭔가 가벼운 느낌이라니까요. 저 바게트라면 하루를 묵혀도 그냥 저냥 먹을 수 있지만 집 앞에서 사 먹는 바게트는 하루만 묵히면 종이장이 됩니다. 그 원인은 오늘 읽은 모 책에 나와 있었으니 그 책 리뷰와 함께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4. 홍콩에서 먹는 홍콩식 음식들 델리프랑스는 은근히 제 취향이었지만 부모님은 다른 게 더 좋으셨나봅니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운동 겸 산책(이라기엔 좀 많이 과했지만)을 나가신 두 분은 아침거리를 사들고 오셨습니다. 길 건너편에 갔더니 테이크아웃 전문 가게에 사람들이 줄을 엄청나게 서서 사더라, 그래서 사와봤다 하십니다.
그리하여 먹게된 홍콩식 아침 식사, 그리고 중국 음식들 나갑니다.
보이는 것은 두 팩 뿐이지만 안 꺼낸 한 봉지가 더 있었습니다. 둘째날 아침, 부모님이 사오신 홍콩사람들의 일상적인 아침식사로 추정되는 테이크아웃 음식입니다. 오른쪽의 노란색 작은 것은 새우인지 어육인지가 들어간 작은 딤섬입니다. 오른쪽은 감자떡 비슷하게 투명하게 비치는 피의 만두인데 속에 땅콩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G는 질색했지요. 간장을 뿌려 먹는데 은근히 맛있었습니다. 여기 보이는 것 말고 볶음국수가 있었습니다. 숙주가 듬뿍 들어간 볶음국수인데 이쪽은 하얀 것,
넷째날 아침에 먹었던 볶음국수는 간장이나 굴소스가 들어간 듯, 색이 진합니다. G나 어머니나 소스가 없는 쪽이 맛있다 하더군요. 저는 둘다 괜찮았습니다. 홍콩에서 먹은 국수들은 대체적으로 면발은 얇지만 뚝뚝 끊기는 타입입니다. 소면과 비슷한 굵기인데도 쫄깃하거나 한 맛이 없고 툭툭 끊기는 느낌입니다. 뻣뻣하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파스타처럼 튕기는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소면을 덜 삶아서 약간 씹히는 느낌이 남아 있는 것과도 닮았는지 모릅니다. 사진 오른쪽 위에 보이는 하얀 것은 짱펀입니다. 딤섬집에서 많이 시켜먹는 것은 저 하얀색 피 안에 새우나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지만 저것은 속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걸 소스에 찍어먹더군요. 이것도 꽤 맛있었습니다.
둘째날, 막스앤스펜서를 돌아다니다 잠시 쉴 곳을 찾으러 돌아다니던 도중, 스타벅스 지하층에 식당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무작정 들어갔는데, 입구에서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지하의 넓은 식당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일단 현지인이 많으니 안심하고 메뉴판을 보고 이런 저런 음식들을 주문해보았습니다.
사진 상단은 탕수육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해서 주문한 음식입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뭔가 묘하게, 닭껍질을 먹는 듯한 느끼함과 부드러운 고기를 소스에 버무린 것입니다. 나쁘진 않았습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사진 중앙의 완탕입니다. 뭔가 국물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완탕을 주문했는데 그 고기국물이 은근히 땡기더군요. 완탕 옆은 춘권입니다. 역시 무난합니다.
저만 좋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새우 달걀 볶음밥입니다. 밥이 찰지지 않고 퍼석한 느낌이었지만 쌀밥을 계속 못 먹었으니 이런 때라도 먹어야지요. 간도 괜찮고 맛있었습니다.
이쪽은 생긴 것도 그렇지만 맛도 진짜 해물 볶음우동입니다. 이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가격대도 그리 높지 않았고 이렇게 음식을 시켜서 200달러 초반대가 나왔으니 좋습니다. 홍콩의 물가가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지만 식사때만 되면 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4인가족이 이렇게 먹고 이정도 가격이 나올 수 있을까요.
자아. 이쯤에서 나와야 하는 딤섬집 이야기. 애초에 홍콩갈 때 딤섬집은 언젠가 한 번 꼭 가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 놓고는 첫날은 식사시간을 계속 못맞춰서 포기했고, 이틀째 점심 때 얼결에 발견한 크리스탈제이드에 들어가 소룡포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만두쪽 딤섬이 아니라 완탕과 소룡포 쪽입니다. 꼭 먹어보고 싶었던 찐빵쪽은 없습니다. 셋째날, 센트럴 시청사에 있는 Maxim에 가서 먹겠다고 해놓고는 지쳐서 근처의 밥집으로 들어간 게 윗 사진이고, 그리하여 결국 셋째날도 못갔습니다. 홍콩은 출국심사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해서 항공기 시간에 맞추려면 어찌해도 먹으러 갈 수 없겠더군요. 결국 포기하고는 마지막 날 공항에 갔습니다. 티켓팅 해두고 옥토퍼스 카드 환불하고 몇 가지 선물 더 사고 나서 시계를 보니 12시입니다. 그리 배는 고프지 않지만 끼니 때가 되었으니 먹는 것이 낫지요. 로프트 구조로 되어 있는 2층에 대형 레스토랑이 있는 것이 보여 올라갔습니다. 적당히 챙겨 들어가서 보니 여기가 Maxim. 한자로 美心이었나요? 하여간 한자로 된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와 못 알아봤습니다. 그런 연유로 막판에 찐빵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훗훗.
출국장에 있는 맥심은 상당히 규모가 큽니다. 테이블도 넓고 세팅도 다 되어 있어 가서 앉기만 하면 됩니다. 차는 우롱차를 시켰습니다. 차가 들어 있는 포트와 뜨거운 물이 들어 있는 포트를 같이 주더군요. G와 저는 여기서 가이드북을 붙잡고 한자를 해독하며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한자는 알아도 중국어를 모르니 주문하기가 꽤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국물이 있는 국수는 하나 주문했습니다.
뒤이어 나온 춘권과 짱펀. 짱펀은 저렇게 긴 접시에 담아 내온 후 주둥이가 긴 포트를 기울여 소스를 따라줍니다. 그렇게 하는 쪽이 소스를 흘리지 않고 운반할 수 있겠지요.
춘권과 짱펀. 저는 둘중 하나만 먹으라 한다면 짱펀을 먹겠습니다. 찹쌀을 묽게 풀어 쪄낸 것처럼 부드럽게 입에서 녹으면서도 찰진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온 이 두 가지가 내내 노리고 있던 겁니다. 아래쪽은 돼지고기가 들어간 찐빵, 왼쪽은 달걀노른자가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은 커스터드 찐빵. 커스터드 찐빵은 티이타님 이글루에서 보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습니다.
색을 보면 아시겠지만 달달하기도 하고 약간 매콤한 맛도 돕니다.
고기와 야채가 함께 들어 있지요.
탱글탱글 뽀얀 저 자태!
반으로 가르면 이렇습니다. 소스가 걸쭉하고 상당히 진한 노란색입니다. 니콘이라 생각보다 조금 붉게 잡힌 것을 감안해도 진한 달걀 노른자색 그대로입니다. 달달한 것이 입가심으로 좋았습니다.
하지만 맨 마지막으로 나온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것. 역시 붉게 색이 나왔는데 이게 탕수육입니다. 중국식 탕수육이 맛있다는 말에 시켜보았는데,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생각만큼 독특하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먹었던 탕수육 중에서는 강북삼성병원 뒤쪽, 서울시교육청 맞은편에 있는 목란이 제일 맛있었습니다. 그것보다 더 맛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ㅂ'
이렇게 시켜먹고 321달러. 조금 더 나왔지만 차 값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1인당 12달러였다고 기억합니다.
아, 그리고 특이한 것 하나. 맥심의 찻주전자는 주둥이가 독특합니다. 주둥이 구멍이 하늘로 솟아 있지 않고 아래로 있습니다. 차 따르기 편하더군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이런 주둥이의 포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있었다면 진작에 구하러 돌아다녔을텐데 말입니다.
5. 나머지 간식들
둘째날 시티슈퍼에서 구한 스타벅스의 딸기 프라푸치노 병. G가 병이 예뻐 질렀다고는 말못합니다. 여행내내 슈퍼마켓을 돌아보았던 G의 불만은 딸기우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초콜릿 우유도 있고 커피우유도 있지만 딸기 우유는 없습니다. 그랬던 G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습니다. 아주 조금. 딸기 우유는 맞긴 맞는데 좀 많이 달았지요. 딸기셰이크를 녹인 맛이라고 생각하시면 비슷할겁니다.
역시 둘째날 먹은 아이스크림. 이날 아침 침사추이에서 센트럴로 가기 전 XTC라는 (가이드북에도 나와 있는) 맛있는 젤라토집을 스타페리 선착장에서 확인하고 침사추이로 돌아온 다음 부모님을 부추겨 들어갔습니다. 부모님이 단 것과 빵을 좋아하신다는 것이 이런 때는 좋군요. 아이스크림 맛있는 집이라고, 먹으러 가자고 부추겼더니 솔깃해서 따라오십니다.(...) 개당 23달러였던가요. 두 종의 젤라토를 올려줍니다. 어느 맛이든 다 괜찮았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지요. (쓰면서도 염장이 안되는 이유는 지금 치료한 쪽 말고 다른 쪽에 치통이 좀 있어서 찬 것을 못 먹기 때문입니다. 아우, 올 겨울은 왜이렇게 비실대는지 모르겠습니다.ㅠ_ㅠ)
이쪽은 허유산의 디저트입니다. 단팥죽 비슷한 모습에 끌려 주문을 했는데, 검은콩국물에 코코넛 밀크를 섞고 검은쌀과 타로를 넣은 겁니다. 달달한 타로의 맛이 고소한 국물과 잘 어울려... 라고 말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양이 은근히 많더군요. 보통 밥 한 그릇 정도의 그릇에 담겨 나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거기에 쌀이 들어 있으니 오죽합니까. 현미는 잘 먹지만 이 검은쌀은 조금 미묘해서 먹다가 1/3쯤부터 질리기 시작하더니 엉뚱한 쪽으로 생각이 뻗어나갑니다. 마치 지금 내가 퍼먹고 있는 것이 검은쌀이 아니라 검은 개미 같다고 말입니다. 쌀이 톡톡 씹히는 것이 그런 상상을 불어 넣더군요. 그 상상을 들은 G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아냐. 개미는 씹으면 실거야." 과연 그렇군요. 개미산 때문에 신 맛이 나지, 저렇게 달달하진 않을겁니다.'ㅂ'
그 동안 G가 앞에서 먹고 있었던 것은 이겁니다. 망고소스에 망고과육이 들어가고 망고젤라토가 얹혀진 것. 정말 진한 망고맛이 납니다. 양도 많아서 다 먹다보면 망고에 질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것만 하나 먹어도 망고는 원없이 먹은 걸겁니다. 들어간 망고양을 따져도 그렇지요.
이것으로 여행음식사진은 끝! 이제 자러갑니다. 앞 서 글 쓰고 난 다음부터 시작해 중간에 마비노기 다운힐 한 판 해주고 나서도 계속 붙들고 있었는데 이제(11시 17분-_-)야 끝났습니다. 홍콩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에 대한 이야기는 내일 마저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