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에 영상보면서 창천에 남겼던 기록을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15일에 올릴까 했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15일에 올리기는 내키지 않아서 묵혔다가.... 어제는 일이 생겼죠. 그래서 마음 편히 오늘 올립니다.

 

NHK의 패밀리 히스토리에 쿠사카리 마사오(草刈正雄, くさかり まさお)가 나왔습니다. 평소에는 잘 안보는데, 앞부분에 소개하는 다이제스트에 등장한 얼굴 면면이 너무도 미형이라(...) 홀린듯이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어머니가 혼자서 아이를 키웠다는 내용도 등장했고요.

 

위키백과에도 나오지만 쿠사카리 마사오는 일본의 모델이자 배우입니다. 모델로도 활동했고, 배우로도 여러 작품에 출연했고요. 52년 생이며, 아버지는 한국전쟁(프로그램에서는 조선전쟁으로 표기)에서 사망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혼자 아이를 키웠다고 합니다. 출신지는 후쿠오카고요.

 

 

위 사진은 배우의 개인 홈페이지 메인 사진입니다. 아. 멋지죠. 이런 얼굴 참 좋아합니....(...)

 

솔직히 어머니 얼굴은 그다지 없습니다. 어머니보다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더라고요. 그렇습니다. 아버지 사진이 이번에 공개되었고요. 그리고 패밀리 히스토리 이번 편은 정말로, 반전이 있는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습니다.

 

 

쿠사카리의 아버지는 미군병사로, 한국전쟁에 참여했다가 죽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아버지의 가족을 찾는 방법은 아버지의 이름과, 한국전쟁 사망자로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 미국에 거주하는 보조원이 미국 내 한국전쟁 사망자 사이트에 들어가 일일이 확인을 했다고 하고요. 추측할 수 있는 정보는 총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아버지 이름은 로버트 토라. 둘째, 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우체국에서 일했다는 것, 그리고 쿠사카리 본인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인터뷰를 모두 모아 확인하여 그 중에서 '아버지가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이다'라는 것이 세 번째입니다.

문제는 아버지 이름인 "로버트 토라"의 표기입니다. 로버트는 Robert로 찾기 쉽지만, 토라의 표기가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Tola일지, Tora일지 등등의 다양한 표기 사례에다가 위의 두 정보를 조합하자 8천건. 혹시 테일러의 오자일지 모른다며 거기까지 확인하여 찾으려고 하자 대상자가 13만명으로 늘어납니다. 그걸 일일이 확인하고 해당될 것 같은 이에게 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게 작년-2022년의 상황이더라고요. 메일의 답장이 도착한게 2022년 10월인가, 그랬다니까요.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로버트 H. 토라 친족에게 받은 답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메일을 받고, 쿠사카리의 얼굴을 검색해서 확인해보았을 때 경악했다고. 10대 때의 얼굴이 자신들의 숙부 얼굴과 꼭 닮아 있었다고.

 

 

20대 초반, 막 임관했을 때의 모습이었을 겁니다. 본가에 있는 가족 사진 중의 하나였을 거예요. 진짜, 진짜 잘 생겼더라고요. 실제로도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했습니다, 만. 유복자였다고 하고요. 토라의 증조부 형제들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에 서서 싸웠다고 합니다.

로버트의 아버지는 군인이 아니라 집배원의 길을 걸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 어머니는 태어난 딸들과, 남편 사망후 태어난 로버트를 돌봐야 했지요. 로버트가 군에 입대하고 공군으로 저 멀리 일본의 후쿠오카에 갔을 때도 가난함은 여전했던 모양입니다. 로버트의 학창시절 이야기도 로버트 형제들과 조카들의 입에서 나오는데, 상당히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화사한 얼굴에 매너도 꽤 좋았던 모양이고요.

 

그런 로버트는 후쿠오카 공항에 있다가 한국전쟁에 참전합니다. 그게 51년. 잠시 김포공항에 주둔해 있다가 다시 후쿠오카 공항으로 돌아왔고, 그 때 쿠사카리 마사오의 어머니인 스에코와 만납니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 사랑을 싹 틔웠고, 로버트 토라는 제대 직후 재입대를 신청해 나리타공항으로 근무지가 변경됩니다. 스에코도 괜찮은 직장이었던 버스 차장을 그만두고 토라를 따라가지요.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서, 스에코는 만삭의 몸으로 후쿠오카에 돌아옵니다. 마사오의 출생은 52년. 이 때 두 사람이 왜 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미국의 본가로 돌아간 로버트 토라는 신경쇠약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임산부였던 스에코와, 얼굴도 못본 아기 때문이었으려나요. 그 직후 토라는 누나들의 조언에 따라 공군에서 육군으로 편입후, 서독으로 파견을 나갑니다.

 

 

스에코에게서 편지가 도착한 것도 그 때였답니다. 로버트 토라를 꼭 닮은 아기 사진과 함께 편지가 왔고, 그 안에는 혼자서 아기를 키우는 것의 어려움 등을 담았다고 하고요. 그 절절한 편지를 받아 읽은 것은 로버트의 누나들과 어머니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상황을 로버트에게 전하지 않기로 합니다. 때는 2차대전 직후. 일본은 미국의 적국이며, 미국내 일본인들이나 그 혼혈에 대한 차별이 매우 심하던 때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그 사실을 감추기로 결정하지요.

 

 

스에코의 사망은 2010년. Tolar, Robert H.의 사망은 2013년. 그리고 로버트 토라의 처, 헬가의 사망은 2015년입니다. 헬가는 53년 서독에서 만나 결혼했다고 합니다. 그 둘은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국립묘지에 합장되어 있고요. 그쪽 가족이 더 있는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방송에 나온 건 그 때 편지를 받고 아기를 가슴에 묻었던, 로버트의 누나와 그 자식들입니다. 여러 사촌들이 나오더라고요. 그 누나가 쿠사카리에게 보낸 편지는 스튜디오 촬영 말미에 등장했고, 촬영 뒤에도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쿠사카리는 미국의 친척을 만나기로 결정하고 바다 건너 고모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고모와, 사촌들을 만나는 걸로 프로그램이 끝나더군요.

 

 

지만.-ㅁ-

결국 이것도 프로파간다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요. 방영일이 8월 14일이란 말입니다. 22년 10월에 확인 메일을 받았고, 추가 촬영을 했고, 그 뒤에 편집해서 스튜디오 촬영을 마쳤고,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에 다녀왔고. 방문 시점은 아무리봐도 여름이 아닌 분위기라서요. 미리 만들어 놓고 상황 봐서 방영일을 결정한 느낌이니.

 

여튼 방송 내내 여러 사진들이 많이 나와서 눈호강은 잘했습니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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