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가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하 USJ) 코앞이고, 미리 익스프레스 패스를 포함한 고급형-_- 패스를 끊어두었던지라 느긋하게 들어가기로 첫날 합의를 봤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USJ에 일찍 줄서서 들어가는 건 여러 놀이기구(어트랙션)를 조금이라도 빨리 타기 위한 것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가장 인기가 좋아서 '정리권'이라 부르는 선착순 입장권을 배부하는 닌텐도 월드를 들어가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고급 패스에 닌텐도 월드가 포함되어 있으니 정리권은 두 번째 방문을 위한 오후 시간대로 잡기로 합니다.

 

호텔 출발, USJ 입구로 가는 중

 

 

아침식사를 챙겨먹고 양치를 하고 짐을 챙겨서 USJ 정문에 들어간 때가 8시를 조금 넘긴 시간. 9시는 안되었을 때입니다. 익스프레스권의 첫 시간대가 11시 20분이라 여기저기 둘러보며 뭘 탈까 고민하기로 합니다.

 

입장은 어렵지 않습니다. 먼저 줄을 서서 짐검사를 받고, 물통 여부를 확인받고, 가방 무게를 확인받고 입장줄에 섭니다. 입장은 준비한 입장권의 QR코드를 사용합니다. 미리 출력해가는 사람들이 있다더니, 이 QR 때문이었나보네요. USJ 돌아다니다보니 익숙해져서 그 다음은 괜찮았지만, 이 때는 조금 헤맸습니다.

 

 

9시 전에 입장했고, 익스프레스권 첫 사용 시간은 11시 20분이고. 그래서 일단은 해리 포터의 마을로 찾아갑니다. 위치를 대강 파악해두기 위함이었는데, 이래저래 돌아다니면서 L이 사고 싶어하는 지팡이를 미리 구매하려는 생각도 있었지요. 해리 포터 놀이기구는 오후 2시 넘어서였습니다. 그래도 마법 지팡이를 휘둘러 보려면 미리 구입은 해야지요. USJ 오면서 구입할 두 가지는 미리 정했으니, 하나는 반응형 마법지팡이(인터렉티브 지팡이)이고 다른 하나는 닌텐도 시계팔찌입니다. 닌텐도 시계도 반응형이지요. 코인을 모으려면 저 시계가 필요합니다. USJ 어플리케이션을 미리 설치하고 거기에 시계를 등록해두면 코인이 얼마나 쌓였는지 알 수 있더라고요. 저는 해보지 않아서 더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

 

 

입구에서 스누피 랜드를 거쳐 해리 포터네 마을로 갑니다. 저는 불의 잔까지만 읽고 그 뒤는 던졌지만, G와 L은 USJ를 위해 영화 전편을 다 보았답니다. 오기 직전에 영화 보느라 힘들었다고 투덜대더라고요. 영화 편 수도 많으니, 조금씩 봐뒀다고 해도 뒷편 보는게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입구 가기 전의 스톤헨지 비슷한 모양도, 숲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 자동차 모형이 있는 곳도, 거기를 또 지나 아랫마을 들어서는 입구에서도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예 코스프레하고 오는 사람도 많고요.

 

 

 

 

최고 기온 29도이던 날, 쨍한 햇살 아래 눈 덮인 마을 풍경. 물론 진짜 눈은 아니고 지붕 위에 눈 모양으로 발라둔 겁니다. 그게 참 눈 쌓인 풍경 다우니, 멋지더라고요. 양쪽에 늘어선 가게는 거의 대부분이 상점입니다. 원작에 나온 가게들이 하나씩 있어서 어디서는 옷을 팔고, 어디서는 지팡이를 팝니다. 지팡이 파는 곳이 올리밴더 상점이었나요? 거기는 주요 인물들의 지팡이뿐만 아니라 설정에 등장하는 여러 종류의 나무로 만든 지팡이도 팝니다.

 

사진을 안 찍었는데.... 매번 생각하지만 남는 건 사진 뿐입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면 기억이 휘발되는 문제가 생기죠. 게다가 저런 땡볕에서는 사진 찍을 생각도 안납니다.

 

주요 인물의 지팡이는 썩 사고 싶은 마음이 안 듭니다. 각 등장인물을 좋아한다면 구입할만 하지만, 관심없다면 딱히 사고 싶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나무 품종별 지팡이는 꽤 그럴싸합니다. 만약에 구입한다면 스네이프 교수의 지팡이를 고르려 했지만, 미리 알아본 모양도 그렇고 실제 보아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내려 뒀거든요. 어차피 쓸 것도 아니고 집에 모셔두기만 할거라. 근데 또 엘더라든지 오크라든지의 지팡이는 원작 설정의 목재별 특징을 잘 살려 만들었습니다.

 

그러며 고민하다가 차라리 한국에서 나무 공방에 지팡이를 수주하고 말지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면서 접어뒀습니다. 집에 저거랑 비슷한 지팡이가 있다는 것도 떠올랐고요. 그 지팡이의 정체가 뭐냐하면. (지휘봉)

 

 

 

 

호그와트를 본 제 심정은 앞서 올린 적 있지요. 아. 레고 사고 싶다......

 

USJ에 와서 레고를 사고 싶다는 마음을 매우 피력했고, 다시 이 사진을 보는 순간 레고 사야하나 싶은 마음이 듭니다. 아마도 저 성은 손에 넣을 수 없지만 레고 제품이라면 얻을 수 있다는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잠시 둘러보고 L은 지팡이를 하나 장만했습니다. 어떤 지팡이를 사려나 했더니 주인공인 해리 포터의 지팡이를 고르더군요. 그렇지. 스네이프 같은 이를 좋아하는 것은 사도지.(...) 저야 2차 창작을 보고 스네이프에게 홀랑 넘어갔으니, 원작만 본 L이 해리를 좋아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합니다. 원래 주인공이 가장 멋지잖아요. 해리 포터는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소설이었으니, 그 눈높이에 맞게 주인공이 제일 멋지고요.

 

의외로 이 지팡이를 써서 마법을 시도하는, 그러니까 장치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까다롭습니다. 성인은 곧잘 성공하지만 아이들이나 성인이나 실패하는 확률이 훨씬 높더라고요. 나중에 G가 알려줬지만, 지팡이 상자 안에 있는 안내지도에 적힌대로 지팡이를 휘두르되, 지팡이 끝만 휘적거릴 것이 아니라 지팡이 전체가 그 선을 그려내야 한다더라고요. 그걸 아는 사람은 단번에 성공하지만 아이들은 대개 끝만 써서 휘적거리다가 마니까 반응이 안온답니다.

 

마법 쓰는 장소마다 안내 직원이 한 명씩 붙어서 줄을 세우고는 예비 마법사가 정확히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여러 번 도와줍니다. 특히 마을 초입에 있는 특급기차 앞의 직원은 일대일 지도를 해서 될 때까지 붙잡아둔답니다. 거기 줄이 그렇게 긴 이유가 그래서라고요.

 

 

지팡이를 샀으니 이제 다른 곳을 둘러볼까요. 그러다가 앱을 본 G가 미니언즈를 말합니다. 거기 어트랙션이 20분 대기래요. 그걸 보고는 다음 놀이기구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 뭐라도 하나 타는게 좋다는 마음에 서둘러 움직입니다. 아마 다들 같은 생각을 했나보지요. 줄 선 직후에 미니언즈 놀이기구의 줄이 마구 길어지더니만, 줄 서 있는 사이에 대기 시간이 50분으로 늘어납니다. 그 때 인기 있는 놀이기구는 이미 대기시간 90분이었고요.

 

놀이기구 줄 서기도 정신 없습니다. 어트랙션 밖의 줄은 보이는 줄이지요. 하지만 건물 안에는 보이지 않는 줄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놀이기구는 체험 시간이 짧지만, 그 짧은 시간에 강렬한 체험을 안깁니다.-_- 돌이켜 보면 시간은 짧았지만, 건물 안에서의 대기 시간도 상당히 길었고, 대기를 한 다음에 놀이기구의 주의점과 사전 안내 영상을 보는 시간도 짧지 않고, 몇 번의 대기를 거쳐서 탑승을 합니다.

미니언즈가 첫 놀이기구 체험이었고, 적당한 체험이었습니다.

 

미니언즈 놀이기구 내용은 그렇습니다. 놀이기구를 탑승하는 승객들은 미니언즈가 되기 위한 시험을 봅니다. 그리고 이번 시험은 어깨 넓고 악당 같이 생긴 구루가 아니라, 구루의 세 딸이 주관합니다. 구루와 만난 기념일 선물을 주기 위해 내내 선물을 들고 있던 막내, 그리고 다른 둘의 주관으로 체험을 하는데, 2D+ 체험관이더라고요. 탑승한 놀이기구가 마구 움직여서 화면 앞에 보이는 기구를 탄 것 같은 착시효과를 냅니다. 그 뒤에 탄 닌텐도의 마리오카트도 그랬고요. 뭐, 재미있게 탔지만 살짝 어지러웠습니다. 영화관도, 놀이기구도 적성에 안 맞아서 그래요.

 

 

루이스(즈?) N 피자팔러

 

모자이크 하면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서도. 뭐. 개인정보는 소중하니까요.

 

 

놀이기구를 나와서 잠시 한숨을 돌립니다. 어디 카페에 들어갈까 하며 들어가봤는데, 매장마다 판매하는 음식의 종류가 다릅니다. 한정적이예요. 한 곳 들어갔다가 커피도 없고 음식류만 두 종 있어서 도로 나왔습니다. 아침을 양껏 먹은데다 배가 고프지도 않다보니 커피만 더 마시고 싶었는데. 마침 근처에 있는 매장에서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팔더라고요. G가 보고는 배스킨라빈스인데 괜찮냐고 묻더라고요. 일본의 배스킨라빈스는 SPC가 아니라 괜찮아.

 

G는 아이스플로트를 골라 메론소다 위에 바닐라 아이스를 얹었습니다. L은 딸기 바나나 컵을 주문했고요. 저는 아이스커피 한 잔. 세 잔을 주문해 놓고는 잠시 쉽니다. 위의 사진을 찍은 때가 10시 45분. 9시 전에 입장해서, 해리 포터 월드에 입장해서 들여다 보고, 해리 포터 지팡이를 사고 잠시 마법지팡이를 휘둘러 보고, 미니언즈 놀이기구에서 대기하고 탑승하고, 나와서 음료 보충을 하고 있을 때의 시각입니다.

 

 

 

예약한 익스프레스권이 11시 50분부터 12시 20분까지의 마리오카트 탑승권이라, 혹시 그 시간 전에 닌텐도월드 입장이 가능할까 싶어서 가보았더니 안되더군요. 11시 50분부터 입장할 수 있답니다. 그러니 기다려야죠. 마리오월드에서 가장 가까운 쥬라기월드에는 길가의 벤치가 여럿 있어서, 그 중 하나에 나란히 앉아 잠시 쉽니다. 여기는 개조심도 사슴조심도 야생동물 주의도 아닌 공룡 주의입니다. 트위터에서 자주 나온 말이지만, 공룡은 인간을 해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요.

 

 

 

 

닌텐도월드까지 걸어가는 길도 짧지는 않습니다. 양산과 자외선 차단 팔토시가 필요한 이유이지요. 양산은 돌아다니는 내내 잘 썼습니다. 그럼에도 여행 다녀온 직후에는 "탔네?" 소리를 들었습니다.

 

정리권 혹은 익스프레스 패스 QR코드를 보여주면 직원이 확인하고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닌텐도 시계 팔찌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총 8종이었다고 기억하고요. 마리오, 루이지, 피치, 키노피오, 요시. 그리고 몇 종 더 있지요. 먼저 L이 고르고, G가 골랐습니다. 저는 패스. 저 팔찌 가격이 개당 4900엔입니다.

카드 결제도 가능하니 바로 구입하고 그자리에서 착용합니다. 그리고 팔찌를 USJ 어플리케이션에 등록하지요. 자, 이제 닌텐도 월드를 즐길 준비가 되었습니다.

 

 

마리오 독버섯 스테인드글라스 형 스탠드(왼쪽), 버섯 폭탄 제조법 디자인화(오른쪽)

 

 

안쪽은 그야말로 마리오입니다. 바로 놀이기구를 탑승하러 들어가보니 익스프레스권을 들고 있는 사람의 줄은 아예 다릅니다. 구입한 사람이 생각보다 없었거나, 일찍 왔거나. 그래서 빨리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롯데월드 등의 매직패스는 질색하면서 이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음.. 으으으음. 양심의 가책이 들지만서도. 저 길고 긴 일반 줄을 생각하면 이번 한 번만이니까!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역지사지가 안되는 내로남불이지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x-

 

마리오카트는 별도의 장비를 제공합니다. 머리에 쓰는 썬캡을 주고요, 그걸 쓴 뒤 카트 차량에 달린 글라스를 모자에 장착하면 앞에 VR 비슷한 영상이 보입니다. 눈 앞의 지시대로 카트의 손잡이를 돌리고, 코인을 획득합니다. G와 L은 미리 팔찌를 등록했으니 코인이 적립되지만, 저는 그냥 재미로 보는 정도입니다. 카트에는 4명이 탑승하기 때문에 세 명의 일행과, 혼자 탑승한 한 명이 함께 탔습니다. 어차피 점수는 개별 적립인 모양이더라고요. 꽤 흥미진진하게 탑승했습니다. 재미있다는 이유를 알만하고, 아이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였습니다.

 

 

 

만. 해리 포터 포비든 저니는 그렇지 않습니다.OTL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 닌텐도월드 이야기까지 하고 포비든 저니와 USJ 상품은 그 다음 글로 넘기지요.

 

 

 

그래서 이 글을 마감하기 전에. 닌텐도 월드의 재미는 역시 상품입니다.

 

놀이기구를 탑승하고 나면 관련 상품들이 잔뜩 있는 상점으로 나옵니다. 이건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그렇지 않던가요. 마지막으로 간 놀이공원이 아마도 거기라 떠오른 모양입니다.

 

 

 

이날 오후, 숙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아래의 편의점 과자들은 빼놓고, 키노피오 과자, 요시 머리띠, 별모양 팝콘통, 그 옆의 물음표 캔 등등은 모두 닌텐도 월드에서 구입했습니다. 저 별모양 팝콘통은 저녁이 되어서야 진가를 발휘하더군요. 위의 절반이 발광체입니다. LED인지, 은은한 노란색이 나는 통이더라고요. 해질녘에 USJ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저 통을 하나씩 둘러메고 있고, 거기서 빛이 반짝반짝 나는 것이 예쁘더라고요. 하지만 예쁘기만 하지 쓸모는 생각하지 못할 물건....

 

 

저 팝콘 판매대는 닌텐도 마리오카트 입구 근처에 있습니다. 팝콘 맛은 캐러멜 피치와 머시룸크림의 두 종류입니다. 무슨 맛인지는 묻지맙시다... 이 팝콘을 구매하기 위해 마리오카트 대기줄 못지 않은 길고 긴 줄을 서야 했는데, 저와 L은 아예 줄 밖에 나와서 그늘을 찾아 서 있고, G는 그 줄에서 팝콘통을 사기 위해 기다렸습니다. 11시 50분 넘어서, 12시쯤 들어간 마리오 카트는 체험하고 나오니 12시 반을 넘겼지요. 익스프레스권의 사용 제한 시간이 30분인건 실제 탑승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30분을 넘기기 때문일 겁니다. 그 시간 안에 두 번은 못 타더라고요. 애초에 QR코드를 찍고 들어가는 터라 그것도 불가능하지만요. 그래서 팝콘 줄을 12시 45분부터 섰는데, 구매한 시간은 13시 10분을 넘깁니다. 팝콘을 보고, 망원경으로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그리고 다시 매장에 내려왔다가 해리 포터 마을로 갑니다.

 

 

여기까지의 시간선을 차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08:15 입장 (입장 시 닌텐도 정리권 시간 12:00. 나중에 16:00으로 받음)
  • 09:55 ~ 10:22 미니언즈 놀이기구
  • 10:36 루이스 N 피자 팔러
  • 11:47 닌텐도 월드 티켓 확인, 입장. 시계 구입
  • 11:52 ~12:29 마리오 카트
  • ~ 13:30 상점 투어, 닌텐도 월드 일단 퇴장

 

 

그 다음 이야기는 그 다음 시간에. 하. 길었다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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