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략하게 압축하면, 부제가 말하는 그대로 구픽에서 낸 책과 서점 소재의 SF 앤솔로지입니다. 그리고 매우.... 매우! 마음에 들었고요. 단편이 여덟 편 중에서 호불호가 조금 갈렸지만, 그게 앤솔로지의 매력입니다. 읽는 중에 정말로 내 취향의 단편을 만나면 책을 부여잡고 지화자를 외치는, 그런 맛이요.

 

붉은구두를 기다리다(김성일)
금서의 계승자(문녹주)
12월, 길모퉁이 서점(송경아)
켠(오승현)
바벨의 도서관(이경희)
역표절자들(이지연)
모든 무지개를 넘어서(전혜진)
두 세계(천선란)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금서의 계승자'. 3.1운동 100주년 기념 즈음으로 그 시대 배경의 소설이 여럿 나왔고, 이 소설도 처음의 낯섦을 제외하면 그 시대와 매우 닮았습니다. 독립운동하는 이들과, 억압하는 이들. 또 다른 노예제. 의외였던 건 그 결말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런 건조함이 외려 이야기의 매력을 추어올립니다.

 

첫 번째 단편인 '붉은구두를 기다리다'는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읽으면 알 거예요. 참 묘한데, 이 책을 붙잡고 읽어 나가면서 가장 처음 만난 이 이야기, 읽으면서 '아, 이거 김성일.'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트위터 타임라인 너머에서만 만났고, 가끔 초여명의 텀블벅 프로젝트 너머로 보았으며, 정작 소설은 단 한 편도 읽은 적이 없습니다. 진짜로요. 그러함에도, 이 소설을 붙잡고 읽는 순간 '이 작가 그 작가!'를 외치며 확인했습니다. 생각이 맞더라고요.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던 독자가 작가를 알아볼 정도란게 재미있지 않나요.

그리고 매우 취향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취향이었던 두 편을 고르라면 '붉은구두를 기다리다'와 '바벨의 도서관'을 고릅니다.

 

'바벨의 도서관'은 취향 직격이었습니다. 으흐흐흐흐흐흑, 그래, 난 이런 SF가 좋아! 라고 절규할 정도로 취향이었습니다. 제게 SF는 이런 이야기였고, 이런 이야기가 가장 좋습니다. 저는 넓은 범주의 SF를 주장하며 미래를 예견하는 그 어떤 소설도 SF라 불릴 수 있으며, 그래서 『베타 테스트 종료』와 같은 오메가버스, 그 외의 가이드버스도 모두 SF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좋아하는 SF가 이런 소설이란데서 취향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아, 진짜. 맨 마지막에 '찾으러간 책이 무엇이었는가!'라는 부분에서는 폭소할뻔 했고요. 또한 높은 확률로 Ma님 취향일 겁니다.

작가 이경희는 'SF 이 좋은 것을~'의 저자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찾아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괴물장미』는 감상을 적었으니 넘어가고. 흡혈귀 좋아하는 분이라면 도전할만 합니다. 이런 소설에서 클리셰로 불리는 여러 부분을 모아 쌓은 탑이나, 그 탑에서 많은 부분은 의도적인 반전을 넣었습니다. 그런 점이 재미있고요.

 

 

『피아노의 신』은 현재 2권까지 왔습니다. 조아라에서 이미 다 보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읽(듣)자니 행복한 책.

 

『절대자의 현대생활』은 조금 미묘. 이걸 왜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했는지는 잊었지만, 1권 앞부분을 조아라 프리미엄에서 확인하고 이정도면 괜찮겠지 하며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1권 분량 읽으면서 좀 후회를. 일단 더 가보고 감상을 올리지요.

 

『헬무트』는 매우 즐겁게 보았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내내 붙들고 있었고, 독서 자체는 어제 끝냈고요. 별도로 감상을 쓸 ... 려나 어떨려나는 알 수 없지만.

회귀도 아니고, 갓난아기 때 부모와 떨어져 파헤의 숲에 버려진 헬무트가 주인공입니다. 신성결계에 둘러싸인, 마기 충만한 그 숲에는 여러 마수들이 있지요. 그 중 엘라가는 반쯤 충동적으로 이 갓난아기를 키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귀찮다며 도중에, 같은 인간종인 다리안에게 떠넘깁니다. 헬무트라는 이 아기는 검성 다리안의 마지막 제자가 되며, 숲을 탈출해 나와 여러 모험을 겪습니다. 그 모험의 상당수는 출생의 비밀과도 엮였군요.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으며, 구조 자체는 어릴 적 읽었던 무협소설과도 닮았습니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 동물이 거둬 키우고, 고수에게 사사하며, 험지를 탈출해 자신의 출생을 더듬고, 배반당했다가 다시 레벨업하며, 최종 레벨업은 마지막 흉수를 쓰러뜨리기 위함이다! 이런 흐름이 닮았지요. 판타지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차별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으며 저는 매우 즐겁게 읽었습니다. 하, 하지만 표지. 헬무트는 검은 눈, 검은 머리에 그다지 근육질로 보이지 않는 매우 잘생긴 소년/청년이지만 표지는 다릅니다. 그 괴리감 때문에 권 넘어갈 때마다 흠칫했지요.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추천 글을 보고 장바구니 담았다가 구입했습니다. 추천해주신 분, 복 많이 받으세요.+ㅅ+

 

 

1.웹소설
(항상 읽는 그 프리미엄 소설들)
(요리고, 명조리, 등등)

2.전자책
양치기자리. 피아노의 신 1~6(완). 문피아, 2021, 세트 16000원. (TTS 독서중, 현재 2권.)

고두열. 절대자의 현대생활 1~8(완). 라온E&M, 2021, 1권 무료, 2~8권 각 3000원.(현재 1권)
혼요. 헬무트 1~19(완). 연필, 2020, 1권 무료, 2~19권 각 3000원.


3.종이책
정이담. 괴물장미. 황금가지, 2019, 13000원.

김성일 외. 책에 갇히다. 구픽, 2021,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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