넨로도이드 칸코레 워스파이트의 티타임

사진은 칸코레, 워스파이트의 티타임 사진입니다. 출처는 사진 오른쪽 하단에. 굿스마일 계정에 올라왔던 사진이고요. 이걸 보고 아마 넨도로이드 카페 세트를 질렀던 것 같고...?

 

 

지난 주였나 지지난주인가에 도착한 『내 아이가 분명해』 종이책을 월요일에 붙잡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권 초반에는 미친듯이 웃으면서 보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완결권인 6권을 펼쳐듭니다. 그리고 헛웃음을 지으며, 한민트님 소설은 참 좋지만 취향에 안 맞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립니다. 그래요, 『비정규직 황후』를 볼 때도 느꼈지요.

 

그런 와중에, 트위터의 추천 탭에서 이런 내용의 타래를 봅니다. 정확히는 타래가 보인게 아니라 첫 번째 트윗이 추천 탭에 보였습니다.

 

중세든 근세든 짭 서양 배경 스토리에서 정말 짜식는 설정이 있는데, 일개 귀족가문 영애 따위가 왕후/태자비감으로 거론된다는 거. 이건 국가간 결혼 거의 없이 간택으로 미스 진을 선발하는 문화 폐해인데, 그 절대군주 태양왕 루이 14세도 첫사랑 있었음에도 결혼만큼은 자기 마음대로 못 했다.

 

https://twitter.com/_white_diana_/status/1716392847962947997

 

X에서 디아나(Diana)🐥저 데려가요… 님

중세든 근세든 짭 서양 배경 스토리에서 정말 짜식는 설정이 있는데, 일개 귀족가문 영애 따위가 왕후/태자비감으로 거론된다는 거. 이건 국가간 결혼 거의 없이 간택으로 미스 진을 선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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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가 종종 날아가는 경우가 있어 캡쳐도 아래 붙여 둡니다. 전체 맥락을 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이 트윗을 보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내 아이가 분명해』도, 대공-공작가의 후계자와 남작가의 장녀로 직접 남작위를 이은 인물간의 연애담입니다. 이 외에도 제가 그냥 떠올릴 수 있는 많은 로맨스 판타지의 소재는 국가간 결합이 아니라 국가 내에서의 결합이 많습니다. 매우 좋아하는 양효진 작가님의 소설만 몇 개 떠올려보아도 그렇지요. 『계약의 목걸이』나 『플레누스』, 『와일드 플라워』 모두가 다 저 타래에서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국가(제국) 내의 귀족간 결합'을 다룹니다. 뭐, 남자주인공 모두가 국왕인건 아니지만, 대개 국왕에 준하는 귀족가문과 상대적으로 낮은 귀족가문의 결합입니다. 대공이라면 대공령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왕국까지는 아니더라도 거기에 준하는 계급이니, 타래에서 말하는 유럽의 상황을 빗대면 있을 수 없는 결합의 연속인 겁니다.

 

하지만 뭐, 로맨스 판타지는 '판타지'니까요. 로맨스 판타지의 모델은 중세든 근세든 유럽이지만 유럽이 아닌 공간입니다. 애초에 뒤섞여 있는 걸요. 제국이 있고 왕국이 있고 공국이 있고 귀족이 있는 유럽이지만, 중세보다는 근세에 가깝습니다. 절대 왕정 시대는 중세가 아니잖아요. 거기에 상업의 발달 수준은 절대 왕정 시대도 아니고 대항해 시대를 넘어 근대에 해당합니다. 가끔은 19세기의 상업적 발전 양상을 보입니다. 원금을 보장하는 은행이 등장하는 건 훨씬 뒤가 아니었던가요. 고리대금업이 아닌 은행이 등장하는 시대 말입니다. 신뢰와 규약과 규칙, 법 아래서 이런 것들이 보장받는 시대는 중세나 절대 왕정 시대의 유럽과는 시간적 거리가 있지요.

 

그건 둘째치고. 대부분의 로맨스 판타지에서 결혼은 자국 내에서 해결합니다. 자국 귀족의 딸을 데려오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개는 할리퀸으로 통칭되는 여주인공의 신분상승을 소재로 하는 일이 많으니, 이웃나라 왕의 딸이나 대공의 딸이나 공작의 딸, 후작의 딸 등은 반동인물 등으로 등장합니다. 여주인공은 귀족이 아니거나, 귀족작위를 뒤늦게 받거나, 그렇기 때문에 자작의 딸이거나 본인이 자작이거나 한 경우가 많지요. 공후백자남도 일본의 작위 개념에서 들고 온거라 정확히 유럽의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하여간 제일 바닥인 남작보다는 그보다 위의 자작인 경우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아니더라도 백작인 경우가 많고요. 만약 타국간의 결혼을 소재로 한다면 대개 '사회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가치관을 두고 충돌하다가 정들어서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가 됩니다. 소설 속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지지요. 특히 BL은 그런 갈등구조를 잡는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갈등구조를 잡아도, 지참금과 같은 경제적 이득보다는 동맹과 같은 정치외교적 이득을 우선합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목에서 말한대로 보통 로맨스 판타지에서 외국 국가 원수의 딸을 배우자로 고려하지 않는 건 저자/작가가 조선시대의 관습에 익숙해져서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소설에서 외국 국가 원수 혹은 국가 정상의 배우자를 맞이하면 '우리 피가 아냐!'를 시전하더군요. 제국인데, 민족주의적 분위기가 있는 겁니다. 아니 왜...... 그래서인지 외국인을 배우자로 맞이하기보다는 내부에서 해결하기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거기에, 외국 고위직이나 제국 고위직을 배우자로 맞이하면 '권력이 분산되는 일'을 상정합니다. 그러니까 외국이 외척으로 등장하거나, 자국 내 귀족의 세력이 커지는 걸 막으려는 움직임이 있는 겁니다. 거기에 저 트윗 타래에서는 지참금 이야기를 했지만, 대개 제국 황제는 부유합니다. 여러 소설에서는 이미 관료 체계가 갖춰졌기에 상당한 세금을 걷고 있고, 그러한 세금이 제국 금고에 쌓이고 있다는 합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황제 혹은 황태자는 신부의 지참금을 노리고 결혼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걱정해야하는 건 오히려 득세하는 외척이지요.

로맨스 판타지에서 등장하는 연애와 결혼은 그래서 조선시대 왕들의 연애와 결혼과 닮아 있습니다. 외국인 중전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조선 내에서 들이되, 지참금은 필요 없습니다. 좋은 가문의 여식이라면, 그 가문이 세력을 불리는 문제를 해결해야합니다. 중전이 죽어 그 자리를 채울 필요가 있다면 차라리 한미한 집안의 여식을 들여, 여러 세력을 눌러야 합니다. 그러니까 영조가 그랬던 것 같은. 뭐, 조선시대 왕들의 혼담은 로맨스 따위...!를 외치게 되지만, 일단 현재 로판의 모델이 되었을 거란 생각은 가시지 않습니다. 관료제 도입, 행정체제 완비, 적당한 귀족(양반), 들고 올 지참금보다는 권력의 분산과 견제가 우선이라는 점에서요.-ㅁ-

 

 

그러니 로맨스 판타지는, 여러 모로 로맨스가 섞인 판타지가 맞습니다. 하하하.

 

 

덧붙임.

적다보니 이런 내용을 주제로 한 학술논문이 있을 법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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