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BL, 현대 배경입니다.'ㅁ'

조아라 연재 당시 자주 내용 소개를 했으니 넘어갈까 하다가 적어봅니다.

열성오메가인 상현은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알파를 만나지 않았지요. 근무하는 광고회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력으로 인정 받지만 오메가로서 추행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러다가 더 나이 먹으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절박함에, 정자은행을 이용한 오메가 센터의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극우성알파의 정자를 이용한 수정란을 열성오메가의 포궁에 착상시켜 임신과정 전체를 살피는 프로젝트입니다. 임상시험이었지요.
회사에는 사귀는 알파가 외국에 있다고 둘러대고 혼자서 미혼부로 아이 키울 준비를 합니다. 그간 열심히 일한 덕에 일을 한동안 못한다고 해도 문제 없을 정도로 돈을 벌었고, 그러니 문제는 없습니다. 거기에 프로젝트 자체가 불임 오메가를 위한 프로젝트이다보니 태어나는 아기에 대한 지원 조건도 매우 좋습니다.
숙면하고 운동하고 몸 만들어서 프로젝트 참여했더니, 착상한 수정란이 둘이랍니다. 쌍둥이로군요. 열성 오메가인데 거기에 쌍둥이라면 정말 몸을 사려야하지요.

하지만 변수가 발생합니다. 회사일이 발목을 잡네요. 가능한 업무를 덜 맡고 야근 없이 지내며 보내려 했더니큰 프로젝트의 인재가 부족하다며 맡아 달랍니다. 일은 딱 할만큼만 하겠다고 선을 긋지만 회사 상사들을 보면 이 회사는 분명 블랙기업입니다. 당연히 일은 점점 꼬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광고 모델로 클라이언트가 매우 강력하게 요구한 배우 시준을 만납니다.

시준은 극우성알파고 사생활이 매우 문란합니다. 제멋대로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고요. 그런 인물이다보니 상현과는 앙숙입니다. 업무적으로 만나면 그런데.. 그러한데....?


아. 물론 중반까지 둘은 내내 싸웁니다. 처음에는 제멋대로인 모델과 어떻게든 고삐 매고 끌고 가려는 광고회사 팀장으로 만나서 으르렁 대지만 몇 차례 걸쳐 만나면서 조금씩 바뀝니다. 상현은 시준을 질색하고 피하려 하지만 묘하게 시준 옆에 있으면 몸이 편합니다. 입덧도 덜하고 유산기도 덜합니다. 시준은 알파 애인이 있다는데 코빼기도 본 적 없고 혼자서 임신과정을 버티는 상현을 보고, 처음에는 관심을 안 두었다가 점차 이것 저것 챙겨주며 마음을 줍니다. 과정을 보면 시준의 짝사랑 기간이 훨씬 더 깁니다.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쫓아다니다가 이런 저런 오해가 있고, 계약하여 잠시만 옆에 있겠다고 빌어서 상현의 옆에 있었으니, 시준이 지는 게임입니다. 그러다 둘이 동등하게 서는 것은 소설 끝부분이군요.
임신해서 출산하기까지가 본편이고 출산 이후의 이야기는 외전으로 나왔습니다.


만.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임신 이야기를 보면 가끔 허허로운 웃음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이 소설도 그랬고요. 일단 오메가는 임신을 매우 간절하게 원한다는 것 자체가 미묘하지요. 그리고 소개하는 임신 과정도, 오메가의 포궁 위치나 전체 과정이 여성과 유사하다는 걸 생각하면 앞 뒤 안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페로몬 부분이 아니라 이런 부분이 말이지요.
임신 초반, 업무를 하고 돌아온 상현은 아랫배가 싸르르 아파오는 것을 느끼고는 친구를 호출합니다. 은성은 애인인 민훈과 함께 와서 이런 저런 검사를 합니다. 그리고 민훈은 아기들에게는 문제 없고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것 같다, 위염이다라고 진단합니다.

..
저기, 위염 걸리면 아픈 배는 명치 부근 아닌가요. 찌르르하게 아프다고 해도, 아랫배가 아프려면 그보다 아래, 그러니까 최소 소장에서 문제가 생겨야 할 겁니다. 게다가 해부학적으로 포궁의 위치는 골반 안쪽, 아랫배잖아요. 위가 거기 있을리 없고.

『별을 따다 생긴 일』은 임신 자체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지만 같은 세계관의 다른 소설들은 종종 외전으로 빠집니다. 그리고 임신한 그 주인공들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이더군요. 제 주변의 임산부들이 보이는 반응과는 다른 것이, 이제는 쉽게 넘어가지 못하겠다 싶습니다. 많이 알게 되니 이전에는 달달하다 넘어갔던 이야기도 다시 보이는군요.(먼산) 특히 트위터에도 꾸준히 올려주시는 임신일기 등등을 읽고 나면 임신에 대해서 재고찰할 필요를 느낍니다.

SF나 판타지 속에서 등장하는 임신 장면에 대한 논의는 나중에 다시 생각을 정리해서 써보겠습니다.:)


퍼즐나비. 『별을 따다 생긴 일 1-2』. W-Beast, 2018, 각 2천원.



아. 해피엔딩입니다. 꽉 닫힌 해피엔딩.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연어가 먹고 싶다고 며칠간 외치다가 G와 나누기로 하고 마켓컬리 장을 보았습니다. G와 합동으로 주문하다보니 양이 좀 많네요. 왼쪽이 거의 제것, 오른쪽이 거의 G몫입니다.

종이상자에 담긴 것은 데니쉬 식빵입니다. 어디 거더라. 교토마블인가. 왜 빵집 이름이 교토인지 모르지만 마블링 데니쉬 식빵들이라길래 주문해봤습니다.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지만 이 정도면 두 끼에 나눠 먹을 분량이 됩니다. 다음주까지는 넉넉히 먹겠네요.

리치몬드의 밤식빵 두 개도 제 몫. 이것도 점심 식사용입니다. 최근에는 편의점 김밥이나 삼각김밥에도 물려서 빵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키나와 흑당 땅콩도 제 몫. 이건 간식으로 주문했습니다. 공부모임의 간식이지요.



떡과 그 옆의 파스타 소스는 G몫. 그리고 그 위쪽으로 보이는 캔은 웨이트로즈의 콩 토마토 조림입니다. 키드니빈스가 아니라 토마토소스 살짝 넣어서 익힌 콩인 모양이더군요. 콩이라면 뭐든 좋으니 주문하고 봤습니다. ... 아. 땅콩은 그다지 잘 안 먹죠. 그건 예외.



그래서 연어 말인데. 제 취향에는 두툼하게 썰어 먹을 수 있는 샘물연어가 더 좋았습니다. 다음번에 코스트코 연어 사오면 그것도 비교해서 먹어보고 이야기 해보죠.





이건 그날 오후 홍대 빵나무에서 구입한 겁니다. 귀찮다고 사진을 대강 찍었더니 이모양이네요.

밤식빵 두 개. 하나는 일요일 점심이었고, 하나는 아버지 조공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위쪽에 보이는 긴 흰빵은 치아바타입니다. 『퍼펙트 매칭』의 파니니 해먹을랬더니 적당한 햄이 안 보이더군요. 눈물을 머금고 치아바타 하나만 준비해서 달걀과 치즈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생각입니다. 소스는 머스타드밖에 없지만.



그리고 저 오른편의 흔색 빵은 강낭콩배기빵입니다. 맛이야 두말할 나위 없고, 재미있는 건 그 옆의 올리브빵입니다. 뺑오올리브는 다른 곳에서도 먹어봤지만 이건 묘하게 피자느낌이 납니다. 녹색 올리브를 썰어 넣은 건데 토마토도 들어간 건지, 먹으면서 피자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터라 다음에 방문하면 다시 사올 생각입니다. 그 때는 제대로 사진 찍어보지요.


책 사진 찍은 김에 오늘도 책 만드는 이야기.



지난 주말은 공방에 책을 잔뜩 들고 갔습니다. 공방 이사 전에 받았던 작업물을 정리하다보니 마감이 안되었던 책이 한 둘이 아니더군요. 한 차례 정리해서 먼저 끝낼 수 있는 책들을 골라 들고 갔습니다. 천천히 해도 되는 것들은 미뤄둘 생각이고요. 공방도 공간의 한계가 있으니 작업 해갈 수 있는 것은 가능한 해가려고 합니다. 그래야 진도도 빨라지지요. 물론 마음만 그렇습니다. 시간도 그렇고 체력도, 예전처럼 100%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주말에는 뻗지 않으면 주중에 견디지 못하니까요.


서론이 길었는데, 위의 책도 그렇게 발굴한 책입니다. 예전에 작업 열심히 해두다가 까맣게 잊었습니다. 가끔 '그 책 어디 있더라?'라며 회상할 때는 떠올랐지만, 딱 거기까지.






이쪽은 앞표치






이쪽은 뒤표지.


이걸 알아볼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아직은 없습니다. 트위터에 올리면서 탐라에서 이걸 제일 잘 알아볼 것 같은 세 분을 찍었는데 음....(먼산)

최소한 그 세 분은 이 책을 읽으셨으니까요. 확신합니다.


이 책은 가죽 가는 것이 조금 더 까다롭기 때문에 완성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겁니다. 게다가 엠보싱이라, 작업 후에는 케이스를 만들 가능성도 높군요. .. 그거 잘라 놓은 것 같은데? 일단 확인은 해봐야겠네요.



먼저 작업할 예정인 책은 다른 겁니다. 그건 가죽을 전체로 싸고 그 위에 금박이나 색박을 할 생각입니다. 모자이크 가능성도 있고요. 녹색으로 담쟁이를 그릴까도 생각을. 그것도 나쁘지 않으니 디자인은 미리미리 해둬야 겠습니다. 분명 그것도 스케치북에 그렸을테니, 일단 사무실 짐 정리하면서 도안옹 스케치북도 들고 와야지요.=ㅁ=



그간은 둘 공간이 없다면서 제본 도구들 구입하는 것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스트레스 지수가 점점 치솟다보니 공돈 조금 생겼다면서 공간은 둘째치고!를 외치며 구입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물건들의 총 가격이 얼마인지는 묻지 마세요. 레드썬!

맨 앞에 보이는 것이 수틀입니다. 수틀을 어떻게 쓰는지는 뒤에 사진으로 설명합니다.





충동구매한 다른 물건과 필수 물품이 뒤섞였습니다. 도마뱀 그림의 통에 담긴 것은 린넨실입니다. 지난 번에 한 번 올린 적 있지요. 캅틱 제본할 때 쓰는 실입니다. 새로 작업 중인 책이 셋 더 있어서 겸사 겸사 구입했습니다. 일단 있으면 씁니다. 이거 천 구입할 때도 하는 말인 것 같지만 아마도 쓸 겁니다.(먼산) 아니, 써야해요.


사진 앞에 보이는 A자 모양의 핀 같은 건 닻 혹은 추입니다. 수틀에 실을 걸 때 아래쪽에 매달아 팽팽하게 당기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수틀은 어떻게 쓰냐면 말이죠.





앞서도 언급한적 있는 여행 수첩입니다. 수첩은 매우 작아서 책 등에 노끈을 셋만 넣었습니다. 보통 크기의 책은 다섯 개 넣습니다. 당겨진 노끈 아랫부분에는 위에 보였던 저 닻을 매달아 놓았습니다. 책등에 톱질을 해서 홈을 파고, 거기에 노끈을 넣어, 그걸 지지대 삼아 꿰매는 겁니다.


이런식으로 수리할 수 있다면 망가진 책들 다 수리 가능하냐 물으실지도 모르지만 안됩니다. 딱 잘라 말하지만, 정말로 소중한 책이 아니면 새로 사세요. 권당 들어가는 수리비와, 본인이 배워 한다 한들 그 노동력이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배워서 이것저것 꼬물꼬물 만드는 저도 책 수리는 안합니다. 원체 책을 얌전하게 보기도 하지만 저 복잡한 과정을 다 넘길 정도로 좋아하는 책은 드무니까요.



어. 하지만 『고양이는 아홉번을 산다』나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같은 책은 조금 고민됩니다. 손이 많이 가는 것을 알면서도 해볼까 싶지만..... 아뇨, 올해는 일단 지금까지 벌여 놓은 일들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바쁩니다. 이달은 열심히 가죽 갈고, 벌여 놓았던 책들 하나씩 다 마감하고, 책 있는 줄 모르고 또 벌여놓은 에도가와 란포 책들도 빨리 작업 들어가렵니다. 벌여 놓은 책들 수습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로군요.=ㅁ=



G4를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G4는 계속 내 안에 있고♬


그런 겁니다. 이 모든 것은 회피. 그러니 레드썬! =ㅁ=!




진짜 망하라는 소리로 들으시면 안됩니다. 울분 토하는 것이니까요. 대한항공 회장 일가의 갑질 때문에 혈압 오른다며 아시아나로 갈아탄지 어언 몇 개월. 그리고 이제 좀 적응하나 했더니 아시아나가 크게 한 건 터뜨립니다. 하기야 그렇지요. 땅콩 회항때도 내가 대한항공 안탄다! 라고 분노를 뿜었을 때 아시아나가 또 사고 쳐서 도긴개긴이라며 눈물을 머금고 이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둘다 당당한 블랙기업입니다. 국적기 회사가 둘 다 블랙기업이면 어느 항공사를 이용해야하나요.(눈물) 남양처럼 대안이 있으면 죽어라 불매운동해서 효과라도 보지, 항공사는 그것도 안된단 말입니다!



불매운동 같은거 제대로 하려면 소액주주들이 모여서 패야하나요. 썩은 것들은 잘 도려내야 할 건데 저기는 도려내기가 매우 어려우니 원.-_-a



그리하여 오늘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를 붙들고 눈물만 흘립니다.(젠장)




트위터도 일종의 커뮤니티라 사고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목록에 제가 안 들어가길 바라지만, 이미 커뮤니티 들에서 몇 번 구설수에 올랐더니 그러려니 싶기도 하고요. 범죄 저지르지만 말자고 생각합니다. 명예훼손 포함해서요.

갑자기 왜 이 이야기를 꺼내냐면, 종종 리트윗할 때 아이디를 보고 건너 뛰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나름의 블랙리스트에 올린 사람인데, 그런 사람은 아무리 옳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리트윗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그냥 가슴 속 블랙리스트에만 적어두다보니 시간이 지나면 홀랑 잊더군요. 블로그에라도 비공개로 적어두나 싶습니다. 저와는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반면교사로 삼으며, 웬만하면 차단이나 뮤트 안하려 하다보니 적어두는 것이 낫다 싶다가도, 게으름이 도지니 그것도 참.=ㅁ=


고민은 더 해보고, 트위터에서 사건 터지면 간략하게라도 메모는 해둬야 할까 봅니다. 그래야 잊지 않겠지요.

소설 좌표는 여기.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94755&novel_post_id=52727

『비오는 날은 재즈와 함께』


재즈는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음악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골라 듣는다면 클래식보다는 재즈를 듣습니다. 특히 일할 때나 글 쓸 때 배경음악이 필요하다면 재즈를 선택합니다. 그래서 모처에서 구한 스위스 재즈 라디오는 아예 즐겨찾기에 걸어 놓고 생각날 때마다 틀어 놓습니다. 다양한 음악을 듣다보니, 예전에 좋아하던 음악을 우연하게 다시 찾고, 제목을 알고, 다른 버전으로도 듣게 되는 일도 많군요.

이 소설도 재즈와 함께 시작합니다.


나와 그 일행은 비내리는 날, 재즈카페에서 창 밖의 비를 바라보며 재즈와 칵테일을 즐깁니다. 둘은 재즈와 비가 잘 어울리는 이유에 대해 잠시 대화를 나누다, '나'는 무언가를 찾는 듯한 카페 직원을 보고 궁금증을 느낍니다. 뒤이어 일행인 도하는 재즈와 비가 잘 어울리는 이유에 대한 답이라며 카페의 손님인 어느 커플을 가리킵니다. 각각 재즈와 비를 상징하는 것 같은, 잘 어울리지만 뭔가 묘한 분위기의 커플을 보고 도하는 새로운 수수께끼를 내놓고 둘은 커플에 얽힌 일상적이지만 비일상적인 수수께끼를 풀어 갑니다.


브릿지 자유게시판에서 이 소설을 추천하신 분이 있어 덥석 물었습니다. 처음 읽은 그 날은 마침 비가 내렸고, 종일 비가 온 덕에 저도 무의식 중에 재즈를 틀어 놓고 있었거든요. 덥석 물어서 보고 있는 동안 슬며시 웃음이 나오더군요. 탐정 콤비는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종종 만나는 전형성을 지닙니다. 약간은 막무가내며 눈이 매우 좋고(관찰력이 좋고) 집중력도 좋은 탐정, 그리고 그런 막무가내 탐정에게 휘둘리는 입장이며 본인은 평범하다고 여길 탐정의 친구. 일단 시점은 후자인 '나'의 1인칭 관찰자 시점에 가까우니 나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인물상은 확신할 수 없지만, 내가 보는 타정- 도하의 정보는 상당히 많습니다. 단편이라 길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탐정의 성격이나 습관 등에 대해 이것 저것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콤비 덕분이겠지요.

작은 이벤트가 얽힌 이야기는 다 공개하면 재미없으니 접어둡니다. 다만 재즈카페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했고, 탐정 류도하는 그 사건을 해결하는데 공을 세웠으며 그 뒤에 친구의 심장을 들었다 놓았습니다. 전체 이야기의 프롤로그로도 볼 수 있지만 이 자체로도 충분히 완결성이 높습니다. 읽는 동안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는 그런 이야기였고요. 슬쩍 웃으며 그 커플을 축하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 읽으면서 가장 걸렸던 부분은 탐정인 류도하의 설정입니다. 읽으면서, 라노베나 만화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인물이지, 솔직히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그런 인물은 아니라는 위화감이 있었습니다. 외모나 관찰력, 집중력은 좋지만, 친한 친구와 대화하면서 놀리는 과정에서 혀를 내밀고 메롱이라. 음. 그렇게 긴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거든요. 제 주변뿐만 아니라 보통의 이성 친구 사이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인물은 앞서 말했든 창작물 속에서만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 어딘가의 재즈카페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가 살짝 뜬 것 같은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주인공 둘의 관계 설정이 그런 맥락으로 이어지는 전형성을 가진다는 것이 아쉬웠고요. 뭐라해도 맨 마지막에 도하가 선언한 일이 실제 발생한다면, 그 와중에 '내'가 도하에게 내내 휘둘릴 것이란 점은 불 보듯 뻔히 보입니다.


하지만 읽으며 조금 투덜거리더라도, 읽고 나면 소설에 등장한 재즈 곡들을 찾아 듣게 됩니다. 그리고 곡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소설을 읽습니다. 여운이 좋은 소설로, 그 자체의 완결성도 좋지만 이게 다른 긴 이야기의 프롤로그라 해도 좋습니다.

따로 감상을 올릴까 하다가 이 둘은 길게 쓸 것 같지 않아서 함께 묶어 올립니다.



정원생활자의 열두달은 제목 그대로의 책입니다. 앞서 정원에 대한 여러 책을 냈던 저자가 이번에는 아예 1년 동안의 정원 모습을 다룬 책을 냈습니다. 읽다가 하도 졸아서 결국에는 마구 넘겼지만, 초보 정원사가 각 달에 무슨 일을 해야할지를 확인하기에 좋습니다. 봄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하는 것, 가지치기라든지 각 달에 피는 꽃에 대한 설명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고요. 다만 작은 정원이라기 보다는 큰 정원의 설명서에 가깝습니다. 화분보다는 노지 재배로군요.


다른 것보다 가지치기는 시기가 늦었습니다. 어흑. 진작 봤다면 사과나무의 아랫 가지들을 모두 다 쳤을 건데, 이미 잎이 나온 다음에 책을 보았습니다. 내년 2월에는 잊지말고 아래쪽 가지들을 칠 생각입니다. 어쩐지, 아래쪽의 대목에 가지가 안나온 밤나무가 훨씬 훤칠하게 잘 크더라니. 같은 사과나무임에도 하나는 키가 크고 하나는 옆으로 북실북실 하더라니. 손질을 못한 제 죄가 큽니다.



잡초도 완전히 제거할지 말지 고민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남기되, 대신 낫질을 하는 걸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상황 봐서, 다음에는 아예 충전용 예초기를 구입할까 하고요. 보쉬 제품으로 저렴한 걸 하나 사서 날마다 조금씩 처리한다거나.

그리고 새로 심을 나무들 참고하기에도 좋습니다. 아예 맨 뒤에는 각 달에 무슨 작업을 하는지를 따로 모아 놓았네요.




무허가 홈 카페도 제목 그대로의 책입니다. 집에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다양한 음료를 소개했더군요. 앞서 『오늘은 집에서 카페처럼』이란 책 감상을 올린 적 있는데, 비슷합니다. 그쪽보다는 이 책이 집에서 더 편하게 만들어 마신다는 느낌이 있었고요. 음료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러나 그 마지막이 문제인 겁니다. 음료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은 만들 때 다양한 재료를 갖춰야 한다거나 다양한 도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집에 재료가 있다면 간편하게 해먹겠지만 저 같은 게으름뱅이에게는 그것도 번거롭고..?


카페의 음료를 집에서 만들어 마시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것도 기력과 체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으실 겁니다...... 그냥 사다 마시는 것이 제일 간편합니다. 어흑.



오경아.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 궁리, 2018, 20000원.

전예량. 『무허가 홈 카페』. 비타북스, 2018, 13500원.


까눌레라고 종종 불렀는데 이 책 표지를 보니 철자가 Cannelés입니다. 그간 잘못 불러왔네요. 사전을 보면 Canelé라는데 s가 빠지는 건 알겠지만 n 하나가 줄어든게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네요.

표기법 대로라면 카늘레지만 까늘레가 더 입에 착착 들어 맞습니다. 하여간 원래 이름은 Cannelés de Bordeaus, 보르도의 카늘레라고 지역명을 함께 표기한답니다. 카늘레라는 것은 반죽을 담아 굽는 틀 모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홈이 파인 모양이란 뜻이랍니다. 틀에 골이 졌지요.


보르도는 유명한 와인 산지입니다. 처음에 이 과자도, 포도주 생산과정에서 달걀 흰자만 사용해 노른자가 많이 남자 그걸 쓰기 위해 고안한 디저트랍니다. 책 앞머리에 그런 설명이 나오는데, 커스터드 크림은 논하지 맙시다. 그거 보존성 아주 낮잖아요. 크렘브릴레 같은 것도 보존하기 안 좋습니다. 카늘레처럼 겉은 단단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실온 보관에도 더 유리할 겁니다.'ㅠ'



카늘레 만드는 법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는데, 보고 놀랐습니다. 아니, 다른게 아니라 금속 틀 쓰는 것까지는 대강 알고 있었지만 그 안을 코팅하는 방법이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이더군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흔히 생각하듯이 버터를 안쪽에 바르는 것. 하지만 정통방식은 밀랍 코팅이랍니다. 금속 틀에 녹인 밀랍을 붓고 흔들어 남은 것을 털어내는 방식입니다. 아니, 버터에 밀가루 코팅하는 것도 아니고 밀랍이라니! 그래서 카늘레의 겉이 그렇게 반질반질 매끈매끈 까망까망했구나 싶었습니다. 깊은 깨달음이 찾아오더군요.



기본 반죽으로 만드는 카늘레 외에 다양한 향과 맛을 추가하고, 다양한 부재료를 추가하는 방법이 나옵니다. 틀도 금속 틀 말고 실리콘 틀 사용하는 방법도 나옵니다. 단, 실리콘 틀은 금속틀보다는 색이 엷게 나오니 흰 색에 가깝게 굽는 것에 추천한다는군요. 오리지널로 색을 내려면 금속틀이 낫답니다. 이렇게 적어두니 금속 틀을 안 쓸 수 없겠네요. 거기에 밀랍.. 음. 밀랍을 고정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있으려나요. 그렇지 않아도 책 만들 때 밀랍 사용하는 것때문에 구해야 겠다는 생각은 조금 했는데.



달지 않게 만드는 카늘레도 있지만 역시 카늘레는 진한 밤색, 진한 다크 초콜릿 색이어야 합니다. 뭐, 속 재료는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기본이 제일 좋지요. 책 읽고 있노라면 카늘레 구입하러 가야할 것 같습니다. 도산공원은 너무 멀고, 시간 날 때 imi에 들러보렵니다.+ㅅ+




쿠마가이 아유미. 『카늘레』, 권효정 옮김. 유나, 2018,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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