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접두 단어에 세계나 세계관을 의미하는 단어 universe의 뒷부분, verse를 합친 단어입니다. 주로 BL에서 자주 보이는 이유는 이 세계관들이 2차 창작의 세계관에서 파생된 단어라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오메가버스는 스타트렉의 2차 창작 BL소설에서 나왔고, 제목에 등장한 가이드버스는 미국드라마인 슈퍼내추럴에서 유래한 걸로 압니다. 전자는 석사논문에서 등장했던 이야기고, 후자는, 발생 즈음에 대강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가이드버스는 원래 센티넬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던게, 미국드라마의 2차창작 제한과 관련하여 이게 저작권법 위반으로 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드라마에 등장한 용어인 센티넬을 빼고 가이드를 집어 넣습니다. 센티넬은 초능력, 이능력을 비롯한 특수능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었고, 이게 특정 드라마에서 유래했지만, 가이드는 그보다는 넓고 범용적인 단어였으니까요. 가이드는 아마 드라마에는 등장하지 않았나....? 이 부분은 확실히 모릅니다. 나중에 더 찾아봐야겠네요.

 

가이드버스로 이름이 바뀌면서 덩달아 소설 속에 등장하는 특수능력자의 지칭 단어도 여럿으로 바뀝니다. 최근에는 센티넬 대신 에스퍼를 쓰는 쪽이 많지만, 과도기에는 여러 단어가 쓰였습니다. 센트릴이라는 단어도 있었지요. 『우리의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우평인)에서는 그랬습니다. 파수꾼이라는 의미였던가요.

원래 에스퍼는 ESP, extrasensory perception라 지칭되는 초감각적 지각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일겁니다, 아마. 근데 이건 원칙적으로 초감각적 '지각'이잖아요. 물리적 능력은 해당이 안될테지만,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특이한 능력 전반을 다 그냥 이능력, ESP로 통칭하는 모양입니다. 의미의 확장이겠지요. 가이드버스의 특징은 에스퍼들은 이능력을 쓰면 그 반작용이 나타나며, 반작용을 약화하기 위해서는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에스퍼의 이능력과 가이드의 존재는 가이드버스의 공통점이지만, 가이드와 에스퍼가 어떻게 짝을 이루는가는 소설마다 다릅니다.

 

1.에스퍼는 한 명의 가이드만 둘 수 있다.

보통 파장이 맞는 가이드가 여럿인가, 아니면 한 명인가는 소설마다 다릅니다.

 

 

모드엔드 作 『나를 사랑한 에스퍼』는 가이드와 에스퍼가 꼭 일대일 대응하지는 않습니다. 네트워크(...)식으로 이야기하면 1:N, N:N에 해당합니다. 즉, 한 명의 가이드는 여러 에스퍼를 둘 수 있고, 짝이 안 맞으면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센터에 소속된 가이드는 무작위 선택을 통해 다른 여러 에스퍼들에게 가이딩-이능력 사용으로 불안정해진 이능력 파동을 잠재우는 일을 합니다.

 

 

2.어떤 에스퍼는 자신에게 딱 맞는 가이드를 오직 한 명 밖에 못두기도 한다.

 

진램 作 『가이드의 조건』에서는 등급이 높은, 이능력이 강한 에스퍼 지관영에게 얽힌 가이드 최태훈이 등장합니다. 최태훈은 에스퍼와 가이드의 상성을 파악하는 시험에서 매번 에스퍼를 찾지 못합니다. 보통 등급이 높은 에스퍼는 높은 등급의 가이드를 두는 경우가 많으며, 낮은 등급의 가이드인 경우에는 특수한 능력을 가졌거나 일반적인 가이드와 다르다는 묘사가 많습니다.

...

이거 보면서 결혼중계회사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제일 낮은 F급의 헌터/에스퍼부터 시작해 S급의 헌터/에스퍼들은 보통 그 짝도 A급이나 S급으로 두는 경우가 많지요. S급 가이드가 F급 에스퍼를 짝으로 삼은 소설은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있다 해도, F급이나 특수한 능력을 가졌다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S급 에스퍼가 F급 가이드를 두는 경우는 F급이지만 특별하다는 이야기가 등장하더군요.

 

 

등급은 낮은 가이드지만 사실은, 이라는 내용의 소설. 다공일수라 취향은 아니었지만 뭐...'ㅂ'a

 

 

3.각인이 가능하다.

각인은 대부분의 가이드버스에서 등장합니다. 가끔은 가이드버스말고, 오메가버스에서도 등장합니다. 각인을 맺은, 각인을 한 커플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습니다.

 

3.1 오메가버스의 각인은 다른 사람의 페로몬을 맡지못하고, 자신의 패로몬도 각인 상대만 맡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정기에 해당하는 알파의 러트, 오메가의 히트사이클도 각인 상대와만 보낼 수 있습니다. 오메가버스는 각인이 있는 소설보다 없는 쪽이 많을 겁니다.

 

3.2 가이드버스의 각인은 각인한 상대에게서만 가이딩을 받을 수 있고, 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사랑한 에스퍼』에서도 등장하지만 가이드가 먼저 사망했을 때 에스퍼는 높은 확률로 폭주합니다.

 

 

4.가이딩을 제대로 받지 않은, 못한 에스퍼는 폭주할 수 있다.

이능력을 사용하고 나면 속을 다스리는 가이딩이 필요합니다. 가이딩을 소홀히 하면 에스퍼는 이능력 제어에 실패하고 폭주합니다. 폭주는 보통 광화, 그러니까 버서커화와도 비슷하거나, 자폭에 가깝게 자신의 몸상태를 가리지 않고 이능력을 마구 남발하여 주변을 황폐하게 만드는 식으로 묘사됩니다. 그 상황에서 가이딩을 받으면 정신이 돌아올 가능성은 있지만 확률은 낮습니다.

 

 

 

오메가버스도 주기적으로 몰아보지만, 가이드버스도 주기적으로 몰아봅니다. 다만 읽다보면 이건 이래서 취향이 아냐, 이런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어라며 예전에 읽었던 소설들을 뒤적거립니다. 그러고 보니 기다리는 소설 하나는, 아직 연재가 안 풀립니다. 끄응. 그 가이드버스 회귀물은 언제쯤 올라올까요.

 

 

 

최근에 완결 소식을 듣고 신나게 달린 가이드버스입니다. 조아라에서 연재시작했다가 리디북스 유료연재로 옮겼고, 본편 141화와 외전 20화로 완결되었습니다.

 

대개 에스퍼가 공이지만 이 소설은 가이드가 공입니다. 제목 그대로 시한부인생이었다가 각성하여 에스퍼가 된 경우라, 주변에서 일부러 보디가드형 가이드를 붙여주었습니다. 다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공이나 수의 typical,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듯하야.(먼산) 리디공이나 리디광공이 왜 등장했을까 생각해보죠. 그만큼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 모습이란거죠. 배틀호모라 불리는 쪽이 딱히 취향은 아닌 것 같은데, 한쪽이 병약하고 한쪽은 아주 튼튼한 검사/용사계로 등장하면 투덜대기 시작하더라고요.

아냐, 이건 아냐, 뭔가 좀, 한쪽은 연약하거나 요염한 이미지로 그려지고 다른 쪽은 흉통 크고 씩씩하고 키크고 하는 이미지가 되면 이건 typical해!를 외치고 있으니까요. 지금 읽는 판타지소설도 여성을 그려내는 방식이 좀 납작하다는 생각이 팍팍 들어서 말입니다. 사고로 정신퇴행이 되어 10대 초반의 '소설에서 뽑아낸 듯한 여동생 모습'을 보이는 미녀라든지, 그런 미녀가 마음에 든다며 섹시한 누님이 달라붙어 꾹꾹 애정표현을 하는 장면을 주변의 동료 용병들이 눈요기라 생각하며 따라붙는다든지. 그래도 여긴 탈출하고 싶을 정도로 이상한 묘사가 아니긴 합니다. 그런 묘사면 결제 포기하고 애저녁에 도망치죠.

 

BL소설, 가이드버스에서도 보통은 가이드가 수, 에스퍼가 공이라는 초반의 공식을 깨는 커플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공식을 깨기 위해 거꾸로 BL소설의 관습적인 공, 관습적인 수의 모습을 투영하는 건 취향에 안 맞습니다. 요약하면 그러하네요.

 

가이드버스나 오메가버스도 자주 찾아보는 만큼 다양한 소설이 나왔으면 하지만, 둘 다 형질적 차별이 드러나기 쉬운 소설이라 구입하고 읽는 걸 포기할 때도 많습니다. 차별이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이야기를 잡기 쉬워서 그럴까요. 아니, 그런 차별자체가 사랑의 장벽이 되기 때문일까요.

 

 

장르문학 관련 논문에서 손뗀지 좀 되었으니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재미있는 논문이 있었으면..'ㅂ'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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