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저녁의 사진은 별로 없어서 글로 설명합니다. 이날, 저랑 L은 숙소에서 뻗어 있고 G는 다시 쇼핑하러 나갔습니다. 나갔다가 다이마루 삿포로점에서 발렌타인데이 선물 판매 행사장을 만들었다면서 귀여운 걸로 하나 들고 왔더군요.

 

 

 

봉투에 이름이 있네요. KITSUNE TO LEMON. 레몬을 물고 달려가는 여우라.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여우가 시트러스계 과일을 물고 달려간다라. 개나 고양이나 다 레몬계통은 썩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 아닌가? 상품은 레몬케이크입니다. 그러면 또 의미가 달라지지요. 잘 구워낸 빵이나 케이크의 색을 여우색(키츠네이로)라고 하니, 그렇게 생각하면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다만 케이크는 그만큼의 맛이 아니로군요. 이날 아점과 점저를 이어 먹었던 터라 배가 불러서 못 먹겠다며 투덜대다가, 그래도 맛있으면 더 사와야 하니 맛만 보았거든요. 레몬이 들어간 케이크들을 먹을 때 기준이 되는 건 메종엠오의 마들렌글라쎄입니다. 신맛과 단맛의 조화를 그 과자를 기준으로 잡는데, 아쉽게도 그냥 평범한 레몬케이크였어요.

 

 

 

숙소에서 뒹굴거리다가, G의 쇼핑건이 조금 더 남아서 다시 나갑니다. 이번에는 스텔라 플레이스로 갔지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이번 여행 쇼핑목표의 큰 지분을 차지하는 향수 매장에 가서 왕창 구입합니다. 저는 향을 썩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G는 은근 관심이 있어서 이런 저런 향을 돌려 씁니다. 관심 있는 향수 매장이 마침 삿포로에도 있어서 다녀온 거죠. 가서 향수를 사고, 돌아다니다가 기노쿠니야로 건너옵니다.

 

 

 

 

한국이라면 Living이나 Life, 생활이나 살림에 분류될 책들이 모여 있던 코너입니다. 간행물 코너라고 해도 틀리진 않겠지요. 그리고 이걸 보고 실소했던 건 60대부터 시작하는 기분좋은 생활과 집정리라서요. 30대도, 40대도 아닌 60대. 60대는 은퇴 연령이니, 은퇴해서 또 다른 삶을 꾸려가는 걸 보여주는 걸까요. 독서 연령이나 도서구입 연령 타겟이 점점 위로 올라가나 봅니다. 예전에는 40대였지 않았나. 50대는 바빠서 이런 책을 볼 시간이 없어 넘어간 건가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dankyu 2월 호에 홀랑 넘어가서 집어온 터라 할 말이 없습니다. 흠흠. 하지만 쟤가 먼저...! 아침밥 이야기를 꺼냈다고요...!

 

 

 

 

책벌레의 하극상. M님께 추천받고도 아직 손 못댔는데, 슬슬 손대야 할까요. 크흡. 완결 기념 전시회는 못갔지만 하츠 아키코 전시회 다음주였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하하하....

 

 

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식사는 든든히. 다음부터는 죽을 먹는 것도 생각해볼까요. 올해 감자도, 당근도 풍년이라 제주도 농민들이 시름에 잠긴 모양입니다. 당근은 맛있으니까, 한 상자 사다놓고 열심히 먹는 것도 생각해보렵니다. 라페도 좋고, 가볍게 절이는 것도 좋고. 그냥 찜닭 양념 넣고 뭉근히 익히는 것도 맛있을 겁니다.'ㅠ'

 

 

숙소에서는 9시쯤 체크아웃해서, 공항특급을 타러 올라옵니다. 지정석을 미리 예약할까 하다가 지정석보다는 자유석이 더 많으니 그냥 줄서서 탑승하기로 합니다. 캐리어가 많은데다 무거워서 고생이었지요. 어른 둘에 아이 하나라 어쩔 수 없습니다. 게다가, 겨울이잖아요.

 

 

공항에 들어와, 입국일에 넣어뒀던 보관함으로 가던 도중, 커다란 캐리어가 들어갈만한 보관함이 2층에 있는 걸 발견합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요. 그 와중에 2층의 로비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아마도 집에 돌아가는 모양입니다. 줄 서서 인원 체크중인 것 같더라고요.

 

 

 

 

3층으로 올라와 스타벅스부터 찾습니다. 아직 약간 이른 시간이라 자리는 있습니다. 어머니 드릴 커피 잔뜩이랑 제가 마실 드립백, 오늘의 커피와 G의 말차 프라푸치노 작은 컵. 일본은 찬 음료도 작은 컵 주문이 가능한게 좋습니다. 옆에서 로오히를 돌리며 커피 보충을 하고, 그 사이 G는 짐을 맡긴채 L과 놀러 나갑니다.

 

 

 

점심을 먹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L이 있으니 아무래도 먹어야죠. 이번 여행에서 한 번도 도전 못한 수프카레를 L이 맛있게 먹을 것인가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이것저것 다 먹을 수 있는 집으로 들어가자 주장합니다. 지난 여행 때도 들렀던 밥집 Royal Host입니다. 지난 여행 때 여기서 수프카레를 먹었더랬지요. 무난한 맛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메뉴도 많았으니 L이 고르기도 좋지 않을까 싶어 끌고 갔는데.

 

 

 

L의 선택은 어린이 메뉴입니다. 카레와 소시지. 거기에 감자 튀김. L도 이것저것 한참 고민하더니 데미그라스 소스...일거예요. 소스를 올린 오무라이스를 고릅니다.

 

 

 

 

 

저는 구운채소를 곁들인 블랙앵거스 스테이크 덮밥.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았지만 매우 맛있었습니다. 채소도 전부, 고기도 전부 다 챙겨먹었습니다. 다음에도 공항에서의 식사는 여기를 고르지 않을까요. 면요리를 좋아하지만 라멘은 썩 좋아하지 않는게 왜인지는 모르지만, 이번 끼니들도 라멘이 없었군요. 오히려 지난 여행에서 라멘 먹은 적이 있는지 찾아봐야 할 정도일 겁니다? 한 번이었나?

 

 

 

이걸로 일정이 끝....이 아닙니다. 국제선 탑승 줄은 짐검사에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그래도 출국 수속까지 무사히 다 끝내고 들어간 다음, G가 쇼핑 다녀와서 보여준 블렌디 커피 믹스에 홀딱 넘어가서, L과 함께 손잡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마구 구입했습니다. 그 사진은 맨 아래에. 다른 물건들이랑 함께 정리해야죠.

 

 

 

 

출발하는 삿포로는 맑은 날이었지만, 올라와서 날다보니 구름은 두껍더랍니다.

 

 

 

 

 

 

최종적으로 정리한 짐. 선물용으로 사와서 바로 그 다음에 보낸 롯가테이 과자들. 거기에 면세로 주문한 이니스프리 화장품들, 공항 면세점에서 충동구매한 블렌디 스틱 두 종류와 양파수프 믹스, 홋카이도 이름을 붙여 낸 모리나가 핫케이크 믹스, 다음 방문은 없을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레서판다 노리다케 머그, 팥과 강낭콩과 요츠바 버터밀크 핫케이크 믹스, 태공 옆에 있는 안약 두 종과 드립백 두 종.

 

 

이번에도 체력 한계를 실감했습니다. 체력은 많아도 문제 안되니까 걱정말고 쌓아둬야겠네요. 하.. 앞으로 몇 번의 여행이 더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체력은 더 부족할 것이니 평소에 관리 잘 해둡시다. 끝.ㅠ_ㅠ

일요일에 한 편 더 올렸어야 했지만, 그날 책읽는데 정신이 팔려서 글 쓰는 걸 잊었습니다. 어제 아침에야, 일요일에 글 썼던가라며 뒤늦게 떠올렸을 정도니까요.

 

 

셋째 날. 이날은 삿포로에서 보내기로 합니다. 느긋하게 호텔 19층에서 일식으로 조식을 챙겨먹고 지하도로 빠져, 스스키노를 향헤 걸어갑니다. 오늘의 목표는 메가 돈키호테. 삿포로 역에서 지하도를 따라 죽 걸어가다가 중간에 빠지면, 타누키코지(너구리 소로) 근처에 가게가 있습니다.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한 곳에 들어가서 한 번에 쇼핑하는 쪽이 편합니다. 체력이 없고, 아이가 있을 때는 특히 더 그렇죠.

 

설렁설렁 걸어가는 도중에 발견한 자수 작품.

 

 

 

자수와 그리고 접사입니다. 와아아. 멋지다....... 솜씨도 그렇지만 저런 문양의 디자인도 굉장합니다. 저는 이런 디자인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져 더 부럽습니다. 흑흑흑.

 

https://maps.app.goo.gl/VmDAXftrcUM274sh7

 

메가 돈키호테 삿포로 다누키코지 본점 · 4 Chome-12-1 Minami 3 Jonishi, Chuo Ward, Sapporo, Hokkaido 060-0063 일

★★★★☆ · 할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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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돈키는 건물 하나가 통째로 매장이라, 여러 층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1층은 의약품이 있고, 따로 매대가 있습니다. 의약품 종류는 다른 카운터가 아니라 1층의 특정 계산대에서만 계산 가능하더라고요. 부탁받은 안약을 여기서 발견한 덕에 구매하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G도 하나 구매해보겠다며 덥석 집어 듭니다. 여러모로 비교하다가, 하나는 '화한 느낌(冷やし)'이라길래 아닌 걸로 골라 잡았습니다.

 

친구에게 부탁받은 물건은 '로토 아이 스트레치 콘택트'. G가 고른 안약은 '로토 비타 40 알파'입니다. 이름대로 둘다 로토제약 제품이었지요. G가 구매한 제품은 할인중이라 198엔. 저렴해서 골라든 것 맞습니다. 정가는 500엔 넘는 모양이더라고요.

이날 사온 안약은 그날 사용해본 G가 몸 서리치면서 여행 선물로 결심했습니다. 궁금하다면서 한 방울 눈에 넣더니만, 눈물 날 것 같다며 몸을 뒤틀더라고요. 궁금해서 저도 한 방울 넣어봤다가 아주 신선한(..) 자극을 맛보았습니다. 나중에 친구에게 부연 설명으로 들은 바에 따르면, 로토제약의 안약은 자극 정도를 최고 5점까지로 매겨 소개한답니다. 이날 구입했던 비타 40 알파는 비타민이 첨가된 안약으로, 비타민이 들어가면 넣었을 때 찌릿한 느낌이 있다고 합니다. 확인해보니 자극 정도는 3. 음... 3이 이정도면 5는 어느 정도일까요.

하여간 그 맛(?)을 본 G는 이 안약을 여행 선물로 동료들에게 주면 딱이라면서 구매를 결심합니다. 그게 가능했던 건 할인 중이어서였지요. 숙소에서 삿포로역으로 가는 도중, 삿포로 역 지하 1층에서 만난 드러그스토어에서도 가격이 158엔이었습니다. 원래 가격이라면 여행선물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저 가격이면 부담없이 뿌릴 수 있습니다. 저도 다음에 여행 가면 한 병 사올까 싶군요. 오늘도 눈이 뻑뻑하니, 저런 몸서리치는 자극이 그립습니다.(...)

 

 

메가돈키의 사진들을 올리다보니 지난 글에 이어, '사올걸 그랬나' 시리즈가 이어집니다. 메가돈키에서도 살걸 그랬나 싶지만, 바꿔 생각하면 안 사도 그만인 물건들이요.

 

 

 

그러니까 이런거.

슬라임이 귀엽고 몽글하다는 착각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드래곤 퀘스트의 슬라임들. 그러고 보니 이 슬라임, 『아벨 원정대』였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로 나온 거기서 시작하지요. 주인공이랑 같이 놀던 그 슬라임이 그렇게 생겼지요.

 

게임 속 슬라임들은 원래 산성계통이라, 산성액을 뿌리거나 몸 안에서 산으로 녹입니다. 몽실몽실할리가 없지요.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슬라임을 잘 가공해서 젤라틴이나 해파리와 유사한 느낌으로 먹는 설정도 있습니다. 이쪽 설정은 훨씬 뒤에 나온 것이라, 원래의 슬라임은 낮은 레벨의 잡기 쉬운 몬스터로 주로 등장합니다.

 

 

 

 

인형말고 이런 것도 있습니다. 맨위의 다섯종은 자석이고, 아래에는 숟가락과 포크도 있어요. 아냐, 여기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귀엽지만, 안 사는 걸로.

 

 

 

 

하지만 진짜로 귀여웠다고요.ㅠ_ㅠ 지금 보니 양파 같지만 그래서 더 귀여운 것 아닙니까. 흑.

 

 

 

 

 

뽑기형의 세트도 있지만, 이런 건 돈키에서 찾는 것보다 아예 아마존에서 상자단위로 구매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여기서 칼리타의 커피 세트 식완을 보고는 혹시 상자를 통째로 구매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 제 일본어가 짧아서인지, 아닌지 없다는 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으니 일본어 공부를 더 해야겠습니다. 흑.

 

사와도 어차피 전시만 하겠지요. 그리고 정말로 사고 싶다면 구매대행이든 배송대행지든 써서 구입할테니까요. 아마존에서 구입해서 받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메가돈키에 가기 전에 파르코의 다른 가게에 G의 쇼핑을 위해 잠시 들렀다가, 이번에는 홀랑홀랑 커피를 마시러 갑니다. 구글 맵에서 찾아낸 평점 괜찮은 커피집이 돈키에서 걸어서 몇 블럭만 더 가면 되더군요.

 

 

https://maps.app.goo.gl/pRZfSN7n4ro4swAD6

 

오니얀마 커피&비어 · 6 Chome-21-1 Minami 1 Jonishi, 札幌市中央区 Hokkaido 060-0061 일본

★★★★☆ · 커피숍/커피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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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IYANMA COFFEE & BEER. 오니얀마 커피앤비어.

 

 

 

 

의자가 있는 사진 왼쪽편이 입구입니다. 빌딩 안쪽으로 들어가는 입구도 있습니다. 도착한 시간이 11시 반쯤이라,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음식류도 주문하기로 결정합니다. 먹어보고 싶은 메뉴가 여럿 있었거든요. 메뉴판을 붙들고 한참 고민하다가 주문합니다. 베지 크로크무슈, 티라미수, 시폰케이크와 커피아이스크림, 아이스카페라떼와 중국 운남 커피.

.. 맨 마지막이 조금 희한하죠? 이전에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에서, 차의 명산지인 운남성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는 내용을 본 적 있습니다. 여기서 그 커피를 만날 수 있을 줄 몰랐네요. 이런 특이한 커피는 만났을 때 마셔야 합니다.

 

 

 

유리잔에 담긴 뜨거운 커피에 초점이 맞아서 아래 커피 정보 카드가 안 보이지만, 그것만 따로 찍어둔 사진이 또 있습니다.

 

 

 

 

복숭아, 라이치, 자스민. 매우 독특하죠. 실제 마셔보면 특이합니다. 커피인데 지금까지 마셨던 다른 커피들과는 다른 방향의 향이 올라오더라고요. 플로랄계의 커피는 드물게 마시는 지라, 주로 산미가 도는 과일쪽의 맛을 접했습니다만, 그것과는 다릅니다. 라이치향이라 생각하고 마시면 정말 그런 것 같은 느낌. 적다보니 예언적 확신? 암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여튼 보통 접하는 플로랄 향과는 다릅니다.

평소 즐기는 커피타입하고는 다르지만 이쪽도 화사한 느낌의 커피라 마셔볼만 합니다. 물론 잘 내리는 곳에서 마셔야지요. 커피는 내리는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탑니다. 맛없게 내리면 아무리 좋은 원두라도 이맛도 저맛도 아닌 NO맛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이 사진은 B님이랑 실시간으로 수다떨 때 찍어 보낸 사진이군요.=ㅁ= 카카오톡이 있으니 수다떨면서 여행도 가능하다...

 

 

 

 

베지 크로크무슈는 사진에 없네요. 시폰케이크나 티라미수나 둘 다 맛있었습니다. 베지 크로크무슈도 맛있었고요. 구글 지도에서 평점이 높은 편이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갔지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티라미수도, 아래 진한 커피에 적신 레이디핑거와 위의 크림, 코코아가루가 잘 어울리더라고요. 스폰지가 아니라 레이디핑거라 평점 가산인데다가, 커피와의 밸런스가 잘 맞았습니다.

.. 적다보니 갑자기 티라미수가 만들고 싶군요. 만드는게 문제가 아니라 먹는 쪽이 문제인 나이.. 하..;ㅂ; 게다가 티라미수는 재료 구입하다보면 항상 대량으로 제조하게 된단 말입니다.

 

 

커피까지 마시고 설렁설렁 걸어서 롯가테이로 가다가, 숙소로 들어갑니다. 숙소로 돌아가야 했던 여러 이유 중에는 업무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휴가 내기 전에 작성해서 제출했던 자료가 일부 누락되었다는 연락을 받아서 확인하러 갔거든요. 노트북은 여행 다닐 때 항상 들고 다니기 때문에 대응은 가능합니다. 그래서 숙소 들어가자마자 들어가서 메신저 열었더니 쏟아지는 업무 연락. 아니.-_- 나 휴가라고. 게다가 그 중엔 업무 협조 연락도 있었습니다. 몇 주 전에 진작에 연락했어야 하는 걸, 기간 닥쳐서 연락을 해왔더라고요. 이야아. 이 환상적인 업무 연락 속도라니, 혈압이 마구 오릅니다.

 

어쨌건 자료 누락이 맞다는 걸 확인하고 추가 작성해서 메신저로 보내고, 협조 연락도 답장을 보냅니다. 제가 숙소에 들어와 이런 작업하는 사이에, G와 L은 오오도리 공원의 길가에 쌓인 눈을 열심히 찍어내고 있었습니다. 저랑은 롯가테이 삿포로 본점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오오도리 공원의 1월은 삿포로 눈축제 준비가 한창입니다. 19년 1월에 왔을 때는 눈이 하도 안와서 제설기를 쓰더니, 이번에는 눈이 엄청나게 쏟아져서 걱정없이 틀을 만듭니다. 이미 저 3단 높이까지 눈이 차있는 상태입니다. 얼핏 사각형으로 눈 뭉쳐 놓은 것이 보입니다. 저 안쪽은 축제 준비로 들어가지 못하니, 보도 옆에 허리 높이로 쌓인 눈들을 열심히 눈집게로 찍어내는 겁니다.

 

 

 

올해는 눈 걱정 없어서 좋군요. 포크레인이 신나게 작업중... 아마도....

 

 

 

 

 

이런 눈들. L은 챙겨온 눈집게를 들고 야무지개 하트와 라이언 눈사람을 만들어 냅니다. 제가 먼저 숙소로 돌아간 사이에 지나가던 다른 외국인과 사진 찍고 놀고 했던 모양이더라고요. 그 때문인지 G도 일본어 공부 의욕이 불붙었습니다. 그래, 그래야 자네도 좀 편하게 다니지.=ㅁ=

 

 

업무들을 다 물리치고 서둘러 약속한 롯가테이로 옵니다. G는 여기서 여행 선물을 채울 생각이었고, 저는 2층의 카페에 방문할 생각이었지요. 2층 카페는 대부분 2인석이라, 세 명 자리는 조금 오래 기다렸습니다. L은 아이패드를 쥐어주면 되다보니 이번 여행은 기다리는 것도 그럭저럭 할만 했습니다.

 

기다려서 자리를 잡고, 이번에도 폭주합니다. 제대로 점심을 먹지 않았으니 또 먹는 거야!

참고로 오니얀마 방문 시각이 11시 반 정도, 롯가테이 방문은 1시 반 경이었습니다.

 

 

 

롯가테이에서 가장 유명한 건 버터샌드죠. 그거의 아이스버전입니다. 마루세이 아이스샌드(250엔). 거기에 딸기우유(480엔).

 

 

 

버터샌드는 이렇게 두 조각으로 나눠 나오더라고요. 덕분에 G랑 L이랑 나눠먹었습니다. .. 먹고 보니 이거, 건포도는 럼 절임인데 꼬마에게 괜찮을라나? 이정도는 괜찮겠지요?;

 

 

 

 

아이스라 접착력이 약하다보니, 이렇게 툭.....;

 

 

 

 

이어서 믹스피자(1050엔)와 콩을 넣은 쿠페빵(450엔). 피자는 그 며칠 전부터 피자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꼬마를 위해 주문했습니다. L도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열심히 먹는 모양입니다. 여행 가 있는 내내 피자를 외쳤습니다.

 

 

 

 

피자와 쿠페빵 때문인지 아예 가위가 함께 나오더라고요. 좋았습니다. 가위로 자르는 쪽이 훨씬 편해요. 그리고 L 앞에는 본인이 고른 핫케이크(750)가 놓입니다.

 

 

 

빵 자체의 맛은 무난하지만 모양새는 완벽합니다. 완벽한 핫케이크. 핫케이크의 맛이 유별날 정도인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이건 사진으로만 봐도 흡족합니다. 거기에 버터와 시럽을 더하면 맛 없을리 없죠. 하... 진짜 이 조합은 틀릴 수 없는 맛의 조합이예요. 여행하는 동안은 잠시 건강 걱정 내려 둡시다. 이렇게 먹기 위해 더 운동할게요.

 

 

 

쟈아. 여행기는 이제 하나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사진 찍을 것이 많이 없기도 했지요.'ㅂ' 쇼핑도 거의 G가 하다보니 저는 구경만 이래저래 하고 끝났거든요. 남은 사진은 다음 여행기에 탈탈 털어 모아보겠습니다.

 

 

지난 1월 17일은 한국에서는 고베대지진이라 부르는, 한신아와지대진재(대재해) 29년이었습니다. 여행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다니다보니, 해마다 1월 17일에는 이 뉴스를 보더라고요.

고베 지진이 새벽에 일어났던 터라, 피해도 더 컸고, 그 때를 기리기 위해 해마다 그 새벽 시간에 맞춰 촛불을 켭니다. 초가 쉬이 꺼지지 않게, 자른 대나무에 초를 넣어 기리더군요. 한국으로 치자면 종이컵에 넣은 촛불인 셈입니다.

29년이니 한참 전이지만, 그 재해를 온몸으로 겪은 사람들은 아마 잊지 못할 겁니다. 그거야, 지난 1월 1일의 지진을 맞이한 호쿠리쿠-노토반도 지진 이재민들도 그럴 것이고요. 호쿠리쿠 지진이 난 지 3주 정도 지났지만, 복구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상하수도부터 시작해, 도로 등의 인프라들이 다시 정비되려면 멀었죠. 비용도 어마어마할 거고요.

 

 

 

 

호텔 조식 시간은 6시 30분부터라, 일찌감치 내려갔습니다. 평소에는 아침을 안 먹지만, 여행다닐 때는 안 먹으면 안되죠. 이것저것 관심 가는 메뉴들을 골라 먹었습니다. 센츄리 로얄 호텔 삿포로의 조식은 상층의 일식당과 2층의 뷔페 레스토랑 중 골라서 갈 수 있습니다. 이날은 뷔페, 둘째날은 일식당, 마지막 날은 다시 뷔페였습니다. 하루 걸러 두 번 방문한 뷔페는 메뉴가 조금씩 바뀌더라고요.'ㅠ'

 

 

 

 

이쪽이 일식입니다. 아무래도 G는 뷔페쪽이 취향이죠. 아침이라 입맛이 없기도 하고, 나와 있는 음식들이 어른 취향이라 깨작깨작 먹더랍니다.

 

왼쪽의 작은 냄비는 일본식 된장국입니다. 유부 미소시루였는데, 맛있었어요. 파라핀 연료로 데우는 터라 마지막까지 뜨겁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한펜을 쓴 것 같은 경단, 거기에 간장을 뿌린 간 무와 생선, 달걀말이, 뱅어와 비슷한 시라스, 절인채소와 회까지. 다양하지만 G의 입맛에는 음.... 그래서 그 다음날은 도로 뷔페로 내려갔지요.

 

 

 

 

 

둘째 날 아침, 삿포로 역으로 갈 때는 제가 우겨서 1층으로 나갔습니다. 지하도로 가면 덜 춥고 얼음에 미끄러지는 거 생각 안해도 되지만 괜히 밖으로 나가고 싶더라고요. 삿포로역 광장에서 역을 등지고 남쪽 방향을 찍은 사진인데, 바닥은 눈이 다 녹았습니다. 열선을 깔아둔건가 싶더군요. 그 전에 올 때는 이 정도로 깨끗하지 않았던 것 같고요. 한참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때도 눈이 많이 내려서 캐리어 끌고 갈 때 애를 먹었습니다. 그 때의 숙소는 사진에는 안 보이는, 사진상으로는 오른쪽 저 편에 있을 호텔 그레이서리 삿포로입니다. 지하 연결이 안되어서 지상으로 다녔거든요.

 

 

마찬가지로 둘째 날입니다. 아사히카와로 가는 특급 카무이에 탑승해 출발을 기다리는데, 재미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승강장 건너편에 열차가 한 대 들어왔고, 종점이었는지 승객이 모두 내립니다. 그리고 운전석에서 두 명의 승무원이 내려 열차 안을 확인하며 걸어갑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아마도 철덕일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나타나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찍는 철덕을 찍는 관광객.'ㅂ'a

(분명 다른 분이 나타나 이 열차가 어떤 건지 설명해주실거야...)

 

 

 

아사히카와에서의 점심은 이온몰의 식당가에서 먹었습니다. L에게 뭐가 먹고 싶냐 물었더니 피자라 답했고, 피자를 찾기 위해 한 바퀴 돌았지만 없었습니다. 식당가의 뷔페 메뉴로는 있었지만 단독으로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와 전혀 다르지만 그래도 먹을 것 같은 경양식집에 들어갔습니다. 경양식이라기에는 조금 고급형인 덴버 프리미엄(Denver Premium)으로요. 종업원을 줄이기 위함인지, 여기도 주문은 각 탁자 위에 있는 패널로 받고, 배달은 로봇이 하더랍니다.

 

 

 

인력은 줄일 수 있지만, 기본비용은 마찬가지로 들어갈 겁니다. 시스템 자체는 12월 초에 교토에서 방문한 포무노키와 같더군요. 음료는 자유롭게 갖다 마실 수 있는 드링크바를 주문 항목에 넣거나 세트메뉴에 포함시켜서 손님들이 직접 이용하도록 하고, 음식 주문은 테이블에 부착된 태블릿으로. 이 음식점은 음식 배달도 일손 줄이는 쪽으로 하고, 치우는 것과 손님을 테이블로 안내하는 일, 식사 후 결제만 사람에게 맡깁니다. 덕분에 홀 담당 직원은 정신없이 바쁘더라고요. 점심 시간이 상당히 지나서 사람이 많지 않았음에도 쉴 틈이 별로 없어보였습니다.

 

 

 

소고기스튜, 소고기 햄버그 데미그라스 소스에 달걀 프라이를 올리고요. 거기에 저는 빵, G는 밥. L은 어린이용 메뉴로 팬케이크를 주문했습니다. 고루고루 나눠 먹었지만요. 맛은 생각하는 만큼의, 딱 그 맛입니다. 확실히 홋카이도는 채소가 맛있어요.

 

 

 

이온몰 식당가에서 아래로 내려가다가 발견한 귀여운 물건. 일본의 잡화들은 귀여운 제품이 많지요. 그래서 웬만큼 귀여워서 사람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정도가 아니면 무심히 지나치게 됩니다. 이쪽도 사진만 찍고 돌아섰지요.

 

 

 

 

 

여행 다녀오면 사진 보면서 왜 제품 하나쯤 집어들지 않았을까 후회하지만, 압니다. 들고 와도 책장에 모셔두고 그 뒤에 잊는다는 걸.

 

 

하여간. 동물원 방문 후 점심을 느지막히 챙겨먹고, 이온몰 1층에서 무인양품 들어가서 세일하는 물건들을 돌아보고, 숙소에서 쓸 식사도구를 구입했습니다. 젓가락이랑 포크, 숟가락 등등 말입니다.

 

15시 열차로 출발해 16시 25분에 삿포로 역 도착. 피곤했지만 그래도 목적지가 있으니까요. G의 여행 목적 중 하나(쇼핑)를 해결하러 잠시 돌아다녔다가, 다이마루 백화점 4층에 애프터눈티룸이 있는 걸 보고 오랜만에 찾아 들어갔습니다. 처음에 일본 여행 다닐 때는 일부러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면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30%의 확률로 들어가는 가게가 되었네요. 안 들어갈 때가 더 많지만, 이날은 오랜만에 본 터라 어떨까 싶어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딸기 시즌이라 그런지 신기한 메뉴가 있더라고요. 딸기차이티. 이거 뭐냐...+ㅠ+

 

 

 

딸기 애프터눈 티 세트를 주문하면 세 종류의 디저트에 음료를 한 잔 고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따라오는 음료로는 딸기쥬레 아이스티를 주문하고, 딸기 차이티는 한 잔 추가했습니다.

포트가 매우 인상적이지요. 이상적인 모양의 주전자. 게다가 법랑 재질이라 가볍습니다. 애프터눈 티 룸의 사용 제품은 모두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판매중이더라고요. 물론 안 샀지만. 아이스 딸기차이티가 뭔가 했더니, 저 딸기 절임을 컵에 붓고 차이를 따르면 된답니다. 그리고 저 차이는 팩으로도 팔더라고요. 오오. 그 차이팩 사다가 설탕만 입맛에 맞게 타 먹으면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무거워서 안 샀지.... 1리터 팩은 1kg이란 걸 잊지않았습니다. 그리고 저 음료를 시켰던 G는 생각보다 안 달다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건 역시 타조차이티의 달고 단 맛이라 평했습니다. 하지만 타조 차이티는 이제 가고 없죠. 스타벅스 메뉴에서 사라졌습니다.

 

 

 

 

아이스 딸기 쥬레. 뭐냐면, 가볍게 굳힌 젤리가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아이스티입니다. 잘 섞어 마시니 맛있더라고요. 쓰읍... 젤라틴을 집에다가 좀 들여 놓고 올 여름에는 이렇게도 마셔볼까요. 맛있던데. 옛날 옛적에 한국 스벅에도 비슷한 음료가 있었지요. 커피젤리가 들어간 스벅 음료 말입니다.

 

 

 

 

 

그 젤리는 디저트로도 주문했습니다. 거기에 딸기 까눌레와 샌드위치 형태의 크림 딸기 도라야키. 라고 멋대로 부릅니다. 이 때 딸기 시즌이라고 딸기 파르페도 있던데, 주문할까 하다가 티세트에서 고를 수 있는 디저트에 미니 사이즈가 있는 걸 보고 그걸로 골랐습니다. 점심 먹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으니 더 먹기는 부담스러워서요.

 

 

 

잠시 쉬다가, 지하 식품매장으로 내려가 추가로 쇼핑볼 것이 있나 둘러보고, G가 다른 매장 둘러보는 사이에 과일을 좀 삽니다. 딸기와 자른 과일 모둠, 그리고 일본 여행 가면 종류별로 쟁이겠다 생각했던 카레 루도 구입하고요. 그리고 다이마루 길 건너의 기노쿠니야의 스타벅스에서 카페 미스트, 오페라 프라푸치노, 반건조토마토 피자토스트, 홋카이도 머그를 구입합니다. 카페 미스트는 오늘의 커피와 마찬가지로 스타벅스 내에서 재주문 가능 음료더라고요. 영수증을 보고 알았습니다. 한 잔 구입했다면 그 날 안에 스타벅스에서 할인가격으로 동일 음료를 한 잔 더 받을 수 있는 겁니다.'ㅠ'

 

홋카이도 머그는 G의 몫이라, 위의 사진에는 제 몫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레서판다 머그, 무인양품에서 사온 숟가락, 다이마루 지하 슈퍼에서 사온 크림스튜 루와 카레 루, 해시드비프 루 세 개만 찍혀 있습니다.

 

 

 

 

스타벅스 삿포로 기노쿠니야 점에서 구입한 카페 미스트는, 컵 리드에 이런 그림이 있더라고요. 이 컵뿐만 아니라 여행 기간 중 스벅에서 구입한 모든 컵에 그림이 있었습니다. 아. 귀여워...!

 

 

 

이렇게 귀여운 사진을 마지막으로, 나머지는 다음 여행기로 넘깁니다. 3일차의 사진은 먹는 이야기가 주로 나오겠네요.

이번 여행의 주요 목적지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이었고, 그 다음이 오타루였습니다. L이 오르골을 좋아한다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일정에서 오타루는 빠졌습니다. 사전에 여행계획을 알려줬다면 L이 항의했을지도 모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저랑 G만 공유하고 L에게는 안내하지 않았거든요.

오타루는 다음에도 갈 수 있지만,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펭귄 산책은 겨울에만 볼 수 있으니 방문 일정은 동물원이 우선했습니다. 게다가 삿포로에 다음에 온다면 그 때는 여름이 아닐까 생각했던 터라, 오타루는 다음으로 밀렸습니다. 첫날의 공항 특급 탑승 경험과, 둘째날의 빡빡한 왕복 일정이 '내일은 열차 타고 싶지 않아!'라는 3일차 일정 취소를 이끌어낸거죠. 덕분에 L은 3일차 때 오오도리 공원 옆길에 쌓아둔 눈과 놀았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는 그 다음 글에.

 

그리하여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첫날 일정에서 안 올렸던 사진을 모아봅니다. 이 글은 사올 걸 그랬나의 미련 모음집이기도 합니다.

 

입국 수속을 마친 뒤에는 캐리어를 넣어둘 코인로커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국제선 출국수속 카운터인 3층까지 올라왔는데, 여기에는 다행히 자리가 있더라고요. 하기야 시간을 생각하면 그쪽이 비어있는게 맞긴 하죠. 캐리어를 넣어두고 움직입니다.

 

예전 여행 때는 여기에 홋카이도 동물들을 모티브로 만든 나무 퍼즐 모양의 조각품이 있었지만 이번에 가니 사라졌더군요. 참 귀여웠는데, 아쉽군요.

 

 

 

그 출국 수속 카운터에서 가장 가까운 기념품 상점입니다. 예쁘지만 쓸 일이 없는 물건들. 하. 지금도 고민입니다. 저기 오목눈이 가방은 사왔어야 했나. 아니, 인형만이라도 들고 왔어야 했나. 아냐, 다음 여행 때 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토트백도 맨 오른쪽에 걸린 숄더백 타입, 지금 보니 사올걸 그랬나 고민만 합니다. 후회가 아니라 고민인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귀여우니 계속 있을 거예요.

 

 

 

 

2층으로 내려와 돌아다니다가 이런 책꽂이를 봅니다. 넵, 책꽂이 맞아요. 이 비슷한 걸 알라딘에서도 판매할 겁니다. 직각으로 붙인 ㄱ자 모양의 나무판 하단에 1cm 남짓의 나무를 덧대었습니다. 얼핏 좌식의자 같기도 하지요. 이런 형태면 바닥에 두고 책을 올려뒀을 때,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책이 쓰러지지 않는 책꽂이가 됩니다. 아이디어가 좋더라고요. 참 예뻤지만 책상 위에 책을 저렇게 올려둘 일이 없어서 구경만 하고 말았습니다. 집 책상은 책을 뉘어서 쌓아두고, 안 쌓는 책은 등 뒤의 책장에 꽂아두거든요. 저런 작은 책꽂이는 정리 잘하는 사람이 쓰는 광활한 책상에 물건을 둘때만 유용합니다. 저처럼 책상 위에 이것저것 쌓는 사람에게는 그리 효율적이지 않아요. 사진에서 보이듯 기껏해야 다섯 권 올라간다고요. 쌓으면 열 권인데!

 

여기서 나무컵도 보고 진지하게 구입을 구매했지만 고민만 하다가 내려 놓았습니다. 괜찮아요. 제게는 xx개의 머그가 있습니다. 더 늘리지 않는 걸로 해요. ... 물론 지난 글에 적었듯 이미 하나 증가했습니다.레서판다 참 귀엽죠.

 

 

 

그리고 그 옆에서 요츠바를 발견합니다. 요츠바다!

 

 

 

 

사람들이 줄서서 사가는 것은 아이스크림이지만, 저랑 G는 이걸 구입합니다. 요츠바 버터밀크 팬케이크 믹스. 낱개로도 판매하지만 선물용으로 주머니에 두 개 담아 판매하는 것도 있더라고요. 낱개로는 599엔이지만, 두 개들이 선물용은 1150엔이니 남는 장사죠. 선물용으로 구입해서 하나씩 나눠가졌습니다. 주머니는 G에게. 아마도 뜨개질거리 담는 용도로 쓸 겁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발견해서 찍은 사진. 아니, 저기, 즈라한님. 왜 여기 계시는거죠?

 

키노토야에서 아이스크림을 홍보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아이스크림. 날이 추워서 여행 기간 동안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안 먹었습니다. 참 맛있는데, 맛은 둘째치고 저나 G나 위장 상황이 썩 좋지 아니한데다 추워서 먹을 수가 없었다니까요. 아이스크림 먹을 생각이 안 드는 홋카이도 (추위) 여행이었던 겁니다.

 

대부분의 음식, 식료품 매장은 2층에 있었습니다. 2층에 내려가서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사실 요츠바도, 키노토야도 아니고 비에이센카입니다. 홋카이도 여행 갈 때마다 반드시 챙기는 붉은강낭콩(金時豆)와 붉은팥을 사기 위해서지요. 근데 金時豆는 적고 나서 기시감이 들어서 한 글자씩 읽었다가 깨달았고. 이거 킨토키였구나... 긴토키마메..... 하지만 얘는 은혼이 아니라 금혼이니 다른가요.

 

원래 비에이센카 매장에서 가장 유명한 건 옥수수빵이지만, 기내식까지 먹고 내린터라 옥수수빵은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콩이니까요. 그렇게 줄서서 기다리다가 강낭콩과 팥과 그 옆에 있던 신기한 물건을 챙겨서 구입하고 다시 돌기 시작합니다.

 

 

비에이센카에서 중요한 물건도 샀으니, 그 다음은 우유를 마시러 갑니다. 신치토세공항 안에는 밀크스탠드나 밀크바도 여럿 있어서 어디서든 홋카이도 우유를 마실 수 있고요. 저는 홋카이도 우유 카스테라 집에서 우유와 카스테라를 먹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먹을 것보다는 마실 것을 더 선호하지요. 소화력의 문제입니다. 강철도 소화할 것 같던 위장은 어디 가고 없고, 이제는 우유 한 병에도 허덕이는 위장이 남았네요. 크흑. 우유는 진하고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못참고, 제일 작은 카스테라로 한 상자 구입했습니다.

 

 

홋카이도 우유 카스테라는 3층, 스타벅스 맞은 편에 있습니다. 여기서 죽 걸어가면 국제선 카운터가 나오지요. 우유를 마시며 한숨 돌리고, G와 L이 로이스 매장과 도라에몽 등의 상품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 그 옆 테이블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잠시 뻗어 있었습니다.

 

 

눈보라를 뚫고 열차가 삿포로에 도착한 뒤에는 아예 지하로 움직였습니다. 이번 숙소를 잡을 때부터 센츄리 로얄 호텔 삿포로가 삿포로역에서 지하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지난 여행 때는 숙소가 삿포로 역 바로 근처지만 지하로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서 지상으로 다닌 통에 불편했거든요. 그 때는 날씨가 따뜻한 편이라 눈이 녹아 질퍽한 길을 캐리어 끌고 이동하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하로 이동가능하다는 점도 숙소 선택의 주요 이유가 되었는데, 날이 추운데다 아이가 같이 있으니 지상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습니다. 언 눈에 미끄러지지 않으니까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가 있을 때는 참 중요합니다.

 

숙소가 다이마루 길 건너, 그러니까 삿포로 기노쿠니야랑 같은 블럭이 있는 걸 알고 움직였고, 구글맵으로 가장 가까운 출구가 어딘지도 미리 확인해뒀습니다.

 

 

저 분홍색이 모두 지하 통로이고, 삿포로역에서 내린 뒤에는 S-2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그 주변에 가니 '센츄리 로얄 호텔' 통로 안내판이 있습니다. 다만 지하도에서 호텔 로비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고, 차도 아래에 해당하는 부분은 다른 지하통로보다 한 단 낮아서, 계단을 내려갔다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지하 1층에서 건물 1층으로 이동하고, 거기서 로비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그래도 밖으로 안나가는게 어디예요!

 

추가침대를 포함한 3인 1실의 3박. 체크인하면서 바로 결제했고 숙소로 올라갔습니다. 생각보다 방이 넓더라고요. 침대를 추가하고도 여유 공간이 있어서, 대형 캐리어 두 개를 펼쳐 놓고도 테이블을 둘 정도의 공간이 납니다. 그래도 숙소가 전체적으로 오래된 느낌이 있어요. 그러니까 신주쿠 파크 호텔에 묵었을 때의 아련한 감상이 떠오르는 거죠.

 

L이 그래도 꽤 컸다고 생각한게, 숙소에다가 아이패드 쥐어주고 놔둬도 걱정이 없다는 겁니다. 혼자서도 잘 놀아요. 아이패드로 게임하게 두고, 저랑 G는 다이마루 지하에 저녁거리를 사러 갔지요.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 갔다가 호텔 1층에 있는 패밀리마트도 들러서 물도 사오고, 컵라면도 사왔습니다. 닛신 컵라면을 먹어본 G가 그러더라고요. 어릴 적 먹어봤던 그 컵라면이 떠오른다고. 면발에 양념이 배어 있는 그 오래 전의 컵라면이.

음... 저는 돈베 컵라면을 주로 먹는지라, 맛을 안봐서 모르겠습니다.'ㅠ'a

 

덧붙이자면 다이마루 지하에서 사온 음식들은 대체적으로 맛없었어요. 지난 여름의 여행이랑 비교해서, G가 도쿄보다 맛이 없다고 총평하더군요. 하나마루를 다녀왔어야 했는데, 그럴 체력이 안되었습니다. 역시 여행은 체력이 가장 중요해요.

 

 

 

이날 제몫으로 챙긴 물건들을 찍어봤습니다. 태공이 깔고 있는 흰색 병은 비에이센카에서 구입한 하스컵 잼입니다. 하스컵혹은 하스카프는 한국에서 잘 안보이는데, 홋카이도에서는 자주 보입니다. 진달래과라고 하던데 이게 댕댕이나무하고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댕댕이나무는 백두산쪽 자생이라고 들은 듯합니다. 색은 블루베리와 비슷하지만 블루베리의 동글동글한 모양과 달리 약간 길죽하고, 맛은 훨씬 십니다. 신맛이 강해요. 그래서 잼을 만들면 상당히 맛있습니다.'ㅠ' 몇 번 먹어보고 반했지요.

 

거기에 앞서 언급했던 강낭콩, 팥, 홋카이도우유카스테라 제일 작은상자, 그 옆에는 비에이센카에서 사온 인스턴트 양파수프입니다. 지금은 인스턴트 양파수프가 유행인지, 저 제품 말고 다른 것도 몇 종 보았습니다. 하지만 사오기만 했지, 아직 맛은 안봤네요.

 

그리고 뒤의 돈베는 미니컵입니다. 저거 김밥이랑 먹으면 딱 좋아요.... 돈베는 무조건 유부맛을 고릅니다. 튀김 메밀면보다 유부 넙적면을 항상 집어들지요. 쓰읍. 또 먹고 싶으니 주말에 한 개 까야겠습니다.

 

 

 

쟈아 나머지 사진은 다음글로! 'ㅠ'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짤막 감상은 여행 직후의 첫 글로 올렸습니다. 이제는 더 동물원에 가지 않을 것 같다고요.

 

240120_北へ(북으로), 오랜만의 동물원

https://esendial.tistory.com/9730

 

240120_北へ(북으로), 오랜만의 동물원

아슬아슬한 시간에 들어가 펭귄 산책 끝자락을 보았던 여행이었습니다. 음... 다닐 때는 꽤 많이 피곤했지만 돌아와서 짐 정리하고 나니 주섬주섬 다음 여행을 챙기게 되는군요. 일단 하나는 확

esendial.tistory.com

 

사진을 보며 여행의 기억을 짚어 나갈 수록 그 마음이 더더욱 강화됩니다. 십여 년 전의 방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지만 세 번째는 아마도 없을 것 같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으니 차근히 짚어 보지요. 그러니 신치토세공항에서의 사진과 첫 날 저녁 사진은 다음에 따로 모아 올리겠습니다.-ㅁ-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아사히카와에 있습니다. 아마도 삿포로와 오타루, 하코다테에 이어 가장 널리 알려진 도시일겁니다. 예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아사히카와 직항을 운행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마도 없고요. 코로나19 한참 전에 이미 철수했을 겁니다. 하코다테도 직항이 없는 걸로 압니다. 그러니 홋카이도에 가려면 신치토세공항으로 들어가거나, 본토에서 신칸센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JR 패스가 오르기 전이라면 후자도 시도해볼만 했지만 지금은 그러기에는 너무 비싸긴 합니다. 시간이나 체력적인 문제도 있고요.

 

 

위의 사진은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로 가는 도중에 찍었습니다.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 방향으로 가는 열차 이름은 카무이인데, 이 이름을 듣고 어떤 만화를 떠올리느냐에 따라 연대가 갈릴 겁니다. 『골든 카무이』냐, 『X』냐. 저는 후자입니다.

 

하여간.

열차 이동을 택한 건 L의 차멀미 때문이었습니다. 이 꼬마는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열차 안에서도 멀미를 하더군요. 이날 돌아오는 열차에서 멀미를 심하게 해서 얌전히 숙소로 들어와 쉬고는, 그 다음 날의 오타루 일정은 취소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타루에 눈 내리는 풍경을 보고 안 가길 잘했다 생각했지만, 그건 그 다음의 일이죠.

 

아사히야마 동물원까지 가는 방법은 열차 이동 외에 버스 이동이 있습니다. 버스 이동은 삿포로 역 관광안내소에서 예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네이버 블로그들에서 그런 정보를 보고, 첫날 도착하자마자 버스 예약부터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버스로 이동하면 아침 7시에 삿포로 역에서 출발이라는데, 출발해서 돌아오는 것과 입장하는 것까지 모두 함께 묶인답니다. 다만 3시간 가량 걸리는 버스 이동은 L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 하여,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는 열차 이동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그러면서 여행 전에 아예 JR 홋카이도 삿포로-후라노 에어리어 패스도 세 장 구입했습니다. 어른 둘, 아이 하나. 이건 공항에서 미리 교환해뒀지요.

 

 

 

 

특급 카무이도 지정석이 있지만, 전체 열차 중 한 량입니다. 나머지는 다 자유석이고요. 지정석을 예약할까 해서 녹색창구에 갔더니 만석이라는군요. 그냥 자유석으로 들어갔고, 그래도 별 문제 없이 다녀왔습니다. 앗, 그리고. 정시 출발입니다. 매 정시마다 삿포로역에서 출발하는 모양이고요. 바꿔 말하면 한 시간에 한 대인거네요.

 

09:00 특급 카무이 출발

10:32 아사히카와 하차

 

아. 근데. 도착하기 전 확인했을 때부터 살짝 일정이 꼬입니다. 원래 11시 30분에 시작하는 펭귄 산책을 보려고 서두른 건데, 더 서둘러야 했던 겁니다. 펭귄 산책은 11시 30분과 14시 30분에 있고, 이 중 11시 30분의 산책을 보려면 10시 40분에 아사히카와 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탑승해야 합니다. 문제는 카무이가 몇 분 가량 연착했다는 것이고, 잠깐 쉬어갈 틈도 없이 내리자마자 버스를 향해 달렸습니다. 하하하하하하.

 

10:40 아사히야마 동물원 행 버스 출발

 

이 버스도 1시간에 두 대 있는 듯합니다. 그러니 시간을 잘 맞춰 갔어야.... 08:00의 카무이를 탔다면 더 여유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럴려면 L과의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버스는 북쪽출구로 나오면 바로 있습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안내도 자세히 있더라고요. 탑승하면서는 정리권을 뽑거나 충전형 카드(스이카나 이코카나 이타카나 기타 등등)를 찍으면 됩니다. 카드 충전을 미처 못했던 터라 현금으로 지불했습니다. 큰 돈만 들고 있어도 잔돈 교환이 가능하다보니 큰 문제는 없습니다. 잔돈으로 바꾸고 정리권과 버스 요금을 같이 내면 됩니다. 아사히카와 역에서 아사히야마 동물원까지는 500엔입니다.

 

덧붙이자면, 이동경로 정보는 구글지도를 이용해 확인했습니다. 구글이 실시간으로 알려주니까요. 와아아.

 

 

 

 

버스에서 내려 열심히 이동했는데, 이미 펭귄들이 걷고 있었습니다. L에게 잘 보이는 위치를 잡고 사진 몇 장을 찍었지만 시큰둥합니다. 펭귄보다 그 옆의 눈에 훨씬 더 관심이 많더군요. 눈집게를 종류별로 세 개 들고 왔는데, 여기저기서 하트 모양 눈뭉치를 제조중이었습니다. 아. 그래, 동물보다는 눈.

 

 

 

 

북극곰도 눈을 좋아할 것 같지만, 아닌가 봅니다. 하기야 아사히야마에서 오랫동안 세월을 보냈을테니 눈이 지겨울지도 모릅니다. 쌓여 있는 눈이 상당했거든요. 흰곰이 아니라 털안빤누런곰이 쇠창살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레서판다는 다릅니다. 뭔가 개짖는 소리로 착각할만한 소리들이 나더니, 두다다, 두다다다다다다다다 달리는 소리와 함께 다리 건너의 작은 상자 쪽으로 레서판다 한 마리가 뛰어 옵니다. 그리고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다시 돌아갑니다.

 

 

 

 

주변에 관광객들이 몰려서 사진찍기 여념없습니다. 사진보다는 눈에 담는 것이 좋지만, 음, 레서판다는 참 귀엽군요.

 

 

 

 

 

 

지나가다가. 눈 산에 누군가의 발자국이 남아 있는 걸 보았습니다. 아니, 동물원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른 동물들을 구경하는 동물은 누구인 것이냐!

 

 

 

 

동물을 찾아보시오. 라고 수수께끼를 내도 될 겁니다. 찾으셨습니까? 흰 올빼미 한 마리가 앉아 있더라고요.

 

 

 

 

 

늑대는 세 마리.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가운데 있는 검은 녀석은 경계중인듯 합니다. 날선 모습을 보니, 왜 이렇게 갇혀 있는 건가 싶고요.

 

 

 

 

에조히구마. 에조불곰입니다. 불곰이라 하면 항상 티르코네일 숲에 들어가서 한 방 곰을 잡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에조불곰은 다릅니다. 최근에 사망 확인되면서 NHK 다큐멘터리로도 소개되었던 그 불곰은 덩치도 덩치거니와, 야생동물이 아니라 방목한 소들을 잡아서 문제가 되었지요. 사슴도 먹지만 소도 먹는데다가, 소를 점점 더 자주 해치고 배고파서가 아니라 재미로 해치는 듯한 행동이 있었다더군요. 20세기에도 마을 하나를 전멸시켰던 불곰이 있었고, 나무위키에도 설명 있으니, 공포소설이 읽고 싶을 때 보세요. 겨울밤에 읽기에는 조금 무서운 이야기지만요.

 

 

 

 

 

오랑우탄의 집, 아니 감옥. 보고 있던 G가 그러더군요. 중간에 있는 판들이 모두 다 철망이라고. 판판한 곳이 없다고요. 저 맨 위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토나카이는 분변 냄새가 조금 많이 났습니다. 왜 사진 찍었냐 물으신다면, 『바렌랜드 탈출작전』이 떠올라서라고 답하겠습니다. 토나카이는 생각보다 작더라고요. 얘들, 한 겨울 날 정도로 잡으려면 몇 마리나 잡아야 하는 거죠.

 

 

이 외에 하늘다람쥐와 카피바라도 봤지만 사진은 안 찍었습니다. 하늘다람쥐는 아주 어둡게 한 공간에서 활발하게 놀지만 혼자였고, 카피바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추워서일까, 아니면 답답해서일까 기력이 없어보이더군요. 둘러보는 사람들은 신나지만 레서판다와 에조 너구리를 제외하고는 기운차 보이는 애들이 없습니다. 제가 보는 감정이나 시선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오랜만에 동물원을 와보고는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상품은 사야죠.'ㅂ'

 

산 아래쪽 서문으로 돌아 내려오면서, 올라올 때 봐뒀던 가게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둘러보다가 이런 걸 봅니다. 와, 머그야! 와, 레서판다가 있어! 근데 심지어 머그에 레서판다가 세 마리로군요. 얘들 이름은 데미, 레아, 페리로 명명합니다.

 

 

저 머그는 개당 2200엔으로 노리다케 제품입니다. 그리하여 마음 놓고 구입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제가 머그로 사용중이지요. 흠흠. 디자인적으로 아주 뛰어다나거나 하진 않지만 기념삼아서 하나 구입할 정도는 됩니다. 게다가 노리다케라, 얇고 가볍거든요.

 

 

 

후다닥 동물원을 둘러보고 나오기로 한 건, 점심은 아사히카와 역 주변에서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구글지도는 제게, 12시 40분에 차가 출발한다고 알려줬습니다. 그 다음 버스는 텀이 멀기 때문에 35분에 맞춰 후다닥 내려왔지요. 다행히 올라갈 때의 만원버스와는 달리 내려올 때는 상대적으로 한가했고, 그 덕분에 1시 훨씬 넘겨서 아사히카와 역에 내렸습니다.

 

12:40 아사히야마 동물원 출발

13:20 아사히카와 역 도착

 

동물원이 종점이고, 또 역이 종점입니다. 이 두 곳 사이를 운행하고 소요시간은 대략 40분. 하지만 이날은 눈이 와서 조금 느리게 달리는 것 같기도 했고요? 애초에 아사히카와는 눈이 많이 올거라 딱히 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요.

 

 

역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이동해서 15시 특급 카무이를 타고 출발합니다. 그리고 16시 25분에 삿포로 도착.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는군요.

 

15:00 특급 카무이, 아사히카와 역 출발

16:25 삿포로역 도착, 하차

 

 

이날의 이후 일정은 전날 일정과 모아서 살펴볼까요.'ㅂ'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어쩌다보니 매번 여행 일정이 비슷합니다. 4일 이상의 여행을 비수기에 잡다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올해도 1월 셋째 주에 여행 일정을 잡고 홋카이도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첫 홋카이도 방문이란 점, 그래도 조금 더 자란 L을 데리고 가는 여행이란 점, 그래서 L을 위해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목표로 잡았다는 점이 그랬지요. 정리하자면 이번 여행의 주제는 유연한 여행이고, 소재는 눈이며, 주인공은 L입니다.

 

항공권은 일찌감치 준비했습니다. 여행 관련 정보는 메일을 지우지 않고 모으기 때문에 확인 가능했습니다만, 3월에 예약을 했군요. 그것도 늦었다고 생각한게, 2023년 3월에 2024년 1월의 보너스 항공권-마일리지 항공권 자리가 매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대기예약을 해두고 신치토세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항공권을 먼저 잡고, 대기 예약 풀리는 걸 기다리다가 안 나올 것 같아서 인천공항에서 신치토세공항 가는 출국편도 5월에 잡았습니다. 그리고 추석쯤 되니 1월의 홋카이도 왕복 항공권은 전체 매진이더라고요. 왜 이걸 알았냐면, 부모님께 혹시 1월 여행 같이 가실 생각 있냐고 물어서 확인한게 작년 추석 즈음이어서 그랬습니다. 부모님은 가지 않으시는 걸로 결론 났지만 확인은 했더랬지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보너스 항공권 구매는 가능하면 반년 전에 해야함.-_-

2.보너스 항공권 구매 시에도 유류할증료는 따로 붙음. 다행히(...) 20만원은 안됨.

 

이래저래, 이번에 프레스티지를 타보고 싶었지만 보너스 항공권은 프레스티지 좌석을 두 석만 배정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G와 L만 프레스티지 들어가고, 저는 일반석을 예약했습니다. 출국편은 그랬고, 귀국편은 셋다 일반석으로 잡았습니다. 편도 기준으로 프레스티지는 22500마일, 일반석은 15000마일입니다. 일본 전역 동일하다보니 홋카이도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잡는 것이 유리 ... ... ... ... 하지도 않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지금 도쿄 왕복 항공권 확인하다가 김포와 하네다 왕복 항공권이 78만원 나오는 걸 확인햇거든요. 성수기는 이보다 조금 비싸답니다. 나리타 왕복이었나가 82만? 그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 저는 포인트 안 쌓고 마일리지 모아서 항공권으로 바꾸렵니다. 전시회 때문에 1년에 두 번 정도는 급한 여행 일정이 잡히다보니 마일리지 모으는 쪽이 훨씬 이익입니다.

 

 

항공권은 3월과 5월에 확정하고, 숙소 확정은 그보다 늦었습니다. 자란(jalan.net)을 주로 이용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예약 취소시의 부담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공하는 이른 예약 할인은 반년 정도 전에 풀리니 너무 일찍 예약하면 오히려 할인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호텔 몇 개를 봐두었다가 최종적으로 결정합니다.

 

숙소는 센츄리 로얄 호텔 삿포로(Century Royal Hotel Sapporo)로 잡았습니다. 자란의 호텔 정보 페이지 하단에는 평가 항목이 있고, 이 중에서 총 별점과 조식 평점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센츄리 로얄을 잡은 가장 큰 이유도 조식 평점이었습니다. 만.... 음, 지금까지 가본 홋카이도 호텔 조식들을 생각하면 이게 그렇게까지 맛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조식 별점이 높아서 기대했지만 기대에 못미쳤거든요.

 

 

여행 전의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했으니 본격적으로 여행 이야기를 해봅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7시 30분입니다. 인천공항 리무진 첫 차는 아니고, 6시 조금 넘어서 탑승했습니다. 어머니도 L이 걱정되셨는지 나와서 버스 타는 것까지 보고 들어가시더라고요. 공항 리무진은 기내용캐리어는 안에 들고 타지만, 대형 캐리어는 아래의 짐칸에 넣습니다. 터미널 1(T1)이냐, 터미널 2(T2)냐에 따라 넣는 칸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류장 내리는 기사님은 내리자마자 그 부분부터 확인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리무진 기사가 내린 뒤에는 출입문에서 기다렸다가, 기사 탑승 후에 올라가서 후불 교통카드를 찍으면 됩니다.

 

 

 

삿포로 가는 건 KE765. 이 때까지만 해도 그 뒤에 일어날 자연재해는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안심하세요, 심각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저 그 다음에 벌어진 이야기일뿐.

 

 

시간순서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06:0* 공항버스 탑승

07:30 T2 도착

07:35 와이파이 도시락 수령

 

G와 L이 프레스티지 항공권을 끊었기 때문에 캐리어도 두 사람 쪽으로 부칩니다. 과연. 나중에 신치토세공항 들어가서 짐 수령해보니 역대 순위 안에 들 정도로 빨리 짐이 나왔습니다. 프레스티지의 짐이라면 먼저 보내줄 거라 생각하고 움직였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건 다른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으니, 그 다음에 일어난 일과 이어집니다.(2)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한 L은 아직 몸 상태가 100%가 아닙니다. 간단히 빵을 먹이고, 물을 먹이고 기다렸다가 출국장으로 들어갑니다. 들어가고서야 깨달았는데, 노약자 동반팀은 우선 통과 줄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 출국 게이트를 못찾아서 일반 줄로 섰는데, 아동을 동반한 일행이라면 그쪽을 이용하세요. 이 때 줄이 워낙 길어서, 한참 걸렸으니까요.

 

08:05 2번 출국장 줄 서기

08:35 출국 심사 종료, 탈출

 

30분 줄 선 셈입니다.

 

 

그 뒤에 면세품 인도장에서 면세품을 찾고, 바로 게이트로 이동했습니다. T2 출국장 쪽에는 SPC와 롯데가 혼재되었더라고요. 롯데와 SPC 모두 블랙기업으로 불매목록에 올라 있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롯데를 마십니다. 엔제리너스가 있어서 거기서 커피를 주문했더니만 안쪽에 또 크리스피가 있더군요. 음, 다음에 가게 된다면 거기로..!

 

탑승은 정시에, 이륙도 거의 정시에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이륙할 때는 비행시간을 2시간 10분인가, 그정도로 상정하더라고요. 그 때까지는 그랬습니다.

 

홋카이도에 눈예보가 있고 후부키, 그러니까 눈폭풍 예보가 있었지만 항공기가 정상 이륙했던 터라 별 걱정은 안했습니다.

 

 

 

구름이 조금 두껍게 있었지만 그러려니 했지요. 구름 위로 날아가니 햇살은 찬란하고, 기상 걱정은 안했던 겁니다. 그랬는데. 홋카이도 거의 다 들어와서, 대략 18분 가량 남았을 때였습니다. 이륙했을 때부터 운항정보를 틀어 놓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토카치 근방에서 빙글빙글 돕니다. 직진해서 신치토세로 들어가야하는데,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빙글 돌더라고요. 뭐지? 뭐지? 왜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거지?

 

이유는 착륙하면서 알았습니다.

 

 

 

구름을 뚫고 내려가니 그곳은 설국. 눈밭이었습니다. 와아아아아.

맨 오른쪽 사진 보면 아시겠지만, 활주로의 제설이 안되더라고요. 제설은 둘째치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와중에, 착륙해서 주기장까지 이동하는 사이 날개 위에 눈이 쌓이더랍니다.

 

 

 

B님에게 보여드렸더니 대한항공이라 착륙했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동의합니다. 대한항공이라 억지로 뚫고 내린 것 같아요. 하하하...

 

인천공항 주기장을 떠난 뒤부터 이륙, 그리고 착륙하고 내리기까지의 타임라인이 이렇습니다.

 

10:00 인천공항 주기장 출발

10:30 활주로 이륙

13:35 신치토세공항 활주로 착륙

13:45 주기장으로 내림.

 

G와 L은 프레스티지석이라 저보다 먼저 나와 있었습니다. 기내용 캐리어 하나만 있어서 거칠 것 없이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입국수속을 밟았습니다. 심사장에 들어가니 사람이 아무도 없고 텅 비어 있더라고요. 빨리 걸어서 빨리 도착한 것도 있지만, 애초에 입국장에 사람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악천후로 착륙한 항공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그럴 거예요.OTL

 

지금 생각하면 KE765가 왜이리 착륙을 서둘렀는지 이해가 됩니다. 이 항공기는 이름을 KE766으로 바꿔 인천공항으로 출발해야했고, 착륙이 늦어지면서 출발도 늦어진 겁니다. 무슨 소리냐면 말입니다.

 

240117_대한항공과 캐세이퍼시픽의 접촉사고

https://esendial.tistory.com/9727

 

240117_대한항공과 캐세이퍼시픽의 접촉사고

어제 NHK 뉴스로 보고 조금 당황했던 기사입니다. 육하원칙으로 정리해볼까요. 누가: 대한항공 항공기와 캐세이퍼시픽 항공기가 언제: 어제 저녁, 그러니까 1월 16일 오후 5시 반 경에 어디서: 일

esendial.tistory.com

 

이 항공기가 그 항공기였습니다. 내린 항공기가 사고난 그 항공기. 하하하하하하.

 

돌아가는 항공기 편명도 KE766으로 동일했기에 걱정했지만, 기사를 보고 걱정을 덜었습니다. 2시간 늦게 출발한 항공기가 사고가 났고, 예정보다 한참 늦어진 새벽 2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이 와중에 이륙도 못하는 항공기에서 2시간 반이나 묶여 있었던건 조금 많이 아쉽습니다만, 교통사고라고 바꿔 생각하면 아주 약간은 이해가 됩니다.

 

그도 그런게....

신치토세공항의 수하물 보관함을 이용해 캐리어들을 넣어두고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삿포로로 들어가는 열차를 타러 간 것이 오후 4시 넘어서였습니다. 돌아다니던 도중에, 아예 미도리노마도구치(초록창구)에 들어가 미리 구입해둔 비에이를 커버하는 JR홋카이도 삿포로-후라노 에어리어 패스를 교환했던 터라 자유석으로 잡고 탑승하려 했지요. 움직이는게 조금 늦어서 16시 30분에 출발하는 공항 특급은 놓쳤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다음은 30분 뒤 열차지만 일단 자유석 줄 서두자면서 탑승 플랫폼으로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지하로 내려간 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깨닫습니다. 역 내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방송이 계속 나오고 있었습니다.

 

"16시 30분 출발 예정이던 공항 특급 삿포로 행은 연착되어 16시 45분 출발 예정입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지요. 꼬마가 있는데 덜 기다려도 된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리하여 기다리는데, 30분 출발 예정이던 열차가 30분도 지나서 들어옵니다. 그리고, 열차는 냉기를 몰고 들어옵니다. 음. 그렇군요. 눈 때문에 연착이라니, 눈이 많이 오긴 하나봅니다. 공항 안을 돌아다니던 도중에는 활짝 갠 하늘을 보기도 했는데 말이죠. 그 뒤로는 내내 실내만 돌아다녀서 감이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열차에 사람을 우겨 넣어 탑승하고 나서 출발하니 그제야 연착 이유가 이해됩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이었나.

 

 

터널을 나오자 그곳은 설국이었다-.

 

설국. 그렇군요. 눈으로 완전 뒤덮인 건 둘째치고, 눈폭풍입니다. 눈보라가 칩니다. 달려가는 열차내 방송은 열차가 늦게 출발했지만 더 늦게 도착할 것이라 알리고 있었습니다.

 

열차가 출발한게 16시 45분. 그리고 신치토세 공항에서 사고가 난 것은 17시 30분입니다. 그 때는 이미 해가 져서 어두워진 뒤고요. 열차 타고 가는 동안에 해가 지고 눈폭풍도 이내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삿포로 역 도착한 뒤로는 계속 지하 터널로  다녀서 그 날은 더 눈을 볼 일이 없었습니다.

 

 

 

대신 이런 사진은 찍었습니다. 삿포로역 플랫폼에서 스쳐가며 찍은 사진이라 초점이 날아갔지만, 대강 봐도, 열차에 눈이 낀 모습은 잘 보입니다. 본체도 그렇고, 아래 바퀴쪽은 더합니다. 그런 눈보라 속이었으니... 라고 잠시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이정도로.

 

마지막 사진은, 귀국날까지 사올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오지 못한 시마에나가-흰머리 오목눈이 상품들을 올립니다. 참 귀여운데, 쓰임새가 없다보니 결국 못사고 내려 놓았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왼쪽 매대 앞 줄의 네 마리 오목눈이 중, 오른쪽에 있는 꼬마는 그냥 인형이 아니라 가방입니다. 제가 매기에는 너무도 작은 터라 참고.... ... .. ... 사올걸 그랬나?

 

 

아슬아슬한 시간에 들어가 펭귄 산책 끝자락을 보았던 여행이었습니다. 음... 다닐 때는 꽤 많이 피곤했지만 돌아와서 짐 정리하고 나니 주섬주섬 다음 여행을 챙기게 되는군요. 일단 하나는 확정이고, 하나는 미정이지만 간다는 건 확정입니다.

 

펭귄 사진은 딱 한 장 남겼지만, 여름이 아니라 겨울에 가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아주 오랜만의 동물읜 방문을 하고 나니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회의감을 갖게 되더라고요. 눈밭에서 엎드려 자며 관광객을 경계하던 늑대의 얼굴이나, 꽤 넓은 우리였지만 울타리 안을 뱅글뱅글 맴돌던 에조너구리(에조타누키)나,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깜깜한데 달빛 정도의 조명만 밝혀둔 곳에서 생활하던 날다람쥐나. 가장 안쓰러웠고 동물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건 오랑우탄이었습니다. 침팬지 쪽은 아예 가지도 않았는데, 지나가는 길에 들렀던 오랑우탄은 매우 높지만 좁은 공간에서 혼자 있었습니다. 오랑우탄도 영역동물인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혼자서 저 위의 기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걸 보고 있노라니, 동물원이 아니라 수마트라의 숲, 밀림에서 지내는 쪽이 더 자유롭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결국에는 동물원 못가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도 기록 겸, 다녀온 일정 정리는 간략하게 할 겁니다.

 

 

여행 첫 날의 폭설 환장, 둘째 날의 허둥지둥 동물원, 셋째 날의 체력 보존과 넷째 날의 공항 뒹굴까지 대강 정리할 겁니다. 뭐라해도 이번 여행은 일정을 거의 안 잡고 매우 느슨하게 돌아다녔음에도 아이가 있으니 쉽지 않더라고요. 다음 편은 폭설 이야기부터 갑니다. 주중에 적어둔 그 대한항공과 캐세이퍼시픽 항공기의 충돌 사건도 폭설이랑 연계되었다니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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