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정가제 관련 설문조사가 날아왔기에 또 손보냐, 했더니 그게 아닙니다. 도서정가제는 3년마다 한 번씩 점검 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3년마다, 매번 도서정가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 독서인구와 도서구매인구와 출판계와 작가들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이전에도 이게 통과되냐 아니냐며 말이 많았는데, 시한 넘겨서 스리슬쩍 처리되었다고 기억합니다. 매번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이 오가는데, 가장 최근 추가된 조항은 온라인서점에서의 무료 배송 기준이었을 겁니다. 이전에는 1만원이었다가, 개정되면서 1만 5천원으로 올랐습니다. 그래서 책 가격이 일괄 조정되었지요. 16800원으로요. 이러면 10% 할인했을 때 책 가격이 15120원인가로 잡힙니다. 배송비 3천원 추가되어 가격이 훅 올라가는 것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그게 나았던 겁니다. 뭐, 알라딘은 여러 사은품이나 적은 가격의 책을 한 권 추가하라고 추천하기도 합니다만.
이번 도서정가제 설문조사를 받고는 손대려는 부분을 몇 가지 확인했습니다.
현재 인터넷서점 등에서는 일정액 이상의 구매 고객에게 무료 배송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무료 배송을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 정한 ‘경제상의 이익’ 범위(정가의 15% 이내 허용)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현재는 가격 할인, 마일리지 제공과 별도로 무료 배송을 자유롭게 제공함)
와.
이건 아마도 지역서점연합회 등에서 추가한 것이 아닐까합니다. 저 1만 5천원 기준도 아예 없애고, 무료 배송 해주는 것도 경제상의 이익 범위로 넣어서, 책 값이 3만원 이상일 때만 무료 배송 가능하게 바꾸자는 겁니다. 단, 그렇게 되면 3만원 이어도 책값 할인은 없게 되지요. 할인을 배송비로 받게 되니까. 와.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냐.
아니, 이러면 적어도 교보문고는 찬성할겁니다. 바로드림이 가능하고, 바로드림으로 서점 수령하는 걸로 돌리면 자기들은 손해볼 것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교보문고 없는 지역들은 그냥 배송비 물거나, ... 아니면 컬리나 기타 등등처럼 "무료 배송 패키지 회원권"을 팔게될지도 모릅니다. 어느 쪽이건 도서구매자들은 비명지를만한 사건이죠.
(도서 판매자 및 지자체가 아닌) 신용카드사 등의 제3자가 제공하는 할인 또는 경제적 혜택을 도서정가제에서 정한 ‘경제상의 이익’ 범위(정가의 15% 이내 허용)에 포함하도록 규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현행 법령에서 제3자 제공 혜택의 적용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음)
이건 아마도 최근 알라딘 쪽에서 열심히 밀고 있는 알라딘-삼성카드를 노린 것이겠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카드 할인금액 보고 있노라면 저거 써야 하나 싶은 생각도 가끔 들거든요. 전 삼성(카드)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만들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습니다만. 그걸로 할인 받느니 그냥 BC카드로 마일리지 적립하는 쪽이 좋습니다.
전자출판물은 매체 형태가 다르므로 종이책과 구분된 별도의 도서정가제 조항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현재는 종이책과 전자출판물에 대한 도서정가제 규정의 차이가 없음)
웹소설(인터넷소설), 웹툰(인터넷만화)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현재는 종이책 기반의 전자책, 오리지널 전자책, 웹소설/웹툰 콘텐츠 모두에 도서정가제를 적용함)
전자책이랑 웹소설/웹툰 건들지 마라. 제발. 제~발.
전자출판물의 ‘판매(구매/소장)’가 아닌 ‘대여’(이용 기간 한정) 서비스에 대해서도 도서정가제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현재는 대여 서비스에 대해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음)
이건 일전에 스라에서도 잠시 언급된 적이 있는데, 일반 판매-소장형과 100년 대여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넣었거든요. 소장형은 전자책이라도 도서정가제가 적용되고, 100년 대여는 도서정가제 예외라고요. 여기도 그 언급이 있군요. 그 꼼수를 그냥 볼리가 없다 생각했더니, 이번 도서정가제에 포함시키려고 준비중이었나봅니다. 아무리 봐도 도서정가제는 창과 방패, 회피와 꼼수와 방어의 대결인가요. 하지만 전자출판물에 대해서는 미묘. 매번 미묘. 특정 장르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리디북스를 볼 때면 저걸 깨야하지 않나 싶다가도, 다른 대형 플랫폼인 교보문고를 보고 있노라면 그래도 리디가 있어서 나은가 싶지요.
교보문고의 유통 독점 문제는 조금 골치 아픕니다. 원래 도서정가제는 종이책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고, 서점이 아닌 대형 유통매장에서의 도서 판매 당시 유통매장의 갑질을 막기 위해 방어적으로 만들어진 걸로 기억합니다. 어디까지나 기억이고요. 출판사도 그런 유통매장-이마트라든지 롯데마트라든지 등등-앞에서는 공급업체, 을이었거든요. 그래서 아예 법으로 할인율을 못박아둔겁니다. 뭐, 그래도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서도.
다만 도서정가제에서 할인을 못하게 하니 책 축제 등에서도 도서 할인이 안됩니다. 약간 파손되어서 정가 판매가 어려운 책도 폐품으로 치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요. 이런 것도 모두 막아두었기에 그걸 일부 풀려고는 하는 모양입니다만.... 작년에 교보문고가 갑질한 사건이 또 크게 문제된 적이 있었지요. 교보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라인도 마찬가지일겁니다. 현재 도서 유통쪽의 큰 손은 웅진일겁니다. 웅진에서 운영하는 유통라인이 매우 크다고 알고 있고요. 시공사 라인도 그런 유통업체를 꾸리고 있는 걸로 알고요. 그런 곳의 고삐를 쥐어야 할지, 교보 온라인이나 예스24, 알라딘 같은 온라인 서점이 오프라인서점에 대비해 강점을 가지는 것을 또 막아야 할지, 그래야 지역서점이 살아날지는 생각 해봐야죠.
더불어, 앞서 언급한대로 도서정가제는 종이책을 위한 겁니다. 이걸 전자책이나, 아예 태생부터 디지털 컨텐츠인 책들에게 적용하는데는 상당한 무리가 따릅니다. 만약 이런 부분에서 약간의 여유를 두지 않으면 독서 인구는 더더욱 줄어들겁니다. 그나마 웹소설이나 웹툰은 무료라 읽는 인구들도, 그게 유료가 되면 더 이상 손대지 않을 거라고요. 그런 위기감이 있습니다. 그러니 양쪽을 분리하자는 것이 제 의견이고요. 저야 한결 같이 예술인연금으로 작가들의 기초 생활이 유지되도록 돕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컨텐츠에도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요. 만약 웹툰이나 웹소설에 도서정가제를 적용하고 싶다면, 웹툰과 웹소설의 플랫폼 유통 수수료에 대한 제한도 마련해야하지 않나요. 그것부터가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