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도 출판사 혜화1117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있지요. 혜화동 쪽이 본가다보니 출판사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서 찾아봤고, 그랬더니 혜화동의 작은 한옥을 개조한 책이 나와 있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해서는 그 뒤에도 꾸준히 책을 찾아보았고, 이 책도 그렇게 만났습니다. 혜화1117에서 출간된 책 중에는 딜쿠샤를 다룬 책이 유명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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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쿠샤, 경성 살던 서양인의 옛집

서울 종로구 행촌동 1-88번지에는 약 100여 년 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서양식 붉은 벽돌집이 있다. 이 집에는 이름이 있다. 산스크리트 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의 딜쿠샤가 이 집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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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우저가 쓴 외국어 학습담도 꽤 팔리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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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학습담

저자이자 미국인 백인 남성인 로버트 파우저는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강연은 물론, 언론사의 칼럼을 비롯해 모든 저술 활동은 직접 한국어와 한글로 말하고 쓰고 있다. 그런 그에게 외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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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추측. 알라딘에서 본 거라 다른 곳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검색어로도 잘 잡히지 않은 이 책-『4·3, 19470301-19540921 - 기나긴 침묵 밖으로』는 다른 책들보다 더 잘 팔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니, 관심 있는 책이라고 한다면 다른 책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시대 사가기록화나, 경성백화점 박물지나, 다 궁금하지만 손이 안갔던 터라서요. 책 읽을 체력이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3540679 

 

4·3, 19470301-19540921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2,762일, 한국 현대사의 빼놓을 수 없는 비극, 4·3, 우리는 4·3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책의 제목은 낯선 숫자의 조합이다. <4·3, 19470301-1954092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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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19470301-19540921 - 기나긴 침묵 밖으로』는 제목이 깁니다. 숫자로만 된 제목이다보니 검색하기도 쉽지 않고, '4.3 기나긴'이란 검색어를 넣어서 찾습니다. 그렇게 하면 비교적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건을 설명하는 날짜로서의 검색어는 가운데점을 넣는데, 키보드 상으로는 입력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4.3이라고 입력하는 쪽이 더 간편하다보니 그렇고요. 5.18이나 4.19나 모두 마침표가 아니라 가운데점을 넣습니다.

혜화1117의 다른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도 맨 뒤에 책이 만들어진 계기를 찬찬히 설명하는 기록이 있습니다. 혜화1117의 책은 받아보면 맨 뒤의 '책 제작기'를 먼저 찾아봅니다. 2쇄가 들어가면 관련된 정보가 업데이트 된다고 하던데, 보통은 1쇄 나올 때 바로 주문해서 보는지라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여간 『4·3, 19470301-19540921 - 기나긴 침묵 밖으로』의 제작은 매우 급박했습니다. 22년 12월에 관련 이야기를 듣고, 책을 쓰자고 이야기하고, 1월에 계약서를 쓰고, 2월달에 완고가 나오고, 4월 3일을 출간일로 하여 책이 나왔습니다. 그 출간 기록을 보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입니다. 진짜, 이렇게 급박하게 냈어야 했나 싶은 정도로요.

 

읽다보면 4월 3일에 출간하려 했던 그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이 책은 다른 날짜가 아닌 4월 3일에 나와야 했습니다. 회색빛의 종이에, 단정한 글씨체로 인쇄된 기록들은 읽다보면 없던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입니다. 독자를 그렇게 잡아끄는 것은 소재뿐만 아니라 글의 담담함도 그 이유가 될겁니다. 4.3의 법적 정의부터 시작해, 4.3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제주도라는 특수 환경에서부터, 그리고 해방 직후의 혼돈 속에서 또 한 번, 그리고 그 앞서 제주도에서 일었던 민란 혹은 소요 혹은 혁명이라 부를 운동들까지 모두 함께 아우릅니다. 물론 제목의 저 기간 동안 제주도의 평범한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이야기들도, 여러 사람들의 구술사를 통해 담아냅니다. 읽다보면 정말, ..... 멀리 세르비아나 우크라이나, 콩고까지 갈 필요가 없습니다. 수용소에서의 집단 학살은 유대인의 기록이 가장 유명하지만, 종족 말살이나 민족, 지역 말살에 가까운 사건은 여기저기 많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일방적인 폭력이 아니라 같은 나라에서, 같은 민족이면서, 이념을 소재로 벌어진 폭력은... 음.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르니 관련 책들을 더 찾아보고 오겠습니다.

 

 

끝까지 읽어내지 못할 책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서문과 1장, 그리고 11장의 여성 이야기와 12장의 정명(正名, 定名)은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이 힘들면 건너 뛰어도 좋습니다. 그래도, 꼭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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