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그대로 믿으시면 안됩니다. 제 머릿속 이미지 색이 어피치 색과 미쿠 색이지, 실제 색 이름은 따로 있습니다. 맑고 투명한 에게해-Mint Green과 흩날리는 벚꽃 길-Indian Pink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구입한 잉크지요.

 

 

만년필은 10년 넘게 써왔습니다. 그럼에도 잉크 구입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아버지께 워터맨 만년필을 받았을 때 검은색 잉크가 아니라 다른 색을 쓰겠다며 Midnight Blue, 밤하늘색을 구입했습니다. 진한 파랑이었지요. 이 잉크를 다 써갈 때쯤 그 다음은 무슨 색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녹색을 골랐습니다. 밝은 녹색이 아니라 진한 녹색, 청록에 가까운 녹색이고 워터맨 잉크명으로는 Harmonious Green이었지요.

첫 번째 잉크는 필사가 빠른 소모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물론 몇 년 간 두고 쓰다보니 초반과 후반의 잉크 색은 다릅니다. 초반은 조금 더 바다색에 가깝지만, 시간이 지나니 수분이 날아가서 더 진한 색이 나왔습니다. 지금의 녹색잉크도 초반보다는 진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잉크를 주입한 직후와, 주입하기 직전의 색은 다릅니다. 후자가 더 진한 색이지요. 진한 파랑 혹은 쪽빛은 원래 좋아하던 색이라 그렇지만, 두 번째 색은 『중간지대』(엘러리 퀸 作)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니, 애초에 엘러리 퀸의 영향으로 만년필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만년필은 수 많은 영미권 소설에서 보고 홀렸지만 구입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녹색 잉크를 구입한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저 책입니다.

 

 

그러던 중 모나미에서 나온 다양한 만년필 잉크를 보았습니다. 텀블벅에서 잉크 펀딩할 때마다 일반 구입이 안되어 아쉽다 생각하던 찰나였는데, 다른 색의 시판품이라도 구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저 어피치 색과 미쿠 색 잉크가 있다면 구입하겠다고 별렀습니다.

 

 

http://www.monami.com/product/product_view.php?ccode=005005&idx=111

 

MONAMI

모나미제품 모나미는 당신의 행복한 기록과 늘 함께 합니다.

www.monami.com

 

링크의 상품처럼 모나미 잉크병은 삼각뿔입니다. 용량은 30ml. 만년필 잉크가 대개 50ml이니 그보다는 작지만, 외려 다양한 색을 써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입니다. 향수 못지 않게 만년필 잉크는 소모도가 낮습니다. 필사를 해서 잉크를 마구 써대지 않는 한, 다이어리에 적는 정도로는 한참 씁니다. 빽빽하게 필기한다면 또 다르겠지요. 만년필을 그정도로 많이 쓰지는 않습니다만.

 

저기에서는 12색이 소개되었고, 모나미몰에서도 비슷합니다. 모나미몰의 설명이 더 자세하긴 합니다.

 

 

https://www.monamimall.com/w/product/productDetail.do?goodsNo=MG000000087

 

모나미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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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monamimall.com

 

이름은 모나미몰에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영문명은 색깔 이름이고, 한국어명은 설명에 가깝습니다. 실제 이미지와도 한국어명이 매우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제가 매장에서 본 것은 30색 색상표입니다. 모나미 직영매장에만 들어와 있는지, 아니면 남대문 알파문구 같은 대형 매장에도 입점했는지 모르지만, 직영매장 쪽에는 30색이 있는 듯합니다. 제가 사온 두 색도 모나미몰과 모나미 상품 소개페이지에는 없습니다.

 

 

 

흩날리는 벚꽃 길, Indian Pink가 어피치 색. 그리고 맑고 투명한 에게해, Mint Green이 미쿠 색입니다. Peacock Green과 민트 그린 사이에서 조금 고민했지만 밝은 색이 더 취향입니다. 그리하여 분홍과 민트의 두 파스텔 색조 잉크를 구입했습니다.

 

 

 

 

(뒷면과 상자)

 

한 병이 30ml이니 도합 60ml. 일단 원래 쓰던 워터맨의 하모니어스 그린은 빼두고, 거기에 민트를 담고 다른 만년필 하나에 분홍을 담았습니다.

 

주 필기처는 알라딘 다이어리입니다. 다이어리 외에 다른 종이에는 쓰는 일이 드뭅니다.

 

 

 

색 조정 약간 해서, 이런 느낌입니다. 알라딘 다이어리 종이는 만년필 필기 했을 때 색비침이 있습니다. 다만, 진한 잉크를 썼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엷은 색 잉크를 쓰니 비침이 눈에 거슬립니다. 그리고 색번짐도 조금 있습니다. 어피치 색은 펜선 위치 마다 조금씩 색이 달라지는게 눈에 더 띕니다.

그럼에도 색 자체는 양쪽 모두 매우 마음에 듭니다. 이거 체리주빌레와 피스타치오 아몬드 색 같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갈색 계통으로 써볼까요. 워터맨 잉크의 보라 계통도 좋지만, 도로 파랑으로 가도 좋을 겁니다.

 

 

좋아하는 잉크가 늘어나면 주객 전도되어 새로 만년필 하나를 장만할까라는 생각으로 넘어갑니다. 이러면 안되지요. 지금 찍어 놓은 만년필이 몽블랑인 만큼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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