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마신 건 두 시간 전이었는데 왜 아직도 안 깨는 거죠.=ㅅ= 아직 술이 덜 깬 김에 쓰는 음주난무.




오늘 마신 건 아니었고 지난 주였나 그 전 주에 마셨다고 기억합니다. 캔은 무척 예쁘지만 제 입엔 아니었습니다. 신맛이 감도는 건 그다지 취향이 아니라서요. 맥주와 커피는 진하고 쓴 맛을 선호합니다.




트위터에서 종종 이런 저런 이야기를 보다가 이건 나랑 안 맞는다 생각하는 때가 있습니다.

-A는 그냥 두면서 왜 B한테만 그래? B도 그랬어!

-A나 B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C도 심해.


명제 Z가 있어서 그 Z를 어긴 상황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데 저런 소리 들으면 혈압 오르지요. 특히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 때가 진보/보수 진영에서 입니다. 보수의 범죄를 비난하면서 진보인사 D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D는 그래도 다른 걸 잘했고 보수악당 E를 쓰러뜨리는데 큰 일을 했으니 이건 봐주자.'라는 말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저걸 보수라고 불러도 되나 싶은 정도로 한국의 보수는 학문적 의미에서의 보수는 아니라고 봅니다. 보수가 아니라 기득권층이지요. 그 기득권층이 워낙 범죄를 많이 저질렀으니 그쪽을 때리는 진보층의 범죄는 한 번쯤 눈 감아줘도 좋다는 건 잘못된 논리입니다. 솔직히 그 인사가 아깝다고 하더라도 그러면 안되는 거죠. 그의 범죄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그쪽도 범죄자인겁니다. 친고죄이든 아니든 간에 옳지 못한 행위를 했다고 하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내치는 편이라서요.


위의 두 이야기 모두 같은 맥락인 겁니다. 여기가 심하다고 하지만 저기가 더 심해, 왜 더 나쁜 애들을 두고 우리만 때려?

아니오.

싸우는 쪽의 최대 무기는 정의와 준법이라 생각합니다. 정정당당하게 싸워야지 봐주는 것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런 성격이기에 오늘도 인류 멸망을 기원하고 있지만 아직 멸망할 기미는 안 보이는군요.




조아라를 뜨고 브릿G에 정착할까 싶어서 슬쩍 들여다보았다가 난감해졌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조만간 조금 수정해서 올릴 생각인 『용과 도서관과 어린이날』(링크)을 올리면서 같은 이벤트에 응모한 다른 작품들을 죽 읽어보았는데, 입에 딱 맞는 소설은 한 손에 꼽을 정도도 안됩니다. 대체적으로 브릿G는 묵직한 소설이 많군요. 어린이날 소설인데 왜 꿈도 희망도 없는 거야! 라며 울부짖었습니다. 발랄한 이야기가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ㅂ;


그래도 조아라를 뜰 거라는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선작해놓은 소설, 그리고 구독하는 작가님들이 뜨면 완전히 접을 수 있겠지만, 최근 한 달 동안 추가 선작한 새로운 소설은 없습니다. 평소 보던 작가라 선작한 것은 있지만 그 외에는 정말로 없네요.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먼산) 투데이 베스트나 그 외의 베스트 순위 안에 들어온 소설들은 대체적으로 얄팍하고 관계중심적이며 유사한 서사를 반복 재생산 하는 걸로 보입니다. 유행에 따라 비슷비슷한 유형의 글들이 올라오는군요.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

맥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려준다기에 궁금해서 덥석 집어 든 책입니다. 표지부터가 책의 정체성을 알려주더군요. 여러 종류의 맥주와 그 색, 그리고 각각의 이름뿐만 아니라 가장 이상적인 잔 형태까지 한 눈에 보여줍니다.



만.

책을 읽는 것은 또 다른 문제더군요.


지난 번에 음식 관련 인포그래픽 책을 볼 때도 책을 '읽는 것'에 굉장히 애를 먹었습니다. 다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보니 어디부터 눈을 두고 어디부터 읽어야할 지 모르겠고, 그걸 차분히 머릿속에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텍스트를 차근차근 정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림으로 된 것을 정리하는 것은 배로 어렵다고 느꼈으니, 전 활자중독인가봅니다. 그림으로는 그렇게 와닿지 않네요.


게다가 생각보다 맥주의 종류가 많고 지역별로 비슷하면서 또 다르고. 그렇게 술을 좋아하지 않다보니 마셔본 맥주는 손에 꼽을 정도고 덩달아 익숙한 맥주만 좋아하고. 이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책을 읽는데 애를 먹었던 겁니다. 결국 후르륵 훑어 보고는 이 책은 읽는 것보다는 자료 제공이나 정보 확인에 어울린다는 것을 확인하고 얌전히 내려 놓았습니다. 집에 한 권 갖다 놓고 이런 저런 맥주를 사다 놓은 다음, 내가 이번에 들고 온 맥주가 어떤 맥주인가 확인하기에는 좋습니다.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맥주를 공부하며 배우고 마시려는 사람에게 좋은 책이란 겁니다.

전 알콜 중독이 무서워서, 그리고 체중조절 문제 때문에 본격적으로 마실 수 없는 몸입니다. 게다가 그제부터 찾아온 감기는 알콜을 허락하지 않아요.




Michael Larson. 『맥주 인포그래픽: 당신이 알아야 할 맥주의 모든 것!』, 박혜진 역. 영진닷컴, 2018, 22000원.



책 가격은 높지만 지질, 판형, 인쇄를 보면 납득 됩니다. 종이가 얇은데다 올 컬러, 그리고 그리 무겁지 않아서 좋아요.

발단은 트위터. 최근의 글 소재는 거의 트위터로군요.

T님이 탐라에 이 트윗을 올려 놓았습니다. 발뮤다 토스터의 디자인은 마녀배달부 키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내용의 트윗이었지요. https://twitter.com/rochellechung/status/991472384577126400

맛있는 빵을 그 때 그 때 먹으면 죽은 빵을 살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동의하지만, 그건 맛있는 빵을 제 때 공급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지방에서는 택배로 받다보니 어렵죠. 지난 번에 구입했던 농사펀드의 우리밀빵도 참 맛있었는데 냉동실에 두었다가 두고두고 꺼내서 데워 먹는 수밖에 없더랍니다.


그렇다보니 저 트윗에서 언급한 발뮤다 토스터의 글을 보고는 혹했습니다.

발뮤다 더 토스터-훑어보기: https://blog.naver.com/cmoonn/221263787831


죽은 빵을 살리는 비결이 뭔가 했더니 온도 조절과 습도였던 모양입니다. 5ml의 물을 부으면 급수관을 통해 오븐 내부에 스팀을 분사하고, 그래서 식빵 안은 촉촉 따끈하게, 겉은 바삭하게 굽는 것이 가능하답니다. 그런 원리였다는 걸 이 글을 보고 알았습니다.


혹한 김에 가격이 궁금해서 발뮤다 홈에 들어갑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발뮤다가 세일 중이네요?



아래의 진회색과 회색은 한정판 색이라 가격이 2만원 더 비쌉니다. 진회색으로 해놓으니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그런 무쇠오븐 같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합니다. 위의 흰색과 검정은 기본 색. 원래는 32만원인데 4만원 할인하여 28만입니다. 물론 1천원 차이가 있지만 그건 무시합시다.=ㅁ=



앞서 올린 그 글을 보고서야 발뮤다의 저 창이 마녀배달부 키키에 등장하는 빵집의 화덕창을 모티브로 만들었답니다. 불이 들어온 모습을 보니 아래 쪽의 두 오븐이 더 빵집의 화덕과 닮았네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야 오픈 화덕이니 구현하는 것은 무리였을 테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내장 모드들도 다양합니다. 그리고 일반 모드로 사용하면 그라탕 등도 가능하다네요. 다만 용량이 매우 작습니다. 앞서 구입을 고려 중이던 LG 광파오븐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식빵 두 장이 들어가면 딱 맞고, 공개된 내부 사이즈도 274-204-178mm입니다. 진짜 1~2인용 오븐이라 생각하는 게 맞네요. 여기에 쿠키를 굽는다면? 평소 사용하던 오븐토스터 사이즈와 별로 차이가 안나니 두세 번 나눠 구워야 할 겁니다. 그거 번거로워요. 두 단으로 구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ㅁ=


(이렇게 발뮤다를 구입하는 안되는 이유를 찾는다)



그래도 한 번쯤 써보고 싶은 마음은 있고! 오븐은 하나만 사야하고! 그리하여 오늘도 고민에 스치웁니다.



모종의 사건으로 새벽 2시 50분에 깼습니다. 깨서는 바로 시간 확인을 해서 기억하는 것이고요. 그리고는 찾아오지 않는 잠을 찾아 헤매다가 간신히 잠들고 다시 4시 반 기상..-_- 결국 한참 뒹굴 거리다 5시 가까이 되어서야 일어났습니다. 그 여파로 지금 단 것을 매우 찾고 있네요. 허허허.



그렇지 않아도 수면부족 때문에 식이조절이 안되는 것 같아 이번주는 일찍 자겠다고, 9시부터 잠자리에 기어들어갔는데 요즘 도진 허리통증 때문에 잠드는 것도 그렇고 수면의 질도 꽤 떨어졌습니다. 돼지-는 아니지만 저금통 통장을 들여다보며 토퍼를 주문해서 자볼까도 고민중이지만 항상 그렇듯이 문제는 통장잔고입니다. 할부로라도 사볼까요. 실제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토퍼와 함께 고민중인건 이불입니다. 좋은 이불, 좋은 침구도 중요해요. 수면의 질에는 침구가 매우 중요합니다.;ㅁ;




하여간 요 며칠 간 수면 부족 채우겠다고 노력한 게 하루에 날아가버리니, 게다가 그 때문인지 감기도 찾아오니 쉽지 않군요. 흑흑흑.





출처: 잠시, 단잠토퍼(https://www.funshop.co.kr/goods/detail/55836?t=ca)

토퍼를 봐둔 곳은 펀샵입니다.

기억이 확실하진 않지만 텀블벅쪽에 펀딩했던 업체가 아닌가 생각하고요. 이전에 이불 펀딩하던 곳이 있었거든요.'ㅂ'a 솜은 극세사 솜, 커버는 면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제작도 모두 국내에서 했고요. 쉽게 말하면 요와 비슷한데, 한국에서의 요는 약간 두툼한 솜을 톡톡하게 넣어서 바닥이 배기지 않도록 하는 이불세트다보니 폭신한 것과는 조금 거리가 멉니다. 제가 지금 쓰는 요는 폭신하진 않고 바닥의 찬 기운이 올라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만 합니다. 그 위에다 저 토퍼를 깔까 생각하는 것이고요. 침대를 놓을 공간이 없어 요를 폈다 접었다 하는 것도 번거로운데 거기에 토퍼를 올리면... 그래도 잠 잘 오면 번거로워도 문제 없습니다.


아랫면은 동일하지만 위의 색은 진회색, 분홍, 파랑, 회색, 연회색, 상아색, 연녹색, 하늘색 정도로 나뉩니다. 실제 색상명은 다르지만 뭐..=ㅁ= 구입한다면 아마도 회색이나 파랑 계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겨울 이불이 딱 그 쪽 색이거든요.






잠시, 단잠 차렵이불.(https://www.funshop.co.kr/goods/detail/55835?preview=1)


솜을 넣어서 간절기에 덮을 만한-겨울 이불은 아니고 여름이불은 더더욱 아닌 이불도 구입 고려중입니다. 세트중에 베개도 있지만 거의 안 쓰기 때문에 이쪽은 패스.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지금 열심히 고민중입니다. 이불을 살 것이냐 말 것이냐, 오븐을 살 것이냐 말 것이냐.




오븐 말이 나와서 말인데, 현재 고민중인 모델은 LG입니다.


LG 광파 오븐 중 가장 작은 사이즈로 전자레인지 기능도 하고 있는 것이 ML-39시리즈입니다. 외장에 따라 39W, 39B, 39S, 39PT로 구별되는데 가장 발매연원일이 오래된 것은 39W입니다. 검색하면 가격도 제일 저렴하고요. 나열한 순서로 가격이 쌉니다.

흰색이 좋냐, 검정이 좋냐에 따라 모델 가격이 대략 3만원 정도 차이나니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흰색은 나중에 색이 바랠까 걱정이고, 검정으로 하면 너무 어둡지 않나 걱정이고.


구입 가능성은 점점 높아집니다. 5월 중에 지를 가능성도...=ㅁ=



하지만 필요성에 따라 지름 순위를 매기면 토퍼>이불>오븐이니까요. 이 셋 다 사면..?




잊고 있었는데 쥬주마루의 예약도 마감이 머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지름 순서 고민은 계속됩니다.

감상을 쓰면서도 내내 망설이는 건, 내용폭로를 하면서 쓸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의 정보만 적으며 쓸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내용폭로하는 부분은 접어서 가려야겠네요. 여러 가지 장치를 사용한 소설이라 굉장히 흥미롭기도 하지만 읽는 속도도 빠릅니다. 책 읽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으니까요.



시작은 1인칭입니다. 나는 어릴 때 배신을 당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약속을 한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그 때문에 가까운 이에게 그 사람뿐만 아니라 나 역시 매도당합니다. 말이 칼이 되어 날아온다는 것이 딱 거기서 나오더군요. 그러나 매우 현실적인 칼날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어드메에서는 분명 이런 말을 뱉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여간 그 전에도 그랬지만 그 뒤에도 나는 내내 혼자입니다. 그런 나에게 손을 내밀었던 유일한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가족은 지금 내 곁에 없습니다. 힘들게 견뎌오던 나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내려 놓으려는 생각으로 집에 오지만 그 도중에 저승사자를 만납니다. 저승사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온다더니, 가장 사랑하는 그의 모습으로 자신에게 찾아옵니다. 분명 그 사람은 죽었을 것인데요.


일주일 뒤에 너는 교통사고로 죽을 것이다, 편하게 죽고 싶으면 내 이름을 두 번 불러라. 이미 한 번 부른 뒤이니 세 번 부르면 죽는다는 건가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온 저승사자는 둘이서 해야하는 일들의 버킷리스트를 죽 적어 내려가고 그것을 하나 하나 클리어합니다.



이름을 불렀는가 아닌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았고 같이 하면서 조금 더 살고 싶어졌다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그리고 ..(하략)




굳이 표현하자면 화자가 나-정희완인 이야기가 본편인 셈입니다. 본편의 주인공은 정희완과 저승사자이고 그 뒤의 이야기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여러 시점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외전이라고도 할 수 있고 스핀오프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굳이 따지자면 후자입니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은 정희완이 아니거든요. 남은 이야기에 각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을 붙여서 첫 번째는 정희완, 두 번째는 김인주, 세 번째는 한호경, 네 번째는 고영현, 다섯 번째는 김람우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그리고 네가 없는 이야기 A와 B가 더 붙고요. 직접적인 외전은 맨 마지막의 두 편이고 다른 다섯 이야기는 본편의 스핀오프입니다. 희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인주의 뒷 사정과 호경이 본 **과 ##, 고영현의 이야기가 얽힙니다. 람우의 이야기야 두말할 나위 없지요.



넓게 보면 이것도 어반 판타지에 해당할 겁니다. 이 책 출간 준비하던 당시 브릿G에서 어반 판타지 공모전을 하던 것이 기억나는데, 일상 속에 슬쩍 섞인 판타지이니 어반 판타지라 할 수 있지요.



눈물샘이 약한 분들은 옆에 손수건을 놓고 보시길 추천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슬픈 결말이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꽉 닫힌 해피엔딩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은 한호경의 외전이었습니다. 훗훗훗.




서은채. 『내가 죽기 일주일 전』. 황금가지, 2018, 12000원.



후기에서 언급한 다른 이야기들도 더 읽고 싶습니다. 언젠가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ㅅ+



덧붙임. 이것도 분명 로맨스입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판타지소설이란 것이야 두말하면 입아프지요.


농사펀드에서 상시판매 중인 상품중에 마카롱이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펀딩 당시부터 특이한 맛에 끌려 도전해볼까 생각했는데, 얼마 전 트위터를 비롯한 여기저기에서 마카롱바람이 불었지요. 용인의 모 마카롱 가게에서, 마카롱 10개를 먹은 손님을 두고 비아냥대는 댓글을 달고는 아니라고 부인했다가 CCTV 장면까지 올리고 나중에는 해당 손님이 스파이였다고 주장하며 고소하겠다고 하다가 고소장에 적힌 이름과 통신판매 시의 입금자 명이 달라 고발당했습니다. 통신판매업 허가를 받아두지 않았고 거기에 탈세 의혹이 더해졌다나요.

하여간 그 사건 때문에 갑자기 다들 마카롱 광풍에 휩싸여 유명 마카롱집들은 며칠간 내내 품절이었다고 합니다. 저도 집 근처의 마카롱집을 찾아가서 달래려 했지만 엄청나게 실망하고는 이전부터 벼르고 있던 상상마카롱의 세트를 충동구매로 구입했습니다. 이게 충동구매인 것은 6개짜리가 아니라 12개짜리를 구입해서 그런 거죠. 혼자 먹기에는 조금 많잖아요.






이 집의 특징은 몇 가지 독특한 맛에 있습니다. 바닐라나 초코 같은 일반적인 맛 말고, 특이한 맛이 있는데..







곰취 마카롱, 오미자 마카롱, 서리태 마카롱이 그겁니다. 곰취 마카롱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일단 이것부터 도전했습니다. 괴식일지 미식일지는 먹어봐야 알지요.







아, 그 전에 태공을 놓고 사진을 찍어야지요. 택배비도 있어서 가격은 높은 편이지만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마카롱집 찾느니 그냥 여기서 사다가 냉동시켜서 먹고 싶을 때 먹는 것이 좋겠다 생각할 정도로요.


여섯 개 맛이 각각 두 개씩 들어 있습니다. 총 12개.




..OTL 근데 왜 근접 사진을 찍은 것이 없지요. 으억. 그리하여 먹은 당일에 트위터에 올렸던 사진을 들고왔습니다.





제일 먼저 손댄 것이 곰취맛이었습니다. 이게 가장 맛있다고 듣기도 했고, 무엇보다 독특한 맛일 테니까 궁금하더라고요.

한 입 베어무니 처음에는 단맛이 도는데 그 직후 쌉쌀한 곰취맛이 치고 올라옵니다. 그 풋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만도 하더라고요. 한데 마카롱 자체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제 취향의 마카롱인게, 겉부분은 살짝 굳어 있고 속은 촉촉 말랑합니다. 그 직전에 먹었던 가게의 마카롱은 어떻게 구운 건지 과자의 굳은 부분이 두껍고 속은 또 질깁니다. 심지어는 과하게 구운 건지 달고나처럼 바삭하다못해 딱딱한 설탕과자가 된 부분도 있더군요.

그런 마카롱을 먹다가 속이 촉촉하고 크림부분은 적절하며 많이 달지도 않아 커피와 곁들이기 딱 좋은 마카롱을 만나니 행복할 수밖에요.


곰취를 먹다보니 이거 상당히 맛있어서 부모님께도 감상을 들어봐야 겠더랍니다. 그리하여 잽싸게 부모님께도 한 조각씩 드렸는데, 어머니는 별 말씀 없으셨지만 아버지는 그 즉시 답이 옵니다.

"오, 맛있어."

빵 좋아하시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마카롱도 마음에 들어하실줄은! =ㅁ=



그 다음으로 먹은 초콜릿도 맛있었습니다. 과자도 초콜릿 크림도 가나슈. 그리하여 즐겁게 홀랑 다 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그 두 개가 한계였지만. 커피가 더 있었다면 한 두 개 쯤은 더 먹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여러 개는 못 먹습니다. 종일 굶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마카롱의 단맛은 역치값이 낮은 편입니다. 그보다는 최근의 단맛 역치값이 낮다고 해도 되겠네요.



하여간 통장 잔고 확인하고 다음 주문 들어갈 예정입니다. 지방 산다고 마카롱 못먹지 않아요! 제게는 원거리 배송이 있어요! 그러니 이제는 안심하고 마카롱 고파도 됩니다.-ㅠ-

그러니까 김보영을 알게 된 것은 오래 전의 일입니다. 소개해주신 분이 M님이었지요. 그 당시 개인지로 찍던 『진화신화』를 읽고 굉장히 감탄하여, 그 뒤에 나온 출판본은 구입은 당연하고 여기저기 도서관에도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넣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SF단편집을 거의 보지 않아서 그 간 손 안대고 있었는데 트위터가 모든 지름의 시작이었습니다. 작년에 아작에서 『저 이승의 선지자』라는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트위터로 접했으니까요. 표지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 덥석 집어 들었지만, 그 표지와 관련해서 그간 책 표지가 어두침침했는데 이번에는 화사하다는 트윗을 읽고는 앞에 출간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을까 아주 잠깐 고민했습니다.



오늘 드디어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읽어야 할 책이 산적한 터라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손대었네요. 그러고 보니 책도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한참 미루다가 구입했더랍니다. 사실 '옛 작품만 읽고 최근 작은 안 읽으며 팬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맛 뜨거라~ 하며 집어 들었던 겁니다. 오늘 읽을 책을 고를 때 그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다면 더 미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오늘 읽어서 다행입니다. 날이 그래도 맑아서, 여유가 있는 때라서 읽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목에 적었던 것처럼 매우 난해하지만 읽다보면 그것이 차분히 이해되는 그런 소설입니다. 원래는 다른 단편집에 소개되었던 단편을 중편 분량으로 확대한 소설이라 합니다. 씨앗이 된 소설을 읽지 않은 것이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책을 다 읽었으니 찾아볼 생각입니다.



이야기는 설명하기 매우, 매우 난해합니다. 보통 감상을 쓸 때는 제가 파악한 전체 줄거리를 적어가면서 소개하는데 이번에는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한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약간의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작가의 말은 책 맨 뒤에 실려 있습니다.

이 소설은 저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어디가 저승이고 어디가 이승인지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분열된 '나'들과 분열과 합일을 반복합니다. 아메바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단세포의 생물체가 아닌가 추정하지만 SF이니 그것이 어떤 생명체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독자는 따라갈뿐.


원래는 하나의 생물체였다가 분열된 2세대들은 하나이지만 또 다릅니다. 그리고 그 세대에서 다시 분열된 개체들은 하계로 내려가 하나의 삶을 겪고 다시 돌아오고 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억을 가진 중심 개체인 2세대들은 자신의 분열 개체를 가르치는, 중음(中陰)을 구성하고 거기서 지도를 합니다. 서술자인 나는 그렇게 분열한 개체가 이상을 보이는 걸, '타락'했다고 볼 정황을 파악하고 그와 다시 합일하기 위해 다른 수많은 분열 개체를 삼키고는 제자들을 찾아 나섭니다. 독특한 성정을 가졌지만 다른 이들과는 달리 지나치게 하계의 삶에 집착한 아만, 그리고 특이한 사상을 지녔던 탄재가 그들이지요.

'나'는 그 와중에 타락한 제자를 처치하려는 다른 2세대들의 방해를 물리쳐야 합니다. 2세대 중에는 하계에서의 삶이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서로 합일하고 개체를 지키는 걸 선택한 이도 있고 하계의 좋은 삶만을 선택해 쾌락을 추구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나'의 제자들이 타락했다고 보고 움직입니다.



이렇게 보면 줄거리 정리가 쉬워 보이지만 아닙니다. 처음에는 그런 실마리가 전혀 없습니다. 주인공의 이야기와 생각은 정리되지 않고 합일과 분열, 그리고 통합된 개체와 각각의 자아 인정이라는 여러 가치관 혹은 생각을 두고는 갈팡질팡합니다. 애초에 분열과 합일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자아를 갖고 있던 존재들이었고, 각 개체, 특히 주인공인 나반의 분열체들은 자아를 유지하고 하나의 개체로 독립해 존재하는 것을 원합니다. 하지만 원래 하나였던 2세대들에게는 합일은 아무것도 아니고 그저 하나가 되는 것이니 그러한 분리 자아를 이해하지 못하겠지요. 나반 역시 다른 이들이 타락이라 부르는 하계에의 집착, 삶에의 집착, 분리 자아 유지 요구 등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혹은 이해하지 않으려 하다가...(하략)



설명하기 어려우니 그냥 읽으시면 됩니다. 초반은 어렵지만 그 초반만 넘기면 괜찮다니까요.



마지막에 덧붙여진 외전과 다른 단편은 매우 가볍습니다. 앞 이야기를 읽어 그런지 몰라도 그 자체로 완결된 이 단편들은 앞서 나왔던 단편집의 느낌과 닮았습니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 완결성을 가져야 하니 아무래도 복잡한 설정은 나오지 않지요. 그러면서도 희망적이고 밝은 무언가를 보여주어서 좋습니다. 본편의 여러 반전을 넘겨 마지막의 결말과 이어지는 외전도 좋았고요. 어찌되었든 저 이승의 선지자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갈 겁니다.




김보영. 『저 이승의 선지자』. 아작, 2017, 14800원.



『새벽열차』나 그 뒤의 외전들이나, 읽다보면 사이버펑크가 아니라 스팀펑크 배경의 그림이 문득 떠오릅니다. 소재들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림으로, 아니면 영상으로 짧게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새벽열차』의 말미에 영향 받았던 여러 작품에 모토라도가 없는 것도 재미있네요. 다시 읽다보니 그것도 떠올랐습니다.


분열한 개체와 융합했을 때 자신의 자아는 사라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00년대 초반에 살짝 다룬 소설이 잇었지요. 『마왕의 육아일기』. 서술 장치도 독특했지만 서술자가 등장하는 그 이야기에서 언급한 내용은 나반이 자신의 분열 개체에게 하는 말들과 닮았습니다. 합일한다 해도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 물론 그건 합일한 주격이 하는 이야기니 그렇긴 하지만 나중에 등장하는 누구씨가 누구의 자아를 유지하는가 생각하면 일리는 있지요.



다 읽고 지금 다시 표지를 보니 표지가 달리 보입니다. 우와아아아...=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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