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에 들어갔다가 광고 중인 소설 그림을 보고 이거 뭐지 싶어 확인했고, 저자인 후로스트가 매우 익숙하여 읽기 시작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아는 작가입니다. 한 때 트위터 타임라인에 영업글-이 소설 좀 읽어주세요! 재미있어요!라는 트윗이 많이 올라왔던 그 『변방의 외노자』 작가님이십니다. 이전 작품은 안 읽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저 뱀 얼굴과 표지 주인공의 얼굴 매치가 안되잖아요!

 

 

검색해보니, 이.... 매우 잘 만든 표지 그림은 이 분이 그렸답니다. Sonnet님.

https://twitter.com/Sonnet_form/status/1681977150256353281

 

덕분에 큰 표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넙죽)

 

 

하여간.

이상한 소설입니다. 의도적으로 이상하게 쓴 소설이고, 이게 변태적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보통은 표지에 주인공이 들어가지만 1화의 중심 화자는 주인공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주인공이라 생각했지만 읽다 보니 아닙니다. 주인공은 화자가 사고를 친 계기가 되는, 매우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며 까다롭고 까탈스러운 상관입니다. 제목은 민감한 대리님이지만, 읽다보면 예리한이나 예민한이 더 잘어울립니다. 대리님 성씨가 민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요. .. 물론 그 '이상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붙인 제목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소설을 영업하는 것이 맞는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건, 소설이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여러 층위로 일반적인 웹소설을 생각하고 들어간 독자의 뇌를 두들겨 팹니다. 그냥 패는 것이 아니라, 꼭 파르페 전용으로 나오는 그 길다란 손잡이의 은수저의 숟가락 부분으로 두들겨 맡는 느낌입니다. 이걸 기대했는데 그게 아닐 때가 많습니다. 기대를 배신하거나, 기대한 것보다 더 나아가서 여러 모로 기대를 깨부숩니다. 그런 소설이라니까요.

 

예를 들면,

1화의 중심 화자가 근무하는 회사는 애플과 거래합니다. 그리고 그 애플은 Apple가 아니라 APPLE로, 약어입니다.(3화 참조) 공개되지 않은 그 풀네임은 Association to Protect Parallel Lives and Evironments, '평행 차원의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는 단체'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소설은 극한의 SF...... 현대판타지 웹소로 생각하고 들어가면 뒤통수를 맞습니다.

3화까지 일반적인 현대판타지 웹소설로 착각했던 건 최신 연재분량의 챕터 제목이 "SSS급 대리 헌터"라는 점도 있습니다. 저걸 보면 그냥 현대판타지로 착각하기 쉽잖아요..OTL

 

게다가. IS라든지, 애플 본사의 위치라든지, 사건이 터질 때 대리님이 보이는 이상한 태도라든지 여러 차례 헛다리를 짚고 나면 헛웃음만 나옵니다. 아니 와..... 애플 캠퍼스에서 벌어진 사태에서 옥색 용채찍을 휘두르며 불타는 오염물질을 여기저기 흩뿌리는 모습을 보면 아니... 아니, 근데... 아니.... 만 외치게 됩니다. 저거 절대로 센과 치히로야. 아냐, 다리는 없었어. 등등으로 자기 부정을 마구 하게 된다니까요. 하. 읽다보면 이거 절대로 M님 취향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한 번 지나가는 소리로 후로스트님 신작이 나왔어요!라는 트윗을 본 것 같은데요. M님도 문피아 들여다보시니 이미 알고 계시겠지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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