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방전될 정도로 돌아다닌 건 오랜만입니다. 돌아와서 생각하니 미친짓이었군요. 빨리 다녀올 생각이었다고는 해도, 나가서 돌아다니는 동안 단 한 번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는 건, 다시 말해 물이든 커피든 간식이든 뭐든 전혀 먹지 않았다는 겁니다. 공복으로 나가서 마스크 안 벗고 공복으로 돌아오니, 막판에는 진짜 머리가 반쯤 멍한 상태가 되더군요. 돌아와서는 폭식했습니다. 흑흑흑.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했냐 물으신다면, 호기롭게! 라고 답하겠습니다. 호기가 만용이란 걸 계산하지 못했던 겁니다.

 

 

더현대 서울과 이웃한 IFC몰 지하 3층(L3)에서 하는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의 전시는 원래 1월 9일까지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가보고 알았지요. 2월 6일까지로 전시 연장이랍니다. 들어가기 직전에 공지를 보고는 허탈했는데, 돌아나오고 보니 오, 한 번 더 올 수 있다!는 마음이 되더군요. 입장료 1만 5천원을 또 내고서도 다시 보고 싶은 전시란 겁니다.

 

오픈시간에 맞춰 움직인 덕에 사람이 없는 곳에서 혼자서 신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혼자라 가능했지요. 일행이 있었다면 더 정신없고 시끄럽지 않았을까요. 의외로 전시회 보러 온 사람들이 많더랍니다.

 

한 번 더 방문하고 싶다는 건 상품 구입 때문입니다. 2월 6일까지 자금 사정이 풀리면, 기념 삼아서 하나쯤 구입해볼까 싶기도 하고요. 보면서 사진으로 두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전시품은 캔버스에 출력했고, 그 액자 안에도 사진 속 주인공들이 서 있는 등의 장치가 있습니다. 그쪽도 참 귀엽더라고요. 판매하는 쪽은, 구입한다면 포스터 말고 유리쪽으로 할 생각입니다. 코닝 유리를 사용했다더니 색감이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유리판으로 구입해도 좋은데, 개당 7.5만이군요. 그 외 다른 상품은 마스킹테이프나 가방, 엽서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도록도 작은 것과 큰 것으로 나눠 판매중이고요. 도록은 확실히 구입해볼만 합니다. 이쪽도 조금 고민 중이고요.

 

 

작품의 제목이나 설명도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하고, 일본어를 알고 있는 쪽이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몇몇 작품은 한국어 제목을 딱 맞게 붙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이 없는 작품은 일본어 제목을 읽고서야 그 중의성을 이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그랬지요....

 

 

 

작품 중에서 가장 큰 건 서울역이었지만, 이쪽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역은 아이들이 좋아할테고, 이쪽은 어른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테고요.

뭔가 보이십니까. 저 다다미 위에, 아주 작은 소년이 있습니다. 쓸쓸한 농로를 걸어가는 아이. 딱 그런 느낌이더라고요. 이건 아는 사람만 아는 동질감이겠지요. 하하하하하. (먼산) 그렇습니다, 시골 출신이면 더 강렬하게 느낄 겁니다.

 

 

더 자세한 사진은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오늘은 피곤하게 돌아다닌데다 돌아와서는 폭식했더니 벌써부터 졸리네요.ㅠ 조금 많이 이르지만 안녕히 주무세요!

저를 지름에서 구하옵소서.....;ㅂ;








사진 출처는 모두 이베이. 이베이에서 제목 대로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나옵니다.
미니어처가 본품보다 더 비쌉니다. 어딘가의 설명을 읽어보니 대략 1과 3/4인치라는데 그럼 4.5cm 정도. 작군요. 그야말로 미니어처입니다. 구관용으로 쓰기에도 상당히 클듯.'ㅂ';;;

...
결국 미니어처는 타샤할망이나 메리 왕비님이 몸소 보여주셨듯이 인형놀이로 회귀합니다. 하하하하.
신부이야기 1권이야 진즉 샀지만 2권은 미루다가 엊그제, G가 사왔습니다. 저야 지난번 생협 모임에서 원서로 대강 훑어 보았으니 조금 천천히 봐도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랬더니 알아서 G가 사오더랍니다.


이번엔 그림만 본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보고 있자니 진짜 바느질이 하고 싶어집니다. 바느질이 아니라 정확히는 수죠. 융단을 비롯해 벽걸이나 태피스트리를 보고 있노라면 사람 잡습니다. 이러다가 다음 권에서 천 짜는 이야기라도 나오면 맛 갈겁니다.; 몇 년째(아마도 1*년) 도전해보겠다고 말만 하던 태피스트리를 직접 하겠다고, 미니 직조기를 집에 들여 놓을지도 모르지요.
하여간 보고 있는 내내 손이 근질근질해서 혼났습니다. 그 외의 이야기는 머릿 속에 들어오지 않으니, 그걸 봐도 신부이야기는 걸어다니는 옷걸이가 나오는 만화가 맞긴 한가봅니다.'ㅂ';


옷하니 또 생각난 건데, 요며칠 Bud boy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쓰면서 작가 이름인 市東亮子로 검색해보니 번외편이 세 권 정도 나와 있군요. 진작 알았으면 사왔을걸..

시토 료코의 책은 버드 보이 외에 학교 유람기(원서링크)인가, 그 비슷한 제목으로 나온 시리즈가 있고, LIVE(원서링크)였나, 그런 제목으로 나온 SF 시리즈가 있습니다. 한국에 나온 것은 이 세 종류가 전부인 걸로 아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단연 버드 보이입니다.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츠보미는 대화장이라 그런지 항상 반짝반짝한 꽃이 배경으로 들어가는데 전혀 위화감이 없습니다. 중간의 여장신도 그렇긴 하지만 여장이 아주 잘 어울리지요. 하지만 그 미모는 아버지에게 그 성격과 함께 물려 받았으니까요.

여튼 보고 있노라면 이 작가가 옷이나 배경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캐릭터 하나하나도 다 살아 있지만 그 캐릭터도 상당수는 옷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닐까 싶은 정도로요. 개인적으로는 시노노메의 형제들 옷과 츠보미의 옷이 취향이지만 만들기는 쉽지 않겠지요. 예전부터 버드보이랑 내츄럴은 복식 때문에 사람을 홀리는 책이었지만 아직 도전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형옷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이 둘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던가요. 하하하.;
(내츄럴은 중간에 등장하는 좌대신 우대신 복식에 홀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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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관련해서.

요 며칠 30대 여교사와 중학생 제자의 이야기가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데, 100% 비난하는 입장에 서지 않은 것은 제가 교사-제자 관계에 대해 약간의 환상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_-;

- 대운동회의 주인공네 부모님 (그리고 러시아 친구네 부부)
- 마말레드 보이, 여주인공네 친구 부부
- 「명탐정 홈즈걸」에 등장한 사제관계
- CLAMP의 만화에 등장한 수많은 사제관계(-_-)

같은 경우 말입니다.;
해당 사건과 같은 연상 연하 커플은 맨 아래 두 건만 해당됩니다. 다만 다른 경우도 그렇지만 나이차이가 많이 난다거나 해도 서로 좋아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지 않냐는 생각이지요.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 사랑한다는 두 사람 모두가 성인(成人)에 가까운(넘는) 나이일 것

어느 한 쪽이 아직 아이라고 한다면 성인에 가까운 나이, 혹은 성인에 가까운 사고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봅니다. CLAMP의 여러 사제지간 중 가장 혐오에 가까운 감정으로 보고 있는 것이 카드캡터 체리에 등장하는 사제지간입니다. 여기는 사제지간 커플이 세 번 등장하는데, 그 중 사쿠라의 담임선생님과 사쿠라의 친구 관계는 용납이 안됩니다. 한쪽이 어른인 이상 둘이 좋아한다 하면 그건 다분히 성적 뉘앙스를 담을 수 밖에 없는데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애를 두고 그런다고요.-_-; 같은 연상 연하 커플이라도 에리올은 조금 다릅니다. 얘는 정신적인 면은 이미 성인을 뛰어 넘었지요. 몇 십년 먹은 할아버지 아닙니까.
하여간 양쪽 모두가 결정권을 가지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선택할 것이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입맛이 씁니다. 거참..=_=
S에게 보여주기 위해 잠시간 사진만 죽 올려봅니다. 설명은 오늘 중으로 달겠습니다.;; 그 때는 사진을 상당히 쳐낼 예정입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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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정본.

7월 22일부터 8월 4일까지, 안국동에 있는 일본문화원에서 일본의 세시풍속 전시회를 합니다. 정보는 이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토요일에도 하는 줄은 몰랐네요. 이번 토요일에도 연다고 하니 아침 일찍 한 번 더 다녀올까 생각중입니다. 이번에는 사진 찍지 않고 찬찬히 둘러볼 생각입니다.


이날, 제대로 구경을 하진 못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방학중인데도 방과후 수업으로 나온건지 어떤건지, 대규모로 몰려와서 굉장히 혼잡했습니다. 시끄러운데다가 직원들도 학생들이 하도 '괴롭혀서' 진이 빠진 표정이더군요. 애들이 금붕어잡기에 다들 몰려 있고 '왜 한 사람이 한 마리씩 밖에 못 가져가게 하냐'며 불평하고 있는 것도 들었으니 응대가 꽤나 힘들었을 겁니다.
(야들아. 느그들이 떼로 몰려오지 않고 한 둘 왔으면 두 세 마리 잡아도 별 말 안했을거다? 그리고 금붕어 들고 가야 24시간 이내에 화장실 변기로 흘려보내는 거 아냐? -_-)

세시풍속은 12월을 한 부스씩 차려 벽면을 둘러가며 전시했고 가운데에는 일본의 인형을 모아두었습니다. 한데 이게 보통 수준은 아닌 것 같군요. 교인형에 하카다인형도 나와 있습니다. 만지지 말라는 표시는 있지만 사진촬영 금지 표시는 없어서 신나게 찍고 왔습니다. 하지만 스크롤이 두려우니 일단, 12월의 부스만 간단히 찍은 걸 올리고 자세한 것은 ...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올리겠습니다.


이것이 1월. 쇼가쓰-정월입니다. 가가미모치랑 다른 장식품이 있군요.




2월은 세츠분. 節分이라 쓸겁니다. 콩뿌리기 행사를 하지요.




3월의 히나마쓰리는 히나인형만 찍어두었군요. 전체 사진이 없습니다.



4월이 입학입니다. 일본의 신학기는 4월부터 시작이지요.




5월은 코이노보리. 이것도 전체사진이 없군요.




6월은 쓰유. 엇. 梅雨라고 쓰고 쓰유라고 읽나요. 지금까지 마이유...라고 알고 있었습니다.OTL





7월은 칠석입니다. 칠석 장식물도 함께 소개하는군요.




여우가면이 있길래 콧대가 잘 보이게 옆에서 찍었습니다.




8월은 더위나기, 9월은 보름달 구경.

8월에는 라무네병도 함께 나와 있습니다. 어, 하지만 저 아직 마셔본 적 없어요. 여행을 거의 겨울에만 가다보니 여름풍물인 라무네는 만날 일이 없었지요.
9월의 달구경은 토끼들이 달 위에 올라탄 모습입니다. 귀여워요! >ㅅ<




그리고 10월 축제. 이건 손이 좀 많이 갔겠습니다.;




11월은 만추. 12월은 낙엽태우기. 그리고 12월 아래에 있는 것이 나마하게 가면입니다. 생각한것보다 험상궂게 생겼군요.

11월의 동물은 부엉이입니다. 아니, 올빼미인가? 볼때마다 헷갈리니 자세히 보고 판별을..;




코케시(목각인형)라든지 달마인형이라든지 뒤통수에 구멍이 있는(...) 마네키네코도 있지만 소개하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하카다 인형. 옷은 천이 아니라 도자기 그대로입니다.




오야마 인형이란 것도 있는데 아래 사진은 그 중 수 놓은 부분만 확대했습니다. 멋집니다.+_+




소개는 대강 이정도로 하고.. 나머지 사진들은 계절감을 살리면서 하나씩 올리겠습니다. 그러니 아마 다 올라오려면 1년은 걸리겠지요. 핫핫핫.;


오픈시간이 10시입니다. 몇시에 닫는지는 잊었는데 일본문화원 홈페이지에 나와 있을 겁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오픈시간 맞춰서 가려고 하는데 그 때는 조용할까요. 설마하니 또 학생들이 들이닥치거나 하진 않겠지요.ㅠ_ㅠ
타샤 튜더 할머니.
정원 가꾸는 것도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그리고 그렇게 살림하는 것도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이 책 한 권으로 저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마 K나 S가 봐도 동의할겁니다.


나온건 알고 있었지만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타샤튜더 책은 집에 다섯 권 있습니다-한 번 보고 사자 싶어서 도서관에 신청했습니다. 책을 받아 들고는 휘리릭 넘기다가 좌절했고, 다시 찬찬히 읽어가면서 또 좌절했습니다.

아놔. 할머니.
어째 할머니는 인형놀이도 손 대면 예술이래요? -_-;
전문 사진 작가가 찍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실린 사진 하나하나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듭니다. 그러니까, 실제 살림집과 인형의 집이 헷갈릴 정도의 질입니다. 보고 있으면 '인형 놀이를 하려면 이정도로 해야하나'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자아. 본론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보지요.


타샤 튜더의 인형 새디어스(남)와 엠마(여)는 타샤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책에 실린 사진으로 추정하건데, 키는 30cm 전후로 보입니다. 생각보다 크지요. 사람과 비슷한 정도의 비율을 가지고 있으니 USD나 쁘띠 같은 작은 구체관절 인형과는 비율이 다릅니다.

1996년에, 타샤의 작품과 일상생활에 대한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인형의 집을 만들게 됩니다. 인형의 집 자체는 71년도에, 집에 있는 붙박이 수납장에 방을 꾸미면서 시작되었지만 단독 건물(?)로 만든 것은 96년에 제작된 거지요. 그것도 그냥 지은 것이 아니라 집짓기를 담당하는 장인들이 타샤에게 의견을 물어가며 만들었답니다. 장인들이 재미있게 놀면서 만들었다는데 그래서인지 걸작입니다. 이건 사진을 직접 보면 아실겁니다.
크기도 크거니와, 재현도가 장난 아닙니다. 안에 들어간 소품은 타샤가 만든 것도 있지만 주변의 친구들이 만들어서 선물로 준 것도 있고, 강연의 대가로 받은 것도 있다고 합니다. 부엌 소품 중에서 오븐은 실제로 불을 피워 쓸 수 있다는 군요. 아니, 다른 도기나 유리그릇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들이 만들어줬다 하지만 이 친구들이 보통은 아니니까요. 그 '타샤 튜더'와 함께 만들면서 노는 친구들입니다.(먼산)


인형놀이를 좋아하시는 분, 모형 만들기를 즐겨 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볼만한,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사실 저도 사고 싶긴 한데 사고 나면 인형놀이에 도로 빠질까봐 무서워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인형놀이에 빠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소품을 만들게 될까봐 무서운거지요. 일본 서적에서 본 여러 미니어처 책들도 봤지만 이걸 보면 ...(먼산) 아마도 이런 미니어처 소품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궁극적인 목표로 잡는 것은 이렇게 전시해놓고 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간과, 자금과, 손재주가 있어야겠지요. 앞서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70세를 목표로 부단히 움직여보렵니다.-ㅁ-; 하다보면 언젠가는 완성할 수 있을거예요.;




덧붙임. 새디어스와 엠마의 집은 바비의 집이 아니라 미미의 집입니다.

(알아들으시는 분 있겠지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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