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건 비교적 최근 글입니다. 5월 첫 주-석가탄신일에 다녀온 곳에 대한 글이니 한달은 안 지났습니다. 보름은 넘었네요. 이런....; 언제 한 번 날잡고 남은 글들을 한 번에 다 올려볼까요. 그러기엔 글발이 안살아서 문제로군요. 글 하나 쓸 때 30분 가까이를 잡고 써야한다는 것도 그렇고요.

이날은 굉장히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었습니다. 제 상태가 올 봄부터 축축 늘어져 있었던데다 모종의 이유로 주말에 시간내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러다보니 친구들 얼굴도 못보고 집에서 시체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더랍니다. 그러다 간만에 쉬는 토요일이라 친구들과 미리 약속을 잡고 홍대 카모메에서 점심을 먹고 그 아래 가또에마미에 가기로 한겁니다. 양쪽의 위치는 대강 이렇습니다.



위치가 조금 가려졌는데, 카모메 바로 옆의 횡단보도를 건너 가면 그 아래에 가또에마미가 있습니다. 수다떠는 도서관 맞은 편에 있고 카카오봄가기 직전입니다. 홍대카페거리라고 제멋대로 부르는 그 거리 가장 위쪽에 가또에마미가 있는 겁니다.


카모메는 생길 때부터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따온 곳으로 추정되는 일본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다보니 같은 이름을 쓴 가게라는 것이 용납되지 않아서 계속 안 가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가또에마미 가기 전에 가볍게 식사를 하고 움직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드디어 가봤습니다.
카모메는 일본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주력 음식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삼각김밥(오니기리)고요 우동이나 오뎅처럼 간단히 곁들일 수 있는 음식도 같이 팝니다.

여자 넷이 가서 각각 하나씩 시키고, 친구 한 명이 우동을 시켰습니다. 가격은 2천원 이하로, 비싼 재료가 들어갈 수록 주먹밥도 비쌉니다. 가장 비싼 것이 2천원이었을겁니다. 제가 먹은 날치알 치즈 김밥은 1500원, 구운 명란젓은 2천원이었던 걸로 기억하고요.


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싸들고 가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주문 받은 즉시 만들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야 하지만 그정도는 감수할만 하더라고요. 일행들이 다 자리에 앉아 먹었는데 이렇게 접시에 하나 담겨 나옵니다. 크기는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의 두 배 부피라고 보시면 됩니다. 밥 양도 만만치 않을테니 하나 먹으면 한끼는 충분히 됩니다. 물론 양이 많다면 더 시켜도 되겠지요.
제 입에는 조금 짜다 싶었지만 대체적으로 간도 괜찮고 맛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하니 근처 미술학원 학생들이 간식이나 끼니로 많이 사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대 출신인 두 친구들은 '내가 학원 다닐 때도 이런 주먹밥집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고 해도 별다르진 않은게 삼각김밥을 만들어 파는 곳은 백화점 지하매장 외엔 거의 본 적이 없어요. 홍대 놀이터 앞에 한군데, 홍대 스타벅스 옆에 하나 정도? 대학가인 저희 집 근처에서도 삼각김밥을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가게는 보지 못했습니다.

주문받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든다고 했는데 김이나 부재료는 미리 다 준비를 해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밥을 그 자리에서 떠서 무게를 달아 만듭니다. 그러니 김밥마다 밥양이 크게 차이나진 않을테고 속도 그럴겁니다. 삼각 반듯해서 틀을 써서 만드는게 아닌가 했더니 손으로 직접 만들더군요. 집에서도 해보고 싶어집니다. 집에 일본 후리가케 몇 봉지가 있으니 집의 반찬을 뒤져서 만들어 볼까요.-ㅠ-
(조금 궁금한 것은 김밥을 다 만든 다음에 위에 뿌리는 하얀 가루의 정체입니다. 혹시 맛의 달인에도 등장했던 다시마 가루?)


카모메의 오픈 시간은 11시였으니, 아침에 잠시 북새통 들러 책을 사고 카모메에 오면 시간은 딱 맞습니다. 흡족하게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또에마미에 갔는데 롤블라인드가 아직 내려져 있습니다. 안에 불은 켜졌길래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오픈이 1시부터랍니다. 어? 오픈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는 걸요. 어쩔까 고민하다가 다른 곳 가기도 어중간하니 잠시 다른 곳에 들러서 약간 소화좀 시키고 오기로 했습니다. 오픈시간까지 30분 남았으니 다녀오자고 해서 선택한 곳이 극동방송국 근처의 데코아 발림이었습니다. 그 며칠 전에 산 마시멜로 초콜릿을 더 사려고 했는데 문을 안 열었더라고요. 허탕치고는 그냥 산책 겸 다녀온거다라고 생각하며 다시 돌아왔습니다.

가또에마미는 빨강 차양이 눈에 확 들어오기 때문에 찾기 쉽습니다. 그 주변이 산을 깎아 만든 곳이라 그런지 경사가 상당한데요, 신촌에서 홍대정문쪽으로 들어오는 그 길이 가장 높고, 그 아래로 점차 경사가 낮아지는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길과 면한 건물에 자리잡은 가또에마미는 반지하입니다. 길에 면한 곳이 1층이니 여기는 지하1층인 셈인데 아래로 내려가는 골목이 경사가 져서 햇빛은 그럭저럭 들어옵니다. 조명은 약간 노란빛이 돌지만 따뜻한 느낌이라 아늑한 분위기를 반들고 있고요.

생각보다 가짓수는 많지 않았습니다. 다양하게 디저트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다른 블로그에 소개된 음식들이 거의 답니다.
테이블은 작아서 이런 저런 작업(?)을 하고 오래 앉아 있기는 편하지 않아보입니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오가다보니 오래 앉아 있기 쉽지 않기도 합니다. 몹시만큼은 아니겠지만 여기도 사람들이 몰리면 느긋하게 먹는 것은 무리겠다 싶습니다. 테이블의 세팅도 재미있는데 포크나 숟가락을 따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탁자에 올려 놓은 병에다가 인원 수 만큼 꽂아 놓았습니다. 2인 탁자에는 두 명 분을 가져다 놓았으니 탁자 두 개를 붙이면 자연스레 네 명이 쓸 분량이 됩니다. 물병은 와인병 비슷하게 생긴 투명 유리병입니다. 이것도 재미있고요.



B랑 K는 딸기에이드를 시켰습니다. 음료를 시키면 이렇게 병에 담겨 나옵니다. 포트나 주전자가 아니라 병에 담겨 나온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안에 보이는 진한 덩어리는 딸기 덩어리고요. 마셔본 친구 말에 의하면 그야말로 딸기맛이랍니다. 시킨 음식들이 거의 달고 기름진 맛이라 입안을 씻어내기에는 이런 새콤한 음료가 좋습니다. 저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진한 음료를 시켜 마셨습니다.



에스프레소 쇼콜라였나요. 시키면 저렇게 나옵니다. 원래는 홍차나 차 종류에 우유를 내갈 때 쓰지 않을까 생각하는 작은 포트에 음료를 담고, 데워 놓은 데미타스는 따로 내옵니다.



뭔가 시커먼 음료가 보이십니까. 녹인 초콜릿-아마 우유도 들어가긴 했을겁니다-에 에스프레소를 섞은 겁니다.



에스프레소의 크레마도 조금 남아 있지만 위에 엉겨 있는 것은 녹인 초콜릿의 막입니다. 색 자체는 조금 진한 쇼콜라 정도로군요.



호르륵 잔에 따르면 그 사이에 초콜릿과 에스프레소는 잘 섞이고 위에 초콜릿 막이 떠오릅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데 마셔보면 참으로 흡족합니다. 달지만 진하고, 그러면서도 쌉쌀하고. 초콜릿의 쌉쌀함과는 다른, 커피 특유의 쓴 맛이 느껴지면서 느끼한 맛을 잡아줍니다. 초콜릿만 마시면 입이 확 달거나 한데 이쪽은 괜찮군요. 집에서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쪽은 S가 시킨 가토쇼콜라입니다. 옆에는 아이스크림이 같이 있고요.
솔직히 말해 전 가토쇼콜라를 아주 좋아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러니 가토쇼콜라가 맛있는건지 어떤지 판단은 보류하겠습니다. 맛있지만 제가 썩 좋아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진한데다 속은 또 사르르 녹아내리는 초콜릿(가나슈)가 있다지만 요 며칠간은 또 케이크보단 빵이나 쿠키가 땡겨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한 것은 이 허브빵이었거든요. 제가 시킨 메뉴입니다. 넓은 도마-라기보다는 일본의 다도에서 종종 쓰이는 개별 쟁반 같은 느낌의 자기 접시에 마늘빵이 올라 있습니다. 허브를 뿌린 마늘빵인데 빵 자체도 맛있고 폭신폭신한데다 짭짤한 마늘과 허브도 좋습니다. 쇼콜라를 시켰으니 달콤한 간식보다는 짠 것이 낫겠다 싶어 시켰는데 제 입맛엔 딱입니다. 하지만 가격 대 성능비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미묘하죠.



올리브 오일도 듬뿍! 그릇은 주문제작이었는지 저렇게 로고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진 정리할 때 회전시킬 걸 그랬군요.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게 타르트따땅일겁니다. 구운사과와 파이, 그리고 바닐라빈이 송송박힌 아이스크림. 으흐흐흐흐흐흐.



이쪽은 딸기입니다. 메뉴 이름은 잊었지만 새콤한 딸기에 딸기 소스, 그리고 파이가 함께 있습니다. 저는 제 앞에 놓인 마늘빵만 먹고 있느라 다른 친구들의 디저트는 거의 손을 못댔습니다. 그래도 파이가 결이 잘 살아 있으면서 바사삭 부서지는 것이,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파이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맛도 괜찮았지만 제 취향에 부합하는 메뉴는 아닙니다. 흠흠;;;

이날 S가 시킨 음료는 쇼콜라 라떼인가, 우유를 넣고 우유거품을 얹은 쇼콜라였습니다. 단 음료라 가토쇼콜라와 함께 먹으니 양쪽이 상충되더군요. 결국 S는 양쪽 모두 약간씩 남겼습니다.





한 번쯤은 가볼만한 디저트 카페입니다. 하지만 다시 갈지는 모르겠습니다. 디저트는 충분히 맛있고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들지만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아니었으니까요. 에스프레소가 들어간 쇼콜라는 좋았고, 인테리어도 좋았지만-물론 모 잡지들에서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라, 여기 사진을 찍어 그 잡지에 싣는다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겠지만-저는 딱히 끌리지 않았습니다. 소꿉놀이 하는 기분도 조금 들어서...-ㅁ-;
추천은 하되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라는게 가장 적절한 표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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