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잘 큰다고 신나했던 구근식물들은, 며칠 뒤 모두 너풀너풀 쓰러져서 지금 응급 보수중입니다. 다들 늘어져서 혹시 냉해인가 걱정했지만, 냉해가 아니라 구근류 중에는 종종 이렇게 너풀 거리는 애들이 있나봅니다. 화분에 심어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원래는 야생화에 가깝거든요.

최근에 잠시 들여다본 책에서 구근식물 중에 저렇게 늘어지는 화초들은 지지대를 세워주면 된다고 하기에 다이소를 찾아갔더니, 고리 모양의 지지대는 없어 임시로 나무젓가락과 화초용 철사를 썼습니다. 그 책에서 알뿌리 관리하는 법을 잘 소개한 덕에, 올해 꽃 무사히 보고 나면 내년에는 큰 화분에 심을 예정입니다. 저 바닥에 보이는 빨간 화분, 아니면 그보다 큰 화분을 구해다가 심어두려고요. 그거라면 지지대 만들기도 쉽지요.

 

 

낮에 업무 사고를 친 덕에 살짝 멘탈이 나가 있었습니다. 블로그에 이런 표현은 잘 안쓰려고 노력하지만, 교차 검증하지 않고 명단을 보낸 덕에, 명단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들었거든요. 이리재고 저리재도 제 잘못이 맞고, 그래서 누락됐던 동료에게 넙죽 사과의 카톡을 보내뒀습니다. 다행히 '실수니까 괜찮아'라고 넘어가주네요. 다행이다.

 

사고 쳤을 때는 바로 사과하는 일이 최고입니다. 업무 실수 수습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도 사과 문제입니다. 이번에는 평소 안면이 있던 동료라 카톡으로 사과가 가능했지만, 연락처를 주고 받지 않은 회사내 먼 동료라면 또 방법이 다르겠지요. 어쨌든 오늘도 '나는 업무를 잘 하고 있는 것인가... 제대로 가는 것인가...'라는 자괴감을 붙들고는 부서진 멘탈을 주워담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 괜찮아 질 거예요. 봄인데다, 사고 친데다, 여행도 못가는터라 그런 거죠. 뭔가 바쁜 일이 있다면 낫겠지만, 아직 업무 배당이 정확하게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일 벌이기도 무섭네요. 으으으.

 

 

 

그러고 보니 오늘 멘탈이 부서진 이유 중에는 감정쓰레기통도 있었습니다. 제 지난 업무를 맡은 업무 후임이 저를 붙들고 하소연을 가장한 뒷담화를 풀어 놓았는데, 그 하소연들이 '이미 회사를 떠나 아무런 생각이 없는' 제게는 누군가의 험담으로 들렸던 겁니다. 그 경계가 참으로 모호한데, 그래서 듣고 있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여튼 그 회사는 대부분이 다 탈출 버튼을 누르는 상황이군요. 부디, 자네도 기회가 된다면 탈출하시게나.-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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