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건강검진을 받고 왔습니다. ..라고 적고 보니. 작년과 동일한 병원에서 받았는데, 작년에는 11월에 받았고 올해는 5월이니, 6개월만의 검진이더라고요. 언제 받았는지 까맣게 잊고는 그냥 받으러 가자! 하고는 가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건강검진을 자주 받는 이유도 별거 아닙니다. 건강검진을 같이 받는 동료랑 저랑 직장검진받는 해가 다르다보니 1년에 한 번씩 받으러 갑니다. 평소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니, 검진이라도 받아두자는 비뚤어진 관리법인거죠. 하하하.

 

 

0. 건강검진 전 이야기

대장내시경은 올해 처음 받아봤습니다. 가족력은 아니고, 친척력이 있어서 망설이다가 받았습니다. 망설인 이유는, 예전 직장 동료에게서 대장내시경을 위한 약물맛이 매우 끔찍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습니다. 거기에 저보다 먼저 받았던 친구도 그 맛이 매우 안 좋다고 평가해서요. 망설이다가 눈딱감고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건강검진 문진표도 미리 모바일로 작성하고, 내시경 준비도 카카오톡으로 안내를 받아서 편하게 확인했습니다. 카카오톡이 없으면 대응하기 쉽지 않긴 하겠...지만 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편물이 있으니까요.

 

 

1. 대장내시경 준비중

대장내시경용 약은 일주일 전에 미리 도착하더랍니다. 검사받기 최소 12시간 전부터 약을 먹으면 되고요, 12시간 전에 먹는 약은 변비약 두 알에, 하제라 불리는 그 장청소용 약이랍니다. 두 종류의 약인데, 분말 스틱을 같이 따라온 병에 넣고 물을 마저 채워 500ml를 만듭니다. 그리고는, 15분 간격으로 250ml씩 나눠 마시면 된답니다. 그리고 그걸 두 번 합니다. 12시간 전에, 총 1리터의 약과 1리터의 생수를 마셔 총 2리터를 해치워야 하는 겁니다. 검사 받기 3시간 전에는 1리터의 약과 500ml의 물을 마시고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최소 12시간 전

-물약 1리터, 물 1리터 : 물약은 250ml 씩 15분 간격으로 섭취, 물은 그 사이사이 섭취

 

2.최소 3시간 전

-물약 1리터, 물 500ml : 물약은 250ml 씩 15분 간격으로 섭취, 물은 그 사이사이 섭취

 

맛이 없다고 하여 공포에 떨었지만, 생각보다 먹을만 합니다. 그게, 한 모금 맛보고는 '이거 레몬맛 게토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게토레이보다는 더 짜고, 게토레이보다 걸죽합니다. 점성이 있지는 않지만, 미끌미끌한 느낌이 있습니다. 마구 흔들면 거품이 나고, 거품이 바로 가라앉지 않을 정도의 점도입니다. 아니.. 여기서 비눗물은 생각하지 마시고요.;

레몬맛 게토레이라고 생각했더니 그럭저럭 먹을만한 물건이라, 저는 크게 거부감 없이 마셨습니다. 그마저도 3시간 전에 마실 때는 물배가 차서 힘들었지만, 평소 물먹는 하마 수준으로 열심히 퍼마신 일이 이런 때도 도움이 되네요.

 

사람마다 반응 속도는 다르겠지만 처음 물약을 마시고 약 30~40분 정도면 슬슬 화장실에 들락날락 거립니다. 그리고 열심히 장청소를 합니다. 문제는 장운동이 매우 활발하기 때문에, 만약 오전 검사를 위해 전날 저녁에 마셨다면 잠을 설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오전 검사는 오후 7시에 1차로 물약을 만들어 약 1시간 섭취하고, 검사받는 당일 새벽 4시에 2차로 물약을 만들어 마시라고 합니다. 그리고 대략적으로 오후 7시 반부터 새벽 4시까지는 시시때때로 화장실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 사이에 배가 꾸륵꾸륵, 가스도 차고 운동도 매우 활발해지니까요. 새벽 4시에 마시는 1.5리터의 액체류는 마지막 청소에 가깝습니다.

검사 받으러 침대에 누울 때 '마지막에 노란물이 나왔냐'고 묻더군요. 하하하하하. 그렇습니다. 건더기가 거의 없는 노란물이 나옵니다. 하하하하하하.

 

 

3.검사 직전

새벽 4시에 마시고 나서는, 그 전날 마셨던 때보다 가능한 화장실에 덜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복부초음파를 위해서는 방광에 소변이 차 있어야 한다고 하니, 화장실에 자주 가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더군요. 게다가 소변검사도 받아야 하니 참았습니다.-_- 속이 불편한 사람들은 건강검진 도중에도 화장실에 갈 수 있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4.검사 후

같이 간 동료는 두 번째 약을 안 먹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장검사가 제대로 안되었다고 하고요. 첫 검사라 시키는 대로 다 했던 저는 문제 없었습니다. 구체적인 검사 결과는 두 주 쯤 뒤에나 나오겠지만, 검사 후 구두 설명에서는 깨끗했다 하더군요. 용종이고 뭐고 없었다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약을 두 번 다, 도합 2리터의 하제를 다 섭취했음에도 청소가 덜 되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청소가 덜 되면 대장내시경에서 문제 부위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으니, 가능한 깨끗하게 청소하는 쪽이 좋다고 하네요. 뭐, 매해 받을 검사는 아니니 한동안은 안심입니다.-ㅁ-/

 

 

 

5.덧붙임

이번에 하제 먹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아. 이것이 디톡스. 디톡스 음료에 레몬이 들어가는 건 이 때문인가! 싶은 망상이 들더라고요. 그보다는 장청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탈수증상을 막기 위해 소금을 첨가하고, 마시기 편한 맛을 내기 위해 레몬을 추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말입니다. 레몬맛이라고 아예 분말 설명이 있더군요. 딸기... 아니, 청포도맛 같은 것도 좋아보이지만, 만만한 구연산은 레몬맛과 가장 비슷하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여튼 날아올 건강검진 결과 보고 두려움에 좀 떨겠습니다. 크흑. 체중은 그럭저럭인데 체지방이 화아아악 올라갔어요.;ㅂ; 단백질을 추가하고, 운동도 늘려야겠습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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