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도 아니로 몇 달 전부터 챙겨와야한다고 생각했다가 어제는 가자마자 찾아서 챙겨 넣었습니다. 뭐냐면 만년필입니다.
이게 첫 번째 만년필은 아닙니다. 맨 처음 만년필 받은 건 (중략) 이지만, 이 당시는 만년필 쓰는 법을 잘 몰랐습니다. 집에만 고이 모셔두었다가 처분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뒤에는 신경 안 쓰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아버지가 선물 받은 만년필을 제가 받아 쓰게 되었습니다. G는 만년필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저는 주시면 감사히 쓰겠습니다라면서 덥석 받았지요. 나중에 검색해보고 알았지만 절대로 저 만년필이 싸지 않더랍니다. 고급 라인이더라고요. 꽤 마음 써서 챙긴 선물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래서 저도 들고 다니며, 꽤 오랫동안 만년필을 다이어리 기록용으로 썼습니다. 일부러 워터맨 잉크를 교보문고 매장에 찾아가 구입해서 쓸 정도로요.
아.-_-
지금 깨달았습니다. 작성하며 옛 기억을 이렇게 들추게 될 줄은 몰랐네요. 가장 좋아하는 색은 파랑에 가깝고, 실제로도 네이비나 진청을 주로 고르지만 이 때는 달랐습니다. 잉크 색으로 고른게 진한 초록이었습니다. 왜 진한 초록이었냐 하면, 제목을 밝히는 내용 폭로가 되는 어느 추리소설에 초록 잉크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미치겠다, 아니 왜 이걸 이제야 떠올렸죠. 이게 물론 20대 초반에 읽은 소설을 보고 뇌리에 박혀 있어서 그 때 구매했던 것이기도 합니다만, 와아, 진짜. 추리소설의 영향이었어요.
지금은 케이스가 바뀌었고 가격도 그 때보다 올랐...나?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블로그를 찾아보거나 해야겠네요. 하여간 저기 찍힌 것 같은 형광 그린은 아닙니다. 잉크를 오래 쓰는 바람에 증발되어 농축된 것도 있지만 굉장히 진중한 초록이었거든요. 음.. 설마 중간에 리뉴얼 해서 내가 산 것과 다른지도 모르겠는데, 다음에 본가 가면 잉크 병 사진 찍어 두겠습니다.
첫 번째 잉크는 진한 파랑이었고, 이건 두 번째 잉크였군요. 음. 이것도 진짜 10년 넘게 썼지요. 그 다음 색이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척도 안하고 방치해서 엉망진창인 만년필이지만서도...;;; 들고 다니면서 세 번 떨궜습니다. 두 번 정도는 수리했지만, 이번에는 펜촉의 휨이 심각해서 나중에 마음 먹고 수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뻗었습니다. 그 이전에 수리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펜을 떨어뜨리면서 뚜껑이 열리고, 그러면서 펜촉에 문제가 생겨서 수리 받았던 것인데 11만원 나왔지요. 이번에는 그보다 더 나올 수 있다고 각오하고 보내야겠습니다. 지금 보니 제 펜촉은 F였군요. 아. 아주 굵은 쪽은 아니었구나.=ㅁ=
생각난 김에 새 잉크를 사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건 일단 수리 받고 올 때 결정하지요. 수리 보내는 것도 워터맨 매장에 맡길거라, 찾아올 때 새 잉크 같이 구매하면 될거라 생각하거든요. .. 집에 남아 있는 잉크는 증발로 인한 농축 문제도 있어서 재사용해도 될까 조금 걱정됩니다. 모나미 잉크도 아직 남아있지요. 분홍이랑 미쿠색.
..
심지어 이 사진을 들고 온 블로그 기록이 2019년인데, 거기에는 당당하게 하모니어스 그린을 구입한 계기가 그 소설이었다고 적어뒀군요. 제가 홀랑 까먹고 있었던게 맞습니다..OTL 반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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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의 잉크, 어피치 색과 미쿠 색
제목을 그대로 믿으시면 안됩니다. 제 머릿속 이미지 색이 어피치 색과 미쿠 색이지, 실제 색 이름은 따로 있습니다. 맑고 투명한 에게해-Mint Green과 흩날리는 벚꽃 길-Indian Pink입니다. 아주 오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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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궁금하시면 2019년에 올린 이 글을 보시면 됩니다. 내용 폭로 있으니 각오하고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