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알게 된 이유는 조금 독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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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프린트> 1~7 단행본 완간 세트

골든 프린트 단행본 완간 기념 세트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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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텀블벅을 돌아다니다가, 골든 프린트의 단행본 세트를 봅니다. 단행본 세트에 다양한 상품들을 함께 올렸는데, 다들 황금색이더군요. 구입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 어떤 소설인지 찾아보자 싶어, 카카오페이지에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1편을 보고는 바로, 명함세트를 주문합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펀딩은 실패했습니다. 펀딩 성공하면 그 때 소설 신나게 읽겠다 싶어 기대했는데, 무산되어 상심했지요. 그렇다고 카카오페이지에 들어가 소설 읽자니 그건 또 싫고. 그래서 시범삼아 장바구니에 1권과 2권을 담아 봅니다.

 

항상 그렇지만 장바구니에 담긴 책은 언젠가 구입합니다. 3월에 주문한 책은 무사히 도착했고, 잠시 책상 위에서 굴러다니다가 빨리 읽어야 다음권 주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집어 들었지요. 그 때 한창 '천재 배우의 아우라' 1권을 꺼내 읽기 시작한 참이었지만, 골든 프린트 1권을 읽기 시작한 뒤로는 확 밀렸습니다. 그렇습니다. 1권을 몇 장 넘기지 않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3권부터 7권까지의 뒷권을 결제합니다. 그럼에도 책 읽는 속도보다 책 배송 속도가 늦어 못 읽고 며칠 끙끙대긴 했지만, 매우 흡족했습니다.

 

 

 

 

 

표지에서 보이듯 이 소설의 판타지 요소는 저 골든 프린트입니다.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장면에서 등장하며, 특히 결말부분까지 이어집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저 금색 선은 초반에는 '이상적인 건축 디자인'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며, 중반에는 다른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한, 또는 더 나은 건축물을 형상화하는 존재가 됩니다. 하지만 그 정체가 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른 '현대 판타지'소설들이 그러하듯 이 소설도 주인공이 또 한 번의 기회를 얻고 그 기회를 살려 성공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다만.-_- 한창 읽고 있을 때 LH 사태가 터졌습니다. 하아아아아...... 왜 이게 문제인가 하면 말이죠.

 

 

서우진은 건설업에 종사합니다. 주로 목공을 담당하지만 시공하며 간단한 디자인도 하고 설계도 합니다. 밑바닥부터 일해 올라와서 꽤 오랫동안 있다보니 뭐든 능숙해지는 겁니다. 그 기간 동안 당한 갑질도 상당합니다. 건설회사 다니다가 망한 뒤로 여기저기 회사를 다니다가, 자신의 잘못을 시공업체로 돌리는 엿과도 같은 끈적끈적한 업체도 만난적 있습니다. 이것이 공간 디자인이냐? 되묻고 싶은 설계를 들고 오는 디자이너들도 있었고요. 그래도 그럭저럭 자신의 몸 하나 챙길 정도는 됩니다.

그러다가 재개발 들어가는 지역에서 우연히, 아주 어릴 적 살았던 집을 만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가족이 함께 살았던 단독주택은 우진의 머릿 속에서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게 추억의 미화인지, 아니면 실제도 그러한지 궁금했던 서우진은 지금은 비어 있는 그 집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이상적인 공간을 마주하고, 어릴 적 함께 지냈던 어떤 건축가 아저씨를 떠올립니다. 지금은 서우진이 아저씨지만, 아직 꼬마였던 우진에게 그 아저씨는 뭐든 할 수 있는 존재로 보였지요.

 

서론이 길었네요. 그 아저씨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빛나는 공간에 아저씨가 뿅하고 나타나고, 서우진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줍니다. 정신차려보니 전역일이었어요. 그렇습니다. 서우진은,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를 먼저 갔고, 그 사이에 K대 공간디자인과에 합격했더랍니다. 회귀 전에는 대학 따위 안간다며 걷어찼지만 회귀한 지금은 그 후회천만한 일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동기들보다 나이는 많지만 군대를 다녀와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학에 등록합니다.

 

 

여기까지가 1권 초반입니다.-ㅁ- 그 뒤로는 회귀 전의 기억으로 여기저기 투자하며 자금을 불린 서우진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특히 서우진의 WJ스튜디오는 모형제작으로 시작합니다. 우진이 모형제작을 좋아하는 자신의 친구를 붙들어다 같이 모형 제작을 시작하는데, 이쪽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스튜디오 창업 자금은 다 분양권 딱지(피)를 구입했다가 프리미엄 받고 팔면서... (하략) 그렇습니다. 회귀 시점이 2010년이라 가능한 방법입니다. 20년간 건설업에서 굴러다닌 경험은 그대로 남았으니, 그걸 밑천으로 삼아 자신의 사업을 일궈나갑니다. 1학년 때 이미 사업을 시작하고, 서울시 주관의 대학학부생 대상 건축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고, 그 사이에 회귀 전의 원한을 슬며시 복수로 돌려주며 차근차근 성장합니다. 회귀 전의 여러 인연들도 차근차근 만나 함께 성장한다는 점이 또 매력이네요.

 

연애도 없진 않습니다. 아마도 이 사람이지 않을까 싶은 사람과 감정을 쌓고, 그 뒤로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사업 동료이자 친구입니다. 여성진들이 등장할 때마다 혹시? 혹시?! 하면서 걱정하다가도 전혀 그런 분위기가 없어 안심했습니다. 친구들이 매우 많고 사업적으로도 훌륭한 동료들입니다. 그런 점도 재미있더군요.

 

읽고 있노라면 '그 때 그 집을 샀어야 했어!'라는 통렬한 후회가 귓가에 울리지만, 이미 지난 걸 어쩌나요. 지난 걸 되돌리는 건 소설에서나 가능합니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당신의 삶이 소설인 겁니다.-ㅁ-

 

 

 

3.종이책.

은재. 골든 프린트 1~7. 북캣(넥서스북스), 2020, 각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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