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피에르 에르메보다 장 폴 에반이 더 가깝게(익숙하게?) 느껴집니다. 그것은 장 폴 에반이 가운데 이름만 바꿔 모 만화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장 폴 에반을 더 '높게' 보았던 것은 피에르 에르메가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에서 갈 수 있는데 반해 장 폴 에반은 아오야마까지 나가야 했거든요. 접근점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맛있을 거다라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ㅁ-;
(참고로 긴자의 유명한 초콜릿 가게는 피에르 마르콜리니 긴자. 윽. 이름이 마구 헷갈리는군요.)


어쨌건 피에르 에르메는 다음에 가서 먹어보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번 페어도 관심을 안두고 있었는데 몽블랑이 그렇게 맛있다지 뭡니까.-ㅠ- 그리하여 생협 모임 때 몽블랑 값은 제가 내기로 하고 듀시스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이날 신라호텔까지 다녀오신 듀시스님께 진짜 진짜 감사드립니다. >ㅁ<~♡


피에르 에르메는 장미쪽 디저트로 유명하더군요. 특히 이스파한. 왜 장미랑 이스파한이랑 이름이 붙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이스파한의 장미'라는 문구를 처음 본 것은 「베니스의 개성상인」입니다. 2권에서 영국과 베네치아가 맞대결을 벌일 때 이스파한의 장미가 등장하지요. 검색을 넣어보았더니 이스파한의 장미라는 이름의 시(혹은 노래?)가 있는 모양이고 그림도 있나봅니다. 하여간 이 둘은 연결되는 이미지인가봐요.'ㅂ'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ㅁ- 피에르 에르메의 디저트를 펼쳐 놓은 곳은 카페 소스였습니다.


카페 소스의 차이. 생각보다는 괜찮게 나왔지만 한 잔만이라는 것이 아쉽습니다. 하기야 가격은 미카야보다 조금 싸지요. 5천원인가 5500원 정도? 붉은 조명이라 진하게 찍힌 것도 있지만 원체 색이 진했습니다. 설탕이 들어가 있지 않으니 테이블에 준비된 앵무새 설탕 중 마음에 드는 크기를 넣어 적당히 저어주면 됩니다. 다만 앵무새 설탕은 녹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다 녹기를 기다리다보면 차가 식지요. 그러니 녹이면서 마시면 나중에는 달달달달해집니다. 이것도 나름 재미지요.



그러고 나서 2차로 시킨 것이 이 팥 셰이크. 집에서 만들어 마셔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데 말차 셰이크를 만들 때 가장 맞추기 어려운 것이 단맛입니다. 말차에 따라 쓴 맛 정도가 조금씩 차이나기도 하고, 단맛이 지나치면 많이 못 마시니 그 중간지점을 찾는게 어렵지요. 하지만 이건 팥을 듬뿍 넣으면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이봐..;)
팥빙수를 먹을 수 없어서 아쉬운 계절에는 이렇게 대신할만한 무언가를 먹는 것도 좋지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도 가능하지만 팥 삶는 것이 번거롭습니다.



이건 키릴님이 시키신 티라미수.
가격이 5-6천원 사이쯤이었다 기억하는데 데코레이션은 예쁘지만 양이 지나치게 적습니다. 게다가 티라미수가 서울우유 삼각 커피우유를 떠올리는 그 맛이라 다들 웃었습니다. 차라리 쌩스 네이처 카페의 브라우니가 가격 대 만족도가 훨씬 높겠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디저트는 못 시켰다는 뒷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신 파르페는 시켜봤지요.




그리고 이것이 메인.
케이크 개당 가격이 세금 포함해 1만원 가량입니다.
종류별로 하나씩 사오셨는데 가운데에 자리잡은 유선형의 묘한 그릇에 담긴 것이 그 유명한 이스파한입니다. 조명이 붉어서 저렇게 나왔지만 실제 색은 상당히 예쁩니다. 그리고 몽블랑에 초콜릿 무스에 기타 등등. 나머지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으하하하.;


<SYSTEM> 키르난은 피에르 에르메의 케이크를 경험했습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저, 이거 맛있는지 모르겠어요.OTL

제가 좋아하는 몽블랑은 밤크림 듬뿍에, 다른 재료보다 밤 맛이 두드러지는 것입니다. 이 몽블랑은 속에 다른 재료가 들어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짜 넣은 밤크림은 약간 퍽퍽한 느낌이 듭니다. 기대하던 맛은 아니었어요. 역시 뭐라 해도 제 입맛에는 안젤리나의 몽블랑이 최고입니다.ㅠ_ㅠb

다른 케이크 중에서는 초콜릿 무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무스인데 부서진다고 해야하나요. 부드럽다기보다는 뻑뻑한 쪽에 가까운 초콜릿 무스였다고 기억하는데 아래쪽의 타르트와 함께 먹으면 맛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케이크들과 마찬가지로 보통의 포크로 우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금속제 나이프와 포크를 가지고 덤벼들어야 제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이스파한은 ..... (먼산)
그게 말이죠, 최근 깨달았지만 저는 향에 약합니다. 화장품도 가능한 향이 적게 나는 것이 좋아요. 최근에 어머니 화장품을 잠시 빌려 썼는데 향이 상당히 강해서 애를 먹었습니다. 장미향은 은은하게 나는 것이 좋고 먹는 것은 좀..; 그렇다 보니 이스파한이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유를 알겠더랍니다.-ㅁ-

밀피유쪽은 설탕을 구워 캐러맬 결정처럼 만든-그러니까 파티셰 오노의 설명처럼 견과류처럼 알알이 맺혀 바삭하면서도 달달하면서도 쌉쌀하게 씹히는 그런 질감과 맛이 느껴져 재미있었습니다.
만. 역시 달아요.ㅠ_ㅠ


에클레어도 굉장히 맛있다고, 바닐라빈이 송송 박혀 있는 단면을 찍은 사진이 많이 보이는데 역시 달았을 겁니다. 요즘 단맛의 역치가 어찌 된 것인지 오락가락 하고 있어요. 끄응...;



마지막 날에 가까운 때 먹었는데, 이 주말의 마카롱 상태는 영 아니었다고 합니다.; 페어 시작할 때는 크림도 듬뿍 들어가고 잘 만들었다는데 말이죠. 역시 화이트 데이 때문인가요.
다음에 기회되면 정말 라뒤레와 피에르 에르페, 장 폴 에반까지 갖춰놓고 마카롱 비교 시식회를 해보고 싶군요. 그러기엔 쇼핑코스가 난감하지만 말입니다. 장 폴 에반이 너무 멀어요.ㄱ- 아오야마나 미드 타운이나 롯폰기 힐즈나 다 행동 반경이 아니란 말입니다.

어쨌건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올 가을에 나올 P5의 허니 몽블랑을 손꼽아 기다립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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