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목에 왜 저렇냐면, 책 제목 때문입니다. 프랑스식 비스트로 파 말Pas mal을 무대로 하는 소설은 『타르트타탱의 꿈』, 『뱅쇼를 당신에게』, 『마카롱은 마카롱』의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이번이 첫 독서는 아니고, 원서로 두 권은 읽었습니다.

 

지금 다시 보니 타르트 타탱이나 뱅쇼나 둘 다 2015년에 읽었습니다 B님이 빌려주신 덕에 보았는데, 뱅쇼는 읽다가 도중에 하차했더군요. 번역서 나온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엊그제 『사막의 악마』(미출간) 이야기 듣고 검색하다가 확인하고는 바로 주문 넣었습니다. 읽고서 마음에 들어, 이런 책들은 도서관에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덥석 신청도 넣을 생각이고요.

 

소설을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면, '나'는 프렌치 비스트로 '파 말'에서 가르송으로 일하며 소소하고 사소한 여러 수수께끼들을 만납니다. 작은 의문일지도 모를 이 수수께끼들은 매번 메인 셰프인 미후네가 단번에 풀어 냅니다. 보고 있노라면 미후네는 관찰력 좋고 직관력도 뛰어난 천상 셰프입니다. 권 당 하나 정도는 약점도 등장하지만 그래도, 보고 있노라면 헐크나 버서커(...)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앞서 읽은 한 권과, 반만 읽은 두 번째 권에 대한 감상은 블로그에 남겨 놓았습니다.

 

 

"타르트 타탕의 꿈: 기승전초콜릿" https://esendial.tistory.com/6137

 

타르트타탕의 꿈: 기승전초콜릿

원서입니다. 번역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본편이 2014년에 나왔으니 나올법도 한데 말입니다. 창원추리문고니까 계약이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요. 이거 은근 재미있는데 번역서 안 나오려나요...;ㅠ; 문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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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쇼를 당신에게: 반 읽고 포기했습니다" https://esendial.tistory.com/6210

 

뱅쇼를 당신에게: 반 읽고 포기했습니다

『뱅쇼를 당신에게』는 번역 제목이고 원래는 『ヴァン・ショーをあなたに』입니다. 뱅vin과 쇼chaud 사이에 방점이 있는 것은 아마존에서 긁어왔기 때문이고 저대로 교보 등 한국 서점에서 검색하면 아마 안 나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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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읽어도 감상은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뱅쇼는 읽다가 내려 놓았으니, 문제작(?)인 부야베스, 얼음공주, 천공의 샘은 취향에 안 맞습니다. 타르트 타탱은 한 번 읽어서 그런지 재미가 덜했고, 뱅쇼는 뒷부분이 낯설어서 읽는 맛이 있었습니다. 타르트 타탱은 여전히 기승전 초콜릿입니다. 다 읽고 나면 냉동실에 넣어둔 초콜릿을 꺼내먹게 됩니다. 그렇게 맛있으니까요.

 

 

뱅쇼는 당신에게의 각 이야기는 따로 정리를 하지 않았으니 이번 기회에 정리해보면,

 

스킬렛: 고양이...ㅠㅠㅠㅠ 고양이...ㅠㅠㅠㅠㅠㅠ 그래서 표지에 고양이가 있습니다.

채식주의자: 맛있는 채소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확. 특히 아스파라거스가 떠오르네요.

멜론빵: 이쪽은 약간 취향 외. 전 간식빵보다 식사빵을 더 좋아합니다.

부야베스: 불호. 격하게 불호. 이런 사람 정말로 싫어요.

얼음: 이건 아냐.... 이건 아냐....

오믈렛: 맛있지만 음. 으으음. 미묘.

뱅쇼: 전체 이야기 중 가장 좋았습니다.

 

결국 표제작인 뱅쇼 말고는 등장인물들이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스킬렛 이야기는 고양이 때문에 슬펐고요. 하지만 한조라는 이름의 고양이에게 봇짐 달아준 모양새는 감탄했습니다. 아, 귀엽다. 하지만 고양이가 그거 달아줄 때 얌전히 있었다니, 친화력이 높았나봅니다.

채식주의자나 부야베스는 진상고객 대응편입니다. 멜론빵은 작고 오래된 가게와 신식의 세련된 가게가 격돌(!)하는 이야기고요. 하지만 전 뱅쇼 같이 소소하고 달달하고 훈훈한 이야기가 좋습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뒷맛이 씁니다. 어떤 방식으로 쓰냐의 차이는 있습니다. 커피맛과 카카오100%맛과 75%맛, 타이어맛과 탄빵맛, 한약맛 등등의 여러 쓴맛이 있지만 시리즈 두 번째 책은 대체적으로 안 맞았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책은 상당히 취향이었습니다.

 

 

 

표지도 분위기를 매우 잘 살렸지만 그 중 마카롱이 제일입니다. 표지에서 느낀 위화감은 표제작인 마카롱 이야기를 읽으면서 단번에 날아갑니다. 전혀 생각도 못한 이야기가 나와서 놀랐습니다. 각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황새: 이 냄비 실물이 궁금하네요. 그리고 채소도, 진짜, 이 소설은 채소를 맛있게 묘사하는 통에 괴롭습니다.

푸른 과실 타르트: 이건 조금 미묘. 씁쓸한 뒷맛이 나쁩니다.

돼지: 고개를 살짝 갸웃. 그래도 조립은 이해합니다.

나비: 아. 브리오슈의 뒷 이야기가 그런 줄은 몰랐습니다. 얼핏 들은 기억이 있지만 이렇게 연결될 줄은 몰랐네요. 맨 마지막에 살짝 비약(..)이 있어 보이지만 결말이 행복하니 되었습니다.

마카롱: 비스트로 파 말 시리즈의 백미는 역시 반전입니다. 셰프 미후네가 사건의 실마리를 모아서 반전을 보여줄 때의 쾌감이 상당하거든요. 마카롱은 생각 못했던 반전과 결말까지 딱 취향에 맞았습니다.

타르타르: 이쪽은 거꾸로입니다. 반전은 반전이되, 마지막에 관련자의 고백까지 듣고 나면 어허허허허허헣 소리밖에 안나옵니다. 모두가 생각한 이야기를 비틀어 버리더군요. 그래서 더 취향에 맞았습니다.

 

 

보고 나면 일본 여행 갈 때 방문했던 모 프렌치 레스토랑이 떠오릅니다. 작지만 편하게 방문해 맛있게 즐길 수 있었던 가게였지요. 지금 다시 찾아가라면 무리지만, 나중에 BC님을 섭외해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어쨌건 배고플 때 보면 매우 괴로운 소설입니다. 프랑스 음식의 세계가 매우 다양하다는 생각도 다시 한 번..=ㅠ=

 

 

곤도 후미에. 『타르트 타탱의 꿈』, 문기업 옮김. 노블엔진(영상출판미디어), 2018, 9800원.
곤도 후미에. 『뱅쇼를 당신에게』, 문기업 옮김. 노블엔진(영상출판미디어), 2018, 9800원.
곤도 후미에. 『마카롱은 마카롱』, 문기업 옮김. 노블엔진(영상출판미디어), 2018, 9800원.

몇몇 단어가 걸리는 부분이 있지만 가타카나 난무하는 소설 번역하셨을 생각하면..=ㅁ=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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